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1일, ‘마장뮤직앤픽처스’는 자체 개발한 LP 프레스 기계의 성공적 가동을 알리기 위해 기자간담회를 가졌습니다. 국내 유일의 LP 생산 설비·시스템을 보유한 ‘마장뮤직앤픽처스’를 향한 관심과 기대는 실로 뜨거웠는데요. 지난 몇 달 사이 ‘마장뮤직앤픽처스’는 그 기대만큼의 수고를 톡톡히 치르고 있습니다. 론칭 이후 주말에도 공장은 쉼 없이 돌아가고 있으며, 매주 평균 한 타이틀 이상 ‘메이드 인 코리아’의 LP가 찍히고 있습니다. 2017년 현재 아날로그 음악, LP의 부활이라는 주제에 있어 한국에서만큼은 명백히 ‘마장뮤직앤픽처스’는 주체이며, 주연에 해당한다고 말합니다.





1948년 처음 소개될 당시 양면을 합해 약 45분 내외를 수록할 수 있다는 점 덕분에 LP(Long Play)라는 이름을 얻게 되었습니다. PVC 원료를 사용하기 때문에 바이닐(Vinyl)이라는 별칭도 있습니다. LP는 40년 가까운 권세를 누리다 디지털 재생의 편리함을 내세운 CD(Compact Disc)의 등장으로 1990년대 초, 중반을 기점으로 낡음이 됐습니다. 그런데 2010년 즈음부터 난데없이 LP는 ‘아날로그’, ‘부활’이라는 주제어와 함께 부흥의 역사를 쓰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복고, 레트로 붐의 일시적 현상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었지만, 그 전망과 평가는 보기 좋게 비켜갔습니다. LP 시장의 부활과 관련된 통계와 자료는 넘치도록 많습니다. 그 중 공신력 있는 주요 출처는 ‘국제음반산업협회(IFPI)’와 미국의 경제전문지 ‘포브스’를 들 수 있는데 IFPI의 집계에 따르면, 2008년 500만 장이었던 전 세계 LP 판매량은 2015년 기준, 3200만 장으로 7년 사이 6배 이상의 성장을 보였다고 합니다.

이는 1994년 이래 최대의 판매량이었으며 2017년에는 4,000만 장에 가까운 판매량을 예측하고 있습니다. ‘포브스’지는 LP와 관련 상품의 시장 규모가 2017년 10억 달러(약 1조 1,0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는데 영국과 미국은 이미 4~5년 전부터 매출 규모에서 LP가 CD를 역전한 상황입니다. 음반사의 수익 규모도 스트리밍, 다운로드의 수익보다도 높다는 자료가 있을 만큼 LP는 전체 음반 시장에서 귀한 대접을 받고 있는 것입니다. (미국음반산업협회 2015년 수익 보고서 기준) 







반면 한국의 LP 시장은 이제 겨우 첫 걸음을 뗀 수준입니다. 정확한 시장 규모는 알 수 없지만 우리가 가늠할 수 있는 국내 LP 시장은 2016년 기준 28만 장 내외, 2017년은 약 32만 장 내외인 것으로 예상됩니다. 매출액 규모는 약 100억 원대. 이는 국내 최대의 LP 유통망을 지닌 온라인 몰의 판매량과 시장에서의 점유율을 적용한 예상 추정입니다. 전체 세계 시장의 약 1%에도 미치지 못하지만, 6년 전에 비해서는 20배의 판매량, 매출액은 3년 사이 6배 이상의 가파른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음은 분명합니다. LP 제작·생산 기반은 국가 경쟁력 외국에서는 이미 몇 년 전부터 ‘LP 산업’, ‘바이닐 산업’ 이라는 고유의 카테고리를 명명해 놓고 있습니다. 이 산업의 기반, 혹은 전제 조건은 LP를 생산할 수 있는 플랜트(Plant) 시스템의 유무와도 직결됩니다.  

