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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산업과 결합한 VR 콘텐츠의 성장

상상발전소/콘텐츠이슈&인사이트 2018.12.05 17:00 Posted by 한국콘텐츠진흥원 상상발전소 KOCCA



한국의 VR 콘텐츠는 어디로 가고 있을까.

전에는 대중에 공개되지 않았던 VR 기술들이 몇 년 사이에

VR 페스티벌이나 시내 VR 카페(테마파크) 등을 통해 빠르게

공개되면서 VR 기술은 일상에 점점 가까워지기 시작했다.

이제 고글을 쓰고 가상 세계를 탐험하면서 우정을 쌓는 영화

<레디 플레이어 원>(2018)이 그리 먼 미래로 느껴지지 않는다.

비록 이 영화를 영화관에서 고글이 아닌

3D 안경을 착용한(혹은 착용하지 않은) 상태에서 봤음에도 말이다.



확실한 건 더 이상 VR 콘텐츠를 VR 영화나 게임 등으로 나눠서 부르기 어려워졌다는 것이다. 영화나 게임의 틀이 아닌 새로운 형태의 장르가 만들어지고 있다는 것이 현재 VR 업계 종사자들의 공통된 생각이었다. 부천판타스틱영화제에 VR 빌리지를 조성했던 김종민 객원 프로그래머는 영화가 일직선에 놓인(linear) 시간의 예술이라면 VR 콘텐츠는 공간 안에 들어가서 수용자가 직접 경험하는 공간의 예술이라고 말한다. 다만 대중에게 공개된 VR 기술이 아직 초기 단계이기 때문에 그 차이를 느끼지 못하고 있을 뿐이라는 것이다.


김종민 프로그래머는 VR 기술을 카카오톡에 비교했다. 처음 카카오톡이 등장했을 당시, 대중들은 그저 무료로 보낼 수 있는 문자메시지 정도로 생각하며 접근했다. 하지만 기술이 진보한 지금의 카카오톡은 문자메시지와는 또 다른 플랫폼이 됐다. 지금은 카카오톡으로 단순히 문자만 보내는 것이 아니라 뉴스나 스포츠 중계를 보기도 하고 익명의 다수가 있는 채팅창에 들어가 대화를 나누기도 한다. 즉, 하나의 새로운 놀이 문화가 만들어진 것이다. 지금은 과도기인 VR 역시 조금만 더 기술이 진보한다면 충분히 새로운 장르를 획득할 수 있다는 말이다.


한국영화아카데미의 박유찬 감독 역시 기존에 영화가 쌓은 문법으로 VR을 제작했을 때 오류가 생긴다면서 VR이라는 완전히 새로운 플랫폼이 생기고 사람들이 점차 그안으로 들어가야 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질문을 던지기도 했다. 영화제의 VR 섹션에 방문한 관객들은 시야가 제한적인 영화관 의자에 앉아 VR 영화를 보았다. 그렇지만 360도를 돌면서 공간감을 체험하는 것이 필수인 VR 콘텐츠 영화관 의자에 앉아서 본다는 것 자체가 VR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는 방증일 수 있다.


VR 기술로 제작된 로맨스 영화 <기억을 만나다>


2018년 3월에 개봉한 VR 영화 <기억을만나다> 역시 마찬가지였다. <기억을만나다> 또한 움직임이 제한적인 영화관 의자에 앉아 영화를 보는 형태로 시사를 진행했고, 첫 VR 영화의 개봉이라는 점에서 신선하다는 평가를 이끌어냈다. 하지만 영화관의 이점인 커다란 스크린을 놔두고 굳이 고글을 쓰고 영화관에 모여서 스마트폰 정도의 해상도로 감상하는 형태는 VR 영화를 보여주기에 역부족이었다는 지적을 받았다.


