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1 <진격의 거인> 캡쳐

 

 

영화, 예능, 음악 등 한국의 콘텐츠가 세계적으로도 주목받고 있는 시기입니다. 한국 영화는 천만 관객을 동원하는 작품들이 등장하고 그 소비자층의 감각은 할리우드에서도 주목하며 마케팅을 시도했지요. 한국 예능은 <나는 가수다>처럼 포맷을 수출하기도 하고 <런닝맨>처럼 국제적으로 놀라운 인기를 끈 성과도 거두고 있습니다. 거기에 한국 음악은 <강남스타일>이라는 새 역사 아래 적극적인 세계 진출을 도모하고 있고요.

 

이런 바람 속에 한국 콘텐츠 산업에 대한 지원 사업도 계속 이어지고 있고, 덕분에 사정이 비교적 안 좋은 축에 들던 한국 애니메이션도 도약의 날갯짓을 계속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역시 예전부터 밀려오던 외국 애니메이션의 힘도 만만치가 않았지요. 그중에는 사회적으로도 큰 이슈가 된 작품들도 여럿 있습니다.

 

10주년을 맞은 <뽀롱뽀롱 뽀로로> 같은 토종 브랜드들도 계속 좋은 성과를 보여주고는 있지만, 순식간에 인터넷을 넘어서 사회 곳곳에 입소문을 타는 외국 작품도 눈여겨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 작품을 분석해보면 한국 애니메이션이 나아갈 방향에도 참고되어줄 것이기 때문이죠. 대표적인 예로 2012년에 인터넷을 내내 달군 <소드 아트 온라인>과, 2013년 상반기에 사회적으로도 이슈가 되고 수많은 패러디를 만들어내고 있는 <진격의 거인>을 들어보겠습니다.

 

 

◎ 소드 아트 온라인
- 일명 <소아온>, 가상 현실 게임의 꿈이 이루어지다

 

 

▲사진2 <소드 아트 온라인> 캡쳐

 

 

<소드 아트 온라인>, 줄여서 <소아온>이라는 이름으로 통하는 이 애니메이션은 일본 작가 카와하라 레키의 라이트 노벨을 원작으로 하는 작품입니다. 이야기의 소재는 2022년에 '소드 아트 온라인'이라는 놀라운 가상 현실 게임에 참여하게 된 플레이어들의 인간군상이지요.

 

최첨단 기술로 만들어진 가상 현실 '소드 아트 온라인'은 개방되자마자 1만 명의 플레이어들이 참여한, 100층으로 이루어진 거대하고 환상적인 공간이었지만, 100층 꼭대기를 클리어하지 못하면 영원히 로그아웃할 수 없다는 점, 그리고 HP가 0이 되면 플레이어의 뇌가 파괴되어 진짜로 죽게 된다는 충격적인 사실이 드러납니다. 이에 맞서 현실로 돌아가고자 하는 주인공 소년 키리토를 중심으로 한 플레이어들의 음모와 사랑이 오가는 싸움이 이야기의 포인트랍니다.

 

2012년 7월에 일본 현지에서 애니메이션이 방영을 시작했을 때부터 인터넷 검색어와 애니메이션 관련 공간에서는 이 <소아온>이 빠지는 날이 없었습니다. 2013년 <진격의 거인>이 신드롬을 일으키기 전, <소아온>은 2012년의 한국 애니메이션 팬들을 사로잡은 강력한 콘텐츠 중 하나였지요.

 

<소아온>이 어떻게 인기를 얻게 되었는지는 겉으로 보이는 소재만으로도 단번에 감을 잡을 수 있습니다. 모니터로 보는 것만이 아닌, 오감 모두를 충족시키는 가상 현실 게임이라는 소재는 이미 오래 전부터 많은 게이머의 '로망'으로 통하던 것입니다. 국내에서는 <달빛조각사>를 비롯한 게임 판타지 소설, 손희준과 김윤경 작가의 <유레카>를 비롯한 만화 작품 등 이미 많은 콘텐츠가 가상 현실 게임을 소재로 하여 마니아층을 만들어왔지요.

