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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선주 칼럼니스트의 시시콜콜 드라마] TV 속의 TV

상상발전소/칼럼 인터뷰 2018.01.15 13:43 Posted by 한국콘텐츠진흥원 상상발전소 KOCCA







영화 <우리의 팔도강산> - 이미지 출처 : <우리의 팔도강산> 영화 캡처



1967년에서 72년까지 국책 홍보영화로 제작된 <팔도강산> 시리즈의 성공은 1974 KBS 일일연속극 <꽃피는 팔도강산>으로 이어졌습니다. 김희갑과 황정순 부부가 전국에 흩어져 사는 딸과 사위의 근황을 살피며, 각 지방 명소와 산업현장을 찾아가 새마을 운동의 성과를 홍보하는 내용입니다. 영상 자료가 남아있지 않은 드라마 대신 영화를 살피던 중에 72년 작 <우리의 팔도강산>에서 재미있는 스틸을 찾았습니다. 딸과 사위들이 모여 앉은 개량한옥 마루의 상석에 노부부가 자리하고 그들의 머리 위에 텔레비전 수상기가 놓여있죠. 거실 벽면이나 안방에 두는 TV가 익숙한 눈에는 그 자리가 꽤 낯설게 느껴지는데요. 다분히 과시적인 소품으로 쓰인 TV는 여러 명의 자손을 두고 조국 근대화에 감격하는 노인이 누리는 풍요의 상징으로 보이기도 합니다.


수상기 보급률이 낮았던 67년 작 <팔도강산>에는 등장하지 않았던 TV 3 <내일의 팔도강산>(1971)부터 상당한 존재감을 뽐냅니다. 1편에서 어렵게 살다가 3편에서 살림이 핀 딸네 집 응접실의 눈에 띄는 자리에 커다란 TV가 놓이게 되고, 방송국의 생방송 대담 프로그램에 초청된 노인이 나라의 발전상을 이야기하는 모습이 전파를 탑니다. 팔도의 자손들은 각자의 TV로 그 모습을 시청하는데요. 영화가 TV 매체의 특성을 호들갑스럽게 보여주는 점이 흥미롭기도 하고, 어떤 필요에 의해 시리즈를 TV 연속극으로 옮겨왔는지 짐작할 수 있는 대목입니다.



MBC 드라마 <한 지붕 세 가족> - 이미지 출처 : <한 지붕 세 가족> 방송 캡처



TV가 있는 집으로 온 동네 사람들이 모여들었던 시절을 지나, 84년에 와서는 흑백과 컬러를 합친 TV 보급률이 89%에 이르게 됩니다. 사치품이었던 TV는 어느덧 생활필수품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86년부터 방영된 일요 아침드라마 MBC <한 지붕 세 가족>에서 문간방에 세 들어 살던 순돌이(이건주)네 ‘비니키 옷장’과 70년대 말에서 80년대 중반까지 유행했던 빨간TV가 눈에 띄는데요. 방 하나에 세 식구가 부대끼며 사는 6년 동안 장롱과 검은색 외장의 컬러텔레비전으로 세간이 변하는 것도 엿볼 수 있습니다.





tvN 드라마 <식샤를 합시다 시즌2> - 이미지 출처 : <식샤를 합시다 시즌2> 방송 캡처



우리가 TV를 보듯, 드라마 속 인물들의 일상에도 TV를 시청하는 모습이 반영됩니다. tvN<식샤를 합시다 시즌 2>에서 다이어트에 대한 강박과 먹는 기쁨 사이에서 갈등하는 백수지(서현진) CJ E&M 계열 채널인 OLIVE <테이스티 로드>를 보며 남의 먹방으로 대리만족을 구합니다. 이렇게 캐릭터와 선호하는 방송이 잘 맞아떨어질 때도 있지만, 가공의 방송사나 자사 프로그램만 볼 수 있게 한정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SBS 드라마 <하늘이시여> - 영상 출처 : 유튜브



SBS <하늘이시여>에서 TV를 보던 소피아(이숙)가 급사하는 장면도 자사 프로그램인 <웃음을 찾는 사람들>였습니다.



