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예술가(씨노그래퍼)를 목표로 뛰고 있어요!

상상발전소/칼럼 인터뷰 2013. 1. 15. 13:26 Posted by 한국콘텐츠진흥원 상상발전소 KOCCA

 

이 름 : 배 윤 경

주요 경력
현재 감성놀이터 아트디렉터
중앙대학교 첨단영상대학원 예술공학 박사 수료
Wimbledon College of Art(UAL) Theatre Design MA
성신여자대학교 서양화과

<공연>
2012년 어쿠스틱 뮤지컬 ‘바람이 불어오는 곳’ 무대디자인
2011년 ~ 2012년 연극 ‘바보 빅터’ 무대디자인
2011년 연극 ‘다이빙 보드 위의 고래’ 무대디자인

<전시>
2011 ~ 2012년 Playground in Island 미디어작품 출품
2011년 경기세계도자비엔날레 미디어작품 출품

 

연극이나 뮤지컬, 콘서트 같은 공연에서 관객들은 배우들의 멋진 연기와 춤에 아낌없는 박수갈채를 보낸다. 한 편의 드라마 같은 뛰어난 공연을 만드는 많은 스탭들 중에서도 배우들의 움직임과 동선, 조명 등을 고려해 공연의 배경이 되는 무대를 꾸미는 무대디자이너는 어떤 사람들일지 궁금했다. 공연에 따라 중세시대의 고즈넉한 분위기로 때로는 최첨단의 영상이 어우러진 감각적인 무대를 만들고 있다는 배윤경 무대디자이너와 이야기를 나눴다. 그녀는 무대예술가로 불리는 씨노그래퍼(Scenographer)를 목표로 열심히 공연장을 찾고 있다.

 


그림 못지않게 공연을 좋아하다
“어릴 적부터 그림을 그려왔고 대학에서는 서양화를 전공했는데, 대학 3학년 때부터 무대미술에 많은 관심을 갖게 됐어요. 생각해 보니 어렸을 때 크리스마스 시즌이 되면 언니, 오빠들과 함께 집에서 장기자랑도 하고 연극도 하는 등 크리스마스 공연을 준비하곤 했어요. 그런 일들이 어릴 때부터 미술과 공연에 관심을 갖게 했던 것 같아요.”

 


배윤경 무대디자이너는 무대미술을 공부해야겠다고 마음먹고 나서는 1년 정도 학교를 휴학한 다음 본격적으로 무대미술을 배우러 다녔다고 한다. “무대미술은 스승과 제자라는 도제 시스템을 통해 배우는 구조로 되어 있어서 힘들었지만 무대미술을 공부하면서 유학을 가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래서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영국으로 가서 무대미술로 석사과정을 마쳤고 한국에 돌아와서는 중앙대 첨단영상대학원에서 예술공학 박사과정도 밟았어요.”

 

 

▲ 무대예술가로 불리는 ‘씨노그래퍼(Scenographer)’를 꿈꾸는

배윤경 무대디자이너는 영상을 접목한 다양한 공연 무대미술에 관심이 많다.

 

그녀는 석사과정 때 지도교수가 공연영상을 많이 하는 분이여서 무대디자인에 미디어 아트를 접목하는 일에도 관심을 갖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림을 그리는 것도 좋아했지만 설치미술 쪽에도 관심이 많았어요. 무엇보다 저는 공연 보는 걸 너무 좋아했어요. 하지만 무대 위에 직접 설 자신은 없어서 공연을 만드는 스탭이 되어야겠다는 생각을 했죠.”

