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캘리그라피(Calligraphy)'는 '아름다운 서체'란 뜻을 지닌 그리스어 (Kalligraphia)에서 유래된 전문적인 핸드레터링 기술을 뜻합니다. 개성적인 표현과 우연성이 중시되기 때문에 기계적인 표현이 아닌 손으로 쓴 아름답고 개성 있는 글자체라고도 하지요.

우리는 영화, 책, 드라마 제목 등 일상생활에서 이 캘리그라피를 많이 접합니다. 가끔 궁금하지 않으셨나요? 어떤 사람이 쓰는 걸까? 어떤 방법으로 저렇게 멋진 작품을 쓰는 걸까? 그래서 상상발전소 기자단이 캘리그라피를 이용해 작품활동을 하는 사람인 '캘리그라퍼'를 직접 만나고 왔습니다.


드라마 <비밀>, <상어>, <그 겨울 바람이 분다> 등 다수의 드라마 타이틀을 작업하신 캘리그라퍼 전은선 작가님이 바로 그 주인공인데요. 전은선 작가님이 들려주신 드라마 타이틀 작업의 과정, 궁금하시죠?



▲사진2 tvN <꽃미남 라면가게> 포스터 


Q) 안녕하세요.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A) 예전에는 패션디자이너였고, 지금은 캘리그라퍼로 활동 중인 전은선입니다.

 

Q) 캘리그라피를 시작하게 된 특별한 계기나 이유가 있으세요?

A) 우연한 기회에 저에게 캘리그라피를 가르쳐주신 선생님 전시를 보게 되었는데, 전시회를 보고 '아 이거다!', '나도 캘리그라피를 하고 싶다'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선생님의 글씨가 저의 마음을 사로잡은 거죠. 글씨만으로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다는 것이 정말 신기했어요. 

 

Q) <꽃미남 라면가게>를 시작으로 드라마 타이틀 작업을 시작하셨네요. 어떻게 이 일을 시작하게 된 건가요?

A) 드라마 타이틀 작업을 시작하게 된 이유는, 제 남편이 드라마를 만드는 일을 해요. 그래서 저도 드라마를 만드는 제작과정을 세세하게 알고 있었고, 드라마 시놉시스, 대본을 어느 책보다 많이 읽었어요. 제 환경과 경험이 자연스럽게 드라마 타이틀 작업을 하게 한 것 같아요.

 


▲사진3  SBS <그 겨울 바람이 분다> 포스터


Q) 작품 의뢰가 들어오면 요구사항에 따라 쓰시나요? 아니면 작가님이 시놉시스를 읽고 느낀 드라마의 분위기에 따라 컨셉을 정하고 작업 하시는 건가요?

A) 의뢰를 하면서 시놉시스를 주시는데 먼저 그걸 읽고 난 후 제 느낌으로 먼저 작업을 하는 경우도 있고, 어떤 분위기였으면 좋겠는지 구체적인 요구를 하시는 경우도 있어요. <상어>, <칼과 꽃>, <직장의 신> 등은 특히 더 제가 느낀 대로 표현해서 결정이 된 경우이고, <비밀>, <그 겨울 바람이 분다>는 제작진의 요구사항이 어느 정도 반영된 캘리그라피이지요.


<그 겨울 바람이 분다>는 제작진이 따뜻한 느낌이었으면 좋겠다는 말씀을 하셨어요. 그래서 제 느낌의 따뜻한 바람을 표현하려 했어요. 그리고 캘리그라피를 배우는 과정에 자기만의 서체를 만드는 기회가 있었는데, 제 서체 이름이 '바람의 미소체'였어요. 드라마의 컨셉과 잘 맞은 거죠. 

 


▲사진4 MBC <남자가 사랑할 때> 포스터


Q) 보통 의뢰가 들어오면 작업 시간은 얼마나 걸리나요?

A) 매 작품마다 다르지만 보통 처음 시안이 나오는 기간은 일주일에서 열흘정도 걸립니다. 작업 시간이 길면 길수록 좀 더 완성도가 높아지긴 하지만 주어진 시간 안에 반드시 써내야 하는 것이 더 중요하지요.


<굿닥터>는 처음 시안이 나오고 나서 그 후에 다른 느낌으로 시안 작업을 이주일 정도 더 했었고 시안도 제일 많이 나왔습니다. <남자가 사랑할 때>는 연출부에서 저의 전 작품을 보고 저를 찾으셨고 방송이 얼마 남지 않았을 때 의뢰를 주셔서 작업기간이 다른 작품들보다 짧았었죠.

  

Q) 캘리그라피는 붓 외에 다양한 도구로도 쓸 수 있다던데, 작가님은 어떠세요?

A) 저도 나뭇가지, 수세미 등 붓 외의 도구를 쓰기도 합니다. 그런데 저는 대체로 붓으로 작업하는 걸 좋아해요. 제가 느끼기에는 여러 가지 도구는 감각적인 글씨는 쓸 수 있지만 깊이는 떨어지는 것 같아요. 붓이 주는 가치가 있어요. 그래서 저는 붓을 선호하죠. 그리고 작업을 하다보면 새로운 시안을 요구하셔서 다른 도구로 써보는데, 결국 선택하시는 건 붓으로 쓴 작품이였구요.

