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도전>이후 예능은 어떻게 바뀔까

상상발전소/콘텐츠이슈&인사이트 2018.08.20 16:00 Posted by 한국콘텐츠진흥원 상상발전소 KOCCA

이미지 출처: MBC <무한도전>


<무한도전>(MBC)13년 만에 시즌을 종료했다. 굳이 시즌 종료라고 표현하는 건 

또 다른 시즌으로 돌아오길 기대해서일 것이다. 아직 실감이 나지 않는 <무한도전>

종영은 이후 예능 패러다임의 변화를 생각하게 한다. 앞으로의 예능은 어떻게 변할까.

<무한도전>을 잇는 다음 주자는 누가 될까.

- 

. 정덕현(칼럼니스트) 




MBC <무한도전>, 그 이후의 예능을 이야기하려면 먼저 <무한도전>이 풍미했던 한 시대의 특징들을 이야기해야 한다. 결국 새로운 시대는 이전 시대의 특징들에서 벗어나거나 진화함으로써 열리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보면 <무한도전>은 지난 10여 년 간 하나의 시대를 열었고 또 그 시대를 스스로 닫았다고도 볼 수 있다. 그 시대는 다름 아닌 캐릭터 쇼의 시대였다.

 

이미지 출처 : MBC <무한도전>

2000년대 초반 전 세계의 방송 트렌드가 리얼리티 쇼로 바뀌고 있을 때, 우리네 방송은 정서적인 불편함 때문에 리얼리티 쇼를 받아들이지 못했다. 그러던 차에 <무한도전>이 가져온 ‘리얼 버라이어티쇼’라는 대안적인 형식은 지난 10여 년 간 예능의 주요 트렌드가 되었다. 리얼 버라이어티쇼는 일반인 대신 연예인을 세우고 특정한 상황을 부여하고 그 속에서 드러나는 캐릭터가 특징인, 다소 계산된 리얼을 보여주는 방식을 가지고 간다. 이것이 지난 10여 년 <무한도전>이 전면에서 이끌었던 캐릭터 쇼의 틀이었다.


트렌드를 이끌었던 <무한도전>이 종영을 하게 된 건 10여 년을 우회해 온 리얼리티 쇼가 우리네 방송의 주류로 들어오게 되었음을 말해준다. 이후 5년여 간 '관찰카메라'라는 한국식 리얼리티 쇼가 주류가 되었고 이것이 점점 시청자들에게 익숙한 형식으로 자리하게 되었다. 시간이 지나며 더 이상 캐릭터 쇼로는 이 변화된 시청자들의 욕구를 채워줄 수 없게 된 것이다.


물론 <무한도전> 역시 이 리얼리티 쇼의 시대에 맞는 변화를 추구하려 했지만, 이미 단단한 캐릭터를 갖게된 인물들이 당장 그 캐릭터의 가면을 벗고 맨 얼굴을 드러내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또한 매주 만들어 매주 방영하는 끝을 알 수 없는 방송편성, 점점 예능에서도 완성도를 기대하는 시청자들의 요구 등에 부응할 수 없게 되자 김태호 PD는 용단을 내리게 됐다. 다시 시즌2로 돌아오든 아니면 지금 시대에 맞는 리얼리티 쇼 형식으로 바꿔 전혀 다른 프로그램으로 돌아오든 일단 멈춰야 대안을 제시하는 것도 가능했기 때문이다. 이런 점들을 종합적으로 생각해보면 <무한도전>의 종영이 갖는 의미가 새롭게 보인다. 그건 한 프로그램의 마무리일 수 있지만, 어떤 의미에서는 한 시대의 마무리이자 새로운 시대의 도래를 뜻하기 때문이다.

 

 


앞서 말했듯 <무한도전>의 다음주자는 당연하게도 리얼리티 쇼다. 그런데 이 리얼리티 쇼는 지금 갑자기 등장한 것이 아니라 이미 몇 년 전부터 조금씩 시장에 얼굴을 내보였다. ‘관찰카메라’라는 용어는 사실 리얼리티 쇼의 형식이 ‘감정 코칭’이나 ‘교육 코칭’ 같은 솔루션 프로그램을 시도할 무렵부터 사용되어 왔다. 사실 리얼리티 쇼의 특징인 ‘엿보기’라는 관찰 방식이 주는 불편함이 국내 정서로서는 넘기 힘든 장벽이었지만 그나마 EBS같은 채널에서 시도한 다큐멘터리 리얼리티 쇼가 용인되었던 건 그 교육적인 목적 때문이었다. 우리의 일상에서 벌어지는 어떤 갈등요소들을 카메라를 통해 관찰함으로써 객관화하고 문제를 찾아내 일종의 솔루션을 제공하는 것이 방식이었다.


이미지 출처 : MBC <아빠 어디가> KBS <슈퍼맨이 돌아왔다>


그래서 예능에서도 리얼리티 쇼는 ‘관찰카메라’를 통해 이러한 솔루션적인 시각을 의도적으로 담아내려 했다. MBC <아빠 어디가>, KBS2 <슈퍼맨이 돌아왔다> 같은 프로그램은 엄마 없이 아빠와 자녀가 지내는 일상이 주는 의미를 담아냄으로써 ‘엿보기’라는 방식이 주는 불편함을 넘어설 수 있었다. 그 후 리얼리티 쇼들은 이른바 ‘가족예능’이라는 방식으로 가족을 엿보고 그속에서 발생하는 갈등요소나 다른 삶의 관점을 제시하는 쪽으로 확장되었다. SBS <자기야 백년손님>이나 <동상이몽>이 그 단적인 사례다.


이미지 출처 : MBC <나 혼자 산다>


이렇게 관찰카메라라는 호칭으로 리얼리티 쇼가 점점 시청자들에게 친숙하게 되자, 방송은 좀 더 예능의 본질에 가까운 과감한 시도들을 보이기 시작했다. MBC <진짜사나이> 같이 군대체험을 엿보기도 하고, MBC <나 혼자 산다>처럼 혼자 사는 나홀로족 연예인들의 일상을 따라가는 좀 더 본격화된 리얼리티 쇼를 선보이기도 했다. 특히 <나 혼자 산다>의 인기는 이제 리얼리티쇼가 일상적으로 받아들여지는 장르가 되었다라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전체 인구의 4분의 1이 1인 가구라는 걸 내걸면서 ‘혼자 사는 삶’을 들여다본다는 문화적 시점으로 시작한 이 프로그램은 이제 그런 기치를 별로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게 됐다. 누군가의 일상을 공유하는 그 자체가 프로그램의 재미로 자리 잡은 것이다.


이제 리얼리티 쇼는 이미 몸풀기를 끝낸 상태다. 그래서 <무한도전>이 종영한 후 MBC에서 주목받는 프로그램이 <나 혼자 산다>와 <전지적 참견 시점>이 모두 관찰카메라 방식을 택하고 있다는 점도 지금 예능의 트렌드 변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관찰카메라라는 형식은 앞으로 무엇을 담게 될까. 아직 실험적인 단계일 때는 관찰카메라 역시 캐릭터 쇼처럼 미션 중심으로 흘러가는 면이 있었다. 이를 테면 <아빠 어디가> 같은 프로그램은 매번 아빠들이 아이들을 데리고 특정 지역으로 놀러가는 미션이 부여되었고, <슈퍼맨이 돌아왔다> 역시 그날 아빠들이 해야 할 미션들이 정해지곤 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 관찰카메라는 미션보다는 일상 가까이 들어가 거기 벌어지는 사태들을 들여다보는 쪽으로 확장되어가고 있다.


이 세계를 활짝 열어젖힌 이들이 바로 나영석 사단이다. 사실 나영석 PD도 KBS2 <1박2일>을 했던 연출자이기 때문에 tvN에서 연출한 <꽃보다 할배> 같은 프로그램은 그 안에 미션 요소들이 존재했던 게 사실이다. 하다못해 파리공항에서 숙소까지 가는 것도 이 어르신들에게는 하나의 모험적인 미션이 되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삼시세끼>로 넘어오면서 나영석 사단은 미션을 줄이고 일상에서 발견하는 힐링이나 위로, 위안 혹은 새로운 행복에 더 집중하는 변화를 보였다. 무언가를 하는 것보다 무언가를 하지 않는 쪽에 더 포인트를 맞춘 것이다. 따라서 어떤 지역을 돌아다니는 여행보다는 잠시라도 멈춰서 자세히 들여다보는 쪽으로 프로그램 형식도 확장되었다.

 

이미지 출처 : tvN <꽃보다 할배> <삼시세끼> <윤식당> <숲 속의 작은 집>


tvN <윤식당> 같은 프로그램은 국내가 아닌 해외에서 한식당을 연다는 미션으로 출발했지만 시즌2로 가면서 미션보다는 식당을 운영하며 일어나는 현지인들과의 교감 같은 새로운 발견에 더 치중하게 됐다. tvN <숲 속의 작은 집> 같은 프로그램의 경우, 아예 훌쩍 더 나아가 ‘자발적 고립 다큐멘터리’를 표방하면서 실제로 숲 속에 지어진 작은 집에서 지내며 도시생활에서는 느낄 수 없었던 경험을 디테일하게 보여줬다. 이러한 프로그램들에서 주어지는 미션은 그 목적을 재미에 두고 있지 않다. 그것은 우리가 늘 옆에 두고 있지만 잘 발견하지 못했던 일상을 재발견하기 위한 장치다. 즉 지금의 관찰카메라는 재미를 포착해내는 것을 궁극적인 목표로 삼았다는 것이다.

 

 

 

이미지 출처 : NETFLIX <범인은 바로 너>


<무한도전>을 선두에서 이끌었던 유재석이 프로그램 종영 이후 넷플릭스가 투자, 제작한 <범인은 바로 너>에 출연을 결정한 것 역시 꽤 상징적인 행보라고 볼 수 있다. 그것은 이제 예능 프로그램도 국내만이 아니라 글로벌 시장을 겨냥할 수 있다는 것이고 또 유재석 같은 캐릭터 쇼의 시대를 풍미했던 예능인들이 향후 새로운 시대에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를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만일 이 프로그램이 세계 시장에서 일정의 성공을 거둘 수 있다면 유재석에게는 물론이고 많은 예능인들에게 새로운 길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미지 출처 : NETFLIX

하지만 넷플릭스 같은 새로운 플랫폼의 등장이 예고하는 건 단지 글로벌 콘텐츠의 가능성만이 아니다. 제작방식의 차이에서 비롯되는 내용과 완성도의 차이를 말해주는 것이기도 하다. 그간 매주 찍어 방영되던 <무한도전>을 김태호 PD가 버거워했던 건 단지 노동강도 때문이 아니었다. 그것보다는 시작점과 끝점이 있어야 비로소 만들어질 수 있는 ‘완성도’를 <무한도전>의 제작 방영 방식으로는 취할 수 없기 때문이었다.그토록 김태호 PD가 시즌제를 외쳤던 이유가 그것이다.


그런 점에서 <범인은 바로 너>는 100% 사전 제작이라는 점이 프로그램의 완성도를 높일 수 있는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주었다. <런닝맨>(SBS)의 외전같은 느낌을 받았으나 기본적으로 이 프로그램은 이른바 추리예능을 추구하고 있는데, 10부작으로 완결성을 갖고 있어 복선이나 구성의 완성도를 높일 수 있었다. 이를테면 10부의 마지막에 등장할 결과를 1부 시작에서 보여주고 플래시백으로 중간을 채워나가는 스토리텔링이 가능해진 것이다. 이처럼 넷플릭스 같은 새로운 플랫폼의 등장으로 인해 100% 사전 제작되는 방식의 예능들이 등장하게 된다는 건 이제는 예능 프로그램을 하나의 작품으로 볼 수도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마지막으로 <무한도전>의 종영과 함께 이후 벌어질 예능의 변화로 꼽히는 건 연예인 중심에서 일반인 참여로 프로그램의 주역이 바뀌게 된다는 점이다. <무한도전>이 이끌던 캐릭터 쇼의 시대에는 그 캐릭터의 성장과정을 보여주는 연예인이 중심일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대한민국 평균 이하’였던 그들이 갖가지 미션에 도전하면서 최고의 위치에까지 오르는 과정을 보여줬던 것이다.


하지만 누구나 카메라를 갖고 있고 영상을 찍어 올릴 수 있는 이른바 ‘1인 미디어’ 시대에 방송은 연예인들만의 전유물이 될 수 없다. 이러한 트렌드를 반영한 프로그램이 속속 등장하였는데, 예를 들어 JTBC <효리네 민박>은 민박집 주인은 연예인인 이효리와 이상순이지만 주된 이야기는 그 집을 찾는 일반인 참여자들과의 공감대를 통해 만들어진다. 또 JTBC <한끼줍쇼> 같은 프로그램은 이경규와 강호동이 매번 함께하는 게스트와 함께 낯선 집에서 한 끼를 먹는 콘셉트이지만, 프로그램의 중심은 그 날 문을 열어준 일반인 가족들의 이야기다.


이미지 출처 : Jtbc <효리네 민박> <한끼줍쇼>

이러한 트렌드의 확산은 오히려 연예인들의 화려하고 사치스러운 '그들만의 세상'을 보여주는 프로그램에 대한 반감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이른바 연예인 가족이 등장하는 프로그램들에 대해 종종 논란이 벌어지는 건 그래서다. 이제 시청자들은 저들만의 세상을 ‘동경’하지 않는다. 대신 나도 참여할 수 있는 세상에 ‘공감’하고 싶어 한다. 일반인 참여가 향후 주요한 트렌드가 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전술했듯 <무한도전>의 종영은 한 시대가 저물었다는 것과 새로운 시대가 열렸다는 걸 말해준다. 그 다음 주자로 관찰카메라라고 불리는 ‘리얼리티 쇼’가 이미 준비운동을 마친 상태이다. 일상 가까이에 카메라를 들이대고 거기서 새로움을 찾아내는 관찰카메라. 그 안의 주역들도 이제는 연예인이 아닌 평범한 우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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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글의 내용은 한국콘텐츠진흥원의 견해와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막장 코드 벗은 드라마, 세계는 지금 ‘한드’ 시대

상상발전소/방송 영화 2018.08.17 17:30 Posted by 한국콘텐츠진흥원 상상발전소 KOCCA

이미지 출처 : tvN <시그널>

 

 


미국 ABC 방송에서 새로운 기록을 쓰고 있는 드라마 (이미지 출처 : 더 굿닥터)

 

‘X파일’과 ‘프렌즈’. 1990년대 ‘미드(미국 드라마)’ 열풍을 일으킨 대표적인 작품들이다. 국내 대중들은 이 작품들을 보며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X파일에선 사회의 불가사의한 음모에 UFO, 외계인까지 박진감 넘치게 다뤄진 걸 보며 감탄했다. 프렌즈는 사랑과 우정 이야기를 굳이 울며불며 할 필요 없이 유쾌하면서도 재밌게 그려낸 것에 끌렸다. 사람들은 한국 드라마에서 채울 수 없던 갈증을 그렇게 해소하기 시작했다. 


미드로 시작된 외국 작품에 대한 관심은 점차 다른나라로 확대됐다. 2000년대 들어선 독특한 색채의 장르물이 발달한 ‘일드(일본 드라마)’ ‘영드(영국 드라마)’ 마니아들이 양산됐다. 이 같은 움직임에 방송사와 제작사들은 확산되는 외국 드라마들을 수입하기 바빴다. 수출은 어려웠다. ‘겨울연가’ 등 일부 한국 작품이 큰 인기를 얻기도 했지만 대부분은 실패하고 말았다. 외국사람들이 한국 드라마 고유의 정서를 쉽게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2018년, 분위기가 크게 달라졌다. 한국은 이제 드라마 주요 수출국으로 부상했다. 나아가 한국 드라마는 한류를 이끄는 대표 콘텐츠가 됐다. 한국 작품의 줄거리와 콘셉트 등 포맷을 그대로 판매해 현지제작하는 방식이 주를 이루고 있다. 2015년까지 한해 1~2건에 불과했던 드라마 포맷 수출은 지난해 이후 15건 정도로 늘었다. 또 완성작에 더빙이나 자막을 입혀 수출하기도 한다. 중국, 동남아에서만 일어나는 현상도 아니다. 국내 대중들을 흔들었던 미국, 일본, 유럽 등 드라마 본토에 본격 침투하고 있다. ‘미드’ ‘일드’처럼 국내에서 다른 나라의 드라마가 하나의 문화 트렌드가 됐듯 이제 해외에서도 ‘한드’ 열풍이 불기 시작한것이다. 


그렇다면 과연 무엇이 달라진 걸까. 과거와 달리 한 미국 ABC 방송에서 새로운 기록을 쓰고 있는 드라마 ‘더 굿닥터.’ 국 드라마가 외국 사람들을 사로잡게 된 비결은 뭘까.

