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살인범이다>

<추격자>

<그놈 목소리>

 

세 편 영화의 공통점을 아시나요?

 

혹시 누가 있나 돌아보게 되는 것.

그날 밤은 잠을 설치는 것.

바로 무시무시한 살인마가 등장한다는 것.

그럼에도 그들은 너무나 매력적이라는 것.

 

그리고 심장이 조여오는 듯한 스릴까지, 세 영화의 공통점으로 묶고싶네요. 이제 한국영화는 거대 자본으로 중무장한 외국영화와 당당히 맞서고 있습니다. 그 막대한 자본과 거대한 시장의 규모를 이길 수 있는 것은 아마도 다양한 소재와 콘텐츠, 독특한 방식으로 대상을 바라보는 한국 특유의 영화적 감각도 포함될 것 같네요. 또한 한국영화는 무엇보다도 독특한 캐릭터의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외국 영화의 전형적인 캐릭터는 뭘까요? 마블코믹스나 DC코믹스로 널리 알려진 영웅적 이미지, 또는 블록버스터, SF영화 속 캐릭터는 선과 악이 명확히 분리되어 있기에 캐릭터의 형태는 어떤 식으로든 그 틀을 벗어나지 않고 정형화되었다는 생각이 드는 반면  한국의 캐릭터는 뭔가 특이한 기질을 가지고 있습니다. 다수의 영화제에서 수상을 한 김기덕 감독의  영화만 예를 들어 볼까요? 조금도 대상을 미화시키지 않고 불편하리만큼 누군가의 삶은 천착하고 있잖아요. 그리고 '복수'를 모티브로 한 박찬욱 감독의 영화도 우리의 마음 한구석을 불편하게 하죠, 이렇게 하나로 규정할 수 없는 한국 특유의 캐릭터들은 아마도 우리의 민족성을 함유하고 있는 거겠죠?

 

제가 소개할 세 편의 영화 속 인물은 너무나 생생하게 구현되었기에 불편하기도 합니다. 그 주인공이 바로 범죄의 선상에 있는 '희대의 살인마'이기에 관객들은 더욱 불편한 마음으로 영화를 관람하죠. 이 영화들은 허구적 상상력에 기댄 것이 아니라 대한민국에서 실제로 일어났던 미제사건을 토대로 만들었기에 더욱 현실적으로 다가옵니다. 잔인한 범죄의 행각 속에서 또다른 메시지를  던지는 세 편의 영화들!

 

다시는 이러한 일이 일어나지 않아야 하겠죠?

 
 

'미제해결사건'을 모티브로 만들어진 영화들

 

 

제 1대 미제해결사건 - 화성 연쇄살인사건
- 2003년 봉준호 감독의 영화 '살인의 추억'의 토대가 된 사건

 

제 2대 미제해결사건 - 개구리소년 실종사건
- 2011년 이규만 감독의 영화 '아이들'의 토대가 된 사건

 

제 3대 미제해결사건 - 이영호군 유괴사건
- 2007년 박진표 감독의 영화 '그놈 목소리'의 토대가 된 사건

 

지금부터

세 편의 영화를 통해 구현된 '세 명의 살인마'를 만나봅시다!

 

<내가 살인범이다>

 
개요 : 액션, 스릴러, 액션 / 한국 / 2012. 11. 18 개봉

감독 : 정병길

출연 : 정재영 박시후 등

 

 

 

- 줄거리 -


15년의 공소시효가 끝난 후, 놈이 나타났다!

