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도전>이후 예능은 어떻게 바뀔까

상상발전소/콘텐츠이슈&인사이트 2018.08.20 16:00 Posted by 한국콘텐츠진흥원 상상발전소 KOCCA

이미지 출처: MBC <무한도전>


<무한도전>(MBC)13년 만에 시즌을 종료했다. 굳이 시즌 종료라고 표현하는 건 

또 다른 시즌으로 돌아오길 기대해서일 것이다. 아직 실감이 나지 않는 <무한도전>

종영은 이후 예능 패러다임의 변화를 생각하게 한다. 앞으로의 예능은 어떻게 변할까.

<무한도전>을 잇는 다음 주자는 누가 될까.

- 

. 정덕현(칼럼니스트) 




MBC <무한도전>, 그 이후의 예능을 이야기하려면 먼저 <무한도전>이 풍미했던 한 시대의 특징들을 이야기해야 한다. 결국 새로운 시대는 이전 시대의 특징들에서 벗어나거나 진화함으로써 열리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보면 <무한도전>은 지난 10여 년 간 하나의 시대를 열었고 또 그 시대를 스스로 닫았다고도 볼 수 있다. 그 시대는 다름 아닌 캐릭터 쇼의 시대였다.

 

이미지 출처 : MBC <무한도전>

2000년대 초반 전 세계의 방송 트렌드가 리얼리티 쇼로 바뀌고 있을 때, 우리네 방송은 정서적인 불편함 때문에 리얼리티 쇼를 받아들이지 못했다. 그러던 차에 <무한도전>이 가져온 ‘리얼 버라이어티쇼’라는 대안적인 형식은 지난 10여 년 간 예능의 주요 트렌드가 되었다. 리얼 버라이어티쇼는 일반인 대신 연예인을 세우고 특정한 상황을 부여하고 그 속에서 드러나는 캐릭터가 특징인, 다소 계산된 리얼을 보여주는 방식을 가지고 간다. 이것이 지난 10여 년 <무한도전>이 전면에서 이끌었던 캐릭터 쇼의 틀이었다.


트렌드를 이끌었던 <무한도전>이 종영을 하게 된 건 10여 년을 우회해 온 리얼리티 쇼가 우리네 방송의 주류로 들어오게 되었음을 말해준다. 이후 5년여 간 '관찰카메라'라는 한국식 리얼리티 쇼가 주류가 되었고 이것이 점점 시청자들에게 익숙한 형식으로 자리하게 되었다. 시간이 지나며 더 이상 캐릭터 쇼로는 이 변화된 시청자들의 욕구를 채워줄 수 없게 된 것이다.


물론 <무한도전> 역시 이 리얼리티 쇼의 시대에 맞는 변화를 추구하려 했지만, 이미 단단한 캐릭터를 갖게된 인물들이 당장 그 캐릭터의 가면을 벗고 맨 얼굴을 드러내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또한 매주 만들어 매주 방영하는 끝을 알 수 없는 방송편성, 점점 예능에서도 완성도를 기대하는 시청자들의 요구 등에 부응할 수 없게 되자 김태호 PD는 용단을 내리게 됐다. 다시 시즌2로 돌아오든 아니면 지금 시대에 맞는 리얼리티 쇼 형식으로 바꿔 전혀 다른 프로그램으로 돌아오든 일단 멈춰야 대안을 제시하는 것도 가능했기 때문이다. 이런 점들을 종합적으로 생각해보면 <무한도전>의 종영이 갖는 의미가 새롭게 보인다. 그건 한 프로그램의 마무리일 수 있지만, 어떤 의미에서는 한 시대의 마무리이자 새로운 시대의 도래를 뜻하기 때문이다.

 

 


앞서 말했듯 <무한도전>의 다음주자는 당연하게도 리얼리티 쇼다. 그런데 이 리얼리티 쇼는 지금 갑자기 등장한 것이 아니라 이미 몇 년 전부터 조금씩 시장에 얼굴을 내보였다. ‘관찰카메라’라는 용어는 사실 리얼리티 쇼의 형식이 ‘감정 코칭’이나 ‘교육 코칭’ 같은 솔루션 프로그램을 시도할 무렵부터 사용되어 왔다. 사실 리얼리티 쇼의 특징인 ‘엿보기’라는 관찰 방식이 주는 불편함이 국내 정서로서는 넘기 힘든 장벽이었지만 그나마 EBS같은 채널에서 시도한 다큐멘터리 리얼리티 쇼가 용인되었던 건 그 교육적인 목적 때문이었다. 우리의 일상에서 벌어지는 어떤 갈등요소들을 카메라를 통해 관찰함으로써 객관화하고 문제를 찾아내 일종의 솔루션을 제공하는 것이 방식이었다.


이미지 출처 : MBC <아빠 어디가> KBS <슈퍼맨이 돌아왔다>


그래서 예능에서도 리얼리티 쇼는 ‘관찰카메라’를 통해 이러한 솔루션적인 시각을 의도적으로 담아내려 했다. MBC <아빠 어디가>, KBS2 <슈퍼맨이 돌아왔다> 같은 프로그램은 엄마 없이 아빠와 자녀가 지내는 일상이 주는 의미를 담아냄으로써 ‘엿보기’라는 방식이 주는 불편함을 넘어설 수 있었다. 그 후 리얼리티 쇼들은 이른바 ‘가족예능’이라는 방식으로 가족을 엿보고 그속에서 발생하는 갈등요소나 다른 삶의 관점을 제시하는 쪽으로 확장되었다. SBS <자기야 백년손님>이나 <동상이몽>이 그 단적인 사례다.


이미지 출처 : MBC <나 혼자 산다>


이렇게 관찰카메라라는 호칭으로 리얼리티 쇼가 점점 시청자들에게 친숙하게 되자, 방송은 좀 더 예능의 본질에 가까운 과감한 시도들을 보이기 시작했다. MBC <진짜사나이> 같이 군대체험을 엿보기도 하고, MBC <나 혼자 산다>처럼 혼자 사는 나홀로족 연예인들의 일상을 따라가는 좀 더 본격화된 리얼리티 쇼를 선보이기도 했다. 특히 <나 혼자 산다>의 인기는 이제 리얼리티쇼가 일상적으로 받아들여지는 장르가 되었다라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전체 인구의 4분의 1이 1인 가구라는 걸 내걸면서 ‘혼자 사는 삶’을 들여다본다는 문화적 시점으로 시작한 이 프로그램은 이제 그런 기치를 별로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게 됐다. 누군가의 일상을 공유하는 그 자체가 프로그램의 재미로 자리 잡은 것이다.


이제 리얼리티 쇼는 이미 몸풀기를 끝낸 상태다. 그래서 <무한도전>이 종영한 후 MBC에서 주목받는 프로그램이 <나 혼자 산다>와 <전지적 참견 시점>이 모두 관찰카메라 방식을 택하고 있다는 점도 지금 예능의 트렌드 변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관찰카메라라는 형식은 앞으로 무엇을 담게 될까. 아직 실험적인 단계일 때는 관찰카메라 역시 캐릭터 쇼처럼 미션 중심으로 흘러가는 면이 있었다. 이를 테면 <아빠 어디가> 같은 프로그램은 매번 아빠들이 아이들을 데리고 특정 지역으로 놀러가는 미션이 부여되었고, <슈퍼맨이 돌아왔다> 역시 그날 아빠들이 해야 할 미션들이 정해지곤 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 관찰카메라는 미션보다는 일상 가까이 들어가 거기 벌어지는 사태들을 들여다보는 쪽으로 확장되어가고 있다.


이 세계를 활짝 열어젖힌 이들이 바로 나영석 사단이다. 사실 나영석 PD도 KBS2 <1박2일>을 했던 연출자이기 때문에 tvN에서 연출한 <꽃보다 할배> 같은 프로그램은 그 안에 미션 요소들이 존재했던 게 사실이다. 하다못해 파리공항에서 숙소까지 가는 것도 이 어르신들에게는 하나의 모험적인 미션이 되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삼시세끼>로 넘어오면서 나영석 사단은 미션을 줄이고 일상에서 발견하는 힐링이나 위로, 위안 혹은 새로운 행복에 더 집중하는 변화를 보였다. 무언가를 하는 것보다 무언가를 하지 않는 쪽에 더 포인트를 맞춘 것이다. 따라서 어떤 지역을 돌아다니는 여행보다는 잠시라도 멈춰서 자세히 들여다보는 쪽으로 프로그램 형식도 확장되었다.

 

이미지 출처 : tvN <꽃보다 할배> <삼시세끼> <윤식당> <숲 속의 작은 집>


tvN <윤식당> 같은 프로그램은 국내가 아닌 해외에서 한식당을 연다는 미션으로 출발했지만 시즌2로 가면서 미션보다는 식당을 운영하며 일어나는 현지인들과의 교감 같은 새로운 발견에 더 치중하게 됐다. tvN <숲 속의 작은 집> 같은 프로그램의 경우, 아예 훌쩍 더 나아가 ‘자발적 고립 다큐멘터리’를 표방하면서 실제로 숲 속에 지어진 작은 집에서 지내며 도시생활에서는 느낄 수 없었던 경험을 디테일하게 보여줬다. 이러한 프로그램들에서 주어지는 미션은 그 목적을 재미에 두고 있지 않다. 그것은 우리가 늘 옆에 두고 있지만 잘 발견하지 못했던 일상을 재발견하기 위한 장치다. 즉 지금의 관찰카메라는 재미를 포착해내는 것을 궁극적인 목표로 삼았다는 것이다.

 

 

 

이미지 출처 : NETFLIX <범인은 바로 너>


<무한도전>을 선두에서 이끌었던 유재석이 프로그램 종영 이후 넷플릭스가 투자, 제작한 <범인은 바로 너>에 출연을 결정한 것 역시 꽤 상징적인 행보라고 볼 수 있다. 그것은 이제 예능 프로그램도 국내만이 아니라 글로벌 시장을 겨냥할 수 있다는 것이고 또 유재석 같은 캐릭터 쇼의 시대를 풍미했던 예능인들이 향후 새로운 시대에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를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만일 이 프로그램이 세계 시장에서 일정의 성공을 거둘 수 있다면 유재석에게는 물론이고 많은 예능인들에게 새로운 길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미지 출처 : NETFLIX

하지만 넷플릭스 같은 새로운 플랫폼의 등장이 예고하는 건 단지 글로벌 콘텐츠의 가능성만이 아니다. 제작방식의 차이에서 비롯되는 내용과 완성도의 차이를 말해주는 것이기도 하다. 그간 매주 찍어 방영되던 <무한도전>을 김태호 PD가 버거워했던 건 단지 노동강도 때문이 아니었다. 그것보다는 시작점과 끝점이 있어야 비로소 만들어질 수 있는 ‘완성도’를 <무한도전>의 제작 방영 방식으로는 취할 수 없기 때문이었다.그토록 김태호 PD가 시즌제를 외쳤던 이유가 그것이다.


그런 점에서 <범인은 바로 너>는 100% 사전 제작이라는 점이 프로그램의 완성도를 높일 수 있는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주었다. <런닝맨>(SBS)의 외전같은 느낌을 받았으나 기본적으로 이 프로그램은 이른바 추리예능을 추구하고 있는데, 10부작으로 완결성을 갖고 있어 복선이나 구성의 완성도를 높일 수 있었다. 이를테면 10부의 마지막에 등장할 결과를 1부 시작에서 보여주고 플래시백으로 중간을 채워나가는 스토리텔링이 가능해진 것이다. 이처럼 넷플릭스 같은 새로운 플랫폼의 등장으로 인해 100% 사전 제작되는 방식의 예능들이 등장하게 된다는 건 이제는 예능 프로그램을 하나의 작품으로 볼 수도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마지막으로 <무한도전>의 종영과 함께 이후 벌어질 예능의 변화로 꼽히는 건 연예인 중심에서 일반인 참여로 프로그램의 주역이 바뀌게 된다는 점이다. <무한도전>이 이끌던 캐릭터 쇼의 시대에는 그 캐릭터의 성장과정을 보여주는 연예인이 중심일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대한민국 평균 이하’였던 그들이 갖가지 미션에 도전하면서 최고의 위치에까지 오르는 과정을 보여줬던 것이다.


하지만 누구나 카메라를 갖고 있고 영상을 찍어 올릴 수 있는 이른바 ‘1인 미디어’ 시대에 방송은 연예인들만의 전유물이 될 수 없다. 이러한 트렌드를 반영한 프로그램이 속속 등장하였는데, 예를 들어 JTBC <효리네 민박>은 민박집 주인은 연예인인 이효리와 이상순이지만 주된 이야기는 그 집을 찾는 일반인 참여자들과의 공감대를 통해 만들어진다. 또 JTBC <한끼줍쇼> 같은 프로그램은 이경규와 강호동이 매번 함께하는 게스트와 함께 낯선 집에서 한 끼를 먹는 콘셉트이지만, 프로그램의 중심은 그 날 문을 열어준 일반인 가족들의 이야기다.


이미지 출처 : Jtbc <효리네 민박> <한끼줍쇼>

이러한 트렌드의 확산은 오히려 연예인들의 화려하고 사치스러운 '그들만의 세상'을 보여주는 프로그램에 대한 반감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이른바 연예인 가족이 등장하는 프로그램들에 대해 종종 논란이 벌어지는 건 그래서다. 이제 시청자들은 저들만의 세상을 ‘동경’하지 않는다. 대신 나도 참여할 수 있는 세상에 ‘공감’하고 싶어 한다. 일반인 참여가 향후 주요한 트렌드가 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전술했듯 <무한도전>의 종영은 한 시대가 저물었다는 것과 새로운 시대가 열렸다는 걸 말해준다. 그 다음 주자로 관찰카메라라고 불리는 ‘리얼리티 쇼’가 이미 준비운동을 마친 상태이다. 일상 가까이에 카메라를 들이대고 거기서 새로움을 찾아내는 관찰카메라. 그 안의 주역들도 이제는 연예인이 아닌 평범한 우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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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장 코드 벗은 드라마, 세계는 지금 ‘한드’ 시대

상상발전소/콘텐츠이슈&인사이트 2018.08.17 17:30 Posted by 한국콘텐츠진흥원 상상발전소 KOCCA

이미지 출처 : tvN <시그널>

 

 


미국 ABC 방송에서 새로운 기록을 쓰고 있는 드라마 (이미지 출처 : 더 굿닥터)

 

‘X파일’과 ‘프렌즈’. 1990년대 ‘미드(미국 드라마)’ 열풍을 일으킨 대표적인 작품들이다. 국내 대중들은 이 작품들을 보며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X파일에선 사회의 불가사의한 음모에 UFO, 외계인까지 박진감 넘치게 다뤄진 걸 보며 감탄했다. 프렌즈는 사랑과 우정 이야기를 굳이 울며불며 할 필요 없이 유쾌하면서도 재밌게 그려낸 것에 끌렸다. 사람들은 한국 드라마에서 채울 수 없던 갈증을 그렇게 해소하기 시작했다. 


