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적인 파이프 라인 형식의 제품 생산이 플랫폼 방식으로 전화하고 있다. 이는 문화콘텐츠에 가장 적합한 방식이다. 영화나 음악, 만화 등은 하나의 강력한 제품으로 시장을 지배하기보다 다양하고 질 높은 제품을 꾸준히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창작자들은 플랫폼 생태계에서 아이디어를 얻고 다른 창작자와 소비자의 피드백에 반응한다. 문화 창작에는 최적의 조건이다.


글 이명석 문화비평가

 

세계 시가총액 상위 10대 기업을 글로벌 IT 기업이 석권하고 있다. 애플, 알파벳(구글),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페이스북에 이어 중국의 텐센트도 10위권이다. 그런데 이들을 통칭하는 또 다른 이름이 있다. 플랫폼(Platform) 기업! 이들은 막강한 플랫폼을 무기로 고객사, 소비자, 인력, 아이디어를 빨아들이고 있다. 그 속도와 영향력은 과거 어떤 산업과도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빠르고 강력하다. 전통적인 제조업은 물론 하이테크기업도 플랫폼위주로 변화하는 시장의 룰을 힘겹게 받아들이는중이다.

플랫폼을 장악한 기업들은 별다른 비용을 들이지 않고도 유능한 창작자와 고객, 관련 기업을 끌어들인다. 아마존과 알리바바의 상거래 플랫폼은 지상의 모든 상행위를 흡수하고 있다. 애플의 아이폰에 발을 들인 사람들은 OS의 플랫폼에 이끌려 또 다른 애플 제품과 서비스를 이용할 수밖에 없다. 문화콘텐츠 업계에서도 신문사, 방송국, 음반 제작사 등의 전통적인 미디어 기업들이 유튜브와 아이튠즈 같은 플랫폼 서비스에 헤게모니를 넘겨주고 있다.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카카오톡, 라인 등의 SNS와 메신저 서비스는 다양한 플랫폼을 연결하며 콘텐츠 비즈니스의 새로운 파워로 등장했다.

플랫폼 전쟁은 이제 막 시작됐다고 한다. 이에 따라 세계의 산업 지형도는 어떻게 요동치고 있는가? 문화콘텐츠 업계에는 어떤 플랫폼이 등장하고 있는가? 그리고 콘텐츠 기업과 개인 창작자들은 이 시대에 어떻게 적응해야 할까?

 


이곳은 천국으로 가는 입구입니다.” 유럽과 미국에 상업철도가 본격적으로 깔리기 시작하던 시대, 기차역에는 이런 문구가 적혀 있었다. 철도는 모든 이의 생활을 혁신적으로 바꾸었다. 이전에 장거리 여행은 부유한 귀족 또는 건장한 모험가나 할 수 있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누구나 낯선 세계를 발견하는 즐거움에 동참하게 됐다.

기차 수송으로 각 지역의 물자가 자유롭게 오가면서 산업과 상거래의 패러다임도 바뀌었다. 지역마다 달랐던 시간대와 부정확한 시계가 열차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통일됐고, 방대한 조직을 효과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맥컬럼 시스템이라는 조직 관리 시스템이 도입됐다. 더불어 모든 중대한 일은 기차역 중심으로 이루어졌다. 관공서와 시장과 극장은 역 근처에 세워졌고, 역 광장은 대규모 정치 집회와 문화 공연의 장이됐다. 이것이 플랫폼의 막강한 힘이다. 철로를 깔고 기차가 오가게하니, 모든사람이 몰려와 수많은 일을 벌인다.

플랫폼을 느슨하게 정의하면 제조 시스템이나 서비스 에서 공통적이고 반복적으로 사용하는 모듈정도로 이야기 할 수 있다. 플랫폼은 공장에서 제품을 만드는 프로세스, 우편 서비스, 인쇄 기술, 세미나 노하우 등 다양한 영역에 존재한다. 그러니까 IT기술의 발전 때문에 만들어진 개념은 아니다. 그러나 최근 언급되는 플랫폼은 새로운 형태의 정의를 더할 필요가 있다. 플랫폼은 판매자와 구매자 양쪽을 하나의 장으로 끌어들여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방식이다. 가령 편의점은 동네 상권의 가장 성공적이고 지배적인 플랫폼이라 할 수 있다. 우리는 거기에서 라면과 휴지를 살 뿐 아니라, 택배를 보내고, 공연 티켓을 사고, 새로운 아이돌 그룹의 뮤직비디오를 본다. 판매자는 편의점을 통해 무엇을 서비스할까 고민하고, 소비자는 필요한 게 있으면 일단 편의점에 들른다. 아주 매력적인 교집합이다. 특히 누구에게? 편의점이라는 플랫폼을 전국에 깔수있는 체인 사업자다.


