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드라마와 모바일 게임이 닮았다?'

상상발전소/칼럼 인터뷰 2017.11.20 15:58 Posted by 한국콘텐츠진흥원 상상발전소 KOCCA





일일드라마를 즐겨보는 부모님과 함께 티비 앞에 앉아있다 보면 곧 벌어질 내용을 줄줄 예언하는 초능력을 구경하게 됩니다. 무슨 내용이냐 여쭤보면 백 몇 십 부작이 넘어가는 지난 줄거리도 막힘 없이 요약하시죠. 과연, 오랜 시청으로 일일 연속극의 형식과 패턴을 익히신 분들입니다. 하지만 10분을 못 견디고 방에 들어와 폰을 만지작거리다 모바일 게임을 켭니다. ‘대체 왜 저걸 꼬박꼬박 보시는 거지? 무슨 재미로?’



이미지 출처 – MBC 드라마 <천사의 선택> 홈페이지



그런데 일일드라마와 모바일 게임은 꽤 닮아있습니다. 일일극 속 인물의 동선을 유심히 관찰하면 미니시리즈에 비해 상당히 단순한 것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그림이나 조각품 등을 늘어놓은 재벌집 세트 안에서의 직선 이동과 2층과 거실을 연결하는 계단의 상하 이동은 2D 횡스크롤 액션게임의 제한된 캐릭터 이동 범위를 떠올리게 합니다. 또한 게임에도 만질 수 있는 아이템과 건드려도 반응이 없는 배경이 있듯이, 각 장소에서의 약속된 행동 외에는 공간과 분리되어 있는 인물들은 정해진 소품 말고는 상호작용을 하는 일이 드뭅니다. 서민 대가족이 한 집에 사는 홈 드라마를 볼까요? 게임에서 맵의 이곳 저곳 돌아다니며 NPC를 터치해 대화하고 미션을 얻거나 전투를 하듯이, 홈 드라마 세트의 방과 식구들 역시 같은 역할을 합니다. 홈 드라마의 보스몹은 주로 안방에 기거하죠.





영화 같은 게임, 게임을 닮은 영화들이 있지만 이들이 각 매체가 지닌 몰입감을 다른 매체로 옮겨오려는 시도를 한다면, 일일극과 모바일 게임은 집중력과 관심이 분산되기 쉬운 시청환경과 플레이환경의 한계에 대응하는 방식에서 유사점을 찾을 수 있습니다. 콘솔게임이나 PC게임 히트작을 모바일 게임으로 이식할 때, 규모가 축소되고 플레이어의 자유도가 제한되는 대신, 난이도가 낮아지고 조작이 간편해지며, 한 턴을 플레이할 때 소모되는 시간이 짧아지는 것도 모바일 환경과 사용자에 맞춘 변화인데요.



이미지 출처 - 한게임 <피쉬아일랜드>


초기 세팅으로 최대의 효율을 뽑아내도록 스킨만 교체해서 계속 이벤트를 만들어내고, 일일 미션 등으로 매일 접속을 유도하고, 짧은 구간을 반복해서 플레이하고 그에 대한 보상 역시 짧은 주기로 반복되는 모바일 게임을 접해본 분들이라면 미니시리즈와 일일극의 차이도 이해하기 쉬울 거라 생각됩니다. 일일극은 복수나 신분 찾기, 혈연이 중시되는 세계관 안에서 한 회 20분 남짓의 시간동안 매일 비슷한 갈등이나 문제를 던집니다. 


대화를 엿듣고, 물건을 뒤지고, 모욕하고, 뻔한 거짓말을 하는 전개가 반복되죠. 이는 극 바깥의 시청자에게 등장인물에 대한 윤리적 심판관 역할을 유도하게 됩니다. 자잘한 악행을 벌이는 인물의 품성을 평가하는 행위가 짧은 주기의 보상이 되는 셈입니다. 일일드라마와 모바일 게임의 구조와 형식이 유사해도 모바일 게임에 쉽게 중독되는 내가, 일일극에는 별 흥미를 느끼지 못하는 것도 규칙과 보상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중장년층의 관심사에 맞게 규칙과 보상이 설계된 일일극의 세계에 재미를 느끼고 거듭 참여할 동기부여가 되지 않는 거죠.




이미지 출처 – 모바일게임 <몬스터최종병기> 공식카페


이미지 출처 – 모바일게임 <AOS레전드> 블로그



작은 화면의 한계를 넘기 위해 판타지나 고전의 세계관을 옮긴 ‘장대한 스토리’ 등으로 홍보하던 모바일 롤플레잉 게임의 유행은 화려한 격투신을 자랑하는 방향으로 변화했습니다. 게임 개발도구인 ‘게임 진’의 기술발전이 모바일게임의 퀄리티를 상향시킨 점을 우선 꼽아야겠지만, 이 장르에 상당한 관심이 있지 않은 사람이 여러 게임의 스크린 샷을 봐서는 얼추 다 비슷해 보이기도 합니다. 스토리 역시 몇 가지 패턴 안에 있고, 유저는 대강의 전개를 예측할 수 있죠. 모바일 게임 소개 페이지는 지루해진 사용자의 흥미를 끌기 위해 터치스크린의 반응을 살린 타격감을 강조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미지 출처 – KBS2 드라마 <엄마도 예쁘다> 실내세트장



이러한 변화는 일일극에서도 찾을 수 있습니다. 정해진 공간에서 익숙한 갈등을 반복하는 드라마들의 실내세트 신이 꽤나 역동적이란 점도 최근의 경향입니다. 이전까지는 대화로 긴장을 끌어가던 일일 드라마와 주말극의 거실에서 머리채를 잡고 뒹구는 육탄전이 빈번하고, 아침 드라마는 사위를 ‘김치’로 후려칩니다. 주방에서는 며느리의 얼굴에 스파게티를 던지기도 했죠. SNS등을 통해서 이미지 캡처나 동영상 편집본으로 보신 있이 있으실 텐데요. 어떤 갈등을 표현하거나 해결할 때의 선택지도 한정되어있고 경우의 수가 적다 보니, 말초적인 자극에 치중하는 모욕들이 반복되면서 자극의 역치는 높아지고 급기야 일일드라마가 난투극과 타격감으로 오르내리는 지경까지 왔죠.



영상 출처 : 유튜브 < MBC 드라마 모두다 김치> 중에서




이미지 출처 – tvN 드라마 <비밀의 숲> 홈페이지



드라마 한 회동안 주인공의 동선을 그려보면 집, 자동차, 카페, 사무실을 돌다가 고층빌딩 옥상이나 공원, 한강에 갑니다. 일상생활에서 반복되는 동선도 크게 다르지 않지만, 잘 만든 드라마들은 패턴에서 차이를 만들어 냅니다. 올해 방영한 tvN <비밀의 숲>이 좋은 예가 될 텐데요. 최초 살인사건이 발생한 단독주택의 실내 동선에서 시작해 단독주택 주변으로 그리고 주택이 위치한 용산구 동선으로 물리적인 실감을 주면서 차례차례 확장하는 <비밀의 숲> 초반부는 사건발생-새로운 증거-또 다른 연루자로 이어지는 극의 전개와 공간과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습니다. 공간과 동선을 예로 들었지만 다른 요소도 마찬가지입니다. 


드라마든 게임이든, 장르의 양식화된 패턴이 무엇이었는지. 어떤 한계나 필요에 따라 그 양식이 채택되어 왔는지. 그 장르를 누가 즐기고 어떤 기대를 충족시키는지 살피면 패턴을 벗어나는 시도를 하는 작품을 골라내고 차이를 설명할 수 있는 근거가 생기게 되죠. 드라마를 좀 더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방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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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트리 음악을 들으며 미국 속살을 헤집다'

상상발전소/칼럼 인터뷰 2017.11.07 17:00 Posted by 한국콘텐츠진흥원 상상발전소 KOCCA




여러분은 컨트리 음악 하면 뭐가 떠오르시나요? 혹시 이런 모습 아닐까요? 큼지막한 챙의 카우보이 모자를 쓰고 통기타를 치고 눈을 지그시 감고 느끼한 콧소리로 분위기 잡는 아재, 존 덴버, 케니 로저스, 돌리 파튼처럼 이미 세상을 떠나거나 흰머리칼 할아버지 할머니가 된 원로 가수들, 보수적이면서도 조금은 촌스러운 미국 백인들만의 음악, 미식축구와 더불어서 미국적이되 너무 미국적이어서 미국 밖으로 퍼져 나가기 힘든 그들만의 문화’. 적어도 저한테는 그랬답니다. 그런데 말이죠. 꼭 그렇지 만은 않더라고요. 어쩌면 그런 무겁고 딱딱한 고정관념에 가려져 그 매력이 제대로 알려지지 못한 것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힙합의 고장 동부, 록의 성지 서부가 아닌, 컨트리와 어울리는 중부 지역에서 1년을 살았습니다. 유색인종은 눈씻고 봐도 찾기 힘들고, 조용하고 보수적인 분위기, 그 안에 머물면서 미국 문화의 다른 측면, 말하자면 더 깊은 속살을 봤습니다. 3년동안 가요담당기자를 하긴 했지만, 대중음악 전문가는 아닙니다. 애호가라고 하기에도 내공은 형편없어요. 그래도 제가 맛본 미국문화의 속맛과 속내음을 컨트리 선율을 통해 살짝 공유할까 합니다. 문화 상차림에도 편식보단 골고루 먹는게 좋을 테니까요. 몸에 좋으면서 생긴 것보다 썩 맛있는 반찬도 많답니다. 음악이라는 식단에서 컨트리가 그런 성격이 아닐까 해요. 그래서 나름대로 컨트리 음악이 가진 의미에 대해 짚어보려고 해요. 다분히 주관적입니다.





여러분은 미국 팝 음악 하면 어떤 게 떠오르시나요? 호쾌한 록과 메탈, 거칠고 울퉁불퉁한 랩과 힙합, 끈적한 R&B, 경쾌한 펑키와 디스코, 자유로운 재즈 선율...대개 이 범주를 벗어나지 않을 겁니다. 이렇게 나열한 음악 장르들의 공통점이 있다면, 저는 기득권과 맞선 저항의 음악이라고 말하고 싶어요. 백인 지배에 억눌려온 흑인들의 음악, 기성 세대에 저항하는 젊은이들의 리듬을 기반으로 하고 있으니까요. 그런데 궁금합니다. 그렇다면 그 저항의 맞상대, 저항의 대척점에는 무엇이 있는지. 섣부른 결론일지 모르겠습니다만, 컨트리의 위치가 그쯤 된다고 생각해요. 여러 가지 오해와 편견이 있다고 하더라도 인종적으로는 백인, 성향으로는 보수적인 중장년층이 압도적으로 즐기는 음악이라는 건 부정하기 어렵거든요. 그래서 미국 대중문화의 본질을 탐구하기 위해서는, 저항의 음악 저편에 축을 이루고 있는 컨트리 음악과의 만남은 필요할 것 같아요. 





그런데 아마도 제법 놀랄 겁니다. 오 수재너’ ‘테이크 미 홈 컨트리 로드 같은 분위기의 노래만 상상하다 엄연히 컨트리로 분류되는 요즘 노래들을 들어보면요. ‘이런 노래가 컨트리였나 싶을 정도로 다채롭고 역동적이고 그리고 때로는 어깨가 들썩여지고 콧노래로 흥얼거리고 싶어지는 노래들이 꽤 많아요. 마치 아이돌 음악을 통해 K팝을 접한 한류팬이 어느 날 트로트 음악의 묘한 뽕끼에 혹하는 것과 비슷한 상황이랄까요? 제가 요즘 노래 몇가지를 골라봤으니 한번 감상해보세요. 이런 노래도 컨트리였나 싶을 정도로 무지개보다 더 다양한 빛깔을 가지고 있답니다. 



