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⑤ 한국 전통 문화색의 재해석. ‘문은배색채디자인’을 가다

 

<문은배색채디자인 / 한지원 실장, 김가람 주임연구원>

 

 

 빨, 주, 노, 초, 파, 남, 보. 우리가 아는 색이 다가 아닙니다. 수박색, 앵가록색, 쪽색, 주자갈색, 비취색 등 처음 들어보는 색들이 많지요? 모두 아름답고 고운 우리의 전통색들입니다. 대부분 자연에서 비롯된 색으로, 심지어 곰팡이에서도 색을 추출한다고 합니다. 밥을 1~2주 정도 썩혀 직접 전통색을 촬영하고 색채를 추출해내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한국의 전통색을 연구하는 <문은배색채디자인>의 한지원 실장, 김가람 주임연구원과 만났습니다.

 

 

Q. 안녕하세요! <문은배색채디자인>에 대해 소개해주세요.
 

A. 네, <문은배색채디자인>은 2000년에 개인 기업으로 창립되었습니다. 디자인 전문회사이면서 독특하게 소프트웨어, 콘텐츠 기획을 함께 하고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디자인 회사가 콘텐츠까지 만드는 경우는 많지 않은데요. 디자인에 필요한 프로그램이나 콘텐츠를 연구하고 개발하며, 현재 정식으로 등록된 프로그램은 4건 정도입니다.
  따라서 저희 회사는 소프트웨어나 콘텐츠를 만드는 분야와 순수하게 디자인을 기획하는 분야로 나누어지는데요. 대부분 디자인 전문직의 소수정예전문가들로 구성되어, 총 인원 8~10명 내외로 항상 운영되고 있습니다.

 

 

Q. 한국콘텐츠진흥원과 총 3개의 과제를 진행했는데, 함께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A. 한국콘텐츠진흥원에서는 우리나라의 전통문화 계승을 위해 CT 개발에 많이 힘써왔습니다. 이러한 활동의 일환으로 저희 문은배색채디자인과 지금까지 3가지 과제를 함께 했습니다. 해당 주제는 ‘디지털 팔레트’, ‘색채 감성 팔레트’ 그리고 ‘한국의 전통 문화색 콘텐츠 제작을 위한 한국전통색 재현기술개발’입니다. 저희가 이 아이템을 개발하려던 초기에는 예산 때문에 수행하기가 힘들었어요. 그때 마침 한국콘텐츠진흥원의 CT 지원 과제 사업을 알게 되었는데, 그 중 자유공모분야는 다행이 주제가 지정된 것이 아니라서 저희가 연구하려는 것을 제안할 수 있었습니다.

 

 

Q. 한국콘텐츠진흥원과 함께 진행한 ‘한국의 전통 문화색 콘텐츠 제작을 위한 한국전통색 재현기술개발’ 과제에 대해 설명해주세요.

 

A. 문은배 소장님께서 색채에 입문하면서부터 18년 동안 전통색을 연구하셨어요. 국립현대미술관에서 20년 전에 만든 전통색 관련 자료가 있는데, 선임연구원 시절에 이를 접하시고 자료를 모으셨습니다. 어느 날 하루아침에 나온 게 아니라, 직접 고문헌을 해석하고 틈틈이 자료를 찾아 놓으신 거죠.
  한국의 전통색이 일제식민지시대를 거치면서 왜곡되고, 가치 없다는 평가를 받았는데요. 그 이전의 좋은 문헌들, 색을 많이 활용한 자료들로 고려도경부터 일제강점기 바로 직전까지의 문헌 25권을 중심으로 전통색을 연구했습니다. 이런 배경을 바탕으로, 한국의 전통색이 정확하게 재현되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담아 제안서를 냈습니다.

 


  현대에는 전통색을 잘 활용하지 못하고 있어요. 우리나라의 색은 좌표도 없을뿐더러, ‘적색이 이거다’라고 정하지 않아요. ‘붉은 기운의 느낌, 파랑 무리의 느낌’과 같이 표현해서, 현대에서 활용하거나 전달하기에 용이하지 않습니다. 과제를 통해 한국의 전통색을 재해석하며, 옛 것을 고수하는 동시에 현대인들이 잘 활용할 수 있도록 콘텐츠를 만들었습니다.

