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차불피(樂此不疲), 좋아서 하는 일은 아무리 해도 지치지 않는다는 사자성어다. 흔히 일러스트레이터는 수십 개의 직장에 수십 명의 상사를 모시며 작업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 한다. 프로젝트마다 각 클라이언트가 요구하는 범위 내에서 그들이 상상하는 이미지와 작가가 구현하고 싶은 작품과의 교집합을 찾아나가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지난한 조율 과정마저 좋아서 하는 일이기에 즐거움이라는 행복한 일러스트레이터 이승정을 만났다.


▲ 사진1. 작가가 그린 밤도깨비 야시장 마스코트가 들어간 포스터


서울 밤도깨비 야시장에 가면 가장 먼저 사람들의 시선을 끄는 존재가 있다. 자연스럽게 시민들의 흥을 돋워주는 야시장의 마스코트 밤도깨비가 그 주인공이다. 귀엽고 친근하면서 해맑아 보이기까지 하는 이 도깨비 캐릭터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궁금했는데 페스티벌에 꼭 맞는 화려함과 낙천적인 작가의 색이 어우러져 탄생한 것이었다.


Q. 어떻게 일러스트레이터가 되었나?


A. 학창 시절 디자인을 전공해서 처음에는 디자이너로 일을 시작했다. 디자인 회사에서 1년 반 정도 일하면서 일러스트 작업에 눈을 뜨기 시작했고, 우연히 사보에 들어가는 그림을 그리게 되었는데 반응이 꽤 좋았다. 디자인할 때와는 다른 재미를 스스로도 느끼게 되었다. 디자인 작업보다 그림을 그리는 시간이 점점 늘어났고 그 시간이 더할 나위 없이 즐거웠다. 그러는 사이 내가 하고 싶은 일과 잘할 수 있는 일에 대해 고민하게 되었고 결국 사직을 결정한 뒤 본격적으로 그림 그리는 작업을 시작하게 되었다.


Q. 활동하면서 가장 힘들고 괴로웠을 때를 뽑자면 언제인가?


A. 최근 6개월 동안 진행해온 월간엽서를 쉬게 되었다. 특별한 주제 없이 진행해온 작업을 전체적으로 보충하고 제대로 된 컨셉과 목표를 가지고 진행하고 싶어 잠깐의 휴식기를 갖기 시작한 것이 여름이었는데 벌써 겨울이 되어버렸다. 매달 그려야 한다는 압박에서 벗어나 잠깐은 여유로움을 만끽했지만, 곧 스스로와의 약속을 어긴 것 같아 몹시 괴로운 6개월을 보냈다. 불편한 마음이 큰 휴식 기간이었지만 더 좋은 작품을 위한 재충전의 시간이었다고 다독이고 있다.


Q. 월간엽서란 어떤 프로젝트인가?


A. 편집디자이너를 그만두면서 ‘내가 정말 그리고 싶은 그림을마음껏 그리자’란 생각을 했다. 그리고 한 달에 세 종류씩 ‘내가 생각한 그림을 엽서로 만들어보자’고 나와 약속했다. 판매 목적도 아니고 전시 목적도 아닌 온전히 나를 위한, 내가 그리고 싶은 것을 그리는 프로젝트였다. 그렇게 개인적인 목표로 시작한 작업이었는데 좋아해주는 팬이 생기고 블로그를 통해 구매하는 사람도 생겼다. 그리고 얼마 전부터는 홍대 Object 매장에서도 판매되기 시작했다.


Q. 가장 애착이 가는 작품은 무엇인가?


A. 가장 애착이 가는 작품은 위에서 이야기한 월간엽서 중 2014년 9월 엽서 ‘하고싶은말’이다. 월간엽서 가운데 가장 처음으로 그린 작품이라 별다른 고민 없이 편하게 작업했다. 영화를 보면서, 좋아하는 노래를 들으면서 행복한 기분으로 임했다. 그렇게 작업하는 방법이 나를 잘 표현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Q. 반대로 가장 마음에 들지 않은 작품이 있다면?


A. 월간엽서도 그렇고 청탁에 의한 삽화나 포스터 작업도 그렇지만 그릴 때는 항상 최선이라고 생각해서 그리고 작업을 끝내는데 막상 결과물이 나오면 만족스럽지 못한 부분이 눈에 보인다. ‘색은 왜 이렇게 썼을까, 이걸 왜 여기 배치했을까, 저기다 그렸으면 더 예뻤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곤 한다. 완벽하게 자신의 마음에 드는 작품을 그린 작가가 있을까? 매 순간 최선을 다하고 그렇게 최선을 다한 나 자신에게 만족할 수밖에 없는 것 같다.


▲ 사진2. 일러스트레이터 이승정


Q. 일러스트레이터로 살기에 작업 환경은 어떠한가?


A. 요즘 열정페이라는 말을 많이 쓰는데 이 일을 시작하면서 새삼 와 닿을 때가 있다. 직장 생활과는 다른 차원으로 나의 열정과 노력을 강요받는 일이 많다. 특히 열정페이를 강요받는 문화예술인 가운데 일러스트레이터는 유독 다른 영역보다 갑이 아닌 을로 자리한다. 글을 쓰는 작가, 화가도 아닌 일러스트레이터는 한국에서 능력을 인정받아도 좋은 대우를 받기 힘들다. 클라이언트가 요구하는 범위 내에서 작업을 해야 하고, 텍스트의 부속품이라는 인식이 많아 정당한 대가를 받기 힘들다. 더 나아가 “대충 하나 그려줘!”라는 말을 쉽게 듣기도 한다. 작가에게 결코 유쾌할 수 없는 말인 거 같다. 이러한 인식을 심도 있게 바라볼 때인 것 같다.


Q. 다채로운 색감에 독특하고 기발한 작품이 많아 보인다. 특별히 선호하는 작업 스타일이 있는지?


A. 전체적으로 따뜻한 느낌을 주는 그림을 그리고 싶다. 작가마다 다양한 스타일이 있겠지만 나는 현실을 세밀하게 표현하는 그림보다는 공상의 세계를 재치 있게 그리는 것을 더 좋아한다. 자유롭게 상상하고 표현할 수 있어서이기도 하고 정답이 없으니까 정말 무한대의 시도를 해볼 수 있어서 좋다. 나는 정해진 답이나 주제가 너무 분명할 때 오히려 그리기가 어려운 것 같다. 이런 경우 반짝 떠오르는 아이디어를 넣고 싶어도 망설여지는 부분이 생긴다. 


Q. 작업이 잘 풀리지 않을 때 하는 특별한 슬럼프 극복 비결이 있다면 무엇인가?


A. 일정을 정확하게 지켜야 하는 작업인데 시간의 압박을 느껴 작업이 잘 풀리지 않을 때가 있다. 그럴 때면 일단 작업대에서 멀리 나와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뭘 하려고 하면 더 생각이 엉키는 것 같아서 무념무상으로 아무하고도 이야기하지 않고 시간에 날 맡긴 채 정말 가만히 있는다. 그러다 보면 어느 순간 덜컥 좋은 아이디어가 떠오르거나 어떻게 푸는 것이 좋을지 실마리가 보이기도 한다. 이번에 6개월 정도 충전할 수 있는 기간을 가지면서 여행을 많이 다녔는데 그러는 동안 아무 생각도 하지 않으며 다 비우고 나니 또 하나씩 채워지는 느낌이 들었다.


Q. 나의 생각을 100% 담아낼 수 없는, 클라이언트와의 조율이 필요한 창작업이다. 그렇다고 규칙적인 생활이 가능한 환경도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러스트레이터의 길을 가는 이유

는 무엇인가?


A. 질문에 나와 있는 것처럼 조율하는 과정에서 속상할 때도 있고, 일방적으로 시간을 정해서 맞춰달라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타인의 생각을 이해하고 내 그림으로 녹여내며 다 같이 만들어 간다는 느낌이 있어 좋다. 그렇게 해서 하나의 책이나 작업이 완성되는 거니까. 나뿐만 아니라 작업에 참여한 사람들 모두 조금씩 포기하는 부분이 있지 않을까 싶다. 그들과 조율해나가는 것도 재미있는 과정이다. 좋아서 하는 일이라서 그런지 보람과 희열이 마음에 큰 안식을 준다. 


▲ 사진3. 엽서를 그리고 있는 일러스트레이터 이승정


Q. 일러스트레이터로 살면서 꼭 지키고 있는 철학이 있다면 무엇인가.


A. 시간 약속! 마감은 무슨 일이 있어도 지키려고 한다. 일반 직장생활이라면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작업 특성상 쉽게 안 풀리는 경우가 있다. 도와줄 사람도 없고 대신할 사람도 없다. 너무 힘든 나와의 싸움이지만 오로지 내 능력이 반영된 그림의 퀄리티만으로 신뢰감이 결정되므로 어떻게든 시간 내에 최대한의 완성도를 선보이고자 한다. 그리고 삽화 작업은 의뢰한 곳에 대한 정보와 텍스트에 대한 이해 과정을 거치지 않으면 좋은 그림이 나오질 않는다. 그래서 새로운 작업을 시작할 때면 내가 작업해야 하는 대상에 대해 꾸준히 공부한다.


