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방송국의 성공적인 편성 전략

상상발전소/콘텐츠이슈&인사이트 2018.11.26 17:00 Posted by 한국콘텐츠진흥원 상상발전소 KOCCA


지역방송이 직면한 콘텐츠 편성의 현실은 냉혹하다.

방송 환경의 급변으로 시청자 확보가 갈수록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지상파방송에 해당하는 지역방송이 케이블방송이나 위성방송, IPTV 등

유료 채널과 벌이는 경쟁도 힘든 상황인데,

이제 유튜브와 넷플릭스 등 빠르게 성장하는 OTT와 맞서야 하기 때문이다.

갈수록 첩첩산중을 벗어나지 못하는 지역방송 편성 전략의 현실.

지역방송 편성의 앞길에 돌파구를 찾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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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이진로 (영산대학교 자유전공학부 교수, 방송통신위원 지역방송발전위원)



지역방송 편성 전략의 현실을 이해하기 위해 그동안의 주요 연구를 간략히 살펴보자. 2003년 방송위원회가 발표한 <지역방송발전위원회 종합보고서>에는 다매체, 다채널 시대 지역방송 프로그램 경쟁력 확보를 위해 지역방송의 주시청시간대(Prime Time, 이하 프라임타임) 편성제 도입을 비롯해 자체 제작 확대와 공동제작 활성화 등의 방안을 담았다. 이들 내용은 이상적으로 타당했지만 현실적으로 한계를 지녔다. 지역방송 프로그램 프라임타임 편성의 경우 1단계 자율적 유도를 거쳐 2단계로 방송법을 개정하여 지역방송의 자체 제작 프로그램 제작 활성화 및 편성 확대 제도화 등 실효성을 확보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하지만 이러한 프라임타임 편성과 자체 제작 확대 계획은 성과로 이어지지 않았다. 이 계획이 효과를 나타내기 위해서는 우수한 콘텐츠 제작을 감당할 충분한 인력과 예산이 필요했지만 지역방송사의 경영 현실은 이를 뒷받침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실례로 SBS와 제휴 관계에 있는 지역민방 9개사의 경우 2007년 1,900억 원이었던 광고수입이 2012년 1,569억 원, 2017년에는 1,098억 원으로 하락했음은 지역방송이 최소의 인력과 제작비에 바탕을 둔 저비용 고효율 편성 전략을 요구받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미지 출처 : SBS 제휴 지역민방 9개사 광고수입 변화


사정이 어려운 가운데 지역방송 제작 현장에서도 편성 전략에 대한 고민이 끊이지 않았다. 설경철(2003)은 지역 MBC의 시청률 추이를 관찰한 끝에 2002년 추동계 편성 개편 이후 토요일 아침 시간대에 편성된 <출동 6mm 현장 속으로> 프로그램의 시청률이 서울의 키스테이션(key station. 방송망 조직에서 중심이 되어 방송순서를 편성. 제작, 송출하는 방송국. 지역방송국에 대비되는 개념) 에서 동일 시간대에 편성한 프로그램보다 시청률이 높게 나오는 상황에 주목했다. 일반적으로 지역방송의 시청률이 키 방송사 시청률의 절반에 불과한 상황에서 나타난 의외의 현상이었기 때문이다.


그의 분석 결과에 따르면 프라임타임에 편성된 지역방송 프로그램의 질이 우수하지 않을 경우 다른 채널과 경쟁하여 시청자를 확보하기 어려웠다. 반면에 <출동 6mm 현장 속으로> 프로그램의 성공은 시청자 분석을 통해 시청자들이 선호하는 프로그램 포맷을 시청이 편리한 시간대에 틈새 편성한 데 있었다.



해외 주요 국가의 사례를 통해 지역방송 편성 전략의 특징을 살펴보겠다. 이은미(2005)는 미국 지역방송의 성공 사례 중 하나로, 지역 이슈를 밀착 취재해 틈새시장을 확보하는 편성 전략을 꼽았다. 그의 분석 결과에 따르면, 인구 규모가 큰 대도시의 경우 지역 관련 메인 뉴스를 매일 2건 정도 집중 보도하고, 탐사보도를 매주 2회 내외 편성했으며 스포츠 뉴스와 지역자체 프로그램 등을 확대했다. 반면 소규모 도시의 경우 지역뉴스에서 철저할 정도로 골목기사를 제공해 지역방송이 아니면 볼 수 없는 지역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지역방송의 존재 이유이자 미래의 생존전략임을 지적한다.


