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P와 카세트테이프가 소환하는 소유와 경험의 음악”

상상발전소/음악 패션 공연 2017.12.27 17:00 Posted by 한국콘텐츠진흥원 상상발전소 KOCCA



2017 4차 산업혁명을 중심으로 한 디지털 시대 기술 담론의 확산 속에서 복고적인 아날로그 콘텐츠의 재등장과 유행이 이목을 집중시켰습니다. 디지털(digital)은 숫자를 뜻하는 디지트(digit)”에서 유래하며 특정한 최소 단위를 갖는 0 1의 이산적(離散的)인 수치를 이용하여 데이터를 처리하는 방식입니다.

이에 반해 아날로그(analogue)는 빛의 밝기, 소리의 크기, 바람의 세기 등 외부 원인에 의해 연속적으로 변하는 것을 물리량으로 나타내는 방식으로 인간이 자연에서 얻는 대부분의 신호는 아날로그라 할 수 있습니다.





Herbert Haffner(2011) - 이미지 출처 : <음반의 역사> p.189/p.196, 수정 인용



음악을 디지털 방식으로 저장하는 기술이 발달하며 CD, MP3와 같은 저장매체가 등장한 뒤,  LP(바이닐, Vinyl)와 카세트테이프는 역사 속으로 사라질 것으로 예상되었습니다. 

1964년 쇤마커스가 카세트테이프와 카세트를 위한 기기의 특허를 신청하고 1965년 상업적인 음악 카세트(Musi Cassette)가 시장에 등장하자 신기술인 카세트테이프가 LP를 시장에서 사라지게 할 것이라는 우려가 높아졌습니다. 카세트테이프는 1978년 최초로 디지털 녹음기술을 활용한 CD(Compact Disc)CD 플레이어가 개발되고 1982년 카라얀(H. von Karajan)이 최초로 CD 시제품을 선보이면서 LP와 함께 역사 속으로 사라지는 듯했습니다. 하지만 최근 아날로그에 대한 감성과 취향이 재등장한 것은 음악산업에도 간과할 수 없는 변화가 일고 있음을 말해줍니다.







다국적 컨설팅 기업 PwC 2016년 전 세계 약 472억 달러이던 시장 규모가 2021년까지 연평균 성장률3.5%로 꾸준하게 성장할 것으로 예측합니다. 국제음반산업협회(IFPI)에 따르면, 2016년 세계 음악시장 규모는 2015년 대비 5.9% 증가한 157억 달러( 17 8,000억 원)로 집계되었습니다. 두 기관 모두 디지털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와 라이브 음악 공연시장의 성장을 세계 음악산업의 성장 요인으로 꼽으며 음반시장이 지속적으로 하락할 것으로 예측했습니다.

이렇듯 쇠락해가는 레코드 실물(physical formats) 음반 시장에서 LP와 카세트테이프의 역주행은 놀랍기만 합니다.



 

아날로그 음악 레코드 음반시장 가운데 디지털 음원(다운로드스트리밍모바일), 실연권(Performance Rights)1), 싱크로나이제이션(Synchronisation) 부문을 제외한 실물 음반이며이 가운데 디지털 저장 방식인 CD, DVD, 블루레이를 제외한LP와 카세트테이프 음반을 의미합니다.

 
* 실연권(Performance Rights)1) : 가수나 연주자, 배우 등 저작물을 연기·무용·연주·가창·구연 등 그 밖의 예능적 방법으로 표현하거나 저작물이 아닌 것을 이와 유사한 방법으로 표현하는 하는 자에게 주어지는 권리



1997년부터 2016년까지 세계 LP 음반시장은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습니다. 세계 49개 국가에서 LP 판매량은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LP 판매 수익은 23.5%라는 두 자릿 수 성장세를 기록하며 2016 5 6천만 달러(US $) 이상의 규모를 보였습니다.

국제음반산업협회(IFPI, 2017)에 따르면, 2015 3,170만 장 판매된 LP 2016 3,750만 장으로 증가했고 올해 4,000만 장을 넘길 것으로 추산됩니다.