<Chris Young - Think of You (Duet with Cassadee Pope> 중에서 - 영상 출처 : 유튜브



이 노래는 작년 한해동안 정말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았던 크리스 영과 캐서디 폽의 듀엣곡 ‘Think of You’입니다. 그래미상을 비롯해 주요 컨트리 음악 시상식에서 올해의 퍼포먼스 부문 후보까지 올랐지만 아쉽게도 상복은 없었지만요. 그런데 전 이 노래 들어본 순간 이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좋네, 이거 그냥 가요계에서 얘기하는 미디엄 템포 아냐? 드라마나 영화 엔딩 타이틀로 쓰면 딱 좋을 것 같은데? , 근데 이게 컨트리였어?’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Dan + Shay - From The Ground Up (Official Music Video> 중에서 영상 출처 : 유튜브



댄과 셰이라는 남성 듀오가 부른 ‘From the Ground Up’이라는 노래예요. 감미롭고 부드럽고 따뜻하고 서정적이고, , 진부하지만 이런 형용사는 다 갖다붙이고 싶네요. 멜로디만큼이나 가사도 순수해요. 65년간 해로한 할아버지 할머니의 예쁜 사랑에서 영감을 받은 사랑 노래라고 합니다. 여러분은 이 노래가 컨트리로 들리시나요?



<Keith Urban - The Fighter ft. Carrie Underwood> 중에서 영상 출처 : 유튜브



이 노래 꽤 핫합니다. 요즘 컨트리 음악을 대표하는 남녀 스타로 꼽을 수 있는 키스 어번(니콜 키드만의 새 남편으로도 알려져있죠)과 캐리 언더우드(오디션 프로 아메리칸 아이돌 출신으로 톱스타로 성장한 대표 케이스로 꼽힙니다)가 부른 듀엣곡 ‘The Fighter’입니다. 정확히 말하면 키스어번의 노래에 캐리 언더우드가 피처링을 했다고 해야겠네요. 경쾌하고 세련되면서도 살짝 뽕끼가 느껴지지 않나요? 전 이 노래를 들으면서 중 장년층의 대표적 노래방 스테디셀러인 서울패밀리의 '이제는'이 연상되더라고요, 이런 노래도 컨트리랍니다.



<서울패밀리 - 이제는> 중에서 영상 출처 : 유튜브


<Enchanted - Carrie Underwood - Ever Ever After> 중에서 영상 출처 : 유튜브



컨트리의 활동 영역은 생각보다 꽤 넓어요. 당대 최고 음악의 경연장이라고 할 수 있는 디즈니애니메이션 주제가까지 진출했지요. 이 음악, 캐리 언더우드의 ‘Ever ever after’ 2006년 디즈니가 내놓은 마법에 걸린 사랑(Enchanted)’의 주제가입니다. 이 영화는 애니메이션과 실사의 합성이라는 점, 디즈니의 뻔한 공주 해피엔딩 이야기를 스스로 비꼬고 뒤튼 셀프 풍자극이었다는 점에서도 화제였지만, 무엇보다도 컨트리 음악을 주제곡으로 내세웠다는 점에서 파격이었어요. 컨트리와 록 발라드를 적절히 접목하면 훌륭한 사랑노래인 동시에 영화음악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케이스죠. 뮤직비디오도 참 공들여 잘 만들지 않았나요? 물론 디즈니라는 든든한 자본이 있기에 가능했겠지만요. 작곡가는 미녀와 야수’ ‘인어공주 등으로 우리에게 친숙한 디즈니 애니메이션 전문 알란 멘켄이라는 점도 이채로워요. 



<Florida Georgia Line - God, Your Mama, And Me ft. Backstreet Boys> 중에서 영상 출처 : 유튜브



역시 잘 나가는 컨트리 듀오 플로리다 조지아 라인과 백스트리트 보이즈가 함께 부른 ‘God, your mama and me’입니다. 전 이 노래를 듣고 깜짝 놀랐습니다. 노래가 아주 좋아서라기보다는, 백스트리트 보이즈가 멀쩡하게(?) 활동하고 있다는 사실이요. 보이그룹의 재결성과 귀환이 한국만의 현상은 아닌가봅니다. 90년대 꽃미남 보이밴드 BSB를 기대하고 있을 여성분들이라면 이들의 늙수구레(?)한 모습에 충격을 받았을지도 모르겠지만, 컨트리의 콜라보까지 하는군요. 원래는 플로리다 조지아 라인의 노래였던 것을 백스트리트 보이즈의 목소리를 입혔다고 합니다. 플로리다 조지아 라인은 플로리다와 조지아에서 자라난 교회 오빠 둘로 구성돼있답니다. 정말 교회에서 음악하다 만났다네요. 컨트리가 안정적이고 보수적인 미국 문화에 기반을 두고 있다는 걸 보여주는 사례라고 생각해요.



 내슈빌의 중심가 - 이미지 출저 : 정지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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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정아 작가의 컬쳐멘터리 "모든 장소는 시간의 이름이다"

상상발전소/칼럼 인터뷰 2017.11.03 21:11 Posted by 한국콘텐츠진흥원 상상발전소 KOCCA


최근 화두가 되고 있는 문화 관련 키워드 중 투어리스티피케이션(Touristification)’이 있다. 관광객을 의미하는 투어리스트(Tourist)’와 지역의 상업화로 월세나 임대료가 올라 본래 거주하던 주민이 쫓겨나는 현상을 의미하는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의 합성어다. 주거지가 관광지화되면서 주민들이 떠나는 현상을 뜻한다. 무분별한 관광객들의 촬영과 소음에 지친 벽화마을 주민들이 검은 페인트로 벽화를 지운 이화동, 관광객들로 삶이 파괴된 나머지 해마다 100가구씩 마을을 떠나고 있는 북촌 한옥마을 등이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이곳이 누군가의 집이라고 생각하면 그럴 수 있을까요?”

서울 종로구 창신동 쪽방촌 주민의 성토가 실린 인터뷰를 읽었다. 일명 쪽방촌 출사가 유행하면서 1960~70년대 풍경이 남아 있는 공간으로 이곳의 사진을 찍어 SNS에 올린다는 내용이었다. 집이 어떤 곳인가. 세상에서 유일하게 남의 눈치 안 보고 누울 수 있는 곳, 어떤 모습으로든 마음 편히 돌아다닐 수 있는 나만의 공간이다. 대문 밖 세상에서 감당해야 하는 속도와 경쟁, 좌절과 수모를 다독이고 다시 세상 속으로 나갈 힘을 얻는 곳이다.

 

그런데 최근 우리의 삶을 받쳐주던 따뜻하고 정겨운 골목들이 낯선 이들의 관광 코스가 되면서 평온했던 개인의 공간들은 누군가의 호기심과 추억을 표현하기 위한 도구가 되고 있다. 속옷을 입고 거실을 활보하고, 다 먹은 라면 냄비를 머리맡에 밀어 두고 TV를 보고, 빨래를 널면서 멍하니 하늘을 보는 모든 일상이 누군가의 렌즈에 담겨 추억 팔이 소재로 사용되고 있는 것이다.

 

어디에나 사람이 있다. 기계 뒤에도 사람이 있고 기계 속에도 사람이 있다. 내가 버린 쓰레기도 사람이 치워야 하고 내가 만들어내는 소음도 귀가 들어야 한다. 골짜기에 댐을 막으면 사람의 집이 물속에 들어가야 하고, 개펄에 둑을 쌓으면 그만큼 사람의 생명이 흙 속에 묻힌다. 사람은 큰 집에서도 살고 작은 집에서도 살고 집이 아닌 것 같은 집에서도 산다.      

                                                                                 - 황현산 <밤이 선생이다> 중에서

 

다큐멘터리 <말하는 건축가>2012년 작고한 건축가 정기용의 마지막 1년을 기록한 영화다. 정기용은 건축가들이 인정하는 공공 프로젝트 전문가였다. 공공건축을 통해 그가 구현하고자 했던 것은 주민들의 삶을 파괴하지 않는 건축이었다. 그가 10여년 간 참여했던 전북 무주 공공 프로젝트는 주민을 위한, 주민을 향한 건축 사례로 평가받는다


이미지 출저 네이버 영화 <말하는건축가>

 

영화의 첫 장면에서 정기용은 무주군 공설운동장을 찾아간다. 예전부터 공설운동장은 주민을 위한 시설이지만 정작 이곳에서 열리는 행사에 초청받은 주민들은 참석율이 저조한 아이러니의 공간이었다.

 

우리가 미쳤나! 군수만 본부석에서 비와 햇볕을 피해 앉아 있고 우린 땡볕에 서 있으라고 하는 게 대체 무슨 경우인가. 우리가 무슨 벌 받을 일 있나? 우린 안 가네

 

주민의 불평을 전해들은 군수의 제안으로 정기용은 운동장 주변에 주민을 위한 등나무 집을 설계한다. 군수가 조경용으로 심어두었던 240그루의 등나무가 주민들에게 시원한 그늘을 주면서 멋진 조경을 연출할 수 있도록 파이프를 이용해 자연의 지붕을 만든 것이다. 등나무가 편안하게 타고 오를 수 있도록 파이프의 각도를 조절하고, 스탠드에 앉은 사람들의 시선에 장애가 없도록 꼭지점을 잡았다. 이후 등나무의 집은 사람들에게 세상 어디에도 없는 그늘이 되어주었고, 지역의 명소가 되어 다양한 문화행사의 무대가 되었다



이미지 출처 - EBS 지식채널e 799<건축가 정기용 편>

 

영화 속 정기용은 주민의 삶을 관찰하고, 그들의 이야기를 경청하는 건축가다. 경청은 진정한 건축에 대한 사유와 실천을 위한 작업의 과정이다. 그의 경청이 만들어낸 인상 깊은 건축이 안성면 주민자치센터이다. 과거 행정기관이었던 면사무소를 주민자치센터라는 열린 공간으로 만들어 달라는 제안을 받고 그는 주민들에게 어떤 시설이 필요한 지 물음을 던진다.

 

면사무소는 뭐 하러 짓는가? 목욕탕이나 지어주지

 

주민들의 대답은 한결 같았다. 안성면에는 목욕탕이 없었기 때문이다. 주민들은 목욕을 하러 봉고차를 빌려 대전까지 간다고 했다. 정기용은 자치센터 1층에 공중목욕탕을 설계했다. 소도시의 주민 수를 고려하여 목욕탕의 규모를 작게 하고 홀수날은 남탕, 짝수날은 여탕으로 정해 번갈아가며 사용하도록 했다. 중요한 행정처리가 아니면 찾아갈 일 없던 면사무소는 목욕탕이 생긴 이후 동네 주민들의 사랑방이 되었다. 목욕탕 옆에는 보건소를 두어 주민들이 가장 필요한 서비스를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이미지 출처 - EBS 지식채널e 799<건축가 정기용 편>

 

서로에게 같은 동네에 산다는 것을 확인해 주고 서로 알몸이 되는 편안함, 그것은 목욕탕이라는 프로그램만이 공동체에 선사할 수 있는 선물이다” - 정기용, <감응의 건축> 중에서

 

정기용은 진정한 건축이란 사람들의 삶을 보살펴주는 배려라고 말한다. 그는 획일화된 근대의 도시공간들이 빼앗아 간 일상의 다양한 풍경들을 가슴 아파하고, 비판한다. 망각과 단절의 역사로 이어진 도시공간의 무분별한 개발이 그 속에 사는 사람들의 삶을 도구화하고, 상업화해왔기 때문이다.

