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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발전소/방송 영화

괴물과 괴물이 만든 지독한 잔혹사 <화이: 괴물을 삼킨 아이>

by KOCCA 2013. 10. 24.

 

 소년은 성장합니다, 그리고 괴물이 되죠. 이 한마디가 모든 서사의 시작이자 끝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 지독한 과정을 관객들은 치를 떨면서도 볼 수밖에 없습니다. 왜냐하면 이 영화는 정말 그런 ‘괴물 같은’ 매력을 가지고 있으니까요. 조금 더 스스로의 정체성에 가까워지는 과정에서 겪는 성장통이라고 해야 할까요, 아니면 괴물과 마주하는 소년만의 잔인한 방법론이라고 해야 할까요. 처음 마주한 세상의 ‘정체’, ‘나’만 모르는 진실에 가까워지는 소년. 영화 <화이: 괴물을 삼킨 아이>입니다.

 

 

▲사진2 영화 <화이> 포스터

 

 

1. 담담하게 풀어낸 서사, 그 ‘강렬함’

 

영화는 무감각하게 핵심 서사를 관객들 앞에 고스란히 드러냅니다. 담담하고 미니멀하게 기본에만 충실해보자는 방식이죠. 범죄조직에서 길러진 ‘화이’라는 소년이 ‘나는 누구인가?’ 하는 의문을 품으면서 영화는 급행열차를 타고 달리기 시작하죠.
이런 기본적인 서사에 관객들이 빠져드는 이유는 다소 간단합니다. 감독이 말하고자 하는 것이 분명하기 때문입니다. 억지로 어떤 서사를 구겨 집어넣거나, 상징적인 요소를 마구 배치해서 산만한 느낌이 드는 영화보단 훨씬 몰입도가 좋은 편입니다. 더불어 영화에 적절히 배치한 액션 요소들은 다소 심플하게 느껴질 수 있는 서사에 활력을 불어넣는 역할을 합니다. 적당히 잘 조합된 요소들이 관객을 영화 안으로 당긴다고 할까요? 이런 기본만이 가질 수 있는 ‘강렬함’이란 표현이 어울릴 것 같네요.

 

▲사진3 영화 <화이> 스틸컷

 

 

2. 은밀하게 기묘한 ‘모순’

 

서사 자체가 단조롭기 때문인지, 캐릭터 특수성은 엄청납니다. 특히 주목할 것은 화이(여진구)와 석태(김윤석)의 강한 대립구도죠. ‘괴물’이라는 키워드로 상징화되는 이 기이한 부자관계는 뒤틀려있죠. 이 뒤틀린 관계는 결국 죽음으로 이어지고, 그 죽임이 소년을 성장시키는 자양분이 됩니다. 누군가의 마지막이 누군가에겐 새로운 시작이 되는 거죠. 이 아이러니가 화이에겐 좀 특별합니다.
영화는 화이의 모든 ‘아버지’를 죽음으로 몰아넣습니다. 일종의 신화적인 구조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아들이 가지는 아버지에 대한 콤플렉스라는 표현도 좋을 것 같네요. 이유야 어찌됐건 영화의 본격적인 스토리는 ‘친아버지의 죽음’으로 시작해서 ‘괴물 아버지(석태)의 죽음’으로 끝이 납니다. 소년에게 ‘아버지의 죽음’이 가지는 의미는 다소 복잡해보입니다. 그 복잡한 의미를 쉽게 보여주기 위해서 많은 아버지가 필요했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성장의 핵심에 아버지들의 죽음이 서있는 거죠.


▲사진4 영화 <화이> 스틸컷

 

 

3. 거칠게 끌려가는 스토리의 ‘호흡’

 

소년의 성장영화라는 특징 때문인지, 감독 특유의 감성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영화는 좀 듬성듬성 스토리를 이어갑니다. 스토리의 호흡이 좀 거칠다고 할까요? 물론 이 영화의 장르가 섬세하고 세밀한 감성을 요하는 건 아니라는 특성도 무시할 수 없겠죠.
하지만 마치 몇 년 전 유행했던 광고 카피 마냥 ‘따라올 테면 따라와 봐.’ 하는 것 같았습니다. 영화 전반의 리듬도 급했고, 스토리를 쫓아가기엔 러닝타임이 좀 짧았던 감도 있습니다. 몰입에 방해될 정도로 급박한 느낌은 아니었지만, 마치 스토리의 진도를 위해서 관객을 끌고가는 기분이라 조금 아쉬웠습니다.


▲사진5 영화 <화이> 스틸컷

 

 

4. 충무로에 등장한 ‘새로운’ 배우

 

모든 장단점을 다 제쳐놓고 보더라고, 이 영화의 의미는 ‘여진구’라는 배우의 재발견이라는 핵심적 의미를 내포하고 있습니다. ‘화이’ 역을 맡은 배우 여진구는 그야말로 ‘화이’ 그 자체였습니다. 감히 정점을 찍었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였죠.
충무로 연기파 배우들 사이에서 소년이 돋보인 건 사실상 엄청난 발견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대한민국 대표 배우 김윤석의 카리스마에 절대 물러서지 않는 독보적인 존재감. 어린 배우에게서 믿지 못할 느낌을 받았습니다. 단 한 순간의 괴리감도 없이 완벽히 ‘화이’라는 캐릭터를 표현하는 힘이 그야말로 엄청났습니다. 앞으로 충무로의 별이자 대한민국 대표 배우로 성장할 큰 저력의 발견이었습니다.


▲사진6 영화 <화이> 스틸컷

 

 

5. 무의미한 소년의 성장론

 

테마는 분명 ‘성장 영화’였을 겁니다. 결과적으로도 어떤 소년의 성장 기록이라고 할 수 있죠. 하지만 이 성장론의 의미에서 멈칫하게 됩니다. 선과 악의 경계가 흐려진 소년, 그리고 괴물이 될 수 밖에 없었던 소년에 대해서 그리고 싶었던 걸지도 모릅니다. 비좁은 경계선상에서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고민하고 끝없이 찾는 과정이 핵심일지도 모르죠. 하지만 그 어떤 의미도 부여하기 전에 영화는 끝이 납니다. 그렇기에 무의미해지는 거죠. 하지만 이 영화는 무의미해야만 했습니다. 무의미해야 의미 있는 결말이 되는 거니까요.

 

 

◎사진출처
-사진1-6 영화 <화이> 공식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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