세계 LP 판매량 추이 (1997~2016) - 이미지 출처 : IFPI(2017) <Global Music Report> p.55





LP 판매 글로벌 10대 시장 - 이미지 출처 : IFPI(2017) p55 재구성 인용



세계에서 가장 큰 음악시장을 가지고 있는 미국에서 LP 판매량은 급증하고 실물 음반시장 점유율도 28%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대체로 음악시장 규모와 LP 판매량이 유사한 순위로 나타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특이한 점은 우리나라를 비롯해 노르웨이, 덴마크, 호주 등 디지털 음악 스트리밍으로 전환이 빠른 국가에서 LP의 판매량도 동시에 급증한다는 것입니다. 아날로그와 디지털화가 동반 성장하는 양면성이 특징입니다.

또한 아날로그 음악 유경험자인 50~60대 중장년층 외에도 10~30대의 청년층에서 LP와 카세트테이프 소비가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 고무적인데요. 러시아나 중국과 같이 스트리밍 중심의 신흥 디지털 음악시장에서도 남들과 다른 방식으로 음악을 즐기고 깊이 관여(engage) 하고 싶은 수용자들이 낮은 수치지만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습니다.





세계 디지털 음악시장의 범례(legend)로 인식되는 한국에서도 최근 LP와 카세트테이프 등 아날로그 음반에 대한 관심과 소비가 증가되는 추세입니다. 2004 <서라벌레코드> LP 생산라인을 중단하면서 명맥이 끊겼으나 2017 6 1일 성수동에 마장뮤직앤픽처스가 <바이닐팩토리>를 론칭하면서 부활했습니다.



국내외 LP음반 발매 사례 - 이미지 출처 : 구글 이미지 재구성



최근 홍대와 종로 인근을 중심으로 LP 음반 소매점과 감상실, 카세트테이프 소매점이 새롭게 개점하고 오래된 가게들이 단장을 새롭게 하는 등 운영에 활기를 띠고 있습니다. 최근 11월 동교동에 문을 연 팝시페텔을 비롯하여 홍대 인근의 김밥레코즈, 시트레코드, 클리크레코드, 토이레코드를 비롯하여 이태원의 레코드잇슈, 방배동의 룸360 등이 LP를 판매하고 있고 마포의 도프레코드, 황학동 돌레코드 등 카세트테이프 판매처도 증가하고 있습니다.



정품 음반 구입 이유 - 이미지 출처 : 한국콘텐츠진흥원 (2017). <2016 음악산업백서>. P318 수정 인용



또한 버스커 버스커, 아이유가 한정판으로 LP 음반을 발매하고 K-Pop 아이돌 그룹인 샤이니가 카세트테이프를 1,000개 제작하여 완판되었으며 추가 제작에 들어가기도 하였습니다. 이는 팬 굿즈(fan goods)’ 성격이지만 젊은 뮤지션들 사이에서도 LP와 카세트테이프 음반 발매가 늘어나고 있음을 의미하는데요.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행한 <2016 음악산업백서>에 의하면 음악 콘텐츠 이용자가 실물 음반을 구입 · 소유하고자 하는 이유는 소장 가치와 팬덤의 영향력이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음반으로 소장하고 싶은 소유 욕구와 뮤지션에 대한 팬덤(선호도) 외에 음악 감상 시 경험할 수 있는 만족감과 주관적인 가치 차이 때문이라는 의견이 높게 나타났습니다. 실물 음반이 음질과 성능이 더 좋게 느껴진다는 점, 다운로드·스트리밍 방식보다는 음반을 더 선호한다는 점 등 다양한 의견으로 나타났으며 이는 음악 청취 시 경험하게 되는 개인의 만족감과 취향 차이, 음반을 듣기 위한 일련의 행위들로 여겨집니다.