MBC <지붕 뚫고 하이킥> - 이미지 출처 : <지붕 뚫고 하이킥> 방송 캡처



TV를 보다가 인생이 예상치 못한 국면을 맞는다면, 웃다 죽어서 퇴장하는 쪽보다 로또가 좋겠죠. MBC <지붕 뚫고 하이킥>에서는 거실의 소파 뒤편에서 마늘을 까던 가사도우미가 별안간 환호성을 지르며 까던 마늘을 흩뿌렸고, 그 길로 집을 나가 다시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집안 식구 아무도 신경 쓰지 않던 거실 TV의 로또 추첨방송이 가사도우미의 인생을 바꿨고, 그 빈자리를 세경과 신애 자매가 채우게 됩니다.
 
이렇게 극적인 상황이 아니어도 드라마 속 TV 보는 장면 때문에 가끔 묘한 기분에 빠지기도 합니다. TV를 보는 내가 드라마를 허구의 세계에 두듯이, 드라마 속 인물은 TV를 보는 장면을 통해 자신을 실제의 세계에 두려한다는 느낌이 들 때 그렇습니다. 드라마 속 인물들이 “드라마 좀 그만 봐”라던가 “드라마 같은 소리 하고 있네”처럼 드라마를 허구나 현실의 하위로 두는 대사를 주고받으면 드라마 속에 드라마가 있고, 또 그 드라마의 인물들이 보는 드라마가 계속 이어지는 상상을 하기도 합니다. 복수 품앗이를 하는 세 여자의 이야기인 tvN <부암동 복수자들>에도 재미있는 장면이 있습니다. 집에 누워서 식구들과 TV를 보던 홍도희(라미란)는 “아유 못 보겠다. 딴 데 좀 틀어봐. 요새 수요일 날 재밌는 거 한다며 뭐 복수하는 거 있대.”라고 말합니다. 도희가 채널을 tvN으로 돌리면 자신의 거울상을 보게 될 것만 같은데요. 해당 신을 촬영한 시각과 방영 시각의 갭을 뛰어넘어 드라마 속의 시간과 극 바깥의 시간을 일치시키는 트릭인 셈입니다.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88> - 이미지 출처 : <응답하라 1988> 방송 캡처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88> - 이미지 출처 : <응답하라 1988> 방송 캡처



한편, 과거의 어떤 지점을 회고하는 tvN <응답하라> 시리즈는 사건이나 날짜, 시간을 특정하기 위해 TV 시청 장면을 전략적으로 끌어들입니다. <응답하라 1988>(이하 응팔)에서 반지하 셋방에 사는 덕선(혜리)이네 가족과 올림픽복권 당첨으로 셋방살이를 벗어나게 된 정환(류준열) 가족의 생활상은 <한 지붕 세 가족>의 순돌이네 단칸방과 흡사하지만, <응팔>의 소품과 TV 속 과거의 자료화면은 훨씬 구체적인 장소와 시간을 상기시킵니다. 회고를 목적으로 과거의 어떤 시점을 집요하게 모사하는 드라마, 지나고 나서야 그때의 경험과 기억에 의미가 생기는 <응팔> 88년도로 보내 <한 지붕 세 가족>과 나란히 방송한다면 그때 사람들은 어떻게 반응할까 궁금해지기도 합니다.





KBS 드라마 <부활> - 이미지 출처 : <부활> 방송 캡처



드라마 속 인물들이 자주 보는 TV 화면을 꼽자면 뉴스나 뉴스 속보 화면이 압도적일 것입니다. 정보 전달을 목적으로 하는 극 중 보도영상을 ‘드라마처럼’ 찍어서 내보낸다면 ‘뉴스와 다르다’는 이물감이 생기지만 대개는 그냥 ‘드라마려니’하게 되죠. 이를 그냥 넘어가지 않은 예로는 2005년 방영된 KBS <부활>이 있습니다. 극에서 중요한 악인이었던 이태준 의원(김갑수)이 비리 혐의로 뉴스에 나오는 장면은 당시 실제 뉴스 화면과 거의 동일한 각도로 촬영되었는데요.