미드로 시작된 외국 작품에 대한 관심은 점차 다른나라로 확대됐다. 2000년대 들어선 독특한 색채의 장르물이 발달한 ‘일드(일본 드라마)’ ‘영드(영국 드라마)’ 마니아들이 양산됐다. 이 같은 움직임에 방송사와 제작사들은 확산되는 외국 드라마들을 수입하기 바빴다. 수출은 어려웠다. ‘겨울연가’ 등 일부 한국 작품이 큰 인기를 얻기도 했지만 대부분은 실패하고 말았다. 외국사람들이 한국 드라마 고유의 정서를 쉽게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2018년, 분위기가 크게 달라졌다. 한국은 이제 드라마 주요 수출국으로 부상했다. 나아가 한국 드라마는 한류를 이끄는 대표 콘텐츠가 됐다. 한국 작품의 줄거리와 콘셉트 등 포맷을 그대로 판매해 현지제작하는 방식이 주를 이루고 있다. 2015년까지 한해 1~2건에 불과했던 드라마 포맷 수출은 지난해 이후 15건 정도로 늘었다. 또 완성작에 더빙이나 자막을 입혀 수출하기도 한다. 중국, 동남아에서만 일어나는 현상도 아니다. 국내 대중들을 흔들었던 미국, 일본, 유럽 등 드라마 본토에 본격 침투하고 있다. ‘미드’ ‘일드’처럼 국내에서 다른 나라의 드라마가 하나의 문화 트렌드가 됐듯 이제 해외에서도 ‘한드’ 열풍이 불기 시작한것이다. 


그렇다면 과연 무엇이 달라진 걸까. 과거와 달리 한 미국 ABC 방송에서 새로운 기록을 쓰고 있는 드라마 ‘더 굿닥터.’ 국 드라마가 외국 사람들을 사로잡게 된 비결은 뭘까.

 

 



tvN 드라마 ‘기억’의 일본판이 후지TV TWO에서 방영되고 있다.

(이미지 출처 : tvN 기억)

 

최근 한국 드라마는 포맷 수출뿐만 아니라 완성작도다양한 나라에 판매되고 있다.

 (이미지 출처 : OCN 터널)

 

이 변화의 중심에 선 작품들을 살펴보면 알 수 있다. 우선 미국 ABC 방송에서 새로운 기록을 쓰고 있는 ‘굿닥터’가 있다. 2013년 KBS에서 방영된 이 작품을 리메이크한 미국판 ‘굿닥터’는 시즌1의 큰 인기에 힘입어 원작에도 없던 시즌2를 만들기로 했다. 평균 시청률 1.8%로 최근 3년간 방송된 ABC방송 전체 드라마 시청률 가운데 2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갑동이’와 ‘미생’도 미국 시장에서 리메이크를 추진하고 있다. 


일본 시장에도 다양한 작품이 진출했다. 2016년 ‘미생’이 후지TV에 제작된 것을 시작으로 ‘시그널’이 KTV, ‘기억’이 후지TV TWO에서 잇따라 방영되고 있다. 이밖에 ‘캐리어를 끄는 여자’ ‘또 오해영’ 등도 선보일 예정이다. 


포맷 수출뿐만 아니라 완성작도 다양한 나라에 판매되고 있다. ‘터널’ ‘보이스’ ‘듀얼’ 등이 모두 글로벌 OTT(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 업체 넷플릭스를 통해 미국, 프랑스, 벨기에 등에 판매됐다.


이 작품들에서 한 가지 특징을 발견할 수 있다. 한국 드라마만의 성공 공식처럼 여겨졌던 출생의 비밀이나 불륜 같은 ‘막장’ 코드가 없다는 점이다. 가부장적가치관을 적용한 대가족 중심 작품도 없다. 대신 의학드라마부터 추리극 등 다양한 장르물 드라마가 대거포진해 있다. 


한드 열풍의 성공 비결이 여기에 있다. 출생의 비밀과 불륜, 대가족 드라마는 외국인들이 쉽게 이해할 수없었다. 누구나 웃을 수 있는 예능 중심의 포맷 수출이 이뤄져 왔던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반면 장르물은 국적을 불문하고 즐길 수 있다. 의학 드라마는 전 세계 단골 소재이며, 추리극은 미국과 일본에서 이미 오래전부터 특화돼 온 분야이기도 하다. 


나아가 한국 장르물만의 장점도 인정받고 있다. 드라마 본토 시장에서도 놀라워할 만큼 신선하면서도 촘촘하게 구성돼 있다. 서장호 CJ E&M 글로벌콘텐츠사업국장은 “한국만의 참신한 소재를 바탕으로 속도감있는 전개, 흡입력 있는 스토리까지 갖췄다는 평가가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동안 한국 드라마의 주요 코드였던 출생의 비밀과 불륜, 대가족 드라마는

외국인들이 쉽게 이해할 수 없었다. 반면 의학이나 추리극 등 장르물은 국적을

불문하고 즐길 수 있다. 특히 한국만의 참신한 소재를 바탕으로 한 속도감

있는 전개, 흡입력 있는 스토리가 세계인의 관심을 끌고 있다.


이처럼 장르물이 진화하게 된 이유는 뭘까. 사회적으로는 국내에서 거세게 불고 있는 콘텐츠의 개인화, 파편화 현상과 맞물려 있다. 기존 시청자들의 작품 선택권은 리모콘을 쥔 부모에게 있었다. 가족 드라마 중심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젠 다 같이 모여앉아 가족 드라마를 보는 경우가 흔치 않다. 오히려 어둡고 무겁다는 이유로 안방극장에서 외면당했던 추리물 등 실험적인 작품을 혼자 몰입해 즐기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또 신인 작가들의 등장으로 장르물은 더 많이 나오고 있다. 기성 작가들은 자신들의 경륜을 담아 가족 드라마에 치중하거나 그들이 만들어놓은 출생의 비밀과 같은 코드를 자주 사용했다. 하지만 미드, 일드 등을 꾸준히 접하며 자라온 신인 작가들은 장르물에 보다 몰두하고 있다. 방송사나 제작사도 콘텐츠의 개인화, 파편화 경향을 감안해 과거와 달리 신인 작가들을 적극발굴하고 있다. ‘비밀의 숲’ ‘터널’ 등 지난해 큰 인기를얻었던 장르물 대부분이 신인 작가들의 작품이었다.

 

 



내용뿐만 아니다. 그동안 제작사들이 차곡차곡 쌓아온 성과와 신뢰도도 큰 영향을 미쳤다. 과거 미드, 일드를 수입했던 시절은 결코 헛되지 않았다. 드라마 포맷을 수출한 현지 제작사들은 한국에서 과연 작품을 다시 어떻게 제작하는지 눈여겨봤다. 많은 나라의 제작사들이 좋은 작품을 수입하고도 현지화에 실패하는 것과 달랐다. 국내 방송계 관계자는 “자신들의 포맷을 구입한 한국 제작사들이 더 좋은 드라마를 만들어내는 것을 보고 높은 제작 수준을 확인했고 신뢰하기 시작했다”고 분석했다. 


한국 드라마를 가져다 리메이크할 때 쉽게 현지화할 수 있도록 돕는 시스템까지 마련했다. 드라마를 만들기 위한 기획부터 제작, 편성, 마케팅, 홍보 전략까지 전 과정이 고스란히 녹아 있는 ‘포맷 바이블’을 제작것이다. 작품 당 무려 200~500쪽에 달한다. 


그동안 드라마는 예능에 비해 현지화 하는데 너무 많은 시간이 걸려 수출이 어려웠다. 특히 우리와 정서가 많이 다른 미국, 유럽은 대사의 사소한 부분까지 고쳐야 해 더 오래 걸렸다. 이를 그들보다 먼저 경험해 봤던 한국 제작사들은 현지화 때문에 속도가 늦어질까봐 포맷 수입을 꺼리던 문제를 적극 해소하고 나섰다. 배우 오디션 진행 과정, 사전 인터뷰 질문지, 카메라 위치, 조명 등 매우 디테일한 요소까지 바이블에 넣어 준다. 원작자로서 해외 제작사에 직접 가 기본 틀을 잡아주는 ‘플라잉 PD(flying PD)’도 있다. 플라잉 PD는 직접 국내 제작진을 인터뷰해 해외 제작사 측에 도움이될 만한 정보들을 담아 전달하기도 한다.

 

 



tvN의 인기 드라마 ‘시그널’은 일본으로 판권이 수출됐다. (이미지 출처 : tvN 시그널)

 

한드의 높아진 위상은 캐스팅만 봐도 알 수 있다. 일본에서 방영되는 ‘시그널’과 ‘기억’엔 유명 스타들이 출연한다. 과거 한국 드라마를 리메이크한 작품엔 잘 알려지지 않은 배우들이 캐스팅됐던 것과 상반된다. 일본판 ‘시그널’에서는 영화 ‘너와 100번째 사랑’ 등으로 큰 인기를 얻은 사카구치 겐타로가 배우 이제훈이 맡았던 프로파일러 형사를 연기한다. 김혜수가 연기했던 차수현 형사 역할은 드라마 ‘노다메 칸타빌레’ ‘라이어 게임’에 출연한 기치세 미치코, 조진웅의 이재한 형사 캐릭터는 드라마 ‘갈릴레오’에서 열연한 기타무라 가즈키가 맡는다. 일본판 ‘기억’에선 배우 이성민이 맡았던 주인공 변호사 역할로 일본 대표 중견배우이자 드라마 ‘47인의 사무라이’ 등에 나왔던 나카이 기이치가 나온다. 


이 파급력은 앞으로 더 막강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먼저 넷플릭스 효과를 기대해 볼 수 있다. ‘터널’ ‘보이스’처럼 완성작을 넷플릭스에 판매하게 되면 한 번에 많은 국가에 소개될 수 있다. 넷플릭스가 진출한 190개국 전부에 작품을 판매할 수도 있고, 장르물 수요가 큰 지역만 골라 집중적으로 선보일 수도 있다. 국가별로 하나씩 계약을 맺고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한 번에 여러 국가를 설정할 수 있어 최근 국내 드라마 관계자들이 많이 선호하고 있다. 


드라마 본토 효과도 누릴 수 있다. 중국과 동남아 지역에만 수출이 한정돼 있을 때는 다른 나라에 재판매될 확률이 낮았다. 이들 지역의 콘텐츠에 관심을 두는 글로벌 제작사들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미국, 일본, 유럽 등은 드라마 본토에 해당하는 만큼 많은 제작사들이 눈여겨본다. 심지어 남미, 중동과 같은 지역에서도 콘텐츠를 살핀다. 예를 들어 미국판 ‘굿닥터’를 본 중동의 한 드라마 제작사에서 또 판권을 사갈 수있는 것이다. 세계적인 포맷 컨설팅그룹 더포맷피플의 미셸 로드리그 대표는 “재확산이 가능한 시장으로 가는 게 드라마 등 콘텐츠 수출의 핵심”이라며 “이 시장을 적극 공략해 나간다면 보다 많은 국가에 한국 작품이 퍼져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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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글의 내용은 한국콘텐츠진흥원의 견해와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2018년 한국시트콤 시장은?

상상발전소/콘텐츠이슈&인사이트 2018.08.13 18:00 Posted by 한국콘텐츠진흥원 상상발전소 KOCCA

이미지 출처 : MBC 거침없이 하이킥

2018년 한국 방송 드라마시장은 유례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많은 작품을

쏟아낼 태세다. 그만큼 드라마 방영 시간이 많아졌고, TV 외에도 드라마를

방영하겠다고 나선 플랫폼이 많아졌다. 이런 흐름 속에 시트콤도 다시 탄력을 받을

것인지 궁금해진다. 한때는 매일 저녁 시간 온가족의 웃음을 책임져주거나 심야에

‘성인 코드’를 강화해 찾아오던 그 시트콤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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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윤고은(연합뉴스 문화부 기자)



 이미지 출처 : TV조선 너의 등짝에 스매싱


시트콤(Sitcom)은 시추에이션 코믹 드라마(Situation Comedy)의 약자다. 이름에 콘텐츠의 성격이 집약된다. 에피소드 위주의 시추에이션(상황)이 강조되고, 코미디가 두드러진 드라마인 것이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시트콤이라는 단어가 방송가에서 사라졌다. tvN <감자별2013QR3>(2013~2014) 이후로 추정된다. 그러다 지난해 12월 TV조선 <너의 등짝에 스매싱>을 통해 오랜만에 시트콤이라는 단어가 부활했다.

 


<너의 등짝에 스매싱>은 전통적인 시트콤의 공식을 따랐다. 우선 제작진부터 ‘시트콤’이라 규정했고, 일주일에 나흘, 월~목 오후 8시 전후 저녁 시간에 30분 분량으로 방송됐다. 스튜디오 세트 녹화를 중심으로 촬영이 진행됐으며 웃음을 강조한 뚜렷한 개성의 캐릭터들과 회별 완결되는 코믹한 에피소드가 이어졌다.

 

 

그간 방송사들은 시트콤과 유사한 양식의 코믹 드라마를 선보이면서도 시트콤이라는 말 대신 ‘예능 드라마’, ‘초미니 드라마’라는 용어를 내세웠다. SBS <초인가족>, KBS2 <프로듀사>, <최고의 한방>, <마음의 소리>, MBC <보그맘> 등이 그러한 예이다. 모두 시트콤이라 불리길 거부했지만, 시트콤과 상당 부분 교집합을 이룬 작품들이었다.