LP와 카세트테이프라는 아날로그 음악 외에 다양한 장르에서 아날로그 콘텐츠가 진일보한 기기들과 함께 수용자의 관심과 구매 욕구를 자극하기도 합니다. 디지털카메라와 고화질 스마트폰이 등장하며 필름 카메라는 어느새 설자리를 잃었습니다. 1881년 창립되어 영화·영상 시대를 연 코닥(Kodak)’ 2012년 파산 보호 신청 후 2013년 구조 조정했으며 1867년 창립된 아그파(AGPA) 필름도 2005년 파산하는 등 필름이 사진의 역사에서 사라질지 모른다는 전망이 있었습니다. 1948년 즉석 사진의 역사를 개척한 폴라로이드(Polaroid)사 역시 2001년 법원에 파산 보호 신청을 하고 2008년 즉석카메라와 필름의 생산 중단을 발표했었죠. 하지만 2011년 폴라로이드 사진에 대한 향수를 기반으로 2017년 새로운 제품 ‘One Step 2’를 출시하며 단종된 제품의 재판매를 시작하고 재기에 나섰습니다.



뉴 슈퍼 마리오 브라더스 - 이미지 출처 : 한국 닌텐도 공식 홈페이지



아날로그 게임은 3D · VR 기술을 활용한 최첨단 게임의 성장 속에서도 오락실 게임기나 비디오 콘솔 게임기와 같은 아날로그적인 게임기기의 판매량이 중장년층을 중심으로 급증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습니다.대표적인 아날로그 게임 중 하나였던 <슈퍼마리오>는 아날로그적인 감성과 현대적인 감성을 섞은 <뉴 슈퍼마리오>로 큰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LP와 카세트테이프의 재등장으로 디지털화 일변도였던 음악산업 구조에 새로운 활력을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되면 향후 음반산업 구조가 재편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국제음반산업협회IFPI(2017)의 진단처럼 LP, 카세트테이프로 대표되는 아날로그 음악의 부활은 음악 콘텐츠 이용을 다음 두 가지 관점에서 바라보게 합니다.



 소비모델(consumption model)”

음악의 디지털 소유 양식인 CD, DVD와 같은 저장매체의 쇠락과 다운로드 서비스를 통한 음원 소유의 급감 현상이 지속될 전망

이와 반대로 디지털 음원 스트리밍의 급부상은 디지털 음악은 접속(access)을 기반으로 한 소비모델을 구축할 것으로 전망


 소유모델(ownership model)”

음악의 아날로그 소유 양식인 LP와 카세트테이프의 성장이 연쇄적으로 나타날 것이며 아날로그 음반을 재생할 수 있는 턴테이블과 스피커(고정성), 카세트와 워크맨(이동성) 같은 기기의 재등장으로 이어질 것
잘 만들어진 물리적인 실체로서 LP를 소유할 수 있다는 만족감과 직접 사람이 곡을 선택하고 재생시킨다는 체험을 바탕으로 아날로그 음악은 수집(collection)을 기반으로 한 소유 모델을 구축할 것으로 전망



산업적 측면에서는 음악과 ICT 기술을 접목한 서비스가 확장되고 개개인들이 음악을 감상하고 즐기는 방식이 다양해지면서 음악산업의 외연은 계속 확장되어 나갈 것으로 예상됩니다.

또한 디지털과 아날로그가 동반 성장하며 상호 견인할 것으로 보입니다. 인공지능(AI) 기술 개발과 음성비서를 장착한 스피커 시장이 성장하고 사물인터넷 환경이 조성되면서 디지털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는 보다 폭발적으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LP와 카세트테이프의 재등장은 음반 제작사와 관련 재생기기를 생산하는 업체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국내 시장에서 LP와 카세트테이프 등 아날로그 음반 제작이 아직 수익을 창출한다고 보기에는 생산량이 미미한 수준이기 때문에 단순히 복고의 유행이라는 접근 방식에서 벗어나 산업적인 효과를 창출할 수 있는 전략과 방향을 제시할 필요가 있습니다.

