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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장 코드 벗은 드라마, 세계는 지금 ‘한드’ 시대

상상발전소/방송 영화 2018.08.17 17:30 Posted by 한국콘텐츠진흥원 상상발전소 KOCCA

이미지 출처 : tvN <시그널>

 

 


미국 ABC 방송에서 새로운 기록을 쓰고 있는 드라마 (이미지 출처 : 더 굿닥터)

 

‘X파일’과 ‘프렌즈’. 1990년대 ‘미드(미국 드라마)’ 열풍을 일으킨 대표적인 작품들이다. 국내 대중들은 이 작품들을 보며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X파일에선 사회의 불가사의한 음모에 UFO, 외계인까지 박진감 넘치게 다뤄진 걸 보며 감탄했다. 프렌즈는 사랑과 우정 이야기를 굳이 울며불며 할 필요 없이 유쾌하면서도 재밌게 그려낸 것에 끌렸다. 사람들은 한국 드라마에서 채울 수 없던 갈증을 그렇게 해소하기 시작했다. 


미드로 시작된 외국 작품에 대한 관심은 점차 다른나라로 확대됐다. 2000년대 들어선 독특한 색채의 장르물이 발달한 ‘일드(일본 드라마)’ ‘영드(영국 드라마)’ 마니아들이 양산됐다. 이 같은 움직임에 방송사와 제작사들은 확산되는 외국 드라마들을 수입하기 바빴다. 수출은 어려웠다. ‘겨울연가’ 등 일부 한국 작품이 큰 인기를 얻기도 했지만 대부분은 실패하고 말았다. 외국사람들이 한국 드라마 고유의 정서를 쉽게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2018년, 분위기가 크게 달라졌다. 한국은 이제 드라마 주요 수출국으로 부상했다. 나아가 한국 드라마는 한류를 이끄는 대표 콘텐츠가 됐다. 한국 작품의 줄거리와 콘셉트 등 포맷을 그대로 판매해 현지제작하는 방식이 주를 이루고 있다. 2015년까지 한해 1~2건에 불과했던 드라마 포맷 수출은 지난해 이후 15건 정도로 늘었다. 또 완성작에 더빙이나 자막을 입혀 수출하기도 한다. 중국, 동남아에서만 일어나는 현상도 아니다. 국내 대중들을 흔들었던 미국, 일본, 유럽 등 드라마 본토에 본격 침투하고 있다. ‘미드’ ‘일드’처럼 국내에서 다른 나라의 드라마가 하나의 문화 트렌드가 됐듯 이제 해외에서도 ‘한드’ 열풍이 불기 시작한것이다. 


그렇다면 과연 무엇이 달라진 걸까. 과거와 달리 한 미국 ABC 방송에서 새로운 기록을 쓰고 있는 드라마 ‘더 굿닥터.’ 국 드라마가 외국 사람들을 사로잡게 된 비결은 뭘까.

 

 



tvN 드라마 ‘기억’의 일본판이 후지TV TWO에서 방영되고 있다.

(이미지 출처 : tvN 기억)

 

최근 한국 드라마는 포맷 수출뿐만 아니라 완성작도다양한 나라에 판매되고 있다.

 (이미지 출처 : OCN 터널)

 

이 변화의 중심에 선 작품들을 살펴보면 알 수 있다. 우선 미국 ABC 방송에서 새로운 기록을 쓰고 있는 ‘굿닥터’가 있다. 2013년 KBS에서 방영된 이 작품을 리메이크한 미국판 ‘굿닥터’는 시즌1의 큰 인기에 힘입어 원작에도 없던 시즌2를 만들기로 했다. 평균 시청률 1.8%로 최근 3년간 방송된 ABC방송 전체 드라마 시청률 가운데 2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갑동이’와 ‘미생’도 미국 시장에서 리메이크를 추진하고 있다. 


일본 시장에도 다양한 작품이 진출했다. 2016년 ‘미생’이 후지TV에 제작된 것을 시작으로 ‘시그널’이 KTV, ‘기억’이 후지TV TWO에서 잇따라 방영되고 있다. 이밖에 ‘캐리어를 끄는 여자’ ‘또 오해영’ 등도 선보일 예정이다. 