   

이미지 출처 : SBS <초인가족> KBS2 <프로듀사>

   

이미지 출처 : MBC <보그맘> <마음의 소리> <최고의 한방>

 

방송가에서는 시트콤이라고 규정하면 일반 드라마보다 광고 단가가 낮다는 점, 제작진이 코미디보다는 드라마에 방점을 찍기를 원한다는 점 등으로 시트콤이라는 말이 사라졌다고 분석한다. 또 과거 시트콤은 예능국에서 예능 PD들이 만들었던 터라, 드라마국에서 비슷한 형식의 드라마를 만들어도 드라마 PD들이 시트콤이라 불리길 원치 않는 경우도 있다. 그러다보니 시청자는 시트콤으로 받아들이는데 제작진은 시트콤이 아니라고 하는 촌극이 발생한다.

  


올해도 4월 현재, 시트콤이 <너의 등짝에 스매싱>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4월 17일 막을 내린 JTBC <으라차차 와이키키>나, 3월 28일 끝난 MBN <연남동 539>도 방송가에서 시트콤으로 분류됐다. 웃음으로 무장한 시추에이션 드라마였기 때문이다.

   

이미지 출처 : Jtbc <으라차차 와이키키>

   

<으라차차 와이키키> 제작진은 “시트콤이냐 아니냐가 중요한 문제인가”라고 반문하면서 “모든 작품은 시청자가 어떻게 받아들이느냐가 관건인 것 같다. 시청자가 시트콤으로 받아들였으면 시트콤이 맞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짚었다.


 

다만, <으라차차 와이키키> 스스로 시트콤이라 말하지 않은 데는 스튜디오 녹화 위주로 제작하지 않았고, 웃음 효과음이 없었기 때문이다. 야외에서 ENG 카메라로 촬영했고, JTBC의 미니시리즈 편성 시간에 방송을 했다는 점 등이 기존 시트콤과 다르다는 설명이다.

 

이미지 출처 : Jtbc <으라차차 와이키키>

 

하지만 <으라차차 와이키키>가 코믹한 캐릭터가 강조된 에피소드 형 드라마이기 때문에 시트콤으로 보는 시선이 지배적이다. 이에 대해 제작진은 “시트콤도 드라마 아니냐. 우리가 시트콤이라 불리길 거부하는 것은 아니다”라면서 <으라차차 와이키키>는 형식적인 면에서 시트콤과 일반 드라마의 중간지점에 놓인 시트콤형 드라마 정도 지점에 있는 듯하다”고 해석했다.



이런 흐름에서 볼 때 ‘시트콤인 듯 시트콤 아닌, 시트콤 같은’ 작품은 계속해서 나올 전망이다. 제작진의 작품 분류에 대한 고민에 상관없이 시추에이션 코믹 드라마와 같거나 유사한 형태의 드라마는 중단 없이 만들어져 온 셈이기 때문이다. 시대의 변화에 따라 전통적인 시트콤 제작방식과 형식에 조금씩 변형과 실험을 가한 작품들이 나왔을 뿐이다.

 

 

변화는 필요하다. 그 이유는 <너의 등짝에 스매싱>에서 찾을 수 있다. TV조선이 지난해 12월부터 4개월간 방송한 <너의 등짝에 스매싱>은 0.4~0.5%의 시청률에 머물다 3월 1일 막을 내렸다.

  

이미지 출처 : SBS <순풍 산부인과> <웬만해선 그들을 막을 수 없다>

    

SBS의 <순풍 산부인과>, <웬만해선 그들을 막을 수 없다>, MBC <거침없이 하이킥>, <지붕 뚫고 하이킥>, <하이킥! 짧은 다리의 역습> 등을 통해 국내 시트콤 전성기를 이끌었던 ‘시트콤의 대가’ 김병욱 PD의 신작이라는 이름표에 비하면 초라한 성적표다.

 

 

김 PD와 함께 시트콤의 전성기를 구가했던 박영규와 박해미를 중심으로 권오중, 황우슬혜, 이현진, 엄현경 등 유명 배우들이 대거 출연했지만, 1.333%(닐슨)에서 출발한 시청률은 50부가 방송되는 동안 0.2%대까지 추락하는 등 힘겨운 상황을 이어갔다. 대다수 케이블 프로그램이 시청률 1%를 넘기기 힘들지만, 대대적인 관심 속에 출발한 작품으로서는 굴욕이다.


 

물론, TV조선이라는 채널의 한계도 컸다. 젊은층이 TV를 이탈한 시간대인 평일 오후 8시 편성도 불리했다. 하지만 부진의 가장 큰 이유는 답습과 반복이라는 지적도 많았다. 김병욱 PD가 예전에 했던 작품의 캐릭터와 구조, 스타일에서 달라진 점이 없었다는 것이다. 여전히 각 캐릭터 플레이에서 오는 재미가 쏠쏠하긴 했지만, 전반적으로 ‘올드’하게 느껴지는 것을 지울 수 없었다는 평가다. 주요 출연진과 캐릭터가 과거 작품과 겹치는데 새로운 한방이 없었다.

 

이미지 출처 : Jtbc <으라차차 와이키키>


반면, JTBC <으라차차 와이키키>의 화제성은 높았다. 4월 17일 마지막 회 시청률이 2.081%(닐슨)였으니, 케이블채널이라고 해도 좋은 성적은 아니다. 그러나 이 작품은 젊은층의 구미를 당겼다. 주연을 맡은 김정현, 정인선, 이이경, 고원희, 손승원, 이주우의 인지도는 그리 높지 않았지만 이들 청춘 6인방이 펼친 유쾌한 이야기와 코믹 연기는 입소문을 낳았다. 

 

 

후속작 스케줄 문제 탓이기도 했지만 그런 입소문 덕에 <으라차차 와이키키>는 인기작이나 할 수 있는 4회 연장을 했고, 20회로 종영하면서는 시즌 2를 기대하게 만들었다. 지금 시대에 맞는 청춘 시트콤의 탄생이라는 평가다.

 


‘사기를 당해 전재산을 날린 후 돈 많은 안사돈 집에 얹혀사는 처량한 가장의 이야기’(<너의 등짝에 스매싱>)는 온가족을 겨냥한 코미디라고 해도 개연성이 떨어지는 반면, 좌충우돌 청춘 남녀(<으라차차 와이키키>)의 코미디는 밤 11시 시청자의 선택을 받은 것이다.


 

자연스럽게 시트콤이 세대교체 중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국민적 인기를 끌었던 <순풍 산부인과>(1998~2000)까지 가지 않더라도, <거침없이 하이킥>(2006~2007)과 <지붕뚫고 하이킥>(2009~2010)으로 각각 24.2%와 27.6%(닐슨)의 최고 시청률을 기록했던 김병욱 PD식 작법은 이제 한발 뒤로 물러나게 됐다. 반면 <으라차차 와이키키>는 신예들이 만들었다. ‘겨우’ 1~2%의 시청률이지만 케이블채널임을 고려할 때 가능성의 씨앗은 뿌려졌다.



전통적인 의미의 시트콤은 제작진의 노동 강도가 엄청나지만 방송사 입장에서는 가성비가 좋은 콘텐츠로 각광받았다. 매회 웃음으로 완결을 지어야하는 대본을 일일극처럼 뽑아내는 일은 가히 살인적인 작업이다. 그러나 일단 코믹한 캐릭터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자리 잡으면 일반 드라마보다 적은 제작비로 인기를 끌 수 있다는 장점에 방송사들이 한때 시트콤을 앞 다퉈 편성했었다.


 

하지만 시대의 변화에 따라 더는 예전과 같은 방식으로 제작진을 혹사해서 일일 시트콤을 만들 수는 없다. 그런 대본을 써낼 작가 풀(Pool)이 적고, 향후 촬영현장에 주 52시간 근로기준법이 적용되면 일일 시트콤은 더 이상 가성비 좋은 콘텐츠가 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미지 출처 : MBN <연남동 539>


<연남동 539>를 만든 MBN 김재훈 드라마부 팀장은 “과거와 같은 형태의 시트콤은 '하이킥' 시리즈가 사실상 마지막이 아니었나 싶다”며 “온 가족이 저녁 시간에 둘러앉아 시트콤을 보던 시대도 지나갔고, 웹콘텐츠 등 시트콤을 대체할 다른 콘텐츠들이 많이 나왔다”고 지적했다. 김 팀장은 “시트콤이 계속되기 위해서는 새로운 기획과 포맷을 통해 돌파구를 찾아야한다”며 “어떤 지점에서든 과거의 시트콤과는 다른 새로운 뭔가를 보여줘야할 때”라고 말했다.

 


<초인가족>을 내놓은 SBS 김영섭 드라마본부장도 “‘시트콤은 이래야 한다’는 게 아니라 ‘이런 게 시트콤’이라고 새로운 것을 보여줘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김 본부장은 “내용과 형식에서 다양하고 새로운 시도가 있지 않으면 시트콤은 살아남을 수가 없다”며 “과거 ‘야동 순재’처럼 발칙하고 독특한 캐릭터, 재미있는 캐릭터로 무장하는 것은 필수이고 거기에 젊은 층을 사로잡을 새로운 포인트를 넣어야 한다”고 밝혔다.


이미지 출처 : SBS <초인가족>


시트콤의 묘미는 치고 빠지는 재미, 현실의 실시간 풍자 등에 있다. 개연성 높은 에피소드를 통해 현실감을 높이면서 웃음을 줘야 하는 동시에 과장과 왜곡, 생략 등 다양한 방식을 통해 창조한 코믹한 캐릭터가 살아 있어야 한다. 그러면서도 큰 줄기의 드라마도 놓치지 않아야 한다는 점에서 만만치 않은 공정을 거쳐야 한다. 국내 시트콤의 쇠퇴에는 이러한 시트콤을 요리할 인력이 부족한 점도 컸다.

 


<으라차차 와이키키>를 방송한 JTBC 관계자는 “코미디는 작가나 연출자 입장에서 어려운 장르”라면서 “시트콤이 계속 만들어지던 과거에도 성공한 작품은 사실 그리 많지 않았다. 성공한 시트콤 연출자로 김병욱, 김석윤, 송창의 PD 정도를 꼽을 수 있을 뿐”이라고 지적했다.


 

그만큼 시트콤은 잘 만들기가 어려운 장르라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하지만 <으라차차 와이키키>처럼 코미디를 잘 쓰는 작가와 연출자가 결합할 경우 새로운 시트콤은 언제든 탄생할 수 있다”면서 “그러한 재능은 항상 어디엔가는 있기에 어떻게 찾아내 결합시키느냐가 관건인 것 같다”고 말했다.

 


2018년은 그 어느 때보다 신진 작가와 연출진에게 기회가 열린 해다. 여기저기서 새롭고 차별화된 콘텐츠를 찾기 위해 혈안이 돼 있다. 새로운 형태의 시트콤이 탄생할 여건은 마련됐다. 누가 다음 타자가 될 것인가.

 

※ 본 글의 내용은 한국콘텐츠진흥원의 견해와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이미지 출처 : A:IR 홈페이지

 

 

“스팀펑크(steampunk)란 SF, 더 좁게는 대체 역사물의 하위 장르 중 하나를 지칭한다. 20세기 산업 발전의 바탕이 되는 기술(예: 내연기관, 전기 동력) 대신, 증기기관과 같은 과거 기술이 크게 발달한 가상의 과거, 또는 그런 과거에서 발전한 가상의 현재나 미래를 배경으로 한다. 가상현실, 사이보그와 같은 전자·정보 기술의 영향으로 변모되는 미래를 묘사한 사이버펑크(cyberpunk)에서 사이버(cyber) 대신 증기기관의 증기(steam)를 합쳐서 만들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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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홀의 차기작 MMORPG ‘A:IR’는 스팀펑크와 판타지 세계관을 결합해 공중에서의 생활과 전투를 중심으로 펼쳐진다.

(이미지 출처 : A:IR 홈페이지)

 

‘배틀그라운드’로 간만에 한국 게임의 존재를 전 세계에 새롭게 드러낸 블루홀은 2017년 지스타(G-STAR)에서 차기작으로 ‘A:IR’라는 이름의 MMORPG 개발 정보를 공개했다. ‘Ascent: Infinity Realm’이라는 제목의 약 자를 ‘AIR’로 의도한 데서 드러나는 목적은 공중에서의 이야기가 게임의 중심에 자리함을 가리킨다. 게임 속 세계관에서 공중에 떠 있는 도시와 거대 비행선을 유지 하는 힘은 게임 속 반중력 부유석으로부터 비롯된다.

 

 

그러나 부유석 자체만으로 함선과 건물을 띄우는 것은 아니다. ‘A:IR’에서는 거대한 병기들과 장비를 공중에 띄우기 위해 톱니바퀴와 금속 장치들로 정밀하게 설계된 기계를 사용한다. 육중한 기계들이 철컹이는 모습은 마치 초기 산업사회를 연상시킨다. 하지만 기계들이 구현하는 기술은 19세기 당시의 기술이 아닌, 오히려 지금보다 더욱 발전돼 보이는 일종의 오버 테크놀로지다.

 

 

과거의 기술을 소재로 하지만 그 구현의 결과물이 현재의 기술을 아득하게 뛰어넘는 이러한 모습은 완전히 새로운 것은 아니다. ‘미래소년 코난’과 ‘천공의 성 라 퓨타’, ‘스팀보이’, ‘나디아’ 등을 통해 우리는 꽤나 익숙하게 이러한 설정을 받아들인다. SF(Science Fiction)의 세부 장르 중에서도 적지 않은 비중을 차지하는, 스팀펑크라는 장르가 ‘A:IR’의 세계관을 뒷받침하는 장르적 근거다. 인류가 지금과 같은 기술시대를 살아가게 된 결정적 변곡점으로써 육중한 금속덩어리 느낌의 기계기술 시대가 주는 이미지는 한 시대를 가리키는 일종의 코드가 돼 계속 상상의 영역에서 활용되고 있다.

 

 

 

초기 산업시대의 기술을 상징하는 이미지들로 가득한 스팀펑크 세계관은 산업시대의 기계들로 현대 이상의 오버테크놀로지를 구현하는 것을 중심으로 펼쳐진다. 거대기관, 비행정, 지상전함, 증기와 스모그 등은 과거지향적이면서 동시에 미래를 꿈꾼다.