한편 디지털 기술이 급속도로 적용되는 콘텐츠산업 장르에서도 아날로그 콘텐츠의 유행과 재발견은 계속될 것으로 전망되는데요. 사람들은 아날로그와 디지털화가 공존하는 세계에서 콘텐츠를 경험 · 향유할 것이고 콘텐츠에 대한 취향과 소비의 세분화는 지속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디지털 사회로 진입할수록 보다 정서적이며 오감의 만족을 추구하는 사람들의 욕구가 증가해 아날로그 콘텐츠의 확산이 단기간의 유행에 그치지 않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결국, 아날로그 콘텐츠에 대한 재평가와 관심은 감성과 공감, 질감과 체험이라는 인간적인 신호와 문화를 복구하기 위한 현상으로 볼 수 있습니다.


글 성미경 (KOCCA 정책개발팀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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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글의 내용은 한국콘텐츠진흥원의 견해와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기자단으로 활동하면서, 종종 뮤지션을 인터뷰하고는 합니다. 그럴 때마다 고민하는 것은 공통 질문, 즉 뮤지션 소개에 관한 질문인데요. 장르에 대한 질문을 넣자니 다소 식상하게 느껴지고, 그렇다고 장르를 아예 묻지 않기에는 조금 애매합니다. 아무래도 장르를 먼저 이야기하면, 음악색을 상상하는 것이 조금 더 수월해지니까요. 그러나 요즘은 음악 장르를 묻는 질문에, 많은 뮤지션들이 '우리의 음악을 한 가지 장르로만 정의할 수는 없다'고 답합니다


한 가지 음악 안에도 여러 장르의 특색이 공존하고, 세부 장르의 경계는 사실상 허물어졌죠. 그런데, 케이팝과 인디음악 중 어떤 장르에 속하냐고 질문을 던지면, 대부분의 뮤지션은 망설임 없이 하나의 장르만을 택할 겁니다. 어쩌면 너무도 당연한 질문 아니냐는 반문이 나올 수도 있겠네요. 아이돌 위주의 케이팝, 그리고 다양성을 중시하는 인디음악은 이처럼 자신만의 영역이 명확합니다. 한국의 대중음악이라는 공통분모에서 나왔지만, 케이팝과 인디음악은 별도의 장르로 간주하고, 따로 이야기하는 경우가 많았죠.


그런데 굳건해 보였던 이 경계마저, 최근에는 조금씩 허물어지고 있습니다. 인디밴드와 아이돌 가수의 콜라보레이션이 흔하게 이루어지고, 방송에 나와서 자신의 음악을 선보이는 인디밴드도 조금씩 늘어났어요. 또한, '아이돌의 명가'라고 불리던 SM엔터테인먼트, YG엔터테인먼트 등 대형 기획사 역시 기존의 플랫폼과는 다른 서브 레이블을 설립하여, 다양한 장르 음악을 발표하고 있습니다. 물과 기름으로 여겨지던 케이팝과 인디음악, 이들의 아찔한 동행은 가능한 일일까요?


지난, 622일 수요일 오후, 청담동 일지아트홀에서는 음악산업에서 주목할만한 움직임을 논하는 <1K-뮤직포럼>이 개최되었습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고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주관하는 이번 K-뮤직포럼의 주제는 "케이팝과 인디음악의 만남"이었는데요. 여러 실무자들이 패널로 참석한 가운데, 1세션은 "서브 레이블을 장착한 메이저 기획사"에 대하여, 그리고 2세션은 "글로벌 페스티벌을 빛내는 인디뮤지션"에 대하여 발제와 토론이 진행되었습니다. 음악산업계의 핫이슈를 다루는 만큼, 궂은 날씨에도 장내는 빈자리를 찾아볼 수 없었는데요. 음악산업 종사자들의 관심이 집중되었던 <1차 뮤직포럼>에서 오갔던 이야기, 함께 보시죠!