미국 지역방송 WRAL TV의 편성전략 사례에 대한 최근 분석도 비슷한 주장이다(임승환, 2016).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에 위치한 WRAL 방송국은 민간 기업인 캐피탈방송사(Capital Broadcasting Company)가 운영하는데, 주의 수도인 랄리(Raleigh)와 채플힐(Chapel Hill), 더램(Durham) 등을 주요 가시청권역으로 삼고 있다. 이 방송국의 편성 전략 특징은 지역 밀착에 있다. 구체적으로 평소 주중에는 매일 9시간 30분의 지역 뉴스를 방송하고, 매주 1차례 30분 동안 <On the Record>라는 집중 인터뷰 프로그램을 제작, 편성하고 있다. 또한 6주에서 8주 간격으로 자체 제작한 다큐멘터리를 내보내고, 고등학교 미식축구 경기인 <Football Friday>와 고등학생 대상의 퀴즈쇼도 편성한다. 지역뉴스는 전체 주중 프로그램의 3분의 1을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높고, 주말에는 네트워크 키스테이션이나 외주 제작사와 프로그램 유통 기능을 수행하는 신디케이션(Syndication) 프로그램을 더 많이 편성한다.


전체 평균으로 보면 최소 25% 가량의 프로그램이 자체 제작, 방송되는데 이와 같은 편성 전략은 뉴스와 정보, 기부, 행사 등을 통해 지역사회에 봉사하고 국제적, 전국적 주요 이슈를 지역사회의 시각에서 전달함으로써 지역 시청자들이 해당 채널을 찾게 만든다. WRAL TV에서 주목할 것은 인터넷과 소셜미디어를 적극 활용해 TV 채널을 보완하고, 시청자의 온라인 동영상 시청 추세에 대응하여 다시보기 기능과 광고 포맷을 실험하는 등 미래에 대한 대비를 소홀히 하지 않는 점이다.


이미지 : 미국 지역방송 WRAL TV & <On the Record> 방송화면, 출처 : IMDB


영국의 경우 지역방송 편성 전략에서 공영방송 BBC에게 지역의 제작 활동 확대를 요구하는 반면에 지역방송 연합채널인 ITV의 경우에는 수익성 약화됨에 따라 지역 관련 제작 부담을 크게 줄여주었다(이은미, 2005). 이에 따라 ITV는 채널 경쟁이 치열해지는 상황에서 지역 시청자의 선택을 받기 위한 차별화 전략으로 지역뉴스와 고품질 프로그램 편성을 강화했다. ITV는 방송면허 획득 시 지역별 사정에 따라 뉴스는 최소 5시간 30분 이상, 시사 프로그램은 4시간 내외로 제작할 것을 요구받았고 위 전략은 이러한 제작 과정에 반영되고 있다.


프랑스의 민영 지역방송은 2005년의 경우 대도시와 중소도시(농촌) 지역에 모두 12개사가 운영됐는데, 뉴스와 시사, 스포츠 프로그램 등을 주로 편성했다(이은미, 2005). 대도시 지역방송 뉴스의 경우 해당 대도시에 발생한 주요 뉴스 8~10개를 심도 있게 분석, 보도함으로써 다른 채널과의 차별성을 추구하고, 시사와 스포츠 프로그램에서도 지역성을 강조했다. 인구 30만 내외의 중소도시 채널은 주변 농촌 지역 관련 내용과 동물, 식물, 지역의 자연자원 다큐멘터리를 편성하고, 스튜디오에서 지역 시청자 약 천 명과 직접 만나 스포츠, 문화, 여가생활에 대한 의견을 듣는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등 생활 밀착과 시청자 참여 등을 중시한 편성 전략을 보여준다.