(이미지 출처 : 플리커)

 

스팀펑크는 증기를 가리키는 ‘스팀(Steam)’과 폐급 물건, 불량배 등을 가리키는 말에서 넘어온 특유의 분위기를 가리키는 ‘펑크(Punk)’의 조합으로 탄생한 개념이다. 펑크가 일종의 분위기를 가리키는 문화적 개념으로 쓰이고 있음을 감안한다면, 스팀펑크는 증기 혹은 증기기관을 토대로 만들어지는 독특한 분위기의 세계관을 가리키는 말임을 알 수 있다.

 

증기기관의 이미지를 상상해 보면 스팀펑크가 대략 어떠한 분위기를 가리키는지를 쉽게 떠올릴 수 있다. 증기기관차가 보여주는 검은 금속의 육중한 중량감, 무거 운 금속 덩어리가 철컹이면서 움직이는 기계적인 소리와 진동, 하얗게 뿜어내는 증기와 기적소리가 만들어내는 특유의 분위기는 단지 증기기관에만 머물지 않는다.

 

 

인류가 자연의 이용한 힘을 벗어나 기계를 돌리면서 만들어지는 독특한 분위기 등이 스팀펑크를 상징하는 대표 적인 이미지들이다. 그러나 스팀펑크가 단지 증기기관에 의해 변화한 시대의 모습을 다루는 것들만 지칭하지 않는다. 증기기관의 시대는 실제 인류 역사의 한 토막이며, 우리는 이를 산업혁명의 시대, 근대 초기라는 역사적 개념으로 부르고 있다.

 

 

스팀펑크는 그러한 증기기관의 시대를 토대로 해 뻗어 나온 상상력의 산물로, SF의 한 분야에 속하는 가상의 세계관을 가리킨다. SF는 단어의 의미 그대로 과학적 상상력의 토대위에서 그려낸 가상의 이야기를 지칭한다. 과학기술이라는 것이 대체로 미래지향적이라는 특징 덕분에 많은 SF작품들이 가깝게는 얼마 후의 미래부터 멀게는 몇 세대 뒤의 이야기를 그리는 경향 속에서, SF 안에서의 스팀펑크는 일종의 대체역사물로서의 의미를 가진다.

 

 

스팀펑크는 19세기 근처를 중심으로 실제 역사에서 펼쳐진 증기기관 동력 중심으로 나타난 기계 세계로부터 시작되는 가상의 역사를 상상의 근거로 한다. 이를테면 증기기관 이후 현대 사회의 주요 동력원 자리를 차지한 가솔린 엔진 등의 내연기관, 전기와 원자력 등의 발전이 없는 상태로 증기기관 동력만이 지속적으로 발전 해 온 새로운 사회를 상상하는 것이다.

 

 

그래서 스팀펑크 안의 세계는 19세기스러운 면모이면서 동시에 19세기에 머물지 않는 독특한 상상력의 공간으로 거듭난다. 20세기의 산물인 디젤엔진 비행기 대신 스팀펑크에서는 주로 비행선 류의 발전형이 등장하며, 전기 대신 가스등이 거리의 밤을 밝히곤 한다. 증기엔진으로 움직이는 거대한 지상전함, 대형 프로펠러와 가스 기구로 날아다니는 초대형 공중요새와 같은 실제 역사와 무관한 창조물들이 스팀펑크의 세계를 가로지른다.

 

 

대체역사물로써의 스팀펑크는 미래가 아닌 실제 역사에 존재했던 증기기관의 시대를 되돌아보면서 지금의 기술을 대체하는 상상력의 공간을 만들어 냈다. 이는 지금의 우리가 살아가는 시대가 반드시 절대적인 결과만은 아닐 수 있다는 새로운 가정을 던져 준다. 증기기관이 다른 동력원에 밀려 퇴조하지 않았다면 지금의 우리 삶은 어떠할 것인지에 대한 물음은, 달리 비교할 데가 없었던 21세기의 인류 생활을 되돌아볼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가 열리는 것이다.

 

 

상상으로 만들어낸 세계와의 비교를 통해 우리는 지금 우리 시대를 다른 무언가와 대 조할 수 있는 근거를 얻었다. 더불어 스팀펑크는 현실의 대체를 통한 질문을 기술 혁명의 기원이 되는 증기기관에 던짐으로써 기술문명 전체에 대한 근본적인 되물음과 해답을 제시할 수 있는 장르로서 의미를 얻을 수 있었다. 미래지향적인 다른 SF 와는 사뭇 다른, 마치 과거를 다루는 듯 하면서도 하나의 과거로부터 뻗어 나온 또 다른 현재 혹은 평행우주의 미래에 대한 상상의 나래로서 스팀펑크는 독특한 매력으로 많은 이들에게 동경의 세계로 자리한다.

 

 

스팀펑크가 세계관의 중심에 들어가는 게임들은 적지 않다. ‘사이베리아’, ‘바이오쇼크 안피니트’, ‘프로스트펑크’ 등에서 스팀펑크 고유의 느낌은 제각각의 게임 이야기로 녹아난다.

 

가장 대표적인 작품은 2002년 첫 출시된 어드벤처 게임 ‘사이베리아’ 시리즈를 꼽을 수 있다. 회색빛의 낯 선 공간 안에서 퍼즐과 수수께끼를 풀어가며 미스터리 한 사건을 추적해 가는 어드벤처 게임 ‘사이베리아’는 2017년 시리즈 3편을 발매하면서 20년 가까이 이어져 온 스팀펑크 어드벤처물이다.

 

 

게임 속에서 주요한 테마로 다뤄지는 자동인형 (Automaton)은 디지털, 전기 기술의 등장 이전 기계식 장치로 자동화를 만들어내던 방식이었다. 현실에서는 보다 간단한 전기장치에 의해 밀려났지만, ‘사이베리아’ 에서는 이들 태엽장치 방식의 장치들이 쇠퇴하지 않고 꾸준히 발전해 톱니바퀴들의 작동으로 인공지능을 구현 하는 수준의 오버 테크놀로지를 표현하며 스팀펑크물의 진수를 선보인다.

 

 

인기 액션게임 ‘바이오쇼크’ 시리즈의 3번째 작품이자 전체 시리즈의 프리퀄인  ‘바이오쇼크: 인피니트’는 스팀펑크와 디젤펑크 사이를 오가는 독특한 분위기로 시 선을 끌었다. 창공을 떠다니는 거대한 공중 도시가 게임의 중심 배경인 ‘바이오쇼크: 인피니티’는 1910년대라는 시간 설정 속에 거대한 도시를 공중으로 띄우는 기술적 상상력을 그려내면서 스팀펑크의 느낌을 고스란히 드러낸다. 철도는 공중에 설치돼 ‘스카이라인’이라는 이름으로 움직이고, 플레이어는 스카이라인을 타면서 공중 액션을 펼치기도 한다.

 

 

2018년 출시예정 게임 ‘프로스트펑크’는 조금 독특하게 스팀펑크의 스타일을 내는 게임이다. 제작사인 ‘11비트 스튜디오’의 전작으로 전쟁 속 민간인의 생존이라는 참담함을 그려낸 게임 ‘디스 워 오브 마인’의 후속작으로 빙하기의 도래로 인해 고립된 인류가 유일하게 작동 가능한 동력기관인 증기기관에 모여 근근이 채굴하는 석 탄으로 기관을 가동하면서 살아남는 것을 골자로 하는 생존형 게임이다.

 

 

과거가 아닌 문명의 몰락을 통해 다가온 미래의 유일한 동력으로 상정된 증기기관을 통해 게임은 새로운 위치에 스팀펑크의 개념 갖다 놓으며 전작과 유사하게 극한 상황에 놓인 인간 존재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2018년 1분기 출시를 예고한 이 게임은 스팀펑크의 상징인 증기기관이 단지 디자인 요소나 장식에 그치지 않고 세계관 속에서 생존자들의 유일한 동력원이라는 개념으로 활용되면서 기존과는 사뭇 다른 느낌의 스팀펑크를 구현할 것으로 예상된다.

 

 

스팀펑크를 본격적으로 세계관의 중심에 놓지 않더라도 여러 가지 서브 요소를 통해 스팀펑크의 느낌을 살리는 게임들도 적지 않다. 대중적으로 큰 인기를 끈 대 작 게임들은 세계관 어딘가에 항상 조금씩 스팀펑크 요소들을 배치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전 세계적인 인기를 이어가는 ‘리그 오브 레전드’에서도 스팀펑크 요소는 쉽게 발견할 수 있다. 게임 속 세계관에서 ‘필트오버’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도시국가는 설정상 스팀펑크 스타일을 유지하는 곳이다. 필트오버 출신 챔피언들의 디자인은 그래서 스팀펑크의 이미지들이 강하게 묻어난다.

 

 

궁극기를 사용하며 톱니바퀴 모양의 조준점을 나타내는 케이틀린, 아예 기계 포탑을 조립하는 것을 기술의 골자로 하는 하이머딩거, 톱니바퀴 자동 인형을 연상케 하는 사실상 스팀펑크 캐릭터인 오리아나 등의 캐릭터 디자인은 대체로 스팀펑크의 그것을 모티브로 삼는다.

 

 

전략시뮬레이션, MMORPG 등 다채로운 장르로 출시되는 ‘워크래프트’ 시리즈의 세계 속에도 스팀펑크 요 소들이 적지 않게 등장한다. ‘워크래프트 3’에 처음 등장 하는 휴먼 진영의 공성병기는 처음 유닛 이름이 ‘스팀탱크’로, 증기엔진을 사용해 움직이는 공성병기였다.

 

 

이 후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로 넘어가면서 게임 안에는 고블린과 노움이라는 두 진영이 기계공학의 전문가로 등장하는데, 이들이 활용하는 증기엔진, 톱니바퀴 등은 대체로 스팀펑크의 요소들로부터 차용한 것들이다. 실제 플레이어의 기술로 도입된 기계공학의 주요 생산품들도 용수철, 나사, 톱니 등 초기 기계공학의 부품들과 이를 조합한 스팀펑크스러운 제작물을 통해 ‘워크래프트’ 세계관 안에 스팀펑크가 포함돼 있음을 드러낸다.

 

 

인류의 눈부신 기술 발전이 열어젖힌 근현대의 새로운 생활양식은 경이로움과 두려움을 함께 제시했다. 급증한 평균수명, 풍부해진 먹거리와 볼거리, 지구 전체의 상황을 순식간에 확인할 수 있는 정보화까지 기술의 발전은 상상 못할 편의와 행복을 제공했지만, 그와 동시에 발달한 기술은 전쟁에서 더 많은 사람을 더 손쉽게 죽였고 중심세계 밖의 지역들을 끊임없이 착취하며 빈부격차를 더 크게 만드는 역할을 수행하기도 했다.

 

 

현대기술의 안락함을 누리면서도 동시에 그 어두운 이면을 살피려는 비판적 시선이 끊이지 않는 속에 스팀펑크는 우리의 당면 과제인 현대기술을 대체역사라는 새로운 상상을 통해 기술의 밖에서 지금의 우리를 바라볼 수 있게 해 주는 효과를 갖는다.

 

 

SF라는 가상의 세계에서 현재의 우리를 대비시키며 전기 이후의 기술을 대체한  구기술의 발전을 상상하는 것은 우리가 걸어 온 풍요와 타락의 양면적 역사를 완전히 다른 시점에서 반성적으로 생각해 볼 여지를 남기는 독특한 시점을 제공한 다. 현대 기술로도 구현 불가능한, 거대한 공중부양도시와 비행정은 그래서 단순한 상상력의 창조물이 아닌, 이 시대에 대한 일종의 대체 희망으로서 더욱 의미 깊다.

 

 

그런 대체희망으로서의 가치가 잠재해있기에 스팀펑크 라는 독특한 가상의 세계는 오히려 더 매력적으로 많은 이들에게 받아들여지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환상의 공간이면서도 현실의 역사에 뿌리를 두고 있다는 스팀펑크 세계관은 좀 더 새롭고 독특한 느낌을 만들어 내길 원하는 게임 콘텐츠에서 매력적인 눈길로 바라보고 있는 요소다. 그래서 적지 않은 게임들이 스팀펑크를 세계관의 기본으로 차용하거나, 게임 속 곳곳에 스팀펑크의 요소를 활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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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이경혁 칼럼니스트

 


 

※ 본 글의 내용은 한국콘텐츠진흥원의 견해와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OTT 서비스, 글로벌 미디어 시장의 중심에 서다

상상발전소/콘텐츠이슈&인사이트 2018.08.06 16:00 Posted by 한국콘텐츠진흥원 상상발전소 KOCCA

 

 

 

 

 

 

최근 콘텐츠 플랫폼의 변화가 인터넷 플랫폼 기반으로 급속히 재편되고 있다. 넷플릭스(Netflix)와 유튜브(Youtube)는 각각 유료 및 광고로 운영되는 대표적인 OTT(Over The Top) 서비스다. 페이스북(Facebook)이나 아마존(Amazon)역시 이용자들을 대상으로 스트리밍 동영상 콘텐츠를 제공·판매하는 방식을 도입했다. OTT 서비스로 정보와 콘텐츠, 커뮤니케이션을 유통하는 플랫폼 사업 자체가 거대한 글로벌 시장을 타깃으로 삼기 시작한 것이다. OTT 서비스는 콘텐츠의 지리적 시장 한계의 극복이 가능하다. 인터넷 사용이 가능한 지역이라면 전 세계 국가에서 OTT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기 때문에, 기존의 방송이나 통신 서비스에 비해 사업자의 글로벌 시장 진출이 훨씬 쉽다. 국내 시장에서도 푹(POOQ)이나 티빙(TVING)과 같은 방송 콘텐츠 기반 OTT 사업자들이 활동하고 있으며, 1인 미디어 기반 사업자들이 참여하는 플랫폼인 아프리카TV 또한 인터넷 콘텐츠 시장을 개척하고 있다.