 


무대디자인을 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이 무엇인지 물었더니 2008년에 영국 에딘버러 프린지 페스티벌에 참여했던 일을 꼽는다. “그땐 정말 고생을 많이 했어요. 저를 비롯해 무용과 의상, 조명을 담당한 네 명의 유학생이 모여 ‘Floating Water Theatre Company’라는 단체를 만들어서 페스티벌에 참여했어요. 관객이 스무 명 정도 들어올 수 있는 설치미술과 무용을 겸비한 꽤 실험적인 공연이었어요. 운 좋게도 공연을 할 때 영국에 있던 한국문화원으로부터 도움도 받았어요. 비록 상을 받진 못했지만 몇백 개의 팀에서 네 팀을 뽑았는데, 그 안에 들 수 있어서 더 기억에 남아요.”

 

 

▲ 런던 길거리 퍼포먼스 모습. 런던 테러가 일어난 뒤여서 경비가 삼엄했다.

경찰의 제지를 받기도 했지만 운 좋게 한국문화원 담당자 눈에 띄어 지원을 받았다.


 무대마다 분위기나 연출이 다르다
그녀는 모든 예술장르가 매체의 영향을 많이 받고 있기 때문에 새롭게 미디어 아트를 공부하게 됐는데, 현재 하는 일에 도움이 많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세상은 점점 더 변화가 많고 빠르게 변하고 있어요. 하지만 공연 쪽은 느리게 가고 있죠. 그렇기 때문에 많이 배워두어야 무대를 만들 때 잘 활용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요즘 공연들 중에는 지나치게 기술적인 면만을 부각시키는 공연들이 있어요. 무대연출을 할 때는 영상을 적절하게 쓰는 것이 중요한데 과도한 사용으로 하나의 쇼처럼 보여지는 것은 아쉽습니다.”

 


그녀는 연극 <바보 빅터>에서 미디어 아트를 접목시킨 무대를 만들었다. “이 연극은 2011년과 2012년에 두 번 무대에 올라갔는데, 올해 10월쯤 다시 열릴 예정이에요. 무대디자인에 영상을 활용하고 싶었는데 어떻게 하면 좀 더 극의 내용에 적합한 표현을 할 수 있을까 고민했었죠. 이 연극은 천재인지 모르고 살았던 주인공 ‘빅터’에 대한 이야기인데, 아날로그적인 무대로 꾸몄으면 좋겠다고 해서 프로젝션 보다는 모니터를 쓰는 게 좋을 것 같아서 14대의 모니터로 무대를 만들었어요.”

 

 

▲ 연극 ‘바보 빅터’ 공연 장면 / 2012. 11.3 ~ 2012.12.30 구로아트밸리 예술극장

 

원형무대에 설치한 모니터는 여러 개를 쌓아 놓기도 하고 여기저기 늘어놓기도 했다. 무대는 메인 배경화면 외에도 장면마다 다른 영상을 보여주어야 했기 때문에 더 많은 신경을 써야 했다. “기본적으로 무대디자인은 대본을 받으면 어떻게 무대를 꾸밀지 분석을 하고 어떤 컨셉으로 해야 할 지 고민하면서 연출가와 이야기해서 무대를 정합니다. 보통 아이디어를 무대디자이너가 연출가에게 주는데, 무대디자인을 위해 도면도와 미니어처 제작도 담당합니다. 제작소에서는 도면에 따라 무대를 만드는데 완성된 무대를 만들 때까지 무대디자이너는 제작소에도 가고, 도면대로 잘 만들고 있는지 이것저것 확인할게 많아요.”

 


연극 공연은 예산이 적어서 무대디자인에 많은 비용을 쓸 수 없기 때문에 공연 중간에 문제가 발생하기도 한다며 그녀는 ‘바보 빅터’ 연극에서 14대의 모니터를 하나의 컴퓨터에 연결해 영상을 관리하는 일이 힘들었다고 말했다.

 


“무대디자이너에게 충분한 시간을 주어야 좋은 무대를 꾸밀 수 있지만 어떤 디자이너들은 여러 개의 작품을 동시에 진행하는 경우도 있어서 생각할 시간이 많지 않을 수도 있어요. ‘바보 빅터’의 경우에는 대본을 받고 무대디자인을 하는데 4~5개월 걸렸어요. 규모가 큰 뮤지컬의 경우에는 1~2년 정도 준비기간을 두기도 합니다.”