Q. 작가에게 창작의 의미와 앞으로의 계획을 듣고 싶다.


A. 나에게 그림 그리는 작업은 일이라는 생각보다는 어릴 때 하던 인형놀이를 하는 기분이다. 인형을 놓고 뭘 입힐까 고민하고 집을 만들어주고 요리를 해주던 행동들이 지금 내가 하는 일러스트 작업과 다를 것 없다는 생각이다. 어떤 프로젝트라도 주제가 있고 내용이 있다. 나는 거기에 나의 상상을 더해 꾸미고 있는 것이다. 어떻게 꾸미냐는 것은 다 내 몫인데, 어느 공간에 어떤 색을 입히고 어떻게 보여주는 것이 좋을까 생각하다 보면 인형놀이를 하던 그때와 다를 바 없이 재미있다. 내가 상상하는 것들을 자유롭게 만들어낼 수 있어 뿌듯하고 행복하다. 일러스트레이터란 자신의 생각을 선명하게 담아 보여줄 수 있는 창작자라고 생각한다. 한때 그저 ‘남들 눈에 예뻐 보이는 그림을 그리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불안감에 사로잡힌 적이 있다. 내가 그리고자 한 세계가 아니라 보는 사람들이 좋아할 만한 취향을 좇아가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 괴로운 적도 있는데 지금은 그런 고민을 끝내고 흔들림 없이 온전히 내 생각을 표현할 수 있는 창작자가 되려고 노력 중이다. 


 ⓒ 출처

K-contents VOL. 1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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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글의 내용은 한국콘텐츠진흥원의 견해와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2탄] 콘텐츠 일자리! JOB아라!!

상상발전소/공지사항 2015.02.06 14:23 Posted by 한국콘텐츠진흥원 상상발전소 KOCC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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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거리 도시 예술 문화 매거진 '그랩스 Grabs'

상상발전소/KOCCA 다락방 2014.12.17 13:19 Posted by 한국콘텐츠진흥원 상상발전소 KOCCA




<그랩스 / 최희선 대표>


그랩스 Grabs, ‘갑자기 알아차리거나 붙잡게 된 것’

가장 멋진 그래피티, 벽그림을 볼 수 있는 장소는 어디? 홍대? 이태원?

무심코 지나칠 수 있는 벽그림(Graffiti art), 공연이벤트 등을 알아차리고

바로 우리 곁에 있는 길거리 일상의 시각 예술을 다시 보는 ‘그랩스’



사진1 그랩스 Grabs 로고

 


벽그림(Graffiti art), 공연, 전시 공간 등 무심코 지나칠 수 있는 길거리 문화 소식을 알리는 '그랩스 Grabs' 매거진을 소개합니다. '그랩스'는 국내 외 잘 알려지지 않았던 길거리 예술작품과 문화이벤트를 소개하고, 도시 속 일상 거리 문화가 얼마나 활기차게 변해 가는지를 보여주는 웹진입니다. 이렇게 곳곳에 숨어있는 길거리 예술 문화가 '그랩스' 매거진을 통해 독자들에게 어떻게 전달되고 한국 문화기술 분야에 어떠한 의미가 있는지 최희선 대표를 만나 알아보았습니다.



사진2 ‘그랩스 Grabs'  최희선 대표

 


영화평론학을 전공한 '그랩스' 최희선 대표는 5년간의 영국 유학생활로 한국의 패션, 음악 공연, 벽그림, 예술품 전시 등이 세계 시장에서 통할 수 있는 문화콘텐츠라는 것을 익히 알 수 있었다고 합니다. 그녀는 한국으로 돌아와 한국 문화콘텐츠를 글로벌화 시킬 수 있는 사업이 무엇일까 고민하던 중 학창시절부터 관심 있었던 잡지 출간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특히, 영국의 공연 및 전시 장소에서의 근무 경험 덕분에 언더그라운드 문화, 길거리 공연 문화 중심의 잡지 출간 사업을 준비했고, 영국의 아티스트와의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국내뿐 아니라 해외 길거리 문화까지 공유할 수 있는 매거진을 만들 수 있었다고 합니다.



사진3 서울 홍대 그래피티, '그랩스Grabs' 매거진 (그랩스 http://www.thegrabs.com)



온라인매거진 '그랩스'는 한국의 여러 문화콘텐츠 중에서도 ‘길거리 벽그림’, 즉 ‘스트리트 아트 또는 스트리트 그래피티’에 주목합니다. 특별히 ‘길거리 벽그림’을 주요 내용으로 선택한 것은,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에게 K-POP, 한국 드라마 이외에도 색다른 한국 문화콘텐츠가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던 이유에서라고 합니다. 현재, '그랩스' 매거진에서 소개되는 한국 길거리 벽그림의 90% 이상이 서울 홍대 지역 벽그림인데요. 이는 관광객들이 거리를 지나치며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문화적 아이템이기 때문입니다.



사진4 서울 홍대입구 길거리 벽그림, '그랩스 Grabs' 스티커(그랩스 http://www.thegrabs.com)



2012년 9월에 시작된 '그랩스' 웹진은 공식 홈페이지(www.thegrabs,com)와 페이스북, 트위트 등 소셜네트워크 미디어를 통해 한국, 영국, 독일 등 각 도시마다의 길거리 그래피티 작품을 전시하고 있습니다. 현재까지 약3년 동안 페이스북, 트위터, 인스터그램 등 SNS 기반으로 꾸준히 활동하고 있습니다. 2013년 SBA 서울산업통상진흥원 ‘청년창업 1000프로젝트’에 선정되면서 참신한 문화콘텐츠 사업아이템으로 인정받아 본격적인 '그랩스'만의 사업을 진행시킬 수 있었습니다. 그 결과, 현재 '그랩스'를 정기 구독하는 온라인 독자가 약1,500명에 이르며, 대부분의 회원이 유럽, 미국, 중국 등 외국인이라고 합니다. 

 

10월 창간호의 주제는 스트리트아트 및 현대 도시문화를 둘러싼 양극화 현상이었습니다. “스트리트아트는 예술인가, 아니면 공공기물 파괴행위인가?”, 그리고 “대중문화 vs. 서브컬처(언더그라운드 문화)”와 같은 현대의 길거리 문화에 나타나는 호불호 현상을 집중 조명하였습니다. 또한, 창간호에는 미국/한국/영국의 총 3명의 문화업계 종사자의 인터뷰가 실렸는데, 그중에 한국에서도 왕성하게 활동했던 '크리스토퍼 카쳐(Kristopher Kotcher, 작가명: Frenemy, www.frenemylife.com)'에 대한 메인 인터뷰가 실려 이목을 끌었습니다. 그는 2012년부터 2013년까지 약 2년간 한국에 거주하며 왕성한 활동을 펼친 일러스트레이터이자 스트리트 아티스트입니다. 주요 활동으로는, 컨버스(Converse) 운동화 디자인 제작, 커피 프랜차이즈 브랜드인 ‘커핀그루나루 홍대점’ 인테리어 디자인 등이 있습니다.



사진5 10월 ‘그랩스매거진’ 창간호 메인 인터뷰 크리스토퍼 카쳐와 그의 작품 

(그랩스 http://www.thegrabs.com)



'그랩스' 매거진은 아직 사업 초기라, 공식 홈페이지보다는 대중들에게 접근성이 좋은 SNS를 기반으로 한 '그랩스' 매거진이 더 활발하게 운영되고 있습니다. 3년 동안 페이스북 회원수가 1,500명으로 늘었고, 그만큼 각 작품에 대한 코멘트, 피드백도 활발하여 벽그림 아티스트들의 새로운 커뮤니티를 형성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페이스북 '그랩스' 매거진은 세계 각국의 대중에게 접근성이 높아 숨어있는 세계 도시의 벽그림 아티스트들과의 연결이 어렵지 않다고 합니다. 지난 10월 창간호 메인 인터뷰 아티스트였던 ‘크리스토퍼 카쳐’와의 인연도 우연히 그의 작품을 페이스북에 업로드하면서 시작되었다고 합니다. 한국에 있을 때 그려놓았던 벽그림을 '그랩스'가 연재하고 이를 알아본 ‘크리스토퍼 카쳐’가 연락을 해왔고, 앞으로도 그의 작품을 '그랩스' 매거진에 전시해줄 것을 요청했다고 합니다.