 

 

OTT 서비스가 기존 콘텐츠 플랫폼 서비스를 대체할 가능성은 점점 높아지고 있다. 이용자들이 선호 장르의 콘텐츠를 독점적이고 안정적으로 공급받을 수 있기 때문에, OTT서비스는 가격과 편리성, 그리고 모바일 환경에서 가장 적합한 서비스로 평가받는다. 게다가 OTT 서비스가 넷플릭스처럼 자체 콘텐츠를 제작하는 수직 모델을 구성하면 콘텐츠 시장에도 발을 넓힐 수 있다. 이러한 OTT 서비스 사업자들은 모바일 시장을 포함해 미디어 광고 시장까지 그 영향력을 확대할 것이다.

 

 

 

최근 흥미로운 변화 중의 하나는 디즈니(Disney)라는 글로벌 미디어 기업의 전략 방향 전환이다. 영화와 스포츠 등을 중심으로 강력한 콘텐츠 경쟁력을 확보한 디즈니는 자사 보유 콘텐츠 자산을 바탕으로 독자적으로 글로벌 OTT 시장에 진입하려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이와 같은 디즈니의 전략은 완전한 통제력으로 자사가 보유한 영화·드라마·스포츠 콘텐츠와 온라인 콘텐츠 유통 플랫폼을 수직 결합하는 것이다.

 

 

이미지 출처 : <월트디즈니> <21세기 폭스>


 

디즈니는 독자적으로 글로벌 동영상 스트리밍 시장에 진입하기 위해 세 가지 사전 정비 작업을 시도하고 있다. 첫 번째 작업으로, 디즈니는 더 많은 글로벌 콘텐츠 자산을 확보하기 위해 뉴스 코퍼레이션 소유 21세기 폭스(21st Century Fox)를 522억 달러에 인수하는 작업을 추진하고 있다. 디즈니의 경쟁 기업인 21세기 폭스가 확보한 영화 자산을 바탕으로 글로벌 OTT 시장을 새롭게 재편하겠다는 의지다. 디즈니는 글로벌 OTT 서비스 시장을 독점하고 있는 넷플릭스와의 경쟁을 위해 고품질 글로벌 콘텐츠의 필요성을 강하게 인식했고, 넷플릭스에 공급되는 자사 콘텐츠들을 더 이상 제공하지 않기로 했다.

 

 

이미지 출처 : Hulu

 

 

두 번째 작업으로, 디즈니는 폭스와의 합병을 통해 훌루(Hulu) 지분의 30%를 추가로 인수해 안정적으로 기존 OTT 플랫폼을 통제하려는 전략을 추진중이다. 훌루는 기존의 폭스가 소유하고 있었던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 플랫폼으로, 디즈니를 포함해 폭스와 타임워너, 컴캐스트 등 미국 내 주요 글로벌 미디어 기업들이 합작으로 설립했다. 디즈니는 합작으로 설립된 훌루가 다른 경쟁 기업들의 개입이나 갈등이 존재할 위험이 있다고 보고 훌루에 대한 지배적인 지분을 확보해 통제력을 갖고자 했다. 그러나 훌루의 또 다른 핵심 주주인 NBCU와 컴캐스트는 여전히 훌루에 대한 통제력을 포기하지 않고 있다. 따라서 1천 6백만 명의 가입자를 가진 훌루의 미래는 디즈니와 컴캐스트 간의 치열한 경쟁의 결과에 따라 그 방향이 결정될 것이다.

 

 

마지막 작업으로, 디즈니는 자사 브랜드의 OTT 서비스 런칭을 준비 중이다. 인터넷 스트리밍 시장 진출을 위한 기존 OTT 서비스 플랫폼 훌루에 대해 효율적인 통제가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이는 자신들이 보유하고 있는 영화와 스포츠 콘텐츠를 중심으로 독립적인 디즈니 OTT 서비스 브랜드를 직접 소유·운영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훌루와 자사 브랜드의 플랫폼을 적절하게 보완하면서 통합적으로는 글로벌 콘텐츠 유통 시장 확대를 목표로 하는 것이다.

 

 

디즈니의 OTT 서비스 플랫폼에 대한 전략적 전환은 기본적으로 미디어 환경 변화에 따른 수익성 확보 이유 때문이다. 디지털과 모바일 인터넷 환경에서 대부분 스마트폰과 PC를 사용하는 이용자들은 VOD 콘텐츠 소비 경향이 강해졌다. 2017년 OTT 서비스 이용 기기의 이용률은 스마트폰/태블릿 PC가 97.9%, 데스크탑 PC가 10.0%, 노트북 5.3%순으로 스마트기기의 활용도가 압도적이었다. 기존의 유료방송 비즈니스 모델로는 더 이상 이용자들을 확보·유지하기도, 광고료를 창출하기도 어려워진 것이다. 콘텐츠 이용자들은 점차 선호하는 콘텐츠만을 최소한의 비용으로 선택하여 모바일로 시청하는 행태 으며 디즈니는 이 변화를 받아들여야 했다.

 

 

이미지 출처 : 정보통신정책연구회, <OTT 서비스 이용 기기의 이용률(2017)>

 

 

디즈니와 같은 콘텐츠 사업자들은 유료방송 플랫폼 사업자들이 자사 채널을 묶음으로 판매해 채널이용료나 광고료를 받는 것보다는 이용자들로부터 직접 이용료를 받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고 판단했던 것 같다. 특히 콘텐츠 경쟁력이 있는 디즈니는 유료방송 플랫폼 사업자들을 경유하지 않고서도 인터넷을 통한 통해 독자적으로 콘텐츠를 유통하여 수수료 비용은 줄이고 수익은 높이되 통제력을 강화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게다가 OTT 서비스 플랫폼을 활용하게 되면 이용자 기반을 글로벌 시장으로 확대할 수 있는 이점까지 생기게 된다.

 

 

 

 

 

 

넷플릭스와의 직접 경쟁을 선언한 디즈니의 변신이 주목받고 있는 가운데 여러 경쟁 미디어 기업들의 대응이나 변화 또한 가시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글로벌 OTT 서비스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넷플릭스, 글로벌 상품 판매뿐 아니라 엔터테인먼트 콘텐츠 시장 유통에도 나선 아마존과 같은 기업들은 막대한 제작비를 추가로 투입해 다른 플랫폼과의 콘텐츠 차별화에 나서고 있다. 넷플릭스와 아마존은 2018년 오리지널 콘텐츠 확보에 70억 달러를, 페이스북은 자사의 프리미엄 비디오 플랫폼인 워치(watch)의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을 위해 1조 1,300억 원(10억 달러)이라는 막대한 규모를 투자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기존의 플랫폼을 통해 확보된 이용자와 더 매력 있는 콘텐츠를 수직적으로 결합해 지속해서 OTT 서비스 가입자를 유지하겠다는 목적으로 보인다.

 

 

한편, CBS와 타임워너의 HBO 등도 독자적으로 OTT 서비스 브랜드를 런칭·운영 중이다. 이들은 디즈니와 마찬가지로 할리우드 영화와 미국 드라마 등에서 강력한 경쟁력을 갖고 있어 독자적인 콘텐츠 유통 비즈니스가 가능한 것으로 보인다. 이외에도 디스커버리 커뮤니케이션즈(Discovery Communications)는 인기 있는 케이블TV 채널을 소유하고 있는 스크립스 네트웍스 인터랙티브(Scripps Networks Interactive)를 인수해 공격적으로 OTT 서비스 진출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OTT 서비스는 가장 편리하고 값싸게 콘텐츠를 이용할 수 있는 핵심 플랫폼으로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 특히 넷플릭스는 이미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 부부와 스토리텔링 파트너십을 맺는 등 다른 콘텐츠 플랫폼이 따라올 수 없는 독보적인 위치까지 올라간 것으로 보인다.

 

 

국내 시장 속에서의 디즈니나 다른 글로벌 미디어 기업들의 OTT 서비스 런칭은 아직까지 비교적 영향력이 크지 않았지만, 글로벌 추세에 따라 시장이 잠식될 수 있는 가능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 최근 넷플릭스는 LG 유플러스와의 전략적 제휴를 통해 본격적으로 국내 OTT 서비스 시장을 확대하려는 움직임을 보였으며 HBO(Home Box Office)는 국내 벤쳐기업 프로그램스와 판권 계약을 체결하며 자사의 시리즈 콘텐츠를 유통하고 있다.

 

 

이러한 미국계 글로벌 미디어 기업들의 OTT 서비스 시장 진출과 장악이 가속화되면 세계 핵심 콘텐츠 시장의 생산과 소비는 유튜브나 페이스북과 같은 소수 글로벌 기업에 의해 좌우될 가능성이 커질 수 있다. 따라서 국내시장 역시 경쟁력있는 콘텐츠 제작과 플랫폼 산업에 적극적으로 투자를 확대하는 등, 해외 거대 공룡기업에 의한 시장 잠식 위험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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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영상산업, AI와 손을 잡다

상상발전소/콘텐츠이슈&인사이트 2018.07.30 15:30 Posted by 한국콘텐츠진흥원 상상발전소 KOCCA

 

 

“인류를 지배하기 위한 시작이라고 말했던 것은 농담이었어요.

다음에는 상황을 보며 농담을 하겠습니다.”

지난 1월 한국을 찾아온 인공지능(AI) 로봇 ‘소피아’

자신의 발언에 해명하며 AI 로봇들의 역할은 인간을 돕는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일반적으로 기계는 오류가 발생하면 그 상태를 유지하거나 동작을 멈추기 마련이다.

소피아처럼 해명하지 않는다. 이용자가 고쳐주기를 기다릴 뿐.

이렇듯 인간의 행동과 유사한 패턴을 가지고 있는 AI가

사람의 감각이 십분 발휘되는 방송 산업에 접목된다면 어떤 모습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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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송자은(편집부)

 

 

 


 

이미지 출처: 뉴스의 요미코(ニュースのヨミ子)

 

 

 

일본 NHK 방송에서는 AI 아나운서가 방송에 투입됐다. <뉴스체크 11> 속 코너인 <뉴스의 요미코(ニュースのヨミ子)>를 진행하는 캐릭터 '요미코'는 마네킹이나 로봇의 형태가 아닌 가상의 3D 아나운서 캐릭터로 ‘로봇 실황 중계’ 기술을 바탕으로 제작됐다. 요미코는 뉴스를 보도하는 것은 물론 실제 앵커들과 대화를 나누기도 한다.

 

화면 속에 투입되는 캐릭터 하나로 <뉴스체크 11>은 그들만의 차별화된 정체성을 갖게 되었다. AI 아나운서는 별도의 출연료가 들지 않고 방송 사고의 위험이 줄어 방송 제작에 있어서도 새로운 전환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요미코 아나운서는 TV 방송 뿐만 아니라 스마트스피커를 통해 뉴스를 읽어주기도 하는 등 NHK의 상징이 되는 캐릭터로 부상중이다. NHK는 이러한 서비스를 통해 인공지능 딥러닝 기술을 축적, 남성 캐릭터를 사용한 AI 아나운서 또한 개발할 계획이다.

 

또한 라디오 방송국에서 일을 시작한 인공지능 DJ도 있다. TBS 라디오에서는 지난해 10월부터 AI가 사람과 함께 라디오 프로그램을 진행하기도 했다. 단 시간에 대량의 데이터를 분석할 수 있는 만큼 경마를 예상하고 선곡을 하는 등의 역할을 해내고 있다.

 

 

 

 

 

이미지 출처: 왕짜이(汪仔)

 


 

보도 분야에 있어 AI의 활약이 두드러지는 이유는 ‘정보 분석’ 능력이 인간에 비해 훨씬 뛰어나기 때문일 터다. 중국에서는 AI 인터뷰 전문 로봇의 활약이 두드러지고 있다. 지난 3월 열린 중국 최대의 정치행사인 양회(兩會)에서는 인민망 로봇기자 ‘왕짜이(汪仔)’가 등장했다. 왕짜이는 일반 사람처럼 언어구사, 동작, 생각, 음성인식, 자연언어처리, 데이터 발굴 등의 분야에서 뛰어난 능력을 보이며 인민망 ‘강국포럼’, ‘정부업무보고’ 해석 프로그램의 양회 보도 코너에 최초로 등장해 인터뷰 프로그램의 ‘신병’으로 떠올랐다.

 

또 산둥(山東, 산동) 방송국은 빅데이터 분석이 가능한 귀여운 AI 로봇 캐릭터 기자 ‘샤오치메이(小齊妹)’가 뉴스에 등장해 보도를 도맡아 하기도 했다.

 

 

 

 

 

이미지 출처 : theneweconomy

 

 

 

이세돌과 알파고의 바둑시합은 그야말로 세기의 대결이었다. 모든 수를 예측해 바둑을 두는 알파고는 엄청난 연산능력으로 결국 바둑천재 이세돌에게 승리를 거두었지만, 그의 오랜 연륜을 완전히 간파하지는 못했다. 인간과 AI간의 대결은 이미 승패가 결정된 무의미한 행위라 볼 수도 있겠지만 한편으로는 인간의 한계를 시험하는 중요한 전환점이기도 하다.

 

아프리카TV에서는 지난해 AI와 인간의 스타크래프트 대결을 실황 중계하기도 했다. 인간 대표로 나선 게이머 송병구는 총사령관이라는 별명답게 4전 4승이라는 압도적인 승부를 펼쳐 인공지능을 이긴 또 한명의 인간으로 기록됐다.

 

인간과 AI를 대결 구도로 해석해온 그동안의 콘텐츠와 달리 보다 인간의 삶에 가까워진 AI를 소재로 하는 드라마도 늘어나고 있다. KBS2 <너도 인간이니>, MBC <로봇이 아니야> 에서는 AI를 인간과 교감하는 존재로 그려내 그들이 서로에게 느끼는 감정을 재해석 하기도 했다.

 

이제 우리는 일상의 다양한 상황에서 여러 장르에 녹아든 AI를 만날 수 있다. 특히 AI와 방송산업과의 접목은 방송 제작 환경과 방식에 있어서도 새로운 변화가 나타날 것을 시사한다. AI의 활약이 방송 산업의 긍정적 전환점으로 나타나기를 기대해본다.

 

 

 

※ 본 글의 내용은 한국콘텐츠진흥원의 견해와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5G가 바꾸어 놓을 콘텐츠 세상

상상발전소/콘텐츠이슈&인사이트 2018.07.18 18:49 Posted by 한국콘텐츠진흥원 상상발전소 KOCCA

 

 

 

먼 미래의 일일 것만 같았던 5세대 이동통신(5G)이 어느새 상용화를 앞두고 있다. 평창동계올림픽을 5세대 이동통신의 시범 서비스 데뷔 무대로 만들겠다던 정부와 업계의 목표가 어느정도 성공을 거두면서 상용 서비스도 그리 멀지 않은 일이 됐다. 이제 LTE에 익숙해지나했더니 곧 다음 세대 기술을 고민해야 하는 상황이다.