사진 1. 한국콘텐츠진흥원의 신인 뮤지션 발굴 프로젝트, "K-루키즈"에 선정되었던 뮤지션 "신현희와 김루트최근 로엔엔터테인먼트의 인디레이블 ()문화인과 전속 계약을 체결하고, 정규앨범 <신루트의 이상한 나라>를 발매했다.


이달 초, 로엔엔터테인먼트가 인디레이블 "()문화인"을 설립한다는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사실, 유수의 메이저 기획사는 이미 많은 수의 서브 레이블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그중에는 '인디'라는 수식어가 뒤따르는 레이블이 포함되어 있기도 했죠. 대자본으로부터의 자유로움을 전제로 하는 '인디' 문화가, 자본력을 갖춘 메이저 기획사에서 만들어지는 현상. 분명 많은 사람들에게 역설적으로 들릴 겁니다. 따라서, 이와 같은 소식이 전해질 때마다 사람들은 갸우뚱하면서 격려의 목소리와 우려의 시선을 함께 전하고는 했는데요. 이번에 전해진 로엔엔터테인먼트의 인디레이블 설립 소식은 그 어느 때보다도 큰 파급력을 이끌어냈습니다.


로엔엔터테인먼트는 가장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는 음원 서비스 "멜론"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죠. 수년째 유료 사용자 수 1위를 자랑하는 음원사이트 멜론은 약 60%의 시장점유율을 보유하고 있기에, 로엔엔터테인먼트는 음악 유통 및 배급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갖추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음악 산업의 판도가 뒤바뀔 수도 있다는 예측이 이어지면서, 음악 산업 관계자들은 제각각 다른 반응을 보였는데요. "인디 음악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대자본의 문어발식 산업 확장", "대자본의 개입은 결국 인디 음악의 자율성을 훼손할 것"이라는 반응도 있었고요. 반면에, "다양성과 실험성을 갖춘 인디음악이 잘 갖추어진 플랫폼에서 유통될 때의 시너지가 기대된다"는 반응도 있었습니다. 음악 산업의 뜨거운 감자, 메이저 기획사의 인디레이블 런칭 현상을 어떤 시각으로 봐야 할까요?


사진 2. 1세션 토론 모습

(왼쪽부터) 임진모 음악평론가, 김윤하 음악평론가, 이규영 루비레코드 대표,

홍정택 YG엔터테인먼트 사업개발팀장, 장규수 연예산업연구소장


1차 뮤직포럼에 참여했던 음악산업 관계자들은 이에 대해 "당연한 현상더 나아가 음악 산업이 진화하는 과정"이라고 입을 모아 이야기 합니다타블로 씨를 중심으로 혁오검정치마 등이 소속되어 있는 YG 산하레이블, "하이그라운드"의 예를 들어볼까요? YG엔터테인먼트 사업개발팀의 홍정택 팀장님에 따르면레이블 "하이그라운드"를 처음 런칭할 때메이저 레이블과 인디 레이블을 구분하려는 의도는 없었다고 합니다한국의 대중음악을 메이저와 인디, 이렇게 이분법적으로 나눠서 생각하고 싶지도 않았고요. 따라서 "하이그라운드"에 어울리는 수식어는 '인디레이블'이 아니라, "YG 스타일의 음악과는 조금 다른 스타일의다양한 음악을 소개하는 창구"라고 해요.


음악색 외에도, YG와 하이그라운드에는 명확한 차이점이 있는데요. 하이그라운드 소속 뮤지션들은 이미 프로듀싱 실력을 갖추고 있고, 자신만의 음악적 세계가 뚜렷하기에, 회사가 프로덕션에는 일절 관여하지 않는다는 겁니다. 회사는 음악을 하는 데에 필요한 비용을 지원하고프로모션을 기획하고음악 유통과 관련된 이슈 등을 담당하는 것이죠이러한 과정을 통해뮤지션은 오롯이 자신의 음악에만 집중할 수 있게 됩니다각 뮤지션의 음악적 개성과 자율성 역시 극대화될 수 있겠죠.