아직은 '그랩스' 매거진의 전시된 작품 대부분이 한국 서울 지역 벽그림 작품이지만, 지속적으로 세계 여러 아티스트과의 네트워크 교류를 형성하면서 세계 여러 도시의 다양한 벽그림을 전시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최희선 대표는, 스트리트아트(street art)는 ‘모두를 위한 예술(Art for All)’이자, ‘대중을 향한 메시지(Public Message)’라고 이야기합니다. 그래서 '그랩스' 매거진은 특정 소수가 아닌, 길거리를 걷는 도시의 모든 이들을 위한 잡지를 만드는 일이라고 합니다. 길거리 사진들, 즉 길거리 시각 예술 문화 작품을 주요 매체로 삼아, 국적, 인종, 언어, 성별, 직업, 나이 등의 구분 없이 서로 소통하는 것이 그랩스 매거진의 지향점이자, 발행 목적입니다.

 

'그랩스'는 벽그림, 즉 그래피티는 사회적, 정치적 의미를 내포한 길거리 문화의 한 종류로 받아들이며 그래피티가 단순히 공공기물 파괴행위이자 범죄행위가 아닌, 현대 도시미술 및 문화의 한 종류로 자리 잡고 있음을 보여주고자 합니다. 더불어, 전 세계의 어느 도시에서나 발견할 수 있는 길거리 전시 작품 및 그래피티가 대한민국의 서울에서도 찾아볼 수 있음을 전 세계 독자들에게 알리기 위함입니다. 이것이 바로 '그랩스매거진'이 80% 이상의 독자들을 외국인으로 설정하고 영문 매거진으로 시작한 이유라고 합니다. 또한, 세계 유능한 길거리 아티스트들의 교류의 장을 만들기 위한 론칭 파티 등을 개최하는 등 길거리 문화의 플랫폼으로 자리 잡기 위해 노력 중입니다. 더 나아가 서울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색다른 관광 문화 콘텐츠를 제공하여 다양한 한류 문화 형성에 기여하고자 합니다.



사진6 서울 홍대입구 길거리 벽그림, '그랩스 Grabs' 스티커 (그랩스 http://www.thegrabs.com)



이처럼 '그랩스' 매거진은 세계 여러 나라의 대중들이 각 도시의 지역 벽그림을 편하게 감상할 수 있는 온라인 길거리 전시장이었습니다. 또한, 길거리 아티스트들의 자유로운 창작활동과 세계 여러 나라의 아티스트들과의 교류를 돕고 그들을 한 곳으로 모을 수 있는 세계 길거리 문화 플랫폼의 역할을 시작하고 있습니다. 온·오프라인 형태의 '그랩스 매거진'은 국경을 초월한 문화 홍보매체로, 한국 특유의 길거리 문화 측면의 한류 형성에도 기여를 톡톡히 해낼 것으로 전망됩니다.



ⓒ 사진 출처

-사진1 그랩스

-사진2 직접 촬영

-사진3~6 그랩스

길거리 도시예술 문화 매거진 '그랩스 Grabs'



본 기사는 한국콘텐츠진흥원 문화기술개발실 <CT로 통하는 이야기(https://www.facebook.com/CreativeCT)>에서 발췌했으며 제3기 CT리포터가 작성한 내용입니다. ⓒ CT리포터 허수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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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글의 내용은 한국콘텐츠진흥원의 견해와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미국 샌프란시스코. 빅토리아풍의 아담한 집들이 차가운 바닷바람이 시린 듯 다닥다닥 붙어있는 매력적인 언덕의 도시. 그 안에 ‘Japan Town’이라는 동양의 느낌을 미 서부 도시에 한 방울 떨어뜨려놓은 듯한 독특한 느낌을 풍기는 곳에 김이나 작가의 공방이 있었습니다. 마을이 풍기는 독특함처럼 조금은 특이하고 재미있게 세상을 그려내는 일러스트레이터 김이나님을 만나보았습니다.


사진1 김이나 작가님의 공방에서 


Q. 안녕하세요, 이나님. 간단한 자기소개와 어떤 작업을 하고 있는지 설명해 주실 수 있나요?


A. 매거진에 들어가는 삽화(에디토리얼)작업을 주로하고 있는 프리랜서 일러스트레이터 입니다. 회사에 얽매여서 일하는 걸 좋아하는 스타일은 아니어서 스튜디오에서 주로 혼자 작업합니다.



사진2 매거진에 실린 김이나 작가의 일러스트들


Q. 여러 가지 프로젝트 중 특별리 기억에 남을 만한 프로젝트가 있나요?


A. 최근에 한 작업으로는 ‘크로니클'이라는 출판사에서 내년(2014)에 발행하는 80여명의 인물을 다루는 책 작업에 참여한 것이 재밌었습니다. 스티브 잡스나 벨 그라헴과 같은 유명 인사들의 성공을 도와 준 최측근 혹은 2인자에 관한 내용의 책인데, 출판사에서 일러스트레이터를 선택해서 각각 한두명씩 그리도록 의뢰가 왔었습니다. 제가 그린 인물은 벨의 어시스턴트였는데, 출판사에서 제가 원하는 방식으로 그릴 수 있도록 배려해줘서 재밌게 작업했던 프로젝트입니다. 


사진3 크로니클과 함께 했던 프로젝트의 삽화


Q.  그러한 프로젝트는 어떻게 연락을 받고 시작한 것인가요? 본인이 직접 자기 자신을 프로모션하기도 하나요?


A. 이번 프로젝트는 뉴욕에 있는 디자이너의 소개로 기회를 갖게 되었습니다. 지금까지 절반정도의 일은 매거진 쪽에서 먼저 연락이 와서 진행하였고, 나머지 절만은 제가 연락해서 성사된 일들입니다. 포스터 카드도 만들고 해서 좀 더 프로모션을 해야 하는데, 약간 완벽주의 기질이 있어서 홍보용 포스터 카드도 잘 만들지 않을거면 안 만드는 것이 낫다는 생각에 진행을 못하고 있네요.



Q. 보통 한번 같이 일했던 회사들은 계속 같이 일하게 되는지요?


A. 한번 같이 프로젝트를 진행했던 회사들은 제 스타일을 알기 때문에  그러한 그림이 필요할 땐 연락이 다시 옵니다. 하지만 보통 다시 연락이 오는데 까지는 시간이 좀 걸리기 때문에, 여러 회사들과 잘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좋은 것 같아요.



사진4 일러스트레이션의 밑작업들


Q. 그 외에도 기억에 남는 프로젝트 혹은 에피소드가 있다면...


A. 2년 전 한국에 놀러가려고 계획을 했는데, 부모님 눈치가 보여서 갑작스럽게 상수동에 작은 카페에서 전시를 잡고 전시 때문에 가는 거라는 핑계를 댔습니다. 하지만 막상 일을 벌려놓고 나니 전시 준비 하나도 안 되어있고 뭘 그려야 할지도 막막했었습니다. 그러다가 한국가기 딱 2주 전 부터 미친듯이 그린 그림들이 ‘the secret knots series’ 라는 타이틀의 작품들입니다. 정신없이 그린 작품들인데 사람들이 많이 좋아 해줬고, 팔린 작품들의 수익을 좋은 곳에 기부했던 프로젝트라 더 기억에 남습니다. 그 이후에도 스페인 바르셀로나에 여행 갈때도 새로 오픈하는 가구점 같은 곳에 전시회를 잡아 여행 겸 전시를 같이 진행하는 습관(?)이 생겼다고나 할까요.


사진5 The Secret Knots series


Q. 여행을 많이 다니시는 것 같아요. 최근에 과테말라도 다녀왔다고 알고 있는데, 여행을 많이 다니는 이유가 있나요?


A. 프리랜서 일러스트레이터라는 것이 잘못하면 집에만 있을 수 있는 직업이라 좀 답답하게 느껴지는 시간이 많이 있어요. 그리고 친구들과 함께하는 시간도 각자 삶이 바뻐질 수록 점점 맞추기 어려워지는 것 같아서, 같이 여행을 하게 되면 어떻게 살고 있는지 혹은 살아왔는지 이야기 할 수 있는 시간이 되는 것 같아서 좋은 것 같아요. 새로운 사람들과 장소를 보는 것은 당연히 작업을 하는데 영감을 주기도 하고요.



