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씨로 표현하는 나의 세계, 캘리그라퍼 쌍준 작가님 인터뷰

상상발전소/칼럼 인터뷰 2016.01.27 10:00 Posted by 한국콘텐츠진흥원 상상발전소 KOCCA


대부분의 문서를 컴퓨터로 작업하다 보면, 일상생활에서 손으로 글씨를 쓸 일은 그다지 많지 않습니다. 하지만, 일상의 대부분을 기계와 함께하는 디지털 시대에도 아날로그적 감성은 계속 사랑 받고 있는데요. 그중에서 특히, ‘캘리그라피’는 요즘 선풍적인 인기를 끌면서 문구점이나 화방에는 캘리그라피 용품 코너가 따로 마련되고, 관련 서적이 무섭게 팔려나가기도 합니다


오늘 인터뷰로 만나볼 캘리그라퍼 쌍춘(전상준) 작가님 또한,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 받는 글씨를 선보이는 분인데요. 2015년 한글날을 맞이하여 10월 5일부터 9일까지 모두 한글로 운영된 CJ 페이스북의 글씨가 바로 쌍춘 작가님의 작품이었다고 하네요. 쌍춘 작가님의 글씨 이야기, 함께 만나볼까요?


Q1 인터뷰를 수락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우선, 간단한 자기 소개 부탁드릴게요.  


안녕하세요, 글씨를 조금 쓸 줄 아는 보통남자 쌍춘입니다. 저는 현재 캘리그라피 디자인 상품을 다루는 “캘리덮밥”을 운영 중이고, “모노디”라는 캘리그라피 전문 학원에서 강의도 하고 있습니다. 캘리덮밥이라는 이름에 의문을 가지실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슬로건을 들어보면 쉽게 이해가 되실 거예요. ‘캘리그라피로 세상을 덮어버리자’는 뜻의 슬로건입니다. 

 

Q2 글씨 쓰는 것을 어릴 적부터 좋아하셨나요? 


중학생 때 1년 정도 서예를 했었는데요. 그 때는 글씨 쓰는 게 좋은지 몰랐습니다. 나중에 성인이 되어 회사를 다니다가 취미생활을 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다시 서예를 하고 싶어졌습니다. 그런데 ‘캘리그라피’란 장르를 알게 되었고, 서예보다 캘리그라피가 더 자유롭고 매력적으로 느껴졌어요. 그래서 이쪽을 파고들게 된 것이지요. 사실, 캘리그라피도 처음 시작할 때는 이렇게 직업이 될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Q3 그렇다면, ‘캘리그라퍼’를 전문적인 직업으로 갖게 된 계기는 무엇이었나요? 


캘리그라피를 배우기로 결심하고 나서 학원을 알아보기 시작했습니다. 여기저기 알아보던 중, 직장인 환급과정이 있는 학원을 찾아냈어요. 바로 제가 지금 강의 중인 학원인데요. 처음에는 저도 초급과정 수강생으로 출발했었죠. 그러다가 ‘한국캘리그라피디자인협회(KCDA)’에 가입했어요. 그리고 단체전시에 참여하게 됐는데, 처음 출품한 제 작품이 판매된 거에요. 처음 느껴보는 기분이었죠.


사실 ‘글씨(캘리그라피)를 써야만 해!’ 하고 의무감을 느꼈던 적은 없어요. 단지 미술이나 음악, 운동 같은 예체능 쪽에서 일하고 싶다고 항상 생각하며 살았는데, 이 생각이 실현될 때 제가 때마침 글씨를 쓰고 있었을 뿐이라고 생각합니다. 


▲ 사진 1.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캘리그라피 작업 결과물


Q4 캘리그라피 작업 과정이 어떻게 되는지, 대략적인 설명을 듣고 싶습니다. 


우선 클라이언트의 작업 요청이 있어야 합니다. 작업 요청이 들어오면, 전화를 하거나 직접 만나서 미팅을 진행하죠. 어떤 용도로 사용하는지, 어떤 스타일의 글씨를 원하는지, 글줄은 몇 줄인지 등등을 상의합니다. 3~5개 정도의 시안 작업을 하고, 그 중 마음에 드는 캘리그라피를 선택하는 방식으로 작업을 진행합니다.  

 

Q5 사실 ‘잘 쓴 글씨’에 대한 기준은 다소 주관적인 측면이 있을 것 같은데요. 쌍춘님이 보시기에, ‘잘 쓴 글씨’란 무엇일까요?  


목적에 따라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보통 광고나 간판 같은 글씨는 가독성과 주목성이 좋아야 좋은 글씨라고 볼 수 있고, 작품의 경우에는 작가의 이야기와 의도가 충분히 드러난다면 어떤 글씨라도 잘 쓴 글씨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 본인이 평가하는 본인 글씨의 매력은 무엇일까요? 


저도 아직 제 글씨의 매력을 찾는 단계입니다(웃음) 찾게 된다면 그 때 다시 말씀드리죠!

 

- 작업할 때, 혹시 '나만의 팁'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저는 주로 붓을 이용해서 글씨를 쓰는데요. 처음에는 붓과 손을 풀어주는 시간을 가집니다. 처음 5분 정도는 글씨를 좀 자유롭게 쓰면서 작업할 글씨의 컨셉을 정하고요. 그렇게 컨셉이 정해지면 작업을 시작하죠. 한 번 작업으로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게 된다면 정말 좋겠지만 보통은 몇 번 더 씁니다. 작업한 글씨가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바로 접어서 버리지 않고, 어디가 잘못되었는지 어느 부분을 수정하고 싶은지 생각해보고 계속 다듬어가는 작업을 해서 최종 결과물을 얻어냅니다. 노하우라면 이 정도가 되겠네요. 