일본의 지역방송은 도쿄에 위치한 네트워크 키스테이션에 대부분의 프로그램과 수익을 의존하지만 지역 밀착 프로그램의 강화와 자사 제작 프로그램을 전국적으로 방송함으로써 다매체 다채널 시대의 생존 방안을 모색했다(이은미, 2005). 구체적인 예로는 주변 지역방송사와의 협력을 통한 공동제작 활성화를 비롯, 지역방송사 권역 내의 케이블 방송사와의 협력 추진, 위성방송을 통한 전국 채널 구성 참여, 같은 지역 지역방송사 간 협력, 드라마 제작 진출 등인데, 이는 채널, 매체, 지역을 초월한 편성 전략에 해당한다. 하지만 일본의 지역방송 편성 전략은 갈 길을 찾지 못하고 있다. 왜냐하면 최근 일본 지역방송은 대규모 ‘인력감축→근무환경 저하로 인한 근로의욕 감소→자체 제작 비율 축소→수익성 중시에 따른 매출지상주의→지역방송의 신뢰 및 위상 저하’라는 악순환에 봉착해 있어 자체 제작 비율을 축소하여 수중계(受中繼, TV방송을 그대로 받아 라디오에서 중계 형식으로 동시에 방송하는 일)에 전념하거나 또는 방송 이외의 사업을 확대하고 있기 때문이다(김경환, 2017). 이러한 상황은 지역방송이 지역 프로그램 편성 전략만으로 현실을 타개하고 생존을 모색하기가 용이하지 않음을 시사한다.




지역방송의 편성 전략은 지역성이 높은 프로그램의 제작에 있는데, 내용상으로 지역 밀착적이고, 이슈 선정에서 지역에서 가장 중요한 현안이고, 접근 시각에서 지역 시청자의 이익에 기반할 것으로 요구받는다(한진만 외, 2010). 지역 밀착형 프로그램은 지역민의 이해와 관심을 담은 뉴스, 생활정보, 토론, 스포츠 등이 그리고 지역 현안 프로그램은 지역의 쟁점에 대한 공정하고 객관적인 여론과 의견을, 지역 관점 프로그램은 국내외 주요 이슈에 대해 지역에 어떤 영향을 주고, 대처가 필요할 것인가에 대한 내용을 각각 포함한다. 하지만 지역방송국의 경우 양질의 프로그램 제작에 수반되는 우수한 제작 인력, 충분한 제작비, 효율적인 제작 문화 측면이 미흡한 실정이다. 현실적 대안은 제한된 인력과, 제작비, 시설, 기술, 문화를 고려하여 시청률을 향상시키는 효율적인 편성 전략이다.


지역방송 편성 전략의 성공 방안을 모색하는 것은 녹록한 일이 아니다. 왜냐하면 OTT까지 가세한 콘텐츠의 무한경쟁 상황만으로도 버거운데, 광고매출액 저하, 수익성 악화, 기자ㆍ프로듀서ㆍ엔지니어 등 방송 제작자의 감축, 낮은 수준의 시간당 제작비, 제한된 콘텐츠 유통, 키스테이션과의 불평등 관계 등의 장애물을 슬기롭게 헤쳐 나가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솔직하게 말하자면 성공적인 편성 전략은 현실적으로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지레 포기하거나 좌절하자는 뜻은 아니다. 오히려 쉽지 않은 성공을 향해 더 많은 지혜를 모으고 더 열심히 노력하자는 의미다. 그런 점에서 다음과 같은 세 가지 방안을 제시한다.


첫째, 지역방송의 정체성을 살리는 지역 뉴스 중심의 차별화 편성 전략을 고민할 때다. 지역뉴스가 네트워크 뉴스 후반부에 전달되는 현재의 뉴스 포맷과 구성은 지역 뉴스의 중요성과 필요성을 저하시키고, 뉴스 가치가 열등하다는 이미지를 형성할 것이 우려된다. 국내 방송에서 일반적으로 국내 뉴스 다음에 해외뉴스가 소개되듯이 지역방송에서도 지역 뉴스 다음에 네트워크 키 방송사의 뉴스가 나가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이준호, 2017). 작은 변화에도 불구하고, 지역 시청자를 존중하고, 지역사회의 위상을 제고시키며 궁극적으로 지역방송의 지역성 수행에도 부응하기 때문이다.



둘째, 지역의 중요 행사를 비롯해 사건과 사고, 재난이 우려되는 기상 현상 등이 발생할 경우 지역 뉴스의 집중 중계방송을 검토하기 바란다. 미국의 경우 이런 이슈가 발생할 경우 하루 종일 네트워크 방송 프로그램을 중단하고 지역 소식을 방송한다. 또한 지역 스포츠 경기, 행사·축제 등을 수시로 생중계하는데 이런 편성은 지역방송의 명제인 지역성을 강화하고 시청자들의 충성도를 높이면서 결국 수익 구조를 높이는 결과로 이어지게 된다(임승환, 2016). 지역 시청자의 관심, 안위와 직결되는 내용은 호소력을 갖고 채널을 선택하게 만드는 킬러콘텐츠(Killer Contents)다. 한편 일부 지역 시청자와 네트워크 키 방송사가 수중계를 요구할 경우 온라인 홈페이지와 OTT 서비스를 통해 수용할 수 있다.