Q. 작업은 주로 어떤 미디엄으로 하시나요?


A. 디지털로 작업하는 경우는 연필로 스케치하고 스캔해서 포토샵에서 칼라를 입히는 방식으로 작업하고, 수작업으로 할 때는 잉크와 과슈로 많이 작업합니다. 



사진6 아기자기하게 그려진 김이나 작가의 창작 도구들


Q. 원래부터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하셨나요?


A. 한국에 있을 때는 글 쓰는 것을 좋아해서 글 쓰는 직업으로 가고 싶었는데, 미국에 오면서 아무래도 언어의 장벽 때문에…(웃음) 말로 잘 안 되니 그림을 좀 그리기 시작했는데, 기술적으로 보면 정말 잘 그린 그림들이 아닌데 친구들이 너무 잘 그린다고 칭찬을 많이 해주는 거예요. 그 때부터 그림 그리는 것에 약간 흥미를 갖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다 중학교 때부터 로모 카메라에 빠져서 고등학교 까지 직접 필름 현상, 인화도 하면서 사진작업에 한창 빠졌었습니다. 그리고 대학을 사진 분야로 가고자 했는데, 막상 커리큘럼을 보니 제가 고등학교 3년 동안 수업에서 배웠던 것들을 그대도 또 배우는 커리큘럼이었습니다. 그래서 페인팅 클레스 위주로 듣기 시작했고, 그 이후로는 계속 그림을 업으로 하고 있습니다. 



Q. 사진은 지금도 계속 찍고 계신 건가요?

 

A. 요즘은 그림에 시간을 많이 쏟고 있어서 취미로만 찍고 있는데, 몇 년 전에는 매거진에 실리는 용도의 사진도 가끔 찍었습니다. 그 때는 사진도 그림도 다 잘하는 사람이 되고 싶었는데, 둘다 잘하려니 하나의 분야에 완전 포커스 할 수 없어서, 일단 일러스트레이터로 제가 원하는 수준에 도달할 때 까지는 일러스트레이션에 집중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사진7  일러스트레이션처럼 독특한 느낌을 가지고 있는 이나 작가의 사진작업


Q. 중간에 CCA(California College of Arts) 일러스트레이션과에 편입하고 졸업 후에는 지금까지 쭉 일러스트레이션을 해오신거군요. 하지만 막상 프리랜서 일러스트레이터로 살아야 되겠다 마음먹는 건 쉬운 결정은 아니었을 것 같아요. 워낙 그 분야도 경쟁이 치열한데 어떤 계기가 있었나요?  


A. 사실 일러스트레이션과를 졸업하면서도 사람들이 프리랜서 일러스트레이터는 하기 힘든 직업이라고 하더군요. 한 5년 정도 일해야 그나마 고정적으로 일이 들어오는 상황이 될 거라고 하면서… 그래서 진짜 그럴까하는 약간의 오기와, 그래도 내가 좋아하는 걸 해야지 하는 마음가짐으로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중학교 때부터 아르바이트를 종종해왔는데 사람들을 상대하면서 받는 스트레스가 너무 많았기 때문에 조용히 작업에 집중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싶은 마음도 커서 프리랜서로 일하기로 결심했습니다. 제일 힘들었던 건 부모님 설득하는 거였죠.(웃음)



Q. 작품을 보면 포트레이트(인물화) 작업이 많은데, 특별히 얼굴을 많이 그리는 이유가 있나요?


A. 사람이 그리워서? 그냥 사람 얼굴을 살펴보고 그리는 게 좋은 것 같아요. 사실 대학 때 까지는 아이들이 그리는 그림처럼 자유롭게 그리는 걸 좋아했는데, 한번은 사실적인 인물화를 그려서 전시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그 전시 때 게스트 중 한명이 제가 정통 회화를 못해서 아이들 그림처럼 그리는 줄 알았다고 하는 거예요. 그때 기분이 약간 상해서 사람들의 얼굴을 자세히 살펴보면서 조금 더 프로페셔널하게 그리는 연습을 시작했는데, 그때 일이 계기가 되어 얼굴을 그리는데 재미를 붙이게 되었습니다. 처음엔 주변사람 위주로 그리고, 그 이후엔 스티브잡스처럼 잘 알려진 사람을 그리다가 요즘엔 제가 캐릭터를 창조해서 그리고 있습니다. 지금은 거의 습관처럼 사람들을 살펴보고 얼굴을 그리는 것 같아요.

사진8 포트레이트 습작중 하나인 스티브잡스


Q. 매거진 일러스트레션 말고 도전하고 싶은 다른 분야도 있나요?


A. 제가 직업 이야기를 쓰고 그림을 그리는 작업을 하고 싶어요. 아이들 용 책은 아니고 10대 정도 애들이 볼 만한 이야기로 작업을 하고 싶습니다. 어렸을 때 꿈이 글을 쓰며 사는 것이어서 글과 그림을 다 같이 할 수 있는 기회가 있으면 정말 좋을 것 같아요. 아무래도 출판사와의 관계가 그런 기회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기 때문에 출판사 아트디렉터와 만날 수 있는 행사는 종종 참여해서 제가하는 작업을 조금씩 보여주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Q. 작품을 시작할 때는 주로 어디서 영감을 얻나요?


A. 영감은 주로 일상에서 얻는 편이예요. 지나가는 사람들, 누군가에게 들었던 말들, 내가 누구에게 들려줬던 말들. 주인이 없는 옛날 물건들, 그냥 여러 가지 잡스러운 상상들.



사진9 과테말라 여행 노트와 전통의상을 입고 있는 이나작가


Q. 작품에 영향을 받은 아티스트가 있나요?


A. 영향을 받은 아티스트는 특별히 따로 없고, 본받고 싶은 작가라면 좀 거대하기는 하지만 파블로 피카소. 그는 어려서 부터 죽기 전 까지 계속 창작 활동을 하면서 스스로 발전해나갔고 페인팅 말고도 조소, 세라믹 등 여러 가지 분야에서도 빛을 낸 작가인 것 같아요. 저도 나이라는 것에 얽매이지 않고 계속 창작활동을 하면서, 일러스트 말고도 여러 분야에 관심이 있고 빛을 낼 수 있는 작가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사진10 최근 파리에 있는 뮤지션과 콜라보레이션으로 진행하는 프로젝트


Q. Asian Contemporary Arts에 프로그램 어시스턴트라는 프로필도 있던데, 어떤 일을 하시는 건가요?


A. 샌프란시스코에서 일 년에 한 번씩 열리는 ‘Asian Contemporary Arts Events’ 같은 행사진행도 도와주고, 웹사이트 디자인과 페이스북 페이지 관리를 담당해서 하고 있습니다. 종종 아시아 아티스트들 홍보도 도와주고 있습니다. 



Q. 앞으로의 계획은?


A. 앞으로도 열심히 개인작업도 하고 여행도하고 하고 싶습니다. 가깝게는 올해 베트남에 방문할 계획을 세우고 있습니다. 그리고 일러스트레이션이나 매거진 작업은 샌프란시스코 보다 뉴욕이 훨씬 크기 때문에, 30세 이전에 뉴욕으로 건너가는 것도 가까운 꿈 중 하나입니다.  

  


◎ 사진출처

-사진 1, 3  직접 촬영

-사진 2, 4, 5, 6, 7, 8, 9, 10  김이나님 웹사이트(http://yinak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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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야흐로 구름 한 점 없이 하늘은 높아지고 말은 살찌는 가을입니다. 이젠 제법 날씨도 쌀쌀한데요. 독서의 계절 가을을 맞아 지난 10월 1일, 홍대에서 <제 9회 서울와우북페스티벌>이 열렸습니다. 1일부터 6일까지 진행되는 이번 <와우북페스티벌>에는 ‘만인을 위한 인문학’을 컨셉으로 각종 다채로운 행사가 마련되어 있습니다. 관람객들은 <와우북페스티벌>의 꽃인 ‘거리도서전’은 물론 ‘상상마당과 함께하는 와우북 상상만찬’을 통해 각종 전시를 볼 수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와우북 판타스틱 서재’를 통해 독자와 작가의 만남의 장도 열릴 예정입니다.

 

▲사진2 밥 장 작가가 그린 <서울와우북페스티벌> 포스터

 

최근 들어 중요한 학문으로 화두에 오르고 있는 인문학을 페스티벌에 엮어낸 만큼 특별한 행사도 준비되어 있습니다. 예술관련 직업을 갖지 않는 이상 ‘일’과 ‘인문학’은 참 어울리기 힘든 조합이라고 생각하는데요. <와우북페스티벌>에서는 ‘마인드브릿지 인문학 콘서트’를 통해 앞으로 세상을 이끌 젊은이들이 ‘인문학적으로 산다’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볼 수 있습니다. 이 인문학 콘서트에선 <왜 일하는가?>에 대한 질문에 여러 분야의 인물들의 생각을 들어볼 수 있다고 합니다. 지난 1일 홍대에 위치한 서교예술실험센터 지하1층에는 ‘마인드브릿지 인문학 콘서트’의 일환으로 국내 유명 일러스트레이터 밥 장 작가가 강연을 했습니다.

 

▲사진3 강연을 기다리는 사람들

 

강연 시간인 오후 7시가 되기 전부터 강연장에는 많은 사람들이 모였습니다. 모두 밥 장 작가의 강연을 듣기 위해 사전 신청까지 한 사람들이었습니다. 아마 밥 장 작가의 이름을 잘 모르는 사람들도 그림을 보면 ‘아~ 이 그림!’하는 감탄사가 절로 나올 것 같은데요. 밥 장 작가는 이번 강연을 통해 사람들이 ‘내 시간의 주인공’이 되어야 한다고 했습니다. 과연 밥 장 작가는 어떻게 ‘내 시간의 주인공’이 될 수 있었을까요?