KBS 드라마 <부활> - 이미지 출처 : <부활> 방송 캡처



여기에 더해 <부활>의 마지막 회, 이태준의 최후는 생활정보프로그램 화면의 하단에 ‘한강 투신한 이태준 의원 시신 발견’이라는 간략한 속보 자막으로 처리됩니다. 이전의 드라마라면 저녁 프라임타임의 뉴스 꼭지로 중대하게 다뤘을법한 사건을 낮 시간에 재방송하는 오락 프로그램에 속보 자막을 넣는 식으로 현실감을 획득한 거죠. 지금 보면 별스러울 것도 없는 장면 같지만 <부활> 이후로 드라마 속 보도화면의 리얼리티는 크게 높아졌습니다

<부활>을 집필한 김지우 작가는 화면에 잠깐 나오는 신문기사나 광고를 위해 한 면 전체를 써낼 정도로 꼼꼼하게 리얼리티를 챙겼고, 이를 구현하는 박찬홍 감독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냥 넘어가던 사소한 장면 하나도 다르게 만들어 내는 사람들이 있었고, 이를 분기점으로 이어지는 다른 드라마들 역시 영향을 받게 됩니다.





‘드라마 속 누군가가 나처럼 TV를 봅니다.’라고 했을 때 여러분은 어떤 장면을 떠올리시나요? 이런저런 그림들을 골라보지만, 적적하거나 쓸쓸해서 틀어두는 TV를 빼놓을 수 없을 것 같습니다. 보는 둥 마는 둥 하면서도 누군가 웃고 떠드는 소리를 듣기 위해서 그냥 켜둘 때도 있고, 또 어떤 밤은 TV를 켠 채로 잠이 들기도 하죠. JTBC <그냥 사랑하는 사이>에 그런 장면이 있습니다.



 JTBC 드라마 <그냥 사랑하는 사이> - 이미지 출처 : <그냥 사랑하는 사이> 방송 캡처


 JTBC 드라마 <그냥 사랑하는 사이> - 이미지 출처 : <그냥 사랑하는 사이> 방송 캡처



10년 전, 쇼핑몰 붕괴사고로 작은 딸을 잃은 윤옥(윤유선)은 사철 계절 바뀌는 것 따위 상관없는 목욕탕을 운영하며 늘 같은 꽃무늬 원피스를 입고 지냅니다. 목욕탕 평상에서 TV를 보던 윤옥은 리모컨으로 채널을 돌리며 큰딸 문수(원진아)와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눕니다. “사는 것도 재미없을 땐 이렇게 막 바꿀 수 있음 좋겠다. 그치” “바꾸면 뭐해. 결국 첨 보던 데 볼 거면서” 어떤 날은 TV를 켜둔 채로 혼자 잠든 윤옥을 물끄러미 보던 문수가 엄마 곁에 눕기도 합니다. 일상 속의 TV TV 속의 일상이 겹친다면, 아마도 이즈음이 아닐까 싶습니다.







※ 본 글의 내용은 한국콘텐츠진흥원의 견해와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한 눈에 살펴보는 <BIFF 총 정리>

상상발전소/방송 영화 2012.10.22 16:13 Posted by 한국콘텐츠진흥원 상상발전소 KOCCA

 

부산국제영화제의 2011년은 '시즌 2'를 선언한 터닝 포인트였습니다. 새로운 시즌의 프롤로그는 앞으로의 기세등등한 성장을 암시하며 무사히 완결 되었고, 2012년은 부산국제영화제의 본편이 되었는데요. 10월 4일부터 13일까지 열린 제 17회 부산국제영화제는 안으로는 튼튼해지고, 밖으로는 무섭게 자라났음을 입증했습니다. 짜릿하고 흥겨웠던 부산국제영화제의 여운이 아직 가시지 않은 지금, 올해 BIFF가 어떠했고, 우리에게 무엇을 주었으며, 성장했음을 나타내는 포인트가 무엇인지 되짚어 보며 정리 해 보았습니다.