 

특히 5세대 이동통신은 단순히 빠른 인터넷이 아니라 네트워크를 통해 세상을 바꿀 수 있는 기반 기술서의 의미가 크다. 통신 업계에서는 일반 가입자를 대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네트워크 위에서 가치를 만들어내는 기업들을 통해 가입자들을 만난다고 해서 ‘B2B2C’라는 표현을 쓰기도 한다. 통신 속도가 지금보다 더 빨라야 할 이유가 예전과 달라졌고 5G가 이를 반영한다는 의미다.

 

 

 

 

5G 안테나. 5세대 이동통신은 기존 네트워크와 전혀 다른 가치를 추구한다.

 

 

인터넷을 비롯한 통신의 가장 큰 역할은 콘텐츠를 유통하는 것이었다. 네트워크는 채팅을 주고받거나 게시판의 글을 읽고, 사진을 보는 것에서 시작해 어느새 음악과 영화, 심지어 게임까지 실어 나르는 수단이 됐다. 통신의 속도는 곧 콘텐츠 미디어의 변화와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 인터넷의 보급과 함께 사라진 대표적인 산업이 바로 오프라인 콘텐츠 유통이다. 넷플릭스는 비디오 대여점을 밀어냈고, 아이튠즈는 음반 판매점을 대체했다. 테이프나 디스크, 책 등 ‘미디어’의 가치는 콘텐츠를 담는 데에서 나왔다. 우리가 돈을 주고 사는 것이 음악인지, 음악이 담긴 플라스틱 디스크인지 헷갈리는 것이 콘텐츠였다.

 

하지만 인터넷이 등장하면서 콘텐츠가 형체 없이 유통되기 시작했다. 파일을 내려 받는 것으로 음원을, 영화를 구입할 수 있게 됐다. 심지어 인터넷의 전송 속도가 빨라지고, 연결의 신뢰도가 높아지면서 스트리밍이 자리를 다져가고 있다. 아예 파일 전체를 내려 받는 개념도 희미해지는 것이다.

 

5세대 이동통신은 이전의 통신과 전혀 다른 방향의 진화를 꿈꾸고 있다. 단순히 ‘스마트폰에 영화 한 편 내려받는 데 1초’ 같은 식의 변화가 아니다. 파일을 내려 받는속도뿐 아니라 데이터가 전달되는 물리적인 속도가 그어느때보다 급격하게 빨라지게 된다. 휴대폰으로 가까이에서 통화하다 보면 실제 목소리와 전화 너머의 목소리 사이에 아주 약간의 시차가 있다. 이는 통신 기술의 ‘응답속도(Latency)’로 불리는 현상이다. 온라인 게임이 자연스러워지려면 바로 이 응답 속도가 빨라야 한다.

 

하지만 그 동안의 네트워크는 이 속도를 끌어올리는 노력에 상대적으로 소홀했다. 대신 한 번에 많은 ‘양’을 보내는 ‘데이터 전송률(Bit Rate)’에 더 집중해 왔다. 그리고 5세대 이동통신은 바로 이 응답 속도를 끌어올리는 것이 가장 중요한 통신망이다. 기존 네트워크보다 10배 수준으로 응답 속도가 빨라지고, 네트워크 범위를 넘어서도 ‘실시간’을 유지할 수 있다. 당장 이 빠른 응답 속도를 활용할 방법들이 거의 모든 산업에서 일어나고 있다.

 

네트워크 세상에서 ‘기다림’은 당연한 일이 아니다. 하지만 우리는 어느새 기다리는 데에 익숙해져 있었고 그 틀을 깨는 것에서 5세대 이동통신의 혁신이 시작된다. 모든 업계가 당장의 필요성을 떠나 5G 기술에 집중하는 이유다.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5G와 VR기술의 결합은 중요한 화두였다.

 

 

콘텐츠 업계도 이 변화를 예민하게 바라볼 수밖에 없다. 어떻게 보면 통신 환경에 따라 가장 급격하고 예민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는 게 바로 콘텐츠산업이기 때문이다. 기회가 될 수도, 독이 될 수도 있다. 그리고 새 기술에 대한 고민을 미루다가는 후자가 될 가능성이 높다.

 

당장 5G와 콘텐츠의 결합에서 가장 많이 이야기되는 것이 바로 가상현실이다. 가상현실이라고 하면 으레 VR(Virtual Reality)을 떠올리는데 증강현실로 부르는 AR(Augmented Reality)을 함께 아우르는 개념으로 보는 것이 옳다. 구분을 위해서 MR(Mixed Reality, 혼합현실)같은 말도 대중화되고 있는데, 가상현실 시장의 발전은 이 두 개념이 합쳐지면서 비로소 시작된다.

 

그렇다고 해서 가상현실과 5G 네트워크 사이의 관계를 요즘 우후죽순처럼 늘고 있는 VR 체험존에서 찾을 필요는 없다. VR 체험존처럼 고정된 공간에서 가상현실을 누리는 환경이라면 아직까지는 잘 꾸려진 와이파이 환경으로도 충분히 운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선을 끊고, 공간의 제약을 끊는 것이 무선 네트워크의 개념이듯 가상현실 역시 공간을 벗어나는 것에서 출발한다.

 

그런데 왜 가상현실과 차세대 이동통신 기술이 밀접하게 묶이는 것일까? 가상현실은 통신의 두 가지 속도 변화를 모두 끌어안기에 유리한 매체다. 가상현실은 쉽게 말하면 눈앞에 헤드셋을 쓰는 것으로 우리가 가상의 공간에 들어가는 것 같은 환경을 말한다. 실제같은 느낌을 만들어내기 위해 이 가상현실 헤드셋은 고개를 돌리거나 걸음걸이 등 움직임을 읽어내 그에 적합한 화면을눈 앞에 보여준다. 이 때문에 가상현실은 옆, 뒤는 물론이고 위, 아래까지 모든 면을 미리, 그리고 동시에 그려야 한다. 우리가 기존에 모니터로 바라보던 화면이 하나의 평면만을 그려내는 것과 비교하면 컴퓨터의 성능은 물론, 읽어 들여야 하는 데이터의 양이 몇 배는 늘어난다는 이야기다. 더 많은 데이터를 손실 없이 빠르게 실어 나르는 통신망의 필요성이 여기에서 나온다.

 

특히 지금 가상현실의 가장 큰 약점으로 꼽히는 것이 해상도인데 5G는 이 부분을 해소할 수 있는 방법으로 꼽힌다. 물론 그 안에는 디스플레이의 해상도와 고해상도 이미지를 처리할 수 있는 컴퓨터의 성능도 필요하지만 그만큼 중요한 것이 1시간에 몇 기가바이트(GB)씩 되는 데이터를 안정적으로 주고받을 수 있는 통신 성능이다.

 

가상현실에 필요한 통신의 또 다른 조건은 응답 속도에 있다. 이 가상현실이 지금 게임이나 체험 영상 등 대체로 혼자 이용하는 콘텐츠에 쓰이는 이유는 그 공간에 다른 사람이 들어오기 어렵기 때문이다. 내 가상 공간에 누군가 함께 한다는 이야기는 서로 상호 작용이 있어야 하는데, 가상 공간에서는 반응 속도가 지연되면 그 어색함이 배가된다. 이 응답 속도를 실시간이라고 느낄만큼 빨라져야 콘텐츠의 한계가 줄어들 수 있다. 가상현실 업계가 5G에 가장 기대하는 것이 바로 이 부분이다.

 

스포츠 대회는 가상현실 업계가 가장 주목하는 분야 중 하나다. 올 2월에 열린 평창동계올림픽에서도 5세대 이동통신과 가상현실 기술의 결합은 중요한 화두였다. 물론 상당 부분은 통신업계가 5세대 이동통신 기술의 우수성과 당위성을 알리기 위해 무리해서 짜낸 면도 있다. 하지만 특정 선수의 시야에서 스포츠 경기를 볼 수 있는 기술은 경기를 보는 재미를 한껏 높였다. 특히 경기장 곳곳에 VR을 촬영할 수 있는 카메라를 두고, 이를통해 경기 내용을 중계하는 서비스도 이뤄졌는데, 값비싼 티켓을 구입하지 않아도 헤드셋을 쓰는 것만으로 경기장의 가장 좋은 자리에 앉아 있는 것 같은 효과를 느낄 수 있다. 단순한 느낌이 아니라 가장 실감나는 방법으로 경기를 즐기는 것이다.

 

이는 영화 콘텐츠로도 확대된다. 인텔은 지난 1월 CES2018(소비자 가전 박람회)의 기조연설을 통해 가상현실과 콘텐츠의 접목을 강조했다. 그 중에서도 눈에 띄는 것은 LA에 설치한 볼륨메트릭 스튜디오(Volumetric Studio)다. 이 촬영소는 아주 넓은 공간에 100대의 가상현실 카메라를 설치해두고 동시에 같은 장면을 촬영하도록 설비됐다. 여러 대의 카메라가 사물을 찍기 때문에 사람을 비롯한 모든 사물의 입체 데이터를 만들어낼 수 있다. 촬영 결과물이 화면을 이루는 2차원적인 ‘점’을 의미하는 ‘픽셀(Pixel)’이 아니라 3차원으로 구성된 공간 정보를 담는다고 해서 이를 ‘복셀(Voxel, Volume+Pixel의 조합어)’이라고 부른다.

 

어떤 장면이라도 놓치지 않고, 기존 촬영 기법에서 벗어난 결과물을 만들어낼 수 있다. 대신 이 결과물은 기존의 영상들보다 수 십, 수 백 배 크고, 서로 다른 카메라로 찍은 화면들이 정확한 타이밍에 연결돼야 하기 때문에 통신의 실시간 요소와 대용량 처리 기술이 모두필요하다.

 

 

 

 

태양의 서커스 공연팀은 홀로렌즈의 증강현실 기술을 이용해 무대를 설계,
실제 현장을 반영하기 때문에 결과도 좋고 안전성도 높아진다.

 

 

당장 이 가상현실이 5세대 이동통신 기술과 합쳐지면서 크게 영향을 끼칠 영역은 VR보다 증강현실 쪽이다. 증강현실은 공간을 가상화하는 VR과 달리 현재 위치에 가상의 물체들을 입히는 기술이다. 한 동안 크게 유행했던 ‘포켓몬 고’ 게임은 가장 대표적인 증강현실 콘텐츠다. 이후 이를 흉내 낸 다양한 게임들이 선보였고, 스마트폰이나 PC 환경에서 증강현실 콘텐츠를 쉽게 만들고, 즐길 수 있는 개발 환경도 만들어지면서 증강현실은 점차 산업의 한 분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증강현실은 이미 우리가 떠올릴 수 있는 가장 완성도 높은 가상현실의 한 분야로 꼽힌다. 영화 ‘킹스맨’을 보면 세계 각국의 요원들이 각자의 공간에 있지만 증강현실과 홀로그램을 통해 킹스맨 회의실에 모이는 장면이 나온다. 기술이 공간의 제약을 허물어버린 셈이다. 이 영화 속 그림은 아직 완벽하게 구현할 수는 없지만 그 기본은 네트워크의 실시간성에 있다.

 

특히 증강현실은 게임으로 인기를 얻기는 했지만 산업 분야에서 활발하게 연구를 이어 온 분야다. 공장 자동화나 건축, 인테리어 등에는 이미 상용 서비스가 이뤄지고 있다. 그 기반 기술들이 문화 콘텐츠로 연결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태양의 서커스’는 증강현실을 이용해 공연 무대를 설계하는 기술을 갖고 있다. 헤드셋 형태로 쓰는 마이크로소프트의 홀로렌즈를 이용한 것으로, 무대 현장 공간을 읽어 들이고 그 안에 실제 크기로 가상의 무대 구조물들을 직접 배치한다. 주변 환경에 따라 소재나 색 등을 미리 손 볼 수도 있다. 특히 배우들의 연기도 미리 입력해 두었다가 가상의 무대 위에서 배우들이 연기하는 동선도 가상으로 확인할 수 있는 것이 눈길을 끈다. 물론 무대를 만들 때 여전히 실측이 중요하지만 해당 공간에서 공연 전체를 미리 확인하는 것으로 공간 활용과 안전 등을 두루 챙길 수 있다.

 

증강현실은 실제 공간을 직접 활용하기 때문에 네트워크 환경의 관리와 통제가 쉽지 않다. 증강현실도 VR 기반의 가상현실과 마찬가지로 데이터의 양이 중요한데다가, 현실 공간과 가상의 콘텐츠가 지연없이 실시간으로 매끄럽게 연결돼야 한다. 데이터 처리량과 지연 없는 통신 기술을 뽐내기 좋은 콘텐츠라는 이야기다. 개인적으로는 인기 있는 운동 경기를 증강현실로 끌어와 다른 지역의 경기장에 증강현실로 보여주는 기술이 이 증강현실과 콘텐츠가 연결되는 사례의 완성 단계가 아닐까 생각한다.

 

런던에서 열리는 축구 경기를그대로 증강현실로 담아 상암 월드컵 경기장의 잔디 위에 가상의 선수들로 뿌려주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아이돌 그룹의 콘서트 등에 반영할 수 있다. 지역에 관계 없이 공간과 시간의 제약을 없애는 것이 바로 이 가상현실의 궁극적인 목적이고, 5세대 이동통신은 바로 그 제약을 무너뜨리는 발판이 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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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로 전하는 책, ‘북튜브’ 시대를 열다

상상발전소/콘텐츠이슈&인사이트 2018.07.04 17:00 Posted by 한국콘텐츠진흥원 상상발전소 KOCCA

 

 

 

 

평소 책을 읽는 사람이라면 책 정보를 접하는 경로를 나름대로 정해두고 있을 것이다. 온라인 서점에서 보내주는 메일이 라든가, 오프라인 서점의 베스트셀러 매대, 혹은 팟캐스트 등이리라 짐작한다. 조금 더 책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신문사나 잡지의 서평을, 관심이 덜한 사람이라면 텔레비전의 강연이나 페이스북의 ‘열정에 기름붓기’, ‘책 끝을 접다’ 같은 페이지를 참고할 것이다. 말하자면 책에 대한 정보는 어디까지나 ‘읽거나’, ‘듣는’ 방식으로만 전달돼 왔다.

