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것을 더 아름답게 디자인하다!

상상발전소/칼럼 인터뷰 2013. 3. 19. 09:28 Posted by 한국콘텐츠진흥원 상상발전소 KOCCA

 


‘아름다운 것은 아름다운 것에 의해 아름답게 만들어진다’라는 모토로 지난 2008년부터 그래픽 디자인과 출판기획을 전문으로 하는 ‘스튜디오 미인’을 설립한 김민정 북디자이너. 그녀는 현재 북디자인, 정기간행물, 리플렛, 포스터, 브로셔 등의 편집기획 및 컨설팅을 비롯해 타이포그라피, 광고디자인 등의 커뮤니케이션을 위한 모든 디자인 작업을 수행하고 있다.

 

 

책에 담긴 텍스트와 디자인에 매료되다
일반인들은 편집디자인과 북디자인을 다르게 생각하곤 한다. 특히 커버 디자인만 북디자인으로 보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김민정 북디자이너는 이에 대해 쉽고 간결하게 설명했다. “상위 개념으로 보자면 그래픽 디자인(Graphic Design)이라는 용어로 더 일반화되어 있는 시각디자인은 그 안에 편집디자인, 북디자인 등 많은 것들을 포함할 수 있습니다. 북디자이너들은 편집디자인과 커버디자인을 따로 구분지어서 얘기하진 않지만 북디자인을 교육하는 곳에서는 편집과 커버 등을 분리해서 가르치고 있어서 그런 인식이 생각난 것도 같아요. 저 또한 편집과 커버디자인 작업을 같이 하고 있고, 책 이외에도 다양한 그래픽 디자인 업무를 병행하고 있습니다.”

 

 

  ▲ ‘아름다운 것은 아름다운 것에 의해 아름답게 만들어진다’라는 모토로 그래픽 디자인과 출판기획을 전문으로 하는
‘스튜디오 미인’의 문을 열고 다양한 색깔의 북디자인, 정기간행물, 리플렛, 포스터, 브로셔 등을 만들고 있는 김민정 북디자이너

 

책 읽기를 좋아했던 그녀는 중학교 1학년 때 <좀머씨 이야기>를 읽고 나서 간결한 내용 속에 담긴 강한 흡입력에 이끌렸다. “그 책을 읽으면서 텍스트의 재미를 알게 됐어요. 그 후 많은 시간이 지나서 열린책들에서 일할 때였는데 서재에서 책을 찾다가 우연히 그 책을 다시 보게 됐어요. 과거의 기억들이 떠오르면서 전율 같은 것이 느껴졌죠.”

 

그녀는 대학에서 영상과 시각디자인을 복수 전공한 뒤에 광고대행사에서 3년 넘게 일했다고 말했다. 당시에는 광고대행사가 선망의 직업이었고, 웹디자인이 서서히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하던 무렵이었다. “광고대행사에서 일하면서 소설은 취미처럼 계속 읽었어요. 또, 아이디어를 찾아서 책을 읽다 보면 독특한 사고를 갖고 있는 책들도 보게 됐는데, 그런 책들 중에서 열린책들에서 나온 해외문학서들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됐어요.”

 

어느 날 열린책들에서 디자이너를 뽑는다고 해서 갔다가 출판사의 분위기에 매료됐다고 그녀는 말했다. “일이 잘 되려니 저의 쾌활하고 밝은 느낌을 좋게 보셨던 것 같아요. 그렇게 열린책들에 입사하면서 본격적으로 북디자인을 하게 됐죠. 하지만 광고대행사와 달리 출판사에서는 전혀 새롭고 낯선 형태의 디자인 작업들을 많이 하게 됐어요. 첫 책의 디자인을 맡았을 때 기존에 경험했던 환경들과 너무 달라서 무척 힘들었어요. 디자인 시안작업을 책의 두께 만큼 만들었던 것 같아요.”

 

 

 

▲ 아름답다는 것 안에는 좋은 것도 있고, 슬픈 것도 있는데 책도 그런 것 같다는 김민정 북디자이너의 작품들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북디자이너
그녀는 첫 책을 내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고 했지만 3개월이 지나고 대략적인 분위기를 파악하게 되면서 빠르게 적응해 나갈 수 있었다. “제가 일할 때만 해도 열린책들에 5~6명 정도의 디자이너들이 있었는데 지금은 10여명 정도의 디자이너들이 있다고 들었어요. 당시에는 많이 힘들었지만 2년여의 시간이 지나면서부터는 어느 정도 북디자인을 잘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죠. 3년이 넘어서면서 남들보다 좀 더 빠르게 디자인팀의 팀장이 됐어요.”

