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게임, 게임의 한계를 넘는다

상상발전소/칼럼 인터뷰 2012. 10. 24. 11:12 Posted by 한국콘텐츠진흥원 상상발전소 KOCCA

 

 

모바일게임, 게임의 한계를 넘는다

 

 

임 원 기 (한국경제신문 기자)

 


원래 ‘게임(Game)’누군가와 승부를 내는 모든 종류의 ‘놀이’일컫는다. 그런데 비디오게임과 PC게임, 즉 컴퓨터 시대의 게임이 게임이라는 장르를 대표하게 되면서 게임은 본래의 정의를 떠나 아주 제한적인 용도로 쓰이게 됐다.


우선 대상이 좁아졌다. 시간과 장소의 제약도 생겼다. 누구나, 언제나, 어디서나, 즐길 수 있는 그런 것이 아니라 특정 애호가들이 자기들끼리만, 특정 플랫폼에 기반하거나 특정 기기를 지닌 경우에만 할 수 있는 것으로 제한됐다. 


속성에도 변화가 생겼다. 단순 놀이보다는 중독성이 강한 대상이 됐다. 이러다 보니 게임을 바라보는 시선에도 부정적인 느낌이 강해졌다. 특정 계층만이 즐기고 중독성이 강하다는 느낌을 주니 그럴 수밖에 없다. 이런 ‘변질’은 곧 게임의 한계가 됐다. 그런데 최근 모바일게임이 확산되고 대중화되면서 게임의 오랜 한계를 벗어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놀이의 본질적 속성에 좀 더 가까워지고 있다는 뜻이다.

 

◆게임을 하지 않던 사람들을 끌어들인다
 선두에서 이런 변화를 이끌고 있는 것은 선데이토즈라는 게임개발사가 만든 모바일게임 ‘애니팡’ 이 게임의 10월 15일 현재 다운로드 수는 2000만. 매일매일 접속해 사용하는 사람만 1000만 명에서 1200만 명에 달하고 동시에 접속하는 사람은 300만 명을 넘기고 있다. 


시간이 한참 흐른 뒤에 한국 모바일게임의 역사를 되돌아본다면 아마 애니팡 이전과 이후로 나눠 볼 수 있을 것 같은데, 이 정도로 이 게임이 가져온 파급 효과가 크다. 애니팡 이전에도 모바일게임은 있었다. 컴투스와 게임빌이라는 대표적인 두 모바일게임 회사를 중심으로 2세대(G) 통신 네트워크 시절부터 모바일게임이라는 장르가 존재했다. 다만, 아주 제한적이었다. 즉 마치 온라인게임이나 PC게임처럼, 애호가들의 세계에서만 존재했다. 대다수의 사람들에게는 좁은 화면과 도무지 누르기 힘든 불편한 키동작 등으로 인해 모바일게임은 남의 나라 얘기였다.


애니팡은 여러 가지 좋은 조건 속에서 탄생했다. 우선 이 게임을 만든 회사가 여러 번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내공을 닦아 유저들의 마음을 읽을 줄 알았다는 점이고, 시장이 스마트폰 중심으로 바뀌면서 예전 좁은 화면과 불편한 키패드 조작이라는 모바일게임의 태생적 어려움을 어느 정도 극복할 수 있었다. 카카오톡이라는 국민 메신저가 미리 등장해 판을 깔아 놓은 덕에 입소문을 쉽게 탈 수 있었다. 


중요한 것은 이런 조건이 맞아 떨어지면서 갑자기 거의 전국민이 게임을 하게 됐다는 점이다. 순간적으로 동시에 300만명이 접속해 특정 게임을 한다는 것은 한국 게임사에서 한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일이다. 이동통신업계에 따르면 최근 최신 스마트폰 교체를 하는 사람들의 요구 사항 내지 폰 교체 이유 중 상당수를 애니팡과 같은 모바일게임이 차지하고 있다. 주부와 60대 이상 어르신들, 여대생 등 평소 게임을 하지 않던 사람들이 대거 게임에 몰려들고 있다는 것. 애니팡을 위시한 모바일게임이 가져온 가장 큰 변화다.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벗어난다
 모바일게임이 기존 게임이 갖고 있던 한계를 넘어 보다 근본적인 놀이 문화에 가까워지고 있다는 점은 일상 생활에서 쉽게 확인이 된다. 사람들이 어디서나, 누구나, 언제든 모바일게임을 하기 시작헀다는 점이다. 10월초 시작한 국회 국정감사에는 민주통합당 최재성 의원이 국정감사 도중 애니팡을 즐기는 모습이 포착돼 화제가 된 적이 있었다. 그의 의도나 상황전개 등을 떠나 중요한 포인트는 그만큼 모바일게임에 대한 거부감과 제약이 사라졌다는 것이다. 