 


IT기술은 바로 이 플랫폼과 가장 잘 맞아 떨어진다. “모든제품은 플랫폼이다(Every Product’s a Platform).” 2005<하버드비즈니스리뷰>에 이런 제목의 논문이 발표됐다. IT 기업의 발전과 더불어 다양한 플랫폼이 개별적인 상품보다 훨씬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된 것이다.

초기 인터넷의 강자 야후는 검색만 강조하는 앙상한 플랫폼 때문에 후발 주자들에게 급속히 추월당했다. 반면에 아마존 CEO 제프 베조스의 혜안은 놀라웠다. 아마존이 설립될 때만 해도 물류 기업들은 일반적으로 비용 절감을 위해 IT 센터를 아웃소싱했다. 그러나 아마존은 컴퓨터 서버와 온라인 거래 소프트웨어 등의 IT시스템이 핵심이라고 생각해 거기에 집중 투자했다. 초반에는 큰 적자를 감수해야 했지만, 이렇게 얻어낸 플랫폼을 다양한 분야에 활용할 수 있게 됐다. 아마존의 라이벌이라 할 수 있는 전통적 서점 체인 보더스조차 아마존의플랫폼을이용할수밖에없다.

삼성과 애플을 비교할 때도 플랫폼을 이야기한다. 시장점유율은 양쪽이 비슷하지만 영업이익은 애플이 압도적이다. 애플은 모든 플랫폼을 확보하고 있어 기기를 팔면 관련 수입이 자동으로 들어온다. 그러나 삼성은 스마트폰을 팔더라도 플랫폼 업체인 구글과 수익을 나눌 수 밖에 없다.

플랫폼 전쟁은 글로벌 IT 기업 사이에만 벌어지는 게 아니다. 최근 크고 작은 기업들이 플랫폼 개념의 서비스를 앞다투어 내놓고 있다. 제조업이라할수있는 전기 자동차 기업 테슬라도 플랫폼 기업으로의 전환을 선언했다. 특히 스타트업이라고 부르는 업체 대부분이 플랫폼 기업을 지향한다. 사물 인터넷으로 모든 기기와 사물이 연결되면서 산업 간의 경계 가 허물어지고, 작은 아이디어와 기술력으로 영향력 있는 플랫폼을 만드는 게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획기적인 플랫폼을 통해 전통적인 산업 분야까지 장악 할 수 있다. 우버가 택시업계, 에어비앤비가 숙박업계, 배달 어플이 야식 시장에서 성공적인 결과를 보여주면서 갖가지 플랫폼에 대한 아이디어가 쏟아져 나오고 있다.

 


전통적인 파이프 라인 형식의 제품 생산은 플랫폼 방식으로 전환하고있다. 문화콘텐츠는 여기에 가장 적합하다. 영화, 음악, 만화 등의 콘텐츠는 하나의 강력한 제품으로 시장을 지배하기보다는 다양하고 질 높은 제품을 꾸준히 만들어야 한다. DVD음반이라는 아날로그 시장에서 지식콘텐츠동영상음원의 디지털 시장으로 전환하면서 플랫폼의 역할은 더욱 커졌다. 콘텐츠를 제작하는 플랫폼, 판매하는 플랫폼, 소비하는 플랫폼의 경쟁이 치열하다.

만화로 보자면 과거에는 잡지사라는 강력한 미디어가 창작자의 선정에서 작품의 유통까지 손아귀에 쥐고 있었다. 소수의 질 높은 작품을 정선하는 방식이었다. 인터넷 만화 초창기에도 이와 유사한 방식이 활용됐다. 그러나 웹툰이라는 개방적인 플랫폼이 이 게임을 완전히 뒤바꿨다.