셋째, 지역방송이 다른 지상파 방송 채널의 네트워크 프로그램과 실력 편성으로 경쟁하기보다는 타 채널의 취약점을 찾아 보완 편성하는 방안이 효과적이다. 시청자 선호도 조사를 실시하고, 반영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프라임타임에는 다양화된 시청자의 요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지역민 참여도가 높은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지역의 이슈를 다룬 다큐멘터리와 시사프로그램은 시청자 집중도가 높은 저녁 시간대에 편성하는 것이다. 매거진 프로그램의 경우에는 가시청 수용자가 가장 많고 복합 시청 경향이 높아지는 아침 시간대에 배치, 프로그램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타이틀의 일관성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 또한 저예산 효과를 높이기 위해 적절한 재방송 전략을 채택할 것 등이 제안됐는데(설경철, 2003) 아직 채택하지 않은 전략의 경우 이러한 사항들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


최근 주목할 만한 지역방송 편성으로 지역 MBC 16개사가 공동기획하고 제작한 <지역독립선언>이 2018년 10월 1일부터 매주 월요일 밤 11시 10분 5주 연속 방송된 것을 들 수 있다. 이 프로그램은 충청권(세종), 전라권(광주), 경상권(부산), 강원권(평창) 등 4개의 지역 거점을 순회하며 지방자치와 분권의 화두를 토론과 쇼의 형식으로 제작, 총 5부작으로 방송되었다. 이 사례가 의미 있는 이유는 지역의 어려운 현실을 깨닫게 하고 이를 타개하기 위한 노력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지역 시청자가 흥미를 가질 만한 수준 높은 공동제작 프로그램이었기 때문이다.


MBC <지역독립선언> (이미지 출처 : 포항MBC)


성공적인 지역방송 편성 전략은 지역 시청자가 원하는 프로그램을 필요한 시간, 효과적인 방식으로 충분히 보여주도록 결정하고 배치하는 작업이다. 편성 전략의 효과를 높이기 위해서는 지역방송이 개별 또는 공동으로 시청자의 방송 시청 행태를 정기적으로 조사하고, 유튜브와 넷플릭스를 포함한 다양한 플랫폼과 채널의 영향을 분석한 후 보다 많은 시청자 확보를 위해 경쟁 방송사와 확연히 차별되는 프로그램을 제작, 편성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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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글의 내용은 한국콘텐츠진흥원의 견해와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방송작가 서명숙 씨는 2008년 처음 방송작가로 발을 디뎠습니다. 서명숙 작가가 수습 기간 후 막내 작가로서 받은 첫 월급은 세전 100만 원, 세후 96만 원이었습니다. 힘든 방송 일을 버티며 어느덧 10년차에 접어든 서명숙 작가는 이제 프로그램을 총괄하는 메인 작가로 활동 중입니다. 경력 따라 임금이 오르며 경제적으로도 조금 나아진 것 같지만 방송작가 전체 임금 실태를 살펴보면 사정은 다릅니다. 
 
전국언론노동조합과 방송작가 유니온이 2016년 발표한 <방송작가 노동인권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막내 작가의 평균 임금은 120 6 259. 150만 원을 넘는 경우도 있지만 여전히 100만 원도 받지 못하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이미지 출처 : 방송작가 노동인원 실태조사 보고서(2016)]

 

 

 

노동의 강도까지 고려해보면 더욱 암담합니다. 앞서 언급한 조사에는 장시간 노동에 대한 지적이 있습니다. 583명의 응답자(막내, 서브, 메인 전체) 가운데 주당 평균 노동일수가 6일 이상이라는 응답자가 41.9%, 심지어 7일이라는 응답도 13.9%에 이르렀습니다. 평균 주당 노동시간은 53.8시간으로 근로기준법상 노동시간인 40시간을 훌쩍 넘습니다. 이러한 평균 노동시간을 고려해 막내 작가 임금을 시급으로 따져보면 시간당 3 880원이 나옵니다. 최저시급 1만원이라는 구호가 방송작가들에게 더 큰 자괴감을 안긴다는 말이 괜히 나오는 것이 아니지요.