 


▲사진5 JTBC <빠담빠담-그와 그녀의 심장박동소리> 포스터


Q) 작가님의 작품은 각각 다른 사람이 쓴 작품처럼 개성이 강한 것 같아요. 어떤 기법을 사용하신 건가요?

A) 작업을 시작할 때 '내가 어떤 기법으로 쓰겠다'라고 먼저 생각하지 않고, 일단 받은 글의 의미나 또는 표현하고자 하는 느낌을 생각하다보면 그냥 자연스럽게 다른 분위기의 캘리그라피가 되는 것 같아요.


 예를 들자면 <빠담빠담>은 심장 박동 소리를 의미하는데 미세한 떨림 같은걸 표현하고 싶어서 가는 붓으로 써서 표현하였고, <빠스껫볼>은 시대극이면서 선 굵은 스토리여서 굵은 붓을 사용하여 강한느낌과 오래된 느낌을 내고자 까맣게 칠해지지 않고 희끗희끗하게 나오는 비백의 효과를 냈었죠.

 

Q) 디자인을 배우셔서 캘리그라피 구성이 훨씬 더 자연스러우실 것 같아요.

A) 구성이 제일 어려워요. 처음부터 이미지화 시켜서 글씨를 바로 쓰지 않아요. 일단 느낌은 접어두고 글자가 가지고 있는 조형성, 글자 간의 간격, 초성·중성·종성을 어떻게 결합시킬지 생각해요. 여러 개의 글자가 마주치는 거니까. 구도가 나온 다음 그걸 이미지화 시켜서 두껍게, 얇게, 둔탁하게, 날카롭게 써보는 등 다양한 시도를 해요. 

 


▲사진6 tvN <빠스껫볼> 포스터


Q) 드라마 타이틀 작업을 할 때 유의할 점, 중요시 하는 건 무엇인가요?

A) 드라마 타이틀을 쓸 때 유의할 점은 일단 가독성, 주목성입니다. 일단 읽혀지지 않는 것은 상업적인 캘리그라피에서는 위험하죠. 그리고 한 글자, 한 글자 쓴 것이 괜찮아도 구성이 잘되어 있지 않으면 눈에 들어오지 않잖아요. 저는 최대한 한 눈에 들어오게 쓰도록 노력합니다. 제가 시안을 해서 보내면 제작진도 제일 먼저 보는 게 가독성이에요.


그리고 가장 중요시하는 점은 진정성입니다. 앞서 말씀드렸지만 제가 드라마 제작 과정을 지켜봐 왔기에 드라마를 만드는 분들의 노고를 너무 잘 알잖아요. 그래서 드라마가 잘되길 진심으로 바라는 마음으로 정성들여 작업해요. 

 


▲사진7 KBS <상어> 포스터


Q) 작업하신 작품 중에 제일 애착이 가는 작품은 무엇인가요?

A) 진짜 작품 하나하나 애착이 가요. 처음 썼던 <꽃미남 라면가게>를 지금 쓰면 다르게 나올 것 같아요. 하지만 그 시기에는 그렇게 쓴 것이 최선이었다고 생각해요. 다른 작품들도 제가 작업했을 때 느꼈던 감정이 남아있어서 더욱 그런 것 같아요. 음, <상어>는 저를 조금 더 알릴 수 있었던 계기의 작품이라 행운의 아이콘 같다는 느낌은 들어요.

 


▲ 사진8 KBS <굿닥터> 포스터


Q) 그렇다면 작업하시면서 애를 먹었던 작품은 있으신가요?

A) 제일 힘들었던 작업은 <굿닥터>였어요. 원래 제목이었던 <그린메스>로 스케치를 해놨는데 <굿닥터>로 바뀐 거죠. 저도 혼란이 오고 관계자 분도 약간 혼란이 왔죠. 제목이 바뀌면서 모두가 혼란스러우니까 타이틀 글씨라도 잘 써서 좋은 제목이란 생각이 들도록 하고 싶다는 욕심이 있었어요.


그런데 '굿닥터'를 이미지화 시키는 것이 어려웠어요. <상어> 같은 경우는 상어의 형체가 있고 복수극이라는 컨셉을 매치시켜서 쓰면 되었는데, '굿닥터'는 형상화 되는 게 없으니까. 작업 기간도 길었고 힘들었지만, 드라마가 잘 돼서 좋았어요.

  

Q) 저는 개인적으로 얼마 전 종영한 <비밀>의 타이틀이 드라마의 분위기를 만드는데 한 몫 한 것 같아서 기억에 남아요.

A) 처음 연출부와 회의를 할 때 빗 속, 물 속 등이 드라마의 중요 모티브이므로 그것과 어울리는 느낌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씀을 하셨어요. 그리고 제가 시놉시스을 읽고는 타이틀 캘리그라피에 여주인공의 눈물도 같이 표현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먹물이 번지는 현상을 발묵이라고 하는데, 그 효과를 사용하게 되었죠.


