영화 같은 삶은 누구나 한 번쯤 꿈꿔봅니다. 물론 대부분의 경우는 로맨틱하거나 감동적인 것을 생각하겠죠. 이와 반대로 삶이 영화 같아서 영화로 만들어지는 경우도 많습니다. <살인의 추억>, <그놈 목소리>, <아이들...>, <실미도>, <화려한 휴가> 등 무수히 많은 실화가 영화로 만들어졌습니다. 감춰진 사실을 폭로하기 위해 만들어진 영화도 있고, 실화를 재조명 하기 위해 만들어진 영화도 있습니다. 


그밖에 여러 가지 목적으로도 만들어집니다. 어쨌든 중요한 것은 이들 영화가 실화를 통해 만들어 졌다는 것이죠. 그리고 대부분 실화를 통한 영화들은 그 이유 하나만으로도 주목을 받습니다. 실화라는 것 자체가 영화의 몰입요소로 작용 할 수 있기 때문이죠. 사람들은 현실과 영화는 일단 동떨어졌다고 생각하기에 그런 것 같습니다. 실화를 바탕으로 하여 더 인기를 끌 수 있었던 여러 영화들과 실화를 바탕으로 한 뮤지컬 <찍힌놈들>, <평양마리아>를 살펴보겠습니다.

 

◎ 영화는 힘이 있다. <도가니>


▲ 사진1 <도가니> 포스터



<도가니>는 전 국민을 충격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던 영화였습니다. 실제로 일어났던 일인 광주 인화학교 교직원들의 학생 성폭력 사건을 다룬 실화영화입니다. 이 영화의 경우는 차라리 순수 허구였으면 하는 바람까지 주는 영화였죠. 어떻게 이런 일이 진짜로 일어날 수 있을까. 영화를 보는 내내 사람들은 분노했습니다. 


<도가니>는 고발적 성격이 강한 실화 배경 영화입니다. 내용을 몰입도 있게 구성하여 영화라는 대중매체를 통해 많은 사람에게 효과적으로 알리고자 하는 바를 전달했습니다. 가해자였던 교직원들은 2006년 증거 불충분으로 불기소 처분 됐습니다. 하지만 이 영화가 개봉된 후로 실제 사건이 다시 재조명 받기 시작했고 재수사로 이어져 관련자들을 제대로 처벌할 수 있었습니다.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영화가 현실에까지 영향을 줬습니다. 영화의 힘을 보여주는 좋은 예라 할 수 있겠습니다.


◎ 숨겨온 진실 이제는 말한다. <실미도>


▲ 사진2 <실미도> 포스터



실미도 포스터에는 이런 문구가 있습니다. '684 북파부대 | 이름도 없었다... 존재도 없었다... 살려둘 이유도 없었다! | 32년을 숨겨온 진실... 이제는 말한다!' 여기서만 해도 알 수 있듯이 이 영화는 <도가니>와 비슷한 폭로영화입니다. 남북의 첨예한 갈등 속에서 무고하게 희생된 영혼들의 넋두리라고 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이 영화의 실제사건은 다음과 같습니다. 일명 '실미도 사건'이라고 불리는 이 사건은 1971년 8월 23일, 경기도 부천군 용유면 무의리(현 인천광역시 중구 무의동) 실미도에서 훈련을 받던 북파부대원들이 정부로부터 자신들을 제거하라는 명령을 받은 기간병들을 살해하고 섬을 탈출하면서 발생합니다. 인천에서 버스를 탈취한 뒤, 서울로 진입해 청와대로 향하던 중 수류탄을 터뜨려 자폭한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그 당시 사람들의 증언에 의하면 간첩들이 유한양행회사 앞에서 인질을 잡고 대치하고 있다가 자폭한 것으로 보도됐다고 합니다. 


백동호의 소설 <실미도>와 영화 <실미도>가 아니었다면 이들은 영원히 간첩으로 기억됐을 것입니다. 영화 속 조중사 역의 실제 모델 소대장 김방일은 영화 실미도를 이렇게 평했습니다. '영화 내용이 사실에 아주 가깝다. 원작이라고 하는 백동호의 소설 속 허구가 많이 배제됐다.' 라고 말입니다. 


숨겨진 사실에 대한 가장 가까운 기록이 영화로써 살아있습니다. 영화의 마지막 부분은 '조국의 부름에 목숨을 걸고 응답한 청년 기간병들과 분단 조국이 내몰았던 사지의 땅에서 자기 자리를 찾기 위해 울부짖으며 죽어간 서른 한 명 훈련병들의 영혼 앞에 이 영화를 바칩니다.' 라고 되어있습니다. 이렇게 영화는 억울한 영혼들의 한을 풀어주기도 합니다.