 

 

Q. 프로그램이나 콘텐츠를 개발하면서 어려운 점이 있다면?

 

A. 기반 자체가 너무 빨리 바뀌어요. 시스템적으로 에러가 나고 충돌이 생기는데, 그렇다고 프로그램을 다시 만들기엔 무리가 있고요. 또 스마트 기기들은 운영체계가 다르고, 기기마다도 조금씩 다르게 만들어야 한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게다가 우리나라는 인구가 적기 때문에 시장성에 대한 걱정을 안 할 수가 없는데요. 이 과제를 수행하면서 중국, 일본의 색채 전문가들에게 자문을 받았습니다. 한국의 전통색은 동양사상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반응이 괜찮아서, 일본이나 중국 쪽으로 먼저 제안을 해볼까 고려하고 있습니다.

 

 

Q. 현재는 이 기술이 어떻게 활용되고 있나요?

 

A. 저희가 개발한 부분은 사실상 색채 추출기술, 색채 보정기술인데요. 프로그램 형식으로 만들었습니다. 전문성을 가지는 프로그램이기에, 일반 앱처럼 대중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콘텐츠는 아닙니다. 사진이나 색채에 관심이 있거나, 집중 연구 해보겠다는 의지를 가진 사람들이 활용하기 좋은 프로그램이지요. 작년 9월에 이를 바탕으로 우리의 전통색을 탐구한 서적, <한국의 전통색>이 발간되었고요. 디자인, 색채를 전공하는 학생들과 몇몇 교수님께 드려서 수업시간에 시범적으로 사용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작년 5월에 과제가 끝났기 때문에, 현재는 장단점을 파악해서 수정하고 보안하기 위해 활용도를 검증하는 기간입니다.

 

 

Q. 그렇다면, 일반 사람들에게 다가가고자 한 노력은 어떤 게 있었나요?

 

A. 방학 때, 초등학교 교사들을 대상으로 교육을 진행합니다. 미술 선생님이나, 디자인 전공자들에게도 하고요. 일반인들을 상대로 세미나를 진행한 적도 있는데, 꽤 많이 왔었어요. 하지만, 알고 보니 대부분 관심이 많은 사람들이더라고요. (웃음) 아무래도 관련자들은 스스로 찾으니까. 또 소장님께서는 ‘한국의 전통색’이라는 강의를 꾸준히 하고 계십니다.

 

 

  그리고 설 전 주에, KBS1 <한국의 유산>이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우리의 전통색인 ‘오방색’에 대해 이야기했는데요. 오방색이 무엇인지, 실생활에 어떻게 쓰였는지 정도로 쉽게 구성했습니다.

 

 

Q. 마지막으로 문화기술(CT) 분야에서 노력하는 분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A. 문화기술의 범위가 굉장히 넓은 거 같아요. 색채, 공공 디자인, 인물, 테마, 전통 등. 새로운 문화콘텐츠를 개발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전통을 살릴 수 있는 기능도 개발되어야 합니다. 우리의 전통을 연구함과 동시에 현대적인 디지털화가 진행되었다는 점이 저희 연구의 괜찮은 점이라고 생각해요. 외국인들이 “한국만의 전통이 뭐야?”라고 할 만큼 우리 전통에 대한 인식이 많이 부족한데, 전통이 담긴 문화기술에 대해 많이 지원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문은배색채디자인>은 전통색 외에도 환경디자인, 공공부문 등에서 많은 사업을 진행 중인데요. 사무실 한 편에서 최근에 연구 중인 소재를 엿볼 수 있었습니다. 바로 ‘흙’인데요. 한지원 실장님은 “흙도 색이 다 달라요. 붉은 색, 회색, 노란 색 등 전국을 돌아다니면서 직접 담은 것들이에요.”라며 진행 중인 연구에 대해 이야기해주셨습니다. 흙에서 추출한 색채는 어떨 지, 벌써부터 기대가 됩니다.

 

 

CT포럼 2013 리포터 이현경

※ 본 글의 내용은 한국콘텐츠진흥원의 견해와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