미국이 총 29개 공장, 독일이 총 10개의 공장, 유럽에서는 총 27개의 생산 공장을 보유하고 있으며 세계에서 가장 많은 생산량을 자랑하는 공장은 체코의 ‘GZ MEDIA’. 48개의 프레스머신을 통해 일일 생산 가능량이 무려 6만 5000장에 달합니다. ‘마장뮤직앤픽처스’의 공장이 가동되기 전까지 국내에서 발매된 대부분의 LP들은 체코와 독일, 미국, 일본의 시설을 빌려 4~6개월의 대기표를 받고 만들어진 것들이었습니다. 2017년 현재, 아시아에서는 한국, 중국, 일본이 각각 1개의 생산 시설을 보유하고 있지만 이 기록은 2018년이 되면 크게 바뀔 것으로 예상됩니다.







일본의 소니뮤직이 29년 만에 폐업했던 LP 생산 시설을 현대 시설로 재정비하고 2018년 3월부터 양산에 나선다는 계획을 천명했습니다. 일본은 소니뮤직을 포함해 총 4개의 공장이 양산 체제를 갖출 전망입니다. 2018년에는 중국에서 2개의 공장이 새롭게 가동 준비를 하고 있고 베트남에서도 유럽 LP 공장의 아시아 지사 형태로 1개소가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국내 유일의 생산 공장, 자체의 기술력으로 생산 시스템을 보유한 ‘마장뮤직앤픽처스’에게는 다분히 위협적인 소식일 수 밖에 없습니다. LP 산업에 대한 인식 부족, 이를 위한 통계, 조사, 연구, 대책, 지원이 부재한 한국의 여건이 LP 시장을 외롭게 합니다. 인켈, 태광, 아남, 롯데, 삼성, 금성 등 국산 턴테이블도 자취를 감춘 상황이라 경쟁력 있는 국산 LP 플레이어의 개발과 생산도 숙제로 남겨져 있습니다.







'마장뮤직앤픽처스' 대표는 음악평론, 음악감독, 제작자, 연출가, 프로듀서, 강의 등 음악과 이웃한 여러 가지 일들을 경험했습니다. 이 산만한 경험의 이면에는 음악 듣기를 즐기고, 음악을 모으는 일을 꾸준히 해왔다는 취미와 습관의 이력이 바탕하고 있는데요. LP는 음악 듣기의 가장 오랜 스승이었으며, 동시에 가장 매력적이고 우월한 재생 수단이 됐다고 말합니다. “왜 당신은 LP에 미쳐 있습니까?” 라는 질문에 어김없이 “LP는 현존하는 가장 우수하고 자연스러운 음질로 음악 감상을 할 수 있는 수단”이라는 신념을 빌려 왔습니다. “어떤 근거에서 그러한가?”를 따지듯이 물으면, “디지털 음악의 수학적 선택 범위에서 소거된 소리의 진실과 진심을 담고 있기 때문”이라고 답합니다. 음악 특유의 숨결과 호흡, 풍부한 밀도는 LP에서만 느낄 수 있기 때문입니다. 

LP의 허전함은 캐나다의 저널리스트 데이비드 색스의 저서 『아날로그의 반격(The Revenge of Analog)』이 허전함을 채워줍니다. 책의 첫 장은 ‘레코드 판의 부활’이었는데 여기에 부제로 쓰인 ‘스마트폰을 탈출한 미래 세대의 음악’이라는 예언은 실로 사려 깊고, 희망적인 말로 표현됩니다. '마장뮤직앤펙처스' 대표는 2015년 영국의 보고서를 인용해 LP의 주된 소비층이 18~24세였고 구매자의 절반 이상이 25세 미만이라는 자료에 주목했습니다. 역설적으로 모든 음악이 디지털화됐기 때문에 아날로그 음악의 산물인 LP가 비로소 부활할 수 있었다는 게 그의 논지였습니다.

디지털의 일반화, 일방화의 오류는 무덤 속에 있던 LP를 불러냈고, 이를 소생시킨 혁명의 주체는 LP를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세대였다고 설명합니다. 뭔가를 조작해야 하고 까다로운 예의를 갖춰야만 소리를 내어주는 이 불편한 LP는 그렇게 미래의 음악 소비자들에게 ‘쿨’하고 ‘핫’한 대상이 됨으로써, 미래 세대의 음악이 되고 LP에 대한 설렘은 바늘을 올려놓고 기다려야 했던 음악이 지닌 가장 경건한 인트로라고 입버릇처럼 말합니다. 



글 하종욱 마장뮤직앤픽처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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