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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6.06.30 된장열무와 만들면 된다 테크숍
  2. 2016.05.26 이란 시장개방, 중동한류 확산의 호기
  3. 2016.05.25 채식주의자와 맨부커상, 그리고 당신

된장열무와 만들면 된다 테크숍

상상발전소/콘텐츠이슈&인사이트 2016.06.30 08:00 Posted by 한국콘텐츠진흥원 상상발전소 KOCCA

▲ 창업대국 미국의 상징처럼 자리 잡은 테크숍. 오바마 대통령 역시 이곳을 방문했다. 자료:테크숍)

 

색깔이 왜 이래?”


그러니까 이놈의 팔랑귀가 문젭니다. 무더위는 찾아오고, 먹을 것은 마땅찮고. 아이를 학교에 보내고 집으로 타박타박 돌아오는 길이었습니다. 야채가게 사장님이 열무 한단에 800을 외칩니다. 한눈에 봐도 참 좋은 열무가 고작 800원이라니. 어린 시절 엄마의 열무김치말이 국수를 먹어본 기억이 스멀스멀 올라왔죠. 푸르기 그지없는 열무 앞에서 서성이는 손님에게 사장님이 결정타를 날립니다. “열무 석단에 2,000!” 열무 김치가 세상에서 가장 쉽다는 사장님 말씀을 듣다 보니 열무김치 세트가 들어있는 파란 봉투가 어느덧 손에 들려있더군요. -사장님 수완이 좋아 정작 열무는 두단을 샀습니다. 세트는 열무 두단에 얼갈이배추 한단, 쪽파 한단에 마늘, 생강, 홍고추로 구성되어 있었습니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아, 이미 늦었습니다. 집으로 돌아와 인터넷을 뒤지기 시작했죠. 수없이 많은 황금 레시피가 뜹니다. 이 블로그, 저 블로그를 전전하며 눈어림으로 열무김치를 담그기 시작했죠. 겁 없이 도전한 열무김치의 비극(?)은 이렇게 시작됐습니다. 어느 블로거가 양파를 갈아넣었더니 맛이 좋았다길래 양파를 찾아보니 없지 않겠습니까.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해보는 게 어디냐며 스스로를 위로하던 중, 남편을 위해 냉장고에 쟁여뒀던 양파즙이 떠올랐죠. 1초의 머뭇거림 없이 양파즙을 대거 투하하고 보니, 열무김치 색이 된장빛인 겁니다. 아뿔싸. 세상의 수많은 황금 레시피를 올린 블로거들에게 사죄(?)하는 마음으로 하룻밤을 보내고, 김치 뚜껑을 열었습니다. 이게 웬일입니까! 괜찮은 김치향이 올라오는 게 아니겠습니까? 그날, 저는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남편 식탁에 된장빛 국물이 있는 열무김치를 올렸습니다. “이런 건 나밖에 못 만드는 거란 수식어도 잊지 않았고요. -사족입니다만, 된장 열무의 결과는 묻지 말아주시길 부탁합니다.

 


▲ 실리콘밸리에 위치한 테크숍. 재료를 구입(왼쪽)해서 원하는 모든 것을 만들 수 있다.

 

서설이 상당히 길었습니다만, 뭐든 겁 없이 해보자며 뛰어드는 저 같은 사람들을 위한 천국의 공간 이야기를 소개해보려 합니다. 곰손이어도, 만드는 과정에 의미를 두는 사람들을 위한 그런 곳 말입니다. 바로 테크숍입니다. 고백하자면 이곳을 방문한 건 무려 석달 전의 일입니다. 3월 한국콘텐츠진흥원과 함께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세계게임개발자대회(GDC) 취재차 미국을 방문했을 때였습니다. 실리콘밸리의 중심가에 있는 테크숍은 좀 질려하실 분도 있겠습니다만 현 정부의 창조경제센터의 아이디어를 준 곳으로도 알려져 있습니다. 최근 방한한 테크숍의 짐 뉴턴 창업주에 따르면 모바일 신용카드 결제 단말기인 스퀘어와 세계에서 가장 빠른 전기 오토바이가 테크숍을 거쳐 탄생했다고 합니다. 짐 뉴턴의 강연을 보도한 매체에 따르면 테크숍을 통해 일어난 경제파급 효과는 우리 돈으로 14조원에 달한다고도 하고요. 도대체 어떤 곳이기에 이런 마법 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요.