 

건축을 완성하는 것은 시간이며, 그것은 사람과 식물들에 의해 헤아려지면서 가능하게 된다

                                                                                - 정기용, <감응의 건축> 중에서 



시간은 무수한 경험과 이야기의 연속이다. 누군가의 소중한 추억이 침묵의 공간을 따뜻하고 애잔한 또는 외롭지만 그리운 장소로 만들어준다. 영화 <말하는 건축가>는 급속한 산업화와 경제발전으로 우리가 잃어버린 공간의 의미를 되새겨준다. 생의 마지막 순간까지 진정한 거주의 조건을 성찰했던 건축가 정기용. 그가 들려주는 건축 이야기는 젠트리피케이션, 투어리스티피케이션 등으로 타의적 유목민이 되고 있는 도시인들에게 잔잔한 위로와 힘을 건넨다.

 

모든 장소는 시간의 이름이다. 모든 장소는 너의 이름이다.

- 이광호, <지나치게 산문적인 거리>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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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96일 서울의 한 지역구에서 공립 특수학교 설립을 위한 주민토론회가 열렸다. 찬성과 반대 의견이 팽팽하게 맞선 뉴스를 보다가 가슴아픈 장면이 눈에 들어왔다. 장애학생들의 어머니들이 학교 설립을 반대하는 주민들 앞에 무릎을 꿇은 것이다. 학부모 대표가 주민들에게 간절하게 호소했다.
 
운다고 욕하셔도, 무슨 짓을 한다고 연기한다고 욕하셔도
그 욕 다 받겠습니다.
무슨 욕을 하셔도 상관없습니다.
 
세상에 무슨 욕을 들어도 상관없는존재는 없다. 누군가의 엄마이기 전에 한 사람의 시민으로, 여성으로 엄마들이 감당해야 하는 삶의 무게는 그런 의미에서 너무나 무겁고 슬프다. 뉴스영상을 몇 번이나 반복 시청하면서 오래 전 내가 만났던 특수학교 학생들과 그들의 엄마, 아빠가 떠올랐다.


 

이미지 출처 - KTV 국민방송 <퀴즈게임, 무한도전>

 

최근 TV와 인터넷에서 검소하고 성실한 이미지로 인기를 끌고 있는 김생민. 한때 누나동생이라 부르며 함께 전국을 누비던 그의 성공이 나는 진심으로 반갑다. 김생민과의 인연은 밀레니엄이 시작된 직후인 2000년대 초반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우리는 KTV<퀴즈게임, 무한도전>이라는 프로그램의 메인작가와 MC로 만났다. <퀴즈게임, 무한도전>은 국내 최초 장애인 퀴즈프로그램으로 전국의 특수학교를 찾아가 퀴즈게임을 진행하는 포맷이었다.

게임의 형식은 객관식, 주관식이 단계별로 진행되어야 했는데 특수학교마다 학생들의 장애가 달랐기 때문에 참여방식은 유동적이었다. 시각장애 특수학교에서는 손가락으로 번호를 들어 객관식 문제를 맞추게 했고, 청각장애 특수학교에서는 수화통역사가 문제를 설명해주고, 학생들은 스케치북에 정답을 적는 방식이었다. OX퀴즈, 객관식, 주관식을 통과한 최종 우승자에겐 상금과 함께 3~4분 길이의 미니다큐를 방영했다. 다큐는 주로 우승한 학생의 집에서 촬영되었는데, 가족과 어린시절, 취미와 장래희망 등을 담았다. 퀴즈를 열심히 푸는 모습도 인상적이었는데, 그 이면에 살아가는 모습을 만나게 되면서 나는 신체적 제약이 결코 훼손할 수 없는 고유한 영역들이 존재한다는 것을 직접 경험하게 되었다.

 

 

 

이미지 제공 – 〈달팽이의 별〉 제작사 영화사조아

 

물론 제작과정이 항상 기쁘고 즐거운 것만은 아니었다. 기억에 남는 몇 장면을 들자면, 최종 결승까지 열심히 퀴즈를 맞추던 여학생이 있었는데 미소가 정말 예뻤다. 녹화를 마치고 웃는 얼굴이 너무 좋다고 칭찬했을 때, 그 여학생이 예의 그 웃는 얼굴로 내게 건넨 말은 이후에 내 작가 생활에 많은 영향을 주었다. “안면 근육에 장애가 있어서 표정을 마음대로 지을 수가 없어요. 사실 엄청 떨리고 쑥스러웠는데 사람들은 제가 항상 웃는 줄 알아요나는 너무 미안했고, 예의바르게 인사를 한 후 친구들과 돌아가는 그녀의 뒷모습을 한참이나 바라봤다. 그런가 하면 우승 학생 집을 방문했을 때 거실에 있는 피아노에 대해 질문한 적이 있었다. 학생의 어머니는 담담한 표정으로 아이를 낳으면 피아노를 가르치려고 샀는데 아이가 근육병이 발병하여 초등학교 저학년 이후 피아노를 치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그녀의 아들은 퀴즈대회에서 누구보다 열심히 참여해서 우승을 했다. 비록 피아노를 치지 못할 만큼 온 몸이 굳어가지만, 퀴즈를 풀던 그녀의 아들은 누구보다 똑똑하고, 당당했다. 컴퓨터 활용을 잘 하고, 감성적이고, 친화력이 좋았던 그 학생의 얼굴과 이름을 나는 지금도 기억한다.

이후 KTV에서 EBS로 옮겨 장애인-비장애인 학생들이 함께 참여하는 <도전! 죽마고우>까지 만 3년간 특수학교는 내 작가생활의 무대였다.
그곳에서 만난 학생들과 가족은 내게 세상을 소통하는 다양한 언어와 시선을 넓혀준 선생님이었고, 자칫 상업적 성공에 몰두하여 세상을 편협하게 보기 쉬운 방송가에서 균형을 잃지 않게 해준 고마운 이정표였다.


 

 

 이미지 제공 – 〈달팽이의 별〉 제작사 영화사조아

 

2012년 개봉한 이승준 감독의 다큐멘터리 <달팽이의 별>은 시청각 중복장애인 남편과 척추장애 아내의 이야기다. 장애인을 주인공으로 한 영화라면 무겁고, 어둡고, 슬플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실제로 그들의 삶이 녹록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다큐는 다르다.

손가락을 점자판처럼 터치하면서 세상과 소통하는 남편과 사랑하는 남편에게 세상의 다양한 감각과 느낌을 전하는 아내. 그들의 소통은 세상 어디에도 없는, 세상 누구도 가질 수 없는 특별하고 값진 사랑이다. 보지도, 듣지도 못하는 남편 조영찬. 그러나 그의 목소리는 아나운서처럼 부드럽고, 또렷하다. 감성이 풍부한 남편의 언어는 시가 되고, 다큐는 시인 조영찬의 음성으로 세상을 관조한다. 

 

외로울 땐 외롭다고 하여라

피하여 달아나지 말고

돌이켜 뛰어들지 말고

그저 외롭다고만 하여라

어둠은 짙어야 별이 빛나고

밤은 깊어야 먼동이 튼다

 

항상 어둠과 침묵의 세상에서 살고 있는 시청각 장애인. 그러나 그의 글 속에는 정상적으로 보고 듣고 말하는 이들이 못 보는 삶의 이치가 있다. 칠흑같은 어둠에서 갈망하는 영찬 씨의 별은 초인간적 속도에 지친 현대인들을 위로한다.

 

 

 

이미지 제공 – 〈달팽이의 별〉 제작사 영화사조아

 

피로하고 위험한 사회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은 알게 모르게 정신의 병을 앓고 있다. 조현병, 틱장애, 우울증, 트라우마와 같이 공포와 불안의 후유증을 앓기도 하고, 위염, 장염, 이명 등 스트레스로 인한 질병에 무수히 시달린다. 우리는 모두 삶의 어딘가가 부서지고 갈라진 틈을 갖고 있다. 장애인이라는 신체적 제약보다 더 무서운 마음의 감옥에서 살아가는 ‘멀쩡한 사람’들이 이웃하며 살아가는 곳이 도시가 아닐까. 숨막힐 듯 빠르게 돌아가는 속도의 별에서 달팽이처럼 천천히 세상을 느끼고, 소통하는 조영찬, 김순호의 사랑은 우리가 보지 못한 것을 보게 하고, 느끼지 못한 것을 만지게 해준다. 사랑에 아프고, 사랑이 고픈 많은 이들에게 이 다큐를 추천하고 싶다. 별나라에 사는 우주감성 시인이 들려주는 한 편의 시가 준비되어 있다.

 

가장 값진 것을 보기 위하여

잠시 눈을 감고 있는 것이다

가장 참된 것을 듣기 위하여

잠시 귀를 닫고 있는 거다

가장 진실한 말을 하기 위하여

잠시 침묵 속에서 기다리고 있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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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종 기자의 범퍼카]사라진 슈퍼맨 빨강 빤스를 찾아서

상상발전소/칼럼 인터뷰 2017.09.04 14:00 Posted by 한국콘텐츠진흥원 상상발전소 KOCCA



28일 저녁. 신촌의 한 카페에서 ‘슈퍼히어로(Super hero) 덕후’로 살아가는 H를 만났다. 일요일 밤의 한가함을 깨고 ‘콜드브루’를 벌컥벌컥 마시는 H의 모습보다, 그의 손에 들린 스마트폰 케이스 속 ‘아이언맨’이 눈에 띠였다. 티셔츠 등짝에는 ‘빨강파랑’ 캡틴 아메리카 원형 방패가 보였다. 여성들이 ‘나이도 꽤 있어 보이는데 저러고 싶을까’라고 생각하는, 딱 그런 덕후. 


“잘 지내냐? 별일 없지”라며 사는 이야기도 잠깐. H는 곧 최근 본 영화 ‘스파이더맨-홈커밍’을 품평하기 시작했다.  “벌써 ‘스파이더맨’ 영화만 여섯 번째야. 클리셰(전형적인 설정과 표현)가 이젠 뻔하더라고…. 그런데 비행능력을 비롯해 수 십 가지 기능이 숨겨진 스파이더맨 슈트는 참신하더군. 마지막에는 정말 아이언맨 슈트 같은 금속성 스파이더맨 슈트도 나와!” 


기자도 이 영화를 보면서 느꼈다. 왜 스파이더맨 쫄쫄이마저 아이언맨 슈트처럼 변했을까? 곰곰이 생각해보니, 요즘 영화 속 슈퍼히어로들과 어릴 때 보아온 슈퍼히어로들은 같은 히어로라도 미묘한 차이가 있었다.  


대표적인 예가 슈퍼맨이다. 슈퍼맨의 트레이드마크는 빨간 팬티. 속옷인 빨간 팬티를 파란 스타킹 속이 아닌 밖에 입는, 그 황당한 독특함은 어린 내가 보기에도 강렬했다. 바지를 입고 그 위에 팬티를 입은 자신을 상상해보라. 그런데 지난해 개봉한 ‘배트맨 대 슈퍼맨’ 속 슈퍼맨에게선 ‘빨간 팬티’가 사라져있었다. 옷의 재질도 천이라기보다는 강철갑옷 같은 재질이었다. 그래서 ‘맨 오브 스틸’인가….  


여기서 잠깐. 글을 읽고 있는 당신. “왜 슈퍼맨 팬티가 사라졌냐고? 기자가 시덥지 않네”라고 생각했을 수 있다. 한 줄만 더 읽어 달라.  