영상 1. 검정치마의 <기다린만큼, > 뮤직비디오

하이그라운드 소속 아티스트 "검정치마"는 인기 드라마 <또 오해영>의 일곱 번째 OST를 담당했다.


음악평론가 김윤하 씨는 로엔엔터테인먼트의 행보가 그간 다른 메이저 기획사와는 다르다는 점을 짚어주셨습니다. 그동안 메이저 기획사들은 서브레이블을 설립할 때, 뮤지션만을 영입해서 자사의 인프라를 제공하고는 했는데요. 로엔엔터테인먼트의 서브레이블 "문화인"은 경영에서부터 인디음악을 오랫동안 지켜봐왔던 인사들이 참여한다는 것이죠. 따라서, "문화인"은 메이저 기획사와 인디레이블의 합작이라고 볼 수도 있을 겁니다. "문화인"이 성공적으로 자리잡는다면, 음악 산업 전반에 새로운 물결이 일어날 것 같은데요. 기존의 서브레이블과 같은 듯 다른, 새로운 레이블 "문화인"은 음악 산업에 새로운 이정표를 제시할 수 있을지, 미래가 궁금해지는 순간이었습니다.

 

사진 3. 1세션 토론에 참가한 김윤하 음악평론가


김윤하 평론가는 더 나아가, 메이저 기획사가 런칭하는 '인디레이블'은 그 단어 자체가 잘못되었다는 점을 지적합니다. '인디'라는 단어를 사용하는 이상, 대자본 개입에 대한 찬반 논의와 그에 따른 인디 음악의 정체성 논란이 끊이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죠. 따라서, 메이저 기획사가 설립하는 레이블은 그 음악색과 상관없이, '서브 레이블' 또는 '산하 레이블'이라고 부르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고 합니다. MPMG의 이종현 대표님 역시 이에 동의하셨는데요. 대한민국에서 메이저와 인디의 경계는 자본력이 아닌 '방송 출연 유무'라면서, 한국의 인디 뮤지션은 '방송 활동을 많이 하지 않는 뮤지션'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말씀하셨습니다이를 지칭하는 적절한 단어가 생겼으면 좋겠다는 바람도 함께 전하셨고요. 리고 이종현 대표님은 방송 활동을 많이 하지 않는 뮤지션들이 해외에 성공적으로 진출할 수 있는 ACE 모델을 공개하면서, 패널과 청중의 공감을 이끌어냈는데요. 어떤 방법인지, 함께 알아볼까요?



전 세계를 투어하고, 해외 유명 음악 페스티벌에서 자신의 음악을 선보이고 싶다고요? 가장 먼저, 실력 있는 에이전트를 만나야 합니다. 유능한 에이전트는 현지 아티스트와 동등하게 경쟁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주기 때문이죠. 태국 밴드 "Slot Machine"은 국내에서 인지도가 거의 없음에도, 한국 최대의 여름 록 페스티벌 중 하나인 <지산 밸리록 뮤직앤드아츠 페스티벌> 라인업에 이름을 올린 바 있습니다. 또한, 올해 아시아에서 열리는 여러 록 페스티벌 라인업에서도 "Slot Machine"을 발견할 수 있는데요. 이것이 바로, 에이전트의 힘입니다.


 사진 4. 2016 <지산 밸리록 뮤직앤드아츠 페스티벌> 5차 라인업 포스터

태국 밴드 "Slot Machine"은 한국의 인기 밴드 "소란", "더블유 앤 웨일" 등과 함께 첫날 라인업에 이름을 올렸다.
 

두 번째는 현지에서 영향력 있는 아티스트를 이용하는 방법인데요. 현지 아티스트가 인터뷰에서 특정 뮤지션을 긍정적으로 언급하거나, 또는 콜라보레이션을 진행할 경우 그 뮤지션의 인지도는 급격히 올라간다고 합니다. 단시간에 인지도를 효율적으로 끌어올릴 수 있는 방안이죠. 마지막은 한국에서의 인지도 역시 중요하다, 조금 의외의 팁이었는데요. SNS가 발달하고, 유튜브 등 다양한 영상 채널을 통해 전 세계의 콘텐츠를 접할 수 있는 현재, 한국에서의 인지도는 결국 해외에서의 인지도로 직결되기 때문입니다. 무작정 해외 시장의 문을 두드리기보다는, 국내 음악차트에서 높은 순위를 차지하고, 한국의 미디어에 자주 출연하고, SNS에서도 활발하게 언급되려는 노력. 꼭 필요하겠죠?