 

 2006101일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문을 연 테크숍은 미국 전역은 물론 해외에도 진출했다.

 


테크숍 간판아래 이곳에서 꿈을 만들라(Build Your Dreams Here)' 문구가 적혀 있더군요. 첫인상은 문화센터같단 것이었습니다. 마침 방문했을 때가 오후 2시를 지난 시간이라 한산해서 이곳 저곳을 둘러볼 수 있었는데요, 목공실, 3D프린트가 가능한 인쇄실, 패턴을 뜨고 봉제작업을 할 수 있는 미싱실, 쇠를 자르고 연마할 수 있는 금속세공실까지 다양한 공장을 옮겨온 것 같은 분위기였습니다. 이색적인 것은 이런 다양한 공간에서 나이 불문 학생들을 대상으로 수업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멤버십으로 운영되는데 월단위로 멤버십을 유지합니다. 실리콘밸리에 있는 테크숍에 등록한 회원은 3월 기준 약 700명에 달한다고 하더군요. 디자인부터 용접, 페인팅까지 무언가 내가 만들고 싶었던 것을 만들 수 있도록 한 덕에 이용자들이 끊이질 않는다고 직원이 설명해주었습니다.

  

▲ 테크숍 작업실 전경

 

단문의 메시지로 폭발적인 성장을 했던 트위터의 잭 도시 창업주가 이곳을 통해 결제시스템인 스퀘어를 만들었단 이야기도 빼놓질 않더군요. 재미있는 것은 사업을 위한 시제품을 만들러 온 사람들 외에도 저처럼 일단 만들어보자고 찾는 사람들도 많다는 것이었습니다. 곳곳에 전시된 작품들은 감상하기에도 꽤 즐거운 것들이었습니다.

 

▲ 크숍에 전시된 작품들. 금속 조형물과 모터 바이크, 미니어처 크기의 작품

 



민간기업이 운영하는 이곳은 멤버십으로 운영된다고 앞서 말씀드렸는데요, 수업을 들어보라고 권할 수 있도록 해놨더군요. 수업 2개에 200달러니 저렴과는 거리가 멀지만 직접 뭔가 만들어보는 걸 좋아하는 사람들에겐 꽤 괜찮은 상품으로 보였습니다. 오랜만에 다시 홈페이지를 찾아가보니 이번엔 대문에 여름캠프 공지가 떠있었습니다. 어른이 아닌 아이를 공략한 것이었는데 8살에서 17살 사이의 아이들이라면 아이디어만 갖고 세상에 단 하나밖에 없는 나만의 것을 만들어 볼 수 있단 것이었죠. 만든다는 것만으로도 괜찮은 사업 모델을 구축한 데 이어 이번엔 아이들까지 눈높이를 낮춰 공략에 나선 겁니다. 어떻습니까. 요즘은 대세인 코딩을 배워야 한다며 초등 코딩 교실을 여는 우리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지 않습니까?

 

영화 특수효과 회사엔 공대 박사학위 소지자도 있지만, 픽사에서 경비원을 하다가 입사한 사람들도 있다. 미국이란 곳의 특징이 이것이다. 일단 하고 싶은 걸 찾으면 무섭게 덤벼든다. 어느 하나를 못해서 취업을 못하는 거라고 생각을 안 한다. 하나만 잘해도 취업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곳에선 하나만 잘해도 된다. 나이, 학교를 안보는 문화가 있고, 그 위에 도전하는 정신이 있다. 이게 실리콘밸리에서 되는스타트업들이 나오는 이유다.”


