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G가 바꾸어 놓을 콘텐츠 세상

상상발전소/콘텐츠이슈&인사이트 2018.07.18 18:49 Posted by 한국콘텐츠진흥원 상상발전소 KOCCA

 

 

 

먼 미래의 일일 것만 같았던 5세대 이동통신(5G)이 어느새 상용화를 앞두고 있다. 평창동계올림픽을 5세대 이동통신의 시범 서비스 데뷔 무대로 만들겠다던 정부와 업계의 목표가 어느정도 성공을 거두면서 상용 서비스도 그리 멀지 않은 일이 됐다. 이제 LTE에 익숙해지나했더니 곧 다음 세대 기술을 고민해야 하는 상황이다.

 

특히 5세대 이동통신은 단순히 빠른 인터넷이 아니라 네트워크를 통해 세상을 바꿀 수 있는 기반 기술서의 의미가 크다. 통신 업계에서는 일반 가입자를 대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네트워크 위에서 가치를 만들어내는 기업들을 통해 가입자들을 만난다고 해서 ‘B2B2C’라는 표현을 쓰기도 한다. 통신 속도가 지금보다 더 빨라야 할 이유가 예전과 달라졌고 5G가 이를 반영한다는 의미다.

 

 

 

 

5G 안테나. 5세대 이동통신은 기존 네트워크와 전혀 다른 가치를 추구한다.

 

 

인터넷을 비롯한 통신의 가장 큰 역할은 콘텐츠를 유통하는 것이었다. 네트워크는 채팅을 주고받거나 게시판의 글을 읽고, 사진을 보는 것에서 시작해 어느새 음악과 영화, 심지어 게임까지 실어 나르는 수단이 됐다. 통신의 속도는 곧 콘텐츠 미디어의 변화와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 인터넷의 보급과 함께 사라진 대표적인 산업이 바로 오프라인 콘텐츠 유통이다. 넷플릭스는 비디오 대여점을 밀어냈고, 아이튠즈는 음반 판매점을 대체했다. 테이프나 디스크, 책 등 ‘미디어’의 가치는 콘텐츠를 담는 데에서 나왔다. 우리가 돈을 주고 사는 것이 음악인지, 음악이 담긴 플라스틱 디스크인지 헷갈리는 것이 콘텐츠였다.

 

하지만 인터넷이 등장하면서 콘텐츠가 형체 없이 유통되기 시작했다. 파일을 내려 받는 것으로 음원을, 영화를 구입할 수 있게 됐다. 심지어 인터넷의 전송 속도가 빨라지고, 연결의 신뢰도가 높아지면서 스트리밍이 자리를 다져가고 있다. 아예 파일 전체를 내려 받는 개념도 희미해지는 것이다.

 

5세대 이동통신은 이전의 통신과 전혀 다른 방향의 진화를 꿈꾸고 있다. 단순히 ‘스마트폰에 영화 한 편 내려받는 데 1초’ 같은 식의 변화가 아니다. 파일을 내려 받는속도뿐 아니라 데이터가 전달되는 물리적인 속도가 그어느때보다 급격하게 빨라지게 된다. 휴대폰으로 가까이에서 통화하다 보면 실제 목소리와 전화 너머의 목소리 사이에 아주 약간의 시차가 있다. 이는 통신 기술의 ‘응답속도(Latency)’로 불리는 현상이다. 온라인 게임이 자연스러워지려면 바로 이 응답 속도가 빨라야 한다.

 

하지만 그 동안의 네트워크는 이 속도를 끌어올리는 노력에 상대적으로 소홀했다. 대신 한 번에 많은 ‘양’을 보내는 ‘데이터 전송률(Bit Rate)’에 더 집중해 왔다. 그리고 5세대 이동통신은 바로 이 응답 속도를 끌어올리는 것이 가장 중요한 통신망이다. 기존 네트워크보다 10배 수준으로 응답 속도가 빨라지고, 네트워크 범위를 넘어서도 ‘실시간’을 유지할 수 있다. 당장 이 빠른 응답 속도를 활용할 방법들이 거의 모든 산업에서 일어나고 있다.

 

네트워크 세상에서 ‘기다림’은 당연한 일이 아니다. 하지만 우리는 어느새 기다리는 데에 익숙해져 있었고 그 틀을 깨는 것에서 5세대 이동통신의 혁신이 시작된다. 모든 업계가 당장의 필요성을 떠나 5G 기술에 집중하는 이유다.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5G와 VR기술의 결합은 중요한 화두였다.

 

 

콘텐츠 업계도 이 변화를 예민하게 바라볼 수밖에 없다. 어떻게 보면 통신 환경에 따라 가장 급격하고 예민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는 게 바로 콘텐츠산업이기 때문이다. 기회가 될 수도, 독이 될 수도 있다. 그리고 새 기술에 대한 고민을 미루다가는 후자가 될 가능성이 높다.