아마추어들이 자유롭게 플랫폼을 빌어 발표한 작품들이 전통적인 만화를 능가하는 인기를 끌었다. 독자들도 만화책이 아니라 웹에서 만화를 즐기는 플랫폼에 완전히 적응했다. 네이버 웹툰은 안정적인 원고료를 주고 인기 작가의 연재를 관리하는 시스템, 그리고 플랫폼만 제공해 자발적인 연재가 가능한 방식으로 이원화해 10년 이상 웹툰 시장을 지배해왔다. 후발 주자들은 유료 서비스와 정선된 콘텐츠라는 새로운 플랫폼으로 이에 도전하고 있다.

아프리카TV등의 동영상 서비스, 팟빵 등의 팟캐스트 역시 플랫폼 비즈니스의 주요한 형태다. 소규모 방송을 다양한 시청자와 연결하는 모듈을 만들고, 이를 통해 광고와 유료 결제 등의 비즈니스와 결합하는 것이다. 플랫폼은 개인 창작자들이 기술적자금적 한계로 갖출 수 없는 서버, 스트리밍 시스템, 수익 구조를 제공하며 다양한 콘텐츠의 놀이터를 만들어가고있다.

스마트폰 어플 시장은 그야말로 플랫폼의 춘추전국시대 라고 할 수 있다. 여기에서도 다양한 생활 서비스는 물론 문화와 관련된 파괴력 있는 플랫폼을 만들기 위한 시도가 이어진다. 노래방 어플은 개인이 계속 새로운 노래를 업데이트해서 즐길 수 있게 해준다. 게다가 <판타스틱 듀오> 같은 음악 예능에서 인기가수와함께 듀엣으로 노래 할 기회까지 제공한다.

카카오톡과 라인 등의 메신저 서비스가 확보한 막대한 숫자의 고객을 다양한 콘텐츠 플랫폼으로 연결하는 방식도 주목할 만하다. 게임, 웹툰, 웹소설, 잡지, 쇼핑몰, 강의 등의 다양한 형태가 시도되고 있는데, 기존 매체와의 경쟁 속에서 새로운 플랫폼 모델이 어느정도의 성과를 거둘지 주목된다.

게임업계는 강력한 코어 고객을 모을 수 있기 때문에 이를 중심으로 다양한 플랫폼 전략을 시도해왔다. 엑스박스와 닌텐도 DS 등 게임기를 중심으로 독자적인 생태계를 구축하려는 시도가 있었고, 최근에는 모바일, VR, 스마트 TV 등의 여러 하드웨어를 관통하는 플랫폼을 만들려는 시도가 눈에 띈다.

모바일을통해 학생과 학원을 연결하는 식의 O2O(Online to Offline) 플랫폼도 다양한 가능성을 보여준다. 플랫폼 비즈니스의 한 축은 특별한 기능을 공유하는 사람들만을 위한 서비스다. 공연자나 연주자를 위한 연습실 대관 플랫폼, 영화 스태프가 진행 일정을 공유할 수 있는 플랫폼, 다양한 영상 장비를 빌릴 수 있는 플랫폼, 문화계 지망생과 교육자를 연결하는 플랫폼 등 문화콘텐츠에 특화된 어플도 충분한 수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아직 스케치 단계인 콘텐츠 아이디어를 플랫폼에 올려 전문가의 자문과 기업체의 협업, 금융 투자를 받을 수 있는 창작 비즈니스 플랫폼도 가능하다. 각종 지원 제도 역시 한두 번의 발표와 검토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꾸준한 멘토링이 가능한 플랫폼 구축으로 나아갈 수 있다.

 


많은 IT 관련 비즈니스가 그렇듯 플랫폼 역시 외형만 이식하려는 시도는 곤란하다. 사람들이 도대체 왜 플랫폼을 이용하려고 하는지 생각해야 한다. 플랫폼 정신의 핵심은 개방과 공유다. 이는 미국 샌프란시스코 주변 IT 기업들의 문화와 연관 지어 생각해야 한다.

이들은 창업 초창기부터 공유에 익숙한 문화를 발전시켜왔다. 최소한의 경비로 사업을 시작하기 위해 사무실과 인터넷 서버를 공유했고, 소프트웨어 소스와 운영체제를 공개해 전 세계인이 함께 기술을 발전시키도록 했다. 위키피디아 나 TED 강연 등의 지식 공유 프로젝트는 막대한 잠재력을 보여주었는데, 이는 여러 플랫폼 비즈니스의 철학과 긴밀히 연결된다.

