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만화계에서의 ‘원작’이란─①원작의 의미와 원작료

상상발전소/칼럼 인터뷰 2013. 10. 31. 14:09 Posted by 한국콘텐츠진흥원 상상발전소 KOCCA

선정우 (코믹팝 출판사 대표, mirugi.com 운영)

  


■ 일본 만화계에서의 ‘원작자’라는 존재


일본 만화계에서 ‘원작자’라 함은 한국에서 말하는 스토리작가를 의미한다. 다만 한국에서도 일본의 영향을 받아 원작자라고 말하기도 하고, 일본에서도 ‘원작자’라는 표기가 실태를 정확히 반영하지 못한다는 이유로 원작자 표기를 거부하는 원작자도 있기 때문에 반드시 정해진 용어는 아니다. 애초에 이런 식의 용어는 법적으로 규정된 것도 아니니 당연히 케이스마다 다르기 마련이다. 예를 들어 조직 내의 직함도 회사마다 다르고, 영화나 TV에서 스태프 명칭도 반드시 모든 경우에서 완벽하게 통일되어 있지는 않은 것과 비슷하다고 할 수 있겠다.

 

본래 일본만화에서 스토리작가를 ‘원작자’라고 표기하게 된 것은, 연재 지면 및 단행본의 작가 표기에 ‘원작:○○○, 만화:□□□’라는 식으로 표시되었기 때문이다. 즉 ‘원작’을 담당했으므로 ‘원작자’라는 것이다. 하지만 본래 ‘원작’이라고 하려면 그 만화에 원작이 별도로 존재하는 경우, 즉 예를 들어 도스토예프스키의 『죄와 벌』을 만화화하면 ‘원작:도스토예프스키, 만화:□□□’라는 식으로 표시하는 케이스를 가리키는 것이 보다 더 합당할 것이다. 왜냐하면 ‘원작(原作)’이라 함은 원래의 작품이 별도로 있다는 의미라고 보아야 할 테니까.

 

그런데 일본에서는, 원작에 해당하는 작품이 별도로 존재하지 않고 그 만화만을 위해 오리지널 스토리를 집필한 경우에도 ‘원작’이란 표기를 해왔다는 것이다. 그로 인해 일본만화에서 ‘원작:○○○’ 식으로 나와 있더라도 그 표기만 가지고는 정확히 어떤 케이스인지 판단할 수 없다. 진짜로 원작 작품이 별도로 있는 것인지, 아니면 단지 스토리작가가 만화 스토리를 쓴 것인지 그 자체로는 구분할 방법이 없다는 이야기다.


(그 때문에, 예를 들어 일본만화에 대해 데이터나 통계를 작성하고자 할 경우 그런 부분을 이해하지 못한 채 만들게 되면 잘못된 결과가 나올 우려도 있다. 예를 들어 단순히 ‘원작:○○○’라고 써있는 것을 그대로 항목으로 처리했을 경우, “일본만화에서 원작물이 차지하는 비중은 몇%인가?”라는 질문에 대해 원작 표기만의 데이터를 뽑아내게 되면 그 결과는 틀리게 될 것이라는 말이다. 앞서 설명했듯이 실제로  ‘원작:○○○’라는 표기 안에는 원작물인 경우와, 그렇지 않고 스토리작가 별도일 뿐 원작이 따로 있지는 않은 경우가 병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진1,2,3 일본만화를 원작으로 한 한국의 영화와 드라마.

왼쪽부터 『올드 보이』『미녀는 괴로워』『꽃보다 남자

 


■ 원작이 있는 경우의 만화화


그러므로 일본만화에서 똑같이 ‘원작:○○○’라고 써있는 경우에도, 그 ‘○○○’라는 사람 혹은 업체가 해당 작품의 창작에 있어 맡은 업무의 형태도 다르고 받는 ‘원작료’의 구성과 금액도 다르게 된다. 알기 쉽도록 현실적인 예를 들어서 설명하겠다. (물론 개별 작품의 계약 내용은 대개 대외비로서 비공개이므로 필자를 비롯하여 타인이 자세히 알 방법은 없다. 따라서 여기에서 예로 드는 작품의 경우에도 계약 내용의 상세는 필자도 모른다. 독자가 알기 쉽도록 작품을 예로 드는 것 뿐이지 계약 내용은 전부 예로 든 것에 불과하니 오해가 없기 바란다.)