- 붓으로 글씨를 쓰는 이유가 따로 있으신가요?


캘리그라피(calligraphy)를 한국어로 번역하면 “서예”에요. 또한, 동양권 글씨는 붓으로, 서양권 글씨는 펜으로 써왔던 것이 오랜 관습이다 보니, 붓으로 쓰는 것이 제 눈에는 더 좋아보이는 것이죠. 물론, 캘리그라피는 도구가 무척이나 자유로운 장르입니다. 돌, 또는 수세미로 글씨를 쓰는 사람도 있죠. 개인적인 선호의 차이인 것 같아요.


▲ 사진 2. 글씨 쓰는 도구로 '붓'을 가장 선호한다는, 캘리그라퍼 쌍춘 작가님


Q6 캘리그라퍼로 가장 보람찼던 순간은 언제인가요? 가장 힘들었던 순간은요? 


결과물이 마음에 들지 않을 때 항상 힘듭니다. 반대로 결과물이 제 마음에 들었을 때는 너무 뿌듯하지요. 상업 활동일 경우 그렇게 마음에 드는 시안이 클라이언트에게 채택되면 정말 행복합니다. 또한, 순수 작품을 작업할 때는 종이가 마치 제 세상처럼 느껴집니다. 마음껏 제 마음과 생각을 종이 위에 표현하는 순간이 정말 행복한 것 같아요. 

 

Q7 현재 캘리그라피 강의도 하고 계신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강의 과정은 어떻게 구성되며, 특색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캘리그라피는 초급, 중급, 고급으로 나눠져 있고요. 수묵 일러스트나 전각(수제도장) 수업도 있습니다. 최근에 제가 타블렛이나 마우스로 할 수 있는 디지털 캘리그라피도 기획하여 수강생을 모집 중입니다. 아무래도 클라이언트에게 최종적으로 전송하는 시안은 벡터화된 이미지 파일이다 보니, 붓으로 글씨를 쓴 다음 스캔해서 보정하고, 다시 재저장 과정을 거쳐야 하는데요. 디지털 캘리그라피는 준비 과정도 훨씬 간편하고, 수정도 무척이나 쉽다는 장점이 있죠.


- 오늘날은 대부분의 문서작업이 컴퓨터로 이루어집니다. 손으로 글씨를 쓸 일이 자주 없다 보니깐, 저 또한 글씨체가 자꾸 퇴화하는 것 같다는 느낌을 받는데요(웃음). 캘리그라피를 배우면, 글씨체 교정 효과도 있을까요? 


글씨 교정을 위해서 학원에 오시는 분도 꽤 계세요. 글씨를 교정하기 위해서 오셨다가, 글씨 쓰는 것에 재미를 붙이시는 분들도 많고요. 초급 과정은 총 8강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처음 2강은 획만 긋는 시간입니다. 획 긋는 것부터 시작해서, 글씨 쓰는 것의 가장 기본적인 단계부터 다시 시작하고, 전체적인 균형이나 남는 여백, 배열 등에 대해서 생각하다 보니깐 자동적으로 글씨 교정 효과가 있지요.



▲ 사진 3. 쌍춘 작가님의 캘리그라피 작업. 문구는 구남과여라이딩스텔라의 <뜨거운 물> 가사 후렴구 부분이다.


Q8 사실, 캘리그라퍼는 어떤 분들에게는 아직 생소한 직업인데요. 또한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가진 직업이기도 합니다. 쌍춘님은 ‘캘리그라퍼’의 미래 전망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많은 사람들이 취미로 캘리그라피를 배우고 있고, 또한 현업에서도 활동하고 있습니다. 캘리그라퍼로 활동을 하려면 상업적인 작업은 물론이고 순수 작품 활동을 꾸준히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결국에 남는 사람은 버티고 버틴 작가들이라고 생각해요. 

 

Q9 미래의 캘리그라퍼를 꿈꾸는 친구들에게 응원 한 마디 부탁드립니다. 


무엇이든지 꾸준히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어느 정도의 목표를 잡으시고, 그 목표를 달성할 때까지 꾸준히 글씨 공부를 하셨으면 좋겠습니다. 감성적인 내용의 글만 적는 것이 아니라 그 단어나 문장의 감성을 글씨로 표현하는 연습을 하시다 보면, 멋진 캘리그라퍼가 되어 있으실 거라고 믿습니다. 또한 캘리그라피 외에 전통 서예나 아예 다른 분야의 작업들도 눈 여겨 보시면서 언제나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글씨 쓰는 작업에 활용하시길 바랍니다. 나중에는 함께 멋진 글씨를 공부할 수 있었으면 합니다! 



▲ 사진 4. 쌍춘 작가님의 글씨가 최종 시안으로 채택되었던 한화생명 2015년 하반기 광고.


SNS를 통해서 예쁜 손글씨를 접할 때마다, ‘나는 왜 금손이 아닐까’하고 생각했던 적이 있습니다. 흉내를 내기 위해서 비슷하게 따라해 본 적도 있고요. 하지만, 쌍춘 작가님과의 인터뷰가 끝난 이후에는, 제가 너무 성급했음을 깨달았습니다. 좋은 글씨를 갖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기본기가 가장 중요하다는 사실도 다시 한 번 새기게 되었고요. 


광고, SNS 콘텐츠, 드라마•영화 타이틀에 이르기까지, 캘리그라피는 그 활용범위가 무궁무진한 분야입니다. 좋은 콘텐츠를 더욱 빛나게 포장해줄 멋진 캘리그라피, 그 가능성을 응원합니다.


* 쌍춘 작가님의 다른 캘리그라피 작품은 http://www.geniusatwork.co.kr 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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