 

당장 5G와 콘텐츠의 결합에서 가장 많이 이야기되는 것이 바로 가상현실이다. 가상현실이라고 하면 으레 VR(Virtual Reality)을 떠올리는데 증강현실로 부르는 AR(Augmented Reality)을 함께 아우르는 개념으로 보는 것이 옳다. 구분을 위해서 MR(Mixed Reality, 혼합현실)같은 말도 대중화되고 있는데, 가상현실 시장의 발전은 이 두 개념이 합쳐지면서 비로소 시작된다.

 

그렇다고 해서 가상현실과 5G 네트워크 사이의 관계를 요즘 우후죽순처럼 늘고 있는 VR 체험존에서 찾을 필요는 없다. VR 체험존처럼 고정된 공간에서 가상현실을 누리는 환경이라면 아직까지는 잘 꾸려진 와이파이 환경으로도 충분히 운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선을 끊고, 공간의 제약을 끊는 것이 무선 네트워크의 개념이듯 가상현실 역시 공간을 벗어나는 것에서 출발한다.

 

그런데 왜 가상현실과 차세대 이동통신 기술이 밀접하게 묶이는 것일까? 가상현실은 통신의 두 가지 속도 변화를 모두 끌어안기에 유리한 매체다. 가상현실은 쉽게 말하면 눈앞에 헤드셋을 쓰는 것으로 우리가 가상의 공간에 들어가는 것 같은 환경을 말한다. 실제같은 느낌을 만들어내기 위해 이 가상현실 헤드셋은 고개를 돌리거나 걸음걸이 등 움직임을 읽어내 그에 적합한 화면을눈 앞에 보여준다. 이 때문에 가상현실은 옆, 뒤는 물론이고 위, 아래까지 모든 면을 미리, 그리고 동시에 그려야 한다. 우리가 기존에 모니터로 바라보던 화면이 하나의 평면만을 그려내는 것과 비교하면 컴퓨터의 성능은 물론, 읽어 들여야 하는 데이터의 양이 몇 배는 늘어난다는 이야기다. 더 많은 데이터를 손실 없이 빠르게 실어 나르는 통신망의 필요성이 여기에서 나온다.

 

특히 지금 가상현실의 가장 큰 약점으로 꼽히는 것이 해상도인데 5G는 이 부분을 해소할 수 있는 방법으로 꼽힌다. 물론 그 안에는 디스플레이의 해상도와 고해상도 이미지를 처리할 수 있는 컴퓨터의 성능도 필요하지만 그만큼 중요한 것이 1시간에 몇 기가바이트(GB)씩 되는 데이터를 안정적으로 주고받을 수 있는 통신 성능이다.

 

가상현실에 필요한 통신의 또 다른 조건은 응답 속도에 있다. 이 가상현실이 지금 게임이나 체험 영상 등 대체로 혼자 이용하는 콘텐츠에 쓰이는 이유는 그 공간에 다른 사람이 들어오기 어렵기 때문이다. 내 가상 공간에 누군가 함께 한다는 이야기는 서로 상호 작용이 있어야 하는데, 가상 공간에서는 반응 속도가 지연되면 그 어색함이 배가된다. 이 응답 속도를 실시간이라고 느낄만큼 빨라져야 콘텐츠의 한계가 줄어들 수 있다. 가상현실 업계가 5G에 가장 기대하는 것이 바로 이 부분이다.

 

스포츠 대회는 가상현실 업계가 가장 주목하는 분야 중 하나다. 올 2월에 열린 평창동계올림픽에서도 5세대 이동통신과 가상현실 기술의 결합은 중요한 화두였다. 물론 상당 부분은 통신업계가 5세대 이동통신 기술의 우수성과 당위성을 알리기 위해 무리해서 짜낸 면도 있다. 하지만 특정 선수의 시야에서 스포츠 경기를 볼 수 있는 기술은 경기를 보는 재미를 한껏 높였다. 특히 경기장 곳곳에 VR을 촬영할 수 있는 카메라를 두고, 이를통해 경기 내용을 중계하는 서비스도 이뤄졌는데, 값비싼 티켓을 구입하지 않아도 헤드셋을 쓰는 것만으로 경기장의 가장 좋은 자리에 앉아 있는 것 같은 효과를 느낄 수 있다. 단순한 느낌이 아니라 가장 실감나는 방법으로 경기를 즐기는 것이다.