 

타 작품을 만화화할 때 그 ‘원작’에 해당하는 장르는 여러 가지가 존재한다. 소설의 만화화, 영화의 만화화, 애니메이션의 만화화, 게임의 만화화 등등. 심지어는 에세이나 비즈니스 서적, 교과서, 교재, 그밖에 다양한 장르의 작품이 만화화되고 있다. 그 중에 예를 들어 『은하영웅전설』이란 작품이 만화화된 경우를 예로 들어보겠다. 『은하영웅전설』은 타나카 요시키라는 소설가가 집필한 일본의 장편소설이다. 이 작품은 여성만화가 미치하라 카츠미가 만화화해서 단행본으로도 출간되었다. 이런 케이스에서 작품을 구상하는 것은 보통 출판사 측의 기획이다. 아무래도 만화가가 개인적으로 소설가와 친분 관계가 있기도 힘들고, 특히나 일본에서는 그런 개인적 친분만으로 비즈니스가 진행되는 것은 매우 예외적인 상황이기 때문에 이 작품도 아마 출판사의 기획을 통해 만들어졌을 것으로 추측된다. 즉 『은하영웅전설』이란 인기 소설을 만화화해보자는 출판사의 기획이 먼저 있고, 그 다음에 만화가를 섭외하다가 미치하라 카츠미란 작가가 선정되었을 가능성이 높다는 이야기다.

 

그렇게 되면 그 만화가의 그림체나 이전에 냈던 작품을 원작자 타나카 요시키에게 보여주고, “이런 만화가 분께 『은하영웅전설』 만화를 그리도록 하려고 하는데 허락해주시겠습니까”라는 식으로 컨택이 들어가게 된다. 물론 그 컨택도 타나카 요시키에게 직접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은하영웅전설』의 출판사를 거쳐서, 그 출판사의 『은하영웅전설』 담당자가 기획안을 들고 타나카 요시키에게 보여주는 것이다. 그러므로 보통 만화판 출판사가 우선 기획안을 내부에서 만들고, 그 기획안을 원작 출판사(만약 영화나 애니메이션 원작물이라면 제작사)에 들고 가서 1차로 원작 출판사 내부적 OK를 받고, 원작 출판사 담당자가 원작자에게 기획안을 갖고 가서 “이번에 ×× 출판사에서 우리 작품을 만화화하자는 이야기가 들어왔다”고 전달하여 원작자로부터 OK를 받고, 그 다음에 만화판 출판사에서 만화가를 선정하고, 그 만화가를 원작 출판사(를 거쳐 원작자에게)에 제시하여 만화가에 대한 2차 OK를 받고, 그 만화가가 그려온 플롯과 콘티를 다시금 원작 출판사(를 거쳐 원작자에게)에 제시하여 최종 허가를 받은 다음에야 원작물의 만화화가 시동하는 것이다.

 

이 경우에, 특별한 이유(원작자가 “내가 한 번 만화 콘티를 직접 짜고 싶다”고 한다든지)가 있지 않는 한 만화화는 사실상 만화가가 전담해서 작품을 만들게 된다. 그때 연재분을 콘티 단계에서 매회마다 원작 출판사(를 거쳐 원작자에게)에 전부 전달하게 되는데, 원작자나 원작 출판사가 까다로운 경우에는 컨펌 작업이 오래 걸린다거나 세밀한 지시 사항이 떨어지는 경우도 있다. 원작 작품의 세계관 등에 대해 원작자 측에서 민감한 경우가 일본에서는 상당히 많기 때문에, 원작자 측이 까다롭든 그렇지 않든 무조건 웬만하면 세세히 컨펌을 받는 경우가 많다. 이는 비단 만화화의 경우만이 아니라, 일본에서 원작물을 2차로 다른 작품으로 만들 때에는 대부분 마찬가지다. 그 때문에 일본에서는 원작이 소설이든 만화든 영화든 애니메이션이든, 2차로 다른 작품을 만들 때에는 완전히 갑-을 관계처럼 되어버리는 경우가 많다. 그러다보니 한국 등 타국과의 관계에서 이런 부분이 잘 이해되지 못하는 케이스가 있는데, 할리우드나 한국에서 일본 원작을 영화화했을 때 일본 원작자 측과 트러블이 생기는 경우의 태반이 저런 일본 내부의 관습을 타국에서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에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한국이 일본만화 『칸나씨 대성공입니다!』를 영화화했던 『미녀는 괴로워』 관련 트러블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 작품을 영화화한 『미녀는 괴로워』를 다시 뮤지컬화한 뮤지컬 『미녀는 괴로워』란 작품이 존재하는데, 이 작품은 영화판 『미녀는 괴로워』를 뮤지컬로 만든 것이기 때문에 영화제작사에만 허락을 얻고 판권료도 영화제작사 측에 지불하고 만들었다. 그러나 이 경우 영화판 『미녀는 괴로워』도 만화 『칸나씨 대성공입니다!』를 원작으로 한 것이므로, 일본측 출판사와 원작자가 한국의 영화제작사를 저작권 위반으로 고소했던 일이 2011년 발생했던 것이다. 법적으로는 저작권 침해가 아니라고 하여 도쿄지방재판소에서 각하 판결이 나왔지만, 애초에 ‘원작’이란 존재에 대해 일본업계가 얼마나 까다로운 태도를 견지하는지 알 수 있는 사례 중 하나다.