포맷 수출뿐만 아니라 완성작도 다양한 나라에 판매되고 있다. ‘터널’ ‘보이스’ ‘듀얼’ 등이 모두 글로벌 OTT(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 업체 넷플릭스를 통해 미국, 프랑스, 벨기에 등에 판매됐다.


이 작품들에서 한 가지 특징을 발견할 수 있다. 한국 드라마만의 성공 공식처럼 여겨졌던 출생의 비밀이나 불륜 같은 ‘막장’ 코드가 없다는 점이다. 가부장적가치관을 적용한 대가족 중심 작품도 없다. 대신 의학드라마부터 추리극 등 다양한 장르물 드라마가 대거포진해 있다. 


한드 열풍의 성공 비결이 여기에 있다. 출생의 비밀과 불륜, 대가족 드라마는 외국인들이 쉽게 이해할 수없었다. 누구나 웃을 수 있는 예능 중심의 포맷 수출이 이뤄져 왔던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반면 장르물은 국적을 불문하고 즐길 수 있다. 의학 드라마는 전 세계 단골 소재이며, 추리극은 미국과 일본에서 이미 오래전부터 특화돼 온 분야이기도 하다. 


나아가 한국 장르물만의 장점도 인정받고 있다. 드라마 본토 시장에서도 놀라워할 만큼 신선하면서도 촘촘하게 구성돼 있다. 서장호 CJ E&M 글로벌콘텐츠사업국장은 “한국만의 참신한 소재를 바탕으로 속도감있는 전개, 흡입력 있는 스토리까지 갖췄다는 평가가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동안 한국 드라마의 주요 코드였던 출생의 비밀과 불륜, 대가족 드라마는

외국인들이 쉽게 이해할 수 없었다. 반면 의학이나 추리극 등 장르물은 국적을

불문하고 즐길 수 있다. 특히 한국만의 참신한 소재를 바탕으로 한 속도감

있는 전개, 흡입력 있는 스토리가 세계인의 관심을 끌고 있다.


이처럼 장르물이 진화하게 된 이유는 뭘까. 사회적으로는 국내에서 거세게 불고 있는 콘텐츠의 개인화, 파편화 현상과 맞물려 있다. 기존 시청자들의 작품 선택권은 리모콘을 쥔 부모에게 있었다. 가족 드라마 중심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젠 다 같이 모여앉아 가족 드라마를 보는 경우가 흔치 않다. 오히려 어둡고 무겁다는 이유로 안방극장에서 외면당했던 추리물 등 실험적인 작품을 혼자 몰입해 즐기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또 신인 작가들의 등장으로 장르물은 더 많이 나오고 있다. 기성 작가들은 자신들의 경륜을 담아 가족 드라마에 치중하거나 그들이 만들어놓은 출생의 비밀과 같은 코드를 자주 사용했다. 하지만 미드, 일드 등을 꾸준히 접하며 자라온 신인 작가들은 장르물에 보다 몰두하고 있다. 방송사나 제작사도 콘텐츠의 개인화, 파편화 경향을 감안해 과거와 달리 신인 작가들을 적극발굴하고 있다. ‘비밀의 숲’ ‘터널’ 등 지난해 큰 인기를얻었던 장르물 대부분이 신인 작가들의 작품이었다.

 

 



내용뿐만 아니다. 그동안 제작사들이 차곡차곡 쌓아온 성과와 신뢰도도 큰 영향을 미쳤다. 과거 미드, 일드를 수입했던 시절은 결코 헛되지 않았다. 드라마 포맷을 수출한 현지 제작사들은 한국에서 과연 작품을 다시 어떻게 제작하는지 눈여겨봤다. 많은 나라의 제작사들이 좋은 작품을 수입하고도 현지화에 실패하는 것과 달랐다. 국내 방송계 관계자는 “자신들의 포맷을 구입한 한국 제작사들이 더 좋은 드라마를 만들어내는 것을 보고 높은 제작 수준을 확인했고 신뢰하기 시작했다”고 분석했다. 


