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섭 (브랜드 매니저/ 엘로퀀스 에디터/ 엠넷 팝칼럼니스트)

 

 

“음악은 잠들지 않고 꾸는 꿈이다.

Music is a dream without the isolation of sleep.”

- 클라우스 슐츠 (Klaus Schulze of bands Tangerine Dream)

 

 

◎ 여는 말


지난 8월 ‘독일연방공화국 외교부(Germany’s Federal Foreign Office)’ 산하에 있는 ‘이니셔티브 뮤직(Initiative Musik)’의 주관 하에 독일의 일렉트로닉 뮤직 씬을 돌아보는 프로그램에 현재‘엠넷 팝칼럼니스트’이자 ‘엘로퀀스’의 에디터로 활동하고 있는 ‘이진섭(Jinseop Lee) 브랜드 매니저' 가 아시아를 대표하는 2인에 선정되어, 독일로 향했다. 이 프로그램에는 ‘BBC', ‘롤링스톤 지(Rolling Stone 誌)’, ‘아보폴리스(Avopolis)’를 포함하여 세계적인 매체 출신의 음악 기자와 프로듀서,DJ ,전문가들이 초청되었다. 이들은 10일 동안 쾰른, 뒤셀도르프, 베를린, 함부르크 등 독일 전역을 돌아다니면서, 일렉트로닉 음악이 현재까지 그 명맥을 유지해 올 수 있도록 좋은 풍토를 형성시켜 준 스튜디오, 레코드 레이블, 공연장, 클럽들을 방문하고, 현지 아티스트, 잡지 편집장, 엔지니어들을 직접 만나 이야기를 하면서 서로의 생각을 들여다볼 수 있었다.


또한, 국적도, 직업도, 살아온 배경도 다른 세계 각국의 전문가(Specialist)들이 다른 생각들을 서로 존중하고, 나누면서 '음악'의 마법같은 에너지로 하나가 되어 소중한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크라프트베르크(Kraftwerk)’, ‘텐저린 드림(Tangerine Dream)’  같이 전설적인 뮤지션들이 태생한 나라이자 현재까지도 전세계 '일렉트로닉 음악의 고향'으로 자리잡고 있는  ‘독일 일렉트로닉 씬'의  생생한 이야기와 현장을   4회에 걸쳐 다뤄본다.

 

 

 전설적인 공간 '스튜디오 퓌어 일렉트로니쉬 뮤직[Studio Fur Elektronische Musik]'에서 만난 사운드 장인 ‘볼커 뮐러(Volker Muller)'

 

독일에서의 첫 번째 일정은 약 50여년 간 창의적인 사운드와 새로운 시로도 다양한 프로덕션의 혁신을 일궈낸 전설적인 공간 '스튜디오 퓌어 일렉트로니쉬 뮤직[Studio Fur Elektronische Musik]'를 방문하였다.

 

사진. 스튜디오 퓌어 일렉트로니쉬 뮤직 내부 도안

 

 '쾰른'에 위치한 이 공간은 1953년 '헤르베르트 아이머르트(Herbert Eimert)'에 의해 설립된 후, 수 천여장의 음반과 방송 프로그램을 세상에 배출해 내었다.  2001년을 마지막 프로덕션으로 지금은 사운드 박물관으로 사용되고 있지만,존재만으로도 특유의 아우라를 풍기고 있었다.지금은 사용하지 않지만 여기저기 차곡 차곡 쌓여있는 테이프 레코더는 세월의 무게를 느끼게 해줬고, 손떼 가득 묻은 머신과 건반들은 엔지니어와 뮤지션의 온기가 아직도 남아있는 듯 했다.


사운드 엔지니어 '볼커 뮐러'는 그곳을 방문한 우리를 활짝 웃는 얼굴로 맞이해주었다. 그는 독일 엔지니어들이 60년대부터 90년대까지 일렉트로닉 음악을 세상에 구체화 시키는데 어떤 시도들을 했었고, 어떤 아티스트들과 작업하였는지에 대해서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특히, "초창기 유럽 지역의 일렉트로닉 음악에 대한 아이디어는 이탈리아가 제시하였다."는 점이 매우 흥미롭게 다가왔다. 하지만, 후에 "독일 정부는 이런 현상에 대해 가볍게 여기지 않았고, 엔지니어나 뮤지션들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육성했다."라고 말했다.

 

사진. 스튜디오 퓌어 일렉트로니쉬 뮤직에서 볼커 뮐러와 함께

 

음악이라는 방대한 영역에서 일렉트로닉 음악은 하나의 장르에 불과할지 모른다. 하지만, 독일인들은 전자음 가득하여 비인간적으로 느껴질 수도 있는 이 영역을 가장 인간적이고, 가장 호기심 가득한 놀이터로 만들어 놓은 점이 가장 인상적이었다.

 

사진. 볼커 뮐러 


개인적으로 볼커 뮐러에게 예전과 지금 일렉트로닉 음악 씬에서 확실하게 다르다고 느껴지는 점은 어떤 것인지 조용히 다가가서 물어봤다. 그는 천진난만한 어린 아이의 웃음을 하면서 뉴스 멘트와 라디오 스테이션 주파수를 잡는 튜닝을 섞어 사운드를 요리하더니, 우리가 상상할 수 없는 사운드를 즉석에서 들려주면서 이렇게 이야기했다.(일종의 에코와 루핑이 어떤 이펙트나, 기계적인 장치 없이 녹음기, 플레이어, 엠프, 그리고 마그네틱 테이프로 구현되고 있는 순간이었다.)


 "지금과 같이 테크닉이 발달하지 않은 시절에 우리는 더 많은 상상을 했고, 더 많은 실험을 했다.


그것이 지금 오히려 기계에 들어가 있을 뿐이다."