구글은 구글 글래스와 안드로이드 웨어 등의 새로운 플랫폼 환경을 발표하면서 독립 개발자들을 초대해 여기에 맞는 기능을 개발하도록 독려한다. 애플 역시 제품의 설계도에 해당하는 API(응용프로그램 인터페이스)를 공개해 누구든 아이폰과 맥북 어플을 만들 수 있게 한다. 테슬라 역시 관련특허를 모두 공개했다. 이제 개발자들은 까다로운 기초 공사 없이 API를 적당히 조합하고 아이디어를 더해 쉽게 어플을 만들 수있다.

콘텐츠 플랫폼에서도 자본이 많이 들어가고 관리가 어려운 콘텐츠는 전문 플랫폼 제공사가 맡아 필수적인 툴을 공유하는 방식이 기본이다. 개발자 혹은 창작자는 창의적인 콘텐츠 개발에만 몰두 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 것이다.

그리고 여기에는 필수적인 조건이 더해져야 한다. 플랫폼 사업자와 콘텐츠 제공자가 수평적 관계에서 합리적으로 이익을 얻는 구조다. 과거의 유튜브처럼 사용자가 곧 소비자라는 식의 자유로운 시스템에서 콘텐츠의 질은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 보다 질 높은 콘텐츠를 만들고 거기에서 더 큰부가가치를 얻으려면 창작자들이 납득할 수 있는 수익 구조를 갖추어야 한다. 플랫폼 비즈니스의 공유협력 문화와 전통적 인수직 관계의 갑을 문화는 분명 큰 차이가 있다. 이를 분명히 이해해야 한다.

플랫폼 업체는 지명도와 신뢰도가 매우 중요하다. 그것은 단순히 기술적으로 세련되다는 의미 이상이다. 많은 창작자와 소비자가 모이는 플랫폼이 훨씬 풍성한 생태계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이제 선도적인 플랫폼 비즈니스는 존경과 팬덤까지 얻는다. 애플과 샤오미의 성공에는 그 플랫폼을 공유하는 창작자와 소비자, 양쪽의 팬덤이 크게 작용해왔다. 나의 어플,내가 만든 작품이 그 브랜드의 마켓에 올라가는 것 자체가자랑스럽다는 마음을 심어줘야 한다.

플랫폼은 지식 사회의 꽃이라고도 한다. 창조를 제외한 온갖 번거로운 과정은 플랫폼에 위임한다. 플랫폼 생태계의 수많은 움직임에서 아이디어를 얻고 다른 창작자와 소비자의 피드백에 반응한다. 그 과정을 통해 정당한 수익을 얻고 꾸준히 재생산할 수 있다. 제대로만 이루어진다면 문화 창작에는 최적의 조건이다.


격월간 <케이콘텐츠>는 문화・콘텐츠 이슈에 대한 전문가들의 심층적인 의견과 다채로운 정보를 제공합니다.
<케이콘텐츠>는 한국콘텐츠진흥원 홈페이지 (www.kocca.kr)에서 무료로 다운받을 수 있으며, 리디북스, 교보문고, 와이투북스, 모아진 앱(App)을 통해 전자책으로 구독할 수 있습니다.


ⓒ 글 및 그림 출처

케이콘텐츠 2017년 1, 2월호(vol.22)

신고

※ 본 글의 내용은 한국콘텐츠진흥원의 견해와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그림으로 보는 플랫폼 생태계. 플랫폼, 세상을 연결하다

상상발전소/공지사항 2017.01.10 14:07 Posted by 한국콘텐츠진흥원 상상발전소 KOCCA




격월간 <케이콘텐츠>는 문화・콘텐츠 이슈에 대한 전문가들의 심층적인 의견과 다채로운 정보를 제공합니다.
<케이콘텐츠>는 한국콘텐츠진흥원 홈페이지 (www.kocca.kr)에서 무료로 다운받을 수 있으며, 리디북스, 교보문고, 와이투북스, 모아진 앱(App)을 통해 전자책으로 구독할 수 있습니다.