 

그 밖에도 『우주전함 야마토』 애니메이션의 저작권을 둘러싸고 만화가 마츠모토 레이지와 애니메이션판을 제작했던 프로듀서 니시자키 요시노리(주)의 저작권 분쟁(니시자키 프로듀서 승소), 국내에서 애니메이션판이 유명하지만 원작만화에서 스토리작가였던 미즈키 쿄코(나기타 케이코)와 만화 그림을 그린 이가라시 유미코의 『캔디 캔디』 분쟁 등, 일본에서는 작품의 ‘원작’을 둘러싼 분쟁이 상당수 존재하는데 그 근원에는 결국 일본만화계에서 ‘원작’이란 단어가 가지는 복잡성도 바탕에 깔려 있지 않은가 필자는 생각한다. 즉 도대체 작품을 누가 만들었고 각 개별 창작자나 기획자가 작품에 어느 정도 관여했는지가 불분명하다는 이야기다. 미국 할리우드에서는 이미 예전에 그런 시기를 지나면서 모든 일에 계약서와 세세한 계약 내용을 준비하는 관행이 자리잡았지만, 일본에서조차도 아직까지 잡지 연재에 계약이 존재하지 않고 단행본 출간시에 쓰는 계약서도 할리우드의 영화 계약서와 비교하면 훨씬 불철저하다는 점에서 이런 문제들이 나중에 발생하는 근원을 만들고 있지 않은가 생각된다.

 

*주 - 일본 위키피디아 등에는 니시자키 요시노‘부’로 표기되어 있지만, 2012년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 『우주전함 야마토』 특별전을 했을 당시 일본측 판권업체에서 확인해준 바에 따르면 ‘요시노리’가 맞다고 한다. 실제 일본의 애니메이션 업계 관계자는 ‘요시노리’라고 발언하는 경우도 많은데, 일본 국내에서도 “요시노부인데 어째서 요시노리라고 발음하는가?”라는 반응이 있는 등 헷갈려 하는 사람이 많은 것 같다.

 


■ 일본만화의 원작 표기


한 가지 더 첨언하자면, 일본만화의 ‘원작:○○○, 만화:□□□’라는 표기에서 만화가의 역할 표현에도 여러 가지가 있다.  ‘원작:○○○, 만화:□□□’라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원작:○○○, 작화:□□□’라고 하기도 하고,  ‘원작:○○○, 그림:□□□’이라고도 한다. 원작자에 대해서도 ‘원작’만이 아니라 ‘각본’, ‘스토리’ 등 다양한 표기가 있다.

 

한국에서는 과거에 ‘글:○○○, 그림:□□□’이란 표기가 일반적이었던 적도 있었다. 그로 인하여 국내에서 그런 부분에 대해서도 오해가 있는 듯 한데, 표기법이 다르더라도 대부분의 경우에는 전체적으로 비슷한 역할이라고 보면 된다. 세세하게 따지자면 물론 백이면 백 작품마다 전부 조금씩 역할이 다르겠지만, 이런 식으로 표기해야만 한다는 법칙이 따로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그때그때 만화가와 원작자 사이에서 협의하여 정하는 것일 뿐 완전히 다른 역할이 따로 있어서 표기가 다양한 것은 아니다.

 


■ 원작이 있는 경우의 ‘원작료’


앞서 언급했듯이 실제로 존재하는 작품을 원작으로 만화화를 진행할 경우에는, 특별히 원작자가 까다롭게 하나하나 지적 사항을 제시하는 케이스를 제외하면 대개 원작자 본인보다 그 작품 출판사의 담당 편집자가 확인하게 된다. 일본에서는 소설이든 만화든, 작품 기획과 제작에 있어 담당 편집자의 존재가 매우 중요하여 “작품은 작가와 편집자의 2인 3각”이라는 말이 일반적일 정도로 편집자가 사실상 기획자나 다름없기 때문에 그런 일이 많다.