스타가 된 연쇄살인범 VS 법으로는 잡지 못하는 형사

15년 전,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연곡 연쇄살인 사건. 하지만 이 사건은 끝내 범인을 잡지 못한 채 공소시효가 끝난다. 사건 담당 형사 최형구는 범인을 잡지 못한 죄책감과 자신의 얼굴에 끔찍한 상처를 남기고 사라진 범인에 대한 분노로 15년간 하루도 편히 잠들지 못한다. 그리고 2년 후, 자신을 연쇄 살인사건의 범인이라고 밝힌 이두석이 ‘내가 살인범이다’라는 자서전을 출간하고, 이 책은 단숨에 베스트셀러가 된다. 미남형 외모와 수려한 말솜씨로 스타가 된 이두석. 최형구는 알려지지 않은 마지막 미해결 실종사건을 파헤쳐 세상이 용서한 이두석을 어떻게든 잡아넣으려 하는데… 법이 용서한 연쇄살인범.

공소시효는 끝났지만, 사건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 네이버 영화 발췌

 

<나는 살인범이다>라는 제목이 암시하듯 '공소시효가 끝난 연쇄살인범의 충격고백'을 모티브로 제작된 영화입니다. 우리나라 국민의 기억 속에 충격적으로 남은 사건(1986년부터 1991년까지 경기도 화성시 태안읍 일대에서 10명의 여성이 살해된 화성 연쇄살인사건)은 끝내 범인을 찾지 못하고 종결되었습니다.

이 미제해결사건으로부터 영화적 상상력이 촉발합니다. 15년의 공소시효가 끝난 뒤 <나는 살인범이다>라고 만천하에 외치며 화려하게 등장하는 살인범. 보통 살인범은 잔인하고 스치기만 해도 섬뜩할 것 같은데, 웬 걸 살인범으로 등장하는 이두석(박시후)는 팬클럽이 결성될 정도로 잘생기고 육체미를 자랑하며 그간 살해행적을 사죄하는 뜻으로 책을 출판하는 등 지성까지 갖춘 이 시대의 차도남으로 등장하고 있습니다. 영화적이면서도 현실적인 상상력 때문인지 더욱 설득력이 가는 영화입니다. 진짜 살인범은 누구일까요? 지금 절찬리에 개봉중인 영화를 보면 알 수 있겠죠^^

 

살인마 캐릭터 1

 

 

"웃겨요? 살인마가 10명이나 죽여놓고 자기 몸 관리하니까..그게웃겨요?"
- 15년 공소시효가 끝난 후 연쇄살인범이라는 충격고백을 한'이두석'(박시후)

 

브라운관에서 만났던 그의 모습에서 예상치 못한 눈빛과 카리스마에 압도당했습니다.

미소를 지었는데도 섬뜩한 기운이 느껴집니다.

 
 

<추격자>

 

개요 : 범죄, 스릴러, 액션 / 한국 / 2008. 02. 14 개봉

감독 : 나홍진

출연 : 김윤석, 하정우 등

 

- 줄거리 -

 

그날 밤 놈을 쫓던 단 한 명의 추격자! 놈을 잡은 건 경찰도 검찰도 아니었다! 대한민국을 뒤흔든 희대의 살인마! 출장안마소(보도방)를 운영하는 전직 형사 ‘중호’, 최근 데리고 있던 여자들이 잇달아 사라지는 일이 발생하고, 조금 전 나간 미진을 불러낸 손님의 전화번호와 사라진 여자들이 마지막으로 통화한 번호가 일치함을 알아낸다. 하지만 미진마저도 연락이 두절되고…… 미진을 찾아 헤매던 중 우연히 ‘영민’과 마주친 중호, 옷에 묻은 피를 보고 영민이 바로 그놈인 것을 직감하고 추격 끝에 그를 붙잡는다.

 

실종된 여자들을 모두 죽였다는 충격적인 고백을 담담히 털어 놓는 영민에 의해 경찰서는 발칵 뒤집어 진다. 우왕좌왕하는 경찰들 앞에서 미진은 아직 살아 있을 거라며 태연하게 미소 짓는 영민. 그러나 영민을 잡아둘 수 있는 증거는 아무것도 없다. 공세우기에 혈안이 된 경찰은 미진의 생사보다는 증거를 찾기에만 급급해 하고, 미진이 살아 있다고 믿는 단 한 사람 중호는 미진을 찾아 나서는데……


- 네이버 영화 발췌


<추격자>가 있다면 영리한 <도망자>가 있습니다.

