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잃어버린 7년'을 되찾은 또 다른 이유

상상발전소/칼럼 인터뷰 2013.06.04 17:25 Posted by 한국콘텐츠진흥원 상상발전소 KOCCA

프로야구 '잃어버린 7년'을 되찾은 또 다른 이유

 

지상파DMB 한국DMB㈜ QBS

이희대 방송전략사업팀장

 


◎ 잃어버렸던 1시간 반

 

이제 바야흐로 야구의 계절이다. 

2009년 500만, 2010년 600만, 2012년 700만, KBO 발표 올해 목표 750만.... 

매년 총 관중 수를 신기록으로 갱신하면서 국민 스포츠로 자리하게 된 프로야구 인기의 비결은 무엇일까?

 

 프로야구가 지금처럼 활황기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지난 2000년부터 2006년. 경기당 관중 수는 90년대보다도 오히려 감소했고, 이 같은 인기 하락으로 인해 지상파TV중계 또한 연간 20여 회 수준까지 급감했다. 이 시기를 야구 관계자들이 '잃어버린 7년'이라고 표현하는 이유다.


 ▲ 사진1 프로야구 2000년~2006년, 인기도 관중도 없던 ‘잃어버린 7년’ 

 

이렇게 대중 스포츠로서의 입지마저 위태로웠던 프로야구가 2000년대 후반기부터 다시 인기 행진에 돌입한 주 요인은 무엇일까? 일반적 해석은 대체로 하나로 압축된다.


바로 우리 국가대표팀의 2006년 WBC 4강 진출, 2008년 베이징올림픽 금메달, 2009년 WBC 준우승 등 대형 국제 대회의 연이은 호 성적을 통해 재 점화된 국가대표 스포츠로서 야구에 대한 국민정서의 호의적 변화가 그것이다.

 

▲ 사진2 2008년 베이징올림픽 대한민국 야구 대표팀 우승

  

이는 물론 누구나 주지하고 있는 사실이지만, 필자는 여기에 하나의 이유를 더 설명할 수 있다고 본다. 그 것은 야구 시청 패턴의 변화다.

 

평일 프로야구의 경기시작은 오후 6시 반. 여기서 딜레마가 있다. 

경기 시작 시간인 평일 저녁 6시 반은 프로야구의 주요 시청자인 중장년 남성층이 이제 막 회사에서 퇴근을 준비하는 시간이라는 것. 일반적인 출•퇴근족들의 경우 퇴근을 마치고 집안의 TV 앞에 앉는 시간대를 가정해보면, 6시 반이나 7시경 회사를 나와 이동하고 귀가해 리모콘을 들 수 있는 때가 대략 8시 내외가 된다. 9시 반경 끝나는 프로야구 경기의 전반부는 이미 놓치는 셈이다. 게다가 이 시간은 강력한 시청선택권을 가진 집안 내 또 다른 귄력자들이 놓치지 않고 챙겨보는 지상파의 일일 드라마 시간대다. 올림픽, 월드컵도 아니고 게다가 전반부는 보지도 못한 평일 야구 경기를 이유로 드라마가 아닌 스포츠채널로 리모콘을 돌리는 강심장들은 많지 않을 것. 드라마를 보고 9시가 되면 2회 정도 남은 야구 중계로 채널을 돌려 보게 되기 보다는 뉴스로... 결국 경기가 모두 종료된 후 11시 스포츠하이라이트에서나 오늘의 경기를 짤막하게 시청하는 게 '잃어버린 7년'간 이들의 야구 시청 패턴이었다.

 

이 시기 오후 6시반부터 8시 약 1시간 반은 경기장을 직접 찾지 않는 한, 프로야구팬들에게는 소중하지만 잃어버린 시간이 되었고, 지상파TV에서 케이블스포츠채널로 주력 중계 매체가 옮겨지면서 사실상 8시 이후라 해도 안방에서 프로야구를 맘껏 볼 수 있는 시청 선택권은 축소되었다. 이는 프로야구의 인기가 쇠락했던 이유와 무관하지 않았다.

 

 

 잃어버린 시간대를 되찾다

 

그렇게 시들했던, 아니 여건이 받쳐주지 못해 기를 펴지 못했던 야구팬들에게 드디어 광명이 찾아왔다. 바로 지상파DMB. 