 

당시 회사에는 6개월 정도 팀장이 없는 상태에서 그녀는 한 달에 10여권 정도의 북디자인을 맡아 진행하면서 많이 힘들기도 했지만 그 만큼 더 성장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팀장 일을 맡다 보니 디자인 작업에 몰두하는 일보다는 서류 작성이나 회의에 참석하는 일이 많아지면서 회사를 나오게 됐다. “당시 열린책들은 새로운 북디자인을 선도하는 역할을 많이 담당했어요. 다양한 북디자인 작업으로 이름이 많이 알려졌죠.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회사에서 원하는 색깔에 파묻히게 되는 것 같아서 새로운 디자인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했죠.”

 

그녀는 회사를 나와서 그래픽 디자인과 출판기획을 전문으로 하는 스튜디오 미인을 만들었지만 열린책들에서 소설 기반의 책들을 주로 디자인하다 보니 처음에는 소설류의 북디자인 작업을 많이 했다고 한다. 그 후 다양한 장르의 책들을 진행하게 됐고 지금은 학교와 기업에서 진행하는 기획서들에 대한 디자인 작업도 병행하고 있다.

 

한편, 그녀는 ‘미인’이라는 닉네임을 오래 전부터 사용해 왔다고 말했다. “제 이름인 민정을 길게 발음하면 ‘미인정’이 되요. 회사를 만들면서 이름을 짓고 새롭게 아이덴티티를 정립해야 했는데, 생각보다 쉽지 않았어요. 주변에서 ‘미인’이라고 하라는 말에 그냥 그렇게 짓게 됐어요. 물론 처음에는 미인이라는 이름을 쓰는 것이 어색했는데, 이름처럼 부끄럽지 않은 아름다운 책을 만들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녀는 아름다운 것에 대한 남다른 믿음을 갖고 있었다. 스튜디오 미인이 모토로 내건 ‘아름다운 것은 아름다운 것에 의해 아름답게 만들어진다(By Means of Beauty, Beautiful Things Become Beautiful)’는 말은 영국의 미술전문 출판사를 통해 일깨운 플라톤의 ‘파이돈(Phaidon)’의 철학인데 그것을 닮고 싶었기 때문이다. “아름답다는 것 안에는 좋은 것도 있고, 슬픈 것도 있어요. 책이라는 것도 그런 것 같아요. 인간의 많은 희로애락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기 때문이죠. 그런 이야기와 디자인을 담고 싶다는 뜻에서 ‘미인’이라는 이름을 쓰고 있어요.”

 

 

 

▲ 디자인 감각을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하는 김민정 북디자이너는 책에

대한 관심과 노력이 더 좋은 디자인을 만든다고 강조한다.


손맛 나는 아날로그적인 감각을 선호한다
책 디자인을 제대로 하려면 무엇이 중요한지 물었다. 그녀는 책을 이해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편집자와 이야기를 할 때 아무것도 없는 무형의 느낌을 전달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서로 간의 언어가 통해야 하죠. 그렇기 때문에 책에 대한 이해가 중요합니다. 보통 출판사에서는 책 편집과 관련된 다양한 스킬들을 많이 요구하게 되는데, 출판사에서 일할 때는 직접 캘리그라피와 그림을 그리는 일도 많이 했습니다. 표지 그림을 따로 의뢰하기도 하지만 디자이너의 생각이 반영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제가 직접 북디자인을 하기도 했어요.”

 

여럿이 함께 작업하면 좋겠지만 그녀도 북디자인 작업은 혼자서 진행한다고 말했다. “디자인이 간단하고 혼자서 다 처리하지 못할 때는 다른 사람들에게 맡기기도 합니다. 하지만 업체에서는 저를 보고 디자인 작업을 맡기기 때문에 디자인 감각인 필요한 경우에는 직접 하는 편입니다. 편집 툴로는 쿽(Quark) 보다는 인디자인(Indesign)으로 주로 쓰고 있는데, 제 경우에는 손맛 나는 디자인을 하는 것으로 이름이 알려져서 프로젝트에 따라서는 직접 글을 쓰거나 그림을 그기도 합니다.”

 

그녀는 출판사의 편집자와의 대화를 통해서 어떤 디자인이 적합할 지를 가장 먼저 고민한다고 말했다. “어떤 책을 디자인 할 때 첫 번째 독자는 편집자입니다. 출판사에서는 기획한 내용을 바탕으로 그 책이 갖고 있는 유사한 장르도 감안해서 하나의 컨셉을 도출합니다. 그런 다음 일러스트가 필요한지, 사진이 필요한지 보고 디자인을 의뢰하게 되죠. 그러다 보니 북디자이너들은 편집자와 많은 이야기를 하게 됩니다.”