 

 

1. 영화제의 꽃, 개·폐막작

 

 

#개막작 _ 10월 4일 PM 7, 영화의 전당 야외극장

콜드 워 / 렁록만, 서니 럭 / 2012 / Hong Kong, China / 102min

 

홍콩 영화계의 가장 큰 손인 제작자 빌 콩이 발굴한 두 명의 감독이 공동 연출을 맡은 <콜드 워>가 부산국제영화제의 개막작으로 불꽃을 쏘아 올렸습니다. 렁록만 감독은 미술감독과 프로덕션 디자이너로 활약해온 베테랑이며, 서니 럭 감독은 조감독으로 경력을 다졌습니다. 렁록만 감독과 서니 럭 감독이 합심해서 쓴 시나리오는 빌 콩의 눈을 사로잡았다고 합니다. 영화는 경찰 조직 내의 내통자로부터 실마리를 풀어가는데요. 내통자의 목적은 불분명하며, 이 점이 <콜드 워>를 뛰어난 범죄 영화로 완성시키는 트리거입니다. <콜드 워>는 선과 악의 대립 구조로부터 벗어나 인간 내면의 욕망과 양심을 심도 있게 고찰하는 심리 영화라고 할 수 있습니다.

 

 

#폐막작 _ 10월 13일 PM 7, 영화의 전당 야외극장

텔레비전 / 모스타파 파루키 / 2012 / Bangladesh / 106min

 

부산국제영화제는 글로벌 영화제를 선언하며 세계의 영화를 굴착해내고 있습니다. 그 선연한 증거가 바로 폐막작인 <텔레비전>. 2009년 부산국제영화제를 통해 선보인 바 있는 세 번째 장편영화 <제3의 인생>으로 아부다비국제영화제와 로테르담영화제, 티뷰론국제영화제, 다카국제영화제 등에서 호평받은 방글라데시의 모스타파 파루키 감독의 신작인데요. 이슬람적 종교관, 세대 간의 간극, 전통과 현대화, 가족의 사랑 등 광범위한 이야기가 신랄한 풍자로 그려집니다. 부조리해 보일 정도로 극단적인 이슬람 주의자가 마을 지도자로 있는 마을에 이슬람 교리에 어긋나는 텔레비전이 등장하며 일어나는 충돌과 화해를 헛웃음 나는 부조리극으로 펼쳐냈습니다. 뉴 방글라데시 시네마의 등장을 알리는 풍자 영화라는 평가를 받고 있답니다.

 

 

2. 세계적인 호평작을 국내 최초, 먼저 만나다!

#From Cannes

 

 

아무르 / 미하엘 하네케 / 2012 / France, Germany, Austria / 127min

 

올해 칸국제영화제는 독일의 거장 감독 미하엘 하네케에게 2009년 <하얀 리본>에 이어 또 한 번 황금종려상을 안겼습니다. 신작 <아무르>가 그 수상작입니다. 반신불수가 된 아내를 돌보는 남편의 희생적인 사랑을 통해 노부부가 겪는 말년 삶의 의의를 던지는데요. 몸짓과 눈빛으로 많은 말을 하는 시적인 영화라고 합니다.

 

 

리얼리티 / 마테오 가로네 / 2012 / Italy, France / 115min

 

나폴리의 생선 장수는 아내와 함께 사기나 치며 푼돈으로 생활을 꾸리는 소시민입니다. 자상한 남편이자 아버지인 그가 리얼리티 쇼에 출연하게 되면서 자본주의의 광마가 되어갑니다. 이탈리아의 차세대 거장으로 꼽히는 마테오 가로네의 작품으로 2012 칸국제영화제 심사위원 대상을 수상했습니다.

 

#From Berlin

 

시저는 죽어야 한다 / 파올로 타비아니, 비토리오 타비아니 / 2012 / Italy / 76min

 

노령의 형제 감독, 파올로 타비아니와 비토리오 타비아니는 이 영화로 제 62회 베를린국제영화제의 금곰상을 챙겼습니다. 로마의 한 교도소 극장에서 수감자들이 연극 <율리우스 시저>를 무대에 올리는 과정을 담고 있는데요. 현실은 교도소와 비 현실인 연극 무대가 뒤섞이고 병합되는 과정이 흥미로운 영화입니다.