 

 

[이미지 출처 : 방송작가 노동인원 실태조사 보고서(2016)]

 

 

 

 

장시간 노동에 대해 많은 이들은 방송 업계의 특성으로 취급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를 더욱 심화시키는 원인은 분명히 존재합니다. 방송사 측의 요구로 외주제작사가 적자를 감수하고 코너 개발과 제작에 매달리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공중파에 정규 편성 프로그램 하나를 유지하는 것이 외주제작사에게는 생존의 문제이다 보니, 그들은 방송사 앞에서는 불공정 계약의 피해자가 되는 한편 방송작가와 PD 등 일선 스태프들에게는 부당한 노동을 강요하는 가해자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방송제작 환경이 어려워지는 외부적 요인도 있습니다. 채널은 많아지고 인터넷 광고 시장이 커지면서 공중파라 할지라도 광고 수익은 줄어드는 것이 현실이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환경이 악화되는 가운데 방송제작 스태프들의 노동인권을 보호할 장치는 사실상 전무하다는 것입니다. 프리랜서, 즉 특수고용직인 방송작가를 비롯한 대다수의 스태프들은 노동법조차 적용 받지 못 하고 있습니다. 수당 없이 주7일 근무를 지시해도, 필요에 따라 상품권과 같은 현물로 임금을 지불해도 근로 감독은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방송사 정규직 보다는 비정규직 프리랜서가, 메인 작가보다는 막내 작가가 더 약한 사람들이 어려운 시기에 더 많은 희생과 인내를 강요 받고 있는 셈입니다.

 

 

 

 

문제는 또 있습니다. 대부분의 방송작가의 경우 바로 계약서를 쓰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서명숙 작가 역시 지금껏 계약서를 한 번도 써 본 적이 없습니다. 면접에서 임금과 스케줄 등은 안내 받지만 별도의 계약서는 쓰지 않고 업무를 시작했고, 만약 경력에 꼭 필요한 프로그램이라면 임금을 묻지도 못하고 일단 일을 시작한 뒤 지급일에 닥쳐서야 통보 받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임금을 비롯해 고용과 해지, 업무의 범위까지 암묵적인 업계 관행에 따라 이루어지는 것이 현실입니다. 
 
이러한 무계약 관행으로 발생하는 또다른 문제는 임금 체불입니다. 방송이 연기되거나 외주제작사가 제작비를 제대로 받지 못해 스태프들의 임금이 체불되는 일이 종종 발생합니다. 일반적인 경우라면 노동청에 신고해서 구제받을 수 있지만 방송작가들은 신고를 했어도 계약서가 없어 근로를 증명할 수 없다는 이유로 거부당한 사례가 적지 않습니다. 계약서를 쓴 작가들 역시 공정한 노동계약을 맺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한 대형 외주제작사의 용역 계약서를 살펴보면 기준 시청률이 3회 이상 미달할 경우 계약을 일방적으로 해지할 수 있다는 계약해지 조항, ‘제작 과정에서 제3자의 지적재산권을 침해했을 경우 그 책임을 오로지 을(방송작가)이 책임져야 한다는 조항 등이 명시되어 있었습니다. 불공정하지만 개개인의 사정에 따라 이를 받아들이는 작가들이 적지 않을 것이고 발생하는 피해는 개인이 홀로 감당해야 합니다.

 

 

[이미지 출처 : 방송작가 노동인원 실태조사 보고서(2016)]

 

 

 

 

미국의 경우 한국 영상제작 노동시장과 결정적인 차이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합리적 거래관행이 제도화되어 영상제작 노동시장에서의 불확실성 요소들로 인한 위험 부담을 각 영역이 나누어 갖는다는 점입니다. 방송사는 제작사에게, 제작사는 스태프에게 위험을 더 많이 떠넘기는 방식이 아니라, 계약서를 통해 각자가 보호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해 놓았습니다. 
 
프로젝트형 고용시장에서 숙련 스태프에서부터 신입 스태프에 이르기까지 각자의 역량에 맞는 정당한 노동의 대우를 받기 위해서는 법적 구속력을 가진 계약서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데, 이러한 부분이 미국에서는 일찌감치 자리를 잡았습니다. 예전부터 엔터테인먼트 산업이 발달됐던 미국에서는 1890년대부터 1930년대 걸쳐 공연과 영화 산업에서 창작자와 스태프들의 노동 계약에 대한 합리화 과정이 시작되었고, 이는 오늘날 방송, 음악 등 엔터테인먼트 산업 전반에 걸치 노동 계약의 뿌리가 되었습니다. 미국 영화, 방송 프로그램 제작에 참여하는 각 영역의 스태프는 감독길드,  배우길드, 작가길드, 스태프연맹 등 관련 협회에 소속되어 있으며, 협회를 통해 제작 전문 종사자로서의 권리를 보호받고 있습니다.