 

 



tvN 드라마 ‘기억’의 일본판이 후지TV TWO에서 방영되고 있다.

(이미지 출처 : tvN 기억)

 

최근 한국 드라마는 포맷 수출뿐만 아니라 완성작도다양한 나라에 판매되고 있다.

 (이미지 출처 : OCN 터널)

 

이 변화의 중심에 선 작품들을 살펴보면 알 수 있다. 우선 미국 ABC 방송에서 새로운 기록을 쓰고 있는 ‘굿닥터’가 있다. 2013년 KBS에서 방영된 이 작품을 리메이크한 미국판 ‘굿닥터’는 시즌1의 큰 인기에 힘입어 원작에도 없던 시즌2를 만들기로 했다. 평균 시청률 1.8%로 최근 3년간 방송된 ABC방송 전체 드라마 시청률 가운데 2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갑동이’와 ‘미생’도 미국 시장에서 리메이크를 추진하고 있다. 


일본 시장에도 다양한 작품이 진출했다. 2016년 ‘미생’이 후지TV에 제작된 것을 시작으로 ‘시그널’이 KTV, ‘기억’이 후지TV TWO에서 잇따라 방영되고 있다. 이밖에 ‘캐리어를 끄는 여자’ ‘또 오해영’ 등도 선보일 예정이다. 


포맷 수출뿐만 아니라 완성작도 다양한 나라에 판매되고 있다. ‘터널’ ‘보이스’ ‘듀얼’ 등이 모두 글로벌 OTT(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 업체 넷플릭스를 통해 미국, 프랑스, 벨기에 등에 판매됐다.


이 작품들에서 한 가지 특징을 발견할 수 있다. 한국 드라마만의 성공 공식처럼 여겨졌던 출생의 비밀이나 불륜 같은 ‘막장’ 코드가 없다는 점이다. 가부장적가치관을 적용한 대가족 중심 작품도 없다. 대신 의학드라마부터 추리극 등 다양한 장르물 드라마가 대거포진해 있다. 


한드 열풍의 성공 비결이 여기에 있다. 출생의 비밀과 불륜, 대가족 드라마는 외국인들이 쉽게 이해할 수없었다. 누구나 웃을 수 있는 예능 중심의 포맷 수출이 이뤄져 왔던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반면 장르물은 국적을 불문하고 즐길 수 있다. 의학 드라마는 전 세계 단골 소재이며, 추리극은 미국과 일본에서 이미 오래전부터 특화돼 온 분야이기도 하다. 


나아가 한국 장르물만의 장점도 인정받고 있다. 드라마 본토 시장에서도 놀라워할 만큼 신선하면서도 촘촘하게 구성돼 있다. 서장호 CJ E&M 글로벌콘텐츠사업국장은 “한국만의 참신한 소재를 바탕으로 속도감있는 전개, 흡입력 있는 스토리까지 갖췄다는 평가가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동안 한국 드라마의 주요 코드였던 출생의 비밀과 불륜, 대가족 드라마는

외국인들이 쉽게 이해할 수 없었다. 반면 의학이나 추리극 등 장르물은 국적을

불문하고 즐길 수 있다. 특히 한국만의 참신한 소재를 바탕으로 한 속도감

있는 전개, 흡입력 있는 스토리가 세계인의 관심을 끌고 있다.


이처럼 장르물이 진화하게 된 이유는 뭘까. 사회적으로는 국내에서 거세게 불고 있는 콘텐츠의 개인화, 파편화 현상과 맞물려 있다. 기존 시청자들의 작품 선택권은 리모콘을 쥔 부모에게 있었다. 가족 드라마 중심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젠 다 같이 모여앉아 가족 드라마를 보는 경우가 흔치 않다. 오히려 어둡고 무겁다는 이유로 안방극장에서 외면당했던 추리물 등 실험적인 작품을 혼자 몰입해 즐기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또 신인 작가들의 등장으로 장르물은 더 많이 나오고 있다. 기성 작가들은 자신들의 경륜을 담아 가족 드라마에 치중하거나 그들이 만들어놓은 출생의 비밀과 같은 코드를 자주 사용했다. 하지만 미드, 일드 등을 꾸준히 접하며 자라온 신인 작가들은 장르물에 보다 몰두하고 있다. 방송사나 제작사도 콘텐츠의 개인화, 파편화 경향을 감안해 과거와 달리 신인 작가들을 적극발굴하고 있다. ‘비밀의 숲’ ‘터널’ 등 지난해 큰 인기를얻었던 장르물 대부분이 신인 작가들의 작품이었다.

 

 



내용뿐만 아니다. 그동안 제작사들이 차곡차곡 쌓아온 성과와 신뢰도도 큰 영향을 미쳤다. 과거 미드, 일드를 수입했던 시절은 결코 헛되지 않았다. 드라마 포맷을 수출한 현지 제작사들은 한국에서 과연 작품을 다시 어떻게 제작하는지 눈여겨봤다. 많은 나라의 제작사들이 좋은 작품을 수입하고도 현지화에 실패하는 것과 달랐다. 국내 방송계 관계자는 “자신들의 포맷을 구입한 한국 제작사들이 더 좋은 드라마를 만들어내는 것을 보고 높은 제작 수준을 확인했고 신뢰하기 시작했다”고 분석했다. 


한국 드라마를 가져다 리메이크할 때 쉽게 현지화할 수 있도록 돕는 시스템까지 마련했다. 드라마를 만들기 위한 기획부터 제작, 편성, 마케팅, 홍보 전략까지 전 과정이 고스란히 녹아 있는 ‘포맷 바이블’을 제작것이다. 작품 당 무려 200~500쪽에 달한다. 


그동안 드라마는 예능에 비해 현지화 하는데 너무 많은 시간이 걸려 수출이 어려웠다. 특히 우리와 정서가 많이 다른 미국, 유럽은 대사의 사소한 부분까지 고쳐야 해 더 오래 걸렸다. 이를 그들보다 먼저 경험해 봤던 한국 제작사들은 현지화 때문에 속도가 늦어질까봐 포맷 수입을 꺼리던 문제를 적극 해소하고 나섰다. 배우 오디션 진행 과정, 사전 인터뷰 질문지, 카메라 위치, 조명 등 매우 디테일한 요소까지 바이블에 넣어 준다. 원작자로서 해외 제작사에 직접 가 기본 틀을 잡아주는 ‘플라잉 PD(flying PD)’도 있다. 플라잉 PD는 직접 국내 제작진을 인터뷰해 해외 제작사 측에 도움이될 만한 정보들을 담아 전달하기도 한다.

 

 



tvN의 인기 드라마 ‘시그널’은 일본으로 판권이 수출됐다. (이미지 출처 : tvN 시그널)

 

한드의 높아진 위상은 캐스팅만 봐도 알 수 있다. 일본에서 방영되는 ‘시그널’과 ‘기억’엔 유명 스타들이 출연한다. 과거 한국 드라마를 리메이크한 작품엔 잘 알려지지 않은 배우들이 캐스팅됐던 것과 상반된다. 일본판 ‘시그널’에서는 영화 ‘너와 100번째 사랑’ 등으로 큰 인기를 얻은 사카구치 겐타로가 배우 이제훈이 맡았던 프로파일러 형사를 연기한다. 김혜수가 연기했던 차수현 형사 역할은 드라마 ‘노다메 칸타빌레’ ‘라이어 게임’에 출연한 기치세 미치코, 조진웅의 이재한 형사 캐릭터는 드라마 ‘갈릴레오’에서 열연한 기타무라 가즈키가 맡는다. 일본판 ‘기억’에선 배우 이성민이 맡았던 주인공 변호사 역할로 일본 대표 중견배우이자 드라마 ‘47인의 사무라이’ 등에 나왔던 나카이 기이치가 나온다. 


이 파급력은 앞으로 더 막강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먼저 넷플릭스 효과를 기대해 볼 수 있다. ‘터널’ ‘보이스’처럼 완성작을 넷플릭스에 판매하게 되면 한 번에 많은 국가에 소개될 수 있다. 넷플릭스가 진출한 190개국 전부에 작품을 판매할 수도 있고, 장르물 수요가 큰 지역만 골라 집중적으로 선보일 수도 있다. 국가별로 하나씩 계약을 맺고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한 번에 여러 국가를 설정할 수 있어 최근 국내 드라마 관계자들이 많이 선호하고 있다. 


드라마 본토 효과도 누릴 수 있다. 중국과 동남아 지역에만 수출이 한정돼 있을 때는 다른 나라에 재판매될 확률이 낮았다. 이들 지역의 콘텐츠에 관심을 두는 글로벌 제작사들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미국, 일본, 유럽 등은 드라마 본토에 해당하는 만큼 많은 제작사들이 눈여겨본다. 심지어 남미, 중동과 같은 지역에서도 콘텐츠를 살핀다. 예를 들어 미국판 ‘굿닥터’를 본 중동의 한 드라마 제작사에서 또 판권을 사갈 수있는 것이다. 세계적인 포맷 컨설팅그룹 더포맷피플의 미셸 로드리그 대표는 “재확산이 가능한 시장으로 가는 게 드라마 등 콘텐츠 수출의 핵심”이라며 “이 시장을 적극 공략해 나간다면 보다 많은 국가에 한국 작품이 퍼져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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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글의 내용은 한국콘텐츠진흥원의 견해와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2018년 한국시트콤 시장은?

상상발전소/방송 영화 2018.08.13 18:00 Posted by 한국콘텐츠진흥원 상상발전소 KOCCA

이미지 출처 : MBC 거침없이 하이킥

2018년 한국 방송 드라마시장은 유례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많은 작품을

쏟아낼 태세다. 그만큼 드라마 방영 시간이 많아졌고, TV 외에도 드라마를

방영하겠다고 나선 플랫폼이 많아졌다. 이런 흐름 속에 시트콤도 다시 탄력을 받을

것인지 궁금해진다. 한때는 매일 저녁 시간 온가족의 웃음을 책임져주거나 심야에

‘성인 코드’를 강화해 찾아오던 그 시트콤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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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윤고은(연합뉴스 문화부 기자)



 이미지 출처 : TV조선 너의 등짝에 스매싱


시트콤(Sitcom)은 시추에이션 코믹 드라마(Situation Comedy)의 약자다. 이름에 콘텐츠의 성격이 집약된다. 에피소드 위주의 시추에이션(상황)이 강조되고, 코미디가 두드러진 드라마인 것이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시트콤이라는 단어가 방송가에서 사라졌다. tvN <감자별2013QR3>(2013~2014) 이후로 추정된다. 그러다 지난해 12월 TV조선 <너의 등짝에 스매싱>을 통해 오랜만에 시트콤이라는 단어가 부활했다.

 


<너의 등짝에 스매싱>은 전통적인 시트콤의 공식을 따랐다. 우선 제작진부터 ‘시트콤’이라 규정했고, 일주일에 나흘, 월~목 오후 8시 전후 저녁 시간에 30분 분량으로 방송됐다. 스튜디오 세트 녹화를 중심으로 촬영이 진행됐으며 웃음을 강조한 뚜렷한 개성의 캐릭터들과 회별 완결되는 코믹한 에피소드가 이어졌다.

 

 

그간 방송사들은 시트콤과 유사한 양식의 코믹 드라마를 선보이면서도 시트콤이라는 말 대신 ‘예능 드라마’, ‘초미니 드라마’라는 용어를 내세웠다. SBS <초인가족>, KBS2 <프로듀사>, <최고의 한방>, <마음의 소리>, MBC <보그맘> 등이 그러한 예이다. 모두 시트콤이라 불리길 거부했지만, 시트콤과 상당 부분 교집합을 이룬 작품들이었다.

   

이미지 출처 : SBS <초인가족> KBS2 <프로듀사>

   

이미지 출처 : MBC <보그맘> <마음의 소리> <최고의 한방>

 

방송가에서는 시트콤이라고 규정하면 일반 드라마보다 광고 단가가 낮다는 점, 제작진이 코미디보다는 드라마에 방점을 찍기를 원한다는 점 등으로 시트콤이라는 말이 사라졌다고 분석한다. 또 과거 시트콤은 예능국에서 예능 PD들이 만들었던 터라, 드라마국에서 비슷한 형식의 드라마를 만들어도 드라마 PD들이 시트콤이라 불리길 원치 않는 경우도 있다. 그러다보니 시청자는 시트콤으로 받아들이는데 제작진은 시트콤이 아니라고 하는 촌극이 발생한다.

  


올해도 4월 현재, 시트콤이 <너의 등짝에 스매싱>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4월 17일 막을 내린 JTBC <으라차차 와이키키>나, 3월 28일 끝난 MBN <연남동 539>도 방송가에서 시트콤으로 분류됐다. 웃음으로 무장한 시추에이션 드라마였기 때문이다.

   

이미지 출처 : Jtbc <으라차차 와이키키>

   

<으라차차 와이키키> 제작진은 “시트콤이냐 아니냐가 중요한 문제인가”라고 반문하면서 “모든 작품은 시청자가 어떻게 받아들이느냐가 관건인 것 같다. 시청자가 시트콤으로 받아들였으면 시트콤이 맞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짚었다.


 

다만, <으라차차 와이키키> 스스로 시트콤이라 말하지 않은 데는 스튜디오 녹화 위주로 제작하지 않았고, 웃음 효과음이 없었기 때문이다. 야외에서 ENG 카메라로 촬영했고, JTBC의 미니시리즈 편성 시간에 방송을 했다는 점 등이 기존 시트콤과 다르다는 설명이다.

 

이미지 출처 : Jtbc <으라차차 와이키키>

 

하지만 <으라차차 와이키키>가 코믹한 캐릭터가 강조된 에피소드 형 드라마이기 때문에 시트콤으로 보는 시선이 지배적이다. 이에 대해 제작진은 “시트콤도 드라마 아니냐. 우리가 시트콤이라 불리길 거부하는 것은 아니다”라면서 <으라차차 와이키키>는 형식적인 면에서 시트콤과 일반 드라마의 중간지점에 놓인 시트콤형 드라마 정도 지점에 있는 듯하다”고 해석했다.



이런 흐름에서 볼 때 ‘시트콤인 듯 시트콤 아닌, 시트콤 같은’ 작품은 계속해서 나올 전망이다. 제작진의 작품 분류에 대한 고민에 상관없이 시추에이션 코믹 드라마와 같거나 유사한 형태의 드라마는 중단 없이 만들어져 온 셈이기 때문이다. 시대의 변화에 따라 전통적인 시트콤 제작방식과 형식에 조금씩 변형과 실험을 가한 작품들이 나왔을 뿐이다.

 

 

변화는 필요하다. 그 이유는 <너의 등짝에 스매싱>에서 찾을 수 있다. TV조선이 지난해 12월부터 4개월간 방송한 <너의 등짝에 스매싱>은 0.4~0.5%의 시청률에 머물다 3월 1일 막을 내렸다.

  

이미지 출처 : SBS <순풍 산부인과> <웬만해선 그들을 막을 수 없다>

    

SBS의 <순풍 산부인과>, <웬만해선 그들을 막을 수 없다>, MBC <거침없이 하이킥>, <지붕 뚫고 하이킥>, <하이킥! 짧은 다리의 역습> 등을 통해 국내 시트콤 전성기를 이끌었던 ‘시트콤의 대가’ 김병욱 PD의 신작이라는 이름표에 비하면 초라한 성적표다.

 

 

김 PD와 함께 시트콤의 전성기를 구가했던 박영규와 박해미를 중심으로 권오중, 황우슬혜, 이현진, 엄현경 등 유명 배우들이 대거 출연했지만, 1.333%(닐슨)에서 출발한 시청률은 50부가 방송되는 동안 0.2%대까지 추락하는 등 힘겨운 상황을 이어갔다. 대다수 케이블 프로그램이 시청률 1%를 넘기기 힘들지만, 대대적인 관심 속에 출발한 작품으로서는 굴욕이다.


 

물론, TV조선이라는 채널의 한계도 컸다. 젊은층이 TV를 이탈한 시간대인 평일 오후 8시 편성도 불리했다. 하지만 부진의 가장 큰 이유는 답습과 반복이라는 지적도 많았다. 김병욱 PD가 예전에 했던 작품의 캐릭터와 구조, 스타일에서 달라진 점이 없었다는 것이다. 여전히 각 캐릭터 플레이에서 오는 재미가 쏠쏠하긴 했지만, 전반적으로 ‘올드’하게 느껴지는 것을 지울 수 없었다는 평가다. 주요 출연진과 캐릭터가 과거 작품과 겹치는데 새로운 한방이 없었다.