◎ 소리없는 파이팅! <글러브>


▲ 사진3 <글러브> 포스터



대부분의 스포츠 실화 기반 영화는 감동을 포인트로 두는 경향이 있습니다. <글러브>도 그런 영화 중 하나입니다. 충주성심학교는 청각장애우를 위한 특수학교입니다. 이 학교에는 야구부가 있는데요. 이들은 지금도 1승을 향해 구슬땀을 흘리고 있습니다. 이 야구부를 배경으로 만들어진 영화가 바로 <글러브>입니다. 


아무래도 청각적인 제약이 있다 보니 일반 고교 선수들에 비해 반응이 떨어지는 게 사실입니다. 영화화와 극적인 감동을 주기 위해 여러 설정을 더하긴 했지만 아이들이 희망을 표현 하는 것에서 관객들은 따뜻한 마음을 느낍니다. 단 1승을 위해 미치도록 이기고 싶어 하는 아이들의 모습에서 역경을 이겨내고 포기하지 않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소리가 들리지 않아 훈련 도중 일어날 수 있는 다양한 상황들을 잘 묘사하여 아이들의 어려움을 잘 느끼게 해줍니다. 


이 영화가 아니었다면 청각장애우로서 운동을 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 알지 못했을 것입니다. 요약하면 청각장애우들이 야구를 매개로 하여 삶의 희망에 대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영화입니다.  




위에서 3편의 실화 배경영화를 살펴보았습니다. 역사 영화를 제외한 우리나라 실화배경 영화를 보다보면 크게 두 가지로 나눠지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바로 범죄와 스포츠인데요. 범죄영화는 우리사회에서 벌어진 기괴한 범죄 사건들을 토대로 합니다. 실제로 일어났던 일이기에 소름이 돋기도 하며 주인공과 같이 분노하기도 합니다. 이런 격한 감정을 이끌어 내는데 실화 범죄 영화만큼 강렬한 것은 없는 것 같습니다.


스포츠는 장르 특성상 극적인 경우가 종종 연출되곤 합니다. 스포츠를 두고 '각본 없는 드라마'라고 하는 것이 괜한 소리는 아니겠죠. 이런 기본적인 특성에 선수들의 각종 사연들이 가미된다면 감동적인 영화를 만드는데 충분한 소재가 됩니다. 


이러한 이유로 스포츠를 주제로 한 실화 영화가 많이 제작되었습니다. 위에서 소개한 <글러브>를 비롯해 아마추어 야구선수의 프로도전기를 담은 <슈퍼스타 감사용>, 국가대표 스키점프 선수들의 이야기 <국가대표>, 여자 핸드볼의 감동 실화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 경기 도중 사망한 김득구 선수의 이야기 <챔피언> 등 다수의 영화가 있습니다. 이런 스포츠 영화들은 알려지지 않은 위대한 선수들을 다시 재조명해주는데 일조하기도 합니다.




이처럼 다양한 성격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들이 많습니다. 근데 실화를 바탕으로 한 뮤지컬이 있다는 얘기 들어보셨나요? 실제로 실화를 바탕으로 한 뮤지컬은 많지 않은데요. 9월 30일까지 공연 예정인 <평양마리아>와 6월 10일자로 막을 내린 <찍힌놈들>을 소개합니다.


◎ <찍힌놈들>


<찍힌놈들>의 줄거리는 이렇습니다. 과거 잘 나가던 시사다큐 피디에서 현재 휴먼다큐팀의 애물단지로 전락해있는 김대주는 계속된 CP와의 갈등으로 방송국에서 잘릴 위기에 처하자, 마침 교도소 폭력사태로 이슈가 된 소년범들을 이용해서 방송국과 시청자가 원하는 휴먼다큐를 만들기로 결심합니다. 


한편, 이번 사건으로 궁지에 몰려있던 소년교도소장 황서식은 잘 포장된 방송으로 시청자의 눈물샘을 자극해서 사태를 무마시켜 주겠다는 대주의 제안을 거절하지 못합니다. 그리하여 살인, 절도, 방화, 폭력 등의 죄명을 가진 아이들로 구성된 교도소 밴드가 결성되고 그 준비 과정이 다큐로 만들어지게 되는 과정을 그리고 있습니다.