스타워즈의 조지 루카스 감독이 세운 특수효과 회사 출신 이승훈 감독의 말입니다. 애플, 구글, 아마존처럼 왜 유독 되는 기업은 미국에서 나오느냔 질문에 대한 답이자, 창업을 두려워하는 젊은이들에 대한 안타까움을 토로한 말이기도 했습니다.

 


최근 서울 용산전자상가에도 한국판 테크숍이 문을 열었습니다. 온라인 예약(http://www.digital-blacksmithshop.com) 으로 이용할 수 있는데요, 스퀘어 같은 성공사례가 이곳에서 탄생할 수 있을까요.


레고의 이야기로 이번 글을 마치려 합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관심을 가졌다던 레고, 어떻게 무너진 블록을 다시 쌓았나’(데이비드 로버트슨,빌 브린 지음, 해냄)는 책에서 본 이야깁니다. 애덤 리드 터커란 건축가가 고속성장 뒤 성장의 늪에 빠진 레고에 혁신의 바람을 불러일으킨 부분이었는데요, 이 건축가가 떠올린 건 실제로 있는 건물을 레고로 축소해 만드는 것이었습니다. 아주 단순한 아이디어였지만 대박을 쳤죠. 건축가는 있는 돈을 털어 레고 블록을 사들였고, 차고에서 샘플을 만들었습니다. 안팔리면 돈을 받지 않겠다고 유통업자에게 호언장담까지 할 정도로 모험을 했죠. 레고 본사 사람들마저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었던 이 상품은 탑이나 유명 건축물을 만드는 레고 아키텍쳐상품으로 재탄생해 부도 직전까지 몰렸던 레고를 되살리는 데 기여했습니다. 영어도 한 마디 못하는데 루카스 감독의 회사로 들어가겠단 꿈을 키웠고 한국인으로선 손에 꼽는 VFX 전문가 자리에 오른 이승훈 감독은 이렇게 말합니다.


모든 사람들이 연필로 시를 쓴다고 해서 다 같은 시가 나오지 않는다. 사람들로부터 사랑을 받는 명시는 경험을 통해 나오는 것이다. 무엇이든 도전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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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시장개방, 중동한류 확산의 호기

상상발전소/콘텐츠이슈&인사이트 2016.05.26 14:00 Posted by 한국콘텐츠진흥원 상상발전소 KOCCA

▲ 한류 드라마 상영회에 참석한 한류팬들이 퀴즈이벤트에 참여해 열정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사진=해외문화홍보원)


최근 뉴스와 언론에서 우리 경제의 저성장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연일 보도되고 있다. 국가경제에서 수출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에서 수출 감소는 내수 경기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그 어느 때보다 국민의 체감 정도는 심각한 상황이다.

 

이러한 어려운 국가경제 상황에서 정부는 경제외교를 수출 회복의 기회로 활용, 성과확산 창출에 총력을 다 하고 있다. 지난 1월에는 중동 최대의 성장 잠재력을 보유한 이란의 핵제재 해제에 따른 시장개방이 본격화됨에 따라 박 대통령은 얼마 전 비() 이슬람 여성 국가지도자로는 최초로 이란을 국빈 방문했다. 236개 기업 500여명으로 구성된 대규모 경제사절단이 동행해 건설, 설비, 제조업, 문화 분야 등의 다양한 진출협력 논의와 성과를 거두었다.

 