 

이미지 출처 : Jtbc <으라차차 와이키키>


반면, JTBC <으라차차 와이키키>의 화제성은 높았다. 4월 17일 마지막 회 시청률이 2.081%(닐슨)였으니, 케이블채널이라고 해도 좋은 성적은 아니다. 그러나 이 작품은 젊은층의 구미를 당겼다. 주연을 맡은 김정현, 정인선, 이이경, 고원희, 손승원, 이주우의 인지도는 그리 높지 않았지만 이들 청춘 6인방이 펼친 유쾌한 이야기와 코믹 연기는 입소문을 낳았다. 

 

 

후속작 스케줄 문제 탓이기도 했지만 그런 입소문 덕에 <으라차차 와이키키>는 인기작이나 할 수 있는 4회 연장을 했고, 20회로 종영하면서는 시즌 2를 기대하게 만들었다. 지금 시대에 맞는 청춘 시트콤의 탄생이라는 평가다.

 


‘사기를 당해 전재산을 날린 후 돈 많은 안사돈 집에 얹혀사는 처량한 가장의 이야기’(<너의 등짝에 스매싱>)는 온가족을 겨냥한 코미디라고 해도 개연성이 떨어지는 반면, 좌충우돌 청춘 남녀(<으라차차 와이키키>)의 코미디는 밤 11시 시청자의 선택을 받은 것이다.


 

자연스럽게 시트콤이 세대교체 중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국민적 인기를 끌었던 <순풍 산부인과>(1998~2000)까지 가지 않더라도, <거침없이 하이킥>(2006~2007)과 <지붕뚫고 하이킥>(2009~2010)으로 각각 24.2%와 27.6%(닐슨)의 최고 시청률을 기록했던 김병욱 PD식 작법은 이제 한발 뒤로 물러나게 됐다. 반면 <으라차차 와이키키>는 신예들이 만들었다. ‘겨우’ 1~2%의 시청률이지만 케이블채널임을 고려할 때 가능성의 씨앗은 뿌려졌다.



전통적인 의미의 시트콤은 제작진의 노동 강도가 엄청나지만 방송사 입장에서는 가성비가 좋은 콘텐츠로 각광받았다. 매회 웃음으로 완결을 지어야하는 대본을 일일극처럼 뽑아내는 일은 가히 살인적인 작업이다. 그러나 일단 코믹한 캐릭터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자리 잡으면 일반 드라마보다 적은 제작비로 인기를 끌 수 있다는 장점에 방송사들이 한때 시트콤을 앞 다퉈 편성했었다.


 

하지만 시대의 변화에 따라 더는 예전과 같은 방식으로 제작진을 혹사해서 일일 시트콤을 만들 수는 없다. 그런 대본을 써낼 작가 풀(Pool)이 적고, 향후 촬영현장에 주 52시간 근로기준법이 적용되면 일일 시트콤은 더 이상 가성비 좋은 콘텐츠가 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미지 출처 : MBN <연남동 539>


<연남동 539>를 만든 MBN 김재훈 드라마부 팀장은 “과거와 같은 형태의 시트콤은 '하이킥' 시리즈가 사실상 마지막이 아니었나 싶다”며 “온 가족이 저녁 시간에 둘러앉아 시트콤을 보던 시대도 지나갔고, 웹콘텐츠 등 시트콤을 대체할 다른 콘텐츠들이 많이 나왔다”고 지적했다. 김 팀장은 “시트콤이 계속되기 위해서는 새로운 기획과 포맷을 통해 돌파구를 찾아야한다”며 “어떤 지점에서든 과거의 시트콤과는 다른 새로운 뭔가를 보여줘야할 때”라고 말했다.

 


<초인가족>을 내놓은 SBS 김영섭 드라마본부장도 “‘시트콤은 이래야 한다’는 게 아니라 ‘이런 게 시트콤’이라고 새로운 것을 보여줘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김 본부장은 “내용과 형식에서 다양하고 새로운 시도가 있지 않으면 시트콤은 살아남을 수가 없다”며 “과거 ‘야동 순재’처럼 발칙하고 독특한 캐릭터, 재미있는 캐릭터로 무장하는 것은 필수이고 거기에 젊은 층을 사로잡을 새로운 포인트를 넣어야 한다”고 밝혔다.


이미지 출처 : SBS <초인가족>


시트콤의 묘미는 치고 빠지는 재미, 현실의 실시간 풍자 등에 있다. 개연성 높은 에피소드를 통해 현실감을 높이면서 웃음을 줘야 하는 동시에 과장과 왜곡, 생략 등 다양한 방식을 통해 창조한 코믹한 캐릭터가 살아 있어야 한다. 그러면서도 큰 줄기의 드라마도 놓치지 않아야 한다는 점에서 만만치 않은 공정을 거쳐야 한다. 국내 시트콤의 쇠퇴에는 이러한 시트콤을 요리할 인력이 부족한 점도 컸다.

 


<으라차차 와이키키>를 방송한 JTBC 관계자는 “코미디는 작가나 연출자 입장에서 어려운 장르”라면서 “시트콤이 계속 만들어지던 과거에도 성공한 작품은 사실 그리 많지 않았다. 성공한 시트콤 연출자로 김병욱, 김석윤, 송창의 PD 정도를 꼽을 수 있을 뿐”이라고 지적했다.


 

그만큼 시트콤은 잘 만들기가 어려운 장르라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하지만 <으라차차 와이키키>처럼 코미디를 잘 쓰는 작가와 연출자가 결합할 경우 새로운 시트콤은 언제든 탄생할 수 있다”면서 “그러한 재능은 항상 어디엔가는 있기에 어떻게 찾아내 결합시키느냐가 관건인 것 같다”고 말했다.

 


2018년은 그 어느 때보다 신진 작가와 연출진에게 기회가 열린 해다. 여기저기서 새롭고 차별화된 콘텐츠를 찾기 위해 혈안이 돼 있다. 새로운 형태의 시트콤이 탄생할 여건은 마련됐다. 누가 다음 타자가 될 것인가.

 

※ 본 글의 내용은 한국콘텐츠진흥원의 견해와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2018 한국콘텐츠진흥원 현업인 직무교육 <콘텐츠 스텝업> 3과정

상상발전소/KOCCA 행사 2018.08.09 17:00 Posted by 한국콘텐츠진흥원 상상발전소 KOCCA


"공연을 빛내주는 디자인 연출과 무대 기술의 조화"


최근 가장 사랑받는 뮤지컬, 프랑켄슈타인이 성황리에 진행되고 있습니다. 최고의 공연이라고 찬사를 받는 뮤지컬 프랑켄슈타인이 만들어지는 데에는 몇 날 며칠을 밤새워가며 무대를 만든 서숙진 무대 디자이너와 이유원 기술, 무대 감독님의 노력이 있었습니다. 지난 7월 20일, 서숙진 무대 디자이너님과 이유원 기술, 무대 감독님이 바쁜 시간을 내서 강연을 진행해주셨는데요, 강연장이 꽉 찰 정도로 많은 분들이 참석해주셨습니다. ‘공연을 빛내주는 디자인 연출과 무대 기술의 조화’ 강연 함께 보시죠!


☐ 공연 속 무대 디자이너와 기술, 무대 감독의 역할


<강연을 진행하시는 서숙진 무대 디자이너님과 이유원 무대, 기술 감독님


서숙진 무대 디자이너님부터 하시는 일에 대한 설명을 해주셨습니다. 무대 디자이너는 연출과 함께 가장 먼저 대본을 받는 사람들 중 하나라고 합니다. 무대 디자이너는 텍스트를 공간에 구현하는 직업으로, 극장이라는 집에 작품의 정서적·시대적 컨셉을 얹는 과정을 해낸다고 합니다. 한 마디로 ‘공간의 재해석’이 무대 디자이너가 하는 일인 것이죠. 하지만 무대 공간이 무대마다 다르고 작품마다 필요한 배경이 다르기 때문에 힘든 점이 많다고 합니다. 뮤지컬 모차르트를 예시로 들어주셨는데요, 뮤지컬 배우의 정서가 가까이 전달되어야하는 대본 내용에 비해 뮤지컬 모차르트가 진행되었던 세종문화회관은 너무 큰 극장이었다고 합니다. 더불어 큰 극장의 규모가 지하 감옥의 답답함을 만들어내는 데에 있어서 어려웠다고 합니다. 무대 디자이너는 대본을 토대로 한 정서를 무대에 디자인하는데, 배경 음악이 나중에 나와서 디자인을 다시 수정해야하는 경우로 생긴다고 합니다. 

 

 

뒤이어 이유원 기술 감독님이 기술, 무대 감독의 역할에 대해서 말씀해주셨습니다. 우리나라에서 기술, 무대 감독이라는 직업명이 생긴지 10년도 채 안되었고 이유원 감독님 또한 아르바이트 개념 속에서 이 일을 처음 시작했다고 합니다. 무대, 기술 감독은 무대, 컴퍼니, 전식, 특수효과, 분장, 의상, 영상, 음향, 조명에서 기술적인 것 또는 제작사의 입장을 대표한다고 합니다. 또한 섭외능력, 기술력, 이해관계들을 잘 풀어나가는 성격이 필요하다고 합니다. 무대 감독은 공연자료, 스텝, 배우, 공연, 리허설, 셋업 연습을 진해하며 각 각 컴퍼니가 요구하는 역할을 수행해낸다고 합니다. 더불어 한국 뮤지컬 시장에 대해서 말씀을 해주셨는데 외국 뮤지컬 관계자들이 한국 뮤지컬을 상당히 무시하고 안 좋은 대우를 하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 무대 공간의 이해


무대 공간은 무대 디자이너가 반영해야하는 무대 공간, 즉 디자인 작업이 필요한 공간이라고 합니다. 가장 대중적인 무대인 예술의 전당의 무대 공간을 보여주시면서 설명을 진행해주셨습니다. 하부 구조로는 오케트라 피드, 으루시억, 측무대, 승강, 주무대 등이 있고 상부 구조로는 갤러리 batten 등이 있습니다. 


☐ 무대 디자인 작업을 통한 기술 조화 과정


공연 4~6개월 전에는 컨셉 디자인 회의와 실시 디자인 회의를 합니다. 공간 정보를 통한 기술적 접근의 컨셉 디자인 후 현실 한계에 따른 기술적 제안을 하는 실시 디자인 회의를 합니다. 실시 디자인 회의가 공연 3~4개월 전까지 이어지고 그 이후에는 최종 디자인 회의가 이루어집니다. 세부 기술 도면, 예산 제안이 이루어집니다. 공연 2~3개월 전에는 스케쥴 관리와 상호 기술 정보 공유가 이루어지는 제작회의와 극장회의가 이루어집니다. 공연 1개월 전에는 설치, 안전, 유지보수 관리가 되는 공연장 설치를 합니다. 공연 기간 동안은 최종 테크라이더 작성, 철수, 보관 감독이 이루어집니다. 하지만 실제적으로 이 기간에 맞춰서 이루어지는 경우는 드물다고 합니다.


뮤지컬 벤허 사례를 보는 참석자들

☐ 작품을 통한 사례

다음으로는 강연 참석자들이 가장 궁금해 할 실제 사례였는데요. 강연자 분들께서 뮤지컬 벤허와 프랑켄슈타인의 무대와 무대 속 소품들이 실제적으로 어떠한 과정을 거쳐 만들어졌는지 영상으로 소개해주셨습니다. 먼저 뮤지컬 벤허에서 거대한 부피의 콜로세움 배경과 실제로 통곡의 벽이 쓰러져 내려오는 무대를 만드는 과정에서 생겼던 고민들을 에피소드 형식으로 얘기해주셨습니다. 그리고 연출자가 실제 크기의 말, 실제로 움직이는 듯한 말을 연출해달라고 요청해서 이에 맞는 영상, 특수효과, 기계장치가 어떻게 사용되었는지도 영상과 함께 설명해주셨습니다. 뮤지컬 프랑켄슈타인에서는 무대 디자인에만 8개월을 쏟아 부었을 정도로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고 합니다. 2015년도보다 업그레이드 된 무대를 보여주기 위해서 1층과 2층의 분해도 도안을 따로 만들 정도로 더 많은 기능이 움직이고 화려해진 실험실을 만들었다고 합니다. 또한 벽체 이미지도 부식된 살을 표현하기 위해서 살을 기운 듯한 모습과 철의 부식된 모습을 보여줬다고 합니다. 

☐ 질의응답

질문하는 참가자


강의 시간이 끝났는데도 불구하고 활발한 질의응답이 이루어졌습니다. 가장 첫 번째 질문자는 최근 유럽권 뮤지컬이 흥행함에 따라 현재 재학하는 학과를 영어영문에서 독어독문으로 옮길까 고민하고 있다고 하면서 앞으로 유럽권 뮤지컬의 흥행여부에 대해 물어보았습니다. 이에 대해 서숙진 디자이너는 충분히 외국의 뮤지컬은 많이 흥행했기에 한국 뮤지컬 시장이 나아가야할 방향은 창작이라고 답변해주셨습니다. 뮤지컬의 미래가 절대 외국 라이센스 수입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강하게 말씀해주셨습니다. 이유원 감독님께서는 독일 뮤지컬이 한국인 음악 정서와 비슷하여 흥행한 것은 사실이지만 언어학과를 바꾸는 것보다 왜 유럽권 뮤지컬이 흥행하게 된 지 파악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고 답변해주셨습니다.

답변하는 서숙진 무대 디자이너와 이유원 무대,기술 감독님

 

 마지막 질문으로는 중학교 1학년 때부터 무대 감독을 하고 싶어 현재 미국 유학까지 하고 있는 고등학생이 질문을 해주었습니다. 처음 무대 일을 어떻게 시작하셨는지에 대해 질문했는데요, 이에 대해서 서숙진 디자이너는 이탈리아로 유학을 간 후에 무대 디자인을 전공을 바꿔 선택해 이와 관련된 일을 시작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이유원 감독님도 친구 어머님이 도와달라고 부탁하셔서 일을 시작하게 되었는데 지금은 OTR이나 관련 학과에 공고를 띄워 일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해준다고 합니다. 마지막으로는 두 분 모두 이 계통이 아직까지는 열정이 많이 필요한 직무이며 개인시간이 별로 없기에 열정이 정말 필요한 일이라고 말씀해주셨습니다. 


 

이렇게 콘텐츠 스텝업 3과정 ‘공연을 빛내주는 디자인 연출과 무대 기술의 조화’가 막을 내렸습니다. 공연 디자인과 무대 기술에 관심이 있고 미래의 직업으로 선택하려던 참가자들의 궁금증을 해결해주고 실제 업무에 대해서 자세히 알 수 있는 기회가 되었을 것 같습니다. 앞으로 남은 교육들에서도 다양하고 흥미로운 주제가 다루어질 예정이니 많은 참여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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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글의 내용은 한국콘텐츠진흥원의 견해와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과거와 미래가 공존하는 세계! ‘스팀펑크’ 탐하는 게임

상상발전소/게임 2018.08.08 18:00 Posted by 한국콘텐츠진흥원 상상발전소 KOCCA

이미지 출처 : A:IR 홈페이지

 

 

“스팀펑크(steampunk)란 SF, 더 좁게는 대체 역사물의 하위 장르 중 하나를 지칭한다. 20세기 산업 발전의 바탕이 되는 기술(예: 내연기관, 전기 동력) 대신, 증기기관과 같은 과거 기술이 크게 발달한 가상의 과거, 또는 그런 과거에서 발전한 가상의 현재나 미래를 배경으로 한다. 가상현실, 사이보그와 같은 전자·정보 기술의 영향으로 변모되는 미래를 묘사한 사이버펑크(cyberpunk)에서 사이버(cyber) 대신 증기기관의 증기(steam)를 합쳐서 만들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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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위키백과

 

 

 

블루홀의 차기작 MMORPG ‘A:IR’는 스팀펑크와 판타지 세계관을 결합해 공중에서의 생활과 전투를 중심으로 펼쳐진다.

(이미지 출처 : A:IR 홈페이지)

 

‘배틀그라운드’로 간만에 한국 게임의 존재를 전 세계에 새롭게 드러낸 블루홀은 2017년 지스타(G-STAR)에서 차기작으로 ‘A:IR’라는 이름의 MMORPG 개발 정보를 공개했다. ‘Ascent: Infinity Realm’이라는 제목의 약 자를 ‘AIR’로 의도한 데서 드러나는 목적은 공중에서의 이야기가 게임의 중심에 자리함을 가리킨다. 게임 속 세계관에서 공중에 떠 있는 도시와 거대 비행선을 유지 하는 힘은 게임 속 반중력 부유석으로부터 비롯된다.

 

 

그러나 부유석 자체만으로 함선과 건물을 띄우는 것은 아니다. ‘A:IR’에서는 거대한 병기들과 장비를 공중에 띄우기 위해 톱니바퀴와 금속 장치들로 정밀하게 설계된 기계를 사용한다. 육중한 기계들이 철컹이는 모습은 마치 초기 산업사회를 연상시킨다. 하지만 기계들이 구현하는 기술은 19세기 당시의 기술이 아닌, 오히려 지금보다 더욱 발전돼 보이는 일종의 오버 테크놀로지다.

