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P와 카세트테이프가 소환하는 소유와 경험의 음악”

상상발전소/음악 패션 공연 2017.12.27 17:00 Posted by 한국콘텐츠진흥원 상상발전소 KOCCA



2017 4차 산업혁명을 중심으로 한 디지털 시대 기술 담론의 확산 속에서 복고적인 아날로그 콘텐츠의 재등장과 유행이 이목을 집중시켰습니다. 디지털(digital)은 숫자를 뜻하는 디지트(digit)”에서 유래하며 특정한 최소 단위를 갖는 0 1의 이산적(離散的)인 수치를 이용하여 데이터를 처리하는 방식입니다.

이에 반해 아날로그(analogue)는 빛의 밝기, 소리의 크기, 바람의 세기 등 외부 원인에 의해 연속적으로 변하는 것을 물리량으로 나타내는 방식으로 인간이 자연에서 얻는 대부분의 신호는 아날로그라 할 수 있습니다.





Herbert Haffner(2011) - 이미지 출처 : <음반의 역사> p.189/p.196, 수정 인용



음악을 디지털 방식으로 저장하는 기술이 발달하며 CD, MP3와 같은 저장매체가 등장한 뒤,  LP(바이닐, Vinyl)와 카세트테이프는 역사 속으로 사라질 것으로 예상되었습니다. 

1964년 쇤마커스가 카세트테이프와 카세트를 위한 기기의 특허를 신청하고 1965년 상업적인 음악 카세트(Musi Cassette)가 시장에 등장하자 신기술인 카세트테이프가 LP를 시장에서 사라지게 할 것이라는 우려가 높아졌습니다. 카세트테이프는 1978년 최초로 디지털 녹음기술을 활용한 CD(Compact Disc)CD 플레이어가 개발되고 1982년 카라얀(H. von Karajan)이 최초로 CD 시제품을 선보이면서 LP와 함께 역사 속으로 사라지는 듯했습니다. 하지만 최근 아날로그에 대한 감성과 취향이 재등장한 것은 음악산업에도 간과할 수 없는 변화가 일고 있음을 말해줍니다.







다국적 컨설팅 기업 PwC 2016년 전 세계 약 472억 달러이던 시장 규모가 2021년까지 연평균 성장률3.5%로 꾸준하게 성장할 것으로 예측합니다. 국제음반산업협회(IFPI)에 따르면, 2016년 세계 음악시장 규모는 2015년 대비 5.9% 증가한 157억 달러( 17 8,000억 원)로 집계되었습니다. 두 기관 모두 디지털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와 라이브 음악 공연시장의 성장을 세계 음악산업의 성장 요인으로 꼽으며 음반시장이 지속적으로 하락할 것으로 예측했습니다.

이렇듯 쇠락해가는 레코드 실물(physical formats) 음반 시장에서 LP와 카세트테이프의 역주행은 놀랍기만 합니다.



 

아날로그 음악 레코드 음반시장 가운데 디지털 음원(다운로드스트리밍모바일), 실연권(Performance Rights)1), 싱크로나이제이션(Synchronisation) 부문을 제외한 실물 음반이며이 가운데 디지털 저장 방식인 CD, DVD, 블루레이를 제외한LP와 카세트테이프 음반을 의미합니다.

 
* 실연권(Performance Rights)1) : 가수나 연주자, 배우 등 저작물을 연기·무용·연주·가창·구연 등 그 밖의 예능적 방법으로 표현하거나 저작물이 아닌 것을 이와 유사한 방법으로 표현하는 하는 자에게 주어지는 권리



1997년부터 2016년까지 세계 LP 음반시장은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습니다. 세계 49개 국가에서 LP 판매량은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LP 판매 수익은 23.5%라는 두 자릿 수 성장세를 기록하며 2016 5 6천만 달러(US $) 이상의 규모를 보였습니다.

국제음반산업협회(IFPI, 2017)에 따르면, 2015 3,170만 장 판매된 LP 2016 3,750만 장으로 증가했고 올해 4,000만 장을 넘길 것으로 추산됩니다.