 

 


 

▲사진4 밥 장 작가의 작품들

 

'비정규 미술가’. 밥 장 작가를 수식하는 말들 중 하나입니다. 미술학원에 다니고 미대에 진학하는 많은 미술가들과 달리, 경제를 공부하고 소위 말하는 대기업에 다니는 샐러리맨이었기 때문이지요. 그림을 배운 적이 없던 밥 장 작가는 회사를 그만 두고 힘든 시절, 손톱깎이나 녹즙기처럼 주변의 사물들을 그리며 마음의 위안을 얻었습니다. 그림을 계속 해야겠다고 마음먹었을 땐 주변에서 걱정하는 소리가 끊이지 않았죠. 남들의 ‘자존심 깔창’ 역할을 맡아야 했던 그는 지금은 “내가 너 이럴 줄 알았다!”라는 소리를 듣는다고 합니다.

 
밥 장 작가는 이렇게 자신이 일러스트레이터로 발돋움 할 수 있었던 원동력으로 자신이 그림 그리는 일을 정말 좋아했던 것을 꼽으며 소탈하게 이야기 했습니다. 또한 쳇바퀴 돌리듯 굴러가는 삶에서 모든 자기 시간의 주인이 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언뜻 보면 간단한 얘기처럼 들리지만 이를 시행하는 것은 매우 어렵습니다. 밥 장 작가는 음악을 하고 싶다면 생각만 하지 말고 당장 가서 악기를 잡고, 그림을 그리고 싶다면 당장 그림 도구를 사라는 말을 블로그에 게시한 적도 있었죠. 그림을 그리는 것에서 벗어나 글을 써 책을 내는 한편, 읽는 책의 좋은 글귀는 매번 노트에 적어 놓습니다. 주변에서 밥 장 작가가 그림을 그릴 수 있는 것은 선천적인 재능 덕분이라고 말하지만, 그는 ‘재능이란 원인이 아닌 결과다.’라고 일침을 가했습니다.

 

▲사진5 강연 중인 밥 장 작가

 

“그럼, 평생 준비만 할 텐가?”, “좋아하면 오래 버틸 수 있고, 오래 버티다 보면 잘 할 수 있다.”, “힘든 환경 덕분에 치명적인 매력을 뿜는다.”, “남들과 다를 수 있는 용기가 진화의 원동력이다.”, “안정과 권태, 설렘과 불안은 동전의 앞뒤와 같다.”

 

강연을 듣는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말들로 이어진 강연은, 밥 장 작가의 ‘재능 나눔’ 이야기로 흘러갔습니다. 그는 2007년부터 130여 개의 나눔 프로젝트를 진행했습니다. 재능 기부자들의 모임인 ‘초록우산 나눔조합’을 통해 아프리카 남수단에 다녀오기도 했죠. 얼마 전엔 유니클로와 콜라보레이션을 통해 번 수익금을 기부하기도 했습니다. 강연을 통해 ‘재능 기부’가 아닌 ‘재능 나눔’에 대한 밥 장 작가의 생각도 들을 수 있었습니다. 그는 ‘재능은 나눌수록 수요가 늘고 밥그릇도 커진다.’고 말했습니다. 불쌍한 사람들을 위해 자신이 희생하여 기부를 한다는 생각이 아니라 내 재능을 나눔으로써 스스로의 가치를 높이는 것이지요. 결국 밥 장 작가는 화장품 모델로 발탁되어 지구 사랑 캠페인에 참여하기도 했습니다.

 

▲영상1 프리메라 프렌즈로 지구사랑 캠페인에 참여한 밥 장 작가

 

시간이 언제 흘러갔는지도 모르게 유쾌하고 즐거웠던 강연은 2시간 만에 끝이 났습니다. 강연을 들은 사람들 모두 오늘의 강연을 마음 속 깊이 새긴 얼굴을 하고 있었습니다. 강연 후의 자유로운 질의응답 시간도 있어 밥 장 작가의 강연을 들으며 궁금했던 점들도 속 시원하게 풀 수 있었습니다. 또 밥 장 작가와의 인터뷰를 통해 더욱 심도 있는 이야기도 나눌 수 있었습니다.

 

 

Q) 여행을 참 많이 다니셨는데 어떤 여행지가 가장 좋았었나?

A) 에스토니아가 가장 좋았다. 낡은 건축물들에서 중세를 그대로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아르헨티나를 다녀오면 아르헨티나가 가장 좋을지도 모르겠다.

 
Q) 작품에 유난히 꽃이나 구름, 하트가 많이 나온다. 특별히 꽃, 구름, 하트를 자주 그리는 이유가 있는가?

A) 그리기 쉬워서 그린다.


Q) 장석원에서 밥장이 되었을 때 가장 좋아진 것은?

A) 피부가 가장 좋아졌다.(웃음) 얼굴도 찌푸리지 않게 되었고 예전엔 힘들었지만 지금은 남들의 눈을 마주치고 대화를 할 수 있게 되었다. 표현을 해야 하는 직업의 특성상 나를 표현하다보니 남들도 나에게 자신을 표현하기 시작하더라.


Q) 일을 하다보면 피곤하진 않은가?

A) 당연히 피곤하다! 하지만 피곤의 질이 다르다. 좋아하는 게임을 2박 3일 했을 때와 싫어하는 부장님과 함께한 회식자리에서의 피곤함은 다르다. 좋아하는 일을 하다 보니 몸은 피곤하지만 정신의 피곤이 적다.

 

Q) 일러스트레이터가 되어 가장 후회하는 것은 없는가?

A) 예전에 ‘떼톡쇼’에서 조혜련씨가 토크할 때 어떤 질문에 자신은 망설임이 없다고 했다. 나도 마찬가지다. 망설임이 없으니 후회도 없다. 어떤 일을 하다보면 생각하던 것과 달라 궤도를 수정해야할 일이 생길 순 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궤도 수정을 하더라도 일단 하고 보는 것이다.


Q) 앞으로도 많은 이들과 재능 나눔을 함께 할 것 같다. 재능 나눔을 함께 할 사람은 어떤 마인드를 가진 사람이었으면 좋겠는가?

A) ‘착한 일’을 하기 위해서 재능 나눔을 하는 게 아니라 좋아서 하는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재능 나눔을 함에 있어 금전적인 문제로 고민을 하는 사람들도 많다. 하지만 재능 나눔을 하다 보면 신기하게도 금전적인 문제들이 해결이 된다. 자연스럽게 재능 나눔을 하는 것과 돈을 번다는 것이 균형이 맞게 되는 것이다. 또 좋아서 ‘자발적으로’ 한다는 것도 중요하다.

 

◎ 사진출처

- 사진1,3,5 직접 촬영

- 사진2 서울와우북페스티벌

- 사진4 밥 장의 에피파니

- 영상1 프리메라 공식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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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고래와 함께 멋진 일러스트 세계에서 여행하고 있어요!

상상발전소/칼럼 인터뷰 2012.12.11 17:33 Posted by 한국콘텐츠진흥원 상상발전소 KOCCA

 

이 름 : 빨간고래 (박정아)

주요 경력
2006년 ~ 현재 프리랜스 일러스트레이터(www.redwhale.co.kr)로 다양한 프로젝트에 참여
2011년 ~ 2012년 홍익대학교 컴퓨터 그래픽 강사
[미샤] 패키지 일러스트, [어퓨] 아이덴티티 일러스트, [SK건설] 캘린더, [LG 지인]뮤럴벽지

외에 다수 책 표지 디자인
2011년 <실력이 탐나는 일러스트레이터> 출간
2010년 <당신의 빨간고래는 안녕한가요?> 출간

 

 

빨간고래와 함께 여행을 다니면서 그림 그리며 이야기하기를 좋아한다는 프리랜스 일러스트레이터 박정아 작가. 그녀는 7년차 일러스트레이터로서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며 일 년에 한두 번은 더 좋은 그림을 그릴 수 있는 답을 찾기 위해 여행을 떠난다. 여행지에서 느끼는 새로운 풍경들을 마음에 담아와 그녀만의 빨간고래로 새롭게 그려내고 있다.


당신의 빨간고래는 안녕한가요?
가끔 홍대 거리를 걷고 있으면 미로 속을 헤매는 느낌이 든다. 아까 이 길을 걸었던 것 같은데 하면서도 어느새 제자리를 걷고 있다. 내비게이션 앱을 뚫어져라 쳐다보면서 헤매지 않기 위해 길을 걷다가 빨간고래(박정아) 작가와 만났다.


