꾸준함으로 승부하는 키즈 크리에이터 채널, 마이린 TV

상상발전소/방송 영화 2018.09.03 17:00 Posted by 한국콘텐츠진흥원 상상발전소 KOCCA

 

방 안, 삼각대로 고정시킨 아이폰 앞에서 장난감을 만지며 영상을 촬영하는 한 초등학생.

기획부터 진행, 편집까지 영상 제작의 전 과정에 참여하는 최린 군(12)은 유튜브 채널

‘마이린TV’를 운영하는 베테랑 크리에이터다. 2015년 3월 유튜브(Youtube)에 개설된

마이린TV는 3년 만에 구독자 60만 명을 넘어서며 압도적인 성장을 기록하고 있다.

마이린TV를 공동 운영하고 있는 최린 군의 가족을 만나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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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박현정(편집부)

 

 

 

 

마이린TV는 최린 군이 진행자가 되어 정보를 전달하는 채널이다. 아이템은 아이들 사이에 유행하는 힐리스 운동화, 피젯 스피너부터 남녀노소 좋아하는 슬라임까지 다양하다. 최린 군은 유행 아이템을 선정해 직접 체험 후 리뷰를 하기도 하고, 이색 행사 체험과 유명 유투버 인터뷰까지도 진행한다.

 

Q. 본인 소개를 직접 부탁드립니다.


A. 안녕하세요. 저는 유튜브 채널 마이린TV를 운영하고 있는 크리에이터 최린입니다. 초등학교 6학년이에요. 다양한 아이템을 저만의 방식으로 리뷰해서 올리고 있어요.


 

Q. 마이린TV 구독자가 벌써 60만 명을 돌파했습니다. 그 인기 비결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A. 일단은 꾸준히 활동해서 그런 것 같아요. 제가 2015년에 채널을 시작해서 지금까지 영상을 찍어 올리고 있거든요. 그리고 시청자들이 보고 싶어 하는 콘텐츠를 그 때 그 때 바로 올리니까 더 좋아해주시는 것 같아요.

 

 

Q. 끊임없이 아이템을 고민하고 선정하는 일이 쉽지 않을 것 같아요.

 

A. 엄마 아빠와 상의해서 정하기도 하지만, 보통은 시청자들 댓글을 먼저 봐요. 시청자들이 원하는 아이템을 댓글로 추천해주시면 그걸 읽고 골라서 반영하죠. 아니면 주변의 친구들에게 물어보기도 해요.

 

 

Q. 콘텐츠 제작 기간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무엇인가요?

 

A. 보통 주말에 친구들과 촬영을 하고, 평일에 간단하게 편집해서 올려요. 컷 편집은 저랑 아빠랑 돌아가면서 하고, 자막과 특수효과는 프리랜서 작가분이 해주세요. 가장 중요한 건 제 콘텐츠를 좋아해주는 사람들이에요. 시청자들이 원하는 것, 보고 싶어 하는 것이 무엇인지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항상 댓글을 열심히 읽고 소통하죠.

 

 

Q. 시청자들의 반응 중에는 좋은 댓글도 많지만, 간혹 나쁜 말도 있던데 그럴 때는 어떻게 대처하나요?

 

A. 악플은 크게 신경 쓰지 않아요. 아빠가 악플은 외로운 사람들이 다는 거라고 하셨어요. 그래서 이유 없는 인신공격이나 욕은 차단하거나 삭제를 해요. 그렇지만 제가 부족하거나 못하는 부분에 대한 지적, 비판은 읽어보고 참고해요.

 

 

Q. 밖에서 알아보는 사람들도 있을 것 같은데, 친구들이 신기해할 것 같아요.

 

A. 주 시청자인 또래 친구들이 많이 가는 놀이공원이나 워터파크에 가면 아무래도 많은 분들이 알아보세요. 그럴때 학교 친구들이 "우와~" 하고 신기해하죠. 요즘에는 영상을 어떻게 찍는지, 편집은 어떻게 하는지 물어보는 친구들도 있어요.

 

 

Q. 크리에이터 활동을 하면서 뿌듯한 순간은 언제인가요?

 

A. 언제나 뿌듯한 건 시청자분들이 선플을 남겨주실 때죠. 영상이 재밌다, 잘 보고 있다, 잘생겼다 등등. 제 콘텐츠가 시청자들에게 사랑받을 때 늘 기분이 좋아요.


 

Q. ‘롤 모델’로 삼고 싶은 크리에이터가 있을 것 같아요.

 

A. 좋은 크리에이터분들이 정말 많지만, 가장 롤 모델로 삼고 싶은 크리에이터는 도티님과 대도서관님이에요. 두분 다 워낙 유명하고 진행을 잘하시는데다가, 인기가 많은데도 겸손하시고 성격도 정말 좋으세요. 특히 대도서관님은 크리에이터 활동에 대해서 제게 조언도 많이 해주셨어요.

 

 

Q. 언제까지 마이린TV 활동을 하고 싶나요?


A. 처음 시작할 때는 부모님과 정한 목표인 10년, 고등학교 3학년이 될 때까지라고 했지만 저는 할 수 있을 때까지 최대한 오래 하고 싶어요. 어른이 되어서도 가능하다면 계속 하고 싶어요.

 

 

Q. 크리에이터 ‘최린’이 이루고 싶은 목표와 이를 위한 계획이 있나요?

 

A. 중학교에 입학하기 전에 구독자 100만 명을 달성하고 싶어요. 거창한 계획은 없지만 지금처럼 시청자들과 소통하면서 제가 만들 수 있는 영상을 꾸준히 올리는 게 목표에요.

 

 

 

 

마이린TV의 성장에는 최린 군의 크리에이터 활동을 전폭적으로 지원하는 든든한 버팀목 ‘엄마 아빠’가 있다. 아버지 최영민(46) 씨와 어머니 이주영(41) 씨는 최린 군의 동영상 촬영과 편집을 함께하며 마이린TV가 원활하게 운영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유튜브를 더 보고 싶은 아이들과 그만 보라고 말리는 부모님의 갈등은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다. 하지만 두 사람은 자녀의 결정을 적극적으로 응원하는 쪽을 택했다.

 

 


유튜브 채널 개설은 마인크래프트 게임을 즐겨하던 린이가 양띵님의 ‘감옥탈출’ 영상을 본 후 영상 촬영을 해보고 싶다고 해서 처음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초반에는 말없이 장난감을 만지고 노는 걸 찍은 게 전부였어요. 주말에 친구들과 집에서 보드 게임하는 걸 찍고 간단히 편집해서 올리는 정도였죠. 하지만 아이와 같이 구글에서 진행하는 유튜브 키즈데이, 크리에이터 랩 등 다양한 행사에 참여하고 거기서 친해진 크리에이터들과 소통하면서 마이린TV가 자리를 잡아가기 시작했습니다.


 

 

이후 상업적인 목적에 가까운 다양한 키즈 채널이 속속 생겨나면서, 린이가 애정을 갖고 일궈낸 채널이 시류에 묻혀서 잊히지 않도록 제대로 운영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이후 좀 더 대중적인 콘텐츠를 서비스하며 마이린TV 채널의 외연을 확장할 수 있었습니다.

 

이미지 출처 : <마이린TV> 초반 영상 캡쳐


린이가 스탠드에서 혼자 삼각대를 놓고 촬영할 때는 저희가 개입하지 않아요. 다만 일상적 공간에서의 활동이나 상황극은 혼자 진행하는데 한계가 있기 때문에 엄마, 아빠가 빈 구석을 채워주죠. 보통 아빠가 촬영을 하고, 엄마는 스스로 ‘막내 작가’라고 부르며 소품을 챙기거나 보조 출연을 하기도 해요.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사랑해주셔서 보조출연을 하는 엄마의 인지도도 높아져 스핀오프로 '마이맘TV' 채널도 열었어요.

 

이미지 출처 : 마이린과 마이맘 <마이맘TV>

 

 

마이린TV 영상을 위해 구비한 장비는 아이폰, 조명, 검정색 천 하나에요. 평소에 저희는 아이 교육에 관해 대화를 많이 나누는 편이에요. 그 과정에서 가지게 된 기본 철학은 무엇이든 ‘아이가 할 수 있는 수준에서 지원하자’는 것이었죠. 영상 또한 같은 맥락에서 ‘마이린’의 채널이니까, 부모가 언제까지 도와줄 수 있는 건 아니잖아요. 린이가 나중에 진행할 수 있도록 ‘지속가능한 수준’으로 지원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해요.

 

 

 

물론 욕심을 내서 좋은 장비를 구매하고 제작비를 들여 화려한 영상을 만들어 낼 수는 있죠. 하지만 그러한 방식이 내일도, 모레도 가능하다는 보장은 없잖아요. 마이린TV의 운영이 나중에 아이가 부모의 도움 없이도 감당할 수 있고 친구들과 함께 즐길 수 있는 활동이 되었으면 합니다.

 

 

 

 

저희는 린이가 특별한 재능으로 마이린TV를 운영하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소위 말하는 ‘끼’가 있다기 보다는, 자기만의 ‘방식’을 최대한 살리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마이린TV는 그 어떤 채널보다도 타 크리에이터들이 많이 출연한 채널인데요. 린이는 이 과정에서 또래의 친구들이 이해하기 쉽고 친숙하게 정보를 소개하는 ‘리포터’의 역할을 꾸준히 해온 거죠. 한 가지 마이린의 재능을 꼽으라면 ‘성실함’ 이라고 생각해요.

 

 

키즈 크리에이터가 가장 우선적으로 습득해야 할 부분은 재능도, 기술도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일단은 ‘미디어’라는 본질을 이해해야 합니다. 기술적인 부분은 추후에 배우면 되지만, 미디어의 특성상 예기치 못하게 발생하는 문제나 상황에 대한 대처 능력과 같은 미디어 운영 속에서 고려해야 하는 부분이 훨씬 중요하죠.

 

 

그래서 린이에게 가장 먼저 교육시킨 것이 ‘악플’이었어요. 린이 또래를 포함한 모든 아이들이 앞으로 디지털 인간관계 안에서 커뮤니케이션을 하며 살아갈 세대잖아요. 이 부분에 있어서는 유연함이 필수적 요소죠. 면대면이 아닌 특정 플랫폼을 통해 소통하는 디지털 시대인만큼, 타인들과의 커뮤니케이션에 있어서 그들의 목적이나 상황을 아이가 먼저 인지해야 합니다.

 

 


지금 해외에서는 ‘학습 행위’ 자체의 주 도구가 유튜브로 변모하고 있습니다. 그 과정의 초기 단계가 벌써 한국에서도 시작되었고요. 재능이나 관심이 직업적 수준에 이르지 않아도 창작과 소통을 할 수 있는 플랫폼이 바로 유튜브입니다. 영상을 찍어서 올리는 행위, 그리고 그 영상을 보는 행위 자체가 친숙한 아이들에게는 유튜브가 최고의 플랫폼인거에요. 유튜브라는 공간 안에서 사실은 아이들 모두가 크리에이터인 시대가 온거죠.

 

 

 

모든 산업에는 긍정성과 부정성이 모두 존재합니다. 어떤 부모님은 아이의 유튜브 시청을 무조건 차단하고, 걱정하시기도 하죠. 그런 분들에게 저는 이야기해요. 과거 우리 모두가 ‘미니홈피’를 했듯이, 요즘 아이들은 모두 유튜브를 하거든요. 아이를 키우는 부모이자 ‘교육자’의 입장에서, 피할 수 없는 디지털미디어시대 속 소통 행위는 부모가 더 잘 알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아이의 삶에서 떼려야 뗄 수 없는 플랫폼인데, 부모가 그 분야에 대해 모른다고 해서 무조건 차단하는 것이 과연 옳은 방법일까요?

 

 

유튜브를 통한 콘텐츠 제작부터 업로드까지 기술적인 면을 모두 학습할 필요는 없지만, 미디어 리터러시의 관점에서 디지털커뮤니케이션이 어떤 방식으로 이루어지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인지를 하고 계셔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래야 내 아이가 어떤 좋은 영향을 받는지, 또 어떤 점이 문제가 되는지 알 수 있고, 지도가 가능한거죠. 부모가 아이들이 어떤 것을 보고 즐거워하는지 알면 아이에게 공감하고 친구처럼 감정을 교류할 수 있는 기회가 더 많아지기도 합니다.

 

 

최근 키즈 크리에이터들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지만 생각보다 부모님들이 준비가 되지 않은 채로 채널을 시작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나 여아 채널의 경우 악플에 어떤 식으로 대처해야할지 몰라 감정적으로 반응하는 부모님들이 있는데 이런 부분도 리터러시 교육을 통해 해결할 수 있다고 봅니다.

 

 


아이뿐 아니라 시니어 세대도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들만이 갖고 있는 경험이나 지식이 디지털을 통해서 자녀 세대 및 이후 세대까지 전달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도구를 몰라서 그렇지, 삶의 깊이로 본다면 오히려 그분들이 크리에이터로 활동할 재료가 훨씬 많다고 생각해요. 부동산, 의학, 법학과 같은 지식 정보도 이제 더 이상 전문가만의 영역이 아니잖아요. 이러한 정보들이 영상창작행위로 이루어진다면 비즈니스 관점에서도, 사회문화적 관점에서도 단단한 토양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크리에이터의 연령층이 넓어지면 콘텐츠의 다양성도 더 풍요로워지지 않을까요? ‘종이’라는 물성에 있던 정보와 재미가 ‘디지털미디어’로 넘어오고 있잖아요. 물론 아직은 세상의 다양한 정보들 중 1%도 넘어오지 않았다고 생각하지만, 그 속도는 점점 가속화 될거라고 믿습니다.

 

 

연령층도, 플랫폼도 다양해지고 있으니까요. 이제는 누구나 자신의 경험을 자기만의 방식으로 만들어 올리는 ‘크리에이터’가 될 수 있는 세상입니다.

 

 

 

 

마이린TV 운영은 단순히 스펙을 쌓는 차원이 아니라 교육적인 측면에도 큰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초반의 마이린TV 영상은 말없이 손으로 장난감만 만지는 것이 전부였어요. 그러나 채널이 확장되고 활동영역이 넓어지면서 아이가 스스로 리더쉽을 발휘하고 다양한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졌습니다. 사실 또래들, 특히 남자아이들 사이에서는 키나 덩치 차이로 우위가 생기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린이가 스스로 채널을 운영하면서 느끼는 효능감은 신체적인 조건인 다른 활동에서는 쉽게 얻을 수 있는 게 아니기 때문에 저희는 얻는 것이 훨씬 많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도 크리에이터 활동뿐만 아니라 다양한 경험을 하면서 미래에 대해 천천히 생각할 수 있겠죠.

 

 

지금은 ‘꿈을 꾸는’ 나이지, 직업 관점에서 미래를 선택하는 나이가 아니잖아요. 때문에 크리에이터 활동도 그 자체가 목적이나 목표라기보다는 과정이라고 생각해요. 부모가 가진 경험과 배경 이상의 것들을 습득하고, 아이디어를 창출할 수 있는 과정인거죠. 그러면서 많은 것들을 느끼고 다방면에서 관심가질 수 있는 영역이 넓어지면, 그 이후는 아이의 선택인거죠. 이제는 특정 부분에 대한 재능을 업으로 삼는 시대는 지났다고 생각해요. 세상의 변화에 맞춰서 견디는 힘은 ‘인간관계’에서 나온다고 생각을 했죠. 린이가 누군가에게 영향을 주고, 무언가를 이끌어낼 수 있는 사람이 된다면 그것으로 만족합니다.

 


 

짧지 않았던 인터뷰 시간동안 만난 최린 군은 더없이 의젓하면서도 또래 아이들에게서 발견할 수 있는 장난기를 가지고 있는 밝은 모습이었다. 크리에이터 활동 중 “힘들어서 쉬고 싶을 때는 없냐”는 질문에 “내 영상을 기다리는 시청자들이 있다”는 애정 어린 답변으로 응수한 꼬마 크리에이터. 아이뿐 아니라 최린 군의 부모님 또한 긍정적 영향이 많다고 했다. 영상을 통해 다양한 경험을 배우고, 무엇보다 가족 간의 대화가 매우 많아졌다는 것.

 

세상의 변화에 대한 수용행위를 넘어 ‘창작행위’로 성장하는 가족의 열정에 응원의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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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글의 내용은 한국콘텐츠진흥원의 견해와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막장 코드 벗은 드라마, 세계는 지금 ‘한드’ 시대

상상발전소/방송 영화 2018.08.17 17:30 Posted by 한국콘텐츠진흥원 상상발전소 KOCCA

이미지 출처 : tvN <시그널>

 

 


미국 ABC 방송에서 새로운 기록을 쓰고 있는 드라마 (이미지 출처 : 더 굿닥터)

 

‘X파일’과 ‘프렌즈’. 1990년대 ‘미드(미국 드라마)’ 열풍을 일으킨 대표적인 작품들이다. 국내 대중들은 이 작품들을 보며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X파일에선 사회의 불가사의한 음모에 UFO, 외계인까지 박진감 넘치게 다뤄진 걸 보며 감탄했다. 프렌즈는 사랑과 우정 이야기를 굳이 울며불며 할 필요 없이 유쾌하면서도 재밌게 그려낸 것에 끌렸다. 사람들은 한국 드라마에서 채울 수 없던 갈증을 그렇게 해소하기 시작했다. 