▲ 사진4 <찍힌놈들> 포스터



<찍힌놈들>은 실제 소년장기수들의 사연을 재구성해서 만든 뮤지컬입니다. '찍힌 놈들'이라는 말엔 사회로부터 찍혔다는 의미와 PD에게 찍혔다는 의미가 있습니다. 이 찍힌 놈들은 자기들 스스로도 사회로부터 용서받을 수 없고 버려진 존재라는 인식을 갖고 삽니다. 우리사회도 이들을 용서해줄 기미가 보이지 않습니다. 속된말로 '어린나이에 인생 종친 애들'이라는 낙인을 찍어버리죠. 아직 많은 삶의 시간들이 남아있지만 어릴 때 한 실수가 평생 이들의 발목을 잡고 나아질 기회조차 주지 않는다면 이들은 평생 세상을 저주하며 반복된 인생을 살아갈 것입니다. 이들의 마음 깊숙한 곳엔 희망이라는 것이 있는데 그들을 둘러싼 사회는 그 희망을 꺼낼 기회를 주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PD를 만나면서 아이들은 조금씩 마음을 열고 희망을 노래하게 됩니다. 연습을 하면서 자신들도 뭔가 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닫고 해야겠다는 의지를 갖게 됩니다. 그러면서 그들의 삶엔 의욕이라는 것이 생기게 됩니다. 삶의 끝자락에서 희망을 노래하는 아이들의 모습을 담은 뮤지컬 <찍힌놈들>은 아무리 절망적인 상황이라도 포기하지 말라는 메시지를 주는 따뜻한 감동스토리입니다. 


그 밖의 특징 하나를 꼽자면 장르는 뮤지컬 이지만 연극적 요소가 아주 강한 뮤지컬이라는 것입니다. 주로 뮤지컬은 중요한 부분에서 노래를 사용하지만 <찍힌놈들>은 주요 장면은 연기로 하고 연결요소로 노래를 사용합니다. 중간에 관객을 위한 시간도 잠깐 있으니 나중에 공연을 다시 하면 가서 확인해보시길 바랍니다.


◎ <평양마리아>


<평양마리아>는 다음과 같은 내용으로 시작합니다. '빨간 장미는 죽었네 마르고 거친 장미 한 송이...' 조선혁명박물관 책임 해설원 정리화는 어느 날 남한 노래 '사랑의 미로'에 빠져 순수한 평양남자 김광남과 결혼해 쌍둥이를 낳습니다. 그런데 남편이 선물로 준 MP3가 화근이 되어 신의주 노동단련대로 추방되었다가 남편을 살리기 위해 책임보위원과 짜고 중국으로 탈북합니다. 그리고 몸을 파는 창녀가 되어 달러를 벌게 되지만 결국 하나님을 믿었다는 이유로 죽음직전에 처한 친동생 같은 '김영숙'을 살리기 위해 다시 북한으로 들어가 순교합니다.



▲ 사진5 <평양마리아> 포스터



극중 인물 정리화의 이야기는 실제 북한에 존재하던 실존 인물의 삶을 바탕으로 각색되었다고 합니다. 뮤지컬 <평양마리아>는 어느 날 중국에서 막달라마리아의 삶을 살던 평양출신 탈북녀에게 편지를 받은 정성산 감독이 이를 작품으로 만들어야겠다고 마음먹으면서 7년간 준비과정을 거쳐 완성되었습니다. 


정성산 감독은 북한의 실상을 널리 알리고 싶어 하는 작가입니다. 북한 주민들에 대한 애정이 강한 감독입니다. 그래서 정성산 감독의 작품은 대부분 북한의 현실을 기초로 만들어 집니다.  탄탄한 스토리에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모여 제작에 참여해 멋진 뮤지컬이 탄생했습니다. 


가장 특이한 점은 이중스크린기법으로 마치 영화를 보는듯한 느낌을 주는 것입니다. 무대 뒤 스크린에 투사된 영상과 실제 배우가 어우러져 독특한 느낌을 줍니다. 화려한 의상과 안무도 눈을 즐겁게 해줍니다. 가장 중요한 음악은 사람들의 마음을 치유해주기에 충분합니다. 주인공의 애절한 노래가 관객의 마음에 깊히 스며듭니다. 지금은 죽었지만 이 실화의 주인공이 하늘에서 이 뮤지컬을 볼 수 있다면 미소를 지으며 볼 것 같습니다.



이렇게 우리가 사는 세상에서 실제로 일어나는 일을 토대로 만들어지는 작품들을 보면 마치 현실이 더 허구 같다는 생각을 할 때도 있습니다. 우리가 소설, 영화, 연극 등에 흥미를 느끼는 이유는 어쩌면 그것들이 완전히 새로워서가 아니라 겉으로는 다르지만, 내면적으로 우리의 삶 중 어느 부분과 닮아있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오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작품 한 편 어떠신가요?



ⓒ 참조

- 해당 뮤지컬 공식 시놉시스 줄거리 참조

 실미도 실화 http://ch.yes24.com/Article/View/22919 글 최경진


ⓒ 사진 출처

- 표지 <도가니> 공식 포스터

-- 사진 1~5 <도가니>,<실미도>,<글러브>,<찍힌놈들>,<평양마리아> 공식 포스터




※ 본 글의 내용은 한국콘텐츠진흥원의 견해와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