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 없이 다가온 한국 온라인게임의 위기1

상상발전소/칼럼 인터뷰 2013. 1. 17. 13:52 Posted by 한국콘텐츠진흥원 상상발전소 KOCCA

 

 

 

한때 한국 온라인게임 시장은 ‘외산 게임들의 무덤’이었다. ‘반지의 제왕’, ‘몬스터 헌터 프론티어 온라인’, ‘진삼국무쌍 온라인’, ‘대항해시대 온라인’, ‘배틀필드 온라인’, ‘던전앤드래곤’, ‘에이지오브코난’, ‘드래곤볼 온라인’ 등 한국 게임 시장에 진출했다가 고배를 마신 게임을 열거하자면 끝이 없을 정도다.  세계적인 게임업체인 EA(일렉트로닉 아츠)의 화제작 ‘워해머 온라인’은 서비스를 시작해보지도 못하고 아예 출시를 포기하기도 했다.


 

 


그런데 최근엔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졌다. 오히려 한국 온라인게임 시장에서 외국산 게임들이 ‘제2의 전성기’를 맞이하고 있다고 할 정도로 인기를 누리고 있다. 물론 그것은 올해 출시된 걸출한 2개의 게임 탓이다. ‘디아블로3’와 ‘리그오브레전드(LoL)’는 나오자마자 엄청난 인기몰이를 하며 게임 시장을 점령해버렸다. 특히 리그오브레전드는 과거 아이온이나 리니지, 서든어택 등의 인기를 무색케 할 정도다.

 

 


게임트릭스에 따르면 12월 둘째 주 기준으로 PC방 게임순위에서 리그오브레전드는 28.18%의 점유율로 압도적인 1위를 차지하고 있다. 뒤를 이어 블레이드 & 소울, 서든어택, 피파온라인2, 아이온 등 국산 게임들이 포진해 있지만 이들 4개 게임의 점유율을 모두 합해도 리그오브레전드 하나를 감당해내지 못한다. 리그오브레전드와 디아블로3, 스타크래프트, 워크래프트3 등 빅4의 점유율을 합하면 무려 40%에 달한다. 한국 온라인게임 시장에 도대체 그 동안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왜 안방 시장을 외국산 게임에 내주게 된 것일까.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무엇일까. 
 


 

 

  *PC방 게임 순위 

자료 ; 게임트릭스(12월 둘째주 기준)


 1위. 리그 오브 레전드 28.18%
 2위. 블레이드 & 소울 8.54%
 3위. 서든어택 7.62%
 4위. 피파온라인2 5.86%
 5위. 아이온 4.94%
 6위. 디아블로3 3.84%
 7위. 스타크래프트 3.63%
 8위. 리니지 3.57%
 9위. 피파온라인3 2.90%
 10위. 워크래프트3 2.42%

 

 

 
 
 
 

 
◆시장이 바뀌고 있다


 구글은 이미 지난해 모바일을 통한 접속 비중이 PC를 통한 접속 비중을 추월했다. 국내에서는 올 들어 네이버와 다음이 이와 유사한 현상을 겪었다. 이미 인터넷 산업에서 스마트폰을 이용해 인터넷을 쓰는 사람들이 PC로 인터넷을 쓰는 사람 못지않게 많거나 곧 이를 추월할 것이라는 것은 깊이 공부해보지 않고도 알 수 있는 상식에 속한다.
  
게임 산업은 어떨까. 국내 게임 유저들이 PC에서 모바일로 이동했는지는 뚜렷하게 수치로 드러나지는 않는다. 하지만 아직 통계상의 미비일 뿐 모바일에서 이미 수많은 사람들이 애니팡, 드래곤플라이트와 같은 게임들을 즐기고 있다는 것은 현실에서 확인이 되고 있다. 


애니팡의 경우 초기 사용자가 몰릴 때는 동시접속자수가 200만 명을 넘는가하면 회원 수는 2000만 명을 돌파하기도 했다. 회원 수가 많아야 200만 명에서 300만 명 수준인 온라인게임 시장에서는 상상도 하기 힘든 숫자다. 그나마 이 정도 숫자도 속칭 대박 게임에서나 가능한 숫자다. 
 
그런데 이런 스마트폰용 모바일 게임 히트작을 만든 회사들은 대체로 다 벤처기업들이다. 쟁쟁한 온라인게임업체나 오랫동안 꾸준히 모바일게임을 해 온 업체들이 있지만 이들은 스마트폰에서는 국민게임을 만들지 못하고 있다. 이들이 뭘 하고 있는 것일까.
 