미드로 시작된 외국 작품에 대한 관심은 점차 다른나라로 확대됐다. 2000년대 들어선 독특한 색채의 장르물이 발달한 ‘일드(일본 드라마)’ ‘영드(영국 드라마)’ 마니아들이 양산됐다. 이 같은 움직임에 방송사와 제작사들은 확산되는 외국 드라마들을 수입하기 바빴다. 수출은 어려웠다. ‘겨울연가’ 등 일부 한국 작품이 큰 인기를 얻기도 했지만 대부분은 실패하고 말았다. 외국사람들이 한국 드라마 고유의 정서를 쉽게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2018년, 분위기가 크게 달라졌다. 한국은 이제 드라마 주요 수출국으로 부상했다. 나아가 한국 드라마는 한류를 이끄는 대표 콘텐츠가 됐다. 한국 작품의 줄거리와 콘셉트 등 포맷을 그대로 판매해 현지제작하는 방식이 주를 이루고 있다. 2015년까지 한해 1~2건에 불과했던 드라마 포맷 수출은 지난해 이후 15건 정도로 늘었다. 또 완성작에 더빙이나 자막을 입혀 수출하기도 한다. 중국, 동남아에서만 일어나는 현상도 아니다. 국내 대중들을 흔들었던 미국, 일본, 유럽 등 드라마 본토에 본격 침투하고 있다. ‘미드’ ‘일드’처럼 국내에서 다른 나라의 드라마가 하나의 문화 트렌드가 됐듯 이제 해외에서도 ‘한드’ 열풍이 불기 시작한것이다. 


그렇다면 과연 무엇이 달라진 걸까. 과거와 달리 한 미국 ABC 방송에서 새로운 기록을 쓰고 있는 드라마 ‘더 굿닥터.’ 국 드라마가 외국 사람들을 사로잡게 된 비결은 뭘까.

 

 



tvN 드라마 ‘기억’의 일본판이 후지TV TWO에서 방영되고 있다.

(이미지 출처 : tvN 기억)

 

최근 한국 드라마는 포맷 수출뿐만 아니라 완성작도다양한 나라에 판매되고 있다.

 (이미지 출처 : OCN 터널)

 

이 변화의 중심에 선 작품들을 살펴보면 알 수 있다. 우선 미국 ABC 방송에서 새로운 기록을 쓰고 있는 ‘굿닥터’가 있다. 2013년 KBS에서 방영된 이 작품을 리메이크한 미국판 ‘굿닥터’는 시즌1의 큰 인기에 힘입어 원작에도 없던 시즌2를 만들기로 했다. 평균 시청률 1.8%로 최근 3년간 방송된 ABC방송 전체 드라마 시청률 가운데 2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갑동이’와 ‘미생’도 미국 시장에서 리메이크를 추진하고 있다. 


일본 시장에도 다양한 작품이 진출했다. 2016년 ‘미생’이 후지TV에 제작된 것을 시작으로 ‘시그널’이 KTV, ‘기억’이 후지TV TWO에서 잇따라 방영되고 있다. 이밖에 ‘캐리어를 끄는 여자’ ‘또 오해영’ 등도 선보일 예정이다. 


포맷 수출뿐만 아니라 완성작도 다양한 나라에 판매되고 있다. ‘터널’ ‘보이스’ ‘듀얼’ 등이 모두 글로벌 OTT(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 업체 넷플릭스를 통해 미국, 프랑스, 벨기에 등에 판매됐다.


이 작품들에서 한 가지 특징을 발견할 수 있다. 한국 드라마만의 성공 공식처럼 여겨졌던 출생의 비밀이나 불륜 같은 ‘막장’ 코드가 없다는 점이다. 가부장적가치관을 적용한 대가족 중심 작품도 없다. 대신 의학드라마부터 추리극 등 다양한 장르물 드라마가 대거포진해 있다. 


한드 열풍의 성공 비결이 여기에 있다. 출생의 비밀과 불륜, 대가족 드라마는 외국인들이 쉽게 이해할 수없었다. 누구나 웃을 수 있는 예능 중심의 포맷 수출이 이뤄져 왔던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반면 장르물은 국적을 불문하고 즐길 수 있다. 의학 드라마는 전 세계 단골 소재이며, 추리극은 미국과 일본에서 이미 오래전부터 특화돼 온 분야이기도 하다. 


나아가 한국 장르물만의 장점도 인정받고 있다. 드라마 본토 시장에서도 놀라워할 만큼 신선하면서도 촘촘하게 구성돼 있다. 서장호 CJ E&M 글로벌콘텐츠사업국장은 “한국만의 참신한 소재를 바탕으로 속도감있는 전개, 흡입력 있는 스토리까지 갖췄다는 평가가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동안 한국 드라마의 주요 코드였던 출생의 비밀과 불륜, 대가족 드라마는

외국인들이 쉽게 이해할 수 없었다. 반면 의학이나 추리극 등 장르물은 국적을

불문하고 즐길 수 있다. 특히 한국만의 참신한 소재를 바탕으로 한 속도감

있는 전개, 흡입력 있는 스토리가 세계인의 관심을 끌고 있다.


이처럼 장르물이 진화하게 된 이유는 뭘까. 사회적으로는 국내에서 거세게 불고 있는 콘텐츠의 개인화, 파편화 현상과 맞물려 있다. 기존 시청자들의 작품 선택권은 리모콘을 쥔 부모에게 있었다. 가족 드라마 중심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젠 다 같이 모여앉아 가족 드라마를 보는 경우가 흔치 않다. 오히려 어둡고 무겁다는 이유로 안방극장에서 외면당했던 추리물 등 실험적인 작품을 혼자 몰입해 즐기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또 신인 작가들의 등장으로 장르물은 더 많이 나오고 있다. 기성 작가들은 자신들의 경륜을 담아 가족 드라마에 치중하거나 그들이 만들어놓은 출생의 비밀과 같은 코드를 자주 사용했다. 하지만 미드, 일드 등을 꾸준히 접하며 자라온 신인 작가들은 장르물에 보다 몰두하고 있다. 방송사나 제작사도 콘텐츠의 개인화, 파편화 경향을 감안해 과거와 달리 신인 작가들을 적극발굴하고 있다. ‘비밀의 숲’ ‘터널’ 등 지난해 큰 인기를얻었던 장르물 대부분이 신인 작가들의 작품이었다.

 

 



내용뿐만 아니다. 그동안 제작사들이 차곡차곡 쌓아온 성과와 신뢰도도 큰 영향을 미쳤다. 과거 미드, 일드를 수입했던 시절은 결코 헛되지 않았다. 드라마 포맷을 수출한 현지 제작사들은 한국에서 과연 작품을 다시 어떻게 제작하는지 눈여겨봤다. 많은 나라의 제작사들이 좋은 작품을 수입하고도 현지화에 실패하는 것과 달랐다. 국내 방송계 관계자는 “자신들의 포맷을 구입한 한국 제작사들이 더 좋은 드라마를 만들어내는 것을 보고 높은 제작 수준을 확인했고 신뢰하기 시작했다”고 분석했다. 


한국 드라마를 가져다 리메이크할 때 쉽게 현지화할 수 있도록 돕는 시스템까지 마련했다. 드라마를 만들기 위한 기획부터 제작, 편성, 마케팅, 홍보 전략까지 전 과정이 고스란히 녹아 있는 ‘포맷 바이블’을 제작것이다. 작품 당 무려 200~500쪽에 달한다. 


그동안 드라마는 예능에 비해 현지화 하는데 너무 많은 시간이 걸려 수출이 어려웠다. 특히 우리와 정서가 많이 다른 미국, 유럽은 대사의 사소한 부분까지 고쳐야 해 더 오래 걸렸다. 이를 그들보다 먼저 경험해 봤던 한국 제작사들은 현지화 때문에 속도가 늦어질까봐 포맷 수입을 꺼리던 문제를 적극 해소하고 나섰다. 배우 오디션 진행 과정, 사전 인터뷰 질문지, 카메라 위치, 조명 등 매우 디테일한 요소까지 바이블에 넣어 준다. 원작자로서 해외 제작사에 직접 가 기본 틀을 잡아주는 ‘플라잉 PD(flying PD)’도 있다. 플라잉 PD는 직접 국내 제작진을 인터뷰해 해외 제작사 측에 도움이될 만한 정보들을 담아 전달하기도 한다.

 

 



tvN의 인기 드라마 ‘시그널’은 일본으로 판권이 수출됐다. (이미지 출처 : tvN 시그널)

 

한드의 높아진 위상은 캐스팅만 봐도 알 수 있다. 일본에서 방영되는 ‘시그널’과 ‘기억’엔 유명 스타들이 출연한다. 과거 한국 드라마를 리메이크한 작품엔 잘 알려지지 않은 배우들이 캐스팅됐던 것과 상반된다. 일본판 ‘시그널’에서는 영화 ‘너와 100번째 사랑’ 등으로 큰 인기를 얻은 사카구치 겐타로가 배우 이제훈이 맡았던 프로파일러 형사를 연기한다. 김혜수가 연기했던 차수현 형사 역할은 드라마 ‘노다메 칸타빌레’ ‘라이어 게임’에 출연한 기치세 미치코, 조진웅의 이재한 형사 캐릭터는 드라마 ‘갈릴레오’에서 열연한 기타무라 가즈키가 맡는다. 일본판 ‘기억’에선 배우 이성민이 맡았던 주인공 변호사 역할로 일본 대표 중견배우이자 드라마 ‘47인의 사무라이’ 등에 나왔던 나카이 기이치가 나온다. 


이 파급력은 앞으로 더 막강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먼저 넷플릭스 효과를 기대해 볼 수 있다. ‘터널’ ‘보이스’처럼 완성작을 넷플릭스에 판매하게 되면 한 번에 많은 국가에 소개될 수 있다. 넷플릭스가 진출한 190개국 전부에 작품을 판매할 수도 있고, 장르물 수요가 큰 지역만 골라 집중적으로 선보일 수도 있다. 국가별로 하나씩 계약을 맺고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한 번에 여러 국가를 설정할 수 있어 최근 국내 드라마 관계자들이 많이 선호하고 있다. 


드라마 본토 효과도 누릴 수 있다. 중국과 동남아 지역에만 수출이 한정돼 있을 때는 다른 나라에 재판매될 확률이 낮았다. 이들 지역의 콘텐츠에 관심을 두는 글로벌 제작사들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미국, 일본, 유럽 등은 드라마 본토에 해당하는 만큼 많은 제작사들이 눈여겨본다. 심지어 남미, 중동과 같은 지역에서도 콘텐츠를 살핀다. 예를 들어 미국판 ‘굿닥터’를 본 중동의 한 드라마 제작사에서 또 판권을 사갈 수있는 것이다. 세계적인 포맷 컨설팅그룹 더포맷피플의 미셸 로드리그 대표는 “재확산이 가능한 시장으로 가는 게 드라마 등 콘텐츠 수출의 핵심”이라며 “이 시장을 적극 공략해 나간다면 보다 많은 국가에 한국 작품이 퍼져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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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글의 내용은 한국콘텐츠진흥원의 견해와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2018년 한국시트콤 시장은?

상상발전소/방송 영화 2018.08.13 18:00 Posted by 한국콘텐츠진흥원 상상발전소 KOCCA

이미지 출처 : MBC 거침없이 하이킥

2018년 한국 방송 드라마시장은 유례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많은 작품을

쏟아낼 태세다. 그만큼 드라마 방영 시간이 많아졌고, TV 외에도 드라마를

방영하겠다고 나선 플랫폼이 많아졌다. 이런 흐름 속에 시트콤도 다시 탄력을 받을

것인지 궁금해진다. 한때는 매일 저녁 시간 온가족의 웃음을 책임져주거나 심야에

‘성인 코드’를 강화해 찾아오던 그 시트콤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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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윤고은(연합뉴스 문화부 기자)



 이미지 출처 : TV조선 너의 등짝에 스매싱


시트콤(Sitcom)은 시추에이션 코믹 드라마(Situation Comedy)의 약자다. 이름에 콘텐츠의 성격이 집약된다. 에피소드 위주의 시추에이션(상황)이 강조되고, 코미디가 두드러진 드라마인 것이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시트콤이라는 단어가 방송가에서 사라졌다. tvN <감자별2013QR3>(2013~2014) 이후로 추정된다. 그러다 지난해 12월 TV조선 <너의 등짝에 스매싱>을 통해 오랜만에 시트콤이라는 단어가 부활했다.

 


<너의 등짝에 스매싱>은 전통적인 시트콤의 공식을 따랐다. 우선 제작진부터 ‘시트콤’이라 규정했고, 일주일에 나흘, 월~목 오후 8시 전후 저녁 시간에 30분 분량으로 방송됐다. 스튜디오 세트 녹화를 중심으로 촬영이 진행됐으며 웃음을 강조한 뚜렷한 개성의 캐릭터들과 회별 완결되는 코믹한 에피소드가 이어졌다.

 

 

그간 방송사들은 시트콤과 유사한 양식의 코믹 드라마를 선보이면서도 시트콤이라는 말 대신 ‘예능 드라마’, ‘초미니 드라마’라는 용어를 내세웠다. SBS <초인가족>, KBS2 <프로듀사>, <최고의 한방>, <마음의 소리>, MBC <보그맘> 등이 그러한 예이다. 모두 시트콤이라 불리길 거부했지만, 시트콤과 상당 부분 교집합을 이룬 작품들이었다.

   

이미지 출처 : SBS <초인가족> KBS2 <프로듀사>

   

이미지 출처 : MBC <보그맘> <마음의 소리> <최고의 한방>

 

방송가에서는 시트콤이라고 규정하면 일반 드라마보다 광고 단가가 낮다는 점, 제작진이 코미디보다는 드라마에 방점을 찍기를 원한다는 점 등으로 시트콤이라는 말이 사라졌다고 분석한다. 또 과거 시트콤은 예능국에서 예능 PD들이 만들었던 터라, 드라마국에서 비슷한 형식의 드라마를 만들어도 드라마 PD들이 시트콤이라 불리길 원치 않는 경우도 있다. 그러다보니 시청자는 시트콤으로 받아들이는데 제작진은 시트콤이 아니라고 하는 촌극이 발생한다.

  


올해도 4월 현재, 시트콤이 <너의 등짝에 스매싱>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4월 17일 막을 내린 JTBC <으라차차 와이키키>나, 3월 28일 끝난 MBN <연남동 539>도 방송가에서 시트콤으로 분류됐다. 웃음으로 무장한 시추에이션 드라마였기 때문이다.

   

이미지 출처 : Jtbc <으라차차 와이키키>

   

<으라차차 와이키키> 제작진은 “시트콤이냐 아니냐가 중요한 문제인가”라고 반문하면서 “모든 작품은 시청자가 어떻게 받아들이느냐가 관건인 것 같다. 시청자가 시트콤으로 받아들였으면 시트콤이 맞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짚었다.


 

다만, <으라차차 와이키키> 스스로 시트콤이라 말하지 않은 데는 스튜디오 녹화 위주로 제작하지 않았고, 웃음 효과음이 없었기 때문이다. 야외에서 ENG 카메라로 촬영했고, JTBC의 미니시리즈 편성 시간에 방송을 했다는 점 등이 기존 시트콤과 다르다는 설명이다.

 

이미지 출처 : Jtbc <으라차차 와이키키>

 

하지만 <으라차차 와이키키>가 코믹한 캐릭터가 강조된 에피소드 형 드라마이기 때문에 시트콤으로 보는 시선이 지배적이다. 이에 대해 제작진은 “시트콤도 드라마 아니냐. 우리가 시트콤이라 불리길 거부하는 것은 아니다”라면서 <으라차차 와이키키>는 형식적인 면에서 시트콤과 일반 드라마의 중간지점에 놓인 시트콤형 드라마 정도 지점에 있는 듯하다”고 해석했다.



이런 흐름에서 볼 때 ‘시트콤인 듯 시트콤 아닌, 시트콤 같은’ 작품은 계속해서 나올 전망이다. 제작진의 작품 분류에 대한 고민에 상관없이 시추에이션 코믹 드라마와 같거나 유사한 형태의 드라마는 중단 없이 만들어져 온 셈이기 때문이다. 시대의 변화에 따라 전통적인 시트콤 제작방식과 형식에 조금씩 변형과 실험을 가한 작품들이 나왔을 뿐이다.

 

 

변화는 필요하다. 그 이유는 <너의 등짝에 스매싱>에서 찾을 수 있다. TV조선이 지난해 12월부터 4개월간 방송한 <너의 등짝에 스매싱>은 0.4~0.5%의 시청률에 머물다 3월 1일 막을 내렸다.

  

이미지 출처 : SBS <순풍 산부인과> <웬만해선 그들을 막을 수 없다>

    

SBS의 <순풍 산부인과>, <웬만해선 그들을 막을 수 없다>, MBC <거침없이 하이킥>, <지붕 뚫고 하이킥>, <하이킥! 짧은 다리의 역습> 등을 통해 국내 시트콤 전성기를 이끌었던 ‘시트콤의 대가’ 김병욱 PD의 신작이라는 이름표에 비하면 초라한 성적표다.