현재 ‘슈퍼히어로’를 빼고 세계 대중문화를 논할 수 없다. 영화관은 슈퍼히어로 영화로 도배됐다. 게임, 장난감, 테마파크 등 수많은 관련 상품이 불티나게 팔렸다. ‘저스티스 리그’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 등 연간 4, 5편의 대작이 향후 5년간 계속 개봉한다. TV를 켜면 곳곳에서 ‘슈퍼걸’ ‘플래시’ 등 네다섯 편의 슈퍼히어로 드라마가 방영된다. 소개팅 나가면 ‘요즘 슈퍼히어로가 얼마나 심오한데’라고 침을 튀기며 말하는 남자들이 유치하면서도 ‘왜 그럴까’라는 의문이 조금이라도 든다면 함께 사라진 슈퍼맨의 팬티를 찾아보자.   


기자는 시간이 날 때 마다 H를 능가하는 슈퍼히어로 덕후를 찾았다. 영화평론가, 심리학자 등도 인터뷰했다. 영화평론가 A 씨는 시큰둥하게 말했다.  


“김 기자. 뻔한 걸 왜…. 슈퍼맨의 복장에 들어간 빨간색과 파란색은 미국의 성조기 색깔을 그대로 가져온 거잖아요. 세계의 경찰을 자처하는 미국의 슈퍼파워. 요즘은 이런 게 세계인에게 거부감을 주기 때문에, 흥행에도 부정적 영향을 주죠. 그래서! 과감히 빨간 팬티를 벗긴 거죠.”  


음. 일리는 있었지만 확 와 닿진 않았다. 책 ‘슈퍼히어로 전성시대’를 낸 K 씨, 미국만화 번역가 L 씨, 국내에서 슈퍼히어로 만화를 가장 많이 출판한 ‘시공사’ 편집자에게도 물어봤지만 명확한 실마리는 찾지 못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속옷 업계를 방문했다. 슈퍼맨 팬티와 같은 ‘꽉 끼는’ 삼각팬티는 헐렁한 트렁크(trunk) 팬티에게 밀려 고전하고 있었다.

 

“건강상 이유죠. 그게 꽉 끼는 삼각팬티는 음낭의 온도를 높여 남성호르몬을 감소시키고, 습진, 가려움에 원인도 되고…. 갈수록 인기가 없어요.”(속옷업계 관계자 R 씨)


“팬티에 집착하다 자칫 변태 패티쉬로 보이겠네. 포기하자”. 

이렇게 생각하고 슈퍼맨 팬티의 행방을 포기하려던 차. 점심에 만난 기호심리학자 O 씨는 식사 중 색다른 이야기를 했다.  


“사라진 슈퍼맨 팬티는 ‘스마트폰’ 속에 들어가 있을 겁니다.”  

‘뭐라고요’라는 표정을 짓자 수저로 순두부를 휘휘 저으며 부드럽게 O 씨는 설명했다. 


“파란 쫄티에 빨간 팬티, 울퉁불퉁한 근육하면 슈퍼맨이 생각나죠? 초록색 피부, 거대한 몸집, 화난 얼굴과 찢어진 바지면 헐크잖아요. 슈퍼히어로 자체가 ‘기호 덩어리’에요. 슈퍼히어로는 ‘기표(記標)’와 ‘기의(記意)’를 외형에 담음으로써 존재를 부각시키고…(중략)” 


어렵다. 쉽게 이야기해달라고!, “그럼 밥값은 당신이 내라”는 O 씨. 설명을 이어갔다.


“슈퍼히어로의 의상은 캐릭터의 성격과 초인으로서의 힘의 기원을 상징적으로 보여주잖아요. 슈퍼히어로가 일반인과 다른 점은 ‘육체’에 있잖아요. 일명 쫄쫄이 옷, 정확히는 ‘스판덱스’ 옷은 몸에 딱 달라붙어 슈퍼히어로의 이상적인 신체를 상징합니다. 고탄력의 얇고 부드러운 소재의 질감은 힘의 원천인 근육의 형태를 적나라하게 드러내잖아요.” 





100% 이해는 할 수 없었지만 어렴풋이 실타래가 풀리는 기분이 들었다. 집으로 와서 ‘배트맨과 철학’(마이크 D. 화이트 저·그린비)을 재독하며 그동안 모아온 ‘팬티 단서’를 하나씩 가다듬어봤다.  


① 초능력을 발휘하는 슈퍼히어로의 신체는 그 자체가 판타지의 대상이 된다.  

② 신체를 이상적인 모습으로 표현함으로써 현실과 비현실 세계의 경계를 모호하게 만들어 관객을 몰입시킨다.  

③ 특히 쫄쫄이, 즉 스판덱스 옷은 가슴, 허리, 엉덩이를 강조하며 이상화된 신체에 대한 숭배와 더불어 관능미를 상징한다.  


여기까지 정리하니, 슈퍼맨 빨간 팬티의 정체가 생각났다. 빨간 팬티 가운데 불룩한 그곳! 스판덱스 위에 입는 슈퍼맨 팬티는 오히려 남근(남성성)을 강조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사람들이 달라졌다. 마초적 근육성보다는 손 안에 ‘테크놀로지’를 숭배하는 시대다. 슈퍼히어로도 갈수록 기술, 즉 하이 테크놀로지 이미지를 강조하는 모습으로 바뀌고 있다.    


최근 가장 인기가 높다는 슈퍼히어로는 슈퍼맨, 배트맨이 아닌 ‘아이언맨’ 아닌가? 토니 스타크는 선천적 초능력은 없는 보통 사람이지만 풍부한 자본력, 즉 돈을 매개로 슈퍼히어로가 된다. 아이언맨은 엄청난 근육과 스판덱스 유니폼 대신 각종 무기 등 첨단 기술이 장착된 아머 슈트(Amour Suit)를 입는다. 근육에 열광했던 대중은 테크놀로지(그 기반인 ‘자본’)에 환호하며 슈퍼히어로에 현실감을 더 크게 느끼며, 더 몰입하게 된다. 


슈퍼맨 팬티에는 이제 그만 집착하자. 스판덱스 슈퍼히어로의 대표인 ‘슈퍼맨’ 역시 시대를 거스르지 못하고 테크놀로지가 가미된 외형으로 변하고 있을 뿐….



<시대에 따른 슈퍼맨 의상의 변화-빨간 팬티가 사려졌다>


1970년대 슈퍼맨의 남근과 힘을 부각시키던 빨간 팬티도 2010년대에 와서는 필요가 없어졌다. 어디 슈퍼맨 뿐 만이랴. 첨단 아머슈트로 무장한 오늘날 배트맨 역시 쫄쫄이 유니폼의 선배를 보면 ‘뜨악한’ 표정을 지을 것이다. 밑의 사진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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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가을의 시작’이라는 입추가 지났습니다. 날씨가 유난히 변덕스러운걸 보니 무더웠던 여름이 지나고 드디어 여러분이 기다리시던 시원한 가을이 오려나 봅니다. 

새 계절을 맞아 저희 블로그에서도 <컬처 it수다>라는 칼럼 코너를 신설하게 되어, 조금 더 다양하고 깊이 있는 콘텐츠를 공유해 주실 필진 두 분을 새로 모시게 되었습니다. 

오늘은 필진 두 분의 글을 정식으로 만나기에 앞서, 이분들에 대해 간단하게 소개해드리는 시간을 가져보려 합니다.




인문학과 디지털의 가로지르기
콘텐츠 기획, 제작, 비평을 통한 새로운 연결과 공감을 꿈꿉니다.


1990년대 후반 <추적60분> 취재작가를 시작으로 KBS <시사투나잇><생로병사의비밀><영상포엠 내 마음의 여행><영상앨범 산> 등 150여편의 TV 다큐멘터리를 기획 및 집필했고, 현재 한국외대 문화콘텐츠 연계전공 겸임교수로 숭실사이버대와 세종대에서 방송콘텐츠 기획과 제작, 비평 등을 강의 중입니다.

 

디지털 시대 리얼리티의 새로운 진화에 관심이 많고,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감성스토리와 콘텐츠를 찾아서 공유하는 일이 삶의 중요한 낙이라고 하시는 신정아 방송작가님.

다큐멘터리 작가의 시선에서 바라보는 세상은 어떤 모습이고, 또 어떤 유익한 콘텐츠로 많은 분들의 마음을 움직여 주실지 기대가 됩니다.





아홉 살 때 상상한 미래의 나. ‘키는 185㎝, 머리는 금발, 빨간 오픈 스포츠카를 타고 아름다운 연인과 마이애미 해변을 달리고 있었지만... 현실은 달랐습니다. 

 

대한민국 대부분의 청춘처럼 입시지옥에 허덕이다 보니 머리는 검은 색 그대로였고 키는 자라다 말아 17X㎝에. 남들처럼 ‘장래’가 아닌 ‘취업’에 마음을 졸이다 덜컥 선택한 언론사 기자. 

‘동아일보’에서 10여 년 간 문화부 기자로 일하며 상상하던 ‘나’와 멀어질수록 문화에 빠져들었습니다. 고정 문화칼럼 ‘김윤종 기자의 범퍼카’, ‘맨인컬처’ 등을 연재했습니다.

 

1만원에 4개로 할인되는 수입맥주를 편의점에서 사와 가장 안 읽을 것 같은 책, 가장 싫어했던 장르의 영화, 내 취향이 아닌 음악을 접하곤 한다는 김윤종 기자님. 

문화부에서 오랫동안 근무하신만큼 문화에 대한 조예가 깊으셔서 어떠한 콘텐츠를 생각하시고 작성해 주실지 앞으로 많은 기대가 됩니다.

 

지금까지 새로 오신 필진 두 분에 대해 소개해 드렸는데요.

서로 다른 매력을 지닌 두 분께서 작성해 주실 콘텐츠는, 앞으로 <컬처 it수다> 칼럼에서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많은 관심과 구독 부탁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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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프렌즈는 배우 꿈꾸던 무명시절의 흔적"

상상발전소/칼럼 인터뷰 2017.05.15 13:57 Posted by 한국콘텐츠진흥원 상상발전소 KOCCA



'네오의 아빠' 권순호(호조) 작가

“카카오프렌즈는 배우 꿈꾸던 무명시절의 흔적”



국민 메신저 플랫폼으로 우뚝 자리 잡은 카카오톡. 카카오톡의 인기 비결 중에는 바로 ‘카카오프렌즈’라고 불리는 이모티콘 캐릭터가 있다. 악동 복숭아 ‘피치’, 토끼 옷을 입은 단무지 ‘무지’, 부잣집 도시개 ‘프로도’, 새침하고 사나운 고양이 ‘네오’ 등 개성 강한 이모티콘 캐릭터가 전 국민으로부터 큰 사랑을 받았다.

카카오프렌즈는 단순한 캐릭터를 넘어 사람 간의 대화를 이끌고 감정, 상태 등을 효과적으로 전달해 주는 역할을 맡고 있다. 지난 3월, 카카오프렌즈 캐릭터를 그린 권순호(호조) 작가를 만났다. 그는 자신의 작업을 즐길 뿐 아니라, 새롭게 변화하고 있는 문화기술에도 큰 관심을 갖고 있는 사람이었다.

마송은 객원기자(running@techm.kr) 사진 _ 성혜련







권 작가가 카카오프렌즈 캐릭터 초안 작업을 진행한 기간은 대략 한 달 정도다. 처음 메신저 플랫폼의 캐릭터 작업을 요청받았을 때, 권 작가는 많은 사람들에게 자신을 알릴 수 있는 좋은 기회로 생각했다. 카카오톡이 누구나 쉽게 스마트폰으로 다운받아 사용할 수 있는 플랫폼이라는 점이 그에게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처음 캐릭터를 구상할 때는 가급적 다양한 사용자 층을 고려했어요. 모든 분들이 부담 없이 사용할 수 있는 캐릭터로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카카오프렌즈 캐릭터 가운데 가장 먼저 작업한 것은 고양이 네오였는데 기대 이상으로 반응이 좋아서 처음에는 놀랐어요.”