 

 

 

 

 

 

미국 협회의 협약서는 기본적으로 최저임금을 보장함으로써, 사용자가 자신의 우월한 위치를 이용하여 근로자에게 부당한 계약을 강요하지 못하도록 했습니다. 감독길드의 경우, 감독 임금의 최저수준을 방송프로그램의 장르, 프로그램의 길이 등을 기준으로 책정해 두었는데요. 장르는 드라마, 버라이어티, 퀴즈 및 게임, 스포츠, 뉴스 등 세부적으로 나누어 적용합니다. 프로그램 길이 기준의 최저임금은 15~30분 기준으로 책정하고 있으나, 2시간을 초과하는 프로그램에서는 2시간 수당에 초과분을 시간당으로 더해 적용합니다. 작가길드에서 정한 최저보수도 시간에 따라 차이가 있고, 에피소드인지, 파일럿인지 등에 따라서 다르게 책정합니다. 
보수의 지금은 가능한 한 납품 후 48시간 이내 지급하도록 하며, 7일을 넘을 수 없다고 정해 놓았습니다. 대본의 경우, 초고와 최종본에 분할 지급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으며 뉴미디어 파생상품의 경우에도 기본2분으로 보수를 책정하고, 2분 초과분에 대해서는 다른 가격을 책정하여 계산하고 있습니다. , 재방송 시에 지급되는 방식도 회차에 따라 차등적으로 정하고 있습니다.

 

 

 

 

방송 산업에서 창작자 및 스태프의 계약조건과 근무환경을 얘기할 때 본질을 흐리는 세 가지의 잘못된 논거가 자주 등장합니다. 첫 번째는 제작현장의 여건상 일일이 계약서를 쓰면서 일하는 것은 번거롭다는 논리 입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의 <2015 방송분야 표준계약서 실태조사 보고서>(2016)을 참고하면, 제작 스태프와의 계약에서 표준계약서를 활용하지 않는다고 답변한 독립제작사 중 그 이유가 구두 계약이 관행이어서 38.3%로 가장 높았으며, ‘제작사 자체 계약서로 계약하는 것이 관행이어서’(36.7%)가 그 다음으로 나타났습니다. 구두계약을 하거나 제작사 자체 계약서를 사용하는 것은 갑에 해당하는 기업이나 사용자 중심의 효율성만 고려한 것이고, 을에 해당하는 기업이나 근로자의 입장은 고려하지 않는 관행입니다. 미국 사례를 살펴보면 작업에 참여한 모든 스태프들은 계약서를 작성하고 작업에 참여합니다. 장기적인 관점에서도 노동에 대한 정당한 보상이 보장될 때, 우수한 인재가 유입되어 콘텐츠 산업의 전반적 수준이 향상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미지 출처 : 2015 방송분야 표준계약서 실태조사 보고서(한국콘텐츠진흥원)]

 

 

두 번째는 스태프 근로 여건의 열악함이 프리랜서와 계약제 근무에 기인하다는 논리입니다. 프로젝트형 고용이 중심이 되는 영상제작에서 프리랜서와 계약제 자체가 문제의 핵심이 아니라, 그들을 보호할 장치가 충분히 마련되어 있지 않는 데서 문제를 찾아야 합니다. 고용의 형태를 떠나서, 4대 보험, 저작권 보호, 시간 외 수당 등이 법적으로 보장되지 않는 근로여건을 개선해야 할 것 입니다. 미국에서도 각 영역의 모든 스태프는 협회의 규약을 벗어난 계약을 할 수 없으므로, 큰 틀에서는 협회 규약의 보호 하에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세 번째는 중견급 스태프의 높은 보수와 말단 스태프의 보수를 비교하면서 다수 스태프의 근무여건이 열악하다고 말하는 것입니다. 문제의 원인은 중견스태프와 말단 스태프의 보수 차이가 아니라 말단 스태프까지도 각자의 근무에 따른 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보호해줄 수 있는 계약이 대개 부재하다는 점에서 찾아야 합니다.
 