 

 

김 PD와 함께 시트콤의 전성기를 구가했던 박영규와 박해미를 중심으로 권오중, 황우슬혜, 이현진, 엄현경 등 유명 배우들이 대거 출연했지만, 1.333%(닐슨)에서 출발한 시청률은 50부가 방송되는 동안 0.2%대까지 추락하는 등 힘겨운 상황을 이어갔다. 대다수 케이블 프로그램이 시청률 1%를 넘기기 힘들지만, 대대적인 관심 속에 출발한 작품으로서는 굴욕이다.


 

물론, TV조선이라는 채널의 한계도 컸다. 젊은층이 TV를 이탈한 시간대인 평일 오후 8시 편성도 불리했다. 하지만 부진의 가장 큰 이유는 답습과 반복이라는 지적도 많았다. 김병욱 PD가 예전에 했던 작품의 캐릭터와 구조, 스타일에서 달라진 점이 없었다는 것이다. 여전히 각 캐릭터 플레이에서 오는 재미가 쏠쏠하긴 했지만, 전반적으로 ‘올드’하게 느껴지는 것을 지울 수 없었다는 평가다. 주요 출연진과 캐릭터가 과거 작품과 겹치는데 새로운 한방이 없었다.

 

이미지 출처 : Jtbc <으라차차 와이키키>


반면, JTBC <으라차차 와이키키>의 화제성은 높았다. 4월 17일 마지막 회 시청률이 2.081%(닐슨)였으니, 케이블채널이라고 해도 좋은 성적은 아니다. 그러나 이 작품은 젊은층의 구미를 당겼다. 주연을 맡은 김정현, 정인선, 이이경, 고원희, 손승원, 이주우의 인지도는 그리 높지 않았지만 이들 청춘 6인방이 펼친 유쾌한 이야기와 코믹 연기는 입소문을 낳았다. 

 

 

후속작 스케줄 문제 탓이기도 했지만 그런 입소문 덕에 <으라차차 와이키키>는 인기작이나 할 수 있는 4회 연장을 했고, 20회로 종영하면서는 시즌 2를 기대하게 만들었다. 지금 시대에 맞는 청춘 시트콤의 탄생이라는 평가다.

 


‘사기를 당해 전재산을 날린 후 돈 많은 안사돈 집에 얹혀사는 처량한 가장의 이야기’(<너의 등짝에 스매싱>)는 온가족을 겨냥한 코미디라고 해도 개연성이 떨어지는 반면, 좌충우돌 청춘 남녀(<으라차차 와이키키>)의 코미디는 밤 11시 시청자의 선택을 받은 것이다.


 

자연스럽게 시트콤이 세대교체 중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국민적 인기를 끌었던 <순풍 산부인과>(1998~2000)까지 가지 않더라도, <거침없이 하이킥>(2006~2007)과 <지붕뚫고 하이킥>(2009~2010)으로 각각 24.2%와 27.6%(닐슨)의 최고 시청률을 기록했던 김병욱 PD식 작법은 이제 한발 뒤로 물러나게 됐다. 반면 <으라차차 와이키키>는 신예들이 만들었다. ‘겨우’ 1~2%의 시청률이지만 케이블채널임을 고려할 때 가능성의 씨앗은 뿌려졌다.



전통적인 의미의 시트콤은 제작진의 노동 강도가 엄청나지만 방송사 입장에서는 가성비가 좋은 콘텐츠로 각광받았다. 매회 웃음으로 완결을 지어야하는 대본을 일일극처럼 뽑아내는 일은 가히 살인적인 작업이다. 그러나 일단 코믹한 캐릭터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자리 잡으면 일반 드라마보다 적은 제작비로 인기를 끌 수 있다는 장점에 방송사들이 한때 시트콤을 앞 다퉈 편성했었다.


 

하지만 시대의 변화에 따라 더는 예전과 같은 방식으로 제작진을 혹사해서 일일 시트콤을 만들 수는 없다. 그런 대본을 써낼 작가 풀(Pool)이 적고, 향후 촬영현장에 주 52시간 근로기준법이 적용되면 일일 시트콤은 더 이상 가성비 좋은 콘텐츠가 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미지 출처 : MBN <연남동 539>


<연남동 539>를 만든 MBN 김재훈 드라마부 팀장은 “과거와 같은 형태의 시트콤은 '하이킥' 시리즈가 사실상 마지막이 아니었나 싶다”며 “온 가족이 저녁 시간에 둘러앉아 시트콤을 보던 시대도 지나갔고, 웹콘텐츠 등 시트콤을 대체할 다른 콘텐츠들이 많이 나왔다”고 지적했다. 김 팀장은 “시트콤이 계속되기 위해서는 새로운 기획과 포맷을 통해 돌파구를 찾아야한다”며 “어떤 지점에서든 과거의 시트콤과는 다른 새로운 뭔가를 보여줘야할 때”라고 말했다.

 


<초인가족>을 내놓은 SBS 김영섭 드라마본부장도 “‘시트콤은 이래야 한다’는 게 아니라 ‘이런 게 시트콤’이라고 새로운 것을 보여줘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김 본부장은 “내용과 형식에서 다양하고 새로운 시도가 있지 않으면 시트콤은 살아남을 수가 없다”며 “과거 ‘야동 순재’처럼 발칙하고 독특한 캐릭터, 재미있는 캐릭터로 무장하는 것은 필수이고 거기에 젊은 층을 사로잡을 새로운 포인트를 넣어야 한다”고 밝혔다.


이미지 출처 : SBS <초인가족>


시트콤의 묘미는 치고 빠지는 재미, 현실의 실시간 풍자 등에 있다. 개연성 높은 에피소드를 통해 현실감을 높이면서 웃음을 줘야 하는 동시에 과장과 왜곡, 생략 등 다양한 방식을 통해 창조한 코믹한 캐릭터가 살아 있어야 한다. 그러면서도 큰 줄기의 드라마도 놓치지 않아야 한다는 점에서 만만치 않은 공정을 거쳐야 한다. 국내 시트콤의 쇠퇴에는 이러한 시트콤을 요리할 인력이 부족한 점도 컸다.

 


<으라차차 와이키키>를 방송한 JTBC 관계자는 “코미디는 작가나 연출자 입장에서 어려운 장르”라면서 “시트콤이 계속 만들어지던 과거에도 성공한 작품은 사실 그리 많지 않았다. 성공한 시트콤 연출자로 김병욱, 김석윤, 송창의 PD 정도를 꼽을 수 있을 뿐”이라고 지적했다.


 

그만큼 시트콤은 잘 만들기가 어려운 장르라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하지만 <으라차차 와이키키>처럼 코미디를 잘 쓰는 작가와 연출자가 결합할 경우 새로운 시트콤은 언제든 탄생할 수 있다”면서 “그러한 재능은 항상 어디엔가는 있기에 어떻게 찾아내 결합시키느냐가 관건인 것 같다”고 말했다.

 


2018년은 그 어느 때보다 신진 작가와 연출진에게 기회가 열린 해다. 여기저기서 새롭고 차별화된 콘텐츠를 찾기 위해 혈안이 돼 있다. 새로운 형태의 시트콤이 탄생할 여건은 마련됐다. 누가 다음 타자가 될 것인가.

 

※ 본 글의 내용은 한국콘텐츠진흥원의 견해와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방송영상산업, AI와 손을 잡다

상상발전소/방송 영화 2018.07.30 15:30 Posted by 한국콘텐츠진흥원 상상발전소 KOCCA

 

 

“인류를 지배하기 위한 시작이라고 말했던 것은 농담이었어요.

다음에는 상황을 보며 농담을 하겠습니다.”

지난 1월 한국을 찾아온 인공지능(AI) 로봇 ‘소피아’

자신의 발언에 해명하며 AI 로봇들의 역할은 인간을 돕는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일반적으로 기계는 오류가 발생하면 그 상태를 유지하거나 동작을 멈추기 마련이다.

소피아처럼 해명하지 않는다. 이용자가 고쳐주기를 기다릴 뿐.

이렇듯 인간의 행동과 유사한 패턴을 가지고 있는 AI가

사람의 감각이 십분 발휘되는 방송 산업에 접목된다면 어떤 모습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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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송자은(편집부)

 

 

 


 

이미지 출처: 뉴스의 요미코(ニュースのヨミ子)

 

 

 

일본 NHK 방송에서는 AI 아나운서가 방송에 투입됐다. <뉴스체크 11> 속 코너인 <뉴스의 요미코(ニュースのヨミ子)>를 진행하는 캐릭터 '요미코'는 마네킹이나 로봇의 형태가 아닌 가상의 3D 아나운서 캐릭터로 ‘로봇 실황 중계’ 기술을 바탕으로 제작됐다. 요미코는 뉴스를 보도하는 것은 물론 실제 앵커들과 대화를 나누기도 한다.

 

화면 속에 투입되는 캐릭터 하나로 <뉴스체크 11>은 그들만의 차별화된 정체성을 갖게 되었다. AI 아나운서는 별도의 출연료가 들지 않고 방송 사고의 위험이 줄어 방송 제작에 있어서도 새로운 전환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요미코 아나운서는 TV 방송 뿐만 아니라 스마트스피커를 통해 뉴스를 읽어주기도 하는 등 NHK의 상징이 되는 캐릭터로 부상중이다. NHK는 이러한 서비스를 통해 인공지능 딥러닝 기술을 축적, 남성 캐릭터를 사용한 AI 아나운서 또한 개발할 계획이다.

 

또한 라디오 방송국에서 일을 시작한 인공지능 DJ도 있다. TBS 라디오에서는 지난해 10월부터 AI가 사람과 함께 라디오 프로그램을 진행하기도 했다. 단 시간에 대량의 데이터를 분석할 수 있는 만큼 경마를 예상하고 선곡을 하는 등의 역할을 해내고 있다.

 

 

 

 

 

이미지 출처: 왕짜이(汪仔)

 


 

보도 분야에 있어 AI의 활약이 두드러지는 이유는 ‘정보 분석’ 능력이 인간에 비해 훨씬 뛰어나기 때문일 터다. 중국에서는 AI 인터뷰 전문 로봇의 활약이 두드러지고 있다. 지난 3월 열린 중국 최대의 정치행사인 양회(兩會)에서는 인민망 로봇기자 ‘왕짜이(汪仔)’가 등장했다. 왕짜이는 일반 사람처럼 언어구사, 동작, 생각, 음성인식, 자연언어처리, 데이터 발굴 등의 분야에서 뛰어난 능력을 보이며 인민망 ‘강국포럼’, ‘정부업무보고’ 해석 프로그램의 양회 보도 코너에 최초로 등장해 인터뷰 프로그램의 ‘신병’으로 떠올랐다.

 

또 산둥(山東, 산동) 방송국은 빅데이터 분석이 가능한 귀여운 AI 로봇 캐릭터 기자 ‘샤오치메이(小齊妹)’가 뉴스에 등장해 보도를 도맡아 하기도 했다.

 

 

 

 

 

이미지 출처 : theneweconomy

 

 

 

이세돌과 알파고의 바둑시합은 그야말로 세기의 대결이었다. 모든 수를 예측해 바둑을 두는 알파고는 엄청난 연산능력으로 결국 바둑천재 이세돌에게 승리를 거두었지만, 그의 오랜 연륜을 완전히 간파하지는 못했다. 인간과 AI간의 대결은 이미 승패가 결정된 무의미한 행위라 볼 수도 있겠지만 한편으로는 인간의 한계를 시험하는 중요한 전환점이기도 하다.

 

아프리카TV에서는 지난해 AI와 인간의 스타크래프트 대결을 실황 중계하기도 했다. 인간 대표로 나선 게이머 송병구는 총사령관이라는 별명답게 4전 4승이라는 압도적인 승부를 펼쳐 인공지능을 이긴 또 한명의 인간으로 기록됐다.

 

인간과 AI를 대결 구도로 해석해온 그동안의 콘텐츠와 달리 보다 인간의 삶에 가까워진 AI를 소재로 하는 드라마도 늘어나고 있다. KBS2 <너도 인간이니>, MBC <로봇이 아니야> 에서는 AI를 인간과 교감하는 존재로 그려내 그들이 서로에게 느끼는 감정을 재해석 하기도 했다.

 

이제 우리는 일상의 다양한 상황에서 여러 장르에 녹아든 AI를 만날 수 있다. 특히 AI와 방송산업과의 접목은 방송 제작 환경과 방식에 있어서도 새로운 변화가 나타날 것을 시사한다. AI의 활약이 방송 산업의 긍정적 전환점으로 나타나기를 기대해본다.

 

 

 

※ 본 글의 내용은 한국콘텐츠진흥원의 견해와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스튜디오 드래곤>, 한국 영상 제작의 새로운 신호탄을 쏘다.

상상발전소/방송 영화 2018.07.23 17:00 Posted by 한국콘텐츠진흥원 상상발전소 KOCCA

 

 

 

 

 

 

‘용’ 비어천가다. 

 

 

존재하지 않았던 사업자가 등장했다. 그것도 방송제작사도 협상의 주도권을 쥘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사업자다. 2018년 6월 18일 현재 시가총액이 2조 9천억 원에 이른다. 창립시점으로 따지면 2년 남짓, 기업공개 시점으로 보면 대략 1년 남짓 만에 300% 넘게 시가총액이 올랐다. 동종업계 대표 사업자인 삼화네트웍스의 시가총액이 700억 원 내외인 것과 비교하면 그 규모를 알 수 있다. 더구나 SBS가 4천4백억 원, SBS미디어홀딩스 4천억 원, SBS콘텐츠허브 등 상장된 SBS 방송그룹의 시가총액이 대략 1조 원 내외라는 것을 감안하면, 이 기업의 위상이 어느 정도인지를 짐작할 수 있다.

 

 

이미지 출처 : NAVER 금융

 

 

일부에서는 의심의 눈초리로 쳐다보기도 한다. 전체 주식 중 시중에 유통되는 양이 25% 내외에 불과해, 일부 세력이 손쉽게 유통되지 않은 주식의 총량이 75%에 가까워 일부 세력이 손쉽게 주가를 부양 할 수 있는게 아닌가라고 의심을 한다. 134.61배에 이른다는 이야기는 의심에 확신을 더하는 재료가 되기도 한다. 2017년 300억 원 내외의 영업이익을 내는 기업의 시가총액으로는 너무 과하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관련 업계에서도 이런 저런 이야기가 흘러 나온다. 독립제작사들은 애써 키워놓은 인력을 뺏어간다고 뒷담화고, 규모에 걸맞는 사회적 책임을 다하라는 주장도 나온다. 제작인력에 대한 처우개선이 척박한 동네에서 ‘기업’이라 불릴만한 제작사가 나오다 보니 이래저래 요구사항도 많아지고 있다.

 

 

 

그러나 ‘산업’과 ‘사업’이란 전제 조건이 붙는다면, 그 어떤 의심의 눈초리에도 불구하고, 방송시장에 미래의 성장가치로 평가받는 사업자가 등장했다는 사실만으도로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다소 성급할 순 있지만, 한국 방송 역사상 의미있는 한 획을 긋는 기업의 등장은 제대로 평가받고 인정받을 필요가 있다. 다른 사업자들도 ‘스튜디오 드래곤’이 그린 그림을 발판삼아 도약할 수 있다면 한국 방송시장에 더욱 큰 의미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10여 년 만에 의미있는 채널 사업자로 성장한 tvN이 방송시장의 기존 문법을 그대로 준수하면서 성장했다면, ‘스튜디오 드래곤’은 국내 시장에 없는 모델을 만들었다는 점에서도 평가받을 가치가 있다. 역설적으로 ‘스튜디오 드래곤’에 대한 이런 저런 요구 역시 없던 모델에 대한 부러움과 희망이 담겨져 있다고 볼 수도 있다. 그 모델은 한국 제작시장의 척박함을 해결할 수 있는 대안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시장에선 다양한 이해들이 서로 상충한다. 그 이해가 부딪치고 상쇄되는 과정이 반복적으로 일어나면서 자연스럽게 시장 균형에 도달한다. 다만 이 때의 시장 균형은 도덕적 가치를 담고 있지는 않다. 선악이 아니라 작동 방식일 뿐이다. 바름과 그름의 가치를 따지지 않는다. 그래서 시장이 균형 상태라 하더라도 시장을 흔들어서 옳지 않은 것들을 걸러내는 작업은 필요하다.

 

 

 

이미지 출처 : 방송 트렌트 & 인사이트 2018년 1호 Vol. 14

 

 

 

방송 제작 시장은 나름 시장의 균형에는 도달했으나, 아쉬움이 많았다. 이 시장은 정책 개입을 통해 균형이 맞추어졌다. 대표적인 것이 외주제작 정책이다. 정책 당국자들은 지상파 방송사업자들의 시장 권력이 너무 강하다고 판단했다. 시장이 다양하고 역동적인 움직임을 보이기 위해서는 지상파 방송사업자의 손과 발을 묶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스스로 제작할 수 있는 권한을 제한했다.

 

 


외주정책의 등장이다. 제한의 크기만큼 새로운 사업자가 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시장의 반응을 기대하면서 정책 당국자는 수 십 차례에 걸쳐 재개정을 반복해 외주제작 편성비율을 조정했다. 지상파의 제작 능력은 감소했고, 시간이 흘러 기획 능력도 줄어들었다. 그 사이에 경쟁채널들이 등장하면서 외주정책을 도입 할 당시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지상파의 영향력은 줄어들었다. 그러나 의도했던 것만큼 지상파에 방송제작업자가 등장하지는 않았다고, 기존 제작업자의 경쟁력도 강화되지도 못했다. 여러 제작사업자가 등장하고 사라지기를 반복했다. 30여년 동안 방송제작시장의 풍파를 겪으면서 아직도 살아남아있는 삼화네트웍스의 규모도 크게 변하지 않았다. 지상파의 힘은 빠졌으나, 제작사의 힘을 키우지는 못한 것이다.

