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앞으로 접하게 될 콘텐츠를 가늠해볼 수 있는 시간, <2016 크리에이터 런웨이>가 2016년 3월 3일-4일 양일간, 서울시 종로구에 위치한 문화창조벤처단지의 cel스테이지와 cel팩토리에서 펼쳐졌습니다. 저는 양일 중, 둘째 날 현장 이야기를 전해드리려고 하는데요. <2016 크리에이터 런웨이> 둘째 날, 성대한 개막식 행사나 이름만 대면 알 법한 연예인은 없었지만, 오히려 더욱 내실있는 피칭(Pitching) 프로그램이 준비되어 있었습니다. 짧게는 수 개월부터 길게는 수 년간, 자신의 작품을 갈고 닦아온 예비 창작자들의 노력이 온전히 반짝였던 시간, 함께 살펴볼까요?



창의인재 동반사업을 통해서 탄생한 뮤지컬, <조니하트>는 동국대학교 산학협력단의 열연으로 큰 환호를 받으며 크리에이터 런웨이 둘째날의 포문을 힘차게 열어주었습니다. 그리고 곧바로 피칭 프로그램이 이어졌는데요. 이날 cel스테이지에서 발표된 작품들은 예비 창작자/청년 창작자들의 유망 프로젝트를 발굴하고, 콘텐츠 제작 및 유통의 기회를 제공하는 한국콘텐츠진흥원의 "우수 크리에이터 발굴 지원사업", 그리고 "콘텐츠 청년창작 지원사업"의 결과물이라고 해요. 발표는 영화 상영을 꿈꾸는 '극장 영상' 부문, 그리고 TV 방영을 목표로 하는 'TV 영상' 드라마 부문, MCN 콘텐츠 부문, 이렇게 세 파트로 나누어서 진행되었습니다. 


탈옥수 신창원을 검거한 형사가 여형사였다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둘째 날 첫 순서로 피칭 발표를 시작한 김주리 감독은 바로 여기서 영감을 얻었다고 하는데요. 당시 그 여형사를 부르던 별칭을 그대로 차용하여 영화 제목을 <단군마마: 여형사의 전설>로 정했다고 합니다. 대한민국을 발칵 뒤집어놓으며 경찰을 비웃는듯한 탈주범, 과연 '단군마마'로 불리는 강력계 여형사 선영은 이 탈주범을 검거할 수 있을까요?


기존 방송 영상을 콜라주해서 만든 영상과 함께 김주리 감독의 시놉시스 발표가 끝난 후, 무대에는 두 명의 배우가 등장했는데요. 여경을 우습게 여기고 도망치려는 탈주범, 그리고 경광봉을 들고 제압하다가 여의치 않자 봉을 던져버린 후 맨몸으로 탈주범과 맞서는 여형사, 두 사람의 연기가 손에 땀을 쥐게 했습니다. 김주리 감독은 "현장에서 뛰는 여형사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작품을 만들고 싶다"면서 발표를 마무리했는데요. 현재 방영 중인 화제성 높은 드라마 tvN <시그널>이 떠오르면서, 조금 더 독특한 설정이 가미된다면 영화화에 성공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사진 1. <단군마마: 여형사의 전설> 피칭 프로그램 도중, 연기자들이 혼신의 힘을 다해 액션 연기를 선보이고 있다.


액션과 스릴러에 마음이 쿵 내려앉았다면, 이번에는 조금 다른 느낌의 피칭 발표 현장을 만나볼까요? 민성아 감독의 2D 애니메이션 <시골개 마루>는 스크린이 띄워지자마자 수려한 풍경과 아기자기한 동물들의 모습이 비춰지면서, 모든 사람들이 입가에 미소를 띄게 했습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발표를 담당한 이은실 창작자의 설명에 곧바로 마음이 무거워졌는데요. 