 

또한, 일본만 그런 것은 아니겠으나 2차 작품이 만들어질 만큼 유명한 원작을 만들어낸 원작자가 2차 작품의 체크를 하느라 ‘시간 낭비’하는 것을 원작 담당자와 원작 출판사가 바라지 않기 때문이란 이유도 있다. 대개의 경우 담당자는 원작자에게 ‘그쪽 작가와 편집부가 알아서 잘 만들어줄 것이고, 또 나도 잘 체크할 테니까 당신은 그럴 시간이 있으면 본인의 새 작품에 집중하라’고 말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특별히 원작자가 휴식 시간을 갖고 있다든지 하는 특별한 케이스가 아닌 경우 대개 원작자가 심각할 정도로 체크를 하진 않는다. 그리고 체크를 한다고 해도, 그건 ‘이건 원작의 세계관과 맞지 않는다’거나 ‘이건 이래서 잘못되었다’, 혹은 원작이 아직 종료되지 않았을 경우 ‘나중에 원작이 이렇게 진행될 것이니 이 부분 내용이 이렇게 되면 곤란하다’는 식이 대부분이지, 2차 작품에 대해 아예 새로운 뭔가를 창작해주진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니 ‘원작료’라는 것도 사실 생각만큼 엄청나게 높진 않은 경우가 많다. 국내에는 일본만화에 대해 여러 가지 환상이 많은데, 앞서 언급했듯이 일본만화에서 ‘원작’이란 두 가지 의미를 갖고 있고, 그 중에서 실제 만화 작품의 스토리를 쓰는 ‘스토리작가’로서의 원작의 경우에는 당연히 연재 원고료나 단행본 인세 수입에서 상당부분을 퍼센티지로 계산해서 받게 된다. 하지만 그게 아니라 실제 작품에 관여하지 않는, 말 그대로의 ‘원작’으로서 원작료만 받게 되는 경우의 금액이 수십 %나 될 리는 당연히 없는 것이다. 작품 제작에 전혀 관여하지 않는 상황에서, 아무리 그 작품의 본래 줄거리와 세계관을 만들었다고 해서 예를 들어 전체 수입의 30%를 받겠다고 한다면 그런 계약에 OK하고서 2차 작품을 만들 업체는 많지 않을 것이다. 특별히 예외적인 케이스를 제외한다면, 원작료가 매우 높은 퍼센티지가 되진 않는다.

 

따라서 예를 들어 일본에서 엄청난 인기작가의 만화 작품이 영화화된다고 해도, 원작료가 의외로 그다지 높지 않은 편이다. 실제로 2012년 4월 개봉되어 일본 국내에서만 59.8억엔의 흥행수입(일본영화제작자연맹 2013년 1월 발표자료)을 기록하며 엄청난 인기를 얻은 영화 『테르마이 로마이』의 예를 들어보겠다. 『테르마이 로마이』는 2008년부터 연재된 만화로 2010년도 ‘서점원이 뽑은 만화대상’ 및 제 14회 테즈카 오사무 문화상을 수상했다. 2012년에 TV애니메이션과 영화로 만들어져 ‘기록적인 대히트’였다고 하며, 단행본 전 6권이 지금까지 누계 800만부나 발행된 히트작이다.

 

그런데 올해 2월 일본 TV에 출연한 『테르마이 로마이』 작가 야마자키 마리가 “영화화 원작료로 받은 돈은 약 100만엔(약 1120만원)”이라고 밝혀 화제가 되었다. 60억엔 가까운 흥행수입과 비교할 때 원작료가 고작 6000분의 1밖에 안된다는 것이다. 영화 흥행수입의 1%도 아니고 0.017%에 조금 못 미치는 액수다. 심지어 한국에서조차도, 스포츠동아의 2013년 5월 1일 보도에 따르면 인기 웹툰을 국내에서 영화화할 때 원작료가 3~6천만원 정도, 그리고 극소수의 케이스라고는 하나 원작료 1억원을 받는 작가도 있다고 한다. 설령 이 보도가 어느 정도 과장되어 있다고 하더라도, 적어도 국내 웹툰의 영화 원작료 수입은 『테르마이 로마이』보다는 높은 것이 분명하지 않겠는가. 기사에서는 심지어 “과거 1000~2000만원에 머물던 판권료”, “신인의 경우 아이디어가 좋은 작품은 1000만원을 훌쩍 넘긴다”고도 하고 있으므로, 국내에선 1000만원의 원작료라고 하면 ‘과거에나 받던 금액’이거나 ‘신인 만화가의 웹툰 중에서 괜찮게 받으면 받을 수 있는 금액’이란 말이 된다. 그 정도에 불과(?)한 금액을, 한국보다 만화시장의 규모가 엄청나게 더 큰 일본에서, 상도 받고 발행부수도 웬만한 한국만화보다 훨씬 많았던 인기 작품에 지불됐다는 이야기다.