 

 

 

 

겉으로만 보면 글로벌 마켓에서 소위 한류 콘텐츠의 인기가 올라가면서 영상산업이 활력을 띄고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해외 수출 편수는 늘어났고, 전체 수익 규모도 늘었다. 일본 총무성의 자료이긴 하지만, 2015년 기준 한국 방송 콘텐츠 수출 규모는 미국과 영국에 이어 세계 3위 규모다. 그러나 시장의 변화를 주도하는 제작사업자는 등장하지 않았다. 발을 동동 구르면서 아쉬워했지만, 대응을 하기에는 가진 것이 너무 없었다. 방송사의 선택에 의존해야 하는 구조는 변함이 없다. 선택을 받기 위해서는 유명 연예인을 불러와야 했고, 그만큼 높은 개런티를 지불하고 남은 제작비용은 부족했고, 스태프들의 처우는 악화되었다. 선택받지 못한 중 소규모의 영상 제작사들은 수익성이 낮은 모바일 시장 진출을 탐색할 정도다. 국내 자본시장도 국내 제작사를 외면했다. 그 와중에 자국 콘텐츠 제작 품질을 높이기 위해서 중국 자본이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초록뱀과 같은 대형 제작자들이 하나둘씩 중국 자본에 인수되었다.

 

 

M&A의 대표적인 예로 스튜디오 드래곤이 문화창고, 화앤담픽쳐스, KPJ를 인수 하였다.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시장은 나름의 해법을 내 놓는다. 대표적인 것이 합종연횡이다. 글로벌 시장이 그랬다. 북미시장만을 놓고 보면 1980년대 중반부터 시작된 1차 M&A 열풍 이후, 2010년대에는 2차 M&A 열풍이 진행 중이다. 그러나 국내 시장은 그렇지 못했다. 감독 혹은 작가 중심의 제작시장은 이 흐름을 외면했다. 합종연횡은 감독과 작가의 색깔을 잃어버릴 수도 있는 위험한 카드다. 설사 부도가 나더라도 자존심, 이른바 ‘가오’는 지켜야 했다.

 

 

 

사실 합종연횡을 논하기에는 너무 규모가 작았다는 현실적인 문제도 있었다. 합쳐서 얻을 것이 그다지 많지 않았던 탓이다. 정책 당국은 방송이 문화산업이란 이유로 다양한 지원 정책을 추진했고, 허울뿐인 영광일망정 사업자는 그렇게 연명해 갔다. 그래서 지상파의 힘이 약화된 상황에서도 제작사는 협상을 주도할 수 없었다. 협상력이 없는데, 저작권(IP: Intellectual Property)을 가져온다는 건 불가능하다. 저작권을 가질 수 없는 상황에 대한 불만은 컸으나 스스로 저작권을 가져올 힘을 키우지는 못한 것으로 보인다.

 

 

 

 

 

 

 

시장은 거슬러서도 안 되고, 소비자를 가르치려 해서도 안 된다. 시장의 도도한 흐름을 역행해서 사업을 발전시킬 수도 없고, 소비자의 오랜 관행과 습관이 자연스럽게 변화하도록 흐름을 만드는 것은 가능해도, 소비자를 가르치고 설득해서 습관을 바꾸려는 행위는 언제나 실패를 가져왔다.

 

 

 

제작시장은 이른바 ‘작품성’과 ‘제작자의 자율성’이 무엇보다 중요한 시장이다. 이들과 연대하고 합종해서 새로운 그림을 그리려고 한다면 작가주의와 감독주의란 한국 영상 제작시장의 특성을 유지하고 포용하되, 규모의 경제를 만들고 해외 진출 등 시장의 성장성을 담보할 수 있는 구조를 가져야 한다. ‘스튜디오 드래곤’ 사업모델이 의미가 있는 건 이 어려운 문제를 지주회사와 자회사의 관점에서 재해석했다는 점이다.

 

 

이미지 출처 : 방송 트렌트 & 인사이트 2018년 1호 Vol. 14

 

 

 

무리하지 않았다. 일단 박지윤 작가의 <문화창고>와 김은숙 작가의 <화앤담픽쳐스> 지분을 각 30% 정도 취득하면서 그 가능성을 테스트했다. 그것이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의미 있는 시도라는 판단이 들고서야 자회사를 포용할 수 있는 중간지주회사의 성격을 띤 ‘스튜디오 드래곤’을 설립했고, 남은 지분도 인수했다. 대표적인 사업자가 동참 한 상황에서 추가적으로 KPJ를 인수하는 건 상대적으로 쉬웠다.

 

 

 

합병은 구매자와 판매자의 이해가 일치해야 가능하다. 인수를 단행한 舊 CJ E&M (現 CJ ENM)은 그림을 그릴 이유가 분명하다. CJ헬로비전(現 CJ헬로)를 매각하려고 했던 것에서 알 수 있듯이, 향후 미디어 시장의 성패를 플랫폼이 아니라 콘텐츠에서 찾고자 했다. 이 좁은 시장이 아니라 글로벌 시장을 탐하는 사업자라면 당연히 선택해야 할 지점이다. HOW에 대한 고민은 있을망정 방향성은 명확하다. 구매자의 입장은 분명하다. 그러나 판매자가 구매자와 같은 의도일 수는 없다. 김은숙 작가나 박지은 작가는 그 자체로 브랜드다. ‘김은숙’과 ‘박지은’은 해외시장에서도 통한다. 그들 앞에는 돈뭉치를 들고 선택을 갈망하는 사업자들이 줄을 서 있다. 적어도 당장의 위기감은 없다. 이들의 마음을 사려면 미래의 두려움을 나누되, 성장의 방향성은 같아야 한다.

 

 

이미지 출처 : 이미지 : 김은숙 작가의 작품 KBS <태양의 후예>, tvN <도깨비>, <미스터 션샤인>

이미지 출처 : 박지은 작가의 작품 SBS <별에서 온 그대>, <푸른바다의 전설>, KBS2 <프로듀사>

 

 

 

 

어쩌면 한계를 느꼈을지도 모른다. 규모의 경제가 달성되지 못한 생존 기반 탓에 한국의 제작사들은 악마의 유혹을 거부할 수가 없다. 먹고 살기 위해서는 제작단가가 낮은 영상물도 제작해야 한다. 인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생존을 담보로 작업을 하다 보면 수준 높은 작품을 제대로 제작할 수 없는 구조가 되기 십상이다. 자신의 자율성을 침해당하지 않으면서도 생존을 위한 최소 규모를 담보할 수 있다면 최선일 수 있다. 일정 정도 구조적인 안전망이 있다면, 기꺼이 손을 잡고 같이 갈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러기에 자본의 규모 자체는 크게 중요하지 않았던 것 같다. 총 자본금이 140억 원에 불과했던 ‘스튜디오 드래곤’이었으니, 초기에 엄청난 금액을 지불하고 자회사의 틀을 만들었을 개연성은 떨어진다. 실제로 어느 정도의 자금이 오고 갔는지는 확인할 순 없었으나, 충분히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개별 스튜디오 입장에서는 거인의 품속으로 들어가 제작상의 안전을 보장받고, 덧붙여서 상호 시너지와 자율성을 확보할 수 있다면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 대목이다.

 

 

 

스튜디오드래곤은 이를 해당 사업자들의 꿈이라고 설명했다.

 

 

 

 

 

 

 

 

<미스터 선샤인>(tvN)은 400억 원짜리 프로젝트다. 개별 제작사가 저작권을 방송사에 넘기지 않으면서 얻을 수 있는 수익은 방영권 판매 수익 정도다. 대부분의 제작사들이 저작권을 넘기면서까지 제작비용을 보전받고 싶어하는 것에 비하면, 그나마 방영권만을 판매할 수 있으면 다행이다. 그러나 여기에는 다른 산수가 필요하다. 저작권을 넘기는 것에 비해 방영권 판매 가격은 낮다. 방영권을 구매하는 방송사의 입장에서는 지불 가능한 최대 상한선이 정해져 있다. 대략 20%정도의 시청률을 기록한다고 했을 때 방송사가 벌어들일 수 있는 총 수익은 해당 프로그램 광고 시간의 완판과 재방송 광고 시간의 완판 등을 합쳐서 대략 200억 원 내외다. 그러나 성공가능성이 도박에 비견되는 콘텐츠 시장을 감안하면 최대 지불 금액은 대략 100억 원 미만일 가능성이 높다. 김은숙 작가 정도가 그나마 이정도의 예상 금액을 상상할 수 있을 뿐, 다른 작가라면 지불 가능 금액이 더 낮아질 수 밖에 없다. 방송사의 기본적인 이익금과 혹시도 모를 실패를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미지 출처 : tvN

 

 

 

실제로 <미스터 선샤인>(tvN)은 SBS와의 협상이 결렬되면서 tvN으로 방송사가 바뀌었다. SBS는 방영권만을 기준으로 회당 3~5억 원을 제시(20부작일 경우 60억~100억 원)했다. 통상적인 수준의 드라마였다면 계약이 체결되었을지도 모른다.

 

 


김은숙 작가의 <태양의 후예>(KBS)는 초기에 200억 원 예산 규모를 넘는 실적을 얻어내기도 했으니 말이다. 그러나 400억 원 대작일 경우에는 힘들다. 다른 연쇄 효과를 기대하기 힘든 SBS로서는 제작사의 기대만큼 지불할 수가 없었다. 반면에 tvN은 수년간에 걸친 광고 역량을 발휘해서 다양한 협찬 및 간접 광고를 붙이고, CJ의 요식업 등과 연결시킬 수 있는 역량을 가지고 있다. 여전히 위험도는 높지만 상대적으로 SBS 대비 위험도를 낮출 수 있는 구조를 가졌다. 단순히 같은 계열사라서가 아니라, 고비용을 감당할 수 있는 사업 구조를 갖춘 탓이다.

 

 

 

제작사가 부담할 수 있는 위험도는 방송사로부터 지불받는 선판매 금액을 제외한 나머지 제작비용의 크기다. 금액이 커지면 커질수록 위험도도 높아진다. 그래서 해외 시장 판매 수익이 중요해진다. 이를 감당할 수 있는 구조를 갖추고 있다면, 작가는 자신의 상상력을 넓히기만 하면 된다. 돈이 문제가 아니었다는 것이다. CJ는 판권 사업이나, 기타 부가적인 사업도 같이 한다. 만약 깐깐하게 모든 것을 간섭하려고 한다면 제작사들은 거부했을 수도 있다. 그러나 자율성을 최대한 인정해 준다면 금상첨화다. 이는 각 회사별로 운영 방식이 차별화되어 있다는 것에서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화담>은 비교적 독자적으로 사업을 개척할 수 있는 자율성을 가지고 있는 반면, <KPJ>는 기획쪽에 강화되어 있어서 ‘스튜디오 드래곤’과 협력 비중이 높다. 즉, 개별 자회사의 선택에 따라서 협력 비중을 결정할 수 있다는 것은 그만큼 개별 자회사들의 자율성이 인정받고 있다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자율성도 인정받고, 꿈을 꿀 수 있는 규모가 있으며, 해외 판매 등 금전적인 문제에 대한 고민을 할 필요가 없다면, 기꺼이 CJ의 제안을 받아들일 수 있다.

 

 

 

그래서 400억 원이 들어간 <미스터 선샤인>(tvN)은 그 자체로 상징이고 중요한 이정표다. 콘텐츠 시장의 위험도를 감안한다면 규모의 경제가 발생하지 않는 상황에서 이 정도의 도박을 하는 것이 쉽지 않다. 한국 영화가 이제 겨우 200억 원 언저리의 작품을 만들기 시작했는데, 광고 서비스에 의존하는 드라마가 최고가의 영화 두 편을 제작할 수 있는 수준의 작품을 만든다는 것은 산업적 측면에서 그다지 매력적이지 않다. 그런데도 이것이 가능한 것은 ‘스튜디오 드래곤’이 위험을 감당할 수준이 되었다는 것을 보여주는 셈이다. 규모는 결정적이다. 2018년 현재 ‘스튜디오 드래곤’은 대략 25편 정도의 프로젝트를 제작 중이다. 대부분의 제작사들이 1년에 2~3편 정도 만드는 수준에 불과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획기적이다. 국내에서 연간 소비되는 드라마가 대략 총 80~100여 편 정도라는 것을 감안하면 대략 ‘스튜디오 드래곤’이 25~30% 정도 시장을 점유하게 되는 셈이다. 물론 이 중에는 제작 전체를 감당하는 프로젝트도 있고, 기획만 하고 다른 사업자와 제휴를 하는 모델도 있다. 하지만 제작 편 수는 그 자체로 규모다.

 

 

 

<연도별 대표 드라마 및 제작 편수>('87~'16년, 편, 각사IR자료)

 

 

 

 

제작편수는 수익성은 물론 위기관리와도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 제작 편 수가 많으면 그만큼 위험을 회피할 수 있는 여력이 생긴다. 파산이 일상적인 국내 제작 시장에서 자리를 지켜왔던 <삼화 프로덕션>의 예에서도 분명하게 드러난다. 영화와 달리 방송은 미리 방송사 등과의 협의를 통해서 영상 제작을 하고 일부의 경우에는 해외 사전 판매까지 이루어지는 시장인데도 불구하고, 수익성의 위험은 있다. 영화시장에서 평균적으로 10편을 제작해 1편이 성공하면 살아남을 수 있다고 한다면, 방송시장은 대략 6편중 1편이 성공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스튜디오 드래곤’은 제작 편 수를 늘리면서 그 위험도를 낮추었다. 위험도가 낮아지니 자연스럽게 예전에는 하지 못했던 규모의 상품을 만들 수 있게 된 것이다.

 

 

 

 

<삼화네트웍스의 제작편수 대비 수익성 변화>, ('10~'11CAGR%, IR자료, SKRI분석)

 

 

 

 

‘스튜디오 드래곤’으로 인해 제작사가 방송사에 얽매이지 않고 드라마 콘텐츠 그 자체로써 사업을 확장할 수 있는 구조가 생겼다. 이전의 제작사의 사업모델이 가내수공업의 성격이 강하고, 사실상 하청업체에 가까웠다 라고 한다면 이제는 방송사와 힘을 겨룰 수 있고, 덕분에 저작권을 확보할 수 있는 진정한 의미의 프로덕션 사업을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렇게 늘어난 제작 편수를 온전히 감당하려면 자사 채널만 고집해서는 안된다. 다른 채널에도 방송 프로그램을 공급할 수 있어야 한다. <몬스터 유니온>(KBS)이 여전히 자기 채널을 고집하는 것과는 다르다. ‘스튜디오 드래곤’이 다양한 채널과의 교류로 보편적인 영상물 제작으로 확장할 수 있는 것에 비해서, <몬스터 유니온>(KBS)은 근친으로 인한 기형이 발생할 위험 이 있을 수 밖에 없는 구조다. 타 채널 사업자가 여러 우려에도 불구하고 선택할 수 밖에 없는 작품을 만들어 내야 하는 것이 ‘스튜디오 드래곤’의 도전적 운명인 반면에, 내부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선택해 주는 자사의 채널이 있기에 안주할 수 있는 <몬스터 유니온>의 안정적 운명은 결과가 다를 수 밖에 없다.

 

 

 

 

 

저작권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파생상품을 상상해 볼 수 있다는 이야기다. 물론 단기간에 의미있는 머천다이즈(Merchandise) 사업을 하긴 어렵다. 현재 대부분의 머천다이즈는 애니메이션에 기반한 캐릭터 사업에서 나오는 것이기에 드라마 제작에 최적화되어 있는 현 시점에서 ‘스튜디오 드래곤’에게 머천다이즈는 당장 선택할 수 있는 옵션이 아니다. 머천다이즈를 제외한 파생상품의 경우 미디어의 힘을 커머스로 확장시키는 그림은 상상해 볼 여지가 있다. 예를 들어 협찬 규모를 글로벌 영역까지 확장시키는 방법도 그 중의 하나일 수 있다. 아직까지 국내 시장의 광고주들은 해외 시장까지 염두에 두고 PPL을 하지는 않는다. 해외에서 반응이 있다고 해도 그 효과는 그냥 덤일 뿐 PPL 정산 시에 그 부분을 크게 고려하지 않는다. 하지만 해외 시장을 겨냥한 대규모 프로젝트가 만들어지고, 의미를 가지게 되면 그 때는 상황이 달라질 수도 있다. 소니(Sony)가 글로벌 시장을 염두에 두고 PPL을 했던 것과 같은 상황이 드라마 시장에서도 열릴 수 있다고 ‘스튜디오 드래곤’은 보고 있다.

 

 

그렇게 되기 위해서 글로벌은 상수여야 한다. 이 대목에서 최진희 대표는 일본 사례에 빗대어 국내 시장의 한계를 명확히 짚어내고 있다.