 

 

바바라 / 크리스티안 펫졸트 / 2012 / Germany / 105min

 

독일을 대표하는 감독으로 평가받는 크리스티안 펫졸트의 <바바라>는 올해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은곰상에 만족해야 했습니다. 갑갑한 동독 사회를 탈출해 서독으로 가려는 여의사 바바라가 한 소녀와 교감하고 동료 의사와 사랑에 빠지는과정에서 겪는 변화를 무심한 표정과 시선으로 그려냅니다.

 

 

3. 유지태와 윤은혜의 감독 도전기

 

일상을 영화 촬영 현장에서 살아가는 배우들에게는 어쩌면 연출에 대한 욕망이 본능적으로 내재되어 있는 것일까요? 그간 착실하게 감독으로서의 계단을 올라온 유지태의 첫 장편영화와 감독 꿈나무 윤은혜의 첫 단편영화가 세상에 공개되었습니다.

 

 

마이 라띠마 / 유지태 / 2012 / Korea, South / 123min

 

<자전거 소년> <장님은 무슨 꿈을 꿀까요> <나도 모르게> <초대> 등 네 편의 중·단편 영화를 연출하며 감독으로서 차츰 성취해온 유지태가 첫 장편 영화인 <마이 라띠마>를 부산국제영화제를 통해 소개했습니다. 밑바닥 인생을 살아가는 30대 남자, 그리고 코리안 드림을 품고 국제 결혼한 20대 태국 여성이 사랑과 이별을 겪으며 성장해가는 과정을 그렸다고 하네요.

 

 

뜨개질 / 윤은혜 / 2012 / Korea, South / 12min


가수와 배우로 활동한 윤은혜가 카메라 뒤에 선 것은 평생 처음이었을 것이다. 항상 카메라 앞에서 재능을 펼쳤던 그녀가 중앙대 첨단영상대학원 영상학과에서 영화를 공부하며 처음으로 영화를 연출했는데요. 제목은 <뜨개질>. 이삿짐을 싸다가 완성하지 못한 뜨개질을 발견한 한 여자의 서성임을 담았습니다. 잊힌 물건으로부터 이별을 기억해내는 마음의 흐름을 12분이라는 짧은 시간동안 촘촘하게 다룹니다.

 

 

4. 부산국제영화제 최대의 화제작, 허진호 감독과 장동건의 <위험한 관계>

 

 

올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서 가장 주목받는 한국 출신의 영화는 단연 <위험한 관계>였습니다. 이 영화를 '한국 출신'이라 표현한 것은 감독이 허진호이며, 남자 주인공을 장동건이 맡았다는 것 뿐. 이외엔 장쯔이, 장백지 등 모두 중국 배우가 출연해 중국에서 촬영했으며, 중국이 제작하고 중국이 투자한 명백한 중국영화이기 때문입니다. 1782년 군인 출신의 작가 피에르 소데를로 드 라클로가 유혹의 심리와 18세기 당시 퇴폐적인 사교계를 서간체로 써 내려간 소설 <위험한 관계>는 앞서도 여러 번 영화화 되었는데요. 영국에서는 글렌 클로즈, 미셸 파이퍼, 존 말코비치가 구도를 이룬 <위험한 관계>가 1988년 개봉되었으며, 할리우드에서는 1999년 라이언 필립과 사라 미셸 겔러, 리즈 위더스푼이 나서 <위험한 관계>를 재구성한 <사랑보다 아름다운 유혹>이 있었다고 합니다. 한국에서는 <스캔들-조선남녀상열지사>가 <위험한 관계>를 조선 시대로 편입시키기도 했고요. <위험한 관계>와 중국의 매치는 이전의 영화와는 구분되는 이색적인 결을 타고났습니다. 배경으로 설정한 1930년대의 상하이는 원작에서 묘사되는 혁명 직전 프랑스의 퇴폐적인 상류사회와 평행 우주를 이루는 듯 똑 닮은 사교계 문화하고 있었던 때 입니다. 상하이의 퇴폐적인 사교계를 손에 주무르는 희대의 플레이보이 세이판(장동건), 돈과 권력을 모두 소유한 상하이 최고의 신여성 모지에위(장백지), 자선 사업에 전념하는 정숙한 미망인 뚜펀위(장쯔이)를 중심으로 한 향락과 욕망의 위험한 스캔들인 이 영화는 올해 칸국제영화제에서도 상영되었는데, 상하이 사교계의 퇴폐를 사실적으로 묘사했다는 평을 받았다고 하니 정말 기대되죠?