<시골개 마루>는 방사능 누출로 인해 사람이 살 수 없게 되어버린 통제구역, 그 곳에 있는 아내 '엄지'를 찾으러 긴 여행을 하는 시골개 '마루'의 이야기였기 때문이죠. 이은실 창작자는 이날 발표를 위해, 애니메이션에는 포함되지 않은 특별한 파일럿 필름을 준비해 왔는데요. 홀로 새끼를 낳아 기르며, 마루를 애타게 기다리는 엄지의 모습이 담겨있는 파일럿 필름을 보고 나니, 인간의 욕심 때문에 영문도 모른 채 고통받는 동물들이 짠하게 느껴졌습니다. 한 편의 단편 애니메이션 같았던 파일럿 필름 상영 이후, 투자·배급사들의 질문이 이어졌는데요. 향후 유통채널과 현재 완성도를 묻는 질문에, 이은실 창작자는 "2017년 하반기 개봉을 목표로 현재 메이저 영화 투자자들과 논의 중이다. 또한, 인간과 환경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생명의 소중함을 일깨우는 보편적인 주제를 다루었기에 한국을 넘어 전세계로 진출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특히 환경에 대한 관심이 높은 유럽·북미 진출을 중점적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대답했습니다. 


영상을 보는 내내, 저 역시 <시골개 마루>의 높은 완성도에 감탄을 거듭했는데요. 너무나도 귀여운 디자인의 동물들, 그리고 한 폭의 수채화를 보는 듯한 배경 채색은 지금 당장 극장에 상영될 수 있을 정도의 충분한 경쟁력을 갖춘 듯 보였습니다.


▲ 사진 2. <시골개 마루>의 파일럿 필름 중 한 장면. <시골개 마루>는 높은 완성도를 선보이며 참석자들의 주목을 받았다.


최근 주목받고 있는 MCN 콘텐츠 역시 피칭 프로그램 현장에서 큰 호응을 받았습니다. 그 중, 저는 <한국역사인물 랩배틀>을이 인상적이었는데요. 전공 서적으로만 접하던 한국사 속 근엄한 인물들이 랩배틀을 하는 영상이라니, 아이디어가 무척이나 파격적이었습니다. <한국역사인물 랩배틀>은 현재 4화까지 제작되었는데요. "황진이 vs 신사임당", "정도전 vs 정몽주" 등 역사적 인물을 절묘하게 배치하며 영상이 공개될 때마다 뜨거운 호응을 얻고 있다고 합니다. 특히, 3화 "황진이 vs 신사임당"은 유튜브 조회수가 무려 50만 건을 넘겼다고 해요. 5화는 "영조 vs 사도세자"의 랩배틀이 제작된다고 하는데요. 작년에 관람했던 영화 <사도>가 생각나면서, 랩배틀은 과연 어떤 모습으로 진행될지 무척이나 궁금해졌습니다. 


발표가 끝난 후, 객석에서는 수익모델에 대한 질문이 나왔는데요. 이에 대해 국범근 감독은 "자사의 게임 캐릭터로 랩배틀 영상 제작을 의뢰한 게임 회사도 있었고, 한복을 협찬한다는 곳도 있었다. 앞으로도 더욱 다양한 경로를 모색할 것"이라고 답했습니다. 또한, 실제 역사적 인물들을 대상으로 하기에 사학계나 후손들의 반발이 우려될 수 있다는 반응도 있었는데요. 국범근 감독은 "교육용 콘텐츠로도 사용되는 만큼, 앞으로도 더욱 열심히 공부하고 검수해서, 철저한 고증을 거치겠다"고 대답했습니다. 아울러, "<한국역사인물 랩배틀>이 앞으로 더욱 많은 사람들이 즐길 수 있고, 더 나아가 사회에 좋은 영향을 끼치는 콘텐츠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하며, 많은 박수를 받았습니다.


▲ 영상 1. <한국역사인물 랩배틀> 2화, "정도전 VS 정몽주"



피칭 발표와 투자자·배급자들의 질문이 쉴 새 없이 이어지며 열기가 뜨겁던 시간, 문화창조벤처단지 9층에 있는 cel팩토리에서는 "창의인재 동반사업"의 2016 성과발표회가 한창이었습니다. "창의인재 동반사업"은 창작전문가와 재능·역량을 갖춘 창의교육생이 각각 멘토와 멘티를 만나 프로젝트를 수행하며, 창작 노하우를 밀착형으로 전수받을 수 있는 프로그램인데요. 


2015년까지 378명의 멘토와 845명의 멘티들이 만나, 1,373건의 프로젝트를 수행했다고 합니다. "창의인재 동반사업"은 세계경쟁력위원회연합(GFCC)에서 '대한민국 인재혁신 우수사례'로 선정되며 그 우수성을 인증받은 바 있는데요. 앵콜 공연을 거듭하며 장기 흥행에 성공한 뮤지컬 <여신님이 보고계셔>와 <풍월주>, 2014 대한민국 콘텐츠 대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상에 빛나는 만화 <하루꾼>, 그리고 480만 관객을 돌파하며(영화진흥위원회 제공, 2016.3.8. 기준) 다큐멘터리 최다 관객기록을 세운 영화 <님아, 그강을 건너지 마오>까지 모두 창의인재 동반사업을 통해 성장한 창의인재들의 결과물이라고 하니, 정말 놀랍지 않나요?