 

 

◎ 20주년을 맞이하는 '쾰른’ 사운드의 원형 ‘콤팍트 레코드(KOMPAKT Records)’

 

사진. 콤팍트 레코드 대표 레인하르트 보이그트

 

전설적인 공간에서 볼커 뮐러와 작별을 고하고, 독일을 대표하는 테크노 뮤직 레이블에서 현재는 세계적인 일렉트로닉 뮤직 레이블로 20년 동안 명맥을 이어온 '콤팍트 레코드(Kompkt Records)를 방문할 수 있었다.


우리가 방문하였을 때 콤팍트 레코드의 대표 '레인하르트 보이그트 (Reinhard Voigt)'는 수 많은 스탭들과 아티스트'코마(COMA)'와 함께 문 앞까지 나와 그곳을 방문한 우리들을 반갑게 맞이해주었다. 또한 그는 레코드 샵 구석구석과 사무실, 창고, 개인 공간까지 직접 안내해주면서 콤팍트 레코드의 역사와 비전 그리고 테크노 음악씬에서 자신들이 주목하고 있는 가치에 대해서도 이야기해주었다. 20주년을 맞이한 '콤팍트 레코드'는 레이블, 매니지먼트, 공연 산업 등 다양한 비즈니스 영역을 발굴하고, 독일 일렉트로닉 음악 뿐 아니라, 전세계 일렉트로닉 음악의 요람으로 자리잡기를 희망하고 있었다.

 

 

 잡지는 변화한다. '인트로 매거진(INTRO MAGAZINE)'


쾰른의 마지막 목적지는 매월 14만부라는 엄청난 양의 잡지를 무가지 형태로 발행하고 있는 '인트로 매거진'이었다. 쾰른의 랜드마크이자 미디어 타워로 잘 알려진 4211 빌딩 4층에 자리잡고 있는 '인트로 매거진'은 '음악'을 중심으로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가고 있었다.  현재, 독일에서 가장 뜨거운 매거진으로 급부상하고 있는 데는 그 나름의 이유가 있었다. 편집장 '토마스 뱅커(Thomas Venker)'는 '컨텐츠의 질적 향상을 위한 꾸준한 노력','음악 외적 요소와 결합을 추구하고, 확장을 시도하지만, 음악 본질에는 흔들림 없는 정신','스탭들의 열정' 세 가지에 대해 대단한 자부심을 가지고 있었다. 또한 그는 "현재 매체의 중심은 디지털로 축을 옮겨가고 있지만, 디지털 매체가 단편성을  트랜스 액티브(Trans-Active)할 수 있는 매체로 잡지라고 말해주었다."

 

사진. 인트로 매거진 편집장 토마스 벵커


일본에서 온 '교토 재즈 매시브(Kyoto Jazz Massive)'의 프로듀서 '슈야 오키노(Shuya Okino)'와 이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인트로 잡지의 14만부의 발행부수가 너무 많은 것은 아닌지?'에 대해 의문을 가지면서 '물리적 형태의 종이 매체들이 해를 거듭할 수록 하나 둘씩 사라져가고, 사람들로부터 점점 잊혀져 가는 한국과 일본에 비해 독일은 고전적인 형태를 고집하거나, 어떤 허세를 부리고 있는 건 아닌지.'에 대해서도 밤새 토론 끝에 잠들었다.


아침에 우리는 숙소를 떠나면서 호텔 프론트에 놓여져 있는 '인트로 매거진'을 볼 수 있었다. 순간 ‘슈야’와 나누었던 이야기에 다른 가정을 해보았다. 만약 '컨텐츠를 원하는 사람들이 여전히 존재하고, 호기심과 문화적 자산이 끊임없이 순환된다면' 우리가 했던 의문점과 토론의 마침표는 자연스럽게 정리되는 것이었다. 생각해보니, 한국의 호텔 프론트에서 음악 잡지를 볼 수 있었나. 아니 꼭 그것이 음악 잡지가 아니어도 사람들은 컨텐츠를 얼마나 관심있게 보고 있는가.에 대해 내 자신에게 질문했을 때는 석연치 않은 마음만 들고 있었다.    

 


 닫는 말


‘쿵쾅거리는 음악이 나오는 클럽’, ‘알코올’, ‘여자와 남자의 끈끈한 시선’, ‘화려한 조명’, ‘트랜디한 패션’,'파티', 'EDM(Electronic Dance Music)’… 2013년 10월, 현재를 사는 우리는 일렉트로닉 음악에 대해 몇 가지 이미지를 떠 올린다. 한편으로 생각해봤다. “언제부터 한국에서는 이런 유희의 연상이미지들이 ‘일렉트로닉 음악'의 본연의 모습과 정신들을 가려버렸을까?” 하고 말이다. 어찌 보면, 현재 ‘유희적 대상’과 ‘정신적 부재’에 흔들리고, 취해버린 '한국의 EDM 컬쳐'란 포장지만 화려하고, 속은 텅 빈 선물상자에 불과할지 모른다. 물론, 이런 견해가 한국 일렉트로닉 씬의 아쉬움의 표현이지, 일렉트로닉 음악 자체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을 보내는 것은 절대 아니다. 단지, 음악을 ‘향유적 대상물’ 혹은 ‘그저 들으면 좋은 것’이라는 속성에 익숙해져,그것이 존재하게 된 과정과 노력들에게 너무 오랫동안 마음과 생각을 닫고 살고있는 것은 우리들의 모습이 '일렉트로닉 음악'에도 예외는 아니기에 조심스레 우려를 표명해본다 

 

 ‘독일', 일렉트로닉 음악으로 여행하다.  #2 편에서 계속됩니다.

※ 본 글의 내용은 한국콘텐츠진흥원의 견해와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