박유찬 감독은 그저 영화라는 플랫폼에 VR을 욱여넣는 형태가 돼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얼마든지 2D 영화 안에서 구현할 수 있는 콘텐츠를 그저 신기하고 새롭다는 이유만으로 VR 콘텐츠로 만든다면 보는 관객의 입장에서도 흥미가 떨어지기 마련이다. 그보다는 VR에서만 만들 수 있는 콘텐츠에 집중하는 것이 바람직한 방향이라는 것이다.


베니스 영화제에서 ‘베스트 VR’상을 수상한 채수응 감독의 <버디VR>을 체험하고 있는 관객


한편, 채수응 <버디VR>(2018) 감독은 시간당 과금제로 운영되고 있는 시내의 많은 VR 테마파크들을 비판했다. 기존 PC방이나 노래방처럼 시간 단위가 아닌 공간을 중심으로 이뤄진 VR의 특성을 공간 사업자들이 제대로 이해하고 있지 못하다는 뜻이다. 채감독은 VR 테마파크들이 자유이용권 형태로 사업 방식을 변경해야 한다고 주장했다하지만 VR의 특성을 잘 이해하고 있지 못하는것이 비단 창작자들이나 공간 사업자들만의 문제는 아닌 듯하다. 인터랙티브 스토리텔링을 넣은 채수응 감독의 VR 영화 <화이트 래빗>(2018)은 영상물등급위원회에서 영화가 아닌 게임으로 분류돼 등급을 받지 못해 개봉하지 못했다. <화이트래빗>이 컴퓨터로 구동되는 탓에 영상이 아닌 게임 화면으로 간주됐던 것이다. 이 사례는 아직 VR이라는 새로운 기술을 받아들일 준비가 충분히 되지 않았음을 잘 보여준다.


한 영화제 프로그래머는 아직 초기 단계인 VR기술을 창작자들이 제대로 다루고 있지 못한 것 같다고 지적했다. VR 콘텐츠의 핵심으로 부상하는 인터랙티브 스토리텔링은 상호작용성이 중요하다. VR 콘텐츠를 단순히 360도 카메라를 이용해 만드는 영상으로 접근하던 단계에서 이제는 벗어나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은 관객이 가상세계로 들어가서 감독의 의도에 따라 움직이면서도 자신이 능동적으로 영화 속 서사를 선택해 영화 감상에도 영향을 주고 있기 때문이다.



VR 콘텐츠와 관련한 여러 해프닝들은 앞으로 VR 종사자들이나 전문가들이 어떤 인식을 가져야 하는지 말해준다. 우선 장르와 영역에 구애받지 않는 소통 능력이 필요하다. 기존 상업 영화가 프리 프로덕션과 포스트 프로덕션으로 분명하게 나뉘었다면 VR 콘텐츠는 기획 단계에서부터 기술 전문가들이 함께 결합해야 하기 때문이다.


몇몇 게임 개발사들은 기존의 인기 게임에 VR을 접목시켜 재발매하고 있다.

사진은 독일의 게임 전시회 ‘게임스컴’에서 베데스다 사가 제작한 게임 ‘폴아웃 4’의 VR버전을 체험해보고 있는 관람객


기존 영상 콘텐츠가 프레임을 이용해 만드는 예술이었다면 360도를 모두 볼 수 있는 VR 콘텐츠에는 프레임이라는 개념이 존재하지 않는다. 실제로 VR 영화에 출연했던 모 배우는 촬영에 들어가면자기 자신을 제외한 나머지 스태프들이 일제히 카메라에 찍히지 않기 위해 숨었다고 말했다. 또한 촬영 내용을 감독이 즉시 확인할 수 없기 때문에 촬영이 잘 됐는지의 여부를 현장에서는 전혀 알 수가 없었다고 말한다.