권 작가는 네오에 이어, 무지, 프로도, 피치 등 다양한 캐릭터를 연달아 선보이며 대중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카카오프렌즈가 사랑받는 이유 중 하나는 다양한 감정 표현과 여러 상황에 처한 캐릭터의 반응, 동작 등도 한몫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직접적으로 표현하기 힘든 감정 등을 카카오프렌즈 캐릭터로 대신 전하면서 사람들 간의 소통 창구 역할도 톡톡히 하고 있다는 평가다. 



권 작가는 고등학교 졸업 이후 배우가 되겠다고 연기 학원을 다닌 경험이 카카오프렌즈 작업에도 도움이 됐다고 전했다. 그는 “연극영화학과 입시를 위해 배웠던 연기 수업이 사람의 감정을 들여다보는 기회가 됐다”며 “당시 마임을 배우면서 사람의 동작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됐다. 이 모든 사소했던 경험들이 모여 카카오톡프렌즈에 녹아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의 카카오프렌즈 사랑이 전 세계적으로 봤을 때 드문 사례라고 평가했다.


“메신저 캐릭터의 경우, 아시아 쪽에서는 카카오톡, 네이버 라인이 대표적이고, 베트남에는 잘로(ZALO)라는 메신저가 있지만 캐릭터는 없어요. 페이스북 메신저나 중국의 대표 플랫폼 위챗도 마찬가지고요. 각국의 문화적 차이 때문일 수도 있지만, 한국에서의 카카오프렌즈 열풍은 특별한 것 같아요.”






과거 권 작가는 게임 회사와 애플리케이션(앱) 개발 스타트업에서 근무한 경험을 가지고 있다. 게임 회사에서는 디자이너로 일했는데 자신이 그린 캐릭터가 게임화 되는 과정은 녹록치 않았다고 한다. 권 작가는 “5년간 게임 회사에 다니는 동안 제 이름을 걸고 만든 게임이 하나도 없었다”고 털어놨다.


이후 새롭게 다녔던 앱 개발회사에서도 그의 진가는 쉽게 발휘되지 못했다. 야심차게 준비했던 프로젝트는 매번 실패로 돌아갔다. 그러던 어느 날, 사람의 눈, 코, 입 등을 조합해서 얼굴 캐릭터를 만들 수 있는 앱인 ‘모두의 얼굴’이 서비스 개시 두 달 만에 500만 다운로드를 기록하며 좋은 반응을 얻었다. 권 작가는 “단순한 이미지 외에 기술과 조합해서 서비스를 해 봤던 재미있는 경험이었다”며 “문화와 기술의 조합으로 새로운 결과물이 나올 때 콘텐츠를 만드는 사람으로서 남다른 희열을 느꼈다”고 이야기했다.


그러나 권 작가는 앱 서비스를 준비하는 과정은 어려웠다고 토로했다. 디자이너와 컴퓨터프로그래머가 함께 모여 하나의 새로운 서비스를 만들어 내는 것이 쉬운 작업이 아니었다는 이야기다. 그는 “디자이너와 컴퓨터프로그래머가 보는 시각이 각각 다르기 때문에 서로의 작업을 이해하는데 시간이 오래 걸렸다”며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대화를 아주 많이 나눴다. 결국 서로를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마음이 소통의 바탕이 됐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권 작가는 인공지능,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 등 최첨단 기술과 문화가 만나 새로운 시너지를 만드는 현상에 대해서도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다.


“기술은 아마 계속 발전하겠죠. 어디까지 발전하게 될지는 예측하기 어렵지만, 창작자들은 새로운 기술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면 된다고 봐요. 기술이 나온다고 해도 어떤 식으로 이용할 것인지 주도권은 창작자, 결국 인간에게 있으니까요.”


권 작가는 자신도 언젠가는 문화기술과 융합된 작업을 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현재 활용할 수 있는 기술을 활용해 콘텐츠를 만들다 보면, 시간이 흐르면서 한 시대를 설명할 수 있는 자료가 될 수 있다고 믿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에 그려진 그림을 보면 그 시대를 알 수 있잖아요. 먼 훗날 사람들이 제 그림을 통해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와 문화 기술을 볼 수 있다면 좋을 것 같아요.”







권 작가가 지금은 카카오프렌즈의 ‘아빠’로 불리며 유명 작가 대열에 합류했지만, 그 또한 무명 시절을 오랜 시간 겪었다. 미대를 졸업하지 않은 그가 경쟁이 치열한 캐릭터 시장에서 자신만의 색을 나타내며 두각을 보일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권 작가는 자신의 경쟁력으로 다양한 분야에서 쌓은 경험과 하루도 빠지지 않고 그림을 그렸던 성실함을 꼽았다. 실제로 그는 무명 작가였을 때도 그림과 관련한 새로운 시도를 끊임없이 해왔다. 권 작가는 마음 맞는 친구들과 여행을 떠나 그 곳에서 있었던 일을 그림으로 그려 블로그에 공개하는가 하면, 이를 바탕으로 책을 펴내기도 했다. 남보다 잘 되겠다는 마음보다는 이 모든 작업들이 재밌었기 때문에 큰 욕심 없이 자신에게 주어진 일을 묵묵히 해 나갔다.


“저는 무언가를 구체적으로 계획해서 실행하기 보다는 막연히 뭔가 한 번 해볼까하는 마음이나 재미있을 것 같은 일이 생기면 해보는 편이에요. 대신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반드시 실천에 옮겨요. 혼자만의 재미있는 실험들을 많이 해보면서 얻은 것은 저만의 시각이에요. 어떤 상황이나 사람의 행동을 보더라도, 보이는 부분 그대로 보기보다는 다르게 바라보고 해석하려고 노력하죠.”


권 작가의 이 같은 마음가짐은 카카오프렌즈 성공 이후, 카카오의 입사 제의를 거절하게 된 결정적 이유가 됐다. 그는 “카카오에서 일을 같이 하게 되면 분명 장점은 많이 있었을것”이라면서도 “대신 내가 좋아하는 무언가를 실행해 보고 성공과 실패를 그대로 맛볼 수 있는 환경 자체는 마련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앞으로도 권 작가는 그림을 그리고, 재미있는 프로젝트를 꿈꾸는 일을 멈추지 않을 생각이다. 가령 비행기에 자신이 만든 캐릭터를 그려 넣는 상상 같은 것. “결국 캐릭터는 저 자신이라고 생각해요. 이 모든 작업은 나를 알리고생각을 전달하는 작업이죠.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그림 그리는 것을 즐기면서 꾸준히 작업하고 싶어요. 응원해 주실 거죠?”



격월간 발행되는 <CT문화와기술의만남>은 국내외 콘텐츠 문화기술 관련 법/제도/정책/기술/산업동향 등 각종 이슈를 다루는 보고서입니다. <CT문화와기술의만남>은 한국콘텐츠진흥원 홈페이지 (www.kocca.kr)에서 무료로 다운받을 수 있습니다.


ⓒ 글 및 그림 출처

[문화:기술 - 문화와 기술의 만남] 51호

(2017년 두번째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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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표지사진 1 한중 합작 웹드라마 온니유 (포스터 가안1)


한국과 중국, 4명의 남녀가 부산과 충칭에서 벌이는 로맨틱 로드 드라마 Only You'. 매력적인 도시를 여행하며 각자 시선으로 이야기하는 사랑의 담론은 제작 전부터 많은 기대를 모으고 있습니다. 2016년 지역특화문화콘텐츠개발 영상콘텐츠 부문에 선정되며 제작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Only You의 개발현황과 부산지역특화 콘텐츠가 가져올 영향력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1-1. 안녕하세요. 인터뷰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한국 콘텐츠 진흥원 블로그 상상발전소 독자들에게 간단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 안녕하세요. 저는 한중합작 로맨틱 코미디 웹드라마 Only You 제작총괄을 맡고 있는 ()이스토리 김현수(이하 김)입니다. 지역특화문화콘텐츠 개발사업에 선정되고, KOCCA 블로그에 소개될 수 있어 기쁩니다.


2-1. ()이스토리가 제작하고 있는 한중 합작 웹 드라마 Only You에 대해 소개 부탁드립니다.


사진 2.3 부산·충칭

 

: Only You는 부산과 중국 충칭. 두 도시를 배경으로 한 한중합작 로맨틱 코미디 웹 드라마입니다. 아울러 드라마와 다큐멘터리의 크로스오버를 국내 최초로 시도하여 재미와 정보를 함께 제공하는 미디어 콘텐츠이기도 합니다. 또한, 한류와 여행을 적절히 활용한 킬러 콘텐츠 개발을 통해 부산시의 중국 관광객 유치와 중국시장 진입에 목표를 두고 있습니다.

 

2-2. 글로컬 분야 드라마를 웹의 형태로 제작하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요?


사진 4 () 이스토리 제작이사 김현수

 

: 글로컬이란 하나의 세계 안에서 지역이 새로운 주체로 등장함을 의미합니다. 그 결과 국가·지역 간의 문화적 차이가 새롭고 즐거운 콘텐츠의 역할을 하며 소비자로 하여금 다양한 볼거리와 폭넓은 이해를 부여하고 있습니다. Only You 역시 글로컬 시대에 맞춰 국가를 넘나드는 다양한 수요를 이끌어내기 위한 마케팅을 준비 중입니다. 그 중 소비되는 방법이나, 플랫폼에 활용 면에서 자유롭고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웹의 형태로 제작되는 것이 좋다고 판단하게 되었습니다. 특히 방송 채널에 편성을 받지 않아도 된다는 점에서 해외 진출이 용이하고 IP를 제작자가 확보한다는 점, PPL을 통한 관련 상품 판매 등 부가수익을 기대해 볼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었습니다.

 

2-3. 한국과 중국의 공동 투자를 통해 제작된다고 들었습니다. ·중 공동제작 업무나 국가·지역 간 지원사업의 조율이 힘들진 않나요?


: 아직은 포스트 프로덕션 단계라 별다른 어려운 점은 없지만, 공동제작 업무는 언어가 다르고 문화가 다르기 때문에 어려운 부분들이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 검수해야 할 부분들도 늘어나고요. 하지만 중국의 영향력이 커지고 중국 진출의 성공이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하는 시점에서 두 나라의 자본과 인력, 시장 모으는 시도는 반드시 필요합니다. 어려운 만큼 배우는 부분들도 많겠지요. 중국 시장과 부산지역의 제작환경에 대한 이해를 넓히고 장기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가기 위해서는 당연히 거쳐야 할 과정들이라 생각됩니다.

 

2-5. 제작 과정과 촬영 방식에 대해 설명 부탁드립니다. 다국적 스태프가 함께 한국과 중국을 오가며 진행하는지 궁금하네요.



사진 5 ()이스토리, 부산정보산업진흥원 인터뷰


: 수익을 올릴 수 있는 메인시장이 중국이긴 하지만 한국의 콘텐츠 사업이 우수하다 보니 시나리오나, 포스트 프로덕션 단계는 한국에서 도맡아 개발을 하고 있습니다. 후에 중국 심의 나 국가 정서 등 디테일한 부분을 중국 쪽에서 검수해줄 것이고요. 진행 방식은 중국 분량은 중국 감독과 스텝들이 촬영, 한국 분량은 한국 감독과 스텝들이 촬영할 예정입니다. 현지의 정서와 느낌을 극대화 하기위한 분업이지요. 하지만 전체적으로 흐름을 잡아줄 필요가 있기 때문에 한국 감독이 총괄감독 역할을 맡기로 협의가 된 상태입니다.

 

2-4. 다큐멘터리가 융합된 새로운 형태의 미디어 크로스 오버 콘텐츠 드라마에 대해 설명 부탁드립니다.