 

▲사진3 <소드 아트 온라인> 캡쳐

라이트 노벨과 애니메이션 콘텐츠 강국인 일본의 제작진은 이런 소비자들의 취향에 맞는 작품을 만들어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조금만 들여다보아도 <소아온>은 게임 마니아뿐만 아니라 일반인들도 쉽게 끌어들일 수 있는 매력을 가지고 있거든요.

 

우선 검과 마법으로 싸우며 새로운 퀘스트를 진행하고 레벨을 올리는 게임식 진행은 기본입니다. 거기에 100층의 방대하면서도 한정된 공간에서 목숨을 걸고 싸워 살아남아야 하는 극한의 생존 경쟁은 가장 강력한 키워드가 됩니다. 현실 세계와 판타지 세계 사이에서 사람들이 보이는 다양한 얼굴은 사랑, 우정, 배신, 음모 등 흡인력 있는 이야기를 어렵지 않게 끌어낼 수 있지요.

 

최종적으로 게임 세계가 만들어진 것에 대한 음모와 진실에 다가가는 것은 서사적인 구조도 탄탄하게 만들어 줍니다. 여기에 주인공 소년 키리토와 소녀 아스나의 사랑을 중심으로 한 적절한 선의 로맨스 코드도 있어 재미와 감성을 유도하지요.

 

이렇게 풍부한 소재와 매력을 가진 게임 판타지 애니메이션에 세계적인 온라인 게임 강국인 한국에서 이런 애니메이션에 관심을 안 가질 수 없었을 것입니다. 강한 상대와 싸워 이겨서 강해지고, 살아남기 위해 싸워나가고, 매력적인 이성과의 사랑을 찾아가는 이야기가 모두 녹아 있는 콘텐츠에 이미 많은 사람이 열광했지요. 아직 넉넉지 않은 한국 애니메이션의 마당에서 더 나은 콘텐츠를 원하는 청소년과 성인 소비자들에게 <소아온>은 2012년의 상당한 자극제가 되어준 작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사진4  <소드 아트 온라인> 캡쳐

 

 

2012년의 한국 애니메이션은 <뽀로로>와 <또봇>을 비롯한 아동용 작품들이 계속 인기를 이어가고 있었고, <라바>가 국제적인 성과를 거두기 시작하는 등 나름의 발전을 했지만 여전히 강력한 '한 방'이 아쉬운 상황이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소아온> 같은 작품이 청소년과 성인층에게 크게 어필한 건 사실 비슷한 경우가 여럿 있었던 자연스러운 순서였겠지요.

 

다만 게임이라는 소재가 마니아에 머무르기 쉽다는 점, 선정적이거나 폭력적인 면이 다소 과하게 드러난 장면 등으로 '신드롬'을 일으키는 데에는 한계를 보였습니다. 최근의 인터넷 공간을 보면 <소아온>은 차츰 그 인기가 마니아층에 한정된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만화와 애니메이션 팬들이 늘 불평하는 대목이긴 하지만, 한국은 아직 만화와 애니메이션의 선정성과 폭력성에 많이 민감한 편이지요. 자극적인 소재에 대해선 나름 밸런스를 맞춘 작품이긴 했지만, 한국에서 '롱런'을 하기에는 확실히 부족했던 것입니다. 사실 2013년에는 위성채널 애니플러스에서 방영을 하다가, 방통위로부터 선정성을 이유로 '경고'를 받은 공식 기록까지 있답니다.

 

거기다 2013년에는 일본과 한국의 애니메이션 업계는 물론 사회적으로도 충격을 선사한 괴물 같은 작품이 등장했지요. 이번에는 바로 그 무시무시한 작품인 2013년의 <진격의 거인>으로 넘어가 보겠습니다.

 

 

◎ 진격의 거인

- 거침없는 진격의 이야기, 인간의 근원적 공포를 짚어내다

 

<진격의 거인>은 작가 이사야마 하지메가 2009년부터 연재한 단행본을 원작으로 한 애니메이션으로, 2013년 4월에 일본 현지에서 방영을 시작했을 때부터 일본은 물론 한국에도 말 그대로 '충격과 공포'를 선사한 작품입니다.