“어려서부터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했어요. 그러다 고등학교 다닐 때 미대에 가고 싶어서 입시학원에 다녔고 대학에서 광고미디어학을 전공했어요. 그때도 그림을 그리러 다니거나 카페에서 커피마시는 것을 좋아했는데, 졸업하고 3년 반 정도 디자인 회사에 다니면서 갈등을 많이 했어요.” 그녀는 정말 하고 싶었던 일과 거리가 있는 일을 하면서 고민에 빠졌다. 계속 이 일을 할 것인지, 아니면 다른 일을 찾을 것인지…….


그러다 광고회사에서 일러스트레이터들을 채용해서 일하는 것을 보면서 그들이 하는 일에 관심을 갖게 됐다. “취미로 글을 쓰는 것도 좋아했는데 그림을 그리는 작업들이 새로운 직업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하지 못했어요. 그러다 일러스트레이터들을 보면서 용기를 얻게 됐죠.”


당장 회사를 그만 두고 일러스트레이터가 되겠다고 나섰지만 생각처럼 쉽지는 않았다. 우선 어디서 그림을 받아서 어떻게 그려야할 지 막막했다. “혼자서 낙서하듯이 그린 그림과 작가라는 마인드를 갖고 그린 그림은 완전히 달라요. 저도 1년 정도는 제 그림을 그리면서 힘든 시간을 보냈어요. 무엇보다 일러스트레이터로 어떻게 등단해야 하는지 잘 몰랐죠. 그러다 그림을 그려서 온라인 사이트에 올리면서 차츰 일감도 들어오게 됐어요. 그림도 전보다 더 잘 그리게 됐구요.”


답답한 느낌이 들면 그림을 그리는 작업에만 몰두하기 보다는 세상을 좀 더 경험해 보고 싶은 생각에 그녀는 여행을 떠난다고 한다. 여행을 통해 느낀 점들을 다양한 방식으로 눈과 마음에 담아 오는데 <당신의 빨간고래는 안녕한가요?>라는 책을 내면서 그녀는 일러스트레이터로서 자신의 스타일이 무엇인지 제대로 알기 시작했다. “어렸을 적부터 그림을 그리는 것을 좋아했기 때문에 그림을 그리는 것은 알았지만 어떤 그림을 그려야 할 지 제 스타일의 그림이 무엇인지 잘 몰랐어요. 그냥 여행을 하면서 좋아하는 것, 감동적인 것, 이국적인 것들을 보면서 일정한 스타일로 형식을 갖춘 그림을 그리게 됐죠.”

 

 

▲ 빨간고래와 함께 여행을 다니면서 그림 그리며 이야기하기를 좋아하는 프리랜스 일러스트레이터, 박정아 작가

 

빨간색과 고래를 좋아했어요!
‘빨간고래’라는 닉네임은 어떻게 만들게 됐을까? 그녀는 빨간색을 좋아하고 고래를 좋아하게 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미대에 다닐 때 작업실에서 영화 음악을 많이 들었어요. 어떻게 보면 제 그림은 상당히 목가적인 느낌이 나죠. 고래의 울음소리로 음악을 만드는 제3세계의 음악을 많이 접했던 것이 계기가 된 것 같아요. 그때부터 고래에 관심이 많았어요. 지능도 높고 우울증 때문에 자살도 한다는 얘기도 들었죠.”


그래서인지 그녀의 그림에는 빨간고래가 자주 등장한다. “빨간고래는 하늘을 떠다녀요. 그러면서 원하던 원하지 않았던 여행을 하게 되는데, 이런 이야기가 마치 제 자신의 인생과 비슷하다는 느낌을 줍니다. 지금도 저는 고래처럼 서울이라는 도시를 여행하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여행을 통해 제 스타일의 그림을 알기 전에도 그림은 그릴 줄은 아니까 여러 가지 일들이 들어 왔다고 한다. 하지만 그녀가 작가로서 인정받기 시작한 것은 책을 내고 전시회를 열면서부터였다. “시간이 지나면서 제가 추구하는 스타일에 맞는 일들이 들어오기 시작했어요. 또 한 가지는 일러스트레이터 작가로 등단하려면 자기만의 작품 세계가 있어야 한다는 것을 이때 처음 깨달았죠.”

 

 

▲아이띵소(텐바이텐) 전시회&아트상품 판매

 

▲[당신의 빨간고래는 안녕한가요?]개인전 (274g gallery)

 

 

빨간고래 작가는 여행을 다니면서 꾸준히 여행지에서 느낀 것들을 그림으로 그려 왔다. 이 그림들이 출판사의 일과 잘 맞아서 다수의 책 표지 작업에도 참여했다. “요즘에는 미샤의 ‘어퓨’라는 새 브랜드의 아이덴티티 작업을 하고 있는데, 초반 작업부터 참여해서 1년 동안 매달 10여 장의 그림을 그려왔어요. 심벌 작업도 진행했는데, 일러스트레이터가 초기부터 투입되서 하나의 브랜드를 작업을 하는 일은 흔하지 않아요.”


한편, 여행을 다니기 시작한 초반에는 이국적인 것들이 좋아 주로 그런 곳을 찾아서 여행을 다녔다고 한다. 크리에이터로서 일을 하다 보니 새로운 것을 찾는 것은 당연해 보였다. “점점 더 이국적인 것들을 찾아 헤맸죠. 하지만 그런 일이 반복되자 지루한 느낌을 받게 됐어요. 최근에는 일종의 도피를 위해 여행을 하게 되는 것 같아요. 일상에 지치고 일에 쫓기다 보면 어디 가서 좀 쉬고 싶은 생각이 들죠.”

 


시적인 은유가 담긴 그림을 그린다
그녀는 그리스의 파란 코발트색 바다가 제일 인상 깊었다고 말했다. 채도가 높은 코발트색의 바다를 배에서 보고 있자니 수천 년 동안 바다는 늘 그랬듯이 파랬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바다를 보고 있으니까 눈물이 주르르 흐르더라구요. 바다가 제게 ‘괜찮아, 괜찮아. 그냥 파랗게 흐르면 돼.’ 하고 이야기를 하는 것 같았어요. 그때부터 이런 느낌의 그림을 그려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내 안에 있는 내면의 생각을 그림으로 표현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죠.”


빨간고래 작가는 주로 어도비 일러스트레이터로 그림을 그려 왔는데 요즘에는 포토샵과 수작업을 합성하는 방법을 많이 사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질감을 표현하기 위해 칫솔이나 스펀지를 사용하기도 하고 종이를 찢어서 붙이는 등 다양한 방법을 쓰고 있다고 설명했다. 사진을 찍기도 하는데, 그녀는 작가마다 다른 생각들을 표현하는 것은 바로 작가 자신이라고 강조했다.

 

 

▲에세이 [연애에 말걸기] 일러스트레이션(왼쪽). 연애에 관한 일러스트레이션으로 책표지와 내지의 그림을 그렸다. 

우리 정말 사랑이었을까?(중간)  당신이 날 보고프시다면 나는 늘 세상 밖으로 달려가요.(오른쪽)

 

“요즘에는 프로그램들이 좋아지면서 특정한 효과를 내는 방법은 흔해졌고 더 쉽게 할 수 있어요. 하지만 특정한 효과를 내기 보다는 이야기가 중심이 되어야 합니다. 작가적인 감성으로 은유적인 느낌을 표현하는 것이 중요하죠. 그림에도 일정한 형식이 있어야 하는데, 제 경우에는 몽환적인 분위기를 좋아하고 복잡한 그림 보다는 심플하면서도 베이직한 그림체를 좋아합니다. 시적인 은유가 담긴 그림도 자주 그리고 있습니다.”


그녀는 독일의 유명한 일러스트레이터인 크빈트 부흐홀츠(Quint Buchholz)로부터 많은 영향을 받았다고 말했다. “작가들은 모작을 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싶지 않아서 영향을 받은 작가가 없다고 말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저는 마그리뜨 작품도 좋아해요. 특히 크빈트 부흐홀츠의 초현실주의적인 그림을 가장 좋아하죠. 그림 톤도 무척 좋거든요.”


일 때문에 요즘에는 여행을 자주 못 다니니게 되자 그녀는 반대로 왜 여행을 다닐까에 대해서 생각해 보았다고 말했다. “사람들이 여행을 떠나는 이유를 보면 도피, 낙원을 찾아서, 그냥 등등 여러 가지 이유들이 있죠. 제 경우에는 누군가 여행을 갖다 와서 거기에 뭐가 있더라 하고 말하면 가보고 싶은 호기심이 부쩍 생기죠. 내년에는 이러한 여행을 주제로 ‘내가 여행을 떠나는 이유, 스무 가지’라는 내용으로 개인 전시회를 열 생각입니다.”