특히 정부는 이번 이란 국빈 방문일정에 한국문화주간 코리아 컬쳐 위크(Korea Culture Week)를 열고 한식 문화와 한국문화 체험을 주제로 한 케이컬쳐 전시문화공감을 주제로 한국과 이란의 문화교류 공연 개최 대표 한류콘텐츠인 한국 드라마 상영회를 개최했다. 행사에는 총 1600여명이 참가했으며 이중 일반인 참가자 1220명 모집에 2500명이 신청해 조기 마감되는 등 사회적 분위기를 감안하면 이례적인 인기를 끌었던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한국 드라마 상영회는 이란에서 개최된 첫 공식 드라마 상영회로 KBS <장영실>SBS <육룡이 나르샤>, MBC <옥중화>의 하이라이트 영상을 현지 방송 관계자와 한류 팬들에게 소개하여 성황리에 마무리되었고 현지 방송사의 구매검토 의사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란은 지난 2005<대장금>, 2007<주몽> 등이 현지 방송채널을 통해 방영되면서 최대 80~90%의 시청률을 기록하는 등 우리 방송드라마가 큰 인기를 끈 바 있다. 2015년에도 <제왕의 딸 수백향> 등 총 6편이 수출돼 한류콘텐츠에 대한 관심과 수요가 꾸준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그동안 주요 한류 드라마 수출국인 중국과 일본은 남녀의 러브라인을 주제로 한 드라마가 주로 수출되고 있는데 반해 이란은 사극에 대한 수요가 거의 절대적이다. 그런데 이 같이 사극 드라마에 현지 팬의 관심이 높은 이유는 무엇일까?

 




◀ imbc 홈페이지 <대장금>



우선 권선징악 스토리에 대한 공감대가 크다. 또한 명확한 계급문화와 영웅적 이야기를 선호하며 음식, 생활양식 등 한국문화에 대한 호기심이 풍부하다.

 

이란 방송시장은 국영방송사업자인 IRIB(Islamic Republic of Iran Broadcasting)가 독점, 8개의 채널을 보유하고 있으며 특이한 점은 방송사업자가 규제 권한을 가지고 있고 외산콘텐츠에 대한 검열(censorship)도 매우 까다로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이유로 이번 상영회 3개 작품에 대해서도 남녀의 신체접촉 남녀 신체노출 돼지고기 섭취 음주 등에 대한 대사와 장면은 검열에서 모두 삭제돼 상영됐다.

 

이밖에 애니메이션은 유아 대상의 교육 기능이 강조된 애니메이션 진출의 제한적 접근 전략이 요구되며 K-Pop의 경우 공연, 음반, 디지털 음원 수익모델은 현지 종교문화와 규제로 인해 진출 가능성이 낮아 보인다. 오히려 보이그룹 공연과 해외 채널을 통한 우회적 진출방법이 요구되는데 이는 진출 희망기업이 활용하기에 반드시 참고해야 할 것이다.

 

미국과 유럽 국가 주도의 포괄적 이란제재법(Comprehensive Iran Sanctions, Accountability and Divestment Act of 2010)으로 인해 오랜 기간 무역 통상압박을 경험했기 때문에 이란 정부는 서방 국가에서 제작된 콘텐츠 수입에 다소 배타적일 것이라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시장개방 초기 한류콘텐츠가 반사이익이 있을 것으로 기대되므로 향후 2~3년이 한류 진출의 최적기일 것으로 판단된다.

 

또한 양국 간 문화교류를 더욱 촉진하기 위해 2017년 하반기 중으로 현지 한국문화원을 개관해 한류 진출에도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사진출처

<대장금> 이미지  imbc 홈페이지

 ⓒ본문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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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글의 내용은 한국콘텐츠진흥원의 견해와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채식주의자와 맨부커상, 그리고 당신

상상발전소/콘텐츠이슈&인사이트 2016.05.25 09:00 Posted by 한국콘텐츠진흥원 상상발전소 KOCCA

 



그러니까 벌써 8년 전의 일입니다. 머리가 희끗희끗한 굴지의 대기업 최고경영자 인터뷰를 하러 집무실을 찾았죠. 환한 유리창 밖으로 청와대가 슬쩍 보이는 그런 멋들어진 곳이었습니다. 질문을 던지고 답을 기다리고 있는데, 뜻밖의 이야기가 시작됐습니다. 질문이 뭐였는진 생각이 나질 않습니다. 기억나는 건 오로지, 답일 정도로 충격이 상당했습니다. 되짚어 보면 취미쯤을 묻는 그런 평범한 질문이었을 겁니다.