 

 

과거의 기술을 소재로 하지만 그 구현의 결과물이 현재의 기술을 아득하게 뛰어넘는 이러한 모습은 완전히 새로운 것은 아니다. ‘미래소년 코난’과 ‘천공의 성 라 퓨타’, ‘스팀보이’, ‘나디아’ 등을 통해 우리는 꽤나 익숙하게 이러한 설정을 받아들인다. SF(Science Fiction)의 세부 장르 중에서도 적지 않은 비중을 차지하는, 스팀펑크라는 장르가 ‘A:IR’의 세계관을 뒷받침하는 장르적 근거다. 인류가 지금과 같은 기술시대를 살아가게 된 결정적 변곡점으로써 육중한 금속덩어리 느낌의 기계기술 시대가 주는 이미지는 한 시대를 가리키는 일종의 코드가 돼 계속 상상의 영역에서 활용되고 있다.

 

 

 

초기 산업시대의 기술을 상징하는 이미지들로 가득한 스팀펑크 세계관은 산업시대의 기계들로 현대 이상의 오버테크놀로지를 구현하는 것을 중심으로 펼쳐진다. 거대기관, 비행정, 지상전함, 증기와 스모그 등은 과거지향적이면서 동시에 미래를 꿈꾼다.

(이미지 출처 : 플리커)

 

스팀펑크는 증기를 가리키는 ‘스팀(Steam)’과 폐급 물건, 불량배 등을 가리키는 말에서 넘어온 특유의 분위기를 가리키는 ‘펑크(Punk)’의 조합으로 탄생한 개념이다. 펑크가 일종의 분위기를 가리키는 문화적 개념으로 쓰이고 있음을 감안한다면, 스팀펑크는 증기 혹은 증기기관을 토대로 만들어지는 독특한 분위기의 세계관을 가리키는 말임을 알 수 있다.

 

증기기관의 이미지를 상상해 보면 스팀펑크가 대략 어떠한 분위기를 가리키는지를 쉽게 떠올릴 수 있다. 증기기관차가 보여주는 검은 금속의 육중한 중량감, 무거 운 금속 덩어리가 철컹이면서 움직이는 기계적인 소리와 진동, 하얗게 뿜어내는 증기와 기적소리가 만들어내는 특유의 분위기는 단지 증기기관에만 머물지 않는다.

 

 

인류가 자연의 이용한 힘을 벗어나 기계를 돌리면서 만들어지는 독특한 분위기 등이 스팀펑크를 상징하는 대표 적인 이미지들이다. 그러나 스팀펑크가 단지 증기기관에 의해 변화한 시대의 모습을 다루는 것들만 지칭하지 않는다. 증기기관의 시대는 실제 인류 역사의 한 토막이며, 우리는 이를 산업혁명의 시대, 근대 초기라는 역사적 개념으로 부르고 있다.

 

 

스팀펑크는 그러한 증기기관의 시대를 토대로 해 뻗어 나온 상상력의 산물로, SF의 한 분야에 속하는 가상의 세계관을 가리킨다. SF는 단어의 의미 그대로 과학적 상상력의 토대위에서 그려낸 가상의 이야기를 지칭한다. 과학기술이라는 것이 대체로 미래지향적이라는 특징 덕분에 많은 SF작품들이 가깝게는 얼마 후의 미래부터 멀게는 몇 세대 뒤의 이야기를 그리는 경향 속에서, SF 안에서의 스팀펑크는 일종의 대체역사물로서의 의미를 가진다.

 

 

스팀펑크는 19세기 근처를 중심으로 실제 역사에서 펼쳐진 증기기관 동력 중심으로 나타난 기계 세계로부터 시작되는 가상의 역사를 상상의 근거로 한다. 이를테면 증기기관 이후 현대 사회의 주요 동력원 자리를 차지한 가솔린 엔진 등의 내연기관, 전기와 원자력 등의 발전이 없는 상태로 증기기관 동력만이 지속적으로 발전 해 온 새로운 사회를 상상하는 것이다.

 

 

그래서 스팀펑크 안의 세계는 19세기스러운 면모이면서 동시에 19세기에 머물지 않는 독특한 상상력의 공간으로 거듭난다. 20세기의 산물인 디젤엔진 비행기 대신 스팀펑크에서는 주로 비행선 류의 발전형이 등장하며, 전기 대신 가스등이 거리의 밤을 밝히곤 한다. 증기엔진으로 움직이는 거대한 지상전함, 대형 프로펠러와 가스 기구로 날아다니는 초대형 공중요새와 같은 실제 역사와 무관한 창조물들이 스팀펑크의 세계를 가로지른다.

 

 

대체역사물로써의 스팀펑크는 미래가 아닌 실제 역사에 존재했던 증기기관의 시대를 되돌아보면서 지금의 기술을 대체하는 상상력의 공간을 만들어 냈다. 이는 지금의 우리가 살아가는 시대가 반드시 절대적인 결과만은 아닐 수 있다는 새로운 가정을 던져 준다. 증기기관이 다른 동력원에 밀려 퇴조하지 않았다면 지금의 우리 삶은 어떠할 것인지에 대한 물음은, 달리 비교할 데가 없었던 21세기의 인류 생활을 되돌아볼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가 열리는 것이다.

 

 

상상으로 만들어낸 세계와의 비교를 통해 우리는 지금 우리 시대를 다른 무언가와 대 조할 수 있는 근거를 얻었다. 더불어 스팀펑크는 현실의 대체를 통한 질문을 기술 혁명의 기원이 되는 증기기관에 던짐으로써 기술문명 전체에 대한 근본적인 되물음과 해답을 제시할 수 있는 장르로서 의미를 얻을 수 있었다. 미래지향적인 다른 SF 와는 사뭇 다른, 마치 과거를 다루는 듯 하면서도 하나의 과거로부터 뻗어 나온 또 다른 현재 혹은 평행우주의 미래에 대한 상상의 나래로서 스팀펑크는 독특한 매력으로 많은 이들에게 동경의 세계로 자리한다.

 

 

스팀펑크가 세계관의 중심에 들어가는 게임들은 적지 않다. ‘사이베리아’, ‘바이오쇼크 안피니트’, ‘프로스트펑크’ 등에서 스팀펑크 고유의 느낌은 제각각의 게임 이야기로 녹아난다.

 

가장 대표적인 작품은 2002년 첫 출시된 어드벤처 게임 ‘사이베리아’ 시리즈를 꼽을 수 있다. 회색빛의 낯 선 공간 안에서 퍼즐과 수수께끼를 풀어가며 미스터리 한 사건을 추적해 가는 어드벤처 게임 ‘사이베리아’는 2017년 시리즈 3편을 발매하면서 20년 가까이 이어져 온 스팀펑크 어드벤처물이다.

 

 

게임 속에서 주요한 테마로 다뤄지는 자동인형 (Automaton)은 디지털, 전기 기술의 등장 이전 기계식 장치로 자동화를 만들어내던 방식이었다. 현실에서는 보다 간단한 전기장치에 의해 밀려났지만, ‘사이베리아’ 에서는 이들 태엽장치 방식의 장치들이 쇠퇴하지 않고 꾸준히 발전해 톱니바퀴들의 작동으로 인공지능을 구현 하는 수준의 오버 테크놀로지를 표현하며 스팀펑크물의 진수를 선보인다.

 

 

인기 액션게임 ‘바이오쇼크’ 시리즈의 3번째 작품이자 전체 시리즈의 프리퀄인  ‘바이오쇼크: 인피니트’는 스팀펑크와 디젤펑크 사이를 오가는 독특한 분위기로 시 선을 끌었다. 창공을 떠다니는 거대한 공중 도시가 게임의 중심 배경인 ‘바이오쇼크: 인피니티’는 1910년대라는 시간 설정 속에 거대한 도시를 공중으로 띄우는 기술적 상상력을 그려내면서 스팀펑크의 느낌을 고스란히 드러낸다. 철도는 공중에 설치돼 ‘스카이라인’이라는 이름으로 움직이고, 플레이어는 스카이라인을 타면서 공중 액션을 펼치기도 한다.

 

 

2018년 출시예정 게임 ‘프로스트펑크’는 조금 독특하게 스팀펑크의 스타일을 내는 게임이다. 제작사인 ‘11비트 스튜디오’의 전작으로 전쟁 속 민간인의 생존이라는 참담함을 그려낸 게임 ‘디스 워 오브 마인’의 후속작으로 빙하기의 도래로 인해 고립된 인류가 유일하게 작동 가능한 동력기관인 증기기관에 모여 근근이 채굴하는 석 탄으로 기관을 가동하면서 살아남는 것을 골자로 하는 생존형 게임이다.

 

 

과거가 아닌 문명의 몰락을 통해 다가온 미래의 유일한 동력으로 상정된 증기기관을 통해 게임은 새로운 위치에 스팀펑크의 개념 갖다 놓으며 전작과 유사하게 극한 상황에 놓인 인간 존재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2018년 1분기 출시를 예고한 이 게임은 스팀펑크의 상징인 증기기관이 단지 디자인 요소나 장식에 그치지 않고 세계관 속에서 생존자들의 유일한 동력원이라는 개념으로 활용되면서 기존과는 사뭇 다른 느낌의 스팀펑크를 구현할 것으로 예상된다.

 

 

스팀펑크를 본격적으로 세계관의 중심에 놓지 않더라도 여러 가지 서브 요소를 통해 스팀펑크의 느낌을 살리는 게임들도 적지 않다. 대중적으로 큰 인기를 끈 대 작 게임들은 세계관 어딘가에 항상 조금씩 스팀펑크 요소들을 배치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전 세계적인 인기를 이어가는 ‘리그 오브 레전드’에서도 스팀펑크 요소는 쉽게 발견할 수 있다. 게임 속 세계관에서 ‘필트오버’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도시국가는 설정상 스팀펑크 스타일을 유지하는 곳이다. 필트오버 출신 챔피언들의 디자인은 그래서 스팀펑크의 이미지들이 강하게 묻어난다.

 

 

궁극기를 사용하며 톱니바퀴 모양의 조준점을 나타내는 케이틀린, 아예 기계 포탑을 조립하는 것을 기술의 골자로 하는 하이머딩거, 톱니바퀴 자동 인형을 연상케 하는 사실상 스팀펑크 캐릭터인 오리아나 등의 캐릭터 디자인은 대체로 스팀펑크의 그것을 모티브로 삼는다.

 

 

전략시뮬레이션, MMORPG 등 다채로운 장르로 출시되는 ‘워크래프트’ 시리즈의 세계 속에도 스팀펑크 요 소들이 적지 않게 등장한다. ‘워크래프트 3’에 처음 등장 하는 휴먼 진영의 공성병기는 처음 유닛 이름이 ‘스팀탱크’로, 증기엔진을 사용해 움직이는 공성병기였다.

 

 

이 후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로 넘어가면서 게임 안에는 고블린과 노움이라는 두 진영이 기계공학의 전문가로 등장하는데, 이들이 활용하는 증기엔진, 톱니바퀴 등은 대체로 스팀펑크의 요소들로부터 차용한 것들이다. 실제 플레이어의 기술로 도입된 기계공학의 주요 생산품들도 용수철, 나사, 톱니 등 초기 기계공학의 부품들과 이를 조합한 스팀펑크스러운 제작물을 통해 ‘워크래프트’ 세계관 안에 스팀펑크가 포함돼 있음을 드러낸다.

 

 

인류의 눈부신 기술 발전이 열어젖힌 근현대의 새로운 생활양식은 경이로움과 두려움을 함께 제시했다. 급증한 평균수명, 풍부해진 먹거리와 볼거리, 지구 전체의 상황을 순식간에 확인할 수 있는 정보화까지 기술의 발전은 상상 못할 편의와 행복을 제공했지만, 그와 동시에 발달한 기술은 전쟁에서 더 많은 사람을 더 손쉽게 죽였고 중심세계 밖의 지역들을 끊임없이 착취하며 빈부격차를 더 크게 만드는 역할을 수행하기도 했다.

 

 

현대기술의 안락함을 누리면서도 동시에 그 어두운 이면을 살피려는 비판적 시선이 끊이지 않는 속에 스팀펑크는 우리의 당면 과제인 현대기술을 대체역사라는 새로운 상상을 통해 기술의 밖에서 지금의 우리를 바라볼 수 있게 해 주는 효과를 갖는다.

 

 

SF라는 가상의 세계에서 현재의 우리를 대비시키며 전기 이후의 기술을 대체한  구기술의 발전을 상상하는 것은 우리가 걸어 온 풍요와 타락의 양면적 역사를 완전히 다른 시점에서 반성적으로 생각해 볼 여지를 남기는 독특한 시점을 제공한 다. 현대 기술로도 구현 불가능한, 거대한 공중부양도시와 비행정은 그래서 단순한 상상력의 창조물이 아닌, 이 시대에 대한 일종의 대체 희망으로서 더욱 의미 깊다.

 

 

그런 대체희망으로서의 가치가 잠재해있기에 스팀펑크 라는 독특한 가상의 세계는 오히려 더 매력적으로 많은 이들에게 받아들여지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환상의 공간이면서도 현실의 역사에 뿌리를 두고 있다는 스팀펑크 세계관은 좀 더 새롭고 독특한 느낌을 만들어 내길 원하는 게임 콘텐츠에서 매력적인 눈길로 바라보고 있는 요소다. 그래서 적지 않은 게임들이 스팀펑크를 세계관의 기본으로 차용하거나, 게임 속 곳곳에 스팀펑크의 요소를 활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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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이경혁 칼럼니스트

 


 

※ 본 글의 내용은 한국콘텐츠진흥원의 견해와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OTT 서비스, 글로벌 미디어 시장의 중심에 서다

상상발전소/콘텐츠이슈&인사이트 2018.08.06 16:00 Posted by 한국콘텐츠진흥원 상상발전소 KOCCA

 

 

 

 

 

 

최근 콘텐츠 플랫폼의 변화가 인터넷 플랫폼 기반으로 급속히 재편되고 있다. 넷플릭스(Netflix)와 유튜브(Youtube)는 각각 유료 및 광고로 운영되는 대표적인 OTT(Over The Top) 서비스다. 페이스북(Facebook)이나 아마존(Amazon)역시 이용자들을 대상으로 스트리밍 동영상 콘텐츠를 제공·판매하는 방식을 도입했다. OTT 서비스로 정보와 콘텐츠, 커뮤니케이션을 유통하는 플랫폼 사업 자체가 거대한 글로벌 시장을 타깃으로 삼기 시작한 것이다. OTT 서비스는 콘텐츠의 지리적 시장 한계의 극복이 가능하다. 인터넷 사용이 가능한 지역이라면 전 세계 국가에서 OTT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기 때문에, 기존의 방송이나 통신 서비스에 비해 사업자의 글로벌 시장 진출이 훨씬 쉽다. 국내 시장에서도 푹(POOQ)이나 티빙(TVING)과 같은 방송 콘텐츠 기반 OTT 사업자들이 활동하고 있으며, 1인 미디어 기반 사업자들이 참여하는 플랫폼인 아프리카TV 또한 인터넷 콘텐츠 시장을 개척하고 있다.

 

 

OTT 서비스가 기존 콘텐츠 플랫폼 서비스를 대체할 가능성은 점점 높아지고 있다. 이용자들이 선호 장르의 콘텐츠를 독점적이고 안정적으로 공급받을 수 있기 때문에, OTT서비스는 가격과 편리성, 그리고 모바일 환경에서 가장 적합한 서비스로 평가받는다. 게다가 OTT 서비스가 넷플릭스처럼 자체 콘텐츠를 제작하는 수직 모델을 구성하면 콘텐츠 시장에도 발을 넓힐 수 있다. 이러한 OTT 서비스 사업자들은 모바일 시장을 포함해 미디어 광고 시장까지 그 영향력을 확대할 것이다.

 

 

 

최근 흥미로운 변화 중의 하나는 디즈니(Disney)라는 글로벌 미디어 기업의 전략 방향 전환이다. 영화와 스포츠 등을 중심으로 강력한 콘텐츠 경쟁력을 확보한 디즈니는 자사 보유 콘텐츠 자산을 바탕으로 독자적으로 글로벌 OTT 시장에 진입하려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이와 같은 디즈니의 전략은 완전한 통제력으로 자사가 보유한 영화·드라마·스포츠 콘텐츠와 온라인 콘텐츠 유통 플랫폼을 수직 결합하는 것이다.

