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도가니>, 방관자를 고발하다

상상발전소/방송영화 2013.07.15 19:18 Posted by 한국콘텐츠진흥원 상상발전소 KOCCA

 

“나는 이 사건을 세상에 알리기로 결심했다.”

 

이 의미심장한 구절은 영화 ‘도가니’의 포스터에 써져 있던 구절이에요. 평소 ‘도가니’를 ‘흥분의 도가니’라는 단어 때문에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었던 저는 영화를 보면서 ‘도가니’ 라는 단어에 대한 좋은 이미지가 산산조각 깨졌죠.

 

 

이 영화는 현재 우리 사회에 만연한 부패와 비리, 그리고 폐단을 대변하고 있어요. 영화에 등장하는 ‘인화학교’는 사회소수자이자 약자인 장애아 학생들의 인권을 유린한 학교인 동시에 우리 사회의 고질적 문제인 혈연, 학연, 지연을 보여주는 곳이에요. 하지만 영화는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더 큰 폐단을 보여줘요. 바로 ‘방관자’들의 모습이죠. 영화 <도가니>는 이러한 방관자의 모습들을 고발하고 있어요. 저는 이번 글에서 ‘방관자들의 모습’이라는 관점에서 영화 <도가니>를 보고자 해요.

 

 

첫 번째 방관자는 공무원들이에요. 우리나라 법 조항에서 “공무원은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이며 국민에 대하여 책임을 진다”라고 정의하고 있죠. 공무원이 국민과 사회를 위해 존재하는 봉사자이자 일꾼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그들은 매우 무책임했어요. 힘없는 소수자와 약자들이 그들의 도움을 정작 필요로 할 때 그 상황을 회피하려고만 하는 그들의 모습은 개탄스러웠죠.

 

 

자신의 소임을 망각하고 끊임없이 사회적 지위를 유지하고 기득권 세력에 진입하려는 모습이 마치 우리 사회의 공인들의 단면을 보여주는 것 같아 불편하고 답답했어요. 사회적 정의를 실현하기 위해 공공 업무를 맡는 사람들이 오로지 자신의 권력과 배경을 누리기 위해 불의를 묵인하고 비도덕적으로 행동하는 모습이 이 영화를 통해 그려졌죠.

 

 

두 번째는 시민들의 모습이었어요. 영화에서 민수의 장례식 날 인권단체와 전경들의 대치 상황 속에서 시민들의 모습은 매우 차갑고 냉담했어요. 영화 속에서 비춰지는 시민들의 모습은 정의의 사도도, 범법자도 아닌 그저 무관심한 제 3자였죠. “이 아이는 억울하게 폭행을 당하고 억울한 죽음을 당했습니다.”라고 시민들을 향해 끝없이 외치는 교사의 목소리는 한 없이 애처로웠고 작아 보였어요.

 

요즘 현대인들은 먹고 살기 바쁘다는 이유로, ‘나’ 외에 사회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신경 쓰지 않고 살고 있죠. 사회를 구성하고 건강하게 유지하려면 제도뿐만 아니라 올바른 가치를 스스로 평가하고 정립할 수 있는 구성원들이 뒷받침 되어야 해요. ‘방관자가 많은 사회일수록 그 사회는 성숙해질 수 없다’는 것을, 이 영화를 통해 깨달았죠.

 

 

청각장애인학교의 성폭행 문제를 다룬 이 영화가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일으키면서 우리 사회에서 공정한 사회를 구현하기 위한 도가니가 달아올랐어요. 아울러 장애인이나 어린 아이의 사회복지와 관련된 여론도 모아졌고, 이후 영화 <부러진 화살>, <노리개>, <공정사회> 등 다양한 사회 고발 영화들이 출현했어요. 사람들이 영화 <도가니>에 열광했던 것은 그만큼 우리 사회가 그 동안 정의롭지 못했다는 증거라고 생각해요.

 

영화 속의 “우리가 싸우는 건 세상을 바꾸기 위해서가 아니라 세상이 우리를 바꾸지 못하게 하기 위해서에요.”라는 말처럼 한 개인, 개인이 연대해 적극적으로 한 목소리를 내어 우리 사회에 만연한 부조리들을 근절해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올 여름, 영화 <도가니>를 다시 보면서, 그 속에 숨어있는 방관자들의 모습을 발견하고, 자신은 어떠한 사람이었는지 스스로 성찰해보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사진출처ⓒ영화 ‘도가니’(감독 황동혁, 원작 공지영) 스틸 사진. CJ 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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