▲ 영상 2. 2015 <창의인재 동반사업> 발대식 현장


올해는 어떤 작품을 만날 수 있을까, 두근거리는 마음을 안고 방문한 cel팩토리는 사전에 준비된 의자가 부족할 정도로 뜨거운 열기를 자랑했습니다. 발표가 이어지던 중, 제 눈을 사로잡은 작품은 차세대 CT형 공연콘텐츠 크리에이터를 양성하는 동국대학교 산학협력단 소속 고영진, 정원기, 신효준 멘티의 뮤지컬 <내일 봐, 스키쵸!> 였는데요. 밤에 손톱을 깎으면 들쥐가 와서 주워먹고 사람의 몸으로 변신한다는 이야기, 들어보신 적 있나요? 저는 어릴 적, 밤에 손톱을 깎으려 할 때마다 부모님이 이 설화를 들려주면서 조금 기다렸다가 내일 아침에 손톱을 깎으라고 말씀하시고는 했는데요. 뮤지컬 <내일 봐, 스키쵸!>는 바로 이 '손톱 먹은 들쥐' 설화에서 출발합니다. 


삶의 의미를 잃고 모든 걸 포기한 채 마포대교에 올라서는 청년 '해영'. 평소 사람이 되고 싶어했던 쥐 '스키쵸'가 그를 발견하면서 100일 간 몸을 바꾸는 아찔한 거래가 이루어지게 되는데요. 서로의 몸이 바뀐 뒤 벌어지는 100일 동안의 해프닝, 그리고 100일 후 쥐로 되돌아가고 싶지 않은 스키쵸와 자신의 몸을 되찾고 싶은 해영이 벌이는 한 판 승부를 유쾌하게 담아냅니다. 친숙한 동양 설화를 모티브로 출발한 데다가 갈등 구조도 복잡하지 않고, 요즘 청년 세대들의 고민과 좌절을 코믹한 판타지로 그려냈다는 것에서, 처음 접한 저도 이 뮤지컬이 무척이나 친숙하게 느껴졌던 것 같아요.


▲ 사진 3. 동국대학교 산학협력단의 마스터클래스 쇼케이스, <데뷔를 대비하라>가 

1월 18일 대학로 연우무대 소극장에서 진행되었다.


<내일 봐, 스키쵸!>는 동국대학교 산학협력단의 <광염소나타>, <조니하트>, <그림일기>와 함께 마스터클래스에서 최종 4개 작품으로 선발되며, 1월 18일 대학로 연우무대 소극장에서 리딩공연 형식으로 쇼케이스를 진행한 바 있는데요. 관객평가에서도 가장 좋은 점수를 기록했다고 합니다. 발표가 끝난 후, 무대 구성과 집객 포인트에 대한 질문이 이어졌는데요. 이날 발표를 담당한 고영진 멘티는 "소극장 무대가 꽉 찰 수 있도록 음악과 영상을 최대한 활용할 것이다. 또한, 대학로 뮤지컬은 2-30대 여성이 주 관객층이다., 이들을 만족시키기 위해 장면을 아기자기하게 연출하고, 남자 배우들의 브로맨스를 강화했다"고 답변했습니다.


15분 여의 인터미션 후, 다큐영화 청년감독을 육성하는 (재)방송콘텐츠진흥재단 소속 원동석, 김나래 멘티의 발표가 시작되었습니다. 정신대에 끌려가지 않기 위해서 미용 기술을 배우기 시작해서, 아직까지도 충남 예산에서 이발소를 운영하는 할머니의 일상을 담은 원동석 멘티의 다큐멘터리 <사랑방 이발소>, 그리고 가정 폭력을 피하기 위해 8년간 여행을 다니다가 깨달은 바를 담아낸 김나래 멘티의 <캐리어 인생> 스팟 영상은 참석자들에게 잔잔한 감동을 안겨주었습니다. 현장에서 멘티들의 발표를 경청한 다큐멘터리 감독들은 냉철하면서도 애정 어린 조언을 아끼지 않았는데요. 원동석 멘티에게는 "할머니가 사투리를 쓰시는 만큼, 현장감이 더 살았으면 좋겠다. 또한, '이발소'라는 공간의 상징성을 부각시킬 수 있도록 영상을 편집하고, 할머니가 우리에게 어떤 감동을 줄 수 있는지 역시 깊이 생각해봐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습니다. 또한, 김나래 멘티에게는 "여행의 발랄함, 그리고 가정폭력으로 인한 어두운 상처가 적절한 선에서 균형을 이룰 수 있도록 편집에 신경쓸 것"을 당부했습니다.


