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구름 한 점 없이 하늘은 높아지고 말은 살찌는 가을입니다. 이젠 제법 날씨도 쌀쌀한데요. 독서의 계절 가을을 맞아 지난 10월 1일, 홍대에서 <제 9회 서울와우북페스티벌>이 열렸습니다. 1일부터 6일까지 진행되는 이번 <와우북페스티벌>에는 ‘만인을 위한 인문학’을 컨셉으로 각종 다채로운 행사가 마련되어 있습니다. 관람객들은 <와우북페스티벌>의 꽃인 ‘거리도서전’은 물론 ‘상상마당과 함께하는 와우북 상상만찬’을 통해 각종 전시를 볼 수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와우북 판타스틱 서재’를 통해 독자와 작가의 만남의 장도 열릴 예정입니다.

 

▲사진2 밥 장 작가가 그린 <서울와우북페스티벌> 포스터

 

최근 들어 중요한 학문으로 화두에 오르고 있는 인문학을 페스티벌에 엮어낸 만큼 특별한 행사도 준비되어 있습니다. 예술관련 직업을 갖지 않는 이상 ‘일’과 ‘인문학’은 참 어울리기 힘든 조합이라고 생각하는데요. <와우북페스티벌>에서는 ‘마인드브릿지 인문학 콘서트’를 통해 앞으로 세상을 이끌 젊은이들이 ‘인문학적으로 산다’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볼 수 있습니다. 이 인문학 콘서트에선 <왜 일하는가?>에 대한 질문에 여러 분야의 인물들의 생각을 들어볼 수 있다고 합니다. 지난 1일 홍대에 위치한 서교예술실험센터 지하1층에는 ‘마인드브릿지 인문학 콘서트’의 일환으로 국내 유명 일러스트레이터 밥 장 작가가 강연을 했습니다.

 

▲사진3 강연을 기다리는 사람들

 

강연 시간인 오후 7시가 되기 전부터 강연장에는 많은 사람들이 모였습니다. 모두 밥 장 작가의 강연을 듣기 위해 사전 신청까지 한 사람들이었습니다. 아마 밥 장 작가의 이름을 잘 모르는 사람들도 그림을 보면 ‘아~ 이 그림!’하는 감탄사가 절로 나올 것 같은데요. 밥 장 작가는 이번 강연을 통해 사람들이 ‘내 시간의 주인공’이 되어야 한다고 했습니다. 과연 밥 장 작가는 어떻게 ‘내 시간의 주인공’이 될 수 있었을까요?

 

 


 

▲사진4 밥 장 작가의 작품들

 

'비정규 미술가’. 밥 장 작가를 수식하는 말들 중 하나입니다. 미술학원에 다니고 미대에 진학하는 많은 미술가들과 달리, 경제를 공부하고 소위 말하는 대기업에 다니는 샐러리맨이었기 때문이지요. 그림을 배운 적이 없던 밥 장 작가는 회사를 그만 두고 힘든 시절, 손톱깎이나 녹즙기처럼 주변의 사물들을 그리며 마음의 위안을 얻었습니다. 그림을 계속 해야겠다고 마음먹었을 땐 주변에서 걱정하는 소리가 끊이지 않았죠. 남들의 ‘자존심 깔창’ 역할을 맡아야 했던 그는 지금은 “내가 너 이럴 줄 알았다!”라는 소리를 듣는다고 합니다.

 
밥 장 작가는 이렇게 자신이 일러스트레이터로 발돋움 할 수 있었던 원동력으로 자신이 그림 그리는 일을 정말 좋아했던 것을 꼽으며 소탈하게 이야기 했습니다. 또한 쳇바퀴 돌리듯 굴러가는 삶에서 모든 자기 시간의 주인이 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언뜻 보면 간단한 얘기처럼 들리지만 이를 시행하는 것은 매우 어렵습니다. 밥 장 작가는 음악을 하고 싶다면 생각만 하지 말고 당장 가서 악기를 잡고, 그림을 그리고 싶다면 당장 그림 도구를 사라는 말을 블로그에 게시한 적도 있었죠. 그림을 그리는 것에서 벗어나 글을 써 책을 내는 한편, 읽는 책의 좋은 글귀는 매번 노트에 적어 놓습니다. 주변에서 밥 장 작가가 그림을 그릴 수 있는 것은 선천적인 재능 덕분이라고 말하지만, 그는 ‘재능이란 원인이 아닌 결과다.’라고 일침을 가했습니다.

 

▲사진5 강연 중인 밥 장 작가

 

“그럼, 평생 준비만 할 텐가?”, “좋아하면 오래 버틸 수 있고, 오래 버티다 보면 잘 할 수 있다.”, “힘든 환경 덕분에 치명적인 매력을 뿜는다.”, “남들과 다를 수 있는 용기가 진화의 원동력이다.”, “안정과 권태, 설렘과 불안은 동전의 앞뒤와 같다.”