2005년 12월 첫 개국 전파를 쏜 지상파DMB는 개국 이듬해 봄 2006년 4월부터 프로야구 중계를 주요 콘텐츠로 선보이기 시작했다. 안테나와 DMB칩만 탑재하면 라디오처럼 지상파 주파수를 통해 누구나 시간에 상관없이 무료로 방송 시청이 가능한 기술이다 보니, 휴대폰, 전자사전, 노트북, 내비게이션 등의 제조사들도 너나 할 것 없이 DMB를 기본 탑재하기 시작했고, 이때부터 DMB폰 등을 구매하던 얼리어답터들 중 한 무리에는 역시 야구팬들이 있었다. DMB는 바로 이들에게 잃어버린 1시간 반을 되찾을 수 있는 더할 나위 없는 매체였던 것이다.

 

당연히 그들의 퇴근 라이프스타일도 일대 변화를 맡는다. 오후 6시반 또는 7시경 퇴근하더라도 프로야구 전반부 중계는 놓치지 않게 된 것.


밤 11시 하이라이트에서만 보던 1회, 2회, 3회 홈런포를 퇴근길에도 놓치지 않고 생방송 중계로 직접 확인하고, 심지어 집에 가서도 오면서 보던 방송이니 계속 보겠다고 명분을 세우며 채널 선택을 논하기에 이르렀다. 물론, 이런 분란도 피하고 싶으면 이어폰을 끼고 DMB를 세컨TV로 이용하면 속 편한 일이었다.

 

한편, 우리나라와 시차가 있어 평일 낮 시간에 주로 중계되던 WBC와 올림픽 야구중계 때는 DMB폰을 들고 몰래 사무실 밖으로 나와 혼자 함성을 지르던 풍경도 낯설지 않았다.

 

 ▲ 사진3 2006년 5월, MBC 아침드라마 편성시간 오전 9시에서 7시50분으로 변경 (2013년 현재 유지)

 

 

안방만이 아닌 지하철, 버스, 차 어디서든 이동 중에도 언제든 방송 시청이 가능하게 된 DMB의 상용화는 단순한 기술의 진보 사례로 그치지 않았다. 안방TV에 고착화되었던 수십 년간의 시청 라이프스타일에 변화를 만들어 낸 것. 바로 출근과 퇴근이라는 기존 TV시청의 사각지대이며 노령층 및 주부들만이 주 시청 대상이었던 그 시간대가 이제 주요 시청 가능 시간대로 그래서 방송편성담당자들에게 의미 있는 공략시간대로 변모하기에 이르렀다.

 

DMB 개국 이후로 오전 9시경에 편성하던 아침드라마들이 1시간~30분 가량 편성시간대가 전진 배치되면서 프로그램 인지도 및 시청률 상승 기조를 보인 바 있으며, 그리고 무엇보다 프로야구는 DMB 개국을 기점으로 매체 보급 추세와 관중수의 증가세가 정비례하는 현상을 보인 바 있다.


출근과 퇴근 시간 각 1시간 반의 이동 중 시청이라는 선물이 시청자들에게 새롭게 주어지면서   '아침드라마'와 '프로야구'라는 콘텐츠가 새로운 힘을 받게 된 것이다.

특히 야구는 시청자들에게 피로한 퇴근길의 청량제 같은 역할의 맞춤 스포츠로 자리하면서 그야말로 이동 방송인 DMB와 궁합이 맞는 콘텐츠로 자리를 잡았다.

 

<지상파DMB 단말기 누적 보급 추이>

 

<2000년대 프로야구 관중 추이>

 

프로야구가  '잃어버린 7년'을 되찾은 또 다른 이유 중 하나는 바로 콘텐츠 특성에 맞는 주요 시청 층과 또 그들의 라이프스타일이 역시 여기에 맞는 매체를 만났을 때 긍정적 화학작용을 일으킨다는 아주 익숙하고도 당연한 콘텐츠의 성공 공식, 그 안에 답이 있었던 것이다.

※ 본 글의 내용은 한국콘텐츠진흥원의 견해와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