 

여름장이란 애시당초에 글러서, 해는 아직 중천에 있건만 장판은 벌써 쓸쓸한 더운 햇발이 벌여놓은 전 휘장 밑으로 등줄기를 훅훅 볶는다. 마을 사람들은 거지만 돌아간 뒤요, 팔리지 못한 나무꾼패가 길거리에 궁싯거리고들 있으나 석윳병이나 받고 고깃마리나 사면 족할 이 죽들을 바라고 언제까지든지 버티고 있을 법은 없다.(중략)” 


맞습니다. <메밀꽃 필 무렵>이었습니다. 교과서에 등장하고, 제가 학교를 다니던 때엔 대학수학능력시험에도 나올 정도로 그 유명한이야기가 귓전을 때렸습니다. 다소 투박한 경상북도 사투리로 전해지는 이야기는 구성지게 들렸습니다. 청각으로 전해지는 여름 장날의 풍경이 눈앞에 펼쳐지고, 달빛 쏟아지는 메밀밭이 불쑥 머릿속을 채웠지요.

글을 외워 향유하는 사람들의 마음가짐이 궁금했습니다. 매년 봄이 돌아오면 지리산에 올라 지인들과 달이 뜨는 밤에 돌아가며 글을 입으로 들려준다는 답에 더는 묻질 못했습니다. 즐거운() 놀이라는데 더 말해 무엇하겠습니까. 그렇게 인터뷰를 하고 돌아와 그날 밤 다시 이효석(1907~1942) 단편집을 펼쳤습니다.

◀ 만화 <메밀꽃 필 무렵>   




<메밀꽃 필 무렵>을 들려줬던 올해로 71세를 맞은 신헌철 서울시립교향악단 이사장과의 만남을 떠올린 건 순전히 뉴스 때문이었습니다. 소설가 한강의 <채식주의자>가 노벨문학상과 함께 세계 3대 문학상 중 하나로 꼽힌다는 맨부커상(Man Booker Prize)을 받았단 이야기였죠. 고백하건대 비늘 쓰인 저의 눈엔 이 책은 사실 고통스러웠습니다. 책을 읽는 내내 아름답지만 음울한, 절식으로 스스로 목숨을 놓아버리는 한 여자의 이야기가 마음을 짓눌렀기 때문이었지요. 도대체 왜, 이 여성은 삶을 포기해야 하는가. 그것도 음식을 거부하는 것으로란 지극히 단편적인 제 물음의 답은 이렇게 튀어나오더군요.



                                                                            도서 <채식주의자> ▶



‘...언닌 알고 있었어?'

대답 대신 영혜는 물었다.

'.... ?'

'난 몰랐거든. 나무들이 똑바로 서 있다고만 생각했는데..... 이제야 알게 됐어.

모두 두 팔로 땅을 받치고 있는 거더라구. . 저거 봐, 놀랍지 않아?'

영혜는 벌떡 일어서서 창을 가리켰다.

'모두, 모두 다 물구나무서 있어.(중략)'


-한강, <채식주의자> 중 일부 발췌

 

물과 빛만을 먹고서도 땅을 받치고 살아가는 나무가 된 여자의 이야기로 다시 책을 읽어 내려갔을 땐 묘한 희열이 일기까지 했습니다. 사실 이 책은 10년 전 구상된 이야기에서 가지를 뻗어 나왔습니다. 소설가 한강 씨가 밝힌 대로라면 2002년 겨울부터 시작된 중편의 이야기가 엮여 각각의 중편과 다른 이야기가 되는 조합으로 탄생했다고 합니다. 각각 완성된 이야기들이 퍼즐조각처럼 맞춰져 또 다른 이야기로 재탄생된다니 원고지 앞에서 오랜 시간 씨름을 했을 작가의 노력과 필력에 탄복할 따름입니다.