 

클라이언트에 따라서는 대화가 잘 되는 곳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곳들도 있다. 오랫동안 손발을 맞추지 않은 곳과는 실수가 오가기도 한다. 이런 일들이 자주 생기지만 그녀는 자신의 신뢰를 바탕으로 설득에 나선다고 말했다. “출판사들 중에는 되도록 많은 시안작업을 원하는 곳도 있어요. 하지만 디자인 시안이 많다고 해서 좋은 디자인이 나오는 것은 결코 아닙니다. 클라이언트가 의뢰한 책의 디자인 시안을 볼 때면 ‘책에 대해 깊이 이해하고 디자인을 해주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 수 있도록 최선의 디자인 시안을 보내려고 하고 있어요. 그런 신뢰가 쌓이면 그 전에 생겼던 오해도 쉽게 풀어지죠.”

 

김민정 북디자이너는 눈에 띄기에 급급해 디자인을 하기 보다는 책의 성격에 맞는 디자인을 찾기 위해 시간이 날 때마다 서점과 전시회에 많이 간다고 말했다. “처음 편집자로부터 책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면 떠오르는 이미지가 있어요. 하지만 그렇지 못할 때는 어떤 책으로 디자인할 지 생각해 보면서 서점에서 서너 시간을 보냅니다. 그러다 보면 좋은 아이디어가 떠오르죠.”

 

 

 

▲ 책에 대해 깊이 있게 이해하고 아름다운 디자인을 추구한다는 김민정 북디자이너의 작품들

 


항상 다른 디자인을 하려고 애쓴다
그녀는 열린책들에 있을 때 소설을 많이 작업하다 보니 지금까지 소설류의 작품을 많이 진행하게 됐다. 하지만 이제는 다양한 장르의 책들을 통해 영역을 넓히려고 하고 있다. 북디자이너로서 디자인한 책들 중에서 기억나는 작품에 대해 물었다. 그녀는 인상파 작가들의 작품을 담인 <화가의 눈>이 같은 풍경을 보고도 작가마다 다르게 본 이야기들이 담겨 있다며 추천했다.

 

“독자와 출판사 반응이 좋았던 책들이 몇 권 있어요. <폴 오스터의 뉴욕통신>과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파피용>은 한 해의 베스트 디자인이라는 평가를 받았고, 앤디 워홀 책은 유독 시간이 많이 걸렸어요. 표지로 고른 사진을 쓰기까지 힘든 일도 있었는데 앤디 워홀의 철학을 소개하는 이미지로 잘 어울린다고 생각을 했어요. <그림, 문학에 취하다>라는 책은 중간에 출판사도 바뀌고 한문과 고어가 많아 디자인하기 어려웠지만 화려한 색과 레이아웃으로 기존 동양 예술서들과 차별되며 표지도 제목과 어울리는 디자인이란 이야기를 듣고 있어요.”

 

 

 

▲ 완성도 있는 북디자인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김민정 북디자이너는 오래도록 현업에서 일하는 디자이너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한편, 그녀는 기회가 될 때마다 북디자이너를 꿈꾸는 후배들에게 어떤 직업이든 어려움도 있고, 하고 싶지 않은 일을 해야 될 때도 있다는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하지만 좋아하는 일을 하다 보면 다시 일어서는 힘도 생기게 된다고 점을 강조하고 있어요. 늘 새로운 디자인을 원하고 있지만 단순히 보여지는 이미지에만 치중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무엇보다 디자인에서는 감각을 키우는 것이 중요합니다. 디자인을 전공한 사람과 전공하지 않는 사람은 출발선이 다르겠지만 책에 관심과 노력이 있다면 더 좋은 디자인을 할 수 있습니다.”

 

그녀는 교회를 연계로 봉사활동을 열심히 하고 있다고 말했다. “북디자인은 혼자서 작업해야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여럿이 함께 함으로써 힘을 얻을 수 있는 봉사활동에 힘쓰고 있어요. 자기계발서를 몇 권 읽는 것보다 힘들고 지칠 때마다 더 많은 에너지를 얻을 수 있거든요.”

 

지금까지 400여권의 책을 디자인했다는 김민정 북디자이너는 현재 문학 작품 네 권과 에세이, 예술서, 영어 학습서 작업을 동시에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항상 6~7권 정도는 매달 진행되고 있는 것 같아요. 늘어날 때도 있고 줄어들 때도 있죠. 제가 디자인한 책을 읽고 좋았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정말 기분이 좋아요. 제가 만든 책을 읽거나 오랫동안 보관할 수 있다는 점도 뿌듯하죠. 제 이름을 걸고 작업하니까 책임감도 더 들어서 직업적으로 하는 일처럼 여기지 않고 완성도에 힘쓰고 있어요. 개인적으로는 현업에서 오래도록 활동하는 디자이너로 남고 싶어요.”

 

 

■ 글 _ 박경수 기자 twinkaka@naver.com

 

 

※ 본 글의 내용은 한국콘텐츠진흥원의 견해와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