▲ 사진 4. 두 편의 다큐멘터리 발표가 끝난 후, 현직자로서 많은 조언을 해주었던 이성혁 감독님



▲ 영상 3. 방송콘텐츠진흥재단 멘토링 영상


열정으로 가득한 <2016 크리에이터 런웨이> 현장을 둘러보면서, 가장 흥미로웠던 점은 영화·방송이 되기 전, 아직 '날 것'의 상태인 콘텐츠를 접해볼 수 있었다는 점입니다. 저는 요즘 드라마 <육룡이 나르샤>, <태양의 후예>에 푹 빠져있는데요. 드라마가 끝날 때마다 나오는 '한국콘텐츠진흥원' 로고를 보면서, 이 작품이 한콘진의 지원을 받기 전에는 어떤 모습이었을까 상상해보고는 했거든요. 


시놉시스 영상과 파일럿 필름을 보면서, 하나의 콘텐츠가 완성되기까지 얼마나 많은 과정이 필요할지 조금이나마 짐작해볼 수 있어 무척이나 유익했습니다. 다만 한 가지 아쉬웠던 점은, cel스테이지와 cel팩토리에서 피칭 프로그램이 동시에 진행되었다는 점인데요. 참석자들에게 나눠준 디렉토리 북을 읽다보니, 모든 프로그램이 호기심을 자극했거든요. 9층과 지하 1층을 왔다갔다 하면서, 하나의 장소에서만 진행되었다면 모든 프로그램을 집중해서 볼 수 있었을텐데, 하는 욕심을 가져보았습니다. 


그리고, 예비 창작자 분들이 좋은 환경에서 발표를 할 수 있도록 정말 많은 노력을 아끼지 않은 분들이 있는데요. 행사를 총괄한 cel아카데미본부 산학혁신팀 유윤옥 차장님의 소감을 끝으로, <2016 크리에이터 런웨이> 현장 이야기를 여기서 마무리할까 합니다. 2017년에 더욱 발전한 모습으로 돌아올 <크리에이터 런웨이>, 많이 기대해주세요!


▲ 사진 5. <2016 크리에이터 런웨이>를 총괄하신 cel아카데미본부 산학혁신팀 유윤옥 차장님 


"<크리에이터 런웨이> 담당자로서, 처음에는 행사가 잘 진행되고 있는지 확인하려고 cel스테이지와 cel팩토리를 계속 오갔는데요. 창작자들의 피칭 프로그램을 듣다보니, 어느 순간 발표에 푹 빠져있는 저 자신을 발견했습니다. 그 정도로 흥미로운 프로그램이 많았어요. 다양한 방식으로 발표를 준비해온 창작자들의 열정 덕분에 행사가 더욱 풍성해진 것 같습니다. 사실, 개별 사업의 성과보고회는 매년 해왔지만, "창의인재 동반사업", "우수 크리에이터 발굴 지원사업", "콘텐츠 청년창작 지원사업"이 <크리에이터 런웨이>라는 이름으로 다함께 성과보고회를 개최하게 된 것은 올해가 첫 해에요. 모든 프로그램이 끝나고나니, 첫 걸음을 잘 뗀 것 같아서 뿌듯합니다. 앞으로 더욱 알차게 내실을 다져서, <크리에이터 런웨이>가 '믿고 볼 수 있는' 하나의 브랜드로 굳건하게 자리잡았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사진 및 영상 출처

사진 3. 한국콘텐츠아카데미 창의인재동반 현장스토리

사진 5. 문화체육관광부 대학생기자단 '울림' 11기 여장천 기자님


영상 1. YouTube 채널 "G pictures"

영상 2, 3. YouTube 채널 "창의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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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글의 내용은 한국콘텐츠진흥원의 견해와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