 

 

이미지 출처 : <월트디즈니> <21세기 폭스>


 

디즈니는 독자적으로 글로벌 동영상 스트리밍 시장에 진입하기 위해 세 가지 사전 정비 작업을 시도하고 있다. 첫 번째 작업으로, 디즈니는 더 많은 글로벌 콘텐츠 자산을 확보하기 위해 뉴스 코퍼레이션 소유 21세기 폭스(21st Century Fox)를 522억 달러에 인수하는 작업을 추진하고 있다. 디즈니의 경쟁 기업인 21세기 폭스가 확보한 영화 자산을 바탕으로 글로벌 OTT 시장을 새롭게 재편하겠다는 의지다. 디즈니는 글로벌 OTT 서비스 시장을 독점하고 있는 넷플릭스와의 경쟁을 위해 고품질 글로벌 콘텐츠의 필요성을 강하게 인식했고, 넷플릭스에 공급되는 자사 콘텐츠들을 더 이상 제공하지 않기로 했다.

 

 

이미지 출처 : Hulu

 

 

두 번째 작업으로, 디즈니는 폭스와의 합병을 통해 훌루(Hulu) 지분의 30%를 추가로 인수해 안정적으로 기존 OTT 플랫폼을 통제하려는 전략을 추진중이다. 훌루는 기존의 폭스가 소유하고 있었던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 플랫폼으로, 디즈니를 포함해 폭스와 타임워너, 컴캐스트 등 미국 내 주요 글로벌 미디어 기업들이 합작으로 설립했다. 디즈니는 합작으로 설립된 훌루가 다른 경쟁 기업들의 개입이나 갈등이 존재할 위험이 있다고 보고 훌루에 대한 지배적인 지분을 확보해 통제력을 갖고자 했다. 그러나 훌루의 또 다른 핵심 주주인 NBCU와 컴캐스트는 여전히 훌루에 대한 통제력을 포기하지 않고 있다. 따라서 1천 6백만 명의 가입자를 가진 훌루의 미래는 디즈니와 컴캐스트 간의 치열한 경쟁의 결과에 따라 그 방향이 결정될 것이다.

 

 

마지막 작업으로, 디즈니는 자사 브랜드의 OTT 서비스 런칭을 준비 중이다. 인터넷 스트리밍 시장 진출을 위한 기존 OTT 서비스 플랫폼 훌루에 대해 효율적인 통제가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이는 자신들이 보유하고 있는 영화와 스포츠 콘텐츠를 중심으로 독립적인 디즈니 OTT 서비스 브랜드를 직접 소유·운영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훌루와 자사 브랜드의 플랫폼을 적절하게 보완하면서 통합적으로는 글로벌 콘텐츠 유통 시장 확대를 목표로 하는 것이다.

 

 

디즈니의 OTT 서비스 플랫폼에 대한 전략적 전환은 기본적으로 미디어 환경 변화에 따른 수익성 확보 이유 때문이다. 디지털과 모바일 인터넷 환경에서 대부분 스마트폰과 PC를 사용하는 이용자들은 VOD 콘텐츠 소비 경향이 강해졌다. 2017년 OTT 서비스 이용 기기의 이용률은 스마트폰/태블릿 PC가 97.9%, 데스크탑 PC가 10.0%, 노트북 5.3%순으로 스마트기기의 활용도가 압도적이었다. 기존의 유료방송 비즈니스 모델로는 더 이상 이용자들을 확보·유지하기도, 광고료를 창출하기도 어려워진 것이다. 콘텐츠 이용자들은 점차 선호하는 콘텐츠만을 최소한의 비용으로 선택하여 모바일로 시청하는 행태 으며 디즈니는 이 변화를 받아들여야 했다.

 

 

이미지 출처 : 정보통신정책연구회, <OTT 서비스 이용 기기의 이용률(2017)>

 

 

디즈니와 같은 콘텐츠 사업자들은 유료방송 플랫폼 사업자들이 자사 채널을 묶음으로 판매해 채널이용료나 광고료를 받는 것보다는 이용자들로부터 직접 이용료를 받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고 판단했던 것 같다. 특히 콘텐츠 경쟁력이 있는 디즈니는 유료방송 플랫폼 사업자들을 경유하지 않고서도 인터넷을 통한 통해 독자적으로 콘텐츠를 유통하여 수수료 비용은 줄이고 수익은 높이되 통제력을 강화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게다가 OTT 서비스 플랫폼을 활용하게 되면 이용자 기반을 글로벌 시장으로 확대할 수 있는 이점까지 생기게 된다.

 

 

 

 

 

 

넷플릭스와의 직접 경쟁을 선언한 디즈니의 변신이 주목받고 있는 가운데 여러 경쟁 미디어 기업들의 대응이나 변화 또한 가시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글로벌 OTT 서비스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넷플릭스, 글로벌 상품 판매뿐 아니라 엔터테인먼트 콘텐츠 시장 유통에도 나선 아마존과 같은 기업들은 막대한 제작비를 추가로 투입해 다른 플랫폼과의 콘텐츠 차별화에 나서고 있다. 넷플릭스와 아마존은 2018년 오리지널 콘텐츠 확보에 70억 달러를, 페이스북은 자사의 프리미엄 비디오 플랫폼인 워치(watch)의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을 위해 1조 1,300억 원(10억 달러)이라는 막대한 규모를 투자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기존의 플랫폼을 통해 확보된 이용자와 더 매력 있는 콘텐츠를 수직적으로 결합해 지속해서 OTT 서비스 가입자를 유지하겠다는 목적으로 보인다.

 

 

한편, CBS와 타임워너의 HBO 등도 독자적으로 OTT 서비스 브랜드를 런칭·운영 중이다. 이들은 디즈니와 마찬가지로 할리우드 영화와 미국 드라마 등에서 강력한 경쟁력을 갖고 있어 독자적인 콘텐츠 유통 비즈니스가 가능한 것으로 보인다. 이외에도 디스커버리 커뮤니케이션즈(Discovery Communications)는 인기 있는 케이블TV 채널을 소유하고 있는 스크립스 네트웍스 인터랙티브(Scripps Networks Interactive)를 인수해 공격적으로 OTT 서비스 진출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OTT 서비스는 가장 편리하고 값싸게 콘텐츠를 이용할 수 있는 핵심 플랫폼으로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 특히 넷플릭스는 이미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 부부와 스토리텔링 파트너십을 맺는 등 다른 콘텐츠 플랫폼이 따라올 수 없는 독보적인 위치까지 올라간 것으로 보인다.

 

 

국내 시장 속에서의 디즈니나 다른 글로벌 미디어 기업들의 OTT 서비스 런칭은 아직까지 비교적 영향력이 크지 않았지만, 글로벌 추세에 따라 시장이 잠식될 수 있는 가능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 최근 넷플릭스는 LG 유플러스와의 전략적 제휴를 통해 본격적으로 국내 OTT 서비스 시장을 확대하려는 움직임을 보였으며 HBO(Home Box Office)는 국내 벤쳐기업 프로그램스와 판권 계약을 체결하며 자사의 시리즈 콘텐츠를 유통하고 있다.

 

 

이러한 미국계 글로벌 미디어 기업들의 OTT 서비스 시장 진출과 장악이 가속화되면 세계 핵심 콘텐츠 시장의 생산과 소비는 유튜브나 페이스북과 같은 소수 글로벌 기업에 의해 좌우될 가능성이 커질 수 있다. 따라서 국내시장 역시 경쟁력있는 콘텐츠 제작과 플랫폼 산업에 적극적으로 투자를 확대하는 등, 해외 거대 공룡기업에 의한 시장 잠식 위험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

 

 

 

 

 

※ 본 글의 내용은 한국콘텐츠진흥원의 견해와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방송영상산업, AI와 손을 잡다

상상발전소/방송 영화 2018.07.30 15:30 Posted by 한국콘텐츠진흥원 상상발전소 KOCCA

 

 

“인류를 지배하기 위한 시작이라고 말했던 것은 농담이었어요.

다음에는 상황을 보며 농담을 하겠습니다.”

지난 1월 한국을 찾아온 인공지능(AI) 로봇 ‘소피아’

자신의 발언에 해명하며 AI 로봇들의 역할은 인간을 돕는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일반적으로 기계는 오류가 발생하면 그 상태를 유지하거나 동작을 멈추기 마련이다.

소피아처럼 해명하지 않는다. 이용자가 고쳐주기를 기다릴 뿐.

이렇듯 인간의 행동과 유사한 패턴을 가지고 있는 AI가

사람의 감각이 십분 발휘되는 방송 산업에 접목된다면 어떤 모습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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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송자은(편집부)

 

 

 


 

이미지 출처: 뉴스의 요미코(ニュースのヨミ子)

 

 

 

일본 NHK 방송에서는 AI 아나운서가 방송에 투입됐다. <뉴스체크 11> 속 코너인 <뉴스의 요미코(ニュースのヨミ子)>를 진행하는 캐릭터 '요미코'는 마네킹이나 로봇의 형태가 아닌 가상의 3D 아나운서 캐릭터로 ‘로봇 실황 중계’ 기술을 바탕으로 제작됐다. 요미코는 뉴스를 보도하는 것은 물론 실제 앵커들과 대화를 나누기도 한다.

 

화면 속에 투입되는 캐릭터 하나로 <뉴스체크 11>은 그들만의 차별화된 정체성을 갖게 되었다. AI 아나운서는 별도의 출연료가 들지 않고 방송 사고의 위험이 줄어 방송 제작에 있어서도 새로운 전환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요미코 아나운서는 TV 방송 뿐만 아니라 스마트스피커를 통해 뉴스를 읽어주기도 하는 등 NHK의 상징이 되는 캐릭터로 부상중이다. NHK는 이러한 서비스를 통해 인공지능 딥러닝 기술을 축적, 남성 캐릭터를 사용한 AI 아나운서 또한 개발할 계획이다.

 

또한 라디오 방송국에서 일을 시작한 인공지능 DJ도 있다. TBS 라디오에서는 지난해 10월부터 AI가 사람과 함께 라디오 프로그램을 진행하기도 했다. 단 시간에 대량의 데이터를 분석할 수 있는 만큼 경마를 예상하고 선곡을 하는 등의 역할을 해내고 있다.

 

 

 

 

 

이미지 출처: 왕짜이(汪仔)

 


 

보도 분야에 있어 AI의 활약이 두드러지는 이유는 ‘정보 분석’ 능력이 인간에 비해 훨씬 뛰어나기 때문일 터다. 중국에서는 AI 인터뷰 전문 로봇의 활약이 두드러지고 있다. 지난 3월 열린 중국 최대의 정치행사인 양회(兩會)에서는 인민망 로봇기자 ‘왕짜이(汪仔)’가 등장했다. 왕짜이는 일반 사람처럼 언어구사, 동작, 생각, 음성인식, 자연언어처리, 데이터 발굴 등의 분야에서 뛰어난 능력을 보이며 인민망 ‘강국포럼’, ‘정부업무보고’ 해석 프로그램의 양회 보도 코너에 최초로 등장해 인터뷰 프로그램의 ‘신병’으로 떠올랐다.

 

또 산둥(山東, 산동) 방송국은 빅데이터 분석이 가능한 귀여운 AI 로봇 캐릭터 기자 ‘샤오치메이(小齊妹)’가 뉴스에 등장해 보도를 도맡아 하기도 했다.

 

 

 

 

 

이미지 출처 : theneweconomy

 

 

 

이세돌과 알파고의 바둑시합은 그야말로 세기의 대결이었다. 모든 수를 예측해 바둑을 두는 알파고는 엄청난 연산능력으로 결국 바둑천재 이세돌에게 승리를 거두었지만, 그의 오랜 연륜을 완전히 간파하지는 못했다. 인간과 AI간의 대결은 이미 승패가 결정된 무의미한 행위라 볼 수도 있겠지만 한편으로는 인간의 한계를 시험하는 중요한 전환점이기도 하다.

 

아프리카TV에서는 지난해 AI와 인간의 스타크래프트 대결을 실황 중계하기도 했다. 인간 대표로 나선 게이머 송병구는 총사령관이라는 별명답게 4전 4승이라는 압도적인 승부를 펼쳐 인공지능을 이긴 또 한명의 인간으로 기록됐다.

 

인간과 AI를 대결 구도로 해석해온 그동안의 콘텐츠와 달리 보다 인간의 삶에 가까워진 AI를 소재로 하는 드라마도 늘어나고 있다. KBS2 <너도 인간이니>, MBC <로봇이 아니야> 에서는 AI를 인간과 교감하는 존재로 그려내 그들이 서로에게 느끼는 감정을 재해석 하기도 했다.

 

이제 우리는 일상의 다양한 상황에서 여러 장르에 녹아든 AI를 만날 수 있다. 특히 AI와 방송산업과의 접목은 방송 제작 환경과 방식에 있어서도 새로운 변화가 나타날 것을 시사한다. AI의 활약이 방송 산업의 긍정적 전환점으로 나타나기를 기대해본다.

 

 

 

※ 본 글의 내용은 한국콘텐츠진흥원의 견해와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스튜디오 드래곤>, 한국 영상 제작의 새로운 신호탄을 쏘다.

상상발전소/방송 영화 2018.07.23 17:00 Posted by 한국콘텐츠진흥원 상상발전소 KOCCA

 

 

 

 

 

 

‘용’ 비어천가다. 

 

 

존재하지 않았던 사업자가 등장했다. 그것도 방송제작사도 협상의 주도권을 쥘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사업자다. 2018년 6월 18일 현재 시가총액이 2조 9천억 원에 이른다. 창립시점으로 따지면 2년 남짓, 기업공개 시점으로 보면 대략 1년 남짓 만에 300% 넘게 시가총액이 올랐다. 동종업계 대표 사업자인 삼화네트웍스의 시가총액이 700억 원 내외인 것과 비교하면 그 규모를 알 수 있다. 더구나 SBS가 4천4백억 원, SBS미디어홀딩스 4천억 원, SBS콘텐츠허브 등 상장된 SBS 방송그룹의 시가총액이 대략 1조 원 내외라는 것을 감안하면, 이 기업의 위상이 어느 정도인지를 짐작할 수 있다.

 

 

이미지 출처 : NAVER 금융

 

 

일부에서는 의심의 눈초리로 쳐다보기도 한다. 전체 주식 중 시중에 유통되는 양이 25% 내외에 불과해, 일부 세력이 손쉽게 유통되지 않은 주식의 총량이 75%에 가까워 일부 세력이 손쉽게 주가를 부양 할 수 있는게 아닌가라고 의심을 한다. 134.61배에 이른다는 이야기는 의심에 확신을 더하는 재료가 되기도 한다. 2017년 300억 원 내외의 영업이익을 내는 기업의 시가총액으로는 너무 과하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관련 업계에서도 이런 저런 이야기가 흘러 나온다. 독립제작사들은 애써 키워놓은 인력을 뺏어간다고 뒷담화고, 규모에 걸맞는 사회적 책임을 다하라는 주장도 나온다. 제작인력에 대한 처우개선이 척박한 동네에서 ‘기업’이라 불릴만한 제작사가 나오다 보니 이래저래 요구사항도 많아지고 있다.

 

 

 

그러나 ‘산업’과 ‘사업’이란 전제 조건이 붙는다면, 그 어떤 의심의 눈초리에도 불구하고, 방송시장에 미래의 성장가치로 평가받는 사업자가 등장했다는 사실만으도로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다소 성급할 순 있지만, 한국 방송 역사상 의미있는 한 획을 긋는 기업의 등장은 제대로 평가받고 인정받을 필요가 있다. 다른 사업자들도 ‘스튜디오 드래곤’이 그린 그림을 발판삼아 도약할 수 있다면 한국 방송시장에 더욱 큰 의미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10여 년 만에 의미있는 채널 사업자로 성장한 tvN이 방송시장의 기존 문법을 그대로 준수하면서 성장했다면, ‘스튜디오 드래곤’은 국내 시장에 없는 모델을 만들었다는 점에서도 평가받을 가치가 있다. 역설적으로 ‘스튜디오 드래곤’에 대한 이런 저런 요구 역시 없던 모델에 대한 부러움과 희망이 담겨져 있다고 볼 수도 있다. 그 모델은 한국 제작시장의 척박함을 해결할 수 있는 대안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시장에선 다양한 이해들이 서로 상충한다. 그 이해가 부딪치고 상쇄되는 과정이 반복적으로 일어나면서 자연스럽게 시장 균형에 도달한다. 다만 이 때의 시장 균형은 도덕적 가치를 담고 있지는 않다. 선악이 아니라 작동 방식일 뿐이다. 바름과 그름의 가치를 따지지 않는다. 그래서 시장이 균형 상태라 하더라도 시장을 흔들어서 옳지 않은 것들을 걸러내는 작업은 필요하다.

