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상잔의 비극, 한국전쟁. 영화에서 어떻게 다루어져 왔을까?

상상발전소/방송 영화 2013.06.25 13:38 Posted by 한국콘텐츠진흥원 상상발전소 KOCCA

 

 

▲ 사진1 한국전쟁을 주제로 다룬 영화

 

 

오늘은 6월 25일, 과거 한국전쟁이 발발한 슬픈 역사를 가진 날입니다. 한국전쟁(6·25전쟁)은 1950년 6월 25일 새벽에 북한 공산군이 남북군사분계선이던 38선 전역에 걸쳐 불법 남침함으로써 일어난 전쟁으로, 수많은 사망자와 이산가족을 만들며 북한과의 관계를 적대적으로 만들었습니다. 그로부터 장장 60여 년의 세월을 거치며, 한국전쟁은 수많은 영화와 드라마, 연극 등 대중예술에서 다루어져 왔는데요. 이번 시간에는 영화 속에서 그 모습이 어떻게 그려져왔는지 살펴보려고 합니다.

 

역사는 시간이 흐를수록 바뀝니다. 하나의 역사가 어떤 시대에서는 하찮게 여겨지고 어떤 시대에서는 주목받으며, 또 그를 바라보는 시선의 방향도 달라지죠. 이처럼 영화 속 한국전쟁도 시간이 흐를수록 달라지는 양상을 보이는데요, 1961년 최초로 한국전쟁을 다룬 <5인의 해병>을 시작으로, 시대별로 영화들이 어떤 경향을 보이며 다루어져왔는지 살펴보겠습니다. 방대한 자료 덕분에 필자가 빼먹은 영화가 있을 수도 있지만, 감안하고 너그럽게 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1960년대~1980년대 
 

밑의 목록은 1960년대와 80년대에 만들어진 한국전쟁소재 영화입니다. 한국전쟁이 발발한 직후의 시기인만큼, 그를 주제로 한 영화가 압도적으로 많은 것을 알 수 있습니다.

 

5인의 해병

(1961)

싸우는 사자들

(1962)

돌아오지 않는 해병

(1963)

YMS 504의 수병

(163)

빨간 마후라

(1964)

남과 북

(1965)

성난 독수리

(1965)

인천상륙작전

(1965)

용사는 살아있다

(1965)

적진 삼백 리

(1965)

피어린 구월산

(1965)

해병특공대

(1965)

7인의 여포로

(1966)

군번없는 용사

(1966)

귀신 잡는 해병

(1966)

병사는 죽어서

말한다 (1966)

전쟁과 여교사

(1966)

죽은자와 산 자

(1966) 

최후전선 180리

(1966)

한 많은 대동강

(1966)

8240 K.L.O

(1966)

영호작전

(1967)

임진강

(1967)

장렬 509

대전차대

(1967)

대좌의 아들

(1968)

어떤 눈망울

(1968)

칼맑스의 제자들

(1968)

결사대작전

(1969)

나교

(1969)

어느 하늘 아래서

(1969)

5인의 사형수

(1969)

대전장

(1971)

1950년 4시

(1976)

증언

(1973)

들국화는 피었는데

(1974)

낙동강은 흐르는가

(1976)

독수리 전선

(1976)

원산공작

(1976)

학도의 용군

(1976)

도솔산 최후의 날

(1977)

슬픔은 저

별들에게도(1978)

전우가 남긴

한마디(1979)

지옥의 49일

(1979)

종군수첩

(1981)

아벤고 공수공단

(1982)

내가 마지막 본

흥남(1983)

블루하트

(1987)

 

 

이 시기 한국전쟁을 소재로 한 영화들은 대부분이 북한을 완벽한 '적'으로 묘사하고 있습니다. 피도 눈물도 없는, 우리네와 같은 민족이 아닌, 인간병기로서 남한을 위협하는 존재인 북. 그리고 그와 싸우다 희생하는 남한 병사들의 국가에 대한 충성심 등을 강조하고 있지요.

 

▲ 사진2 왼쪽부터 <전우가 남긴 한 마디>, <인천상륙작전>

 

또한 이 시기 대부분의 영화는 남한군이 북한군과 싸우는 그 과정 자체를 중점적으로 표현해, 그 배경과 나라가 꼭 한국전쟁이나 남북한이 아니더라도 어색하지 않습니다. 영화 속 남한군 주인공은 적의 보급로를 차단하고(<인천상륙작전>) 화약고를 폭파하고(<전우가 남긴 한 마디>), 포로수용소를 습격하여 아군 포로들을 구출해냅니다. 또 북한군의 기지에 침입해 기밀정보를 빼내 와 남한군의 승리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등 남한군은 전쟁영웅으로 표현됩니다.