 

대략적인 줄거리는 어떤 세계에서 엄청난 수와 신체능력을 지닌 식인 거인들의 습격으로 멸망의 위기에 처한 인류가 누가 쌓았는지도 모르는 세 겹의 벽에 숨어 100년의 평화를 유지하다, 거대 거인의 습격으로 다시 찾아온 위기에 맞서게 된다는 것입니다. 주인공 에렌을 비롯한 인물들이 이 잔혹하고 무자비한 세계에서 싸우거나 도망치는 등 다양한 인간군상을 보여주는 것이 이야기의 포인트랍니다.

▲사진5 <진격의 거인> 캡쳐

 

<진격의 거인>의 원작 만화는 그림체가 상당히 투박하고 거친 편입니다. 이 거친 그림에 이야기는 인간이 거인에게 무력하게 잡아먹히는 장면이 적나라하게 묘사되는 그야말로 '고어'물이지요. 얼핏 보면 B급으로 보이는 이 작품의 힘은 바로 이런 가식 없는 면에 나왔습니다. 어릴 때 덩치 큰 친구 앞에서 느낀 무력감에서 소재를 얻었다는 작가의 말처럼, 이야기에 나오는 인류는 막강한 거인 앞에서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근원적 공포'를 느낀답니다.

 

막강한 상대 앞에서 무력감을 느끼고 끝내 무너질 것이라는 이 근원적 공포는 우리 사회에서도 종종 접할 수 있는 보편적 소재입니다. 작품에 나오는 거인들은 특별한 장식이 없이 인간의 말초적인 모습을 지니고 있으며, 이런 거인들의 출현은 인간을 가축 같은 바닥의 존재로 몰아넣으며 악마적 묵시록의 세계관을 선사하지요. 그야말로 '지옥의 이야기'라는 특징을 가진 작품입니다.

 

 

▲사진6 <진격의 거인> 캡쳐


비록 거친 그림이지만, 이런 근원적 공포에 기초한 압도적인 전개, 처음부터 주요 인물이 잔인하게 몰살당하고 끊임없이 몰아치는 묵시록 분위기, 간단할 수도 있지만 다양한 추측이 가능한 진실, 또 그에 맞서 멈추지 않고 싸우는 주인공들의 이야기는 놀라운 흡인력을 발휘했습니다.

 

 

애니메이션은 원작의 이런 거친 그림과 전개를 다듬어, 유행어로 '미친 퀄러티'의 연출을 감행하여 원작을 모르던 사람들에게도 '충격과 공포'를 선사한 것입니다. 1화에서 주인공 에렌의 어머니가 거인에게 잔인하게 죽는 장면부터가 그랬지요. 초능력이 아닌 입체기동장치라는 아날로그적인 발상으로 거인과 싸우는 액션도 상당히 박진감 넘치게 그려내었습니다. 작가는' 애니메이션이 원작보다 백 배는 낫다'고 말하기까지 했다는군요.

 

그야말로 무자비하기 그지없는 이 이야기는 사회적으로도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과거 <강철의 연금술사> 등의 일본 애니메이션이 한국에서 신드롬을 일으킨 경우는 여럿 있었지만, 훨씬 발달한 인터넷 체계를 탄 <진격의 거인>은 더 빠르고 넓게 영향을 퍼뜨리고 있습니다.

 

개인이 인터넷을 통해 우스꽝스럽고 다양한 패러디 이미지를 만드는 것은 기본입니다. <무한도전>이나 <개그콘서트>를 비롯한 여러 방송 프로그램에서도 '진격의 무엇' 같은 패러디를 선보이고, 게임 업계에서도 '진격의 무엇'을 빌린 다양한 콘텐츠를 선보이고 있지요. 심지어 유명 언론에도 '진격의 무엇'이라 하는 표현이 유행하고, 작품의 인기에 대한 소개와 분석이 다양하게 나오고 있습니다.