세계 LP 판매량 추이 (1997~2016) - 이미지 출처 : IFPI(2017) <Global Music Report> p.55





LP 판매 글로벌 10대 시장 - 이미지 출처 : IFPI(2017) p55 재구성 인용



세계에서 가장 큰 음악시장을 가지고 있는 미국에서 LP 판매량은 급증하고 실물 음반시장 점유율도 28%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대체로 음악시장 규모와 LP 판매량이 유사한 순위로 나타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특이한 점은 우리나라를 비롯해 노르웨이, 덴마크, 호주 등 디지털 음악 스트리밍으로 전환이 빠른 국가에서 LP의 판매량도 동시에 급증한다는 것입니다. 아날로그와 디지털화가 동반 성장하는 양면성이 특징입니다.

또한 아날로그 음악 유경험자인 50~60대 중장년층 외에도 10~30대의 청년층에서 LP와 카세트테이프 소비가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 고무적인데요. 러시아나 중국과 같이 스트리밍 중심의 신흥 디지털 음악시장에서도 남들과 다른 방식으로 음악을 즐기고 깊이 관여(engage) 하고 싶은 수용자들이 낮은 수치지만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습니다.





세계 디지털 음악시장의 범례(legend)로 인식되는 한국에서도 최근 LP와 카세트테이프 등 아날로그 음반에 대한 관심과 소비가 증가되는 추세입니다. 2004 <서라벌레코드> LP 생산라인을 중단하면서 명맥이 끊겼으나 2017 6 1일 성수동에 마장뮤직앤픽처스가 <바이닐팩토리>를 론칭하면서 부활했습니다.



국내외 LP음반 발매 사례 - 이미지 출처 : 구글 이미지 재구성



최근 홍대와 종로 인근을 중심으로 LP 음반 소매점과 감상실, 카세트테이프 소매점이 새롭게 개점하고 오래된 가게들이 단장을 새롭게 하는 등 운영에 활기를 띠고 있습니다. 최근 11월 동교동에 문을 연 팝시페텔을 비롯하여 홍대 인근의 김밥레코즈, 시트레코드, 클리크레코드, 토이레코드를 비롯하여 이태원의 레코드잇슈, 방배동의 룸360 등이 LP를 판매하고 있고 마포의 도프레코드, 황학동 돌레코드 등 카세트테이프 판매처도 증가하고 있습니다.



정품 음반 구입 이유 - 이미지 출처 : 한국콘텐츠진흥원 (2017). <2016 음악산업백서>. P318 수정 인용



또한 버스커 버스커, 아이유가 한정판으로 LP 음반을 발매하고 K-Pop 아이돌 그룹인 샤이니가 카세트테이프를 1,000개 제작하여 완판되었으며 추가 제작에 들어가기도 하였습니다. 이는 팬 굿즈(fan goods)’ 성격이지만 젊은 뮤지션들 사이에서도 LP와 카세트테이프 음반 발매가 늘어나고 있음을 의미하는데요.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행한 <2016 음악산업백서>에 의하면 음악 콘텐츠 이용자가 실물 음반을 구입 · 소유하고자 하는 이유는 소장 가치와 팬덤의 영향력이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음반으로 소장하고 싶은 소유 욕구와 뮤지션에 대한 팬덤(선호도) 외에 음악 감상 시 경험할 수 있는 만족감과 주관적인 가치 차이 때문이라는 의견이 높게 나타났습니다. 실물 음반이 음질과 성능이 더 좋게 느껴진다는 점, 다운로드·스트리밍 방식보다는 음반을 더 선호한다는 점 등 다양한 의견으로 나타났으며 이는 음악 청취 시 경험하게 되는 개인의 만족감과 취향 차이, 음반을 듣기 위한 일련의 행위들로 여겨집니다.




LP와 카세트테이프라는 아날로그 음악 외에 다양한 장르에서 아날로그 콘텐츠가 진일보한 기기들과 함께 수용자의 관심과 구매 욕구를 자극하기도 합니다. 디지털카메라와 고화질 스마트폰이 등장하며 필름 카메라는 어느새 설자리를 잃었습니다. 1881년 창립되어 영화·영상 시대를 연 코닥(Kodak)’ 2012년 파산 보호 신청 후 2013년 구조 조정했으며 1867년 창립된 아그파(AGPA) 필름도 2005년 파산하는 등 필름이 사진의 역사에서 사라질지 모른다는 전망이 있었습니다. 1948년 즉석 사진의 역사를 개척한 폴라로이드(Polaroid)사 역시 2001년 법원에 파산 보호 신청을 하고 2008년 즉석카메라와 필름의 생산 중단을 발표했었죠. 하지만 2011년 폴라로이드 사진에 대한 향수를 기반으로 2017년 새로운 제품 ‘One Step 2’를 출시하며 단종된 제품의 재판매를 시작하고 재기에 나섰습니다.