 

 

 

 

그는 글로벌은 단순히 동남아 시장을 겨냥하고 있지는 않다. 국내 제작 시장에서는 <로맨틱>물이 아니면 글로벌에서 성공할 수 없다고 암묵적으로 동의하고 있다. 이때의 글로벌의 의미는 동남아 정도다. 동남아 시장은 상대적으로 지불 능력이 낮기 때문에 고비용의 드라마를 만들 여지가 낮고, 일과의 피로를 풀기 위해서 드라마를 시청하기 때문에 가벼운 내용을 선호한다고 알려져 있다. 결국 로맨틱 코미디 정도가 수용될 수 있는 환경인 셈이다. 일부 국가에서 한류 드라마가 인기를 끌고 있다곤 하지만, 개별 드라마의 특성에 기인할 뿐 구조적이지 않다. 이런 현실을 인정하게 되면 대작물을 기획, 제작한다는 건 불가능해지고, 결국 북미의 영상 콘텐츠와는 경쟁이 불가능함을 스스로 인정할 수 밖에 없게 된다. ‘스튜디오 드래곤’이 그리는 글로벌은 중국과 동남아를 넘어선 시장이다. 그리고 그 수단으로 보고 있는 것이 바로 장르물이다. 지금은 넷플릭스와 제휴해서 글로벌 시장 진입을 꾀하고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장르물과 같이 특화된 콘텐츠로 글로벌 시장과 직접 맞짱을 뜨고 싶다는 생각을 감추지 않았다.

 

 

 

제작시장에서도 나름의 상식이 있다. 그 상식을 거스르는 사업자가 ‘스튜디오 드래곤’이다. 국내 시장이 아닌 글로벌을 지향하고, 동남아가 아닌 세계를 지향한다. ABC나 디즈니에 ‘스튜디오 드래곤’이 제작한 드라마를 상영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생각하는 ‘발칙한’ 사업자다.

 

 

 

그렇게 한국 시장에 새로운 모델이 등장했다.

 

 

※ 본 글의 내용은 한국콘텐츠진흥원의 견해와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이미지 출처 : MBC <두니아~ 처음 만난 세계>

 

푸르름을 한껏 뽐내는 하늘 아래, 여의도 한강공원에서 자전거를 즐기는

유노윤호(정윤호). 그런데 갑자기 왠지 모를 이상한 기운이 느껴진다. 정윤호가

당혹스러워하며 주위를 두리번거리는 순간, 번쩍하는 빛과 함께 그가 사라져버렸다. 잠시

후 눈을 뜬 곳은 당최 어딘지 알 수 없는 미지의 세계 ‘두니아’. 건너편 벤치에서 휴식하던

샘 오취리(Okyere Samuel), 광화문을 거닐던 정혜성(정혜성) 등 10인의 출연자들 또한

마찬가지의 방식으로 순식간에 ‘두니아’로 워프1)한다. 알 수 없는 원인으로 가상의 세계에

고립된 그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생존 게임을 벌이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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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방송트렌드&인사이트 박현정(편집부)

 

 

이미지 출처 : MBC <두니아~ 처음 만난 세계>

 

 

오로지 보유한 소지품을 활용하여 생존해야만 하는 그들의 상황은 마치 미국드라마 ABC <로스트(Lost)>의 한 장면을 연상시키기도 하고, 아이템 획득과 같은 임무수행은 게임과 닮아 있으며, 수풀이 무성한 광활한 대자연의 풍경은 영화 속 한 장면같기도 하다. 예능 프로그램이라 믿기 어려울 만큼 다양한 장르적 요소가 녹아든 MBC <두니아~ 처음 만난 세계>_이하 <두니아>는 첫 촬영이 시작되기 전부터 이미 엄청난 반향을 일으켰다. 온라인에서만 통할줄 알았던 온갖 ‘드립’과 B급 요소를 지상파에 불러와 매니아층을 형성했던 MBC <마이 리틀 텔레비전>을 연출한 박진경 PD의 차기작이라는 것만으로도 큰 화제가 되었다.

 

그뿐만 아니라 게임회사인 넥슨(NEXON)과 MBC의 합작이라는 신선한 조합은 기대감을 갖게 하기에 충분했다. 이제 막 4회차 방영을 마친 <두니아>는 기존 예능방식과 전혀 다른 장르와 화면구성, CG를 선보이고 있지만 어딘지 모르게 익숙한 느낌이 든다. 당신이 게이머라면, <야생의 땅: 듀랑고>_이하 ‘듀랑고’ 유저라면 더욱 그럴 것이다.

 

 

 

 

이미지 출처 :  야생의 땅 (듀랑고)

 

 

‘듀랑고’는 <마비노기>, <마비노기 영웅전>을 개발한 이은석 디렉터의 모바일 신작으로, 알 수 없는 사고로 시공간이 뒤틀려 플레이어들이 현대의 지구에서 야생 세계로 워프한다는 설정의 게임이다. 미지의 세계인 ‘듀랑고’에 떨어진 플레이어들은 생존을 위해 거친 환경에서 삶을 개척하고 다른 플레이어와 함께 가상의 사회를 만들어나간다. 이처럼 ‘듀랑고’는 기본적으로 제시된 세계관 외에 별도의 짜여진 스토리가 없는 샌드박스형 게임2)으로 유저들은 ‘듀랑고’의 생소한 자연환경을 활용해 필요한 도구를 만들고 식재료를 채집, 요리하여 먹고 부락을 이루어 살아가는 ‘삶’ 그 자체에서 재미를 찾을 수 있다.

 

 

 

 

이미지 출처 : MBC <두니아~ 처음 만난 세계>

 

 

<두니아>는 ‘듀랑고’의 세계관을 단순히 차용하는 것 이상으로 게임 요소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먼저 방송이 시작되기 전, 홈페이지 투표를 통해 출연진의 의상, 소지품을 예비 시청자들이 직접 선택할 수 있는 이벤트를 진행했다. 이는 게임을 시작하기 전 유저와 한 몸을 이룰 캐릭터를 선택하고 커스터마이징하는 과정과 닮아 있어 실제 방송이 진행될 때 <두니아>의 출연진들에게 보다 감정을 이입할 수 있는 여지를 주었다.

 

또한 매회 방송의 끝부분에 <두니아>의 스토리를 결정짓는 중요한 상황을 제시하고 실시간 문자투표를 통해 이야기의 흐름을 결정하는 방식도 게임과 닮아있다. 과거 MBC <일요일 일요일 밤에>의 대표 코너인 ‘TV 인생극장’이 연상되기도 하지만 캐릭터의 행동을 시청자 스스로 결정할 수 있다는 점, 일회성으로 끝나는 이야기가 아닌 <두니아>라는 '게임'의 엔딩을 선택해나가는 과정에 있다는 것이 특징이다.

 

 

이미지 출처 : MBC <두니아~ 처음 만난 세계>

 

한편 ‘듀랑고’의 주요 매력 포인트는 <두니아>에서도 그대로 구현되고 있다. 무인도라고 생각했던 <두니아>에 깜짝 등장한 공룡이나 유저들의 게임 플레이를 도와주는 NPC3)인 'K'의 존재, 독특한 사운드 이펙트, 배경음악 등은 두 세계를 모두 경험해본 시청자에게 익숙함과 동시에 신선한 재미를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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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넥슨 듀랑고 사업실 이동열 실장>

 

 

 Q. 지상파 방송사와 게임사의 최초 합작인 <두니아>는 시청자 뿐 아니라 방송 산업 내에서도 뜨거 운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어떻게 이 프로젝트를 진행하게 되었는지 궁금합니다.

 

 

올해 초, 박진경 PD님이 먼저 넥슨에 연락을 주셨습니다. ‘일요일 저녁’ 황금시간대에 방영될 방송 프로그램에 저희가 개발한 모바일게임 ‘듀랑고’의 컨셉트를 차용하고 싶다고 하셨죠. 사실 처음에는 어떤 그림이 나올지 예상하기 힘들었습니다. 일반적인 게임 방송은 게임을 플레이 하는 영상을 보여주거나 리뷰를 하는 형태가 주였고 방송에 PPL4)로 홍보를 진행하는 게임 프로젝트는 이미 존재했기 때문에 새로운 시도는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막상 박진경 PD님을 만나 이야기를 해보니 굉장히 흥미로운 프로젝트가 될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단순한 게임 노출이나 협찬이 아닌 ‘듀랑고’ 게임의 세계관을 반영한 언리얼 버라이어티 예능은 전혀 접해보지 못한 사례였기 때문입니다.

 

 

방송 예정일이 6월이었기에 오래도록 고민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었죠. 그러나 박진경 PD님의 탁월한 기획력은 MBC <마이 리틀 텔레비전>로 이미 검증된 부분이었고, 게임 마니아이자 ‘듀랑고’ 유저인 박진경 PD님이 이 게임을 선택한 이유가 분명히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죠. 이후 큰 고민 없이 제안을 받아들여 <두니아> 프로젝트를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Q. <두니아>의 기획과 제작과정에서 넥슨의 역할은 무엇인가요?

 

 

<두니아>는 게임의 장르적 요소가 복합적으로 맞물려있습니다. 그러나 프로그램 제작에 있어 넥슨과 MBC의 영역은 분명히 나눠져 있어요. 물론 ‘듀랑고’의 세계관을 적용했기 때문에 최대한 이질감이 들지 않도록 캐릭터 원화나 배경음악, 사운드 효과 등의 리소스(resorces)를 제공하여 ‘듀랑고’의 색이 묻어날 수 있게 했습니다.

 

 

그러나 방송 자체의 방향성에 대해서 넥슨 쪽에서 크게 관여하지는 않습니다. <두니아>가 ‘언리얼 버라이어티’라는 이름을 내걸고 있지만, 의도된 연출과 별개로 현장에서 발생하는 해프닝이나 실제 상황들은 리얼 버라이어티적 요소를 가지고 있으니까요. 예를 들어 K라는 캐릭터의 존재나 공룡의 등장과 같은 큰 그림에 대해서는 넥슨과 MBC가 사전 논의했지만, 그 이후에 전개되는 사건이나 흐름에는 개입하지 않습니다. 마치 ‘평행세계’처럼, 넥슨과 MBC는 게임과 방송 영역에 충실하고 있는 거죠.

 

 

이미지 출처 : <듀랑고> <두니아>

 

 

 Q. 게임과 예능프로그램을 제작하는 과정에 있어 업무방식에 차이가 클 것 같은데, 기획이나 제작 과정에 있어 조율이 어렵지는 않았나요?

 

 

<두니아>는 기본적으로 ‘듀랑고’의 콘셉트를 가져왔지만, 본질적인 장르 정체성은 예능 프로그램이기 때문에 얼마나 게임적 요소가 들어가는지보다 예능적인 재미가 먼저라고 생각합니다. 오롯이 게임의 형태 그대로 재현한다거나, 단순히 게임의 콘셉트만 가져온 것이라면 <두니아>만의 색깔은 없었겠죠. 게임적 특성도, 예능의 재미도 훼손되지 않도록 MBC와 넥슨 모두 신중하게 접근했기 때문에 조율 과정에서 문제는 없었습니다.

 

 

다만 조금 어려운 점이라고 한다면, 게임과 방송이 제작되는 속도의 차이입니다. 넥슨에서는 <두니아> 방송에 등장한 다양한 아이템을 ‘듀랑고’ 유저들에게 매주 선물로 지급하고 있습니다. 게임에서는 이러한 아이템들을 디자인하고 코딩하여 문제없게 서비스하기 위한 사전 준비시간이 필요한 반면 프로그램 제작 환경의 특성상 아이템으로 쓸만한 소재가 방송 목전에 확인되기 때문에 넥슨에서도 전담인력을 배치하여 빠른 호흡에 맞추어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Q. 넷플릭스나 네이버 등 게이머 층과 좀 더 가까운 온라인 친화적 플랫폼이 아닌 ‘지상파 방송’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이미지 출처 :  <클로져스> <엘소드> <메이플스토리>

 

 

첫 번째 이유로는 ‘전에 없던 시도’라는 점 입니다. 넥슨은 늘 다른 장르와의 결합을 시도해왔습니다. ‘클로져스’, ‘엘소드’, ‘메이플스토리’ 등의 IP를 활용하여 애니메이션을 제작하기도 했죠. 넥슨은 IP를 활용한 캐릭터 상품개발 등 OSMU사업에도 관심이 많은 편입니다. <두니아>는 지상파 예능과 모바일 게임의 첫 합작이라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시도가 가능할 수 있었던 것도 박진경 PD님처럼 게임을 즐기고 특성을 이해하고 있는 게이머들이 사회의 주요 활동층으로 성장했기 때문일 거라 생각합니다.

 

 

두 번째로는 시청자들의 접근성입니다. <두니아>는 물론 TV로도 시청이 가능하지만, 지금은 본 방송 이후에도 관련 클립들이 유튜브, 네이버TV, 페이스북 등 다양한 SNS와 동영상 플랫폼에서 공유되는 시대이고 MBC는 그러한 온라인 채널관리에 강점을 갖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꼭 온라인 플랫폼을 메인으로 갖고 가지 않더라도 주요 타깃층에게 원활하게 유통될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습니다. 특히 지상파 방송사의 예능임에도 박진경 PD님의 시그니처인 일명 ‘병맛’으로 불리는 매니악한 포인트가 강점이 될 수 있고요.

 

 

Q. 첫 방송 이후 시청자들의 의견 또한 다양합니다. 파격적인 형식과 진행이 참신하다는 반응도 있고, 다소 낯설다는 반응도 있는데요. 

 

 

먼저 ‘듀랑고’ 유저들은 흥미롭다는 반응이 대부분입니다. 방송 자체가 ‘듀랑고’의 게임적 요소를 다양하게 품고 있다 보니, 유저들이 친숙하고 즐겁게 공감할 수 있는 포인트가 많은 것은 사실이에요. 내가 하는 게임의 스토리를 지상파 방송에서 볼 수 있다는 것 자체가 흥미롭잖아요.

 

 

그러나 게임에 친숙하지 않은 세대나 게임을 하지 않는 사람들은 방송의 콘셉트가 다소 낯설 수 있습니다. 웃음 포인트나 설정 자체가 젊은이들의 취향에 맞춰져 있다 보니 특히 연령층이 높은 시청자 분들은 왜 갑자기 사람들이 두니아로 이동했는지에 대한 친절한 설명이 없는 것 자체를 이해하기 어려워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방송이 거듭될수록 이러한 부분은 자연스레 받아들여질 것이라 생각합니다.

 

 

모든 연령층이 쉽게 받아들이지 못하는 부분이 어려운 점이기도 하지만 이 프로젝트가 특히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는 점이기도 합니다. <두니아>를 통해 게임을 하지 않는 시청자 층도 자연스럽게 '듀랑고'의 세계관이나 게이머들의 문화, 게임에 대한 이해가 높아져 방송을 보는 것만으로도 저희 게임의 재미를 어느정도 느낄 수 있다면 성공이라고 봅니다. 이러한 시도가 지상파 방송에서 시작되었다는 것만으로도 <두니아>는 충분히 차별성을 갖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Q. 앞으로<두니아>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이미지 출처 : MBC <두니아~ 처음 만난 세계>

 

 

물론 처음에는 <두니아>의 시청률이 동시간 1위를 차지한다거나 이 방송을 통해 ‘듀랑고’ 신규 유저의 폭발적인 증가와 같은 단기적 성과를 기대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 프로젝트는 넥슨에게 있어서 새로운 시도의 물길을 텄다는데 더 큰 의의가 있습니다.

 

 

방송이 진행될수록 ‘듀랑고’의 진짜 재미를 <두니아>에서 보여줄 수 있는 기회가 생길 수도 있고 반대로 <두니아>에서 일어난 에피소드를 ‘듀랑고’에 반영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러한 과정에서 <두니아> 시청자와 ‘듀랑고’ 유저 간의 소통이 가능해지고 어떤 면에서 스토리를 공유할 수 있는 가능성도 존재합니다. 아직 어떠한 방향으로 흘러갈 지는 미정입니다. 특히 <두니아>도, ‘듀랑고’도 시청자와 유저의 의견을 적극 반영하고 있기 때문에 제작진에 의해 미리 결정된 스토리대로 흘러가기를 지향하지는 않습니다. 이러한 변화의 가능성 또한 <두니아>만이 가진 하나의 매력이기에, 장기적인 관점으로 애정을 가지고 바라본다면 큰 재미가 있지 않을까요.

 

 

<두니아>는 게임 뿐 아니라 다양한 장르적 요소가 융복합된 신개념 예능입니다. 스토리가 진행되는 드라마 파트에선 영화의 화면 비율을, 예능 파트에선 일반적인 TV 화면 비율을 영상에 적용하기도 하고 비디오게임 인터페이스를 그래픽으로 구현해내기도 하죠. 말 그대로 ‘실험적 예능’ 이기에 앞으로 더욱 다양하고 새로운 시도가 이어지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듀랑고’와 <두니아> 모두 시청자와 유저들이 애정을 가지고 천천히 간극을 좁혀갈수록 복합적 장르의 재미를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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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듀랑고’도, <두니아>도 이제 막 첫 발을 뗀 것이나 다름없다. 어쩌면 지금이 가장 홍보에 집중하고 그 결과에 초조해야할 시기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동열 실장은 조급해 하지 않았다.