 

그렇다면 ‘보고 듣는’ 방식으로 책을 소개하는 매체는 없을까? 당연히 있다. 전통 매체 중에서는 텔레비전을 들 수 있다. 텔레비전에서는 이따금씩 책을 소개하는 프로그램들이 생겨나고 사라지기를 반복한다. 하지만 그런 프로그램을 꼬박꼬박 시청하는 사람이 얼마나될까? tvN의 ‘비밀독서단’이나 KBS의 ‘노홍철X장강명책번개’처럼 연예인과 유명 인사들을 모아 방송하는프로그램이 아닌 이상 많은 수의 시청자를 확보하기는 쉽지 않다. 여기서 우리는 조금 더 소구력 있는 콘텐츠에 대한 수요를 발견한다. 그리하여 뉴미디어를 대표하는 새로운 흐름, ‘북튜브’에 대해 이야기를 할 차례가 된 것이다.

 

 

독서의 진화, 북튜브를 맞이하다

 

 

 

"북튜브란 책(Book)과 유튜브(Youtube)의 합성어로, 책을 다루는 유튜브 채널을 의미한다.

구독자들은 북튜버들의 영상을 참고해읽을 책을 고르고 댓글로 책에 대한 감상을 쓰기도 한다.

북튜브라는 카테고리가 하나의 새로운 독서유튜브 '겨울서점'은 독자들에게 책정보를 비롯한

다양한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북튜브란 책(B o o k )과 유튜브(Yo u t u b e )의 합성어로, 책을 다루는 유튜브 채널을 의미한다. 이미 몇 년 전부터 외국에서는 북튜버들이 활발한 활동을 벌여왔다. 채널 ‘어북유토피아(abookutopia)’는 36만 명이 넘는 구독자들이, ‘폴란드바나나즈북스(PolandbananasBOOKS)’는 38만 명이 넘는 구독자들이 시청한다. 이들은 ‘24시간 동안 책 읽기’라든가, ‘이번 달에 읽은 책’ 등 책에 대한 콘텐츠를 만들고 구독자들로부터 피드백을 받는다. 다른 북튜브와 북튜버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는 ‘북튜버 태그’ 영상도많은 북튜브 채널에 올라오는 영상이다. 구독자들은 북튜버들의 영상을 참고해 읽을 책을 고르고 댓글로 책에 대한 감상을 쓰기도 한다.

 

북튜브라는 카테고리가 하나의 새로운 독서 문화로 자리 잡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에도 북튜브가 있다. 이제는 슬슬 소개를 해도 되지 않을까 싶은데, 내가 바로 그 북튜버다. ‘겨울서점’이라는 북튜브는 책을 사고, 책 택배를 뜯고, 낭독을 하고, 읽은 감상을 이야기하고, 책 페스티벌에 가고, 책덕후를 위한 보드게임을 하고, 읽지 않은 책에 대해 말하는 방법까지 이야기하는, 그야말로 책에 대한 모든 것을 다루는 채널이다. 2017년 1월에 개설해 2018년 4월 현재 3만 7000여 명의 구독자들과 함께 책 이야기를 하고 있다. 물론 겨울서점 외에도 책을 다루는 채널이 속속 생기고 있는 추세다.

 

뷰티나 영화 등 다른 분야를 다루는 유튜브 채널보다는 대체로 규모가 작지만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약 1년이 넘는 시간 동안 북튜브를 운영하며 사람들이 어떤 콘텐츠를 좋아하고, 어떤 콘텐츠를 외면하는지 감을 잡을 수 있었다. 현재 겨울서점 채널에서 가장 조회수가 높은 영상은 ‘독서 루틴’ 영상이다. 마치 뷰티 유튜버들이 밤에 사용하는 화장품을 소개하는 ‘나이트 루틴’처럼, 책을 읽을 때 어떤 환경에서 읽는지를 설명한 영상이다. 독서대를 쓰는 방법이나 차를 마실 때 사용하는 소품, 책의 원하는 부분에 표시를 하는 북다트 등에 대해 이야기했다. 영상의 따뜻한 분위기가 인기를 끌어 짧은 시간에 10만회가 넘는 조회수를 기록했다. 댓글은 200개, 좋아요 수는 2600개가 넘는다. 책만 다루는 것이 아니라 책을 둘러싼 분위기를 전달하는 것이 사람들의 마음을 끌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반면 조회수가 낮은 영상은 대체로 낭독 영상들이다. 낭독 영상에 대한 반응에서 재미있는 점을 발견했는데, 보통 다른 영상을 모두 보고 나서 더 이상 볼 영상이 없을 때 낭독 영상을 클릭해서 보지만, 일단 낭독 영상을 한 번 본 구독자들은 다른 낭독도 모두 본다는 사실이었다. 겨울서점이라는 채널의 동력이 운영자의 목소리에 상당 부분 의지한다는 점을 생각하면 이해할수 있는 대목이다.

 

그 외에도 꾸준히 인기를 얻고 있는 영상은 민음사 패밀리데이 세일 날 친구와 함께 책 쇼핑을 하러 갔던 영상과 읽지 않은 책에 대해 말하는 방법을 이야기한 영상이다. 죽이 잘 맞는 친구와 함께 책에 대해 자유롭게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과 중간 중간 등장하는 유머러스한 말들이 사람들에게 호소하는 지점이 있는 듯하다. 인터넷 서점이나 출판사에서 얹어주는 굿즈를 보여주는 영상도 인기가 많은데, 북튜브라고 해서 단순히 책의 리뷰만을 다루지 않고 다양한 기획을 시도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보여준다.

 

 

구독자와 소통하는 북튜브

 

 

구독자들의 반응도 북튜브를 즐기는 큰 재미다. 마치 독서 커뮤니티에 모인 것처럼 책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자유롭게 개진한다. 서로 의견을 달기도 하고 다른 의견을 추천하는 과정에서 사람들의 다양한 생각을 알 수 있다. 이러한 모습은 북튜브라는 것이 단순히 일방향적 콘텐츠에서 끝나지 않고 책을 읽는 독자들과 활발한 소통 창구로 기능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이런 현상은 유튜브 생방송 때 더욱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텔레비전이나 팟캐스트처럼 잘 정리된 내용을 전달하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곧바로 독자들과 이야기를 나눈다는 점에서 좀 더 생생한 책 이야기를 나누는 장이 되고 있다. 더 나아가, 이는 독자뿐만이 아니라 책을 읽지 않는 비(非)독자들도 채널을 통해 책에 대한 호기심과 친숙함을 느끼는 계기로 작동한다.

 

각 채널마다 특성이 다르겠지만 겨울서점이라는 북튜브 채널은 운영자에 대한 신뢰로 움직이고 성장하는 채널이다. 심리학과 철학을 전공한 이력과 믿음을 주는 배경의 책장, 그리고 차분한 목소리가 채널의 큰 원동력이다. 이와 달리 화이트보드 애니메이션으로 책의 내용을 정리해주는 ‘책그림’이나, 책의 내용을 3분 정도로 요약해 전달하는 ‘책읽찌라’ 역시 나름의 매력으로 사랑을 받고 있는 채널들이다. 속속 생기고 있는 작은 북튜브 채널들도 유튜브의 성장과 함께 성장을 이어나갈 것으로 예상한다.

 

 

새로운 플랫폼과 함께 성장하는 콘텐츠산업

 

 

 

 

유튜브가 뉴미디어의 왕좌를 차지했다는 주장에는 거의 이견이 없다. 콘텐츠 제작자에게 수입을 제공하고 구독자들에게 빠져나가기 어려운 생태계를 제공한 결과다. 반면 비슷한 플랫폼을 만들고자 하는 후발주자들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네이버TV의 경우 광고를 최소한 15초 이상 필수로 봐야 한다는 점에서 사용자들의 비판을 받고 있고, 아프리카TV는 콘텐츠의 종류가 한정적이고 지나간 방송을 주제별로 검색하기 힘들다는 단점이 있다. 그래서 다른 플랫폼에서 활동하는 많은 크리에이터들은 유튜브 채널을 함께 개설해 하이라이트 부분을 업로드하기도 한다. 한편 생방송 기능을 제공하지 않던 유튜브는 2016년 생방송 기능을 적용해 많은 크리에이터들이 유튜브로 넘어오게 만들기도 했다. 유튜브에 대적할 플랫폼이 없는 이유다. 이미 유튜브가 구축한 생태계가 확고해 아직은 다른 플랫폼이 유튜브를 위협할 가능성도 크지 않아 보인다.

 

유도해 수익을 창출할 수 없도록 여러 가지 보완 장치를 만들고 있다. 최근에는 수익 창출을 신청할 수 있는 채널의 기준을 구독자 1000명 이상, 시청시간 4000시간 이상으로 제한해 새로운 콘텐츠 크리에이터의 유입을 어렵게 만들기도 했다. 질 낮은 영상 때문에 광고주들이 떠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또 저작권 규정이나 스팸 영상에 대한 커뮤니티 가이드를 세워 전체적인 영상의 질을 관리하고 있다. 그 과정에서 멀쩡한 영상의 수익 창출이 중지되는 일명 ‘노란딱지’가 크리에이터들의 원성을 사고 있지만, 당분간은 이런 강경책을 포기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유튜브의 성장, 그리고 퀄리티 콘트롤과 함께 북튜브가 성장하고 있는 것은 자연스런 현상이다. 뷰티, 게임, 키즈, 가전제품, 영화, 식문화 등 다양한 콘텐츠가 인기를 끌면서 유튜브에서 다루는 주제의 범위가 점점 넓어지고 있고, 그중에서도 ‘좋은 콘텐츠’는 유튜브 내 노출을 늘리는 유튜브 정책 때문이다. 책을 읽는 독자의 수가 한정적인 만큼 성장에 어려운 점이 존재하지만, 북튜브는 책을 읽지 않는 사람들 역시 책을 친숙하게 느끼게 만드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본다. 물론 여기에는 북튜버들이 영상적으로 좋은 콘텐츠를 만들어야 한다는 전제가 깔려 있다. 앞으로 좋은 북튜브 채널들이 더욱 많아져서 북튜브와 도서 시장이 좋은 영향을 주고받으며 함께 크는 선순환을 이루기를 기대한다.

 

 

 

 

 

 

 

 

 

※ 본 글의 내용은 한국콘텐츠진흥원의 견해와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1월 말 공식 유튜브 채널을 통해 글로벌 e스포츠 종목 <오버워치> 내 만연한 악성 채팅 개선 노력과 성과를 발표했습니다. <오버워치>는 타 FPS게임에 비해 여성 이용자 비중이 높은 편이며, 성희롱성차별적 내용이 담긴 악성 채팅 문제가 심각한 문제로 지적되었습니다.

발표에 따르면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는 게임 내적인 조치뿐만 아니라 유튜브트위치TV’ 등 영상 플랫폼에 업로드된 악성 채팅 영상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는 등 능동적인 조치를 수행해 왔으며, 이를 통해 악성 채팅이 17% 감소하는 효과가 있었습니다. ‘포브스등 매체들은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의 성과에 주목하면서도 운영사뿐만 아니라 이용자들의 자체 문화 개선 노력도 게임 이용 경험 향상의 중요한 요인으로 언급하였습니다.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오버워치> 게임 내 이용자 문화 개선 노력이 성과를 거두고 있다고 발표.

 

<오버워치(Overwatch)> 게임 디렉터 제프 카플란(Jeff Kaplan)은 공식 유튜브채널을 통해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Blizzard Entertainment)의 악성 채팅 문제 대응 현황 공개

해당 게시물에서 제프 카플란은 새로운 대응 정책을 시행한 이후 악성 채팅이 감소하는 성과가 있었다고 주장

 

<오버워치>는 타 FPS 장르 게임에 비해 많은 여성 게임 이용자를 확보하고 있으나, 남성 이용자들의 성차별과 성희롱이 증가해 게임 경험을 해치고 있음

 

게임 관련 조사 업체 퀀틱 파운드리(Quantic Foundry)’ 조사에 따르면 <오버워치>의 여성 이용자 수는 전체의 16%에 달함. 이는 FPS 게임 중 가장 높은 수치[각주:1]

남성이 대다수이고 경쟁적인 게임 문화를 지니고 있는 FPS 장르의 기존 이용자들은 <오버워치>에 새로 유입된 여성 게임 이용자가 덜 경쟁적이고 실력이 부족하다는 편견을 가지고 성차별성희롱 언어 폭력을 가해 심각한 문제로 대두[각주:2]

특히 <오버워치>의 경우 마이크를 통한 음성 채팅 기능 제공, 음성 채팅은 키보드 채팅과 달리 시스템 상에서 검열이 쉽지 않아 더욱 문제가 심화

 

이미지 출처 : 오버워치 공식 홈페이지(https://playoverwatch.com/ko-kr/media/dva-cosplay)

 

악성 채팅 문제로 <오버워치>를 떠나는 이용자가 늘어나자 블리자드는 이용자 문화 개선을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해 왔음

 

특히 20175유튜브에 한 여성 <오버워치> 이용자가 자신이 겪음 성차별성희롱 사례를 공개[각주:3]

<오버워치> 운영사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또한 악성 채팅 문제를 운영의 최우선 선결 과제로 규정[각주:4]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는 악성 이용자가 회피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해 모든 제재 프로그램 내용을 공개하지는 않았으나 게임 내 조치 뿐 아니라, ‘유튜브(Youtube)’ 영상 모니터링 등 다양

한 시도를 진행하고 있다고 언급

 

<오버워치>는 키보드 대신 음성 채팅이 대부분인 콘솔 플랫폼에서도 신고 시스템 도입, 신고가 들어온 세션의 음성 채팅 내용을 직접 확인

악성 게임 이용자에 대해 채팅 제한 및 금지 조치가 내려지기 전 게임 내에서 경고 메시지를 전달해 사전에 행동을 검열할 수 있는 시스템도 도입

음성 채팅을 통한 악성 발언의 경우 시스템으로 구분하기 쉽지 않기 때문에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유튜브트위치TV(TwitchTV)’ 영상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는 등 악성 발언을 능동적으로 적발하고자 하는 노력도 기울임