 


공연을 준비하는 과정이 너무 힘들지만 자신이 스케치한 그림이 무대에 올라가는 것을 보면 너무 뿌듯해서 또 힘든 과정을 잊고 공연에 몰두하게 된다고 그녀는 말했다. “무대가 올라가기 전에 배우들은 연습실에서 연습을 하고 무대에는 마킹을 해서 동선에 대한 연습을 합니다. 그러다가 공연이 시작되기 일주일 전에는 무대 셋업을 하고 리허설을 하게 되죠.”

 

 

▲ ‘바보 빅터’ 공연의 도면과 아이디어 스케치, 셋업 이미지

 

 

무대미술은 많은 경험이 중요하다
영국 유학을 마치고 한국에 돌아왔지만 아는 사람도 없고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서 처음에는 기획사에 들어가 일을 했다고 한다. “어린이공연 ‘브레맨 음악대’를 기획한 곳에서 조연출을 맡았는데, 저도 사회 초년생들이 겪는 일을 겪었죠. 배우, 스탭, 회사에서도 치이는 등 초반에는 굉장히 힘들었어요. 거의 매일 울다시피 했죠. 하지만 공연을 하는 사람들은 굉장히 순수해요. 돈을 제대로 받지 못하면서도 이 일을 하고 있는 것은 정말 공연을 좋아하기 때문이죠.”

 


그녀는 무엇보다 이 일은 좋아서 해야 한다며 후배들에게도 되도록 많은 경험을 해보라고 주문한다고 말했다. “무대디자인을 위한 아이디어는 많은 경험을 통해서 얻는 것 같아요. 저는 시간이 나면 여행을 많이 다니는 편이에요. 영화나 전시회도 많이 보려 다니죠. 저는 경험이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무대미술은 다양한 공부가 필요하죠. 시대극을 한다면 그 시대의 모든 문화와 역사적인 배경들에 대해서도 잘 알아야 무대를 제대로 꾸밀 수 있거든요.”

 

 

▲ 런던 한국문화원(Korean Culture Centre)에서 설치전시 공연을 했던 모습.

왼쪽 상단에 있는 박스는 런던 길거리 퍼포먼스에서도 사용되었던 박스로 공연 당일 로비에 전시됐다. 

 

 

무대미술은 생각보다 공부를 많이 해야 해서 늘 공부하는 자세로 일하고 있다고 그녀는 말한다. 하지만 공연이 끝나고 나면 항상 아쉬움도 남는다. 이렇게 하면 더 좋았을 텐데 하고 말이다. “제 경우에는 공연을 올리고 나서 일주일 동안은 열심히 가서 공연을 봅니다. 그러다 공연이 끝나갈 때쯤 또 다시 가서 보죠. 마지막 공연을 할 때 가서 보면 느낌이 또 달라요. 공연은 배우에 따라서도 그 느낌이 다르지만 무대디자이너가 아닌 관객의 입장에서 보면 또 다르죠.”

 


그녀는 힘들게 만들었던 무대가 공연이 끝나면 모두 없어져 소모적으로 사용되는 세트가 아쉽기도 하지만 공연은 뜨겁게 사랑하고 헤어지는 연인들 같다는 말에 공감이 간다며 웃음 지었다. “저도 연예인들처럼 인터넷에서 공연에 대한 관람 평을 자주 보고 있어요. 2010년 ‘바보 빅터’ 공연 때 한 관객이 연극에 몰입할 수 없었다는 이야기를 했어요. 당시 공연 예산이 많지 않아서 6미터 정도 되는 원형무대를 스탭이 직접 손으로 돌려가면서 무대를 꾸몄거든요. 원형무대가 돌아가는 소리도 많이 났지만 객석에 앉은 관객들이 무대를 돌리는 모습을 그대로 볼 수 있었죠.”