 

▲ 사진3 왼쪽 상단부터 시계방향으로 <7인의 여포로>, <대전장>, <슬픔은 저 별들에게도>, <내가 마지막 본 흥남>, <지옥의 49일>

그와 함께 전시상황 속에서 같은 남한군, 즉 전우 간의 우정을 그리기도 했습니다. 영화는 주인공과 그의 동료들이 나라를 위해 북한군과 싸우다가 장렬히 전사하는 것으로 끝이 납니다. 이를 통해 더욱 보는 이들의 충성심과 애국심, 반북감정을 고조시키려는 의도가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7인의 여포로>는 반공법 위반 사건에 연루되어 제목이 바뀌는 우여곡절을 겪기도 했습니다. <대전장>은 반공영화각본상, <슬픔은 저 별들에게도>은 우수반공영화상, <지옥의 49일>은 우수반공영화상 각본상, <내가 마지막 본 흥남>은 반공부문작품상을 수상해 이 시기 대부분의 6.25영화들은 반공이데올로기를 표방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 사진4 왼쪽부터 <증언>, <들국화는 피었는데>

 

그 가운데 <증언>과 <들국화는 피었는데>는 이 시기 다른 작품과는 구별되게 전쟁으로 인한 개인의 비극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점이 특징적입니다. 특히 <들국화는 피었는데>는 '돌이'라는 10살배기 어린이를 중심으로 전쟁의 아픔을 그려냅니다. 전쟁과는 관련없을 것 같은 천진한 주인공과, 그에게 서서히 다가오는 전쟁의 폭력성과 비극을 다뤘다는 점에서 <웰컴투 동막골>이 떠오르네요.

 

 

▲ 사진5 <학도의 용군>

 

<학도의용군>은 2010년 작품인 <포화 속으로>의 원조격인 작품입니다. 그러나 <포화 속으로>와 달리 <학도의용군>은 학도병의 나라에 대한 애국심과 충성심, 희생정신 등이 노골적으로 표현되었습니다.

 

▲ 사진6 <내가 마지막 본 흥남>

 

1980년대 말미에 가서는 이전과 달리 북한군도 전쟁병기로서가 아닌 한 인간으로서 인격적으로 묘사한 작품이 등장하기 시작합니

다. 앞서 반공부문작품상을 수상한 <내가 마지막 본 흥남>은 북한군 병사가 아군 측에 구출되어 남한의 아버지를 찾는 과정을 그리고 있지요. 이처럼 한국전쟁을 다룬 영화는 1960년대에 가장 많았으며, 그 내용은 대부분이 반공주의를 표방하고 있습니다.

 

 

◎ 1990년대

1990년대는 80년대까지의 이전 영화와 2000년대 영화의 과도기로서 중간다리 역할을 합니다. 80년대까지의 영화에서 그려진 북한은 '절대적인 적'이었고, 2000년대에 들어와서는 같은 아픔을 가진 '형제'가 되었습니다. 적이 형제가 되려면 '이해'와 '공감'이 필요하죠. 이 시기 영화는 '그들은 우리를 침략했다. 그러나 그들도 우리와 같은 민족이고, 함께 전쟁의 비극을 겪었다.' 라는 두 가지의 초점으로 다루어졌습니다.

 

 

 남부군

(1990)

은마는 오지 않는다

(1991) 

 만무방

(1994)

태백산맥

(1994) 

 해병묵시록

(1995)

 

 

 

▲ 사진7 왼쪽부터 <남부군>, <은마는 오지 않는다>

 

90년대 한국전쟁영화의 출발을 밟은 <남부군>은 특이하게 북한군의 입장에서 전쟁을 조명했습니다. 북군인 주인공은 다른 사람에게 동족 간의 전쟁의 허무함을 토로하기도 하며 사랑에 빠지기도 하는, 생존을 위해 몸부림치는 한 인간으로 묘사됩니다. 또 이 시기 영화는 UN군의 이야기를 담기도 했습니다. <은마는 오지 않는다>에서는 UN군의 잔혹함과 폭력성이 나타나는데, 주인공인 남한 여인과 그 마을은 UN군에 의해 파괴되고야 맙니다. 이처럼 90년대 한국영화는 이때부터 전쟁으로 인한 개인의 비극을 본격적으로 묘사하기 시작합니다.

 

 

▲ 사진8 <해병묵시록>

그러나 1995년 제작된 <해병묵시록>은 다시 그 전과 같이 폭력적이고 잔인한 전쟁과 애국심을 다루며 일반적인 전쟁영화의 양상을 보이는데요. 이 시기 영화들은 개인의 비극을 그리고 있기는 하나, 여전히 북한에 대해 적대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후 2003년까지 한국전쟁 자체를 다룬 영화는 제작되지 않습니다. 한국영화의 '휴전기'가 시작된 셈입니다.