모바일게임의 이런 엄청난 확산은 카카오톡 때문일까. 스마트폰이라는 기기때문일까. 아니면 그저 게임을 잘 만들었기 때문일까. 


과거에도 카카오톡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1000만명 이상이 쓰는 ‘국민’이라는 수식어를 붙일 만한 메신저 서비스가 있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사람들이 PC 전원만 키면 접속하는 네이트온 메신저는 회원수가 3500만 명에 달할 정도로 사용자 기반이 어마어마했다. 이 메신저를 게임 플랫폼으로 활용하려는 시도는 많았지만 모두 실패했다. 


전 국민이 휴대폰을 쓰기 시작한 시점이나, 스마트폰이 빠르게 확장하던 시기에나 많은 게임업체들이 각각의 단말기에 최적화된 다양한 게임들을 선보였지만 이 역시 잘 되지 않았다. 히트쳐봤자 100만명-200만명이 다운로드하면 잘 된 게임이었다. 


마지막으로 애니팡이나 드래곤플라이트와 같은 모바일게임 시대의 주역 게임들이 정말 잘 만든 게임일까. 물론 잘 만들었다. 하지만 이전에도 이처럼 잘 만든 게임은 얼마든지 있었다. 그래픽이나 재미 측면에선 훨씬 뛰어난 게임들이 더 많았다. 게임을 잘 만들었다는 요인 만으로는 설명이 안된다.


물론 세가지 변수를 다 조합하면 설명이 가능하다. 카카오톡은 과거 PC기반 메신저들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사용자 기반이 넓다. 즉 같은 현상이지만 차원이 다르다는 뜻이다. 과거 PC 메신저들은 실시간 사용 비율이 20%가 채 되지 않았다. 이마저 들쑥날쑥했다. 하지만 카카오톡은 6000만명이 설치했고 매일 설치자의 70% 이상이 사용하고 있다.


스마트폰의 대중화 역시 과거 2G 시절 휴대폰의 확산과는 사뭇 다르다. 종류가 단순해지면서 단말기간 호환성은 오히려 높아졌고 터치 기능으로 인해 휴대폰을 대하는 인식 또한 통신 수단이라기 보다는 놀이기기로 접근하는 경향이 강해졌다. 과거에도, 지금도 잘 만든 게임 콘텐츠는 많지만 스마트폰 사용자들에게 게임이 아닌 문화로 접근해 깨알 같은 재미요소를 제공하고 메신저의 장점을 통합해 승화시킨 게임은 많지 않았다. 애니팡, 아이러브커피, 드래곤플라이트와 같은 게임은 이것을 해낸 것이다.

 

◆게임, 모바일을 재정의하다
앞서 세 가지 변수(메신저, 단말기, 게임콘텐츠) 각각에 대한 부정과 통합의 과정으로 설명해도 2%부족하다. 세 가지 변수의 공통점은 모바일이라는 것. 게임이 모바일을 만나 재탄생했다는 점이다. 그리고 모바일이라는 개념조차 변화시킨 것 같다.


우리가 기존에 익숙했던 인터넷이나 메신저, 휴대폰, 게임 등은 모두 엄밀히 말해 모바일과 상관 없었다. 이동하면서도 쓸 수 있었을지 몰라도 모바일이라는 산업을 일으킬만한 새로운 현상이 거의 없었다. 즉 ‘이동하면서 활용할 수 있다고 해서 다 모바일이 아니다’라는 것을 최근의 모바일게임은 처음으로 우리에게 가르쳐주고 있다.


함께 하는 동질감을 움직이면서 확인할 수 있다. 실시간으로 확인하기에-점심시간도 없고, 회의시간도 없다. 심지어 국정감사도 없다.-그 동질감은 배가 된다. 항상 들고 다니기에 도망갈 수도 피해 숨을 수도 없다. 친구들과 승부를 겨루고 그 과정이 계속 공개되기에 더욱 승부욕을 자극한다. 승부를 내면서 소통을 하고 친밀감이 돈독해지기도 한다.(물론 사이가 나빠질 수도 있다.)


모바일은 정보성 접근이 아니다. 기계와 만나는 것이 아니라 사람과 만나는 것이고 매순간 발생한다.  그것을 이미 알고 있었기에 유비쿼터스(Ubiquitos)라는 말로 표현했지만, 경험해보지 못했기에, 일상생활에서 발생하지 않았기에 피상적으로만 알고 있었다. 모바일은 소통와 대화, 그리고 이를 통해 확인하는 ‘매일매일의 생활’이라는 것을 모바일게임이 확인시켜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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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글의 내용은 한국콘텐츠진흥원의 견해와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