 

사진 5. 2세션 토론 모습

(왼쪽부터) 임진모 음악평론가, 박은석 음악평론가, 안성민 해외쇼케이스 전문 감독, 이종현 MPMG 대표, 임희윤 동아일보 기자

 

강력한 에이전트(Agent)와의 만남, 현지 아티스트와의 콜라보레이션(Collaboration) 진행, 그리고 미디어 노출(Exposure)까지, 일명 ACE 모델은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이끌어냈습니다. 수 년 동안 K-POP NIGHT OUT 무대를 담당해온 안성민 감독님 또한 ACE 모델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강조하셨고요. 그리고 같은 맥락에서, 한국 최대의 비즈니스 뮤직마켓 <뮤콘(MU:CON)>의 문제점을 언급하셨는데요. 공급에 비해 수요가 너무 적은 것, 다시 말해서 해외 바이어들이 너무 적다는 점입니다. 따라서 정부는 실력 있는 해외 에이전트를 적극적으로 유치하려고 노력하고, 뮤지션 역시 쇼케이스 뿐만 아니라 여러 루트를 다각적으로 검토하고 다양한 길을 개척하려는 노력이 필수적이라고 감독님께서는 말씀하셨습니다.

 

사진 6. 미니콘서트를 선보이는 뮤지션 선우정아

 

이날 뮤직포럼에서 <봄처녀>, <뱁새>, <그러려니>를 청중들에게 들려주었던 뮤지션 선우정아 씨는, "메이저와 인디의 경계에서 자신의 음악을 자유롭게 실험 중"이라고 자신을 소개하셨는데요. 메이저와 인디 중 소속을 명확히 구분하기보다는, 오로지 음악으로만 자신을 정의하려는 모습이었어요. 이분법적 프레임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음악을 추구하는 선우정아 씨의 모습이, 뮤직포럼의 지향점과 잘 통하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최근 음악산업계의 화두가 되고 있는 메이저 기획사의 서브 레이블 창립 이슈에 이어 해외 진출을 꿈꾸는 뮤지션을 위한 팁까지, <1K-뮤직포럼>에서는 다양한 의견이 오갔습니다. 이날 참석했던 한국콘텐츠진흥원 김영철 부원장님은 뮤직포럼을 통해 관계자들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여, 이를 정책 결정에 반영할 것이라고 말씀하셨는데요. 음악산업 정책의 기반이 될 열띤 토론을 듣고 나니, 가장 날 것의 재료들을 접한 것 같아 기분이 설렜습니다. 다양한 관계자분들의 입장을 들어볼 수 있었던, 흔치 않은 기회기도 했고요. 이날 토론 내용이 바탕이 되어 정책이 수립된다면, 그 정책 또한 친근하게 다가오겠죠한국의 대중음악을 인디와 메이저, 두 가지로 나누어서 접근하는 이분법적 사고를 탈피하고, 쇼케이스 외에도 ACE 모델을 고려해서 해외 진출 전략을 지혜롭게 수립해야 한다는 <제1차 K-뮤직포럼>의 결론. 이날 도출된 결론이 어떤 정책으로 구체화될지, 개인적으로도 참 많이 궁금합니다.


  

사진 및 영상 출처

사진 1. 네이버뮤직

표지사진, 사진 3, 6. 상상발전소 이승훈 기자

사진 4. 페이스북 펠리록페스티벌 페이지

 

영상 1. YouTube 채널 CJENMMUSIC Official


※ 본 글의 내용은 한국콘텐츠진흥원의 견해와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