ⓒ 글 및 그림 출처

케이콘텐츠 2017년 1, 2월호(vol.22)

신고

※ 본 글의 내용은 한국콘텐츠진흥원의 견해와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고건혁 붕가붕가레코드 대표이사>

 


지금 이 시점에서 축적되고 있는 빅데이터의 가능성은 더욱 발전해 갈 것입니다. 지금 소셜 미디어를 통해 쏟아지는 데이터는 소비자 개개인을 단위로 취향을 파악할 수 있는 바탕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만약 분석만 가능하다면 소비자의 취향을 분석하여 음악의 판매량을 늘리고 더 나아가서는 시장의 확대를 도모하는 것도 가능해질 것입니다. 

 

 

▲ 사진1



 

모든 산업 분야가 그러하겠지만, 음악을 생산하는 기업에서 지상 과제 중 하나는 소비자의 취향을 파악하는 것입니다. 물론 예전에도 데이터는 있었습니다. 빌보드 차트가 대표하는 음반/음원 판매량, 그것을 성별, 연령, 지역에 따라 나눈 통계들은 기업의 의사 결정에 중요한 지표가 되었습니다. 그런데 이제 웹의 사용이 전 세계적으로 광범위해지고 수집할 수 있는 범위가 넓어짐에 따라 예전에는 수집할 수 없었던 데이터가 수집되기 시작했습니다. 소위 빅데이터(big data)의 시대가 도래한 것입니다. 이에 한국의 음악 산업에서도 SM엔터테인먼트의 경우 자사의 유튜브(YouTube) 채널에서 뮤직비디오를 시청한 사용자의 지역 통계를 이용해 세계 진출 전략을 구상한다는 얘기는 대표적인 빅데이터 활용 사례로 여겨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 이 시점에서 축적되고 있는 빅데이터의 가능성은 이 정도에서 그치지 않습니다. 집단으로 뭉쳐 있던 예전의 데이터와 달리 지금 소셜 미디어를 통해 쏟아지는 데이터는 아예 소비자 개개인을 단위로 취향을 파악할 수 있는 바탕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만약에 소비자의 취향을 분석한다면 그에 입각한 표적화(targeting)를 통해 음악의 판매량을 늘리고 더 나아가서는 시장의 확대를 도모하는 것도 가능해질 것입니다. 

 

가장 큰 문제는 분석입니다.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 옛말은 빅데이터와 관련한 이슈에 정확히 들어맞습니다. 데이터를 분석해 의미를 가진 정보(information)로 변환하는 문제가 될 것입니다. 그렇다면 음악 산업에서 소비자의 취향을 분석하기 위해 빅데이터를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까요? 사실 빅데이터가 커다란 화두로 떠오르기 전부터 그와 관련한 시도는 있었습니다.

 


▲ 사진2

 


 

아직 빅데이터라는 개념이 존재하기 전인 1995년 MIT의 샤다난드(Shardanand)와 메이스(Maes)는 링고(Ringo)라는 이름의 음악 추천 시스템(recommender system)을 개발했습니다. 이 시스템의 목적은 특정한 사용자의 음악 취향을 추론해 그의 취향에 적합한 새로운 음악을 추천해주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 그들이 사용한 알고리즘은 아주 간단하지만, 상당히 효율적인 아이디어에 입각하고 있었습니다. 소비자가 새로운 음악을 찾으려고 할 때 자신과 비슷한 취향을 가진 사람들에게 추천을 받는 입소문(word-of-mouth)의 메커니즘을 자동화한 것입니다.

 

일단 링고는 사용자에게 특정한 노래에 대한 그 사람의 선호가 어떠한지를 7점 척도(아주 좋다 7점~보통 4점~아주 안 좋다 1점)로 평가하게 합니다. 이렇게 사용자의 프로필을 만들고 나면 이제 그것을 바탕으로 개인 간의 취향 유사도를 계산합니다. 예를 들어 A라는 사용자의 취향이 {소녀시대 : 7점, EXO : 6점, 비틀스 : 1점}이라면 이 사용자의 취향은 {소녀시대: 2점, EXO : 3점, 비틀스 : 7점}인 B보다 {소녀시대 : 5점, EXO: 5점, 비틀스 : 2점}인 C와 더 유사하게 판단되는 것입니다. 이렇게 A와 C가 유사하게 판단되면, 이제 C가 높게 평가한 것 중에 아직 A가 평가하지 않은 것(즉, 들어보지 못한 것)을 추천해 주는 것입니다. 요컨대 A와 C의 취향이 비슷하므로 C가 좋아하는 것은 A도 좋아할 것이라는 가정에 입각한 것입니다.