그걸 조절하고 쓰면서 저 스스로도 공부가 많이 된 것 같아요. 그리고 감독님이 비밀 타이틀 캘리그라피를 더욱 돋보이게 효과를 넣어주셨죠. 작업을 하다보면 그렇게 잘 사용될 때가 가장 기쁘죠. 그리고 <비밀>을 쓰면서 드라마 컨셉과 맞게끔 다양한 시도를 하고 글씨에 의미를 넣는 것에 좀 더 재미를 느꼈어요.

 


▲사진9 KBS <비밀> 포스터


Q) 글씨에 의미를 넣으면 더 기억에 잘 남는 것 같아요. 앞서 말한 <상어>도 그렇고, <칼과 꽃>도 칼이랑 꽃이 연상되잖아요. 그것이 캘리그라피의 매력인 것 같아요.

A) 그렇죠. 그리고 제가 생각할 때도 글이 가지고 있는 의미를 가장 잘 표현해 내는 것이 진정한 캘리그라피가 아닌가 싶어요. 감각적으로만 쓰기 보단 글에 맞는 느낌을 표현하는 것이 더 필요하지 않을까. 그래서 사람의 마음까지도 움직이면 더 좋겠죠.

  

Q) 작가님이 생각하시기엔 앞으로 캘리그라피와 캘리그라퍼 직업이 전망 있는 것 같으세요?

A) 모든 분야와 마찬가지로 전망은 스스로 만드는 것 같아요. 개인의 노력이 정말 많이 필요하죠. 그리고 글씨라는 것이 쓰면 쓸수록 느는 것이기 때문에 계속 정진을 해야지요. 그리고 캘리그라피는 절대적, 객관적인 기준이 없잖아요. 보는 사람마다 관점이 다르기 때문이죠. 하지만 지속적으로 캘리그라퍼들이 좋은 획과 조형성을 가진 캘리그라피를 쓰려고 노력하면 좋은 전망이 생기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도 그 일환으로 계속 전통 서예를 배우고 있어요.

 


▲사진10 KBS <칼과 꽃> 포스터


Q) 서예도 배우시나요? 전통 서예를 배우면서 많은 도움이 되셨을 것 같아요.

A) 캘리그라피 시작하면서 비슷한 시기에 서예도 배웠어요. 캘리그라피는 디자인과 서예가 조화롭게 이뤄져서 글이 가진 뜻에 맞게 아름답게 쓴 글씨라고 생각해요. 서예를 배우면 좀 더 필력이 생기는 것 같아요. 운 좋게 훌륭한 선생님을 만나 서예의 예술성도 그분을 통해 알게 되었구요. 계속 분석하고 정진하다 보면 안목도 높아지는 것 같아요.

  

Q) 방송에 나오는 작가님의 작품을 보면 어떠세요? 감회가 새로우실 것 같아요.

A) 제 캘리그라피가 잘 쓰이고 세상에 돌아다니는 것을 보는 기쁨 또한 굉장히 큽니다. 특히 방송 타이틀 작업은 파급효과가 크니까 그 점에서는 더욱 그렇죠. 그리고 방송에 나오는 작품들을 보면서 좋아하기도 하지만 더욱 노력해야겠다는 다짐도 하죠.

 


▲사진11 KBS <직장의 신> 포스터


Q) 마지막으로 앞으로 캘리그라피로서의 목표가 있으신가요?

A) 감동을 주는, 마음이 전해지는 캘리그라피를 계속 쓰고 싶어요. 캘리그라피를 시작하고 나서 주위분들께 캘리그라피를 써서 주곤 했는데, 저도 글씨를 쓰는 과정 중에 행복했고, 상대방도 받으면서 행복해 하세요. 일을 할 때도 감독님들이나 제작진 분들이 좋아해 주시고 고맙다고 하실 때 보람있구요. 그렇게 계속 행복하게 저에게 주어진 글들을 열심히 써내는 것이 저의 목표입니다. 그리고 드라마 타이틀 캘리그라피를 잘 써서 한국 드라마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고, 작업을 통해서 캘리그라피를 알리게 되면 더욱 좋겠습니다.

 

▲사진12 전은선 작가님의 캘리그라피

  

지금도 더 좋은 획을 쓰기 위해 캘리그라피에 정진하고 계실 전은선 작가님의 인터뷰였습니다. 캘리그라피와 드라마 타이틀 작업에 대한 궁금증은 풀리셨나요? 마지막으로 작가님이 저희 상상발전소 블로그 기자단과 독자님께 응원의 메시지를 보내주셨습니다. 앞으로도 전은선 작가님의 감동을 주는, 마음이 전해지는 캘리그라피를 보고 싶네요. 이 기사를 보고 계시는 독자님도 행복한 직업을 찾길 바랍니다! :-)

 

 

◎사진 출처

-사진1 직접 촬영

-사진2-11 각 드라마 방송사 공식 홈페이지

-사진12 전은선 작가님

<위 캘리그라피는 저작권법에 따라 작가와 제작사 동의 없이 사용할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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