 

이미지 출처 : 오버워치 공식 홈페이지(https://playoverwatch.com/ko-kr/media/dva-cosplay)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는 악성 채팅 문제가 완전히 해결되기는 어렵지만 운영사 차원에서의 조치가 지속적으로 성과를 거두고 있다고 언급했으며, 주요 매체들은 이용자 차원의 노력도 문제 해결을 위해 필요하다고 언급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의 발표에 따르며 악성 채팅은 17% 이상 감소했으며, 악성 채팅에 대한 신고는 20% 증가

제프 카플란은 여전히 문제는 지속되고 있지만 수치로 성과가 증명되고 있으며, 이용자 커뮤니티의 반응도 호의적이라고 언급[각주:5]

포브스(Forbes)’는 게임 내 경험을 향상시키기 위해서는 운영사의 노력도 중요하지만 이용자들의 선한 스포츠맨십(Good Sportsmanship)’ 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지적[각주:6]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오버워치> 게임 디렉터 제프 카플란

이미지 출처 : 스팀 홈페이지(http://store.steampowered.com)

한국 여성 이용자들을 중심으로 2017년 결성된 전국디바협회가 페이머즈(Famerz)’로 이름

을 변경하고 게임 내 성희롱 고발 트위치 계정 운영

 

2017년 촛불집회에서 처음 등장한 전국디바협회는 촛불시위 이후 여성 게임 이용자를 위한 페미니즘 운동 시작

<오버워치> 비주얼 디렉터 제프 카플란(Jeff Kaplan)20172DICE 서밋 2017 기조연설에서 이들을 언급해 화제

20175월 페미니즘 페스티벌 페밋에서 라운드 테이블을 열어 여성 게임 이용자에 대한 발표 진행

전국디바협회20181페이머즈로 이름을 변경해 여성 게임 이용자를 위한 활동을 지속할 것을 선언

<오버워치>의 여성 혐오 고발과 악성 채팅 아카이브 역할을 해온 트위터 계정 옵치하는 여자들페이머즈가 운영하며 게임계 내 여성 혐오 고발 계정(@famerz_GGYG)으로 변경해 모든 게임으로 제보 대상 확대

 


위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자세한 내용을 다운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1. Quantic Foundry, Female Games Want To Kill You, Just Not With Guns, 2017. 20. 09. [본문으로]
  2. Forbes, Blizzard Courts Controversy With New ‘Overwatch’ Anti-Toxicity Measures, 2018. 01. 29. [본문으로]
  3. http://www.youtube.com/watch?v=9f4dW1YpuoA [본문으로]
  4. Polygon, Blizzard hunting down toxic Overwatch players on YouTube, 2018. 01.26. [본문으로]
  5. Games Industry, Overwatch director says toxicity not solved, but improving, 2018. 01. 26 [본문으로]
  6. Forbes, Blizzard Courts Controversy With New ‘Overwatch’ Anti Toxicity Measures, 2018. 01. 29. [본문으로]

※ 본 글의 내용은 한국콘텐츠진흥원의 견해와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가상현실이라는 이름이 이제는 그리 낯설지 않은 시대가 되었습니다. 컴퓨터 그래픽을 통해 그려진 가상의 세계는 모니터 안의 평면에 머물지 않고, 이른바 VR기기라는 새로운 장비들을 통해 모니터 밖으로 뛰쳐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아직 VR기기 자체의 효용성에 대한 의견은 분분합니다. 장밋빛 미래를 상상하는 사람부터, 여물지 않은 기술에 대한 과도한 우려를 경계하는 사람까지 전망은 가지각색입니다. 하지만 어쨌든 새로운 기술이 품은 가능성은 가상 현실이라는 이름으로 우리 앞에 성큼 다가와 있다는 사실은 부인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그런데 그런 VR을 먼저 접해본 사람들은 의외의 지점에서 접근의 문턱을 호소합니다. 머리의 움직임을 정확히 따라가는 트래킹 기술, 이전의 기기보다 훨씬 높아진 해상도를 통해 보다 정밀해진 가상세계이지만, 여전히 많은 이들이 힘들어하는 장벽이 VR에는 하나 존재합니다. 개인차가 있긴 하지만, 상당수의 사람들이 힘들어하는 부분이 바로 멀미입니다.
실제로 가상현실 속에 들어간 것 같은 착시를 일으킬 정도로 정교해진 VR기기이지만, 여전히 멀미를 호소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습니다. VR게임이나 탑승물에서 10분을 못 버티고 화장실로 달려갈 정도로 민감한 사람도 있습니다. 더군다나 VR게임 제작사들도 장시간의 VR기기 사용을 자제할 것을 권하곤 합니다.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아직 멀미는 VR이라는 새로운 기술이 퍼져나가는 데 적지 않은 높이의 장애물인 것은 확실해 보입니다.
그런데 멀미는 과연 VR기기만의 것일까요? VR이전에도 시각매체와 멀미의 이야기는 결코 동떨어져 움직인 적은 없었습니다. 당장 1인칭 시점의 게임들을 플레이할 때도 숱한 멀미 체험담이 쏟아지는 것이 현실입니다. VR의 등장과 함께 멀미 문제가 생겼다고 하기엔, 영상매체의 역사 자체가 상당 부분 멀미와 함께 한 역사이기도 합니다. 이를 살펴보기 위해, 우리는 영상매체의 발전과 그 사이사이에 함께 해 온 멀미의 이야기를 되짚어 볼 필요가 있을 것입니다.

 

VR은 실제 눈으로 보는 것과 같은 감각을 제공하지만, 동시에 멀미라는 큰 장벽이자 숙제를 앞에 두고 있다.

 

 

많은 연구자들은 그림이나 사진이 아닌, 움직이는 시각 이미지로 사람들의 감각을 새롭게 자극한 것을 열차의 '창문 밖 풍경'으로 꼽습니다. 인간의 신체로는 쉽게 낼 수 없었던 빠른 속도를 열차가 낼 수 있었고, 네모난 차창은 프레임이 되어 기존에 보기 힘들었던 속도감의 영상을 보게 된 것이죠. 영화보다 일찍 기차여행을 통해 스펙터클이라는 자극을 받게 되었습니다. 멀미는 기차에서도 느낄 수 있는 증상입니다. 좁은 차창으로 느껴지는 속도감, 덜컹거리는 객차가 주는 진동은 스펙터클했지만, 멀미를 동반했습니다.
멀미는 애초에 감각의 불일치로부터 기인합니다.
귀 속의 전정기관이 제공하는 평형감각이 시각 등 다른 감각과 불일치할 때 확 몰려오는 어지러움과 구토증세가 멀미지요. 기차라는 빠른 속도의 탈것을 처음 경험한 사람들에게는 그 속도감이 전에 없던 불일치로 다가왔을 것입니다. 인간의 신체가 경험해보지 못한 무언가를 기계를 통해 구현하면서 얻은 새로운 스펙터클은 멀미라는 견디기 힘든 부작용과 함께 다가왔지요.

 

차창으로 느껴지는 속도감, 덜컹거리는 객차가 주는 진동은 스펙터클했지만 멀미를 동반했다.

 

본격적으로 영상매체의 시작을 세상에 알린 영화도 비슷한 사례들을 낳았습니다. 초기 영화가 준 충격을 설명하는 데 가장 많이 인용되는, 뤼미에르 형제의 <열차의 도착>은 무성영화로 열차가 역에 들어오는 장면만을 보여줬음에도 불구하고 마치 실제로 극장에 열차가 들어오는 듯한 느낌을 관객들에게 제공하면서 큰 반향을 일으켰습니다. 진짜 열차가 들어오는 줄 알고 도망친 관객도 있었다는 기록들은 현실과 영상 이미지가 주는 감각의 불일치라는 측면에서 멀미와 같은 맥락의 현상이었습니다.
실제로 영화에서도 가끔 1인칭 중심의 연출이 펼쳐지거나 카메라가 핸드헬드 등의 기법으로 크게 흔들릴 때 적지 않은 관객들이 멀미를 호소하곤 합니다. 카메라의 시점과 관객의 시점이 일치할 때 더 많은 이들이 멀미를 느낀다는 것은, 시각이 제공하는 1인칭 시점이 실제 보는 이의 전정기관과 다른 정보를 제공하기 때문에 발생합니다. 시각과 전정기관의 불일치로 인한 멀미는 게임에서 더 큰 반응을 일으킵니다.

 

<열차의 도착> 에서 사람들이 실제 열차가 들어오는 것으로 착각했던 것

또한 시각이미지로부터의 혼동에서 기인한 것이었다.

 

 

게임, 특히 1인칭 또는 3인칭으로 화면을 제공하는 게임들은 가상의 세계를 설정하고, 카메라를 그 안에 밀어넣어 플레이어가 직접 카메라를 움직이면서 세계를 볼 수 있게 해 줍니다. 이 때도 적지 않은 플레이어들이 멀미로 인해 고통을 호소합니다. 아예 ‘3D 멀미라는 용어가 널리 쓰일 정도로 컴퓨터게임에서의 멀미는 영화의 그것 이상으로 많은 사례들을 나타냅니다. 신작 3D게임이 너무 재미있어 보여도 멀미 걱정에 못하는 사람들도 부지기수고, 3D멀미 대처법을 묻고 답하는 일들도 각 게임 커뮤니티 게시판에서 자주 벌어지곤 합니다. 
VR은 카메라 시점의 이동을 영화처럼 고정시키거나 게임처럼 키보드, 마우스, 패드로 움직이지 않습니다. VR이 사용하는 카메라의 이동은 우리가 특정 사물을 보기 위해 고개를 돌리는 방식을 통해 이뤄집니다. 앞선 영화나 일반 게임에 비해 더욱 VR이 제공하는 영상은 시각의 방식에 가까워집니다. 마치 진짜를 방불케 하는 이러한 시각적 현실감은 오히려 균형감각을 담당하는 전정기관에는 아무런 영향을 주지 못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전정기관과 시각과의 감각 차이를 더욱 크게 만들어버립니다. VR의 등장과 함께 다시 한 번 멀미가 떠오른 것은 아마도 이러한 연유 때문일 것입니다.

 

3인칭과 1인칭 시점을 혼용하는 '배틀그라운드'

 

 

멀미는 시각과 전정기관의 끊임없는 불일치로부터 비롯됩니다. 멀미는 어쩌면 전정기관의 목소리 내기라고 해석할 수도 있겠습니다. 시각이 지금 받는 이미지는 가짜라고! 네 몸은 지금 그자리에 그대로 있을 뿐이라고!
그렇다면 전정기관이 제공하는 평형감각은 일종의 매체로 기능할 수는 없는 것일까요? 시각과 청각을 중심으로 한 현대의 영상매체들이 전달하는 많은 감각과 이야기들이 존재하듯이, 전정기관의 평형감각을 통해 우리는 새로운 감각을 전달하거나 만들어낼 수는 없는 것일까요?
의외로 이 작업은 오래전부터 시도되어 온 바 있습니다. 다만 우리가 그것을 매체로 인식하지 않았을 뿐이지요. 바로 놀이공원의 롤러코스터와 바이킹입니다. 롤러코스터가 활강을 위해 최고점까지 올라간 순간부터 자유낙하를 하며 빙글빙글 돌 때의 감각이 제공하는 스펙터클은 상당부분 전정기관의 감각을 활용해 만들어집니다. 눈을 감고 타더라도 고점에서 낙하하기 시작하는 순간의 스릴감은 고스란히 전해지니까요.
우리는 꽤 오래 전부터 전정기관의 평형감각이 매체로 사용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고, 또 놀이기구를 통해 활용해 왔습니다. 다만 그것을 특정한 감각을 전달하는 매체라고 부르지 않았을 뿐이지요. 우리는 영상기술이 그래왔듯이, 일종의 가상환경을 통해 전정기관의 감각을 메시지화할 수 있을지를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놀이공원의 다양한 어트랙션들은 사실 전정기관을 일종의 유희 매체로 사용하고 있는 방식들이다.

중력감과 균형감각을 유희적 메시지의 전달체로 이용하는 것은 그리 최근의 이야기는 아니다.

 

 

균형감각이라는 인간의 감각은 의외로 오랫동안 미발굴의 영역이었습니다. 너무나 익숙하게 우리는 한 발로도 균형을 잡고, 적당한 높이에서 뛰어내려도 넘어지지 않을 수 있었지만 그 기능을 하는 전정기관을 활용하는 법에 대해서는 깊은 고민을 해 본 적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지금 쏟아지는 뉴미디어 관련 기술들은 점점 전정기관을 향하고 있습니다. VR의 카메라 컨트롤 방식은 고개를 돌린다는 점에서 분명 전정기관에 함께 자극을 주고 있습니다. 최근 스마트폰과 게임 컨트롤러에 자이로스코프 같은 중력, 가속도 센서가 들어가고 있다는 점 또한 전정기관의 감각을 매체로 활용할 수 있는 기술적 기반으로 다가오고 있습니다.
이것으로 무엇을 해 낼 지는 아직까지 시도와 탐구의 영역에 있습니다. 다만, 시각매체 또한 초기에는 단지 움직이는 영상이라는 의미에 국한되었다는 사실을 돌이켜보면 이를 통해 어떤 것들이 등장할 지 예단하기 어려운 일입니다.
커뮤니케이션학자 마셜 맥루한은 미디어의 발전을 가리키며 감각의 확장이라는 표현을 사용했습니다. 새로운 기술들은 끊임없이 인간의 감각들을 재개발하고 확장시키면서 새로운 감각으로 인지되는 세계를 만들어 갑니다.
VR 시대에 이르면서 우리는 이제 전정기관이라는, 기존에 잘 인식되지 않던 새로운 감각까지도 매체화할 수 있는 기술의 초입에 이르렀습니다. 지금은 단지 '멀미'라는 불쾌한 증상에 머물 뿐인 이 감각이 다가오는 미래에는 새로운 콘텐츠의 기반이 되는 매체기술로 활용될 수 있을지 궁금합니다.

 

 

 

※ 본 글의 내용은 한국콘텐츠진흥원의 견해와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