추격자는 범인을 잡기 위해 고군분투합니다. 이미 일어난 범죄의 결과에 대해서 떠드는 매스컴. 한바탕 소란 후 잊히고 마는 사회의 냉대 뒤에는 끊임없이 범인을 잡기 위한 추격자의 노력이 있었습니다. '과연 범인은 누구인지?', '과연 잡을 수 있을 것인지' 보통 범죄자를 그리는데 초점을 맞추는 기존의 영화와는 달리 이 영화는 뻔히 범인을 알면서도 잡지 못하는 현실과 서서히 죽어가는 피해자에 대해 그리고 있습니다. 처음부터 누군지 드러나는 범인, 그를 쫓는 추격자를 통해 범인은 거대한 상징성으로 우리에게 다가옵니다. 잔인함으로 얼룩진 범죄는 현재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의 일면을 아프게 비추고 있습니다.

 

 

 

   -희대의 살인마 ‘지영민’ 사건 파일


   서울 마포, 부녀자 연쇄 살인사건 발생

   동일 지역 출장안마사 여성 2명 실종

   PM 5:00 실종 여성의 재규어 차량 발견

   PM 9:45 차내 핸드폰 발견. 마지막 통화 기록 ‘4885’ 확인

   PM 9:50 현재 출장안마사 여성 김미진을 불러낸 손님의 번호 ‘4885’로 일치

   PM 10:10 김미진 연락 두절

   PM 10:50 출장안마소 업주 엄중호, 용의자 지영민 검거

   PM 11:55 지영민 9명 여성 살해 사실 자백

   AM 00:24 서울 기동 수사대. 지영민 사건 인계

   AM 01:45 지영민 살해 대상 9명에서 12명으로 번복

   AM 01:49 마지막 실종 여성 김미진은 살아있다고 진술

   AM 02:00 경찰, 지영민 거주지 및 범행장소 확보 실패

 

 

 

 

살인마 캐릭터 2

 니가 살아서 돌아가야 하는 이유가 있으면 말해봐....

- 미진을 죽이기 전에 '영민'(하정우)

  

희대의 연쇄살인마 ‘영민’으로 다시 태어난 하정우, 그의 충격적인 눈빛에 섬뜩한 광기가 보입니다.

 

 

<그놈 목소리>

 

개요 : 드라마, 미스터리, 범죄, 스릴러 / 한국 / 122분 / 2007년 02. 01 개봉

감독 : 박진표

출연 : 설경구, 김남주, 강동원(목소리) 등

 

 

 

- 줄거리 -

 

현상 수배극 | 1991년 이형호군 유괴사건 실화 | 내 아이를 빼앗아간 유괴범의 44일간의 피말리는 협박 전화 | 살 수도 죽을 수도 없었습니다 그놈을 잡기 전에는... | 우리 아이는 겨우 아홉살이었습니다

범죄와의 전쟁이 선포될 정도로 흉흉한 강력범죄가 끊이지 않던 1990년대. 방송국 뉴스앵커 한경배(설경구)의 9살 아들 상우가 어느 날 흔적 없이 사라지고, 1억 원을 요구하는 유괴범(강동원)의 피말리는 협박전화가 시작된다. 아내 오지선(김남주)의 신고로 부부에겐 전담형사(김영철)가 붙고, 비밀수사본부가 차려져 과학수사까지 동원되지만, 지능적인 범인은 조롱하듯 수사망을 빠져나가며 집요한 협박전화로 한경배 부부에게 새로운 접선방법을 지시한다. 치밀한 수법으로 정체가 드러나지 않는 유괴범의 유일한 단서는 협박전화 목소리. 교양 있는 말투, 그러나 감정이라곤 없는 듯 소름끼치게 냉정한 그놈 목소리뿐이다. 사건발생 40여 일이 지나도록 상우의 생사조차 모른 채 협박전화에만 매달려 일희일비하는 부모들. 절박한 심정은 점차 분노로 바뀌고, 마침내 한경배는 스스로 그놈에게 접선방법을 지시하며 아들을 되찾기 위한 정면대결을 선언하는데...