 

심지어, 일본 IT미디어 뉴스에 실린 산케이신문 2013년 4월 16일 기사에 따르면 일본문예가협회에서 정해놓은 ‘저작물 사용료 규정’에는 영화화 판권 사용료를 ‘상한선 1천만엔’으로 정해놓고 있다는 내용도 나온다. 물론 이것은 소설 원작에 주로 해당되는 이야기겠고 또 일본의 모든 작가가 이 협회에 가입하고 있는 것도 아니겠으나, 일본 영화업계에서는 판권료의 ‘상한선’을 아예 정해놓고 있다는 이야기는 『테르마이 로마이』의 판권료 1120만원과 함께 생각해보면 어느 정도 시세를 판단할 수 있는 근거가 될 것이다. 일본영화계에서는 원작료가 천정부지로 뛰어오를 여지를 원천적으로 차단해놓고 있다는 의미다.

 

물론, 굳이 설명할 필요도 없겠지만 이 이야기는 한국에서 만화를 그리면 일본보다 돈을 더 번다고 말하려는 것은 아니다. 어디까지나 ‘한국에서 상상하는 것만큼 일본이 만화의 천국인 것만도 아니다’라는 말이다. 즉 일본에서 히트를 못하면 한국에서 히트한 작가보다는 돈을 훨씬 못벌 것이고, 또 일본에서는 만화가 지망생이 한국에 비해 워낙 압도적으로 많기 때문에 경쟁도 훨씬 치열하여 애초에 ‘일본에서 히트하기’ 자체가 매우 힘들다는 점을 먼저 생각해둬야 한다는 것이다.

 

『테르마이 로마이』의 경우 워낙 큰 히트였기 때문에 영화만이 아니라 애니메이션화도 되었고 관련 상품도 몇 가지 출시되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단행본 판매량이 매우 높기 때문에 작가의 수입 전체로 따지자면 웬만한 한국의 만화가보다 훨씬 높았을 것이다. 그런 점에 대해 과소평가하려는 것은 아니고, 일본 시장이 아무리 크다고 하나 개별 사안에서 ‘원작료’가 생각만큼 높은 것만은 아니라는 현실을 설명하고자 한 것이다. 다만 일본의 경우, 『테르마이 로마이』 같은 성인독자 대상의 작품은 캐릭터상품 수가 아무래도 적기 때문에 불리하지만 『드래곤볼』『세일러문』과 같은 보다 더 어린 아동층이나 학생층 대상 작품은 완구, 문방구, 심지어는 식품까지에 이르는 다양한 상품화를 통해 다방면에서 판권 수입이 발생하기 때문에, 개발 상품의 원작료는 비중이 적더라도 전부 합치면 높은 금액이 될 수 있다는 점이 한국에 비해 유리한 점이겠다. 하지만 그것은 국내에서도 아동용 작품의 경우에는 마찬가지로 상품화가 많을 수 있기 때문에 마찬가지인데, 다만 국내에선 최근 들어 아동 대상의 작품이 만화에선 오직 학습만화 장르에서만 만들어지고 있기 때문에 일본과는 사정이 다르다고 할 수 있다. (국내에선 학습만화나 애니메이션, 혹은 캐릭터 전문업체의 자체 캐릭터 등이 좀 더 상품화가 잘되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사진4 곧 국내에서 영화가 개봉될 예정인 만화 『테르마이 로마이』 2권, 3권

(야마자키 마리ヤマザキマリ 저/엔터브레인 출판/2010~2011년)



◎사진 출처

-사진1 <올드 보이> 포스터

-사진2 <미녀는 괴로워> 포스터

-사진3 <꽃보다 남자> 포스터

-사진4 엔터브레인 출판

※ 본 글의 내용은 한국콘텐츠진흥원의 견해와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