한국 드라마를 가져다 리메이크할 때 쉽게 현지화할 수 있도록 돕는 시스템까지 마련했다. 드라마를 만들기 위한 기획부터 제작, 편성, 마케팅, 홍보 전략까지 전 과정이 고스란히 녹아 있는 ‘포맷 바이블’을 제작것이다. 작품 당 무려 200~500쪽에 달한다. 


그동안 드라마는 예능에 비해 현지화 하는데 너무 많은 시간이 걸려 수출이 어려웠다. 특히 우리와 정서가 많이 다른 미국, 유럽은 대사의 사소한 부분까지 고쳐야 해 더 오래 걸렸다. 이를 그들보다 먼저 경험해 봤던 한국 제작사들은 현지화 때문에 속도가 늦어질까봐 포맷 수입을 꺼리던 문제를 적극 해소하고 나섰다. 배우 오디션 진행 과정, 사전 인터뷰 질문지, 카메라 위치, 조명 등 매우 디테일한 요소까지 바이블에 넣어 준다. 원작자로서 해외 제작사에 직접 가 기본 틀을 잡아주는 ‘플라잉 PD(flying PD)’도 있다. 플라잉 PD는 직접 국내 제작진을 인터뷰해 해외 제작사 측에 도움이될 만한 정보들을 담아 전달하기도 한다.

 

 



tvN의 인기 드라마 ‘시그널’은 일본으로 판권이 수출됐다. (이미지 출처 : tvN 시그널)

 

한드의 높아진 위상은 캐스팅만 봐도 알 수 있다. 일본에서 방영되는 ‘시그널’과 ‘기억’엔 유명 스타들이 출연한다. 과거 한국 드라마를 리메이크한 작품엔 잘 알려지지 않은 배우들이 캐스팅됐던 것과 상반된다. 일본판 ‘시그널’에서는 영화 ‘너와 100번째 사랑’ 등으로 큰 인기를 얻은 사카구치 겐타로가 배우 이제훈이 맡았던 프로파일러 형사를 연기한다. 김혜수가 연기했던 차수현 형사 역할은 드라마 ‘노다메 칸타빌레’ ‘라이어 게임’에 출연한 기치세 미치코, 조진웅의 이재한 형사 캐릭터는 드라마 ‘갈릴레오’에서 열연한 기타무라 가즈키가 맡는다. 일본판 ‘기억’에선 배우 이성민이 맡았던 주인공 변호사 역할로 일본 대표 중견배우이자 드라마 ‘47인의 사무라이’ 등에 나왔던 나카이 기이치가 나온다. 


이 파급력은 앞으로 더 막강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먼저 넷플릭스 효과를 기대해 볼 수 있다. ‘터널’ ‘보이스’처럼 완성작을 넷플릭스에 판매하게 되면 한 번에 많은 국가에 소개될 수 있다. 넷플릭스가 진출한 190개국 전부에 작품을 판매할 수도 있고, 장르물 수요가 큰 지역만 골라 집중적으로 선보일 수도 있다. 국가별로 하나씩 계약을 맺고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한 번에 여러 국가를 설정할 수 있어 최근 국내 드라마 관계자들이 많이 선호하고 있다. 


드라마 본토 효과도 누릴 수 있다. 중국과 동남아 지역에만 수출이 한정돼 있을 때는 다른 나라에 재판매될 확률이 낮았다. 이들 지역의 콘텐츠에 관심을 두는 글로벌 제작사들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미국, 일본, 유럽 등은 드라마 본토에 해당하는 만큼 많은 제작사들이 눈여겨본다. 심지어 남미, 중동과 같은 지역에서도 콘텐츠를 살핀다. 예를 들어 미국판 ‘굿닥터’를 본 중동의 한 드라마 제작사에서 또 판권을 사갈 수있는 것이다. 세계적인 포맷 컨설팅그룹 더포맷피플의 미셸 로드리그 대표는 “재확산이 가능한 시장으로 가는 게 드라마 등 콘텐츠 수출의 핵심”이라며 “이 시장을 적극 공략해 나간다면 보다 많은 국가에 한국 작품이 퍼져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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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글의 내용은 한국콘텐츠진흥원의 견해와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