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메이션을 관심 있게 지켜보다 보면 이따금 특이하다 싶은 소재를 가진 작품을 만나볼 수 있는데 바로 그런 작품 하나가 최근 방영을 시작했습니다. 바로 KBS1TV에서 매주 토요일 오후 2시 30분에 방영 중인 픽토스튜디오의 <아기종벌레 포포> 인데요. 숲 속을 배경으로 숲과 연못에 사는 작은 생물들의 귀여운 이야기를 그려낸 이 작품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소개하려고 합니다.

 

 

▲사진2 종벌레의 현미경 사진  

 

아마 다들 제목을 보고 "종벌레가 뭐지?" 하고 생각하셨을 겁니다. 종벌레(Vorticella)는 물에서 볼 수 있는 단세포생물의 한 종류로 모양이 종을 거꾸로 매달아 놓은 것처럼 생겼다고 해서 종벌레라는 이름이 붙었습니다. 이 작품에 등장하는 귀여운 주인공 '포포'와 포포의 가족이 바로 종벌레랍니다.

 

<아기종벌레 포포>는 숲 속 작은 연못에서 태어난 종벌레 '포포'가 메뚜기, 방아깨비, 자벌레, 나비 애벌레, 쇠똥구리, 지네, 거미 등등 숲 속에 살고 있는 수많은 벌레를 만나서 벌이는 신나는 일상과 모험을 다루고 있는 애니메이션입니다. TV에서 이 작품을 보고 이 작품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에 대해 궁금증이 생겨서 얼마 전에 <아기종벌레 포포>의 제작사인 픽토스튜디오를 방문해서 전유혁 대표님과 김성관 감독님 등으로부터 이 작품의 제작과정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었습니다.


 

 ▲사진3 종벌레 아저씨 이야기

 

 

보통 우리나라에서 만들어지는 유아용 애니메이션들은 원작이 없이 만들어지는 경우가 많은데 <아기종벌레 포포>는 원작을 가지고 있습니다. 바로 2004년부터 <데일리줌>이라는 일간지에 연재되었던 신동준 작가의 <종벌레 아저씨 이야기>입니다. 보통 어떤 원작의 애니메이션화 하면 원작의 인기에 힘입어 애니메이션화가 되는 경우가 많지만, 이 경우는 조금 달랐습니다.

 

신동준 작가 블로그 http://www.bellbug.com/

 

나중에 <아기종벌레 포포>의 캐릭터/배경 디자인을 맡게 되는 이주석 감독님이 한국콘텐츠진흥원의 우수 글로벌 파일럿 제작지원사업에 이 원작을 <아기 종벌레 이야기>라는 제목으로 들고 와 선정될 때까지만 해도 현 제작사인 픽토스튜디오는 종벌레에 대해 전혀 알지 못했습니다. 이 감독님이 프로젝트의 진행을 위해 이 기획안을 픽토스튜디오로 들고 왔을 때 픽토스튜디오의 전유혁 대표님은 이 기획안의 가능성을 알아보았고 결국 파일럿부터 작업을 하게 된 것입니다.

 

 ▲사진4 <아기종벌레 포포>의 주인공 포포

 

보통 우리나라의 유아용 애니메이션은 만 4세부터 만 7세 정도의, 유치원에 다닐 만한 아이들을 대상으로 만드는 경우가 많지만 <아기종벌레 포포>의 경우는 만 2세에서 만 3세 정도로 더 어린 아이들을 대상으로 하고 있습니다. 이는 처음 이주석 감독님의 기획부터가 더 어린 아이들을 대상으로 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는데 "너무 어리지 않을까?" 하는 고민도 있었지만, 기획 단계에서 결국 초기의 대상 연령을 그대로 유지하기로 합니다. 한 가지 다행인 점은 당시에도 유아용 애니메이션 하면 4~7세 정도를 대상으로 하는 애니메이션이 많았기 때문에 더 어린 대상 연령대를 가지면 다른 작품과의 차별화가 가능했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렇게 일반적인 작품 제작 경향보다 더 낮은 대상연령대를 지향하며 제작하게 되면서 부닥친 문제가 있는데 그것은 투자나 제작지원 등을 받는 과정에서 대상연령대가 너무 어리다는 지적을 받았던 것입니다. 하지만 픽토스튜디오는 이에 굴하지 않고 "종벌레라는 친환경 캐릭터를 이용해서 아이들에게 우호적인 느낌으로 다가가고, 엄마들이 보기에도 유해하지 않게 보여서 엄마들에게 신뢰감을 주겠다."는 철학을 가지고 계속 밀고 나갔습니다.