 

이러한 아이디어는 향후 협업 필터링(collaborative filtering)이라는 이름의 알고리즘으로 정립된 이후 실용화 과정에서 ‘노래를 들었다=좋아한다, 노래를 많이 들었다=많이 좋아한다’는 식으로 평점을 매기는 과정까지 생략한 단순한 알고리즘이 사용됩니다. 대표적인 예가 영국의 음악 추천 서비스인 라스트닷에프엠(Last.fm)입니다. 라스트닷에프엠은 취향을 분석하기 위해 오디오스크러블러(Audioscrobbler)라는 응용 프로그램을 이용, 사용자가 컴퓨터나 모바일 장치, 혹은 특정한 웹 서비스에서 들은 음악의 목록을 모두 긁어모읍니다. 한 사람의 음악 청취 이력이 고스란히 모이는 것입니다. 데이터가 많아질수록 사용자의 취향에 대한 분석은 한층 정확해질 것이고, 이렇게 분석한 취향을 바탕으로 협업 필터링 알고리즘을 통해 유사한 취향을 가진 다른 사용자의 재생 목록을 이용해 추천하는 것입니다.

 

이렇게 모인 데이터의 양은 얼마나 될까요? 노래 한 곡당 평균 3분이라 생각하고, 한 사용자가 하루에 1시간씩 노래를 듣는다고 치면 하루 한 사람에게 누적되는 데이터는 20곡의 재생 목록입니다. 4,000만 명이 사용한다는 라스트닷에프엠의 통계를 보면 하루에 8억 곡의 청취 이력이 누적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미 2000년대 중후반부터 빅데이터라고 일컬을 수 있는 양의 데이터를 수집해 그것을 바탕으로 서비스를 구현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 사진3

 


이러한 협업 필터링 알고리즘은 1차적으로 음악 소비자가 새로운 음악을 발견하는 데 도움을 주고, 이를 통해 더 많은 음악의 소비를 촉진하는 데 이바지하기 위해 만들어졌지만, 음악 생산자의 의사 결정에도 중요한 판단 근거를 제공하게 됩니다. 예전의 음악 제작사들이 주로 전문가의 ‘감’에 기대어 시장의 경향을 분석했다면, 이제는 객관적인 데이터를 기반으로 소비자 개개인의 취향에 한결 정확하게 접근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만약 신인 아티스트를 데뷔시킨다고 했을 때 해당 아티스트와 유사한 소비자군을 가지고 있는 아티스트를 벤치마킹하거나 혹은 그에 대항할 수 있는 경쟁 전략을 수립하기가 한층 쉬워진 것입니다.

 


 

그런데 라스트닷에프엠이 시작된 2000년대 중반과 달리 최근 빅데이터가 생성되는 원천은 주로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ocial network service, SNS)를 비롯한 소셜 미디어(social media)입니다. 2011년 세계 최대의 SNS인 페이스북(Facebook)은 자사의 사이트에서 다양한 음악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해 이뤄진 사용자 간의 청취 경험의 공유가 한 달 사이에 15억 번에 이르렀다고 발표했습니다. 사용자의 취향을 표현하는 데이터가 하루에 5,000만 개, 초당 580개가 생성된 것입니다. 당시 페이스북을 기반으로 한 서비스 대다수가 초기 단계에 있던 스타트업(start-up)이었음을 고려하면 그로부터 3년이 지난 지금은 훨씬 더 많은 양의 데이터가 생성되고 있으리라 짐작할 수 있습니다. 단지 페이스북만이 아닙니다. 또 다른 대표적인 SNS인 트위터(Twitter)에서도 음악은 TV, 영화 및 스포츠에 이어 세 번째로 인기 있는 주제로서 200만 명의 사용자를 대상으로 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그들이 6개월 동안 생성한 음악 관련 트윗(tweet, 트위터에서의 게시물)의 개수는 1억 1,000만 개에 이릅니다.