<동두천> 등 여러 VR 영화와 콘텐츠를 제작하고 있는 VENTA VR의 전우열 대표는 영상 문법에 익숙하되 프로그래밍 등 기술적인 지식을 좀 더 잘 이해하는 연출가나 제작 피디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대체로 많은 연출자들이 영상이나 영화와 관련된 학과에 진학해서 VR 콘텐츠를 만들기는 하지만 그것이 필수는 아니라는 것이다. 다만 영상 문법에 대한 이해가 있어야 VR 콘텐츠에 좀 더 진입하기가 쉬워진다고 전 대표는 덧붙였다.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레디 플레이어 원>은 VR이 보편화된 미래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이 영화에서 전 세계인은 빈부를 막론하고 VR에 몰두한다.


한국영화아카데미(KAFA)는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VR 영화를 제작하고 있는 곳 중 하나다. 한국영화아카데미에서는 VR 입문과정을 만들어 1년에 서너 번씩 VR 세계에 대해 이해하고 싶은 창작자들을 돕는다. 한 번에 14~15명 남짓한 교육생들을 뽑아 VR 영화를 가르치고 직접 제작해보는 과정이다. VR에 관심이 있고 영상 문법에 어느 정도 익숙한 신인 감독들을 비롯해 흥행에 성공한 상업 영화 감독을 비롯해 100편 이상의 상업 영화에 참여한 편집 감독까지 다양한 경력을 가진 영화인들이 이 VR 입문과정을 들으러 온다.


마지막으로 제대로된 VR 콘텐츠 전문가가 나오려면 무엇보다 정부 부처 차원에서 몇 년 동안의 지속적인 지원을 해주는 것이 필수다. 박유찬 감독에 따르면 한국영화아카데미에서 현재는 VR 입문과정을 진행하고 있지만 이것이 언제까지 이어질지는 알 수 없다. 한국산 3D 영화가 <아바타> 이후 부상했다가 지금은 거의 멸종하다시피 했듯, VR 역시 단기간에 성과를 내지 못했을 경우 영화계에서 어느날 사라질 수 있다는 것이 박 감독의 우려다.


올해 초 미 공군은 VR을 이용한 시뮬레이션 훈련 연구에 돌입했다고 밝혔다.

사진은 미시시피주 콜럼비아 공군기지에서 VR 훈련 중인 생도의 모습


박유찬 감독은 한국영화아카데미에서 설령 VR 영화 제작을 중단하더라도 여기서 몇 년 동안 쌓은VR 영화의 문법이나 스토리텔링에 대한 고민이 데이터로 남아 전승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모든 예술분야가 마찬가지이겠으나 VR 콘텐츠 역시 몇 년의 노하우와 인프라가 쌓였을 때 의미 있는 작품들이 등장하기 마련이다. 그러나 한국 특유의 프로젝트성 지원 사업들은 단기간에 힘을 쏟다가도 성과가 없을 경우 이내 무관심해져 버리기도 한다. 지금보다는 더 장기적인 그림을 그려야 해외 영화제나 한국 시장에서 유의미한 성과를 거두고 좋은 콘텐츠들이 나올 수 있다.


또한 한 번 VR 영화를 만들어서 노하우를 익힌 감독이나 창작자들이 VR 영화를 지속해서 제작할수 있게끔 지원해주는 방안이 필요하다. 김종민 프로그래머는 VR 플랫폼이 이제부터 시작이라고 강조했다. VR 영화를 제대로 볼 수 있는 전용 극장들이 개관하기 시작했고 중국에서도 이런 흐름에 동참하면서 최근 여러개의 VR 전용관을 개설할 예정에 있다.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VR 산업은 작년과 올해가 콘텐츠나 기술적인 면에서도 많이 다르다. 대중들의 입장에서나 VR 콘텐츠 관련 지망생의 입장에서는 아직 볼 만한 콘텐츠가 많지 않다고 느낄지 몰라도, 성장하는 VR 산업을 조금 더 주의 깊게 지켜볼 수는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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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글의 내용은 한국콘텐츠진흥원의 견해와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