 

제작과정 중에는 한 가지 문제가 더 있었습니다. 픽토스튜디오는 원래 한국 클레이메이션의 대표 제작업체 중 하나로 창사 이후 오랫동안 클레이메이션을 전문으로 만들어 오던 곳이었습니다. 그러나 클레이메이션 제작환경이 어려워진 탓에 3D애니메이션으로 방향전환을 하게 되었고 바로 그 첫 작품이 <아기종벌레 포포> 였던 것입니다. 십수 년 간 고수해온 제작방식이 아닌 새로운 제작방식을 선택하는 것은 필연적으로 많은 어려움을 수반할 수밖에 없었지만, 원래 클레이메이션을 해오던 직원들이 학원에 다니며 3D를 독학으로 배우기도 하는 등 열성적으로 임한 덕에 성공적인 방향전환을 할 수 있게 되었던 것입니다.


 

▲사진5 픽토스튜디오의 전작 <덩어리 가족>과 <파파노노>

 

 

하지만 오히려 그런 어려움이 픽토스튜디오만의 한 가지 장점이 되었는데 바로 캐릭터 형태와 움직임에서 다분히 클레이메이션 특유의 동글동글하고 따뜻한 느낌을 준다는 것이었습니다. 이는 <아기종벌레 포포>에서 아주 잘 드러나는데, 분명히 3D애니메이션임에도 클레이메이션을 보는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킨다는 것입니다. 픽토스튜디오의 전유혁 대표님은 이를 두고 "클레이메이션을 보는 듯한 작품색을 우리 회사의 색깔로 가지고 가려고 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원작인 <종벌레 아저씨 이야기>는 종벌레와 숲 속의 수많은 벌레의 습성이나 행동을 통해 인생에서 깨달을 법한 소소한 이야기들을 담아낸, 어찌 보면 다소 철학적인 작품입니다. 하지만 이런 내용을 무턱대고 그대로 유아들에게 보여 줄 수는 없겠죠. 그래서 픽토스튜디오에서는 처음에 기획할 때 아이들에게 너무 어려운 이야기를 하지는 말고 '자연과 나', '자연과 아이'의 관계 정도로 끌고 가자는 결론에 이르게 됩니다.

 

이렇게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기 위한 시도, 제작방식을 바꾸어야만 했던 회사의 사정, 유아용과 거리가 있었던 원작을 유아용으로 만드는 과정 등등의 이유가 겹쳐, 보통의 애니메이션 제작기간인 2~3년보다 더 긴 4년이라는 시간이 걸려 완성을 보게 됩니다. 제작과정 중에 많은 시행착오가 있었음은 물론이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직원들 사이의 의견 충돌도 있었고 감독의 변경도 있었지만 그런 과정에서 지금의 작품 모습을 갖게 된 것이었습니다. 특히 그런 시행착오 끝에 찾아낸 결론 중 하나는 바로 "아이들 속에 답이 있다."라는 것이었습니다. 이 작품이 유아들을 대상으로 만들어지고 있지만, 작품을 만드는 사람은 분명 어른이기에 작품을 보는 아이들의 반응을 완벽하게 예상하여 작품을 만들 수는 없을 것입니다. 그래서 픽토스튜디오는 유치원 몇 곳에서 제작과 동시에 아이들에게 작품을 보여 주고 반응을 살펴가며 작품을 완성해 나갔습니다. 물론 조언을 받거나 할 수도 있었겠지만, 유아용 클레이메이션을 오래 제작해온 입장으로서 일종의 보이지 않는 제작지침 같은 게 있었기 때문에 그런 방식을 선택한 것이었습니다.

 

 

 ▲사진6 <아기종벌레 포포> 더빙장면

 

<아기종벌레 포포>는 특이하게도 3명의 어린이가 주인공 포포 역의 목소리를 맡고 있는데, 이는 주인공 포포에게 딱 맞는 목소리를 찾기 위한 노력의 결과입니다. 원하는 목소리를 찾기 위해 30명의 아이들을 테스트했고 보다 좋은 소리를 얻기 위해 최종적으로 주인공 하나를 위하여 3명의 목소리를 사용하게 된 것입니다.