 

 

 

이미지 출처 : 방송 트렌트 & 인사이트 2018년 1호 Vol. 14

 

 

 

방송 제작 시장은 나름 시장의 균형에는 도달했으나, 아쉬움이 많았다. 이 시장은 정책 개입을 통해 균형이 맞추어졌다. 대표적인 것이 외주제작 정책이다. 정책 당국자들은 지상파 방송사업자들의 시장 권력이 너무 강하다고 판단했다. 시장이 다양하고 역동적인 움직임을 보이기 위해서는 지상파 방송사업자의 손과 발을 묶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스스로 제작할 수 있는 권한을 제한했다.

 

 


외주정책의 등장이다. 제한의 크기만큼 새로운 사업자가 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시장의 반응을 기대하면서 정책 당국자는 수 십 차례에 걸쳐 재개정을 반복해 외주제작 편성비율을 조정했다. 지상파의 제작 능력은 감소했고, 시간이 흘러 기획 능력도 줄어들었다. 그 사이에 경쟁채널들이 등장하면서 외주정책을 도입 할 당시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지상파의 영향력은 줄어들었다. 그러나 의도했던 것만큼 지상파에 방송제작업자가 등장하지는 않았다고, 기존 제작업자의 경쟁력도 강화되지도 못했다. 여러 제작사업자가 등장하고 사라지기를 반복했다. 30여년 동안 방송제작시장의 풍파를 겪으면서 아직도 살아남아있는 삼화네트웍스의 규모도 크게 변하지 않았다. 지상파의 힘은 빠졌으나, 제작사의 힘을 키우지는 못한 것이다.

 

 

 

 

겉으로만 보면 글로벌 마켓에서 소위 한류 콘텐츠의 인기가 올라가면서 영상산업이 활력을 띄고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해외 수출 편수는 늘어났고, 전체 수익 규모도 늘었다. 일본 총무성의 자료이긴 하지만, 2015년 기준 한국 방송 콘텐츠 수출 규모는 미국과 영국에 이어 세계 3위 규모다. 그러나 시장의 변화를 주도하는 제작사업자는 등장하지 않았다. 발을 동동 구르면서 아쉬워했지만, 대응을 하기에는 가진 것이 너무 없었다. 방송사의 선택에 의존해야 하는 구조는 변함이 없다. 선택을 받기 위해서는 유명 연예인을 불러와야 했고, 그만큼 높은 개런티를 지불하고 남은 제작비용은 부족했고, 스태프들의 처우는 악화되었다. 선택받지 못한 중 소규모의 영상 제작사들은 수익성이 낮은 모바일 시장 진출을 탐색할 정도다. 국내 자본시장도 국내 제작사를 외면했다. 그 와중에 자국 콘텐츠 제작 품질을 높이기 위해서 중국 자본이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초록뱀과 같은 대형 제작자들이 하나둘씩 중국 자본에 인수되었다.

 

 

M&A의 대표적인 예로 스튜디오 드래곤이 문화창고, 화앤담픽쳐스, KPJ를 인수 하였다.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시장은 나름의 해법을 내 놓는다. 대표적인 것이 합종연횡이다. 글로벌 시장이 그랬다. 북미시장만을 놓고 보면 1980년대 중반부터 시작된 1차 M&A 열풍 이후, 2010년대에는 2차 M&A 열풍이 진행 중이다. 그러나 국내 시장은 그렇지 못했다. 감독 혹은 작가 중심의 제작시장은 이 흐름을 외면했다. 합종연횡은 감독과 작가의 색깔을 잃어버릴 수도 있는 위험한 카드다. 설사 부도가 나더라도 자존심, 이른바 ‘가오’는 지켜야 했다.

 

 

 

사실 합종연횡을 논하기에는 너무 규모가 작았다는 현실적인 문제도 있었다. 합쳐서 얻을 것이 그다지 많지 않았던 탓이다. 정책 당국은 방송이 문화산업이란 이유로 다양한 지원 정책을 추진했고, 허울뿐인 영광일망정 사업자는 그렇게 연명해 갔다. 그래서 지상파의 힘이 약화된 상황에서도 제작사는 협상을 주도할 수 없었다. 협상력이 없는데, 저작권(IP: Intellectual Property)을 가져온다는 건 불가능하다. 저작권을 가질 수 없는 상황에 대한 불만은 컸으나 스스로 저작권을 가져올 힘을 키우지는 못한 것으로 보인다.

 

 

 

 

 

 

 

시장은 거슬러서도 안 되고, 소비자를 가르치려 해서도 안 된다. 시장의 도도한 흐름을 역행해서 사업을 발전시킬 수도 없고, 소비자의 오랜 관행과 습관이 자연스럽게 변화하도록 흐름을 만드는 것은 가능해도, 소비자를 가르치고 설득해서 습관을 바꾸려는 행위는 언제나 실패를 가져왔다.

 

 

 

제작시장은 이른바 ‘작품성’과 ‘제작자의 자율성’이 무엇보다 중요한 시장이다. 이들과 연대하고 합종해서 새로운 그림을 그리려고 한다면 작가주의와 감독주의란 한국 영상 제작시장의 특성을 유지하고 포용하되, 규모의 경제를 만들고 해외 진출 등 시장의 성장성을 담보할 수 있는 구조를 가져야 한다. ‘스튜디오 드래곤’ 사업모델이 의미가 있는 건 이 어려운 문제를 지주회사와 자회사의 관점에서 재해석했다는 점이다.

 

 

이미지 출처 : 방송 트렌트 & 인사이트 2018년 1호 Vol. 14

 

 

 

무리하지 않았다. 일단 박지윤 작가의 <문화창고>와 김은숙 작가의 <화앤담픽쳐스> 지분을 각 30% 정도 취득하면서 그 가능성을 테스트했다. 그것이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의미 있는 시도라는 판단이 들고서야 자회사를 포용할 수 있는 중간지주회사의 성격을 띤 ‘스튜디오 드래곤’을 설립했고, 남은 지분도 인수했다. 대표적인 사업자가 동참 한 상황에서 추가적으로 KPJ를 인수하는 건 상대적으로 쉬웠다.

 

 

 

합병은 구매자와 판매자의 이해가 일치해야 가능하다. 인수를 단행한 舊 CJ E&M (現 CJ ENM)은 그림을 그릴 이유가 분명하다. CJ헬로비전(現 CJ헬로)를 매각하려고 했던 것에서 알 수 있듯이, 향후 미디어 시장의 성패를 플랫폼이 아니라 콘텐츠에서 찾고자 했다. 이 좁은 시장이 아니라 글로벌 시장을 탐하는 사업자라면 당연히 선택해야 할 지점이다. HOW에 대한 고민은 있을망정 방향성은 명확하다. 구매자의 입장은 분명하다. 그러나 판매자가 구매자와 같은 의도일 수는 없다. 김은숙 작가나 박지은 작가는 그 자체로 브랜드다. ‘김은숙’과 ‘박지은’은 해외시장에서도 통한다. 그들 앞에는 돈뭉치를 들고 선택을 갈망하는 사업자들이 줄을 서 있다. 적어도 당장의 위기감은 없다. 이들의 마음을 사려면 미래의 두려움을 나누되, 성장의 방향성은 같아야 한다.

 

 

이미지 출처 : 이미지 : 김은숙 작가의 작품 KBS <태양의 후예>, tvN <도깨비>, <미스터 션샤인>

이미지 출처 : 박지은 작가의 작품 SBS <별에서 온 그대>, <푸른바다의 전설>, KBS2 <프로듀사>

 

 

 

 

어쩌면 한계를 느꼈을지도 모른다. 규모의 경제가 달성되지 못한 생존 기반 탓에 한국의 제작사들은 악마의 유혹을 거부할 수가 없다. 먹고 살기 위해서는 제작단가가 낮은 영상물도 제작해야 한다. 인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생존을 담보로 작업을 하다 보면 수준 높은 작품을 제대로 제작할 수 없는 구조가 되기 십상이다. 자신의 자율성을 침해당하지 않으면서도 생존을 위한 최소 규모를 담보할 수 있다면 최선일 수 있다. 일정 정도 구조적인 안전망이 있다면, 기꺼이 손을 잡고 같이 갈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러기에 자본의 규모 자체는 크게 중요하지 않았던 것 같다. 총 자본금이 140억 원에 불과했던 ‘스튜디오 드래곤’이었으니, 초기에 엄청난 금액을 지불하고 자회사의 틀을 만들었을 개연성은 떨어진다. 실제로 어느 정도의 자금이 오고 갔는지는 확인할 순 없었으나, 충분히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개별 스튜디오 입장에서는 거인의 품속으로 들어가 제작상의 안전을 보장받고, 덧붙여서 상호 시너지와 자율성을 확보할 수 있다면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 대목이다.

 

 

 

스튜디오드래곤은 이를 해당 사업자들의 꿈이라고 설명했다.

 

 

 

 

 

 

 

 

<미스터 선샤인>(tvN)은 400억 원짜리 프로젝트다. 개별 제작사가 저작권을 방송사에 넘기지 않으면서 얻을 수 있는 수익은 방영권 판매 수익 정도다. 대부분의 제작사들이 저작권을 넘기면서까지 제작비용을 보전받고 싶어하는 것에 비하면, 그나마 방영권만을 판매할 수 있으면 다행이다. 그러나 여기에는 다른 산수가 필요하다. 저작권을 넘기는 것에 비해 방영권 판매 가격은 낮다. 방영권을 구매하는 방송사의 입장에서는 지불 가능한 최대 상한선이 정해져 있다. 대략 20%정도의 시청률을 기록한다고 했을 때 방송사가 벌어들일 수 있는 총 수익은 해당 프로그램 광고 시간의 완판과 재방송 광고 시간의 완판 등을 합쳐서 대략 200억 원 내외다. 그러나 성공가능성이 도박에 비견되는 콘텐츠 시장을 감안하면 최대 지불 금액은 대략 100억 원 미만일 가능성이 높다. 김은숙 작가 정도가 그나마 이정도의 예상 금액을 상상할 수 있을 뿐, 다른 작가라면 지불 가능 금액이 더 낮아질 수 밖에 없다. 방송사의 기본적인 이익금과 혹시도 모를 실패를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미지 출처 : tvN

 

 

 

실제로 <미스터 선샤인>(tvN)은 SBS와의 협상이 결렬되면서 tvN으로 방송사가 바뀌었다. SBS는 방영권만을 기준으로 회당 3~5억 원을 제시(20부작일 경우 60억~100억 원)했다. 통상적인 수준의 드라마였다면 계약이 체결되었을지도 모른다.

 

 


김은숙 작가의 <태양의 후예>(KBS)는 초기에 200억 원 예산 규모를 넘는 실적을 얻어내기도 했으니 말이다. 그러나 400억 원 대작일 경우에는 힘들다. 다른 연쇄 효과를 기대하기 힘든 SBS로서는 제작사의 기대만큼 지불할 수가 없었다. 반면에 tvN은 수년간에 걸친 광고 역량을 발휘해서 다양한 협찬 및 간접 광고를 붙이고, CJ의 요식업 등과 연결시킬 수 있는 역량을 가지고 있다. 여전히 위험도는 높지만 상대적으로 SBS 대비 위험도를 낮출 수 있는 구조를 가졌다. 단순히 같은 계열사라서가 아니라, 고비용을 감당할 수 있는 사업 구조를 갖춘 탓이다.

 

 

 

제작사가 부담할 수 있는 위험도는 방송사로부터 지불받는 선판매 금액을 제외한 나머지 제작비용의 크기다. 금액이 커지면 커질수록 위험도도 높아진다. 그래서 해외 시장 판매 수익이 중요해진다. 이를 감당할 수 있는 구조를 갖추고 있다면, 작가는 자신의 상상력을 넓히기만 하면 된다. 돈이 문제가 아니었다는 것이다. CJ는 판권 사업이나, 기타 부가적인 사업도 같이 한다. 만약 깐깐하게 모든 것을 간섭하려고 한다면 제작사들은 거부했을 수도 있다. 그러나 자율성을 최대한 인정해 준다면 금상첨화다. 이는 각 회사별로 운영 방식이 차별화되어 있다는 것에서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화담>은 비교적 독자적으로 사업을 개척할 수 있는 자율성을 가지고 있는 반면, <KPJ>는 기획쪽에 강화되어 있어서 ‘스튜디오 드래곤’과 협력 비중이 높다. 즉, 개별 자회사의 선택에 따라서 협력 비중을 결정할 수 있다는 것은 그만큼 개별 자회사들의 자율성이 인정받고 있다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자율성도 인정받고, 꿈을 꿀 수 있는 규모가 있으며, 해외 판매 등 금전적인 문제에 대한 고민을 할 필요가 없다면, 기꺼이 CJ의 제안을 받아들일 수 있다.

 

 

 

그래서 400억 원이 들어간 <미스터 선샤인>(tvN)은 그 자체로 상징이고 중요한 이정표다. 콘텐츠 시장의 위험도를 감안한다면 규모의 경제가 발생하지 않는 상황에서 이 정도의 도박을 하는 것이 쉽지 않다. 한국 영화가 이제 겨우 200억 원 언저리의 작품을 만들기 시작했는데, 광고 서비스에 의존하는 드라마가 최고가의 영화 두 편을 제작할 수 있는 수준의 작품을 만든다는 것은 산업적 측면에서 그다지 매력적이지 않다. 그런데도 이것이 가능한 것은 ‘스튜디오 드래곤’이 위험을 감당할 수준이 되었다는 것을 보여주는 셈이다. 규모는 결정적이다. 2018년 현재 ‘스튜디오 드래곤’은 대략 25편 정도의 프로젝트를 제작 중이다. 대부분의 제작사들이 1년에 2~3편 정도 만드는 수준에 불과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획기적이다. 국내에서 연간 소비되는 드라마가 대략 총 80~100여 편 정도라는 것을 감안하면 대략 ‘스튜디오 드래곤’이 25~30% 정도 시장을 점유하게 되는 셈이다. 물론 이 중에는 제작 전체를 감당하는 프로젝트도 있고, 기획만 하고 다른 사업자와 제휴를 하는 모델도 있다. 하지만 제작 편 수는 그 자체로 규모다.

 

 

 

<연도별 대표 드라마 및 제작 편수>('87~'16년, 편, 각사IR자료)

 

 

 

 

제작편수는 수익성은 물론 위기관리와도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 제작 편 수가 많으면 그만큼 위험을 회피할 수 있는 여력이 생긴다. 파산이 일상적인 국내 제작 시장에서 자리를 지켜왔던 <삼화 프로덕션>의 예에서도 분명하게 드러난다. 영화와 달리 방송은 미리 방송사 등과의 협의를 통해서 영상 제작을 하고 일부의 경우에는 해외 사전 판매까지 이루어지는 시장인데도 불구하고, 수익성의 위험은 있다. 영화시장에서 평균적으로 10편을 제작해 1편이 성공하면 살아남을 수 있다고 한다면, 방송시장은 대략 6편중 1편이 성공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스튜디오 드래곤’은 제작 편 수를 늘리면서 그 위험도를 낮추었다. 위험도가 낮아지니 자연스럽게 예전에는 하지 못했던 규모의 상품을 만들 수 있게 된 것이다.

 

 

 

 

<삼화네트웍스의 제작편수 대비 수익성 변화>, ('10~'11CAGR%, IR자료, SKRI분석)

 

 

 

 

‘스튜디오 드래곤’으로 인해 제작사가 방송사에 얽매이지 않고 드라마 콘텐츠 그 자체로써 사업을 확장할 수 있는 구조가 생겼다. 이전의 제작사의 사업모델이 가내수공업의 성격이 강하고, 사실상 하청업체에 가까웠다 라고 한다면 이제는 방송사와 힘을 겨룰 수 있고, 덕분에 저작권을 확보할 수 있는 진정한 의미의 프로덕션 사업을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렇게 늘어난 제작 편수를 온전히 감당하려면 자사 채널만 고집해서는 안된다. 다른 채널에도 방송 프로그램을 공급할 수 있어야 한다. <몬스터 유니온>(KBS)이 여전히 자기 채널을 고집하는 것과는 다르다. ‘스튜디오 드래곤’이 다양한 채널과의 교류로 보편적인 영상물 제작으로 확장할 수 있는 것에 비해서, <몬스터 유니온>(KBS)은 근친으로 인한 기형이 발생할 위험 이 있을 수 밖에 없는 구조다. 타 채널 사업자가 여러 우려에도 불구하고 선택할 수 밖에 없는 작품을 만들어 내야 하는 것이 ‘스튜디오 드래곤’의 도전적 운명인 반면에, 내부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선택해 주는 자사의 채널이 있기에 안주할 수 있는 <몬스터 유니온>의 안정적 운명은 결과가 다를 수 밖에 없다.