 

영상콘텐츠도 모바일게임도 너무 빠른 속도로 쏟아져 나왔다 사라져버리는 이 시대에 긴 호흡으로 먼 곳을 바라보기는 쉽지 않다. 프로젝트 하나하나에 사업자의 운명이 달라지는 위태한 모습도 닮아있는 시장이다. 그래서 당장의 결과에 매몰되지 않고 각자의 영역을 존중하는 여유를 갖고 있는 이 프로젝트가 더욱 반갑게 느껴지는지도 모른다.

 

이처럼 '융합적 실험'과 '장기적 투자'의 역량을 갖춘 사업자들 간의 화학적 결합이 성공적인 결실을 맺어 앞으로도 시장의 파이를 키울 수 있는 시도가 활발해지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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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도전> 무모하지 않은 그들이 남긴 흔적

상상발전소/방송 영화 2018.07.09 19:16 Posted by 한국콘텐츠진흥원 상상발전소 KOCCA

 

 

 

지난 3월 종영한 <무한도전>(MBC)의 마지막 대형 이벤트는 3년 이상 공들여 준비했다는 <토토가3(토요일 토요일은 가수다):H.O.T.콘서트>였다. H.O.T.의 열성 팬들은 물론, 그 시대를 추억하는 시청자들은 그때 그 시절로 돌아가는 타임머신의 작동에 울컥했다. 추억여행은 <무한도전>의 전성시대를 열었던 장소이자 H.O.T.의 데뷔 무대였던 여의도 MBC 공개홀에서 시작되었다. 그들의 공연에 모두가 찬사를 보냈지만 이전의 <토토가> 시리즈와 달리 반향은 지속되지 않았다. <무한도전>도 H.O.T.도, 추억을 현재로 끌어올릴 만큼의 에너지가 부족했던 탓이다.

 

 

 

함께했던 시간이 빛나기에 아련함이 더욱 크게 느껴지는 것일까. 화려했던 전성기를 지나 은퇴를 앞둔 프랜차이즈 스타를 떠나보내는 기분이다. 토토가, 90년대 특집 등을 통해 90년대를 현재진행형으로 넘나들던 <무한도전>은 지난 3월 31일을 마지막으로 2000년대 중반에서 2010년대 후반까지, 특정 세대와 시대(era)의 아이콘으로 남게 됐다.

 

 

 

 

 

 

우리나라 예능은 <무한도전> 이전과 이후로 명확히 나뉜다. ‘국내 최초이자 최고의 리얼 버라이어티 예능’으로 꼽히는 <무한도전>은 쇼 버라이어티에서 관찰형 예능으로 진화하며 지난 10여 년간 예능의 발전을 이끌어왔다. 또한 웃음을 유발하는 포인트, 제작방식의 획기적인 변화와 장르 융합, 시청자의 의식까지 모든 영역에서 한국 예능 콘텐츠의 외연과 개념을 확장했다.

 

 

 

이미지 출처 : MBC  <무한도전>

 

 

물론, 그들도 시작부터 창대했던 것은 아니다. 2005년 4월 <무한도전>은 MBC 주말 예능 <강력 추천 토요일>의 한 코너인 ‘무모한 도전’으로 시작했다. ‘일류 연예인이 되기 위한 초특급 도전’이라는 구호를 외치며 유재석, 정형돈, 노홍철, 표영호 등이 황소와 줄다리기 대결을 펼친 것이 첫 방송이었다. 이후에도 목욕탕 배수구와의 물빼기 경쟁, 지하철과 달리기 대결, 모기향보다 모기 많이 잡기, 분류기보다 동전 더 빨리 나누기 등 어이없는 도전에 매번 진지하게 임하는 멤버들의 모습이 웃음을 자아내는 마이너한 감성의 예능이었다. 이 시절 무한도전의 인상은 훗날 위기설 때마다 ‘초심’의 이미지로 회자되었다. 하지만 이 소소하고 엉뚱한 도전이라는 포맷은 사실 일본 예능의 영향이 엿보이는 기획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이미지 출처 : MBC  <무한도전>

 

 

이후 우리가 알고 있는 캐릭터들이 쏟아져 나오는 진정한 리얼 버라이어티로서의 <무한도전>은 그해 겨울 스튜디오에서 ‘아하 게임’을 하면서 시작됐다. 형식적으로 보면 야외에서 스튜디오로, 무정형 예능에서 과거 <슈퍼TV 일요일은 즐거워>(KBS)의 코너인 ‘공포의 쿵쿵따’와 같은 벌칙 게임과 같은 익숙한 방식으로의 회귀였지만 이 과정에서 <무한도전>의 중추라고 할 수 있는 캐릭터 쇼가 발화했다. < 무한도전>은 방송에서 착하거나, 순수하거나, 긍정적인 면모만 보여줘야 한다는 금기를 깨고 박명수와 노홍철, 정형돈 등을 통해 부족하면서도 뻔뻔하고, 각자의 욕망과 감정을 솔직하게 드러내는 있는 그대로의 캐릭터를 보여줬다.

 

 

 

여기서 결정적인 것은 개별 카메라 시스템의 도입이었다. 김태호 PD는 2006년부터 멤버당 카메라를 배정했다. 그전까지 보통 카메라 두 대로 전경을 담아내던 예능 제작 방식에서 벗어나 수많은 각도에서 찍은 영상을 사후 편집하는 스토리텔링 작법을 처음 시도한 것이다. 같은 사안에서도 출연자마다 다른 미묘한 표정변화와 상황을 놓치지 않고 잡아내며 <무한도전>만의 캐릭터 쇼를 가능하게 만들었다.

 

 

 

 

 

 

이미지 출처 : MBC  <무한도전>

 

 

2006년 8월, 뉴질랜드 편 이후 <무한도전>은 촬영 현장과 실제 출연자의 삶이 혼재되는 예능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했다. 서로에 대한 솔직한 마음을 표현한 롤링페이퍼를 돌렸던 뉴질랜드 특집은 <무한도전>이 본격적인 리얼 버라이어티로 발돋움한 원년이라 할 수 있다. 캐릭터 간의 관계를 극화할 가능성을 찾았을 뿐 아니라 방송과 현실의 모호한 경계, 시청자와 프로그램 간의 좁아진 거리로 인해 몰입의 깊이를 한 층 더 ‘리얼’하게 만들어낸 출발선이었다. 그렇게 만들어진 확고한 캐릭터의 특성과 이들의 관계성은 무한도전이 563회 동안 특별한 설정 없이 매번 새로운 특집으로 꾸며지는 ‘무형식의 형식’이 가능했던 이유였다. 이른바 그전까지 ‘방송의 묘’라 일컬어지던 설정과 대본을 걷어내고 리얼리티와 스토리텔링을 기반으로 한 예능의 가능성을 연 것이다.

 

 

 

이후로도 부족하고 못난 캐릭터들의 성장스토리라는 인류 보편의 드라마가 무한도전의 인기를 이끌어나갔다. 10주간 방영된 WM7 레슬링 프로젝트나 봅슬레이, 댄스스포츠 등 여타 대형 프로젝트들에서 멤버들은 제2의 인생을 사는 듯 열정을 불사르며 최선을 다했다. 이 모자란 남자들의 성장을 응원하는 시간이 쌓여가는 사이 시청자와 멤버들은 그 속에서 ‘우리’라는 소중한 정서를 발견하고 키워나갔다. 무한도전은 시청자 뿐 아니라 출연진에게도 단순한 방송 프로그램 그 이상이였다. 500회 특집과 마지막 회 오프닝에서 유재석은 ‘우리는 이 안에 살고 있다’고 했다. 그들에게 무한도전은 카메라가 켜지면 시작되고, 꺼지면 종료되는 촬영이 아니라 삶 그 자체이기도 했던 것이다. 시청자들 또한 단순히 TV쇼를 시청한 것이 아니라 함께 살아가는 어떤 친근한 존재를 꾸준히 만난 셈이다. <무한도전>을 둘러싼 끈끈한 팬덤은 그렇게 결성되었다.

 

 

 

이미지 출처 : MBC  <무한도전>

 

 

무한도전은 마치 빅뱅 직전의 블랙홀과 같았다. 드라마와 뉴스, 다큐멘터리, 시트콤까지 다양한 장르를 흡수하며 예능이란 장르를 무한하게 확장시켰다. 방송일정에 따라 가수들이 신곡 발매시기를 조정할 정도로 영향력이 컸던 가요제 특집을 비롯해, 김혜수 등의 특급배우와 영화 전문 스태프가 제작한 무한상사, 프로레슬링, 조정, 에어로빅 특집 등 각종 장·단기 프로젝트뿐만 아니라 ‘대체에너지 특집’, ‘지구특공대 특집’, ‘나비효과 특집’과 같은 환경문제, 탄핵 정국에서의 역사의식을 다루는 역사 강의 특집 등 사회적 이슈에 가까이 다가가고자 노력했다. 이러한 문제의식은 <무한도전>을 시청하는 또 하나의 이유가 되었다. 이 과정을 통해 예능과 코미디는 동의어의 관계를 벗어났고 ‘우리’는 같은 하늘 아래에서 살아가고 있다는 일상성을 품게 되었다.

 

 

 

 

이미지 출처 : MBC  <무한도전>

 

 

<무한도전>이 처음 선보인 장르 융합과 실험은 오늘날 예능이 다양하게 진화할 수 있는 밑거름이 되었다. 음악과 예능의 결합은 오늘날 다수의 음악경연 예능으로 이어졌고, 출연자들의 일상 공간과 삶 속에 카메라를 갖고 들어간 시도는 오늘날 관찰 예능의 모티브가 되었다.

 

 

 

 

 

 

예능 작법도 완전히 달라졌다. ‘돈가방을 갖고 튀어라’, ‘나잡아봐라(꼬리잡기)’ 등 추격전이라 불리는 캐릭터 쇼를 기반으로 스토리텔링을 가미한 극화된 예능을 선보이는가 하면, 리얼리티를 내세우며 시청자 곁으로 가깝게 다가오기도 했다. 여기서 핵심은 카메라와 프로그램을 방송국 밖으로 가지고 나갔다는 점이다. 통제된 촬영 현장에서 벗어나 학교축제로, 길거리로 다가간 변화는 방송과 현실의 괴리를 줄이고 경계를 무너뜨렸다. 예능이 우리 일상 속으로 깊숙이 들어오는 교두보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상징적이었다.

 

 

 

이미지 출처 : MBC  <무한도전>

 

 

이처럼 다양한 시도는 시청자들에게 새로운 시청의 경험을 선사했다. <무한도전>을 시청한다는 것은 방송을 단순히 보고 즐기는 행위를 넘어, 자신의 감정과 의견을 적극적으로 전달하고 소통하며 정서적으로 공유하는 것까지 확장됐다. 그렇게 <무한도전>은 TV 예능과 시청자 사이에 ‘함께 살아간다’는 연대의식을 심어줬다. 시청자도 적극적인 피드백과 정서적 공유라는 또 다른 재미에 눈을 떴다. 더 이상 시청자는 콘텐츠를 일방적으로 소비하는 수동적인 존재가 아닌 프로그램 진행의 한 축을 이루는 제작의 주체로 올라섰다. 그 덕분에 TV 예능은 가장 친근하고 일상적이면서도 시대성을 가진 대중문화 콘텐츠로 나아갈 수 있었다. TV 시청의 개념과 문화를 바꾼 것이야말로 <무한도전>이 우리 세대에 남긴 위대한 유산이다.

 

 

 

 이미지 출처 : MBC  <무한도전>

 

 

<무한도전>은 시청자들과 일종의 ‘시대정신’을 공유한 최초의 예능이다. 지난 10여 년간 변함없이 유지되고 있는 두터운 시청자 층과 팬들의 전폭적인 지지는 단순히 프로그램이 재밌어서 가능한 것이 아니다. < 무한도전>의 팬이라는 것은 함께 특정 시기를 보낸 친구와 나누는 정서적 유대를 의미한다. 이런 생경한 시청 경험은 시청자들에게 <무한도전>이 ‘우리의 쇼’이며, 자신의 젊은 날의 한때가 담긴 시대적 기록물로 여기도록 만들었다. 2000년대를 관통한 청춘들에게 토요일 오후 6시 30분이 갖는 의미가 각별한 이유다.

 

 

 

그러나 영원할 것 같던 토요일 친구들의 도전도 결국 막을 내렸다. <무한도전>은 백방으로 노력해봤지만 결국 정상에 영원히 머무르는 법을 찾지 못했다. 리얼 버라이어티와 관찰예능의 한계인 ‘지속가능한 이야기’라는 불로초를 끝내 찾아내지 못한 탓이다.

 

 

 

 

 

 

이미지 출처 : MBC  <무한도전>

 

 

함께 성장할 때까지는 신났지만 어느 정도의 성공궤도를 달린 이후 <무한도전>은 굉장히 오랜 시간 새로운 목표 설정에 어려움을 겪었다. 급변하는 방송 환경에다 출연진의 이탈까지 겪으며 파고의 높이는 더욱 거세졌다. 어떤 배도 정박할 수 있을 만큼 든든한 방파제였던 캐릭터 쇼에 균열이 생겼고, 이를 보완하기 위해 외부 게스트의 도움이나 해외 촬영에 의존하는 대형 프로젝트의 빈도가 늘었다. 해를 거듭할수록 프로젝트의 판은 점점 커져갔지만 그 파급력, 감동의 온도, 공연 이벤트의 울림은 예전 같지 않았다. 한때 명절 기차표처럼 예매 전쟁을 펼쳐야 했던 ‘무도 달력’도 어느 순간 대형마트에 쌓여 있는 걸 줍다시피 가져오면 됐다.

 

 

 

마지막 회를 앞두고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김태호PD는 “<무한도전>의 전성기가 2010년까지라고 생각한다.” 고 말했다. 언뜻 동의하기 어려운 말이다. 굵직한 대형 프로젝트들은 그 이후 더 많았고 시청률이 떨어진 것도 아니다. 하지만 놀랍도록 정확한 자기성찰이다. 2010년에 이미 <무한도전>의 캐릭터 쇼는 정체기에 접어들었다. 평균보다 조금 모자란 여섯 남자의 도전이란 성장 스토리가 어느 정도 성공적인 결실을 맺었기 때문이다. 레슬링 특집은 끝까지 짜낸 마지막 한 방울이었는지도 모른다. 그 이후 위기설은 대형이벤트의 스케줄에 따라 계절처럼 돌고 돌았다.

 

 

 

이미지 출처 : MBC  <무한도전>

 

 

캐릭터 쇼를 기반으로 한 <무한도전>의 입장에서 성장 이후의 스토리는 사족일 수밖에 없다. 멤버들의 관계는 고정되어가고 수동적으로 변했다. 멤버들을 지휘하는 유재석의 손은 점점 바빠졌고, 존재감은 절대적으로 변했다. 그럼에도 김태호, 유재석의 재능과 노력 덕분에 7여년의 시간을 버텨냈다.

 

 

 

<무한도전>은 캐릭터 쇼의 재미가 줄어들자 사회적 목소리와 올바른 삶에 대한 고민 등을 통해 정서적 연대를 끈끈하게 이어가려 노력했다. 그러나 나영석 사단의 연작을 대표로 방송은 점점 라이프스타일을 제시하는 새로운 흐름이 대세가 되고, 보다 젊은 감각과 다양한 소재의 쇼가 쏟아지면서 정체된 성장 스토리는 점점 청춘 회고록처럼 빛이 바래고 말았다.

 

 

 

김태호 PD는 캐릭터 예능은 이제 끝났다고 말한 바 있다. 절반만 동의한다. 다만 캐릭터 쇼를 바탕으로 하는 리얼 버라이어티의 시대는 일단락되었다. 왜냐면 이제 예능은 리얼을 넘어서 일상을 이야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 리얼 버라이어티는 특정한 상황(이를테면 게임이나 추격전)과 관계에서 우연히 발견한 인간적인 매력에 초점을 맞췄다. 하지만 오늘날 시청자들은 보다 일상적인 차원에서 드러나는 삶의 표정에서 재미와 공감대를 찾는다. 이제 모여서 무언가를 해내는 성공 스토리는 살짝 지나간 이야기가 됐다. 일상의 공감이나 또 다른 라이프스타일 제시라는 다음 버전의 문법에 시청자들은 과거 <무한도전>에서 느꼈던 시대성과 정서적 연대를 느끼고 있다. 그러나 <무한도전>에게 캐릭터 쇼 위주의 성장 스토리는 버릴 수 없는 토대였고,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을 제시하기에는 이미 기성세대가 되었다. 바로 이 점이 리얼 버라이어티에서 관찰 예능으로 패러다임이 전환된 이유이며, 더 이상 <무한도전>의 캐릭터 쇼가 결국 다시 불을 지피지 못한 까닭이다.

 

 

 

글. 김교석(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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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글의 내용은 한국콘텐츠진흥원의 견해와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마블의 경제효과 1조원’에 담긴 콘텐츠 손익계산법

상상발전소/방송 영화 2018.02.15 17:00 Posted by 한국콘텐츠진흥원 상상발전소 KOCCA

 

한류가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으면서 문화콘텐츠를 산업으로 보는 시각도 보편적으로 자리잡았습니다. 사드 배치 영향을 논할 때에도 콘텐츠산업의 피해를 가장 먼저 이야기하고, 천만 관객 흥행을 이끈 영화가 탄생했다는 뉴스를 보면서도 수익을 먼저 떠올리는 게 이제는 익숙합니다.