 

 

5. 일취월장 성장하는 BIFF! 2012 BIFF만의 달라진 점

 

#두 번 달아오르는 부산의 주말

다른 지역에서 부산국제영화제를 위해 부산을 찾는 관객들에게 아주 좋은 소식이었죠? 부산국제영화제의 주말은 두번! 올해 부산국제영화제는 10월 4일 목요일에 시작해 13일 토요일에 끊났기 때문입니다. 한 번의 주말을 끼고 9일 동안 개최되던 영화제 기간이 하루 늘어나 10일간의 두 번의 주말을 품었는데요. 상영작은 304편으로 예년과 비슷한 수준이지만, 대게 주말을 끼고 영화제를 찾을 수 밖에 없는 타 지역 관객들을 배려한 변화라고 하네요. 뿐만 아니라 올해 시행 후 내년에는 주말 하루를 더 늘린 11일로 개최 기간을 하루 연장할 예정라고하니 더욱 핫한 BIFF를 즐길 수 있을 것 같네요.

 

#영화 보기 더 편리한 영화제

올해 8월부터 시행된 법률에 따라 부산국제영화제에서도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예매, 발권 시 주민등록번호를 사용하지 않았습니다. 그리하여 예매 시 발급되는 예매번호만 알고 있으면 발권 창구에서 예매한 티켓을 배부 받게 되었지요. 또한 오픈 시네마 프로그램을 제외한 모든 상영과 개·폐막식은 지정 좌석제로 운영되어 예매 시 구미에 맞는 좌석을 선택할 수 있었습니다. 너무 엄격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던 정시 입장제도 올해는 상영 시작 후 15분 동안 입장이 가능하도록 완화되어 운영했습니다. (단, 상영 시작 후에는 지정 좌석을 보장 안함.)

 

 

#이상적인 상영관 동선

작년 영화제 때 선보인 영화의 전당을 본격적으로 가동했습니다. 영화의 전당은 상영관 뿐 아니라 소극장, 야외극장, 카페 및 레스토랑, BIFF 사무국을 한데 모은 대규모 영화 콤플렉스로 거듭났고, 이를 거점으로 CGV 센텀시티, 롯데 시네마 센텀시티, 메가박스 해운대, 부산 시청자미디어센터로 촘촘히 연결되는 이상적인 동선을 꾸렸습니다. 그리고 센텀시티 소향 뮤지컬센터도 상영관으로 추가하고 동시에 부산국제영화제의 고향인 남포동에서는 전야제, 한국 고전 영화 상영 등을 마련해 또 하나의 즐거움을 추가 했습니다.

 

#본격적인 글로벌 영화제

올해 부산국제영화제는 어느 때보다도 진취적인 성향으로 세계를 끌어안았습니다. 개막식 사회를 중국 국적의 배우 탕웨이와 영화제의 단골 사회자인 안성기가 맡은 것이 그 신호탄 이였는데요. 개·폐막작으로 선정된 작품을 눈 여겨보면 BIFF의 고유 안목으로 좋은 영화를 발굴해내겠다는 의지를 볼 수 있는 대목이라고 합니다. 제3세계 영화의 특별전이 유독 강세인 점 역시 같은 맥락이고, 부산국제영화제가 지원해온 세계 곳곳 영화인들의 신작 역시 결실로 돌아오고 있다니 참 뿌듯합니다.

 

 

이처럼 한국의 대표 영화제를 넘어서 세계로 널리 그 유명세를 퍼뜨리고 있는 부산국제영화제. 앞으로도 나날이 발전해나가는 BIFF의 명성을 꿈꿉니다.

 

 

※ 본 글의 내용은 한국콘텐츠진흥원의 견해와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