 

 

 

 

 

저작권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파생상품을 상상해 볼 수 있다는 이야기다. 물론 단기간에 의미있는 머천다이즈(Merchandise) 사업을 하긴 어렵다. 현재 대부분의 머천다이즈는 애니메이션에 기반한 캐릭터 사업에서 나오는 것이기에 드라마 제작에 최적화되어 있는 현 시점에서 ‘스튜디오 드래곤’에게 머천다이즈는 당장 선택할 수 있는 옵션이 아니다. 머천다이즈를 제외한 파생상품의 경우 미디어의 힘을 커머스로 확장시키는 그림은 상상해 볼 여지가 있다. 예를 들어 협찬 규모를 글로벌 영역까지 확장시키는 방법도 그 중의 하나일 수 있다. 아직까지 국내 시장의 광고주들은 해외 시장까지 염두에 두고 PPL을 하지는 않는다. 해외에서 반응이 있다고 해도 그 효과는 그냥 덤일 뿐 PPL 정산 시에 그 부분을 크게 고려하지 않는다. 하지만 해외 시장을 겨냥한 대규모 프로젝트가 만들어지고, 의미를 가지게 되면 그 때는 상황이 달라질 수도 있다. 소니(Sony)가 글로벌 시장을 염두에 두고 PPL을 했던 것과 같은 상황이 드라마 시장에서도 열릴 수 있다고 ‘스튜디오 드래곤’은 보고 있다.

 

 

그렇게 되기 위해서 글로벌은 상수여야 한다. 이 대목에서 최진희 대표는 일본 사례에 빗대어 국내 시장의 한계를 명확히 짚어내고 있다.

 

 

 

 

그는 글로벌은 단순히 동남아 시장을 겨냥하고 있지는 않다. 국내 제작 시장에서는 <로맨틱>물이 아니면 글로벌에서 성공할 수 없다고 암묵적으로 동의하고 있다. 이때의 글로벌의 의미는 동남아 정도다. 동남아 시장은 상대적으로 지불 능력이 낮기 때문에 고비용의 드라마를 만들 여지가 낮고, 일과의 피로를 풀기 위해서 드라마를 시청하기 때문에 가벼운 내용을 선호한다고 알려져 있다. 결국 로맨틱 코미디 정도가 수용될 수 있는 환경인 셈이다. 일부 국가에서 한류 드라마가 인기를 끌고 있다곤 하지만, 개별 드라마의 특성에 기인할 뿐 구조적이지 않다. 이런 현실을 인정하게 되면 대작물을 기획, 제작한다는 건 불가능해지고, 결국 북미의 영상 콘텐츠와는 경쟁이 불가능함을 스스로 인정할 수 밖에 없게 된다. ‘스튜디오 드래곤’이 그리는 글로벌은 중국과 동남아를 넘어선 시장이다. 그리고 그 수단으로 보고 있는 것이 바로 장르물이다. 지금은 넷플릭스와 제휴해서 글로벌 시장 진입을 꾀하고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장르물과 같이 특화된 콘텐츠로 글로벌 시장과 직접 맞짱을 뜨고 싶다는 생각을 감추지 않았다.

 

 

 

제작시장에서도 나름의 상식이 있다. 그 상식을 거스르는 사업자가 ‘스튜디오 드래곤’이다. 국내 시장이 아닌 글로벌을 지향하고, 동남아가 아닌 세계를 지향한다. ABC나 디즈니에 ‘스튜디오 드래곤’이 제작한 드라마를 상영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생각하는 ‘발칙한’ 사업자다.

 

 

 

그렇게 한국 시장에 새로운 모델이 등장했다.

 

 

※ 본 글의 내용은 한국콘텐츠진흥원의 견해와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5G가 바꾸어 놓을 콘텐츠 세상

상상발전소/콘텐츠이슈&인사이트 2018.07.18 18:49 Posted by 한국콘텐츠진흥원 상상발전소 KOCCA

 

 

 

먼 미래의 일일 것만 같았던 5세대 이동통신(5G)이 어느새 상용화를 앞두고 있다. 평창동계올림픽을 5세대 이동통신의 시범 서비스 데뷔 무대로 만들겠다던 정부와 업계의 목표가 어느정도 성공을 거두면서 상용 서비스도 그리 멀지 않은 일이 됐다. 이제 LTE에 익숙해지나했더니 곧 다음 세대 기술을 고민해야 하는 상황이다.

 

특히 5세대 이동통신은 단순히 빠른 인터넷이 아니라 네트워크를 통해 세상을 바꿀 수 있는 기반 기술서의 의미가 크다. 통신 업계에서는 일반 가입자를 대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네트워크 위에서 가치를 만들어내는 기업들을 통해 가입자들을 만난다고 해서 ‘B2B2C’라는 표현을 쓰기도 한다. 통신 속도가 지금보다 더 빨라야 할 이유가 예전과 달라졌고 5G가 이를 반영한다는 의미다.

 

 

 

 

5G 안테나. 5세대 이동통신은 기존 네트워크와 전혀 다른 가치를 추구한다.

 

 

인터넷을 비롯한 통신의 가장 큰 역할은 콘텐츠를 유통하는 것이었다. 네트워크는 채팅을 주고받거나 게시판의 글을 읽고, 사진을 보는 것에서 시작해 어느새 음악과 영화, 심지어 게임까지 실어 나르는 수단이 됐다. 통신의 속도는 곧 콘텐츠 미디어의 변화와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 인터넷의 보급과 함께 사라진 대표적인 산업이 바로 오프라인 콘텐츠 유통이다. 넷플릭스는 비디오 대여점을 밀어냈고, 아이튠즈는 음반 판매점을 대체했다. 테이프나 디스크, 책 등 ‘미디어’의 가치는 콘텐츠를 담는 데에서 나왔다. 우리가 돈을 주고 사는 것이 음악인지, 음악이 담긴 플라스틱 디스크인지 헷갈리는 것이 콘텐츠였다.

 

하지만 인터넷이 등장하면서 콘텐츠가 형체 없이 유통되기 시작했다. 파일을 내려 받는 것으로 음원을, 영화를 구입할 수 있게 됐다. 심지어 인터넷의 전송 속도가 빨라지고, 연결의 신뢰도가 높아지면서 스트리밍이 자리를 다져가고 있다. 아예 파일 전체를 내려 받는 개념도 희미해지는 것이다.

 

5세대 이동통신은 이전의 통신과 전혀 다른 방향의 진화를 꿈꾸고 있다. 단순히 ‘스마트폰에 영화 한 편 내려받는 데 1초’ 같은 식의 변화가 아니다. 파일을 내려 받는속도뿐 아니라 데이터가 전달되는 물리적인 속도가 그어느때보다 급격하게 빨라지게 된다. 휴대폰으로 가까이에서 통화하다 보면 실제 목소리와 전화 너머의 목소리 사이에 아주 약간의 시차가 있다. 이는 통신 기술의 ‘응답속도(Latency)’로 불리는 현상이다. 온라인 게임이 자연스러워지려면 바로 이 응답 속도가 빨라야 한다.

 

하지만 그 동안의 네트워크는 이 속도를 끌어올리는 노력에 상대적으로 소홀했다. 대신 한 번에 많은 ‘양’을 보내는 ‘데이터 전송률(Bit Rate)’에 더 집중해 왔다. 그리고 5세대 이동통신은 바로 이 응답 속도를 끌어올리는 것이 가장 중요한 통신망이다. 기존 네트워크보다 10배 수준으로 응답 속도가 빨라지고, 네트워크 범위를 넘어서도 ‘실시간’을 유지할 수 있다. 당장 이 빠른 응답 속도를 활용할 방법들이 거의 모든 산업에서 일어나고 있다.

 

네트워크 세상에서 ‘기다림’은 당연한 일이 아니다. 하지만 우리는 어느새 기다리는 데에 익숙해져 있었고 그 틀을 깨는 것에서 5세대 이동통신의 혁신이 시작된다. 모든 업계가 당장의 필요성을 떠나 5G 기술에 집중하는 이유다.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5G와 VR기술의 결합은 중요한 화두였다.

 

 

콘텐츠 업계도 이 변화를 예민하게 바라볼 수밖에 없다. 어떻게 보면 통신 환경에 따라 가장 급격하고 예민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는 게 바로 콘텐츠산업이기 때문이다. 기회가 될 수도, 독이 될 수도 있다. 그리고 새 기술에 대한 고민을 미루다가는 후자가 될 가능성이 높다.

 

당장 5G와 콘텐츠의 결합에서 가장 많이 이야기되는 것이 바로 가상현실이다. 가상현실이라고 하면 으레 VR(Virtual Reality)을 떠올리는데 증강현실로 부르는 AR(Augmented Reality)을 함께 아우르는 개념으로 보는 것이 옳다. 구분을 위해서 MR(Mixed Reality, 혼합현실)같은 말도 대중화되고 있는데, 가상현실 시장의 발전은 이 두 개념이 합쳐지면서 비로소 시작된다.

 

그렇다고 해서 가상현실과 5G 네트워크 사이의 관계를 요즘 우후죽순처럼 늘고 있는 VR 체험존에서 찾을 필요는 없다. VR 체험존처럼 고정된 공간에서 가상현실을 누리는 환경이라면 아직까지는 잘 꾸려진 와이파이 환경으로도 충분히 운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선을 끊고, 공간의 제약을 끊는 것이 무선 네트워크의 개념이듯 가상현실 역시 공간을 벗어나는 것에서 출발한다.

 

그런데 왜 가상현실과 차세대 이동통신 기술이 밀접하게 묶이는 것일까? 가상현실은 통신의 두 가지 속도 변화를 모두 끌어안기에 유리한 매체다. 가상현실은 쉽게 말하면 눈앞에 헤드셋을 쓰는 것으로 우리가 가상의 공간에 들어가는 것 같은 환경을 말한다. 실제같은 느낌을 만들어내기 위해 이 가상현실 헤드셋은 고개를 돌리거나 걸음걸이 등 움직임을 읽어내 그에 적합한 화면을눈 앞에 보여준다. 이 때문에 가상현실은 옆, 뒤는 물론이고 위, 아래까지 모든 면을 미리, 그리고 동시에 그려야 한다. 우리가 기존에 모니터로 바라보던 화면이 하나의 평면만을 그려내는 것과 비교하면 컴퓨터의 성능은 물론, 읽어 들여야 하는 데이터의 양이 몇 배는 늘어난다는 이야기다. 더 많은 데이터를 손실 없이 빠르게 실어 나르는 통신망의 필요성이 여기에서 나온다.

 

특히 지금 가상현실의 가장 큰 약점으로 꼽히는 것이 해상도인데 5G는 이 부분을 해소할 수 있는 방법으로 꼽힌다. 물론 그 안에는 디스플레이의 해상도와 고해상도 이미지를 처리할 수 있는 컴퓨터의 성능도 필요하지만 그만큼 중요한 것이 1시간에 몇 기가바이트(GB)씩 되는 데이터를 안정적으로 주고받을 수 있는 통신 성능이다.

 

가상현실에 필요한 통신의 또 다른 조건은 응답 속도에 있다. 이 가상현실이 지금 게임이나 체험 영상 등 대체로 혼자 이용하는 콘텐츠에 쓰이는 이유는 그 공간에 다른 사람이 들어오기 어렵기 때문이다. 내 가상 공간에 누군가 함께 한다는 이야기는 서로 상호 작용이 있어야 하는데, 가상 공간에서는 반응 속도가 지연되면 그 어색함이 배가된다. 이 응답 속도를 실시간이라고 느낄만큼 빨라져야 콘텐츠의 한계가 줄어들 수 있다. 가상현실 업계가 5G에 가장 기대하는 것이 바로 이 부분이다.

 

스포츠 대회는 가상현실 업계가 가장 주목하는 분야 중 하나다. 올 2월에 열린 평창동계올림픽에서도 5세대 이동통신과 가상현실 기술의 결합은 중요한 화두였다. 물론 상당 부분은 통신업계가 5세대 이동통신 기술의 우수성과 당위성을 알리기 위해 무리해서 짜낸 면도 있다. 하지만 특정 선수의 시야에서 스포츠 경기를 볼 수 있는 기술은 경기를 보는 재미를 한껏 높였다. 특히 경기장 곳곳에 VR을 촬영할 수 있는 카메라를 두고, 이를통해 경기 내용을 중계하는 서비스도 이뤄졌는데, 값비싼 티켓을 구입하지 않아도 헤드셋을 쓰는 것만으로 경기장의 가장 좋은 자리에 앉아 있는 것 같은 효과를 느낄 수 있다. 단순한 느낌이 아니라 가장 실감나는 방법으로 경기를 즐기는 것이다.

 

이는 영화 콘텐츠로도 확대된다. 인텔은 지난 1월 CES2018(소비자 가전 박람회)의 기조연설을 통해 가상현실과 콘텐츠의 접목을 강조했다. 그 중에서도 눈에 띄는 것은 LA에 설치한 볼륨메트릭 스튜디오(Volumetric Studio)다. 이 촬영소는 아주 넓은 공간에 100대의 가상현실 카메라를 설치해두고 동시에 같은 장면을 촬영하도록 설비됐다. 여러 대의 카메라가 사물을 찍기 때문에 사람을 비롯한 모든 사물의 입체 데이터를 만들어낼 수 있다. 촬영 결과물이 화면을 이루는 2차원적인 ‘점’을 의미하는 ‘픽셀(Pixel)’이 아니라 3차원으로 구성된 공간 정보를 담는다고 해서 이를 ‘복셀(Voxel, Volume+Pixel의 조합어)’이라고 부른다.

 

어떤 장면이라도 놓치지 않고, 기존 촬영 기법에서 벗어난 결과물을 만들어낼 수 있다. 대신 이 결과물은 기존의 영상들보다 수 십, 수 백 배 크고, 서로 다른 카메라로 찍은 화면들이 정확한 타이밍에 연결돼야 하기 때문에 통신의 실시간 요소와 대용량 처리 기술이 모두필요하다.

 

 

 

 

태양의 서커스 공연팀은 홀로렌즈의 증강현실 기술을 이용해 무대를 설계,
실제 현장을 반영하기 때문에 결과도 좋고 안전성도 높아진다.

 

 

당장 이 가상현실이 5세대 이동통신 기술과 합쳐지면서 크게 영향을 끼칠 영역은 VR보다 증강현실 쪽이다. 증강현실은 공간을 가상화하는 VR과 달리 현재 위치에 가상의 물체들을 입히는 기술이다. 한 동안 크게 유행했던 ‘포켓몬 고’ 게임은 가장 대표적인 증강현실 콘텐츠다. 이후 이를 흉내 낸 다양한 게임들이 선보였고, 스마트폰이나 PC 환경에서 증강현실 콘텐츠를 쉽게 만들고, 즐길 수 있는 개발 환경도 만들어지면서 증강현실은 점차 산업의 한 분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증강현실은 이미 우리가 떠올릴 수 있는 가장 완성도 높은 가상현실의 한 분야로 꼽힌다. 영화 ‘킹스맨’을 보면 세계 각국의 요원들이 각자의 공간에 있지만 증강현실과 홀로그램을 통해 킹스맨 회의실에 모이는 장면이 나온다. 기술이 공간의 제약을 허물어버린 셈이다. 이 영화 속 그림은 아직 완벽하게 구현할 수는 없지만 그 기본은 네트워크의 실시간성에 있다.

 

특히 증강현실은 게임으로 인기를 얻기는 했지만 산업 분야에서 활발하게 연구를 이어 온 분야다. 공장 자동화나 건축, 인테리어 등에는 이미 상용 서비스가 이뤄지고 있다. 그 기반 기술들이 문화 콘텐츠로 연결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태양의 서커스’는 증강현실을 이용해 공연 무대를 설계하는 기술을 갖고 있다. 헤드셋 형태로 쓰는 마이크로소프트의 홀로렌즈를 이용한 것으로, 무대 현장 공간을 읽어 들이고 그 안에 실제 크기로 가상의 무대 구조물들을 직접 배치한다. 주변 환경에 따라 소재나 색 등을 미리 손 볼 수도 있다. 특히 배우들의 연기도 미리 입력해 두었다가 가상의 무대 위에서 배우들이 연기하는 동선도 가상으로 확인할 수 있는 것이 눈길을 끈다. 물론 무대를 만들 때 여전히 실측이 중요하지만 해당 공간에서 공연 전체를 미리 확인하는 것으로 공간 활용과 안전 등을 두루 챙길 수 있다.

 

증강현실은 실제 공간을 직접 활용하기 때문에 네트워크 환경의 관리와 통제가 쉽지 않다. 증강현실도 VR 기반의 가상현실과 마찬가지로 데이터의 양이 중요한데다가, 현실 공간과 가상의 콘텐츠가 지연없이 실시간으로 매끄럽게 연결돼야 한다. 데이터 처리량과 지연 없는 통신 기술을 뽐내기 좋은 콘텐츠라는 이야기다. 개인적으로는 인기 있는 운동 경기를 증강현실로 끌어와 다른 지역의 경기장에 증강현실로 보여주는 기술이 이 증강현실과 콘텐츠가 연결되는 사례의 완성 단계가 아닐까 생각한다.