: Only You는 드라마적 스토리 위에 시청자와 관광객들을 사로잡을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할 예정입니다. 웹 드라마와 여행 코디네이트의 모습을 동시에 갖춘 셈이지요. 새로운 플랫폼에 대한 시도는 기존의 로드 다큐나 여행기를 넘어 새로운 장르로 받아들여지리라 생각됩니다. 특히 부산과 충칭이란 매력적인 두 도시 속에 기자와 VJ라는 인물설정은 드라마와 다큐를 자연스럽게 넘나드는 장치가 되어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예를 들어 카메라를 켜는 순간부터 인물의 시선으로 보는 영상으로 전환되며 장소와 문화에 대한 매력을 디테일하게 녹이는 등의 작업이 진행될 것입니다.

  

2-5. 부산·충칭. 지역특화콘텐츠의 현지화는 어떤 효과가 있을까요?


사진 6 한중 합작 웹드라마 온니유 (포스터 가안2)


: 지역특화콘텐츠의 가장 중요한 점은 소개 지역이 얼마나 매력적이고 가볼 만한 곳인지 제대로 보여주는 것과 드라마로서의 재미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부산과 충칭, 두 도시를 교차하며 전개되는 이야기 구성은 중국인들에게 부산만의 매력을 각인시키는 역할을 할 것입니다. 또한, 한류스타의 등장은 인물과 부산을 오버랩 시키며 부산의 가치를 상승시키는 효과도 가져올 것입니다. 제작과정에서도 국가 간 제작진의 의견과 정보, 도움을 최대한 반영하여 현지 상황과 특성에 맞는 배급과 마케팅을 진행하여 중국과 한국 모두의 입맛에 맞는 킬러 콘텐츠를 양산할 계획입니다.


3. 해외 공동제작 사업과 웹 드라마의 지역특화지원사업에 대한 기대.


한국의 콘텐츠 개발의 우수성과 중국이란 거대한 시장. 상호 간의 필요성에 의해서 앞으로도 자연스럽게 이런 합작품들이 쏟아져 나올 것입니다. 그 속에서 Only You가 시도하는 도시 연계 콘텐츠는 지역 간의 발전과 우호 관계를 만들어가는 동시에 지역의 주체적인 글로벌 콘텐츠를 양산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특히 단일 도시로는 최고의 규모를 자랑하는 충칭과 영상혁신지구를 갖춘 부산의 만남은 지역 산업의 발전과 고용창출, 가치상승 등의 훌륭 지역수익모델로 거듭날 것으로 전망합니다. 

 

 사진 7 한중 합작 웹드라마 온니유 (포스터 가안3)


수도권에 집중된 콘텐츠를 고르게 발전시키고자 진행되는 지역특화문화콘텐츠개발사업으로 새로운 형식의 웹 드라마가 지역에서 제작된다는 사실은 부산사람으로서 굉장히 반가운 일이었습니다. 충칭과 부산을 잇는 Only You가 단순한 웹 드라마 제작을 넘어 지역을 성장시키는 콘텐츠 사업으로 자리매김하여 새로운 역할을 해줄 것을 바라보았습니다.

 

사진 출처

1. 6. 7. () 이스토리 제공

2. 3. 무료 이미지 저장소 Pixabay

4. 5. 직접 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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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글의 내용은 한국콘텐츠진흥원의 견해와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여자들이 가장 싫어하는 이야기 소재는 '군대 이야기', '축구 이야기', 그리고 '군대에서 축구했던 이야기'라는 우스갯소리가 있지요. 그만큼 대부분의 여자들에게 관심 없는 분야라는 뜻일 텐데요. 이 고정관념을 깨고, 지난 두 달간 수많은 사람들을 홀렸던 군부대가 있습니다. 2월 마지막 주부터 우리와 함께했던 태백부대 모우루 중대, 다들 들어보셨을 거예요. 네 그렇습니다. 전국을 "~말입니다"와 다나까 체로 물들이고, 어딜 가나 화제의 중심에 서 있었던 드라마, <태양의 후예>에 관한 이야기를 전해드리고자 합니다.


사실, 드라마 <태양의 후예>의 원작은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주관하는 "대한민국 스토리 공모대전"의 2011년 우수상 수상작, 김원석 작가님의 <국경없는 의사회>였다고 하는데요. 김원석 작가님께서는 수상 이후, 다음 해에 스토리 창작센터에 입주해서 시나리오를 가다듬었고, 이후 김은숙 작가님과 공동작업을 통해서 이 시나리오는 드라마 <태양의 후예>로 거듭났다고 합니다. 지난 두 달간 우리를 울고 웃게 만들었던 매력적인 드라마, <태양의 후예>! 그 마지막 방송이 방영된 지 일주일 후, 김원석 작가님께서는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시청자들의 질문에 응답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태양의 후예>의 큰 그림을 구상했던 김원석 작가님의 이야기, 함께 만나볼까요?

 

▲ 사진 1. <태양의 후예> 극본을 담당한 김원석 작가님

 


Q1. 드라마의 원작은 작가님께서 집필하신 <국경없는 의사회>로 알고 있습니다. 이후 드라마화 과정에서 남자 주인공이 군인으로 바뀌고, 이에 따라 시나리오가 상당 부분 수정되었다고 들었는데요. 처음 구상했던 의사들의 이야기가 많이 축소된 것에 대한 아쉬움은 없으신가요?

 

A. 물론 제가 사전조사하고 구상했던 부분 중에서는 잘려나간 부분이 있기도 합니다. 하지만 애초에 제가 담고자 했던 내용은 잘 담긴 것 같아요. 사전조사 과정에서 많은 부분을 도와주셨던 NGO 관계자분들, 그리고 119 구조대분들께 감사하다는 말씀을 꼭 전하고 싶습니다. 도움을 받으면서, '다큐멘터리가 아니고 드라마인 만큼, 리얼리티가 그대로 반영되지는 못할 수 있지만, 이 내용을 바탕으로 현장에서 활동하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재미있는 드라마를 만들겠다'고 약속했었거든요. 이 드라마가 그분들께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Q2. 원작에 군인들의 이야기를 추가하게 되면서, 고민이 많으셨을 것 같아요.

 

A. 한국에서 군대는 매우 특수한 문제입니다. 어떻게 보면 모든 국민이 군인 가족이거나, 군인 가족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텐데요. 군인들의 활약상을 어떻게 그려내는 것이 좋을까 많은 생각을 하면서 특전사를 취재했습니다. 영화 <아메리칸 스나이퍼>에서는, 여러 번의 파병을 경험하는 군인 크리스의 이야기가 그려집니다. 크리스의 생애는 결국 비극으로 끝나지만, 그 누구도 크리스에게 '당신의 인생이 잘못되었다'고 말할 수는 없어요. 저는 지도력과 책임감을 갖춘, 명예로운 군인의 이야기를 그려보고 싶었습니다.

 

▲ 사진 2. KBS2 <태양의 후예> 공식 포스터

 

Q3. 김은숙 작가님과 공동 작업으로 대본을 작성하셨는데, 협업은 어땠나요?

 

A. 스타일이 다르다 보니 각자의 분야에서 좋은 시너지를 발휘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저는 사건 구상에 익숙한 타입인데, 제가 사건을 구상해 나가다 보면 김은숙 작가님이 잠깐! 하면서 다시 짚어나갈 때가 있어요. 그럴 때면 김은숙 작가님과 함께 등장인물의 감정을 따라가면서, '그래, 이렇게 느끼겠구나', '이런 느낌으로 사랑하게 되겠구나'하는 것을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되죠. 연속극적인 특징을 갖는 드라마에서는 김은숙 작가님의 방식이 큰 장점을 갖고 있다는 생각도 해봤고요.

 

사실 저희 작가 팀은 보조작가 세 분까지, 총 다섯 명으로 이루어져 있었는데요. 함께 작업하면서 남녀 성격 차이를 깨닫기도 하고, 의견이 갈리면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지 표결에 부치기도 하면서, 재미있게 작업했습니다.


+ 팀 작업에 대해서 조금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주실 수 있나요?

 

메인작가였던 저와 김은숙 작가님, 그리고 권은솔 작가님, 박민숙 작가님, 임메아리 작가님 이렇게 다섯 명으로 구성되어 있었어요. 저희뿐만 아니라, 보조작가님들의 이름 또한 꼭 기억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다 함께 떠들다가 좋은 아이디어가 나오면 바로 대본에 반영했고, 때로는 이미 나온 아이템을 뒤엎기도 하고, 순서를 바꿔보기도 하면서 함께 작업했어요.

 

의견이 분분하면 투표를 해서 다수결에 따랐지만, 끝까지 의견을 고수할 수 있는 '메인작가 찬스'를 쓴 적도 있었어요. 2부에서 남녀 주인공이 모연의 집에서 데이트했던 장면은, '속도가 너무 빠른 것 아니냐'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는데요. '메인작가 찬스'를 써서, 밀어붙였죠.(웃음) 집에서만 나올 수 있는 대사도 있고, 공간의 상징성 덕분에 둘의 설렘이 더 효과적으로 드러났던 것 같습니다.

 

 

Q4. <태양의 후예>는 배우들의 열연, 인상적인 대사, 압도적인 영상미 등 많은 부분에서 호평받았습니다. 하지만, 일부 장면에서는 비판이 제기되기도 했는데요. 주인공 유시진은 어떤 위기에 처해도 살아남은 덕분에, '불사신'이라고 불리기도 했었죠. 시청자들의 이런 반응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A. 사전제작의 장·단점이 반영된 결과 같아요. 사전제작이 아니었다면, 너무 빨리 깨어난 유시진이라든가, 두 사람 사이의 감정선이 더 깊게 드러났으면 좋겠다는 바람이라든가, 그런 비판과 피드백을 실시간으로 수용할 수 있었을 거예요. 작품에 열심히 임했기에 후회는 없지만, 그런 디테일 면에 대해서는 반성하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사전제작은 분명 압도적인 장점을 가지고 있어요. 사전제작이 아니었다면 불가능한 연출도 있었고요. 저도 연출을 해봐서 알지만, 대본을 쓰면서 '이 장면을 어떻게 촬영하지?' 하는 반신반의도 있었거든요. 시간이 충분했던 덕분에, 모든 장면이 완성도 높게 방송될 수 있었죠. 사전제작의 단점을 보완할 수 있는 새로운 아이디어가 나와서, 사전제작이 보편화되었으면 좋겠습니다.


Q5. 일각에서는 <태양의 후예>를 두고, '군국주의'라는 비판도 있었습니다.

 

A. 그래도 군인은 '누군가 해야 하는 일'이고, 국가와 군대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있어야 하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애국심이 대단한 것일까요? 어떻게 보면, 우리가 어릴 때부터 배워왔던 것처럼 굉장히 상식적인 것 아닐까요? 저는 대단한 영웅 이야기를 그려내기보다는, 상식적이라고 생각되는 사람의 마음을 담고 싶었습니다. 상식적인 사람들의 이야기가 잘 전달되기를 바라는 마음이었어요.

 

 

Q6. 비판이 있기도 했지만, <태양의 후예>는 여러 기록을 세우며 '성공작'이라는 평가를 듣고 있습니다. 작가님께서는 <태양의 후예>의 성공 요인을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A. 김은숙 작가님의 마법 같은 대본, 그리고 그걸 드라마로 만들어내는 과정이 잘 맞물린 것 같아요. 사실 작가들에게도, 드라마를 촬영하고 연출하는 사람들에게도 쉽지 않은 대본이었거든요. 캐릭터의 진심을 연기해 주었던 배우들, 모든 캐릭터의 케미와 앙상블, 그리고 스태프들의 노력, 이 모든 것이 들어맞았기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드라마를 잘 만들어주신 모든 분들께, 이 자리를 빌려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Q7. <태양의 후예>는 작가님께 어떤 의미로 남게 될까요?