 

 

▲ 좌, 소설 [밤은 짧아 걸어 아가씨야] 책표지 일러스트레이션

우, 소설[우리 집에서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책표지 일러스트레이션

 

▲ 좌, 소설[저택섬] 책표지 일러스트레이션, 우 단편소설집[여신과의 산책]책표지 일러스트레이션

 

 

사람들과 공감할 수 있는 키워드가 필요하다
그녀가 그리는 심플하면서 편안한 그림은 이제 대중들에게 호소력 있게 다가가고 있다. “그림이 좀 센 느낌을 주거나 난해해서는 안되죠. 혹은 야한 느낌을 준다면 작품으로써는 괜찮을지 몰라도 다양하게 쓰일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제 그림은 따뜻하고 편안함을 추구하고 있어서 여기저기서 사용되고 있죠.”


빨간고래(박정아) 작가는 여러 작품을 동시에 진행하는 편인데, 작가로서 대접을 잘 해주는 출판사와의 일이 잘 맞는다고 말했다. 하지만 자신의 스타일과 다른 일을 맡게 되면 정중히 거절하고 있다. “보통 클라이언트와 만나서 일을 하게 되면 미팅을 자주하게 되는데, 기본적인 시놉시스와 가이드라인을 가지고 이야기를 나눕니다. 작가들은 러프한 스케치 이미지나 관련 이미지들을 검색해서 적합한 것들을 찾아서 보여주죠. 이때 서로 간의 의견 조율이 중요한데, 미샤 같은 경우에는 패키지에 들어가는 이미지 외에도 매장에서 사용되는 디스플레이용 프린팅 이미지와 광고용 포스터도 있어야 해서 A4 정도의 크기가 보통 사이즈라면 A3 혹은 A2처럼 세배 정도의 크기로 작업을 해두고 있습니다.”


그녀는 평상시에는 2B 연필을 주로 사용하고 여행을 할 때는 A4 크기의 스케치북을 들고 다니면서 그림을 그린다. 새로운 것을 좋아하기 때문인 이유도 있지만 크리에이터이기 때문에 트렌드에 민감하다고 말했다. “새로운 툴이 나오면 동영상 강좌를 몇 번씩 들으면서 감을 익히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툴 기능이 크게 바뀌지는 않는 것 같아요. 다만 더 편리하고 좋은 기능이 나오면 적극적으로 배우고 있어요.”

 

 

▲ 내년에 개인전시회를 열 계획이라는 빨간고래(박정아) 작가는 누군가에 공감을 주고 위로받을 수 있는 그림을 그릴 생각이다.

 

그녀 역시 아날로그적인 감성이 담긴 디지털 표현 방식을 좋아했다. “전에는 다양한 자료들을 참조했는데요. 이제는 되도록 다른 그림을 보지 않으려고 해요. 대신 제 안에 숨어 있는 감정들을 끄집어내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누군가 자신의 그림을 통해 위안을 받았다는 이야기를 들은 뒤부터 그녀는 공감하고 위로받을 수 있는 편안한 그림을 그리고 있다. 자신의 브랜드가 된 빨간고래를 캐릭터 삼아 피규어나 액세서리로도 만들어볼 생각이다. 디자이너에서 프리랜서 일러스트레이터로 변신한 빨간고래(박정아) 작가. 그녀는 이제 디자인 사업을 꿈꾸며 새로운 변신을 준비 중이다.

 


■ 글 _ 박경수 기자 twinkaka@naver.com

 

ⓒ한국콘텐츠진흥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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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하게 그린 그림은 보는 이도 행복하게 하죠!

상상발전소/칼럼 인터뷰 2012.12.07 13:00 Posted by 한국콘텐츠진흥원 상상발전소 KOCCA

 

 

이 름 : 천소 (이정현)

주요 경력
2004년 ~ 현재 홍대 천소의 스터디[천소와 스터디] 및 천소네(http://chunso.net/) 운영.

프리랜서 일러스트레이터
디자인업체 ‘바이러스 헤드’에서 디자인 디렉터로 근무하며 다양한 일러스트, 캐릭터 디자인,

웹디자인, 플래시 애니메이션, CI, BI, 샵 디자인 등 그림과 관련된 폭넓은 작업을 진행함
주요 저서로는 [포토샵일러스트, 천소네 작업실], [천재소녀의 특별한 그리기 훈련법! 그리고

상상하다], [그림쟁이 천소네 작업실, 색을 훔치다], [누가 그려도 예쁜 천소의 일러스트 쉽게

배우기] 등 다수
만화/애니메이션 전공

 

 

그림으로 밥을 먹고 그림을 그리며 여가를 보낸다는 천소(이정현) 작가. 그림을 그리는 그녀의 모습에서 행복함을 느낄 수 있었다. 그림에 대해서는 누구보다 진지하고 누구보다 많이 연습하고 있다는 자부심이 강하지만 하지만 그림은 누구나 그릴 수 있다고 생각한다. 미술학원 10년을 다닌 사람보다 어린아이의 그림이 더 훌륭하다고 믿는 낭만 소녀(?) 천소 작가와 이야기를 나눴다. 


 
그림을 그리는 행복한 작가와 장난감가게
겨울을 재촉하는 비가 오후 들면서 오락가락 하더니 저녁 무렵이 되자 땅거미가 빠르게 내려앉았고 홍대역 주변 거리는 이미 깜깜해져 있었다. “어서 오세요. 오늘부터 내일까지는 노는 날이네요.” 금요일 저녁에 찾아간 천소네 장난감가게에는 어린 시절 추억을 떠올리는 형형색색의 수많은 장난감들이 천소 작가처럼 천진한 미소를 띠고 있었다.

그녀는 지난 2004년부터 홍대 [천소네 작업실]에서 매주 월요일마다 ‘천소와 스터디’를 무료로 진행해 오고 있다고 말했다. 그 동안 수많은 일러스트레이터들과 함께 교류하며 ‘더 새로운 그림’, ‘더 재미있는 그림’을 연구하는 한편 프리랜서 일러스트레이터로서 활발하게 창작 활동을 해오고 있다.

 

▲ 행복하게 그린 그림은 보는 이도 행복하게 한다고 말하는 천소(이정현) 작가


 “월요일마다 스터디를 하고 있어요. 화요일에는 아무도 오지 않아서 혼자서 작업할 수 있는 유일한 날이죠. 수요일과 목요일은 같이 일하는 두 명의 일러스트레이터 직원들이 와서 일을 하고, 금요일과 토요일에는 1시부터 9시까지 가게를 열고 있어요.” 일요일에도 그림을 그린다는 천소 작가. 하지만 그녀는 1년 정도 혼자서 그림만 그릴 수 있으면 좋겠다며 그림을 그리는 일이 너무 즐겁다고 말했다.


“어렸을 적부터 그림 그리는 것이 너무 좋았어요. 정말 많이 그렸죠. 벽에 하도 그려서 할머니께서 달력 종이를 여러 겹으로 붙여주셨던 기억이 나네요. 벽에도 그림을 많이 그렸거든요.” 그녀는 1997년에 첫 동화책을 펴낸 뒤로 [10살, 생각을 시작하는 나이], [나의 행복이야기], [쉿, 엄마 주무셔], [괴물도 하는 민주주의] 등의 동화책을 비롯해 [무작정 따라하기 시리즈], [회사에서 바로 통하는 CS시리즈] 등의 일러스트 작업, 그 외에도 유아, 아동, 성인물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일러스트레이터로 활동해 왔다.


“디자인 회사에서 7년 정도 일하면서 디자인 실장까지 올라가니까 나중에 들어온 저보다 나이 많은 후배들을 가르쳐야 해서 부담이 됐어요. 좀 더 배울 수 있는 곳은 없을까 찾다가 이곳에 가게를 열면서 지금까지 프리랜서 일러스트레이터로 일하고 있네요.” 하루 종일 혼자서 일하다 보니 너무 심심해서 사무실을 구해 놓고 일하면서 하나씩 모은 장난감들이 가게를 열 수 있을 정도로 많이 모아졌다. 주변에서 지인들이 가게를 열라고 해서 시작했는데 평일에 잠깐 공개했다가 이제는 금요일과 토요일에만 열게 됐다고 그녀는 말한다.

 

 

▲ 천소 작가의 주요 저서 : [포토샵일러스트, 천소네 작업실], [천재소녀의 특별한 그리기 훈련법! 그리고 상상하다], [그림쟁이 천소네 작업실, 색을 훔치다], [누가 그려도 예쁜 천소의 일러스트 쉽게 배우기] 등이 다수의 작품이 있다.

 

 

자기만의 철학이 있는 연습벌레
그녀가 그림을 그리지 않을 때는 무엇을 하고 지낼지 궁금했다. 하지만 그림을 그리지 않는 시간은 거의 없어 보였다. 그녀는 엄청난 그림에 관한한 지금도 한 달에 연습장 한두 권은 빼곡하게 채울 만큼 연습벌레로 통하고 있었다. “그림이요? 그냥 그려요. 특별히 생각하고 그리는 것은 아니지만 하나의 주제를 정해 놓고 생각나는 것들을 이것저것 그리고 있어요. 최근에는 시리즈물을 주로 그리고 있는데, 물고기를 소재로 직장인들의 애환을 담아내고 있습니다.”