 

이는 영화 콘텐츠로도 확대된다. 인텔은 지난 1월 CES2018(소비자 가전 박람회)의 기조연설을 통해 가상현실과 콘텐츠의 접목을 강조했다. 그 중에서도 눈에 띄는 것은 LA에 설치한 볼륨메트릭 스튜디오(Volumetric Studio)다. 이 촬영소는 아주 넓은 공간에 100대의 가상현실 카메라를 설치해두고 동시에 같은 장면을 촬영하도록 설비됐다. 여러 대의 카메라가 사물을 찍기 때문에 사람을 비롯한 모든 사물의 입체 데이터를 만들어낼 수 있다. 촬영 결과물이 화면을 이루는 2차원적인 ‘점’을 의미하는 ‘픽셀(Pixel)’이 아니라 3차원으로 구성된 공간 정보를 담는다고 해서 이를 ‘복셀(Voxel, Volume+Pixel의 조합어)’이라고 부른다.

 

어떤 장면이라도 놓치지 않고, 기존 촬영 기법에서 벗어난 결과물을 만들어낼 수 있다. 대신 이 결과물은 기존의 영상들보다 수 십, 수 백 배 크고, 서로 다른 카메라로 찍은 화면들이 정확한 타이밍에 연결돼야 하기 때문에 통신의 실시간 요소와 대용량 처리 기술이 모두필요하다.

 

 

 

 

태양의 서커스 공연팀은 홀로렌즈의 증강현실 기술을 이용해 무대를 설계,
실제 현장을 반영하기 때문에 결과도 좋고 안전성도 높아진다.

 

 

당장 이 가상현실이 5세대 이동통신 기술과 합쳐지면서 크게 영향을 끼칠 영역은 VR보다 증강현실 쪽이다. 증강현실은 공간을 가상화하는 VR과 달리 현재 위치에 가상의 물체들을 입히는 기술이다. 한 동안 크게 유행했던 ‘포켓몬 고’ 게임은 가장 대표적인 증강현실 콘텐츠다. 이후 이를 흉내 낸 다양한 게임들이 선보였고, 스마트폰이나 PC 환경에서 증강현실 콘텐츠를 쉽게 만들고, 즐길 수 있는 개발 환경도 만들어지면서 증강현실은 점차 산업의 한 분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증강현실은 이미 우리가 떠올릴 수 있는 가장 완성도 높은 가상현실의 한 분야로 꼽힌다. 영화 ‘킹스맨’을 보면 세계 각국의 요원들이 각자의 공간에 있지만 증강현실과 홀로그램을 통해 킹스맨 회의실에 모이는 장면이 나온다. 기술이 공간의 제약을 허물어버린 셈이다. 이 영화 속 그림은 아직 완벽하게 구현할 수는 없지만 그 기본은 네트워크의 실시간성에 있다.

 

특히 증강현실은 게임으로 인기를 얻기는 했지만 산업 분야에서 활발하게 연구를 이어 온 분야다. 공장 자동화나 건축, 인테리어 등에는 이미 상용 서비스가 이뤄지고 있다. 그 기반 기술들이 문화 콘텐츠로 연결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태양의 서커스’는 증강현실을 이용해 공연 무대를 설계하는 기술을 갖고 있다. 헤드셋 형태로 쓰는 마이크로소프트의 홀로렌즈를 이용한 것으로, 무대 현장 공간을 읽어 들이고 그 안에 실제 크기로 가상의 무대 구조물들을 직접 배치한다. 주변 환경에 따라 소재나 색 등을 미리 손 볼 수도 있다. 특히 배우들의 연기도 미리 입력해 두었다가 가상의 무대 위에서 배우들이 연기하는 동선도 가상으로 확인할 수 있는 것이 눈길을 끈다. 물론 무대를 만들 때 여전히 실측이 중요하지만 해당 공간에서 공연 전체를 미리 확인하는 것으로 공간 활용과 안전 등을 두루 챙길 수 있다.

 

증강현실은 실제 공간을 직접 활용하기 때문에 네트워크 환경의 관리와 통제가 쉽지 않다. 증강현실도 VR 기반의 가상현실과 마찬가지로 데이터의 양이 중요한데다가, 현실 공간과 가상의 콘텐츠가 지연없이 실시간으로 매끄럽게 연결돼야 한다. 데이터 처리량과 지연 없는 통신 기술을 뽐내기 좋은 콘텐츠라는 이야기다. 개인적으로는 인기 있는 운동 경기를 증강현실로 끌어와 다른 지역의 경기장에 증강현실로 보여주는 기술이 이 증강현실과 콘텐츠가 연결되는 사례의 완성 단계가 아닐까 생각한다.

 

런던에서 열리는 축구 경기를그대로 증강현실로 담아 상암 월드컵 경기장의 잔디 위에 가상의 선수들로 뿌려주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아이돌 그룹의 콘서트 등에 반영할 수 있다. 지역에 관계 없이 공간과 시간의 제약을 없애는 것이 바로 이 가상현실의 궁극적인 목적이고, 5세대 이동통신은 바로 그 제약을 무너뜨리는 발판이 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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