 

강연을 듣는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말들로 이어진 강연은, 밥 장 작가의 ‘재능 나눔’ 이야기로 흘러갔습니다. 그는 2007년부터 130여 개의 나눔 프로젝트를 진행했습니다. 재능 기부자들의 모임인 ‘초록우산 나눔조합’을 통해 아프리카 남수단에 다녀오기도 했죠. 얼마 전엔 유니클로와 콜라보레이션을 통해 번 수익금을 기부하기도 했습니다. 강연을 통해 ‘재능 기부’가 아닌 ‘재능 나눔’에 대한 밥 장 작가의 생각도 들을 수 있었습니다. 그는 ‘재능은 나눌수록 수요가 늘고 밥그릇도 커진다.’고 말했습니다. 불쌍한 사람들을 위해 자신이 희생하여 기부를 한다는 생각이 아니라 내 재능을 나눔으로써 스스로의 가치를 높이는 것이지요. 결국 밥 장 작가는 화장품 모델로 발탁되어 지구 사랑 캠페인에 참여하기도 했습니다.

 

▲영상1 프리메라 프렌즈로 지구사랑 캠페인에 참여한 밥 장 작가

 

시간이 언제 흘러갔는지도 모르게 유쾌하고 즐거웠던 강연은 2시간 만에 끝이 났습니다. 강연을 들은 사람들 모두 오늘의 강연을 마음 속 깊이 새긴 얼굴을 하고 있었습니다. 강연 후의 자유로운 질의응답 시간도 있어 밥 장 작가의 강연을 들으며 궁금했던 점들도 속 시원하게 풀 수 있었습니다. 또 밥 장 작가와의 인터뷰를 통해 더욱 심도 있는 이야기도 나눌 수 있었습니다.

 

 

Q) 여행을 참 많이 다니셨는데 어떤 여행지가 가장 좋았었나?

A) 에스토니아가 가장 좋았다. 낡은 건축물들에서 중세를 그대로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아르헨티나를 다녀오면 아르헨티나가 가장 좋을지도 모르겠다.

 
Q) 작품에 유난히 꽃이나 구름, 하트가 많이 나온다. 특별히 꽃, 구름, 하트를 자주 그리는 이유가 있는가?

A) 그리기 쉬워서 그린다.


Q) 장석원에서 밥장이 되었을 때 가장 좋아진 것은?

A) 피부가 가장 좋아졌다.(웃음) 얼굴도 찌푸리지 않게 되었고 예전엔 힘들었지만 지금은 남들의 눈을 마주치고 대화를 할 수 있게 되었다. 표현을 해야 하는 직업의 특성상 나를 표현하다보니 남들도 나에게 자신을 표현하기 시작하더라.


Q) 일을 하다보면 피곤하진 않은가?

A) 당연히 피곤하다! 하지만 피곤의 질이 다르다. 좋아하는 게임을 2박 3일 했을 때와 싫어하는 부장님과 함께한 회식자리에서의 피곤함은 다르다. 좋아하는 일을 하다 보니 몸은 피곤하지만 정신의 피곤이 적다.

 

Q) 일러스트레이터가 되어 가장 후회하는 것은 없는가?

A) 예전에 ‘떼톡쇼’에서 조혜련씨가 토크할 때 어떤 질문에 자신은 망설임이 없다고 했다. 나도 마찬가지다. 망설임이 없으니 후회도 없다. 어떤 일을 하다보면 생각하던 것과 달라 궤도를 수정해야할 일이 생길 순 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궤도 수정을 하더라도 일단 하고 보는 것이다.


Q) 앞으로도 많은 이들과 재능 나눔을 함께 할 것 같다. 재능 나눔을 함께 할 사람은 어떤 마인드를 가진 사람이었으면 좋겠는가?

A) ‘착한 일’을 하기 위해서 재능 나눔을 하는 게 아니라 좋아서 하는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재능 나눔을 함에 있어 금전적인 문제로 고민을 하는 사람들도 많다. 하지만 재능 나눔을 하다 보면 신기하게도 금전적인 문제들이 해결이 된다. 자연스럽게 재능 나눔을 하는 것과 돈을 번다는 것이 균형이 맞게 되는 것이다. 또 좋아서 ‘자발적으로’ 한다는 것도 중요하다.

 

◎ 사진출처

- 사진1,3,5 직접 촬영

- 사진2 서울와우북페스티벌

- 사진4 밥 장의 에피파니

- 영상1 프리메라 공식 홈페이지

 


※ 본 글의 내용은 한국콘텐츠진흥원의 견해와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