그녀는 주로 컴퓨터로 작업을 하지만 수작업으로 그린 원화 그림도 상당히 많아 보였다. 일 년 내내 매일매일 그림을 그리다 보니 어떤 의뢰를 받고 새롭게 그리기 보다는 그려둔 그림을 소재로 다양한 책을 쓰게 됐다고 한다. “요즘에는 일러스트레이터들을 위한 타이포 책을 쓰고 있어요. 가끔 책 표지의 글씨도 제가 직접 써주기도 하는데, 타이포와 관련된 책이 없어서 시작하게 됐죠.”


그녀의 닉네임은 천소(천재소녀)다. 인터넷 디자인 회사를 다니던 시절에 멋진 아이디어를 지어서 서로 부르고 했는데, 그때 회사 사장님이 청소도 잘하고 시안도 빨리 잘 만든다고 해서 천재소녀의 줄임말로 ‘천소’라고 부르면서 주변에서 그렇게 불러 닉네임이 되었다고 한다. “제겐 다함이 없다, 바닥이 없다는 뜻을 가진 ‘무진(無盡)’이라는 멋진 호[號]도 있어요. 낙관도 있어요. 나름 가챌(gachel)이란 멋진 아이디도 있었는데 거래처에서도 천소라고 부르게 돼서 이제는 바꾸고 싶어도 힘드네요.”


천소 작가는 틀에 박힌 그림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사람들은 잘 그린 그림을 좋아하는데, 나라마다 그림체가 있어서 그림을 많이 그리다 보면 어떤 색깔의 그림체를 그리는지 알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림은 정답이 없다고 생각해요. 정답이 없기 때문에 예술이라고 생각하죠. 가끔 제 그림을 보고 뭘 그렸는지 묻는 사람들이 있어요. 제 나름대로 주제를 정해 놓고 그리고 있는데 딱히 뭐라고 설명하기 힘들 때도 있죠. 아무튼 늘 그리고 있어요.”


그녀는 요즘 초등학생이 그린 것 같은 느낌의 유치한 그림을 그리고 있다고 말했다. 너무 어둡게 그린다는 이야기를 들어서 조금 더 밝은 느낌으로 그리기 위해 노력한다고 말한다. “그림을 배우러 오는 사람들에게 그림을 그릴 때마다 생각을 많이 하라고 주문하고 있어요. ‘작가’라는 단어에 대해 오랫동안 고민해 봤는데, 작가라면 자기만의 철학이 있고 그것을 표현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취미로도 그림을 잘 그리는 사람은 있지만 그 사람을 작가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 가치에 대한 착각(원화)

 

▲ 게으름에 숨은 이(원화)                       ▲ 꿈에 대한 착각(원화)

 


일러스트가 아닌 다른 길은 없었을까?
자기만의 철학이 있고 다른 사람에게 그림으로 뭔가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사람을 작가라고 생각한다는 천소 작가는 좋은 그리만 봐서는 결코 좋은 그림을 그릴 수 없다고 강조했다. “정말 좋은 책도 사고 별로인 책도 사서 봅니다. 저는 좋은 그림이 있는 책도 사지만 딱 봐도 정말 별로인 그림책도 사서 봐요. 왜 그렇게 못 그렸는지 궁금해서요. 못 그린 그림을 보고 왜 못 그렸는지 설명할 수 있다면 그렇게 안 그릴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림이 항상 잘 그린 것만으로 좋은 평가를 받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하거든요.”

대학에서 만화/애니메이션을 전공했는데, 일러스트레이터가 되어 있는 점이 궁금했다. 그녀는 같은 사람을 여러 번 그리는 것이 싫다고 말했다. “동화책에 나오는 일러스트도 가능하면 같은 사람이 여러 번 나오지 않도록 노력하고 있어요. 같은 사람을 그리더라도 정면 얼굴만 그리진 않아요. 하지만 만화나 애니메이션은 똑같은 그림을 많이 그려야 하죠.”

다른 길은 생각해 보지 않았냐고 묻자 그녀는 게임도 좋아하지 않고 사실적인 그림을 그리는 것은 더더욱 좋아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잘 그린 그림을 그리려면 차라리 사진을 찍어서 리터칭하는 것이 빠르지 않을까요? 저는 마카와 색연필만을 사용해서 원화 그림을 많이 그리고 있어요. 주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재료인데다 그림에 지나치게 색을 많이 쓰지 않으려고 하죠.”


그녀는 색을 잘 쓰려면 먼저 컨셉을 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스터디를 하면 정해진 컨셉에 따라 5가지나 6가지로 색깔을 정해 놓고 칠해 보는 연습을 시켜 봅니다. 색을 잘 못 쓰는 사람들은 이것저것 색을 많이 쓰는 경향이 있어요. 사실 색을 정해 놓고 쓰는 것이 쉽지는 않지만 그림을 잘 그리고 싶다는 그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한 장은 빨간색 위주로 써보고 다음 장은 초록색이나 파란색만으로 칠해보는 식의 색을 쓰는 연습도 꼭 필요합니다.”

천소 작가의 말을 들어보니 기자도 사람의 얼굴을 칠할 때는 살색(?)만을 고집해 온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그림을 잘 못 그리는 사람들 중에는 사람은 살색으로, 고양이는 고양이 색으로 칠하곤 하죠. 컨셉을 로맨틱으로 정했다면 하늘도 핑크나 에메랄드 색으로 칠할 수 있어요. 보통 1~2년 정도 스터디를 해야 색을 아무렇게나 쓰는 나쁜 버릇을 고칠 수 있습니다.”

 

 

▲ 아이디어(원화)                                           ▲ 설레임(원화)
 

▲ 피노키오(원화)


 

마감은 미루더라도 스터디는 꼭 하고 있어요!
천소 작가는 책을 낼 때가 좋아서 지금도 책과 관련된 작업을 가장 많이 하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클라이언트와 의견이 맞지 않아서 설득을 해야 할 때도 있다고 말했다. 특히 책에 들어가는 일러스트를 주로 그리고 있어서 출판기획팀과 디자인팀 사람들을 잘 설득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스터디를 할 때는 그림만 그리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앞에 나와서 프레젠테이션을 시켜 봅니다. 말하는 습관을 기를 수 있도록 하는 것이죠. 일러스트 중에는 자기 그림에 대한 자부심이 강해서 고치는 것을 싫어하는 사람도 있어요. 하지만 클라이언트가 지나치게 무리한 요구를 하지 않는다면 잘 말해서 상대방을 설득하는 노하우도 일러스트레이터에게 필요한 항목입니다.”


월요일마다 열리는 천소네 스터디는 누구나 환영이다. 그녀가 8년 넘게 무료 스터디를 해오는 것은 자기 그림을 더 많이 그릴 수 있는 시간을 벌기 위해서라고 한다. “학원에서 그림을 가르치면 돈을 벌 수 있어서 좋지만 친절하게 설명해야 하고 쓴 소리를 하기

쉽지 않아요. 제가 그리고 싶은 그림을 그릴 시간도 많이 주어지지 않죠. 많은 시간이 지나고 보니 이제는 마감을 미루더라도 월요일에 하는 스터디는 꼭 열고 있어요. 그림을 그리는 것 자체가 재밌거든요. 같이 그림을 그리면 다른 사람의 그림도 볼 수 있는 점도 좋구요.”

 

▲ 천소(이정현) 작가의 작업실이 함께 있는 홍대역 부근의 천소네 장난감 가게

 

어떻게 하면 그림을 잘 그릴 수 있는지 묻는 사람들이 많다고 한다. 천소(이정현) 작가는 그때마다 계속 그리고 싶은 것을 그리라고 주문한다. “프리랜서는 직장을 다니는 사람보다 더 부지런해야 합니다. 다른 사람(클라이언트)이 주문하는 것을 마음에 들도록 그릴 수도 있어야 하죠. 또, 자기 그림을 그리는 화가와 달리 대중을 설득해야 합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자기 그림을 자신이 좋아야할 수 있어야 하죠. 자기 그림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다른 사람들도 좋아하지 않거든요.”


주말이 되어도 심심하다면 천소네 장난감가게에 들려보자. 수많은 장난감들을 들여다보고 있으면 심심할 틈이 없다. 그림을 배우고 싶다면 천소네 스터디에도 문을 두드려 보자. 스파르타를 연상시키는 혹독한 연습이 기다리고 있겠지만 내 안에 숨어 있는 또 다른 면을 발견할 수도 있지 않을까?


■ 글 _ 박경수 기자 twinkak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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