 

유쾌하게 웃으면서 작업했기에, 유쾌한 기억으로 남을 것 같아요. 그리고 이 드라마가 계기가 되어, 앞으로도 장르나 제작비 같은 한계를 뛰어넘는, 참신하고 새로운 시도들이 좀 더 환영받을 수 있기를 바랍니다.

 

▲ 사진 3. 김원석 작가님


<태양의 후예>16부작으로 이미 종영되었지만, 그 인기는 아직 현재 진행 중입니다. KBS는 종영을 아쉬워하는 시청자들을 위해서 3일 동안 스페셜 방송을 편성했습니다. 또한, 해외 각국에 판권이 판매되었다는 소식이 계속해서 전해지고, 극 중 명대사들이 두고두고 회자되고, 여러 채널에서는 아직도 "~말입니다" 어체가 사용되고 있죠. 이렇게, <태양의 후예>는 종영 후에도 강렬한 존재감을 뽐내고 있습니다.

 

<태양의 후예>의 극본을 담당했던 김은숙 · 김원석 작가님 역시, 각각 차기작 소식을 전하며 차후 행보에도 이목이 쏠리고 있는데요. 작가님의 손끝에서 탄생할 다음 이야기는 어떤 모습일지, 만나보게 될 그 날이 기다려집니다.

 

사진 출처

표지사진, 사진 1, 3. <태양의 후예> 문화산업전문회사 NEW 제공
사진 2. KBS <태양의 후예>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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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글의 내용은 한국콘텐츠진흥원의 견해와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한결 따뜻해진 햇살, 길어진 낮 시간과는 달리 차가운 칼바람이 아직도 기승을 부리는 초봄. 2015 K-루키즈로 선정되었던 여섯 팀은 관객들과 더 가까운 곳에서 만나기 위해 꽃샘추위를 뚫고 부산과 광주를 다녀왔습니다. 보이즈 인 더 키친, 스트레이, 에이퍼즈가 출연했던 3월 5일 <K-루키즈 NIGHT OUT in 부산>, 그리고 데드버튼즈, 빌리카터, 엔피유니온이 공연했던 3월 12일 <K-루키즈 NIGHT OUT in 광주> 공연까지! 부산과 광주, 두 도시에서의 기획공연을 끝으로 2015 K-루키즈 일정이 모두 마무리 되었는데요. 긴 여정을 끝낸 K-루키즈 팀들은 어떤 기분일지, 상상발전소 기자단이 찾아가 보았습니다. 2015 K-루키즈 대상에 빛나는 밴드, “보이즈 인 더 키친”의 이야기를 함께 들어볼까요? 


* 자유분방함과 흥겨움 속에서도 균형 잡힌 사운드를 자랑하는 밴드 “보이즈 인 더 키친”은 전현근 씨(보컬), 강성민 씨(기타), 김정훈 씨(드럼) 이렇게 3인조로 구성되어 있으며, <Boys In The Kitchen>과 <Puberty>, 두 장의 EP를 발매한 바 있습니다. <K-루키즈 NIGHT OUT in 부산> 공연 다음날 서울 서교동 일대에서 진행된 이번 인터뷰에는, 밴드 멤버 3명이 모두 참석해 주셨습니다.



Q1. 토요일은 K-루키즈 부산 공연에, 그리고 일요일은 트리퍼사운드 레이블 콘서트에 출연하시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스케줄이 연달아 있어서 힘드실텐데, 바쁜 와중에 인터뷰를 수락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가장 먼저, 밴드 소개를 부탁드릴게요.


A. 안녕하세요. 데뷔 앨범을 발매한 지 3년차에 접어든 록 밴드 “보이즈 인 더 키친”입니다. 사실 여태까지 밴드를 소개할 때, ‘개러지 록 밴드’라고 했었는데요. 이제부터는 개러지 록의 틀에서 벗어나고자 그냥 ‘록 밴드’라고 저희를 소개하고 있어요.


Q2. 멤버들이 생각하기에, “보이즈 인 더 키친” 음악/공연의 매력은 무엇일까요? 


A. (현근) 가사를 찾아보게 되는 매력?! (웃음)  음악을 들어보면 바로 아시겠지만, 발음이 조금 독특하거든요. 


(성민) 악기 파트의 매력으로는, 독특한 기타 사운드를 꼽을 수 있을 것 같아요. 사실 ‘개러지 록’은 다듬어지지 않은 거친 사운드가 대표적인 특징이거든요. 그런데 저는 개러지를 좋아하기도 했지만, 사실 그보다는 조금 가라앉은 분위기의 우울한 음악을 즐겨 들었거든요. 제가 자주 듣는 음악이 반영된 덕분인지, 제 기타 라인은 일반적인 ‘개러지’ 음악보다 멜로딕하고, 부드럽습니다. 그 부분이 저희 팀을 차별화할 수 있는 요소라고 생각해요.


(현근) 그리고 공연의 매력을 말하자면, 관객 분들이 옷을 가볍게 입고 오실 수 있다는 거죠. 저희는 공연을 신나게 하려고 노력을 무척이나 많이 하거든요. 음악에 따라 제가 춤을 추기도 하고, 관객들과 함께 즐길 수 있는 시간이 많기 때문에, 저희 공연에 오신 관객 분들은 분명 흥겨울 거예요.


▲ 영상 1. 보이즈 인 더 키친 <토이스토리> 뮤직비디오

<토이스토리> 뮤직비디오, 그리고 이 곡이 수록된 EP <Puberty>는 K-루키즈 지원사업의 일환으로 제작되었다.


Q3. 한 해에도 수많은 신인 밴드들이 등장하고, 또 수많은 밴드들이 사라집니다. 신인 밴드 중에서도, 보이즈 인 더 키친은 “밝은 미래가 보장되어 있는 밴드”라고 많은 호평을 받고 있는데요. 데뷔 이후, 보이즈 인 더 키친이 지속적인 인기를 얻은 비결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A. 저희는 공연을 최대한 많이 하고 싶어서, 온갖 다양한 무대에 출연해 왔거든요. 2013년부터 공연을 쭉 하고 있는데, 사실 연차에 비해서는 공연 횟수가 꽤 많은 편이라고 생각해요. 신인 치고는 공연 경험이 많은 것, 이게 저희의 인기 비결 아닐까요?


Q4. 보이즈 인 더 키친은 팬들과 소통을 많이 하고, 팬들과 사이가 돈독한 밴드로도 유명한데요. 저 또한 K-루키즈 기획공연을 관람하면서, 팬들의 ‘떼창’과 응원 열정에 놀라기도 했습니다. 팬들과 소통하는 데 있어서, 평소에 신경 쓰는 부분이 있다면 어떤 걸까요?


(정훈) 이건 제 개인적인 지론인데요. 저는 공연하는 밴드든, 공연을 관람하는 관객이든, 모두 대등한 입장이라고 봐요. 공연장에서 무대의 높낮이가 있을 뿐이지, 저희나 관객들이나 다 똑 같은 사람들이거든요. 최대한 팬 분들을 존중하면서도, 서로 다가가거나 다가오기 쉽게. 그리고 거리감을 느끼기 보다는 되도록이면 친근하게 대하려고 많이 노력합니다. 



Q5. 늦었지만, 2015 K-루키즈 최종 우승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우승을 예상하셨나요?


A. 전혀 예상 못 했죠. 오죽하면 저희가 처음 우승 공약을 말할 때, ‘밴드를 해체하겠다’는 공약을 내걸려고 했을 정도였어요. 그 정도로, 우승 생각은 못해봤던 거죠. 밴드 해체 공약을 뒤에서 만류하시기에, 대신 “우승을 차지하면, 우승티셔츠를 만들어서 입고 공연하겠다”고 약속했어요. 다행이죠. (웃음) 사실, 어제 부산 공연에서 그 티셔츠를 입고 공연했어요. 공연에 오신 분들은 “K-루키즈 대상”이라고 쓰인 티셔츠를 보셨을 거예요.


▲ 사진 1. 2016년 1월 23일 서울 광진구 악스홀에서 개최되었던 <2015 K-루키즈 파이널 경연> 당시, 

대상을 차지했던 보이즈 인 더 키친의 앵콜 공연 모습


Q6. K-루키즈로 선정되면, 앨범 발매 · 뮤직비디오 제작 · 기획공연 참여 · 온/오프라인 홍보 등 여러 가지 지원을 받게 됩니다. 보이즈 인 더 키친이 최근에 발매한 EP <Puberty> 역시 K-루키즈로 선정되면서 지원을 받은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K-루키즈의 지원 사업 중, 가장 좋았던 부분은 무엇인가요?


A. (현근) 모든 지원이 감사하고, 또 소중했죠. 하지만 굳이 하나를 고르자면, 바로 어제 출연했던 부산 기획공연을 선택할 것 같아요. 사실 저는 부산에서 태어났거든요. 고향에서 공연할 기회가 주어졌다는 것이, 무척이나 기쁘고 감사했습니다. 덕분에 가족들과 고향 친구들 앞에서 신나게 공연할 수 있었어요. 멤버들이랑 다같이 부산을 방문했다는 것도 제게는 엄청 뜻 깊었고요. 멤버들과 맛있는 부산 음식도 먹고, 부산 경치도 즐기고, 훈훈한 분위기 속에서 공연도 하고, 여러 모로 소중한 경험이었어요.


- 바로 어제 <K-루키즈 NIGHT OUT in 부산> 공연에 출연하신 직후라서, 부산 공연의 여운이 아직 가시지 않은 것 같은데요. 부산 공연 반응은 구체적으로 어땠는지 궁금합니다.


A. 부산에서 공연이 처음이다 보니, 아무래도 저희 공연을 처음 보는 분들이 대부분일 것 같더라고요. 공연을 많이 해보기는 했지만, 그래도 혹시 서울과 분위기가 다르려나 싶어서 걱정을 좀 하긴 했어요. 그런데 의외로, 큰 차이는 없더라고요. 밴드 공연이 서울처럼 많지 않을 텐데도, 관객 분들께서 낯설어 하지 않고 한바탕 흥겹게 저희랑 같이 놀아 주셨어요. 깜짝 놀랐습니다. 부산에서 공연할 수 있는 기회도 종종 있었으면 좋겠어요. 


Q7. 사실 보이즈 인 더 키친은 여러 경연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두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ebs space 공감 헬로루키, 펜타포트 슈퍼루키, 그리고 K-루키즈에 이르기까지, 많은 경연에 참가하셨는데요. 경연에 자주 도전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A. 현재 인디 씬에서 활동 중인 밴드들이 수면 위로 올라올 수 있는 기회는 오디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사람들 눈에 띌 수 있는 기회를 붙잡고 싶었습니다. 사실 오디션이 있으면, 저희가 조금 더 부지런해지는 효과가 있기도 했고요. 


- 그렇군요. 그럼 오디션에 응하는 보이즈 인 더 키친만의 팁이 있다면, 어떤 것일까요?


A. (성민) 저는 결과에 기대를 걸지 않는 편이에요. ‘안 될 거야, 안 될 거야’ 하면서 힘을 일부러라도 빼려고 노력하고, 최대한 긴장을 하지 않으려고 노력하죠.


(현근) 저도 마찬가지인데요. ‘초를 친다’고 하죠. 결과가 발표되는 매 순간마다 ‘우리는 아니라고, 대신 다른 팀이 될 것’이라고 저 스스로에게, 그리고 멤버들에게 속삭이고는 해요. 심지어 대본을 봤다고, 그런데 우리는 아니었다고, 그렇게 거짓말이라도 해서 최대한 기대를 안 하려고 노력하죠. 2015 K-루키즈로 선발된 6팀이 발표되던 그 순간에도, 저희는 일부러 맨 뒤에 서 있었어요. 밴드 이름이 불리던 순간은 정말 많이 놀랐던 것 같아요.