 

 ▲사진7 <아기종벌레 포포> 더빙장면

 

이 작품이 또 한 가지 특이한 점은 일반적인 애니메이션에 비해 제작비가 상대적으로 적다는 것인데, 이는 디자인이 단순하고 배경이 되는 공간의 스케일이 작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회사의 경영 철학과도 맞닿아 있습니다. 한국 애니메이션이 점점 세계적으로도 인정을 받는 추세에 있지만 정작 국내 시장이 작으므로 투자가 많지 않고, 또한 수십 작품이 쏟아져 나와도 그중에서 상업적으로 성공하는 것은 손에 꼽을 정도이기 때문에 작은 업체가 한 번에 큰 투자를 받기가 어려울 수밖에 없다는 예상을 했던 것입니다. 그래서 픽토스튜디오는 최대한 저예산으로 할 수 있는 프로젝트를 찾고, 국가나 공공기관의 지원금을 최대한 활용하여 손익분기점을 최소한으로 낮춘 뒤 최대한 빨리 투자금을 회수하여 먼저 신뢰를 쌓자는 방향으로 나가기로 합니다. 제작비를 불려서 투자금을 많이 받아서 돈을 버는 게 아니라, 작품을 가지고 돈을 벌겠다는 이유입니다.

 

그렇게 <아기종벌레 포포>는 2009년 콘텐츠진흥원의 우수 글로벌 파일럿 제작지원사업을 시작으로, 2010년에는 서울애니메이션센터의 애니버라이어티 지원사업에 선정되었고 2012년에는 콘텐츠진흥원의 산학협력개발 지원사업에 선정되어 제작비 및 현물 지원을 받게 됩니다. 전유혁 대표님은 이를 두고 "업계를 부흥하기 위해 지원해 주는 애니메이션 관련 지원금이 참 고마운 것이다." 라고 이야기하셨습니다.

 

하지만 다른 작품들 못지않은 퀄리티를 내면서 적은 비용으로 작품을 만드는 데는 무엇보다도 직원들의 공이 가장 크다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픽토스튜디오의 전유혁 대표님과 김성관 감독님은 이를 두고 "어려운 시간을 오랜 시간 잘 버텨주고 같이 온 직원들이 박수를 받아야 할 몫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습니다.

 

▲사진8 <아기종벌레 포포>의 사업설명회

 

 

▲사진9 남양주시와의 홍보협약 체결

 

 

이런 각고의 노력 덕인지 아기종벌레 포포는 방영 전부터 여러 라이선싱 계약을 체결하는 등 큰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방영 전까지 19개의 제조회사와 30종가량의 상품에 대한 계약을 체결하였으며 이 중 인형, 우산, 동화책은 출시되었습니다. 이 또한 방영 전부터 여러 라이선서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려고 한 픽토스튜디오의 노력 덕택이었습니다. 또한, 지난 5월 21일에는 경기도 남양주시와 <아기종벌레 포포> 사이의 홍보협약이 체결되기도 하였습니다. 그간 친환경 도시로서 나름의 정체성을 만들어가고 있던 남양주시와 협약을 맺음으로써 친환경 캐릭터로서의 정체성을 공고히 하기 위해서입니다. 이를 통해 주인공 포포의 탄생지가 남양주시의 왕숙천으로 설정되었고, 올 10월 1일부터 6일까지 열리는 국제슬로푸드대회부터 본격적인 홍보대사 활동을 위해 준비 중이라고 합니다.
 
이렇게 픽토스튜디오의 경험과 새로운 시도, 그리고 진정성이 모여 만들어진 <아기종벌레 포포>는 KBS2TV에서 매주 목요일 오후 3시 45분에 재방송되고 있으며 IPTV,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으로도 다시 보실 수 있습니다. 또한 앞으로도  다양한 방법으로 어린이들을 찾아갈 예정이라고 합니다. 종벌레와 숲 속에 사는 작은 친구들을 귀엽고 아기자기하게 표현한 이 작품이 앞으로 좋은 선례를 만들 수 있게 되기를 바랍니다.

 

◎ 사진출처

- 사진1-9 픽토스튜디오 제공

- 사진2 http://www.trentu.ca/biology

- 사진3 직접촬영

 

 

 

※ 본 글의 내용은 한국콘텐츠진흥원의 견해와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