 
 

◆편한 고객에 안주한 게임업계 
 
스마트폰용 게임과 온라인게임은 현재 분명한 차이점을 드러내고 있다. 스마트폰에서 게임을 즐기는 이들은 기존에 게임을 즐기지 않던 사람들이 많다는 점이다. 즉 기존 온라인게임업계에서는 ‘고객’으로 분류되지 않던 사람들이다. 온라인게임 업계에서는 게임을 안 하던 사람들을 끌어들이는 일이 매우 힘들었다. 카트라이더나 메이플스토리 등 소수의 게임만 해 낼 수 있었다. 그나마 잠깐 뿐이었다. 온라인게임 세계에는 명백한 흑백 논리가 지배하고 있다. 열렬하게 게임을 즐기는 게이머, 즉 게임업체의 고객과 게임을 쳐다보지도 않는, 또는 관심도 없는, 게임업계와 아무 상관도 없는 대중들이 그것이다.
 
온라인게임업계에 중요한 사람들은 이들 게이머들이다. 이들 중에는 비록 새로운 게임이 나올 때마다 옮겨 다니는 그런 사람들도 상당수 있지만 대체로 충성스런 고객들이다. 온라인게임의 세계에 살고 있고, 계속해서 게임을 즐기며, 가상 세계에 엄청난 돈을 쓰고 있는 이들이다. 이들 중 다수는 월정액으로 게임을 즐기기까지 한다. 
 
이렇게 충성스런 수백만 명의 고객이 있다 보니 게임업체들은 이들에게 안주해버린 것 같다. 결과적으로 그렇다는 것이다. 팔짱만 끼고 있지는 않았겠지만, 결과적으로 시장이 변해 가는데 아무것도 안 한 꼴이 됐다. 위메이드엔터테인먼트 정도를 제외하고는 기존 온라인게임업체 중 모바일에서 의미 있는 실적을 내고 있는 곳은 전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비슷비슷한 게임을 내고, 똑같은 생산 방식을 고수하는 동안 시장이 달라져버렸다. 그런데 문제는 시장의 쉬프트만 일어난 게 아니었다. 그들이 믿고 있었던 온라인게임에서도 변화가 생겼다.

 
 
 
◆위기의 질이 틀리다.


 2004년 한국에 블리자드사의 ‘월드오브워크래프트(WOW)’가 등장했을 때 한국의 게임업계는 경악했다. 차원이 달랐기 때문이다. 절망감을 토로하는 이들도 있었다. 그 뒤로 한국 게임업계는 절치부심, 비슷한 수준까지 따라잡을 수 있었다. 하지만 리그오브레전드는 다시 한 번 충격을 주고 있다. 다시 한 번 차원이 다른 게임을 선보인 것이다.
   
문제는 8년 전과 상황이 다르다는 점. 당시엔 국내 온라인게임 산업이 성장세를 보이고 있었다. 성장하고 있을 때 콘텐츠의 위기가 찾아왔다. 시장의 파이가 커지고 있었기 때문에 시간이 있었다. WOW를 꼭 하지 않더라도 새롭게 시장에 진입하는 유저가 많았다. 이들을 공략하면서 실력을 키우면 될 일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시장이 달라졌다. 온라인게임 시장은 정체됐다. 이걸 단적으로 보여주는 게 온라인게임 대표 업체 엔씨소프트의 실적이다. 엔씨소프트의 올 3분기 매출액은 1130억 원, 영업이익은 359억 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3분기 엔씨소프트는 1240억 원의 매출액과 521억 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했었다. 작년에 비해 한참 처지는 실적을 낸 샘이다. 누적으로 봐도 마찬가지다. 올해 3분기까지 누적 매출액은 3454억 원으로 작년의 3911억 원에 한참을 미치지 못한다. 영업이익은 더 심하다. 작년 3분기 누적 영업이익은 1681억 원이었지만 올해는 799억 원에 불과했다.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 것이다. 아이온이 건재하고, 올해 블레이드&소울이라는 기대작이 나왔음에도 이 정도밖에 안됐다는 점에서 더욱 충격적이다.  
 
파이 크기는 그대로인데 외국 게임들이 시장을 잠식하고 있다. 한국 게임들이 먹고 살 길이 막막해졌다는 뜻이다. 그런데 모바일에서는 기존 온라인게임업체들이 전혀 기를 펴지 못하고 있다. 일부 모바일에서 선전하고 있는 온라인게임업체들이라고 고민이 없는 게 아니다. 사용자 수에 비해 매출액이나 이익이 뒷받침되지 못하고 있다. 아직 수익성 개선이 필요한 상황이다. 그러다보니 모바일에만 올인하지도 못한다. 위기가 중첩되고,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출구를 찾기가 힘든 상황이 되고 있다.

 

 

임원기 (한국경제신문 기자, 블로거)

 

 


 

※ 본 글의 내용은 한국콘텐츠진흥원의 견해와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