(성민) 그러고 보면 K-루키즈 파이널 경연 날도, 다른 때와는 조금 달랐어요. 저희가 그렇게 아무리 기대를 버리려고 노력해도, ‘안 될 것이다’ 하면서 자기 세뇌를 해도, 경연이라는 건 늘 떨리기 마련이거든요. 그래서 무대에 올라가면 긴장된 나머지, 저희는 박자가 조금 빨라지는 경향이 있어요. 그래도 관객이 있는 공개 오디션 현장에서는 나름대로 공연 분위기가 후끈 달아오르는 효과가 있어서, 오히려 그게 더욱 좋은 결과를 가져왔던 것 같은데요. 올해 K-루키즈 파이널 경연에서는, 멤버 전원이 너무나도 정확하고 평온하게 연주하고 있는 거예요. ‘이래도 되나?’ 하는 생각이 들면서, 연주하는 동안 내내 오히려 당황스러웠죠.


- 그렇다면, 최종 우승이라고 발표되는 순간, 더욱 감격하셨을 것 같아요.


A. 어우, 그 발표 순간을 포착한 영상이 많이 돌아다니던데요. 저희, 울보들이라는 얘기 많이 들었습니다. (웃음)


▲ 사진 2. 보이즈 인 더 키친의 보컬, 전현근 씨



Q8. 멤버들의 2016년 목표는 무엇일지 궁금합니다.


A. (현근) 음, 이건 제 목표이자 최근 관심사라고 할 수 있겠네요. 제가 ‘맛집 포스팅’, 이런 거 되게 좋아하거든요. 물론 제가 포스팅을 보고 맛집을 다 방문하지는 않지만요. 저는 그 포스팅을 보면서 어떤 곳일까, 어떤 분위기일까, 어떤 맛일까 상상해보는 게 재밌더라고요. 올해 혹시 기회가 된다면 소소하게, 혼자만의 블로그를 만들어보고 싶어요.


(성민) 전에도 얘기한 적 있는데, 저도 블로그를 해보고 싶어요. 저희가 지금 주로 소통하는 SNS 채널은 트위터인데요. 물론 트위터도 참 좋은 공간이지만, 트위터는 피드백이 무척이나 실시간이고, 조금만 신경 쓰지 못하면 정보가 빠르게 지나가거든요. 블로그는 트위터보다 반응이 느린 공간이라고 생각해요. 블로그에 찾아오시는 분들도, 빠른 피드백을 기대하지는 않을 거고요. 블로그를 하게 되면, 반응 하나하나 지금보다 더 세심하게 챙길 수 있지 않을까요.


(정훈) 저는 조금 다른 얘기인데요. K-루키즈를 마지막으로, 이제 경연이 모두 끝났잖아요. 경연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면 기사도 많이 나오고, 경연 소식을 통해서 사람들이 많이 알아주기도 하는데요. 이제는 경연의 힘을 빌릴 수 없으니 올해는 오롯이 우리의 힘으로만 차근차근 올라가는 것, 그게 제 올해 목표입니다. 


▲ 사진 3. 질문지를 보면서 진지하게 생각하고, 신중하게 답변하던 밴드 보이즈 인 더 키친


Q9. 다들 다양한 목표를 갖고 계시네요. 그럼 이번에는 팀으로 질문 드리겠습니다. “보이즈 인 더 키친”의 올해 계획은 무엇인가요?


A. 일단 3월에는 여러 공연 스케줄이 계획되어 있고요. 그리고 올해는 싱글 앨범을 두세 장 정도 발표하면서, 신곡을 선보일 것 같습니다. 정규앨범은 내년 중으로 발매하려고 계획하고 있는데요. 사실 밴드 멤버에 최근 변화가 생기면서, 일단 밴드를 재정비 하는 것을 최우선으로 여기고 있거든요. 정규 앨범 발매에는 예상보다 시간이 조금 더 걸릴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 조금 조심스러운 부분이긴 한데요. 현재 베이스 자리가 공석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당분간은 객원 베이스 체제를 유지하실 계획인가요?


A. 네, 그렇습니다. K-루키즈 부산 공연에 이어 트리퍼사운드 레이블 콘서트까지, 밴드 “제8극장”의 베이시스트 서상욱 씨가 일단 도와주고 계시는데요. 고정 멤버는 쉽게 정해지지 않을 것 같아요. 객원 체제를 유지하면서 천천히, 조심스럽게, 그리고 신중하게 결정하고 싶습니다. 연주를 기가 막히게 잘한다고 해서 바로 멤버로 섭외할 수 있는 건 아니거든요. 합주도 충분히 해보고, 이야기도 많이 해보고, 충분한 시간을 함께 하고, 많은 것을 함께 한 이후에 결정해야겠죠. 연주 실력뿐만 아니라, 사람 대 사람으로서 저희와 뭔가 통하는 부분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기에, 이 부분은 서두르지 않고 최대한 신중할 예정입니다.


Q10. 무대 위에서 가장 행복한 순간은 언제인가요?


A. (현근) 공연을 하다 보면, 어느 순간 저희끼리 눈이 마주칠 때가 있어요. 그 순간이 가장 행복한 것 같습니다. 아, 물론 드럼 치는 정훈이는 무대 뒤쪽에 있다 보니, 거의 못 보긴 하지만요 하하.


(정훈)  얘는 자기 힘들 때만 저를 봐요 (웃음)


(성민) 공연을 막 시작할 때는, 무대 동선을 짜기도 했어요. 요즘은 많이 자연스러워졌어요. 주로 ‘잘 맞는다’, ‘오늘 좋다’ 이런 생각이 들 때 눈이 마주치는 것 같은데, 짜릿하죠. 아 그리고 하나 더, 최근 발매한 EP의 타이틀 곡, <토이스토리> 중간에 기타 솔로 부분이 있어요. 그때 제가 무대 앞으로 나오는데요. 제가 사실 공연할 때마다 조금씩 떨거든요. 앞으로 나와서 솔로 연주한다고 팬들이 환호를 하면, 제가 그 환호 소리에 순간 겁 먹어서 다시 무대 뒤로 주춤주춤 들어가고는 하는데, 그 순간이 재미있기도 해요.


▲ 사진 4. 보이즈 인 더 키친의 기타리스트 강성민 씨


Q11. 보이즈 인 더 키친이 꿈꾸는 공연은 어떤 모습일까요?


(현근) 저희 공연 분위기 특성상, 스탠딩 공연이 주로 진행되는데요. 가끔 스탠딩 공연이 익숙하지 않은 부모님이나 다른 가족들이 공연을 보러 오면, 공연 시간 내내 서계시는 걸 힘들어 하실 때가 많아요. K-루키즈 파이널 경연이 열렸던 악스홀을 가보니깐, 1층은 스탠딩 홀인데 2층에는 좌석이 쭉 있더라고요.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악스홀처럼, 스탠딩과 좌석이 모두 있는 큰 공연장에서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는 공연을 해보고 싶습니다.


(성민) 큰 페스티벌에 가면, 다양한 장르의 록 밴드부터 일렉트로닉 팀, 어쿠스틱 팀에 이르기까지 정말 다양한 음악색을 지닌 팀들이 하나의 무대에서 공연하거든요. 저는 그것보다, 같은 장르를 연주하는 팀끼리만 무대에 서보고 싶어요. 사실 저는 예전부터 저희와 비슷한 음악색을 지닌, 개러지 음악 페스티벌을 꿈꿔왔어요.


(정훈) 저도 작년부터 원하던 건데요. 저희가 아직 신인이다 보니깐, 록 페스티벌에 출연하면 주로 앞 순서로 공연하게 되더라고요. 그런데, 해가 떠 있을 때와, 해가 지고 깜깜해진 밤은 공연 집중도가 확연히 달라요. 모든 세상이 깜깜하고, 저희가 서는 무대에만 조명이 들어오고, 그런 상황에서 공연해보고 싶습니다. 해가 지고 난 뒤의 무대를 배정받을 수 있도록, 실력과 경험을 많이 쌓으려고요.


▲ 사진 5. 보이즈 인 더 키친의 드러머 김정훈 씨



한 시간 여의 인터뷰가 끝나자마자, “보이즈 인 더 키친” 멤버들은 트리퍼사운드 레이블콘서트 무대에 서기 위해서 프리즘홀로 뛰어갔는데요. 뒤따라 도착한 공연장에서, 인터뷰 질문에 답변할 때의 수줍음은 싹 가신 채, 열정적으로 공연을 진행하는 멤버들을 볼 수 있었습니다. 인터뷰 중, 보컬 전현근 씨는 “공연을 마치면 지치고 힘들어야 제가 잘한 것 같거든요. 오늘 공연이 끝나고 제가 엄청 힘들었으면 좋겠습니다” 라고 레이블콘서트에 임하는 마음가짐을 밝혔는데요. 첫 팀으로 무대에 올라, 아직 어수선한 장내를 순식간에 휘어잡은 후, 땀방울을 휘날리며 연주하고 노래하는 멤버들을 보니, 멤버들이 겪어왔던 무수한 공연 경험을 조금이나마 상상해 볼 수 있었습니다. 


트리퍼사운드 소속 밴드 “보이즈 인 더 키친”, “제8극장”, 그리고 “폰부스”가 총출동한 이날의 레이블콘서트는 무척이나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진행되었는데요. 보이즈 인 더 키친의 대표곡 <Bivo>는 폰부스에 의해 새롭게 해석되기도 했습니다. 키보드가 선율이 추가되고, 재즈의 느낌까지 물씬 더해진 폰부스의 <Bivo>는 무척이나 색달랐어요. 또한, 보이즈 인 더 키친이 재해석한 제8극장의 <니가 보고 싶어져> 역시 통통 튀는 재기발랄함을 느낄 수 있어 무척이나 흥겨웠습니다.


▲ 영상 2. 인터뷰 이후 진행된 트리퍼사운드의 레이블콘서트,

첫 팀으로 무대에 오른 보이즈 인 더 키친의 <The Dancer> 공연 현장


이날 공연을 통해, 기자단은 보이즈 인 더 키친의 매력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었는데요. 진지한 태도로 음악을 대하고, 공연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멤버들의 열정은 정말이지 매력적이었습니다. 전현근 씨는 이날 인터뷰에서, “클럽에서 활동한다고 하면 일반인의 80프로는 춤 추는 클럽을 상상합니다. 대중의 인식이 바뀔 수 있도록 서울 곳곳에, 더 나아가서 지역별로 다양한 공연장과 클럽이 생겨났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이야기 했는데요. 고개가 끄덕여지면서도, 홍대 앞 공연장과 라이브 클럽마저 나날이 사라져가는 지금의 상황에 한숨이 저절로 나오며 안타깝기도 했습니다. 실력 있는 밴드들과 매력적인 음악, 그리고 개성 있는 라이브 클럽이 사람들에게 더 많이 알려지면서 전현근 씨의 바람대로, 전국 모든 사람들이 라이브 공연 문화를 즐길 수 있는 날이 왔으면 좋겠습니다.


반 년 동안 여러 번의 기획공연에 참여하고, 신곡을 담은 EP를 발매하며 사람들에게 좋은 음악을 들려주었던 2015 K-루키즈, 그리고 우승팀 보이즈 인 더 키친의 앞날을 응원합니다.



ⓒ 사진 및 영상 출처

사진 1, 2, 4. 5 (케이루키즈 기획공연 #3 / 파이널경연 사진). mpmg 제공


영상 1. YouTube 트리퍼 사운드(Tripper Sound) 채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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