 

런던에서 열리는 축구 경기를그대로 증강현실로 담아 상암 월드컵 경기장의 잔디 위에 가상의 선수들로 뿌려주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아이돌 그룹의 콘서트 등에 반영할 수 있다. 지역에 관계 없이 공간과 시간의 제약을 없애는 것이 바로 이 가상현실의 궁극적인 목적이고, 5세대 이동통신은 바로 그 제약을 무너뜨리는 발판이 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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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글의 내용은 한국콘텐츠진흥원의 견해와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이미지 출처 : MBC <두니아~ 처음 만난 세계>

 

푸르름을 한껏 뽐내는 하늘 아래, 여의도 한강공원에서 자전거를 즐기는

유노윤호(정윤호). 그런데 갑자기 왠지 모를 이상한 기운이 느껴진다. 정윤호가

당혹스러워하며 주위를 두리번거리는 순간, 번쩍하는 빛과 함께 그가 사라져버렸다. 잠시

후 눈을 뜬 곳은 당최 어딘지 알 수 없는 미지의 세계 ‘두니아’. 건너편 벤치에서 휴식하던

샘 오취리(Okyere Samuel), 광화문을 거닐던 정혜성(정혜성) 등 10인의 출연자들 또한

마찬가지의 방식으로 순식간에 ‘두니아’로 워프1)한다. 알 수 없는 원인으로 가상의 세계에

고립된 그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생존 게임을 벌이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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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방송트렌드&인사이트 박현정(편집부)

 

 

이미지 출처 : MBC <두니아~ 처음 만난 세계>

 

 

오로지 보유한 소지품을 활용하여 생존해야만 하는 그들의 상황은 마치 미국드라마 ABC <로스트(Lost)>의 한 장면을 연상시키기도 하고, 아이템 획득과 같은 임무수행은 게임과 닮아 있으며, 수풀이 무성한 광활한 대자연의 풍경은 영화 속 한 장면같기도 하다. 예능 프로그램이라 믿기 어려울 만큼 다양한 장르적 요소가 녹아든 MBC <두니아~ 처음 만난 세계>_이하 <두니아>는 첫 촬영이 시작되기 전부터 이미 엄청난 반향을 일으켰다. 온라인에서만 통할줄 알았던 온갖 ‘드립’과 B급 요소를 지상파에 불러와 매니아층을 형성했던 MBC <마이 리틀 텔레비전>을 연출한 박진경 PD의 차기작이라는 것만으로도 큰 화제가 되었다.

 

그뿐만 아니라 게임회사인 넥슨(NEXON)과 MBC의 합작이라는 신선한 조합은 기대감을 갖게 하기에 충분했다. 이제 막 4회차 방영을 마친 <두니아>는 기존 예능방식과 전혀 다른 장르와 화면구성, CG를 선보이고 있지만 어딘지 모르게 익숙한 느낌이 든다. 당신이 게이머라면, <야생의 땅: 듀랑고>_이하 ‘듀랑고’ 유저라면 더욱 그럴 것이다.

 

 

 

 

이미지 출처 :  야생의 땅 (듀랑고)

 

 

‘듀랑고’는 <마비노기>, <마비노기 영웅전>을 개발한 이은석 디렉터의 모바일 신작으로, 알 수 없는 사고로 시공간이 뒤틀려 플레이어들이 현대의 지구에서 야생 세계로 워프한다는 설정의 게임이다. 미지의 세계인 ‘듀랑고’에 떨어진 플레이어들은 생존을 위해 거친 환경에서 삶을 개척하고 다른 플레이어와 함께 가상의 사회를 만들어나간다. 이처럼 ‘듀랑고’는 기본적으로 제시된 세계관 외에 별도의 짜여진 스토리가 없는 샌드박스형 게임2)으로 유저들은 ‘듀랑고’의 생소한 자연환경을 활용해 필요한 도구를 만들고 식재료를 채집, 요리하여 먹고 부락을 이루어 살아가는 ‘삶’ 그 자체에서 재미를 찾을 수 있다.

 

 

 

 

이미지 출처 : MBC <두니아~ 처음 만난 세계>

 

 

<두니아>는 ‘듀랑고’의 세계관을 단순히 차용하는 것 이상으로 게임 요소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먼저 방송이 시작되기 전, 홈페이지 투표를 통해 출연진의 의상, 소지품을 예비 시청자들이 직접 선택할 수 있는 이벤트를 진행했다. 이는 게임을 시작하기 전 유저와 한 몸을 이룰 캐릭터를 선택하고 커스터마이징하는 과정과 닮아 있어 실제 방송이 진행될 때 <두니아>의 출연진들에게 보다 감정을 이입할 수 있는 여지를 주었다.

 

또한 매회 방송의 끝부분에 <두니아>의 스토리를 결정짓는 중요한 상황을 제시하고 실시간 문자투표를 통해 이야기의 흐름을 결정하는 방식도 게임과 닮아있다. 과거 MBC <일요일 일요일 밤에>의 대표 코너인 ‘TV 인생극장’이 연상되기도 하지만 캐릭터의 행동을 시청자 스스로 결정할 수 있다는 점, 일회성으로 끝나는 이야기가 아닌 <두니아>라는 '게임'의 엔딩을 선택해나가는 과정에 있다는 것이 특징이다.

 

 

이미지 출처 : MBC <두니아~ 처음 만난 세계>

 

한편 ‘듀랑고’의 주요 매력 포인트는 <두니아>에서도 그대로 구현되고 있다. 무인도라고 생각했던 <두니아>에 깜짝 등장한 공룡이나 유저들의 게임 플레이를 도와주는 NPC3)인 'K'의 존재, 독특한 사운드 이펙트, 배경음악 등은 두 세계를 모두 경험해본 시청자에게 익숙함과 동시에 신선한 재미를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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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넥슨 듀랑고 사업실 이동열 실장>

 

 

 Q. 지상파 방송사와 게임사의 최초 합작인 <두니아>는 시청자 뿐 아니라 방송 산업 내에서도 뜨거 운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어떻게 이 프로젝트를 진행하게 되었는지 궁금합니다.

 

 

올해 초, 박진경 PD님이 먼저 넥슨에 연락을 주셨습니다. ‘일요일 저녁’ 황금시간대에 방영될 방송 프로그램에 저희가 개발한 모바일게임 ‘듀랑고’의 컨셉트를 차용하고 싶다고 하셨죠. 사실 처음에는 어떤 그림이 나올지 예상하기 힘들었습니다. 일반적인 게임 방송은 게임을 플레이 하는 영상을 보여주거나 리뷰를 하는 형태가 주였고 방송에 PPL4)로 홍보를 진행하는 게임 프로젝트는 이미 존재했기 때문에 새로운 시도는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막상 박진경 PD님을 만나 이야기를 해보니 굉장히 흥미로운 프로젝트가 될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단순한 게임 노출이나 협찬이 아닌 ‘듀랑고’ 게임의 세계관을 반영한 언리얼 버라이어티 예능은 전혀 접해보지 못한 사례였기 때문입니다.

 

 

방송 예정일이 6월이었기에 오래도록 고민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었죠. 그러나 박진경 PD님의 탁월한 기획력은 MBC <마이 리틀 텔레비전>로 이미 검증된 부분이었고, 게임 마니아이자 ‘듀랑고’ 유저인 박진경 PD님이 이 게임을 선택한 이유가 분명히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죠. 이후 큰 고민 없이 제안을 받아들여 <두니아> 프로젝트를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Q. <두니아>의 기획과 제작과정에서 넥슨의 역할은 무엇인가요?

 

 

<두니아>는 게임의 장르적 요소가 복합적으로 맞물려있습니다. 그러나 프로그램 제작에 있어 넥슨과 MBC의 영역은 분명히 나눠져 있어요. 물론 ‘듀랑고’의 세계관을 적용했기 때문에 최대한 이질감이 들지 않도록 캐릭터 원화나 배경음악, 사운드 효과 등의 리소스(resorces)를 제공하여 ‘듀랑고’의 색이 묻어날 수 있게 했습니다.

 

 

그러나 방송 자체의 방향성에 대해서 넥슨 쪽에서 크게 관여하지는 않습니다. <두니아>가 ‘언리얼 버라이어티’라는 이름을 내걸고 있지만, 의도된 연출과 별개로 현장에서 발생하는 해프닝이나 실제 상황들은 리얼 버라이어티적 요소를 가지고 있으니까요. 예를 들어 K라는 캐릭터의 존재나 공룡의 등장과 같은 큰 그림에 대해서는 넥슨과 MBC가 사전 논의했지만, 그 이후에 전개되는 사건이나 흐름에는 개입하지 않습니다. 마치 ‘평행세계’처럼, 넥슨과 MBC는 게임과 방송 영역에 충실하고 있는 거죠.

 

 

이미지 출처 : <듀랑고> <두니아>

 

 

 Q. 게임과 예능프로그램을 제작하는 과정에 있어 업무방식에 차이가 클 것 같은데, 기획이나 제작 과정에 있어 조율이 어렵지는 않았나요?

 

 

<두니아>는 기본적으로 ‘듀랑고’의 콘셉트를 가져왔지만, 본질적인 장르 정체성은 예능 프로그램이기 때문에 얼마나 게임적 요소가 들어가는지보다 예능적인 재미가 먼저라고 생각합니다. 오롯이 게임의 형태 그대로 재현한다거나, 단순히 게임의 콘셉트만 가져온 것이라면 <두니아>만의 색깔은 없었겠죠. 게임적 특성도, 예능의 재미도 훼손되지 않도록 MBC와 넥슨 모두 신중하게 접근했기 때문에 조율 과정에서 문제는 없었습니다.

 

 

다만 조금 어려운 점이라고 한다면, 게임과 방송이 제작되는 속도의 차이입니다. 넥슨에서는 <두니아> 방송에 등장한 다양한 아이템을 ‘듀랑고’ 유저들에게 매주 선물로 지급하고 있습니다. 게임에서는 이러한 아이템들을 디자인하고 코딩하여 문제없게 서비스하기 위한 사전 준비시간이 필요한 반면 프로그램 제작 환경의 특성상 아이템으로 쓸만한 소재가 방송 목전에 확인되기 때문에 넥슨에서도 전담인력을 배치하여 빠른 호흡에 맞추어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Q. 넷플릭스나 네이버 등 게이머 층과 좀 더 가까운 온라인 친화적 플랫폼이 아닌 ‘지상파 방송’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이미지 출처 :  <클로져스> <엘소드> <메이플스토리>

 

 

첫 번째 이유로는 ‘전에 없던 시도’라는 점 입니다. 넥슨은 늘 다른 장르와의 결합을 시도해왔습니다. ‘클로져스’, ‘엘소드’, ‘메이플스토리’ 등의 IP를 활용하여 애니메이션을 제작하기도 했죠. 넥슨은 IP를 활용한 캐릭터 상품개발 등 OSMU사업에도 관심이 많은 편입니다. <두니아>는 지상파 예능과 모바일 게임의 첫 합작이라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시도가 가능할 수 있었던 것도 박진경 PD님처럼 게임을 즐기고 특성을 이해하고 있는 게이머들이 사회의 주요 활동층으로 성장했기 때문일 거라 생각합니다.

 

 

두 번째로는 시청자들의 접근성입니다. <두니아>는 물론 TV로도 시청이 가능하지만, 지금은 본 방송 이후에도 관련 클립들이 유튜브, 네이버TV, 페이스북 등 다양한 SNS와 동영상 플랫폼에서 공유되는 시대이고 MBC는 그러한 온라인 채널관리에 강점을 갖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꼭 온라인 플랫폼을 메인으로 갖고 가지 않더라도 주요 타깃층에게 원활하게 유통될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습니다. 특히 지상파 방송사의 예능임에도 박진경 PD님의 시그니처인 일명 ‘병맛’으로 불리는 매니악한 포인트가 강점이 될 수 있고요.

 

 

Q. 첫 방송 이후 시청자들의 의견 또한 다양합니다. 파격적인 형식과 진행이 참신하다는 반응도 있고, 다소 낯설다는 반응도 있는데요. 

 

 

먼저 ‘듀랑고’ 유저들은 흥미롭다는 반응이 대부분입니다. 방송 자체가 ‘듀랑고’의 게임적 요소를 다양하게 품고 있다 보니, 유저들이 친숙하고 즐겁게 공감할 수 있는 포인트가 많은 것은 사실이에요. 내가 하는 게임의 스토리를 지상파 방송에서 볼 수 있다는 것 자체가 흥미롭잖아요.

 

 

그러나 게임에 친숙하지 않은 세대나 게임을 하지 않는 사람들은 방송의 콘셉트가 다소 낯설 수 있습니다. 웃음 포인트나 설정 자체가 젊은이들의 취향에 맞춰져 있다 보니 특히 연령층이 높은 시청자 분들은 왜 갑자기 사람들이 두니아로 이동했는지에 대한 친절한 설명이 없는 것 자체를 이해하기 어려워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방송이 거듭될수록 이러한 부분은 자연스레 받아들여질 것이라 생각합니다.

 

 

모든 연령층이 쉽게 받아들이지 못하는 부분이 어려운 점이기도 하지만 이 프로젝트가 특히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는 점이기도 합니다. <두니아>를 통해 게임을 하지 않는 시청자 층도 자연스럽게 '듀랑고'의 세계관이나 게이머들의 문화, 게임에 대한 이해가 높아져 방송을 보는 것만으로도 저희 게임의 재미를 어느정도 느낄 수 있다면 성공이라고 봅니다. 이러한 시도가 지상파 방송에서 시작되었다는 것만으로도 <두니아>는 충분히 차별성을 갖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Q. 앞으로<두니아>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이미지 출처 : MBC <두니아~ 처음 만난 세계>

 

 

물론 처음에는 <두니아>의 시청률이 동시간 1위를 차지한다거나 이 방송을 통해 ‘듀랑고’ 신규 유저의 폭발적인 증가와 같은 단기적 성과를 기대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 프로젝트는 넥슨에게 있어서 새로운 시도의 물길을 텄다는데 더 큰 의의가 있습니다.

 

 

방송이 진행될수록 ‘듀랑고’의 진짜 재미를 <두니아>에서 보여줄 수 있는 기회가 생길 수도 있고 반대로 <두니아>에서 일어난 에피소드를 ‘듀랑고’에 반영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러한 과정에서 <두니아> 시청자와 ‘듀랑고’ 유저 간의 소통이 가능해지고 어떤 면에서 스토리를 공유할 수 있는 가능성도 존재합니다. 아직 어떠한 방향으로 흘러갈 지는 미정입니다. 특히 <두니아>도, ‘듀랑고’도 시청자와 유저의 의견을 적극 반영하고 있기 때문에 제작진에 의해 미리 결정된 스토리대로 흘러가기를 지향하지는 않습니다. 이러한 변화의 가능성 또한 <두니아>만이 가진 하나의 매력이기에, 장기적인 관점으로 애정을 가지고 바라본다면 큰 재미가 있지 않을까요.

 

 

<두니아>는 게임 뿐 아니라 다양한 장르적 요소가 융복합된 신개념 예능입니다. 스토리가 진행되는 드라마 파트에선 영화의 화면 비율을, 예능 파트에선 일반적인 TV 화면 비율을 영상에 적용하기도 하고 비디오게임 인터페이스를 그래픽으로 구현해내기도 하죠. 말 그대로 ‘실험적 예능’ 이기에 앞으로 더욱 다양하고 새로운 시도가 이어지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듀랑고’와 <두니아> 모두 시청자와 유저들이 애정을 가지고 천천히 간극을 좁혀갈수록 복합적 장르의 재미를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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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듀랑고’도, <두니아>도 이제 막 첫 발을 뗀 것이나 다름없다. 어쩌면 지금이 가장 홍보에 집중하고 그 결과에 초조해야할 시기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동열 실장은 조급해 하지 않았다.

 

영상콘텐츠도 모바일게임도 너무 빠른 속도로 쏟아져 나왔다 사라져버리는 이 시대에 긴 호흡으로 먼 곳을 바라보기는 쉽지 않다. 프로젝트 하나하나에 사업자의 운명이 달라지는 위태한 모습도 닮아있는 시장이다. 그래서 당장의 결과에 매몰되지 않고 각자의 영역을 존중하는 여유를 갖고 있는 이 프로젝트가 더욱 반갑게 느껴지는지도 모른다.

 

이처럼 '융합적 실험'과 '장기적 투자'의 역량을 갖춘 사업자들 간의 화학적 결합이 성공적인 결실을 맺어 앞으로도 시장의 파이를 키울 수 있는 시도가 활발해지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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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글의 내용은 한국콘텐츠진흥원의 견해와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