이제 더 이상의 병폐를 관행이라는 이유로 덮지 말아야 합니다. 방송계가 동료들이 떠나고 후배들이 오기를 꺼리는 일터로 만들지 말아야 합니다. 미국의 사례로부터 얻은 것들을 토대로 문화콘텐츠의 창작자이자 방송 노동자인 작가와 제작 스테프를 제대로 보호할 수 있는 신호등이 켜지기를 바랍니다.
 

 


글 서명숙(방송작가), 임정수(서울여자대학교 언론영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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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텐츠와 패션 시장, '스타 마케팅’이라는 연결 고리

상상발전소/음악 패션 공연 2015.02.23 13:38 Posted by 한국콘텐츠진흥원 상상발전소 KOCCA



- 상상발전소 기사 공모전 수상작 / 박유진 -


작년 초,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가 히트를 치는 동시에 ‘공인인증서 폐기 문제’가 사회 이슈화되었습니다. 드라마와 공인인증서 전혀 연관이 없어 보이는 이 두 주제 사이에는 바로 ‘전지현’이라는 연결 고리가 있었습니다. 당시 드라마에서 전지현이 입고 나온 이른바 ‘천송이 코트’를 구매하고자 하는 중국인들이 줄을 지었습니다. 그러나 이들이 한국 인터넷 쇼핑몰에서 결제하려고 하자 ‘30만 원 이상 결제 시 공인인증서 없이는 결제되지 않는다’는 경고를 보고 불만을 표출했고 이 문제는 청와대 규제개혁 끝장토론에서 대통령이 금융위원회에 해결을 촉구해 결국 공인인증서 의무사용 규정이 폐지될 만큼 이슈화되었습니다. 그러나 사실 이 코트는 30만 원 이하였고, 중국인들이 사용한 비자 카드나 마스터 카드 등의 결제에는 공인 인증서가 필요 없었다는 사실이 밝혀졌지만 그런 ‘Fact’보다는 ‘천송이’라는 브랜드 가치가 사회에 얼마나 영향력을 끼쳤는지를 생각해 봐야 할 사건이었습니다.

 

실제로 한 패션 관련 행사에서 패션쇼를 진행하며 이런 ‘스타 마케팅’을 실감한 경험이 있습니다. 그 행사에는 ‘FACo’라는 후쿠오카의 패션쇼가 초청되었는데 마치 ‘빅토리아 시크릿’의 패션쇼처럼 화려한 쇼 연출과 신나는 음악이 가미된 쇼였습니다. 일본을 대표하는 백화점인 ‘한큐백화점’의 인기 브랜드가 대거 참여할 예정이어서 화려한 볼거리를 기대했지만, 정작 이 패션쇼의 홍보와 전단지의 전면에 내세운 것은 초청 가수 ‘씨스타’였습니다. 실제로 현장에서도 이 패션쇼의 내용과 특징 등은 전혀 모른 채 ‘씨스타’를 보기 위해 온 관객들이 대다수였습니다. 

 


▲ 사진1 부산 패션 위크

 

 

또 다른 예로, 이 행사의 패션쇼에 참가한 한 브랜드가 입니다. 컬렉션만 봤을 때는 전혀 매력적이지 않은 의상들이었습니다. 그러나 이 브랜드는 의상보다는 ‘도수코 출연 모델들’을 모델로 내세워 보도자료를 돌려 예상보다 높은 관객수를 기록했습니다. 정하은, 강초원, 최한빛 등 ‘도전수퍼모델코리아’에 출연했던 모델들이 나온다고 하여 저부터도 옷보다는 모델들을 보러 갔으니, 스타 마케팅의 위력을 실감했던 경험이었습니다.



▲ 사진2 SBS '한 밤의 TV연예'의 한 장면

 

 