뉴 슈퍼 마리오 브라더스 - 이미지 출처 : 한국 닌텐도 공식 홈페이지



아날로그 게임은 3D · VR 기술을 활용한 최첨단 게임의 성장 속에서도 오락실 게임기나 비디오 콘솔 게임기와 같은 아날로그적인 게임기기의 판매량이 중장년층을 중심으로 급증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습니다.대표적인 아날로그 게임 중 하나였던 <슈퍼마리오>는 아날로그적인 감성과 현대적인 감성을 섞은 <뉴 슈퍼마리오>로 큰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LP와 카세트테이프의 재등장으로 디지털화 일변도였던 음악산업 구조에 새로운 활력을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되면 향후 음반산업 구조가 재편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국제음반산업협회IFPI(2017)의 진단처럼 LP, 카세트테이프로 대표되는 아날로그 음악의 부활은 음악 콘텐츠 이용을 다음 두 가지 관점에서 바라보게 합니다.



 소비모델(consumption model)”

음악의 디지털 소유 양식인 CD, DVD와 같은 저장매체의 쇠락과 다운로드 서비스를 통한 음원 소유의 급감 현상이 지속될 전망

이와 반대로 디지털 음원 스트리밍의 급부상은 디지털 음악은 접속(access)을 기반으로 한 소비모델을 구축할 것으로 전망


 소유모델(ownership model)”

음악의 아날로그 소유 양식인 LP와 카세트테이프의 성장이 연쇄적으로 나타날 것이며 아날로그 음반을 재생할 수 있는 턴테이블과 스피커(고정성), 카세트와 워크맨(이동성) 같은 기기의 재등장으로 이어질 것
잘 만들어진 물리적인 실체로서 LP를 소유할 수 있다는 만족감과 직접 사람이 곡을 선택하고 재생시킨다는 체험을 바탕으로 아날로그 음악은 수집(collection)을 기반으로 한 소유 모델을 구축할 것으로 전망



산업적 측면에서는 음악과 ICT 기술을 접목한 서비스가 확장되고 개개인들이 음악을 감상하고 즐기는 방식이 다양해지면서 음악산업의 외연은 계속 확장되어 나갈 것으로 예상됩니다.

또한 디지털과 아날로그가 동반 성장하며 상호 견인할 것으로 보입니다. 인공지능(AI) 기술 개발과 음성비서를 장착한 스피커 시장이 성장하고 사물인터넷 환경이 조성되면서 디지털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는 보다 폭발적으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LP와 카세트테이프의 재등장은 음반 제작사와 관련 재생기기를 생산하는 업체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국내 시장에서 LP와 카세트테이프 등 아날로그 음반 제작이 아직 수익을 창출한다고 보기에는 생산량이 미미한 수준이기 때문에 단순히 복고의 유행이라는 접근 방식에서 벗어나 산업적인 효과를 창출할 수 있는 전략과 방향을 제시할 필요가 있습니다.

한편 디지털 기술이 급속도로 적용되는 콘텐츠산업 장르에서도 아날로그 콘텐츠의 유행과 재발견은 계속될 것으로 전망되는데요. 사람들은 아날로그와 디지털화가 공존하는 세계에서 콘텐츠를 경험 · 향유할 것이고 콘텐츠에 대한 취향과 소비의 세분화는 지속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디지털 사회로 진입할수록 보다 정서적이며 오감의 만족을 추구하는 사람들의 욕구가 증가해 아날로그 콘텐츠의 확산이 단기간의 유행에 그치지 않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결국, 아날로그 콘텐츠에 대한 재평가와 관심은 감성과 공감, 질감과 체험이라는 인간적인 신호와 문화를 복구하기 위한 현상으로 볼 수 있습니다.


글 성미경 (KOCCA 정책개발팀 책임연구원)



위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자세한 내용을 다운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 본 글의 내용은 한국콘텐츠진흥원의 견해와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