 

 

특히 콘텐츠 산업의 경우 본연의 수익 외에 부가가치 효과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하곤 합니다. 다른 산업과는 달리 기계 의존율이 낮아 고용효과도 높고, 매체가 다양해지면서 여러 매체를 통한 수익도 가능해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최근 고흐의 그림으로 구성된 영화 <러빙 빈센트>에 대해서도 영화의 스토리나 구성보다는 100여 명의 화가를 동원해 고용 창출 효과가 컸다는 이야기가 더 회자되기도 합니다. 지난해 국내 영화산업의 매출액은 약 2조 원 정도인데, 영화산업이 직간접적으로 올린 생산액과 부가가치는 총 6조 원이라는 발표도 이러한 시각을 보여줍니다.

고용창출 능력이 제조업을 넘어선다는 이야기도 빠짐없이 등장하곤 합니다. 이러한 논의를 살펴보면 다른 산업에 대한 담론들과는 조금 다르다는 것을 눈치챌 수 있습니다. 해당 콘텐츠가 얼마나 많은 부가 이익이 생겨났는가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예컨대 마블의 경제효과 1조 원이라는 이야기 안에 마블이 실제로 벌어들인 수익은 거의 포함되지 않습니다. 생각해보면 어떤 산업도 다른 분야에 미치는 효과에 이렇게 집중한 적이 없습니다. 특정 산업의 전방 효과, 후방 효과 등을 논하는 경우는 있지만, 본 산업 자체보다 주변 효과에 이토록 관심을 기울인 적은 없기 때문입니다. 왜 이런 현상이 나타나게 됐는지 한 번 의문을 가져봄직 하지 않을까요?

 

() 고흐의 그림으로 구성된 영화 <러빙 빈센트>, () 마블의 <어벤저스>

 

 

이것은 다른 산업에서는 발견할 수 없는 문화 산업만이 갖는 독특한 특징들로부터 기인했습니다. 특히 영화 산업은 태생적으로 규모가 그다지 커질 수 없다는 점이 첫 번째 시발점으로 작용했습니다.

영화 산업은 어느 나라에서든 대체로 산업의 규모가 작습니다. 전체 산업 규모도 작지만 기업들 규모도 작고 영세한 곳이 많습니다. 미국의 할리우드처럼 엄청난 규모로 산업이 성장한 나라도 있지만, 몇몇 나라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영세한 구조를 갖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여서 생산액’, ‘수출액’, 또는 생산 비중으로만 본다면 영화산업은 결코 많은 이들의 주목을 크게 끌만한 분야는 아닙니다.

그런데 영화산업의 규모가 이렇게 작은 수준에 머무르게 된 것이 이 산업 종사자들이 성실하지 못하거나, 혹은 기업가 정신이 부족해서가 아니라는 점이 중요합니다. 이조차도 이 산업의 특성 때문입니다. 문화경제학의 토대를 마련했다고 일컬어지는 보몰과 보웬은 이러한 특성에 대해 보몰의 비용 압박(Baumol’s Cost Disease)[각주:1]라고 정리했습니다.

보몰의 비용 압박을 간단히 설명하자면 이렇습니다. 보몰은 경제 전체가 생산성이 지속적으로 향상될 수 있는 분야와 그렇지 않은 분야로 나뉜다고 보았습니다. 전자에 속하는 대표 산업이 제조업이라면, 문화산업은 대표적으로 후자에 속하는 산업입니다. 이런 경우 생산성이 지속적으로 높아지는 산업에서는 생산성이 높아지면서 노동 비중이 떨어지고, 이에 따라 생산원가도 저렴해질 수 있습니다. 생산자의 입장에서는 원가가 떨어지니 판매 가격을 낮출 수 있고, 판매량도 크게 늘어나 시장의 규모도 자연스럽게 커지게 됩니다.

하지만 후자의 산업은 이와 다릅니다. 후자의 산업에서는 각종 비용은 상승하지만, 산출물 가격을 올리기 어려워 존립 자체가 어려운 상황이 되곤 합니다. 투입되는 노동력의 질에 따라 산출물 수준이 크게 좌우되기 때문에 무작정 노동 비중을 줄일 수도 없습니다. 노동 비중이 높다 보니 원가도 높게 유지돼 판매 가격도 높습니다. 생산 형태는 이탈리아 명품 가방을 만드는 구조와 유사하지만, 생산품을 명품 가방 가격으로 받을 수 없는 상태인 것입니다.

이에 따라 후자의 산업은 비용 압박에 직면해 성장 자체가 매우 둔화될 수밖에 없습니다. 적절한 노동력을 조달하는 것도, 진입하는 노동자들에게 높은 임금을 지불하기도 어렵고, 이에 따라 시장도 커지기 어렵습니다. 집에 있는 자녀가 저 커서 영화감독이 되고 싶어요라고 했을 때 밥 굶는다, 접어라라고 말하는 상황이 개선되기 어려운 산업이라는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이렇게 비용 압박 속에 근근이 연명해 나가던 산업이 시장 가격을 넘어서는[각주:2] 의미를 갖고 있다는 점이 부각되면서 다른 활로가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문화상품은 단지 시장 가격만으로는 측정할 수 없는 공공재적 성격을 갖고 있기 때문에 정부가 이 산업을 존재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논리가 자리잡기 시작한 것입니다.

경제학에서 공공재란 외부효과 때문에 많은 이들에게 편익을 제공하지만, 시장 기능으로는 유지될 수 없는 분야를 뜻합니다. 예를 들어 어떤 영화가 큰 성공을 얻게 되면 생산자들 외에 다른 사람들에게도 많은 편익들이 발생합니다. TV드라마라면 특별히 비용을 들이지 않고도 고아고 몇 편을 보는 대가로 사람들이 좋은 문화상품을 즐길 수 있다는 것도 편익에 해당합니다. 여기에 영화, 드라마 때문에 외국인들이 한국으로 관광을 오기도 하고, 매체 안에 나온 의류나 식품, 화장품의 판매가 증가하기도 합니다. ‘한류라는 카테고리가 형성되면서 한류와 연결된 여러 비즈니스 기회가 생기는 것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하지만 막상 그 영화를 만든 생산자는 적자를 보거나 도산할 수도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이런 경우는 숱하게 많았습니다. , 영화상품은 생산자와는 무관한 여러 사람들이 가치를 즐기고 이를 활용할 기회도 얻는다는 점에서 공공재와 비슷하지만, 생산자는 비용 압박등 여러 이유로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렇다면 이 산업을 어찌해야 할까. 정부가 지원을 해서라도 공공재를 지켜야 한다는 논리가 이런 때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이런 논리 전개에서 필연인 것은 실제로 이 산업이 공공재로 여겨질 만큼 다양한 가치, 효과가 있음을 입증하는 것입니다. 이것이 증명된다면 보몰과 보웬의 말처럼 정부는 지원도 해야 하고, 이 산업의 종사자들은 어려운 여건을 해소할 수 있는 젖줄을 공급받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필요성에 따라 의욕적으로 도입된 것이 경제효과추정이었습니다. 사실 문화와 경제는 이질적인 면이 많은 분야입니다. 문화와 정치 혹은 문화와 사회와 비교할 때 문화와 경제는 훨씬 그 거리가 멉니다. 그런데 만약 문화산업이 이미 잘 알려진 정치적 사회적 가치 외에 경제적 가치까지 있다는 게 밝혀진다면 공공재로 자리잡는 것은 수월해집니다. 가장 취약했던 면에 채워지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덕분에 콘텐츠 산업의 경제 효과를 추정하는 것은 여러 사람들에게 매우 유용한 작업이 됐습니다. 특히 우리나라 한류의 경우 작은 국내 시장의 한계를 벗어나 해외 시장에서 더 큰 의미를 가질 수 있다는 점이 부각되면서 한류의 수출 파급효과 중심으로 경제효과를 추정하는 것이 쉽게 자리잡을 수 있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문화 근접성의 교역 증진 효과와 같은 교역이론들이 보완된 것도 중요했습니다. 한류를 많이 접하면 접할수록, 즉 비슷한 문화상품을 많이 공유할수록 해당 국가와 문화적 근접성이 높아져 다른 소비재를 선택할 때에도 영향을 받게 된다는 것이 이론적으로도, 실증적으로도 밝혀졌기 때문[각주:3]입니다.

이러한 접근들 덕에 한류 수출이 타 소비재 수출을 견인한다는 것이 경제학적으로도 인정받을 수 있었고, 그 기반 하에 다양한 경제효과 추정도 큰 힘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 해외에서 호평 받은 국내 영화 <부산행>

 

 

이렇듯 영화의 성공과 함께 등장한 경제효과에 대한 높은 관심은 영화산업이 성장하고 정착하면서 시대의 요구를 반영해 자연스럽게 나타난 현상이었습니다. 어떤 콘텐츠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시대적 상황과 맞아 떨어져야 하듯, 우리의 콘텐츠 산업 발전 수준에서는 그런 접근이 매우 필요했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리고 여전히 콘텐츠 산업의 기초를 보강하기 위해 필요한 논리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런 시각이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았다면, 다시 내부로 눈을 돌리는 것도 필요합니다. 생산성을 높이는 것이 중요했던 제조업 중심의 시대에서 또 다른 가치를 창출하는 것이 중요한 융합의 시대로 바뀌고 있기 때문입니다. 예전에는 제조업에 비해 비용 압박이 높아 슬픈 산업이었지만, 이제는 그 우위가 달라지고 있습니다.

때문에 콘텐츠의 외부 효과는 당연한 현상이니 어떻게 하면 내부 효과를 높일 수 있을지에 더 집중해야 하는지 모릅니다. <어벤저스> 영화가 관련 상품들을 얼마나 팔아들이고 있는지 보다는, 어떤 점 때문에 <어벤저스>가 성공했는가에 더 관심을 가져야 산업의 미래가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콘텐츠의 경제효과에 대한 논의 틀도 이제 한 단계 높여야 할 때가 됐습니다.

 

 

. 김윤지(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 연구위원)

 

 

  1. Baumol, W. J. & Bowen, W. G.(1966), Performing Arts : The Economic Dilemma, New York : The Twentieth Century Fund [본문으로]
  2. ‘Beyond Price’(2008), Hutter, M, & Throsby, D(eds), Cambridge Univ. [본문으로]
  3. 이에 대해서는 ‘박스오피스 경제학(김윤지, 2016 어크로스)’ 참조 [본문으로]

※ 본 글의 내용은 한국콘텐츠진흥원의 견해와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프랑스 쿡방 탐구, 톱 셰프 VS 르메예유파티시에

상상발전소/방송 영화 2018.01.12 17:00 Posted by 한국콘텐츠진흥원 상상발전소 KOCCA

 

TV 음식 프로그램, 쿡방이 우리나라에서만 인기가 높은 것은 아닙니다. 해외에서도 쿡방은 대세로 자리잡았는데요. 음식의 천국, 미식의 나라인 프랑스에서도 쿡방이 인기입니다. 프랑스는 전문 셰프나 파티시에, 블랑제 못지않게 실력을 자랑하는 이들이 많은데요. 여러 쿡방 중에서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경연 프로그램이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오랜 기간 동안 높은 시청률을 자랑하며 프랑스 국민의 미각과 요리 욕구를 자극하는 프로그램 두 개를 소개합니다.

 

 

 

M6 방송채널은 예능 프로그램을 비롯해 삶의 다양한 방식을 보여주는 프로그램 위주로 구성되어 있는데요. 이 중 <톱 셰프>(Top Chef)는 제목 그대로 최고의 셰프를 겨루는 프로그램입니다. 프랑스와 벨기에 전국의 셰프 지망생들이 자신의 레시피로 출연 신청을 하면 셰프가 직접 방문해 음식 맛을 보고 순위를 정하며 최고의 요리사를 가립니다. 20102월에 시작한 이 프로그램은 매주 월요일 저녁 855분에 시작하였으나, 2017년 시즌 8부터는 수요일 저녁 9시로 방송시간이 변경되었습니다. 매회 2시간이 조금 넘게 방영되는 <톱 셰프>는 시즌 1부터 현재까지 12%에서 18%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탄탄대로를 달리고 있습니다.
<톱 셰프>가 시청자를 사로잡는 비결은 무엇일까요? 아마도 시청자들이 프랑스 구석구석을 찾아가는 심사위원 셰프와 함께 여행하는 기분을 느끼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매번 참가자에 대한 소개가 시작되면 셰프는 직접 차를 몰고 자연과 도심을 넘나드는 다양한 풍경을 전하며 참가자의 집에 도착합니다. 참가자들은 자신의 롤모델을 눈앞에서 보는 듯 감격의 눈물을 흘리기도 하고, 주변의 가족등 또한 기쁨을 감추지 못합니다. 여기에 참가자들의 간절한 꿈과 구구절절한 사연이 감동을 배가시키지요. 마지막으로 참가자 자신만의 개성을 담은 요리를 선보입니다. 프랑스 특유의 미적 감각기 고스란히 드러난 요리들은 그 자체로 예술입니다.
참가자의 요리는 셰프가 주는 별의 개수로 평가되는데요. 평가과 함께 셰프는 요리에 대한 조언과 자신의 노하우를 공개합니다. 요리와 음식을 사랑하는 프랑스 시청자들이 이 프로를 주목할 수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이렇게 선발된 참가자들은 경연을 통해 시즌별로 최종 톱 셰프로 선정됩니다. 현재 방영중인 시즌 8은 전문가 경연대회로, 시청자들에게 프랑스의 요리의 전통과 혁신을 동시에 전달하며 호평을 받고 있습니다.

 

 

 

 

파티시에(Pâtissier)는 프랑스어로 케이크, 과자 파이 등을 만드는 제과전문가를 말합니다. 베이커에 해당하는 바게트를 비롯한 빵을 만드는 사람은 프랑스어로 블랑제(Boulanger)라 하여 파티시에와 구분됩니다. 프로그램명 르메예유파티시에(Le Meilleur Pâtissier)는 최고의 파티시에라는 뜻입니다.
2012년부터 방영되기 시작한 본 프로그램은 프랑스 전역에서 모여든 아맟파티시에들로 긴장감과 흥미를 더했습니다. 참가자들의 연령층은 20대부터 60대까지 폭이 넓으며, 도시와 시골 그야말로 전국에서 몰려든 다양한 직업을 망라합니다. 참가자들의 다양한 개성이 본 프로그램의 큰 재미요소이지요. 역대 수상자들의 직업은 항공엔지니어, 미용사, 간호사, 운전수, 모델, 박사과정, 주부, 퇴직자, 무직자에 이르기까지 실로 다양합니다.
한편 매년 인기리에 시리즈들이 전개되면서 2016년에는 VIP시리즈로 유명인사가 참가하기도 하였습니다. 가수, 코미디언, 럭비선수는 물론 미스 프랑스까지 본 프로그램에 참가해 시청자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했습니다.
제한된 시간에 미션을 완수해야 하는 참가자들의 긴장된 모습은 시청자들 또한 긴장하게 만드는데요. 심사위원들의 날카로운 지적은 때로 시청자들도 민망하게 만들만큼 냉정하지만, 참가자들은 결코 좌절하지 않습니다. 뿐만 아니라, 중간에 실수로 음식을 망치거나 마감 시간을 알리는 종이 울렸음에도 케이크가 미완성된 상황도 고스란히 방영되어 실감을 더합니다.
이처럼 희로애락이 교차하면서 순위가 계속 뒤바뀌고 최종 수상자가 결정되기까지 방송은 환희와 눈물, 감동을 섞어 극적인 드라마를 연출합니다. 답답한 방송국 세트를 벗어나 전원의 성을 개조한 촬영장 또한 시청자들의 시선을 사로잡지요.
한편, 본 프로그램은 올해 52일에 시즌 6을 시작하면서 메이예유파티시에 레프로패셔널(Meilleur Pârissier les profwssionnels)’, 즉 파티시에- 전문가 편으로 새롭게 단장했습니다. 2016년 방영되었던 시즌 536백만 명이라는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며 막을 내렸습니다. M6는 프로그램의 성공에 힘입어 여섯 번째 시리즈의 심사위원들을 호화 캐스팅해 업그레이드 총력을 다했습니다.