그럼, 대체 스타가 어떤 존재이길래 이토록 기업들은 적극적으로 ‘스타 마케팅’을 시도하는 것일까요? 스타는 경제적 가치를 갖는 문화 상품이라 할 수 있습니다. 스타가 사용하는 제품이라고 하면 일반인은 그것을 상당히 좋은 제품으로 인식하는 인지 효과가 발생하고 각종 언론 매체가 스타를 상품과 결합해 보도하기 때문에 스타 마케팅을 이용한 마케팅은 즉각적인 매출 지표로 나타나게 됩니다. 이미 검증받은 스타를 활용한 마케팅이야말로 브랜드의 신뢰도를 높여주고 소비자들이 쉽게 믿고 구매할 수 있는 파급효과로 실행되는 것입니다. ‘별에서 온 그대’가 방영될 당시, 네이버의 ‘싱글녀 인기 검색어’에는 ‘천송이 립스틱’, ‘천송이 가방’, ‘천송이 선글라스’가 늘 올라와 있었습니다. 특히 전지현이 모델로 활동한 한 가방 브랜드는 검증받은 톱스타 전지현을 모델로 내세우는 스타 마케팅을 통해 세상에 나온 지 1년이 채 되지 않았지만, 전국 18개 백화점에 둥지를 틀게 되었습니다. 그럼, 현시대에서 드라마나 영화 등 콘텐츠의 파급 효과를 이용한 패션계의 스타 마케팅은 어떻게 더 발전할 수 있을까요?


이 답을 ‘중국 시장’에서 찾는 데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입니다. ‘대장금’, ‘꽃보다 남자’ 등으로 대륙을 열광하게 하던 한국 드라마가 최근 많이 도태되었던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별에서 온 그대’는 출연자들이 억대의 출연료를 받으며 예능 프로그램이 출연하고 PD가 중국에서 영화를 제작하는 등 엄청난 경제적 파급 효과까지 낳았습니다. 한국콘텐츠진흥원 중국사무소에서 조사한 바로 ‘별에서 온 그대’ 방영 당시 중국의 열혈시청자들은 전지현이 입고 나온 옷과 가방, 구두, 선글라스, 작은 악세서리의 브랜드와 심지어 그 상품이 몇 년도에 출시되었는지도 알아낼 정도로 구매 욕구를 불태웠다고 합니다. 이렇게 스타들의 대사와 패션 소품들이 유행처럼 번지고 다시 한류를 만듦으로써 ‘신한류’ 시대를 이끌어가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신한류’ 시대는 패션계가 중국에서의 스타 마케팅의 극대화를 노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인 것입니다.

 


▲ 사진3 중국 포털 사이트 'Baidu'에서 보여지는 '별에서 온 그대'

 


중국 수출이 상승세를 탐에 따라 많은 한국 패션 기업은 1990년 중반부터 중국시장에 진입했습니다. 2000년대부터는 중국의 국민소득이 높아짐에 따라 옷과 사회적인 지위와의 상관관계를 고려하게 되었고 더불어 한국 브랜드의 수출 또한 급증하기 시작했습니다. 중국은 한국과 일본을 뒤쫓아 패션 트렌드에 눈을 뜨게 되었고, 이에 따라 한국 패션 기업들은 대중국 패션 마케팅 전략에 총력을 기울여야 했습니다. 페이스북, 트위터 같은 특정 SNS를 사용하지 못하는 등 강하게 인터넷 사용을 규제하는 중국이지만, 최근 전자상거래 업체 ‘알리바바’가 미국 증시에 상장되어 첫날 주가가 폭등하는 등 점점 온라인 쇼핑을 포함한 인터넷 이용이 급속한 발전을 이루고 있습니다. 따라서 해외 온라인 직구 전용 사이트를 증축하면서 모델인 스타의 이미지를 전면에 내세우거나 웨이보, 유쿠, 토도우 등 중국 전용 사이트들을 활용해 최대한 중국의 콘텐츠 이용자들에게 어필할 길을 찾아야 할 것입니다. 이 과정에서 콘텐츠 속에 등장하는 ‘스타’를 적극적으로 내세운다면 마케팅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좋은 전략이 될 것입니다. 


현재 국내의 각종 방송국, 영화사, 제작사들은 경쟁적으로 콘텐츠를 수출하고 있습니다. 이때 콘텐츠는 그 자체뿐만 아닌, 콘텐츠에 등장하는 ‘스타’의 이미지도 같이 수출되고 있습니다. 공인인증서와 Active X 폐지 등 실질적인 규제개혁도 필요하겠지만, 무엇보다 콘텐츠와 그 속의 스타 이미지를 이용해 국내 패션 상품의 온라인 해외 수출을 극대화하는 방안을 마련한다면, 글로벌 ‘신한류’를 이끄는 길에 국내 콘텐츠 업계와 패션 업계가 나란히 설 수 있을 것입니다.



ⓒ 사진 출처

- 표지 SBS

- 사진1 부산 패션 위크

- 사진2 SBS

- 사진3 Baidu





※ 본 글의 내용은 한국콘텐츠진흥원의 견해와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