 

스마트폰의 등장과 함께 모바일이 최대의 이슈로 떠오른 2000년대 중반의 데이터 수집이 주로 데스크톱과 모바일을 통합해서 한 개인의 데이터를 완전하게 수집하는 것을 목표로 했다면, 소셜 미디어 시대의 데이터 수집은 사회적 관계를 전제로 합니다. 따라서 오직 청취 이력만을 사용하던 예전의 협업 필터링과 달리 이제 사회적인 관계를 활용해 좀 더 정확한 유사성을 계산해낼 수 있게 된 것입니다.

 

이는 예전부터 사회학, 경영학 등 여러 분야에서 이뤄지던 정보 전달 과정에서의 영향력(influence) 연구에 입각한 것으로 특정한 사람이 정보를 찾는 과정에서 어떤 관계에 있는 이들에게 더 의존하는지를 이용한 것입니다. 예컨대 A와 B의 취향 유사도를 평가할 때 단순히 청취 이력만을 비교하는 것이 아니라 둘 사이에 메시지를 주고받는 등 상호작용을 하는 빈도가 어떻게 되는지, 서로 관계를 맺고 있는 사람들은 얼마나 유사한지를 수치화, 영향을 높게 받는 관계에 더 높은 유사도를 매기는 것입니다. 나는 비틀스와 유사한 음악을 들어본 경험은 없지만, 내 친구가 비틀스를 좋아한다면 나 역시 비틀스를 좋아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입니다. 실제로 현재 세계적인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인 스포티파이(Spotify)의 경우 자신과 친밀한 친구를 통해 새로운 음악을 발견할 수 있게 하는 기능을 제공하고 있으며, 페이스북도 관계를 이용해 음악을 추천하는 서비스를 계획 중에 있습니다.

 


▲ 사진4

 


 

이처럼 음악 산업에서 빅데이터를 활용해 소비자의 취향을 분석하고 이에 따라 음악을 제공, 판매하는 것은 이미 그 가능성을 인정받고 있고 실제 현장에서도 활용되는 추세입니다. 하지만 그 가능성을 제대로 활용하는 것은 아직 데이터를 수집하고 그것을 다룰 수 있는 능력을 갖춘 플랫폼 사업자, 예컨대 페이스북, 트위터 같은 SNS나 스포티파이 같은 음원 유통업자들로 제한돼 있습니다. 위의 서비스들을 비롯해 최근에는 한국 최대의 음원 유통 플랫폼인 멜론이 사용자의 청취 정보를 API(Application Programming Interface) 등을 통해 외부 사업자에게 데이터를 제공하고 있지만, 아직 그 데이터를 제대로 활용하기에는 음악 생산자의 체질은 여전히 ‘감’에 의존하는 데 머물러 있습니다. 이제 음악 생산자가 데이터 분석(data analytics)의 전문가와 협업을 시작할 때가 된 것입니다.

 

한편 소비자 입장에서는, 개인 정보의 유출이 문제가 됩니다. 최근 페이스북에서 사용자 모르게 실시한 실험이 큰 파장을 일으켰듯, 개인의 취향에 대한 정보의 수집은 동시에 개인의 프라이버시를 침해할 가능성이 다분합니다. 이러한 측면에서 정보의 수집에 대해 명확하게 동의를 구하는 절차로부터 데이터의 활용 과정에서 투명성을 구축하는 것, 그리고 활용의 결과가 소비자에게 명백하게 효용을 준다는 점을 이해시키는 설득의 과정까지, 음악 산업에서 빅데이터를 활용하기 위해서 정책 기관과 각 기업이 앞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더미입니다.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매년 위기가 심화되고 있는 음악 산업의 현황을 봤을 때 빅데이터가 가지고 있는 가능성은 이를 활용하기 위해 노력할 만한 가치가 있는 것임이 분명합니다.



ⓒ 사진 출처

- 표지 창조산업과 콘텐트

- 사진1 창조산업과 콘텐츠

- 사진2 스포티파이

- 사진3 뉴욕포스트

- 사진4 창조산업과 콘텐츠



 본 기사는 한국콘텐츠진흥원 정기간행물 <창조산업과 콘텐츠> 7·8월호(http://bit.ly/1q0z7tR)에서 발췌하였습니다.

ⓒ한국콘텐츠진흥원


신고

※ 본 글의 내용은 한국콘텐츠진흥원의 견해와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