 

 

2017년 전문가 편에는 심사위원으로 미슐랭 셰프인 시릴 리냑(Cyril Lignac)과 함께 기존의 할머니 블로거 메르코트(Mercotte) 대신 세 명의 남성 셰프가 합류했습니다. 피에르 에르메(Pierre Hermé), 필리프 콘티치니(Philippe Conticini), 그리고 프레데릭 보(Frédéric Bau)입니다. 세 명 모두 세계적인 명성을 지닌 셰프지만, 특히 피에르 에르메는 혁신적인 신세대 마카롱으로 우리에게 잘 알려져 있지요.
심사위원 초호화 캐스팅으로 거듭난 메이예유파티시에의 여섯 번 째 시리즈의 전개에 세간의 기대가 모이고 있습니다. 프랑스 언론들은 앞다투어 이번 캐스팅을 다루며 프레데릭 보는 과연 누구인가?’ 라며 지금까지 방송노출이 없었던 그에 남다른 관심을 보였습니다.
제과, 파티스리(pâtisserie)’는 프랑스의 전통이고 역사입니다. 얼마 전 대통령으로 당선된 마크롱과 발음이 비슷해 마카롱이 또 한번 화제가 됐을 정도입니다. 영부인 브리짓의 친정은 대대로 초콜릿 장인인 쇼콜라티에로 알려졌습니다. 프랑스에서 그들의 파티스리에 대한 애착과 자부심은 상상 그 이상입니다. 그들은 전통을 잇는 것에 그치지 않고, 시대의 변화에 발맞추어 혁신적인 파티스리로 방송에서마저 새 역사를 쓰고 있습니다
 

이화행(파리예술경영대학 EAC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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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글의 내용은 한국콘텐츠진흥원의 견해와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가볍지만 결코 가볍지 않은' : 크리에이터 '대도서관'

상상발전소/방송 영화 2017.11.27 17:00 Posted by 한국콘텐츠진흥원 상상발전소 KOCCA




10시에서 11시 사이가 되면 '대도서관TV' 생방송 알림이 휴대전화 화면에 뜹니다. 꽤 많은 유튜브 채널을 시청하지만 그의 방송은 알림까지 해가며 보게 됩니다. 유튜브에서 대도서관TV를 시청하는 구독자는 150만 명이 훌쩍 넘었습니다. 생방송을 시작하면 5천~1만 명의 시청자가 들어옵니다. 그의 채널에 업로드된 영상만 해도 10월말 기준으로 5천 6백여 개 인데 아프리카 TV에서 유튜브로 넘어온 지 5년째임을 감안하더라도 매우 많은 숫자입니다. 게다가 거의 매일 이어지는 생방송과 편집 영상의 빠른 업데이트는 구독자를 붙들어 놓는 기본적인 요소이지요. 이처럼 인기 크리에이터로서 '부지런함'과 '꾸준함'을 가지고 있는 대도서관은 여기에 '재미'를 더해 확보된 시청자들이 다른 곳으로 빠져나가지 않도록 합니다.





대도서관TV의 가장 큰 줄기는 '게임 방송'입니다. 유튜브에 업로드 된 영상 속 게임만 어림잡아 400여개이며 대부분 게임의 시작부터 엔딩까지 파트별로 편집해 나눠져 있습니다. 대도서관의 방송을 보는 시청자들은 게임 유저와 비유저가 혼재되어 있고 게임을 즐겨하는 시청자의 입장에서는 자신과 다른 방식으로 진행하는 대도서관의 모습을 관람하는 것과 동시에 대도서관이 게임을 진행하는 동안 '길잡이'의 역할을 해줍니다. 자신이 준 힌트를 통해 게임을 풀어가는 대도서관을 보며 희열감을 느끼는 것이죠.



대도서관 방송 - 이미지 출처 : 대도서관TV



게임을 즐겨하지 않거나 게임 실력이 뛰어나지 않은 시청자의 경우라도 대도서관의 게임 컨트롤,몰입감을 높이는 스토리 전달, 리액션 등을 보는 것에 재미를 느낍니다. 타 게임방송과 비교해 대도서관TV에 여성 시청자가 많은 이유 또한 그것입니다. 우리가 흔히 TV 예능 프로그램을 보면서 신나게 웃듯 대도서관TV가 그와 유사한 역할을 하는 셈입니다. 대도서관TV의 또 다른 특징은 플레이어인 대도서관이 뛰어난 게임 실력을 갖고 있지 않다는 사실입니다. 대부분의 유튜버들이 자신의 뛰어난 실력을 다른 이에게 선보이면서 시청자들의 동경을 얻거나 관심을 받는다면 대도서관은 잘하기보다 '재밌게' 하는 것에 주안점을 둡니다. 

게임을 진행하는 동안 캐릭터가 죽기도 하고 하나의 미션을 수행하기 위에 수십 분을 헤매기도 하는데 미션 실패 시 탄식을 내지르거나 잠시 자리를 비우고 마음을 다스릴 때도 있습니다. 특히 공포게임을 할 때 그는 일반 유저와 다름없이 무서운 장면에 소리를 지르거나 크게 반응합니다. 어쩌면 시청자들은 그런 평범한 모습에 공감하고 재미를 느끼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대도서관의 생방송에 들어온 시청자들은 단순히 영상을 보는 것 뿐만 아니라 방송이 끝날 때까지채팅창을 통해서 끊임없이 반응을 쏟아냅니다. 게임을 하는 동안에는 그 속도가 더욱 빠릅니다. 이렇게 시청자들이 대도서관TV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 해답은 대도서관의 방송 진행 방식과 관련이 있습니다. 유튜브 스트리밍을 통해 생방송을 진행하는 대도서관TV는 우선 가벼운 수다와 함께 방송을 시작합니다. 짧게는 30분에서 1시간가량 시청자들과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는데 수다의 내용은 보통 일과를 되짚거나 대도서관이 새롭게 알게 된 사실 같은 것들입니다. 게임을 하는 동안은 채팅창에 올라오는 시청자들의 반응에 충분한 리액션을 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시청자들도 이 시간을 적극 활용해 대도서관과 이야기를 나누게 됩니다. 이런 수다를 떠는 시간 조차도 하나의 콘텐츠가 되어 '수다 방송'이라는 이름으로 대도서관TV에 게재됩니다. 그렇게 수다를 통해 시청자들과 유대관계를 다진 상태에서 게임에 돌입하기 때문에 시청자들의 반응이 한층 더 뜨거운 것이죠. 

시청자들이 대도서관과의 수다를 좋아하는 또 다른 이유는 바로 그의 '솔직함'입니다. 생방송은 편집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내용이 걸러지지 않은 채로 시청자들에게 그대로 전달되는데 이는 진행자에게 위험부담으로 돌아오기 마련입니다. 그래서 으레 추상적인 답변이나 형식적인 위로를 건네기 일쑤이지만, 대도서관은 그런 법이 없습니다. "나는 그렇게 생각해"로 시작하는 그의 답변은 주관적이지만 명쾌한 해설과 함께 자신의 관점을 설득시키는 매력이 있습니다. 그런 면이 시청자들에게 진심으로 다가오는 모양입니다. 대도서관의 은근하지만 진심이 담긴 위로에 힘을 얻는 시청자들이 자신의 고민을 툭 터놓고 이야기하는 경우가 꽤 많다고 합니다.



'수다방송' - 이미지 출처 : 대도서관TV






직접 만나본 대도서관은 유명 크리에이터로서 자신이 해야하는 역할에 대한 이해가 깊고 그에 따르는 책임감이 남다른 사람이었습니다. 단순히 현재 가진 인기에 안주하는 크리에이터가 아닌 1인 미디어 산업의 미래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고 전망하는 통찰력까지 겸비하고 있었습니다. 판교에 위치한 대도서관의 자택에서 이뤄진 인터뷰를 담아봤습니다.


Q. 본인 소개를 직접 부탁드립니다. 

대도서관 : 안녕하세요. 저는 유튜버이자 1인 크리에이터라는 직업을 가지고 있고, 7년 정도 활동을 했습니다. 유튜브로 방송한 지는 5년 정도 된 것 같네요. 

Q. 꽤 오랜 시간 다양한 플랫폼을 통해 방송을 해왔는데, 처음에는 채팅사이트에서 음악방송을 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때와 지금의 가장 두드러지는 차이점은 어떤게 있을까요? 

대도서관 : 일단 스마트폰이 대중화되면서 여러 변화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일반 가정에서도 그 영향을 발견할 수 있는데, 과거에는 거실에서 TV를 다같이 시청했기 때문에 주로 부모님에게 채널 선택권이 집중되었다면 지금은 부모님은 TV로, 아이들은 스마트폰으로 각자의 콘텐츠를 시청할 수 있게 됐습니다. 그러면서 1인미디어에 대한 관심과 접근성이 자연스레 높아졌죠. 커뮤니티를 통해 콘텐츠를 시청하면서 적극적으로 소통하는 문화도 더욱 확산되었습니다. 특정 콘텐츠를 시청하면서 동시에 채팅, 댓글로 소통하는 것을 '불판 달린다'라고 하는데 이런 부분이 활성화 될 수 있는 이유가 바로 감정 공유의 매력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혼자서 보지만 혼자서 보지 않는 게 되고, 여럿이서 보지만 또 나만의 공간은 확보할 수 있거든요. 콘텐츠의 질도 제가 처음 방송을 시작할 때에 비하면 굉장히 좋아졌습니다. 1인 미디어가 막 생겨나기 시작했을 때는 시선을 끌기 위한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콘텐츠가 많았죠. 이런 콘텐츠는 일시적으로 트래픽을 높일 수는 있지만 그 효과를 절대 지속할 수가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크리에이터 스스로가 기획력을 키우면서 콘텐츠의 질을 높이는 것이 필요합니다. 저도 콘텐츠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 제작비에 많은 투자를 하려고 합니다. 물론 이 부분은 어느 정도 채널 운영이 안정 궤도에 오른 후에 가능한 것이기 때문에 새롭게 시작하는 분들에게는 쉽지 않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기획력이 중요합니다. 이런 부분이 갖춰지지 않으면 크리에이터로서 지속적으로 콘텐츠를 생산하기 쉽지 않을 겁니다. 

Q. 인터넷과 기존 미디어(TV, 라디오 등)에서 1인 미디어, 크리에이터의 위상의 변화에 대해 이야기 해주신다면요? 

대도서관 : 요즘은 레거시 미디어에서도 1인 미디어의 콘텐츠 포맷을 활용한 경우를 많이볼 수 있습니다. 실시간 방송과 채팅의 방식을 그대로 방송에 옮겨온 <마이 리틀 텔레비전>(MBC) 뿐만 아니라 최근에 나영석 PD가 연출한 <알쓸신잡>, <신서유기>(tvN) 등은 실제 유튜브 채널에 올라오는 클립들과 굉장히 유사한성격을 가지고 있어요. 예를 들어 여행을 떠나서도 그 지역의 특산품, 유명 관광지 등만을 찾아가는 것이 아니라 각 출연진이 '가고 싶은 곳', '먹고 싶은것'에 집중하는 것이죠. 말 그대로 '그냥 노는' 거예요. 대화도 마찬가지입니다. 다양한 주제를 쏟아내요. 대본이나 콘티가 짜여져 있는 기존의 프로그램들과는 차별화가 확실히 있죠. 하지만 아직 1인 미디어에 대한 이해나 크리에이터의 위상은 부족한 점이 많습니다. 이런 면에서 저는 이름이 알려진 크리에이터로서 책임감을 느끼는 게 사실이에요. 1인 미디어가 여러모로 많은 영향을 끼친다고 생각하거든요. 강연이나 정부 기관이 주도하는 협의회나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것 또한 크리에이터로서 1인 미디어에 대해 '제대로' 알리고 싶어서 입니다. 

Q. 1인 미디어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굉장히 높습니다. 요즘 초등학생들의 장래희망이 크리에이터라고 하는데 실제로 유망 직업이라고 생각하시나요? 

대도서관 : 저는 그렇다고 생각해요. 일단 사람들의 취미와 관심사가 굉장히 다양해지고있고요. 영상 제작 프로그램이나 플랫폼이 워낙 잘되어 있어서 제작에 큰 어려움이 없기 때문이죠. 저는 인생에서 '성취감'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사실 학교에서 공부를 통해 성취감을 얻는 아이들은 극히 일부입니다. 그래서 아이들이 게임에 몰두하는 거예요. 노력한 만큼 즉각적인 보상이 주어지기 때문입니다. 유사한 맥락에서 수익성을 배제하더라도 1인 미디어는 본인이 직접 기획, 제작하고 시청자를 통한 반응을 얻을 수 있다보니 성취감을 얻을 수 있는 긍정적인 면이 굉장히큽니다. 다만 생방송의 경우, 자신이 방송상에서 던진 발언이 돌이킬 수 없는 위험이 있다는 것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어야 합니다. 특히 청소년 크리에이터의 부모님은 자녀가 제작하는 콘텐츠에 대해 정확히 이해하시고 아이들이 어려움에 빠지지 않도록 도와주실 필요가 있습니다. 이미 직업으로 크리에이터를 생각하고 계시다면 비즈니스적인 마인드도 반드시 키워서 MCN 사업자, 광고주 등과의 미팅에서 자신을 충분히 어필하고, 안정적인 수익을 얻을 수 있게끔 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Q. 하지만, 선정성, 지나친 상업성 콘텐츠 등 어두운 면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러한 콘텐츠에 아이들이 쉽게 노출될 수 있는 부분도 우려되는 사항 중 하나인데, 이런 부분을 자정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요? 

대도서관 : 크리에이터와 시청자, 그들의 부모 모두를 위한 리터러시 교육(literacy)이 필요합니다. 지금 게임, 유튜브 등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이 아이들에게 집중되어있는데, 사실 아이들도 무엇이 나쁘고, 해선 안되는 것인지에 대한 판단이 이미서 있습니다. 다만 통제가 어려운 것이죠. 그렇기 때문에 부모님들도 1인 미디어에 대한 완전한 이해가 수반되어야 합니다. 특히 청소년 크리에이터의 부모님들의 경우에는 앞서 이야기했듯, 자녀가 만드는 콘텐츠가 타인에게 피해를 입힐 수도 있다는 것을 확실히 이해하시고 제작과 방송 과정에 개입하셔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제작자의 문제도 있지만 MCN 등 관련 산업의 정책 결정권을 가지고 계신 분들도 의외로 1인 미디어에 대한 이해도가 낮아요. 전반적인 교육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Q. 국내 1인 미디어가 글로벌 시장에서도 승산이 있을까요? 

대도서관 : 우선 유튜브는 이미 글로벌 유통이 가능한 플랫폼이니 기획 면에서 생각해보면 '비언어적 콘텐츠'의 경우 글로벌 시장에서 충분히 승산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키즈콘텐츠, 댄스, 음악 등이 해외의 구독자를 확보할 수 있는 좋은 콘텐츠죠. 특히 케이팝과 관련한 콘텐츠는 한류 팬들이 이미 전 세계에 퍼져 있기 때문에 글로벌 시장에서도 충분히 통할 수 있는 소재라고 생각합니다. 해외는 비교적 문맹률이 높아서 자막 읽기를 힘들어하는 구독자가 많죠. 그렇기 때문에 콘텐츠 자체를 '더빙'하거나 비언어적으로 풀 수 있게끔 현지화를 한다면 글로벌 시장에 나서기가 더욱 좋겠죠.





Q. 현재 한국콘텐츠진흥원에서는 콘텐츠코리아랩을 통해 1인 미디어 제작 시설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문화체육관광부에서도 크리에이터 양성을 위해서 노력 중에 있는데 1인 미디어 산업이 발전하고 또 환경 개선을 위해서 정부기관이 어떤역할을 했으면 하시는지요? 

대도서관 : 많은 일들을 해주실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방금 말씀하신 콘텐츠코리아랩1) (현재 융합선도형 랩을 필두로 10개의 지역기반형 랩을 전국 각지에 조성하고 있으며 2018년 상반기까지 전국 11개 랩 개소를 준비중에있다.)에 있는 1인 미디어 콘텐츠 제작 공간도 그 일환인 셈이죠. 하지만 아직까지는 시설이 많이 부족합니다. 지역이 한정되어 있다보니 접근성의 문제도 있을 수 있고요. 문화체육관광부의 경우에는 앞서 말씀드린 리터러시 교육 및 1인 미디어에 대한 인식개선을 지원해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저는 방송통신위원회의 인터넷 문화 정책 자문 위원회에서 활동하고 있는데 인식 개선을 위한 여러가지 논의들이 서서히 활발해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얼마 전 고척돔에서 <다이아TV페스티벌>이 열렸는데요, 크리에이터들과 팬들이 모여 다양한 행사를 즐겼습니다. 이 날 현장에 무려 4만 4천여 명이 모였어요. LA에서 열리는 비드콘(VidCon)의 참가 인원이 2만 명 정도니까 한국의 1인 미디어 시장이 상당한 규모로 성장했다는 걸 알 수 있죠. 또 그만큼 인프라가 잘 구축되어 있고요. 다만 개인 차원에서는 보다 안정적인 제작 환경을 구축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습니다. 저만해도 저작권료만 1년에 1~2천만 원 정도 지출하니까 신생 크리에이터들은 현실적으로 그런 점이 어렵다고 봐야겠죠. 그래서 이런 부분을 정부에서 영상제작에 필요한 소스를 저렴하게 거래할 수 있는 플랫폼으로 만들면 좋을 것 같습니다. 이러한 지원이 이루어진다면 크리에이터들이 보다 창의성을 발휘해서 질 높은 콘텐츠를 생산할 수 있을 것입니다. 물론 이건 한국의 1인 미디어 시장의 성장과 직결되는 부분이기도 하고요.



대도서관 - 이미지 출처 : CJ E&M



Q. 궁극적으로 가지는 꿈이나 목표가 있다면요? 

대도서관 : 일단 미국의 유튜브 스페이스처럼 한국에도 1인 미디어의 메카로 불릴 수 있는곳이 생겼으면 합니다. 그곳에서 여러 크리에이터가 함께 영상을 만드는 상상을 하기도 합니다. 제 스스로 1인 미디어에 대한 긍정적 반응을 이끌어 내기 위해 인터뷰, 방송 등 굉장히 다양한 방도로 의견을 내세우고 있습니다만 금세 바뀌지는 않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시간을 두고 천천히, 희망을 가지고 멀리 보려고 합니다.



글 송자은(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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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글의 내용은 한국콘텐츠진흥원의 견해와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