 

 

◎ 2000년대

 

어느새 한국전쟁이 발발한 지 반 세기가 지났습니다. 21세기에 들어왔지만 여전히 한국전쟁은 우리들의 가슴 속에 애잔하게 남아있습니다. 분노와 적개심이 아닌, 쓰라림과 슬픔으로 말이죠.

 태극기 휘날리며

(2003)

웰컴투 동막골

(2005) 

 작은연못

(2009)

포화속으로

(2010) 

 고지전

(2011)

 

<태극기 휘날리며>를 시작으로, 2000년대 한국전쟁영화는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전쟁으로 인한 민족과 가족, 형제자매의 아픔을 묘사하기 시작합니다. 여전히 북한은 적으로 나타나고 있기는 하지만, 전과 같이 적대감을 일으키면서 다가오지는 않습니다. 그것은 북한의 무자비함과 잔인함, 그리고 남한에 요청되는 나라에 대한 충성과 희생정신보다는 전쟁으로 인한 동족상잔의 비극 자체에 초점을 맞추고 있기 때문입니다.

 

 

▲ 사진9 왼쪽부터 <태극기 휘날리며>, <웰컴투 동막골>


<태극기 휘날리며>는 북한이 우리와 같은 민족이고 형제라는 것을 말 그대로 '형제'를 통해 보여줍니다. 서로를 끔찍이도 생각하는 형과 아우였지만 전쟁은 비정하게 그들을 죽음으로 몰아갑니다. 사랑하는 가족을 지키기 위한 전쟁,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사랑하는 가족을 죽여가는 전쟁의 비극을 형제를 통해 그려내면서 많은 이들의 눈시울을 적시게 한 작품이죠. <웰컴투 동막골>은 북한군도 남한군과 똑같은 한 인간, 한 민족으로 표현합니다. 국군, 인민군, 연합군을 이념과 사상의 대립이 없는 한 공간에 놓음으로써 관객들도 이데올로기의 안경을 벗고 그들을 새롭게 바라보기를 요청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그 이후에도 계속해서 전쟁 속 개개인에 초점을 맞춘 영화들이 나왔습니다. 이 시기의 영화 속 주인공들도 이전 영화의 그들과 다름없이 비극적인 죽음을 맞습니다. 그러나 그 죽음은 1960~80년대와 같이 장렬하게 묘사되지는 않습니다. 그것이 국가를 위한 충성심에서 비롯한 능동적인 죽음이 아니라, 전쟁이라는 통제할 수 없는 상황으로 인한 어쩔 수 없는 수동적인 죽음, 비극적이고 슬픈 죽음이기 때문입니다. 전혀 전쟁을 알지 못하는 순수한 인물들의 죽음을 통해서 관객의 격정을 더 불러일으키는 것이지요. 이 시기 영화에서 적대감의 화살은 북한이 아니라 전쟁 그 자체를 향해 있습니다.

 

이상으로 한국영화에서 민족상잔의 비극, 한국전쟁이 어떻게 다루어져왔는지 살펴보았습니다. 어떠신가요? 저도 이전에는 '영화 속의 6.25한국전쟁'을 떠올렸을 때 <태극기 휘날리며>가 가장 먼저 떠올랐습니다. 하지만 자료를 찾아보며 60년대부터 얼마나 많은 영화에서 한국전쟁이 다루어졌는지를 보며 적잖이 놀랐습니다. 그리고 그 많은 영화들이 하나같이 같은 성향을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도 또 한번 놀랐습니다.

 

기사를 작성하면서 느낀 점은 80년도 이전의 영화들은 '반공주의'라는 틀을, 이후의 영화들은 '전쟁의 비극과 참상'이라는 틀을 여전히 깨지 못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일례로 <태극기 휘날리며>나 <웰컴투 동막골>은 제대로 한국전쟁을 조명하지 못하고 그저 관객의 눈물샘만 자극하는 상업영화라는 비판을 많이 받기도 했지요.

 

어떤 사람들은 6.25는 이제 식상한 소재이고, 더 이상 새롭게 창작될 여지도 없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한국전쟁은 다양한 인물과 배경, 그리고 사건을 통해 얼마든지 재탄생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역사성과 흥미성, 참신성까지 돋보이는 작품으로 말이죠. 후세대들이 단지 슬픔과 격정의 감정으로만 한국전쟁을 여기는 것이 아니라, 그를 올바로 바라보고 분석하며 곱씹어볼 수 있게 하는 영화가 많이 만들어졌으면 좋겠네요. '올바른' 전쟁영화는 '평화'의 통로가 될 수도 있지 않을까요? 호국보훈의 달, 6월을 기념하며 포스팅을 마치겠습니다.

 

◎ 사진출처
- 사진1-9 네이버 영화 발췌

- 사진2 (우) 네이버 카페 <프라모델이 좋은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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