 


한편, 배윤경 무대디자이너는 중앙대 박동우 교수의 작업 스타일을 좋아한다며, 단순히 연출가의 주문대로 무대를 꾸미는 무대디자이너가 아닌 극을 해석하고 조명이나 무대 같은 모든 비주얼적인 요소들을 감독하는 무대미술가 혹은 무대예술가를 꿈꾸고 있다고 말했다. “영상을 굉장히 잘 활용하는 체코 작가 조세프 스바보다(Josef Svoboda)를 존경해요. 단순히 네모난 스크린에 프로젝션을 하는 것이 아니라 스모그로 막을 만들어서 빛으로 조명을 주기도 하고 프로젝션을 하는 모습을 보고 감명을 받았어요. 앞으로 제가 만드는 무대에서도 이런 것들을 활용하고 싶어요.”

 

 

▲ Edinburgh Fringe Festival  ‘ID’
 공연일 _ 2008.08.03 ~ 2008.08.25
장소 _ The Royal College of Surgeons of Edinburgh 

 

 

▲ 2008 Edinburgh Fringe Festival 참여작 ‘ID’. 공동연출로 Total Theatre Award, Graduation Category Short List에 오른 작품. 관객석과 퍼포먼스가 보여지는 무대가 바뀐 공간의 관객들은 어둠 속에서 조명을 들고 자신들의 ID를 찾아가면서 공연이 시작된다. 
(왼쪽) 영국에서 유학 후 런던을 베이스로 활동하는 작가 4명으로 구성된 Floating Water Theatre Company의 멤버 사진(왼쪽 아래부터 유성희(조명) / 박진덕(안무, 무용) / 천선우(의상) / 배윤경(무대, 영상).
(오른쪽) ID 포스터와 리플렛  

 

 

무대연출가, 씨노그래퍼를 꿈꾼다
우리나라는 연출가가 중심이 돼서 공연을 만들어 나가는 반면에 외국의 경우에는 감독이나 디자이너가 동등한 입장이라며 그녀는 아쉬워했다. 그녀가 씨노그래퍼 즉, 무대연출가를 꿈꾸는 이유는 하나의 무대를 만드는 공연에서 연출가를 비롯해 많은 스탭들이 동등한 입장에서 좋은 공연을 만들고 싶기 때문이다.

 


“국내에서는 일주일 만에도 공연이 올라가는 경우가 있어요. 하지만 외국에서는 공연을 올리기 전에 쇼케이스를 통해서 관객의 평을 듣고 나서 다시 무대를 꾸며 공연의 완성도를 높이고 있어요. 영국에서는 어린이 공연을 하나 올리더라도 공연을 보는 타겟층을 정확히 세분화해서 그에 맞는 준비를 하는데, 때로는 어른 공연 못지않게 감동을 주죠.”

 


그녀의 장점은 무대 언어와 영상 언어 두 가지를 모두를 이해할 수 있고 풍부한 무대디자인 경험을 통해 공연과 영상을 이어주는 교두보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또한 연출가의 생각과 극의 텍스트를 이해해 무대를 잘 꾸밀 수 있도록 홀로그램을 비롯해 프로젝션 매핑 등 다양한 영상 연구도 꾸준히 진행 중이다.

 


“올 상반기에는 감성놀이터에서 진행하는 프로젝션 매핑 공연을 무대에 올릴 예정이에요. 하반기에는 ‘바보 빅터’ 공연이 다시 무대에 오르죠. 또, 홀로그램을 활용한 창작 뮤지컬도 준비하고 있어요. 그 외에 워크숍 형태의 창의적인 수업을 통해 많은 학생들이 씨노그래퍼를 꿈꾸도록 교육에도 힘쓸 생각입니다. 앞으로 공연을 보실 때는 무대디자인도 관심 있게 지켜봐 주세요.”

 


■ 글 _ 박경수 기자 twinkaka@naver.com

 

 

 

 

※ 본 글의 내용은 한국콘텐츠진흥원의 견해와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