2007년에 지금처럼 한 권의 형태로 묶여 나왔던 이 책이 맨부커 인터내셔널상을 수상하게 된 건 조력자의 힘이 컸습니다. 벽안의 번역가 데버러 스미스(28)였습니다. 영국인인 그녀는 혼자서 한국어를 공부해 이 책을 나름의 방식으로 즐겼던 모양입니다. 그의 손에서 영어로 옮겨지지 않았던들 한국 문학계에 전례 없던 이 같은 단비가 내리긴 어려웠을 겁니다. <엄마를 부탁해>로 해외에도 이름을 알린 소설가 신경숙 씨의 표절 논란으로 체면을 구겼던 문단과 목말랐던 출판계가 크게 반색하고 나설 정도로 말이죠.

 

 

시상식이 열리는 영국과 바다 건너 이 땅과의 시차마저 고려한 한강 씨의 <깊이 잠든 한국에 감사를 보낸다>는 수상 소감이 전파를 탈 즈음 전해진 다른 이야기가 있었지요. <서른, 잔치는 끝났다>로 유명한 시인 최영미(55)씨의 이야기였습니다. 생활보조금을 받게 될 정도로 빈궁한 시인이 되어버렸다는 것이었습니다. 글을 써서 밥을 벌어먹는 일이 쉽잖은 것은 맞습니다만, 보조금을 탈 수준으로 궁핍과 다투는 시인의 모습은 또 다른 고민을 불러오더군요. 게다가 세계를 호령하는 굴지의 IT(정보기술) 공룡인 구글이 이제는 인공지능(AI)알파고에게 말을 가르치고 있다지 않습니까. 로맨스 소설을 쓰는 작가의 자리마저 알파고에게 넘겨줘야 하는 것일까요.

 

◀ 도서 <서른, 잔치는 끝났다>




웹 소설로 연봉 1억 원을 버는 작가도 있다는데, 왜 유명 시인은 밥을 굶을까요. 왜 작가들의 희비는 교차하는 것일까요스토리텔링이 가져다주는 확장성은 무한합니다. 이 스토리텔링이 돈이 되느냐 마느냐는 향유하는 자들이 얼마나 무리지어 있느냐와 상관관계가 있습니다. 최영미 시인의 비보 기사에 이런 댓글이 달려있더군요. ‘그간 먹고 사는 데 정신없어 자기계발 서적이나 들춰볼 뿐 문학 서적과 담을 쌓고 지냈다는 탄식이었지요. 서점들은 앞다퉈 한강의 <채식주의자>와 그의 전작들을 알리기에 나서고 있지요, 이 바람이 얼마나 더 갈 수 있을까요. 대학입시처럼 목적이 있는 글 읽기로만 우리의 문학을 봐오고, 아이들에게 가르쳐온 것은 아닌가요. 정작 우리는 우리 글을 즐기는 방법조차 잊은 채로 말이죠. 열쇠는 우리들에게 달려있습니다. 웹 소설 시장이 폭증할 수 있는 스낵컬처를 만든 이가 우리인 것처럼요.

 



스토리헬퍼


기왕에 이야기에 대한 잡설을 늘어놨으니 첨언할 게 하나 있습니다. 설을 배우기 시작한 알파고와는 좀 다릅니다만, 글쓰기를 좋아하는 분이시라면 참고할 만한 것이 하나 있습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의 도움으로 만들어진 스토리헬퍼란 소프트웨어입니다. 소위 되는 이야기들을 데이터베이스로 삼아 이야기의 틀을 잡을 수 있도록 한 프로그램입니다. 무료로 이용할 수 있으니, 혹 작가를 꿈꾸는 분들은 한 번쯤 들여다보시는 것은 어떠하실지. 백수 시절에 커피숍을 들락거리다 끄적인 소설이 억만장자가 되게 했다는 해리포터의 작가 조앤 롤링 같은 이야기가 펼쳐질지는 아무도 모르는 이야기 아니겠습니까?


ⓒ사진출처

표지사진 <채식주의자>, 만화 <메밀꽃 필 무렵> 이미지 네이버 영화

<채식주의자>, <서른, 잔치는 끝났다> 이미지 네이버 책

스토리헬퍼 메인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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