 

- 네이버 영화 발췌

 

<그놈 목소리> 또한 2007년 개봉 당시를 시점으로 15년 전 충격적인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된 영화입니다.

<내가 살인범이다> 영화도 15년 전 사건을 모티브로 제작되었는데, '15 년 전이라는 사건이라는 공통의 분모가 두 영화 속에 있네요. 본론으로 돌아가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그 사건은 1991년 1월 29일 압구정동에서 유괴당한 이형호 어린이가 44일 후 한강 배수로에서 시체로 발견된 일입니다. 이 영화 역시 영화적 요소의 재미를 갖추고 있지만, 사회적 메시지를 던지고 있는 작품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놈 목소리>에 등장하는 살인마는 형체를 알 수 없습니다. 오직 목소리만으로 피해자를 압박해오고, 가슴을 졸이게 합니다. 경찰의 추적을 따돌릴 적으로 범인은 지능적이고 치밀했으며 끊임없이 부모에게 거는 협박전화로 잔인무도한 존재를 드러냅니다. 전화기로 들려오는 음성, 오직 잔인한 살인마의 단서입니다. 구체적 살인마의 이미지가 등장했던 앞서 살인마가 적극적으로 모습을 드러냈던 두 영화와는 달리, 관객은 오로지 추측으로 그의 이미지를 구현합니다. 교양있는 말투와 소름 끼치도록 냉소적인 목소리는 충분히 극 속의 부모와 관객까지 공포로 몰아넣습니다. 모습을 드러내지 않음으로 잔인함의 이미지를 극대화시키는 살인마는 여전히 영화 <그놈 목소리> 안에 살아있습니다.

 

 

살인마 캐릭터 3

 

 

애를 살리고 싶습니까? 정말 살리고 싶어요?... 끄끄끄...

- 협박전화 마지막 날 유괴범 그놈 목소리 (강동원)

 

듣는이의 피를 말리는 살인마의 목소리

형체를 알 수 없기에 더욱 잔인무도하게 형상화 되는 살인마

 


사회 병리적 현상으로 각종 범죄가 난무하고 있는 세상입니다. 이러한 범죄까지도 콘텐츠로 삼아 새롭게 탄생시킨 영화의 줄거리와 '살인마'캐릭터를 살펴 보았습니다. 분명 ‘살인마’는 강인한 인상을 남기는 매력적 캐릭터 임에 틀림없습니다. 하나 그 역을 연기한 배우의 내면까지도 한동안 고통스럽게 만드는 근본적 사건들은 앞으로도 없어야 할 것입니다. 또한 영화를 통해 한국의 미제 해결사건들이 재조명되었지만 제작진조차 이러한 일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기를 바랄 것입니다.

 

매력적인 살인마 캐릭터는 우리의 가슴속에 잊히지 않는 각인을 남깁니다. 이러한 사회의 치부조차 하나의 콘텐츠로 탄생시키는 대한민국의 창작자와 제작자의 고뇌가 느껴지네요. 매력적이지만 잔인한 살인마캐릭터가 한국의 실제사건을 기반으로 만들어져서 더욱 설득력이 있었고, 독특한 이미지를 창출한 것도 사실이지만 영화 속에서 벌어지는 사건을 통해 관객들 모두가 충격과 분노를 느꼈던 만큼 앞으로 이런 사건들은 영화속에서만 볼 수 있었으면 좋겠네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본 글의 내용은 한국콘텐츠진흥원의 견해와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