 

그만큼 작품에 나오는 인간, 거인, 벽, 그리고 공포 같은 소재는 작가의 기본적인 착안에서부터 다양한 비유와 추측을 할 수 있었고, 이런 점에 사회적으로도 여러 분야가 매료된 것이지요. 이미 작가는 일본 현지에서 괴물 신인이 되었고, 판매 실적으로 보나 그 무엇으로 보나 <진격의 거인>은 명실공히 2013년에 빠질 수 없는 기록적인 작품이 되었습니다. 이런 신드롬 속에 2013년 상반기의 한국 애니메이션은 그리 크게 눈에 띌 만한 성과를 내놓지는 못했습니다. <마스크 마스터즈> 같은 신작 TV애니의 방영이나, <라바>의 국제 진출, <뽀로로 극장판>의 90만 관객 동원 같은 소식은 <진격의 거인>에 비교할 수준은 아니었지요.

 

 

◎ 한국의 애니, 이들과 맞서다

- 밸러스를 맞춘 킬러 콘텐츠를 내놓아라!

 

▲사진7 왼쪽부터 <뽀롱뽀롱 뽀로로>와 <로보카폴리> 캡쳐

 

이렇게 한국에서 인기를 얻은 <소아온>과 <진격의 거인>이 가진 한계를 생각해 보면 어떨까요. <진격의 거인>만 해도 바탕이 잔인한 19세 이상 관람가라는 것을 상기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 작품은 2012년의 인기작 <소아온>은 물론이요, 2013년에 10주년을 맞은 한국 애니메이션 <뽀롱뽀롱 뽀로로>와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수위가 높습니다.

 

성인을 주요 대상으로 한 애니메이션이 인기를 얻고 있는 예시가 <진격의 거인>이지만, 그렇다고 한국 애니메이션이 이 독보적인 경우를 그대로 따라갈 수도 없는 것이 현실입니다. 폭력적인 애니메이션을 한국 시장이 쉽게 받아줄 이유도 없을뿐더러, 작품성이 조금이라도 부족하면 이전의 실패작들처럼 '악플보다 더한 무관심' 속에 묻히기만 할 것이기 때문이지요.

▲사진8 왼쪽부터 <라바>와 <변신자동차 또봇> 캡쳐

 

하지만 분명한 건, 한국 애니메이션에는 이런 강력한 '킬러 콘텐츠'가 항상 절실했습니다. 온라인에서 지속적인 인기를 얻은 <소아온>과 사회적인 신드롬까지 일으킨 <진격의 거인>이 부러운 것은 당연하지요. 무엇보다 이들은 재미있는 애니메이션을 갈구해온 청소년과 성인층에 어필한 작품입니다.

 

현재 한국 애니메이션은 <뽀롱뽀롱 뽀로로>, <로보카 폴리>를 비롯한 유아용 애니메이션을 통해 입지를 구축하고 있으며 <라바> 같은 새로운 성과와 개척도 바라보고 있지요. 이미 외국 애니메이션이 대신하고 있는 높은 연령층 대상의 작품이 필요하다는 의견은 꾸준히 제기되어 왔고요. 그리고 이미 2013년에 7세 이상 어린이를 타깃으로 한 <마스크 마스터즈> 등의 신작 TV 애니메이션이 방영되고, 마니아들의 지지를 받고 있는 <고스트 메신저> 2화의 제작도 진행되고 있는 등, 업계의 노력도 계속되고 있답니다.

 

▲사진9 왼쪽부터 <마스크 마스터즈>와 <고스트메신저> 캡쳐


그동안 높은 연령층을 타깃으로 한 국산 작품이 없지는 않았지만, 많은 사람이 느낄 수 있듯이 그 인기는 <소아온>과 <진격의 거인>은 물론, 다른 외국 작품들에도 한참 못 미쳤지요. 자극적인 소재일지라도 한국 정서에 맞는 밸런스를 잘 맞춘 애니메이션이 킬러 콘텐츠로 나와야 한국 애니메이션의 새 역사가 쓰일 것입니다.

 

영화나 음악, 게임 업계에서 볼 수 있듯이 콘텐츠의 폭발력이 어느 나라 못지 않은 대한민국입니다. 한국의 애니메이션 콘텐츠 또한 언젠가 크게 비상할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을 가질 만지요. 지금도 열심히 뛰고 있는 한국 애니메이션 업계의 건투를 기원합니다.

 

◎ 사진출처

- 사진 1-9 각 애니메이션 공식홈페이지 캡쳐

 

 

 

 

 


 

※ 본 글의 내용은 한국콘텐츠진흥원의 견해와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